소설리스트

1부-4. 바텀이에요 (4/28)

1부-4. 바텀이에요

명선은 SNS에 완전히 익명이자 가상의 자아로 사용할 새로운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닉네임은 ‘아다텀21’.

프로필엔 거짓 정보를 조금 섞어 ‘서울 21 180 슬근 아다 바텀’이라고 썼다.

‘발정난 아다 뚫어주실 착한 형님 없나여 ㅋㅋㅋ 몸이랑 얼굴 전혀 안봄’

첫 글을 쓰자 얼마 후 답글 몇 개가 달렸다.

[저요 ㅋ]

[동생 대전 올래여?]

[착하게 뚫어드림ㅋㅋ 본인 방배사는 훈탑]

명선은 세 사람의 계정에 차례차례 들어가 프로필과 글을 훑었다.

첫 번째 사람은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고, 두 번째는 20대 후반으로 오프를 종종 하는 듯 보였으나 지역이 멀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세 번째 사람의 계정은 헬스장에서 찍은 몸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었는데 그 자의식이 왠지 거슬렸다.

닳고 닳은 탑인 명선이 경험 없는 바텀인 채로 같이 있기엔 배알이 꼴릴 것 같았다.

이런 탑들은 좆이 작거나 더럽게 못 박거나 둘 중 하나면서 허세만 찼을 것 같단 말이지.

그나마 대전 사는 놈이 좀 나은 것 같긴 한데, 서울이랑 대전 중간에서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대뜸 지가 사는 데로 오라고 하는 것부터가 어떤 인성인지 보인달까.

아니, 차라리 대전처럼 서울이랑 떨어진 곳으로 해서 길 가다 마주칠 수도 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더 나으려나?

그럴 거면 차라리 거리를 더 확 벌려서 부산이나 제주도 같은 쪽으로 찾아보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고…….

명선이 고민하는 동안 쪽지가 도착했다.

박렼

[인천살구]

[장소 제공하면 올수있나여]

[택시비 필요하면줄게요]

명선은 박렼의 계정도 살펴봤다.

프로필엔 ‘후회 없이 산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아재 냄새는 뭐야…….

명선은 살짝 찡그렸다가 그가 올린 글들을 읽어 봤다.

박렼은 가끔 오프를 하는 듯했고 자신의 일상도 꾸준히 올렸다.

이발 후 머리 옆쪽을 찍은 사진, 새로 산 셔츠를 펼쳐 놓고 찍은 사진 등이 있었다.

얼굴과 몸이 완전히 나온 건 없었지만 사진 속에 부분부분 나온 몸의 형태로 보아선 조금 통통한 것 같았다.

사진의 분위기, 연출구도 등은 전혀 미감이 없어 보였고, 배경으로 언뜻 보이는 집의 분위기도 칙칙했다.

명선은 찌푸린 채 그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비판하며 보다가 문득 고개를 몇 번 저었다.

몸이랑 이런 게 다 뭔 상관이야. 일단 빨리 뒤를 뚫어 버리고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지.

그래야 그 숯놈 벗은 것도 빨리 다시 볼 수 있을 것 아냐.

박렼이 어쩐지 별로 자신감 없어 보이는 사람이란 사실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가 구리고 뚱뚱해서, 어리고 경험 없고 쌔끈하기까지 한 게이는 꿈에도 만나 볼 일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명선에게는 삽입을 받아들인다는 게 전혀 익숙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덩치가 크거나 힘이 센 탑은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다.

그리고 아프고 싫은 느낌이 들 수도 있으므로 만일을 대비해 명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서울 방배동에 사는 자의식 강하고 몸 좋은 탑보다는, 인천에 살며 택시비까지 주겠다고 말하는 촌스럽고 볼품없는 탑이 더 나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아다텀21

[안녕하세요 ㅎㅎ 시간 언제 되세요?]

박렼은 5분쯤 후 답을 보내왔다.

박렼

[금,토,일 아무때나 다되요 저는]

[마침 휴가중이라]

휴가인데 약속도 없는 건가.

명선은 무의식중에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다텀21

[그럼 금요일 낮에 어떨까요? 3시쯤?]

박렼

[조아요]

[택시비 내줄까여]

아다텀21

[자차로 갑니당 ㅎㅎ]

박렼

[아 차 있으시구나]

아다텀21

[근데 제가]

박렼

[네]

아다텀21

[아무 경험이 없고 그냥 딱 뒤에 박히는 경험만 해보고 싶은거라]

[전희같은 거 없이 깔끔하게 박고 싸기만 하는걸로 끝낼수 있을까요?]

[키스랑 터치하는거 아직은 별로 안 익숙해서요^^;;]

박렼은 얼마간 말이 없었다.

명선은 입술을 씹으며 핸드폰 화면만 노려봤다.

나한테 필요한 건 박히는 느낌을 익숙하게 만드는 거지 ‘섹스’가 아니란다.

첫 바텀 경험인데 별로 타입도 아닌 몸 밑에 깔려서 비비적대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너한텐 이 정도도 손해 없는 장사 아니야? 너 정도 급이 나만 한 급이랑 벗고 몸 대는 거 자체를 또 언제 해보겠냐.

박렼

[그냥 삽입만 하고 사정하는 것까지만여?]

[만지는거를 싫어하고?]

아다텀21

[박을 때 잡는것 정도는 괜찬은데]

[전희랑 애무는 별로요]

[그래도 괜찬으실까요?]

[^^;]

박렼

[네]

[그렇게해요]

명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렼은 명선에게 집 주소를 알려 주었다.

* * *

“으윽.”

뒤에 차가운 것이 살짝 와 닿자 명선이 움찔했다.

“아, 좀 차가워요.”

‘박렼’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마치 주사 놓기 직전 ‘좀 따끔해요.’라고 알려 주는 간호사 같았다.

엉덩이를 내밀고 엎드린 명선의 항문에 박렼이 정성스럽게 젤을 바르는 동안 근질근질한 느낌이 조금씩 올라왔다.

박렼의 포지션은 ‘탑을 주로 하는 ALL’이라고 했으나 명선에게 그는 마냥 어설퍼 보이기만 했다.

윤활제 뚜껑을 못 열어서 한참 끙끙댔는데 알고 보니 뚜껑에 비닐 포장이 된 새것이어서였다.

콘돔도 모텔용 콘돔인 듯해, 기겁한 명선이 집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차 안에 있던 ‘섹스 응급 키트’ 용 콘돔을 가져와야 했다.

원룸인 집도 뭔가 좀 이상했다.

모든 것이 허름하고 우중충한 집에서 침대만 바로 어제 산 듯 새것이고 엄청나게 큰 데다 화려하기까지 해서, 집안 분위기를 기괴하게 만들었다.

가장 이상한 건 박렼이었다.

조금 통통하긴 했지만 예상과 달리 못생기거나 여드름투성이는 아니었고, 의외로 제법 잘생기기까지 했는데 무척 울적한 분위기를 풍겼다.

명선을 그리 반기지도 딱히 흥분하지도 않은 듯했고, 말을 할 땐 사람 눈을 제대로 안 보고 다른 곳을 이리저리 쳐다봤다.

나이는 서른이라고 했는데 그보다 8살 정도는 더 많아 보였고 속옷은 또 대단히 비싸고 젊은 취향이어서, 아무것도 아귀가 안 맞아 보였다.

혼란 속에, 과연 저 사람에게 뒤를 뚫려야 하는가, 하고 명선은 잠시나마 고민했지만 이제 와 무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시간을 더 지체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서 빨리 바텀을 경험하고, 능숙한 바텀이 되어서 재강의 벗은 몸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짜증이 나긴 했다.

내가 숯놈 그 새끼 때문에 이런 데서 이런 인간이랑 이런 짓까지 하고 있어야 되겠냐고.

대용이 명선의 말을 들었다면 혀를 쯧쯧 차면서 ‘자업자득이지.’라고 했을 터였다.

그래, 염대용. 네 말이 맞다.

“좀 넓힐게요.”

박렼의 나지막한 말과 함께 그의 손가락이 뒤로 쏘옥 들어오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맞춰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휘젓고 쑤시는 그 느낌이 좀 거북하고 생소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이 구린 집과 박렼의 존재가 워낙에 신경 쓰여서 그런지 그쪽으로 집중이 되지 않기도 했다.

명선은 가만히 엎드린 채 눈만 이리저리 굴려 주변을 둘러봤다.

집안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그나마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라도 있어 다행일 지경이었다.

음악이라도 좀 틀어두지. 분위기라는 것도 모르나.

그동안 대체 얼마나 박복한 바텀들이 이 집을 거쳐 간 걸까.

명선은 문득 그들에게 공감하고 위로를 보냈다.

물론 자신도 그중 하나가 되었음을 위로했다.

“이제 자지 넣을게요.”

박렼이 손가락을 빼며 나직이 말했다.

“아, 네.”

명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희랑 애무는 하기 싫다고 내가 말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나올 줄은 몰랐네.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해.

“아…….”

그의 성기 끝부분이 들어오자 명선은 이마를 살짝 찡그리며 움찔했다.

확실히 손가락이 들어올 때와는 달랐다.

“흐어어어어…….”

뒤에서 박렼이 숨을 길게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뭔 아재가 해장국 먹고 내는 소리야.

명선은 인상을 구긴 채 투덜거리면서도 뒤에서 밀려들어 오는 그 감촉에 집중했다.

뿌리 끝까지 다 넣은 것 같았는데 아직까진 별 느낌이 없었다.

보통 이쯤 되면 바텀들이 자지러질 시동을 슬슬 걸던데. 왜 난 별 느낌이 없지? 약간 아픈 거 빼면 별로…….

박렼은 얼마간 그대로 있다가 양손으로 명선의 허리를 슬그머니 움켜잡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성기가 밀려 나갔다가 밀려들어 오길 반복했다.

이마를 찌푸린 명선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눈을 깜박대며 느낌에 몰두했다.

뭐랄까…… 약간…… 귓구멍에 손가락 넣었다 뺐다 하는 느낌……?

통증이 있긴 한데, 참을 만한 정도?

몸을 발발 떨고 허리가 휘고 그런 건 전혀 없는데, 뭐지? 뭐가 잘못된 거지?

지금 이 아저씨가 못 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본 바텀들이 다 페이크 썼던 거야?

“후욱, 후욱, 후우우…….”

박렼의 호흡이 점점 커졌다.

“허어, 허어, 허억…….”

“…….”

명선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침대를 짚고 있는 자신의 손만 내려다봤다.

좋은 느낌이 전혀 없잖아?

충격이었다. 이렇게 무감각한 섹스가 존재하다니.

그나마 조금 있는 통증이 가장 감각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이 새끼가 똥좆인 거야, 그 바텀들이 페이크 썼던 거야, 뭐야 씨발? 대체 뭐야?

“하아아, 아흐, 어후.”

박렼은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호흡이 더 거칠고 심해졌다.

혼자만 즐기지 말고, 아저씨.

명선은 혼돈 그 자체인 얼굴로 멍하니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 얼른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문질렀다.

아, 좆을 안 세워놔서 그런가? 발기한 상태에서 박힐 때 더 잘 느껴진다던데.

명선은 박렼의 몸에 퍽퍽 밀쳐지며 열심히 성기를 문질렀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쾌락도 느껴지지 않는 뒤쪽이 신경 쓰여 집중할 수 없었다. 간신히 조금 세워진다 싶다가도 자꾸 집중력을 잃었다.

혹시 저 새끼 좆이 똥좆이 아니라…… 내 전립선이 똥인가?

“씨발…….”

명선은 좀처럼 서지 않는 성기를 놓고 눈을 감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기운이 쭉 빠졌다.

이제껏 봐온 바텀들. 자신의 아래에서 자지러지고 안달하고 쾌락에 몸을 떨던 그 바텀들이 지금처럼 부러울 때가 없었다.

일단 뒤를 뚫어 놓기만 하면 자신 역시 그런 바텀이 되어 재강의 몸과 행복한 섹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일단 전립선을 긁어대기만 하면 그런 천국을 맛볼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내가 지금까지 바텀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했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내 전립선이 똥이라서…….

낙심한 얼굴의 명선은 박렼이 부딪치는 대로 기운 없이, 앞뒤로 삐걱삐걱 움직였다.

피부가 맞닿을 때마다 엉덩이에서 쿨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여전히 별 느낌은 없었다. 그냥 구멍이 벌어지고 피부가 마찰해서 아픈 정도의 느낌뿐이었다.

얼마간 거세게 움직이던 박렼이 갑자기 명선의 엉덩이를 철썩 갈기자 명선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흑끄으으으으응……!”

박렼이 명선의 엉덩이를 꽉 붙들고 몸을 떨었다.

맞은 부분이 얼얼했다. 오늘 섹스하며 느낀 감각 중 가장 센 감각은 얻어맞은 엉덩이에서 오는 통증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았다.

곧 명선이 앞쪽으로, 박렼이 뒤쪽으로 물러나며 둘은 떨어졌다.

명선은 축 늘어진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봤다가 엉거주춤 무릎을 대고 앉아서 뒤쪽을 휴지로 닦았다.

박렼은 숨을 씩씩 몰아쉬며 조심스레 자리를 정리하더니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명선은 화려하고 너른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자신의 손에 들린 휴지를 내려다봤다.

존나 우울해.

이게 뭐야.

완전히 자위 도구가 된 기분이었다. 전희나 애무 없이 가자고 한 건 자기였는데도 그랬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이 정도로 뒤쪽에 아무 느낌이 없을 줄은.

* * *

다른 탑을 찾아볼 것인가, 그냥 이렇게 똥 전립선인 상태로 숯놈을 다시 볼 것인가.

인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명선은 그 생각뿐이었다.

다른 탑과 해보면 다를지도 몰랐다. 성기의 길이, 굵기, 휘어진 각도에 따라서도 바텀이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좀 더 다양한 성기를 맞이해 본다면 쾌락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명선은 아까 본 박렼의 성기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박렼의 성기는 길이와 굵기, 크기, 모든 면에서 평균 그 자체였다.

그런 평균치를 받아들이고도 무미건조하다는 사실이, 어쩐지 명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지표처럼 느껴졌다.

혹시 내 전립선이 기형적으로 작다든가, 퇴화해 있다든가, 뭔가로 덮여 있다든가…….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라도 해봐야 하나.

놀라운 일이었다. 포지션이 달라지는 것만으로, 갑자기 문제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게 된다니.

탑이었을 때의 그 자신만만한 명선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에이, 씨…….”

명선은 운전하며 이를 갈았다.

재강을 알게 된 이후 모든 일이 다 마음에 안 들게 돌아가고 있었다.

내내 굴욕을 당하다 3만 원을 생으로 뜯기고, 인천까지 가서 섹스했는데 더러운 기분만 느끼고 소득도 없이 돌아왔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용돈 날이니 재강에게 줄 돈도 충분했지만, 과연 이 상태로 그와 섹스를 해도 괜찮을지 알 수가 없었다.

재강의 벗은 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물론 좋긴 했으나, 박렼과 했던 것처럼 무미건조함 속에 재강이 혼자 헉헉대다 사정하고 씻으러 들어가 버리면 다시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지.

게다가 가뜩이나 명선에게 차갑게 구는 재강이라, 한층 더 서러울지도 몰랐다.

바텀 괜히 했나.

명선은 울적한 얼굴로 멍하니 생각했다.

하던 대로 탑이나 하면서 마음 편히 살 것을.

어쩌다 그런 몸을 봐가지고 이 지경까지 왔는지.

* * *

본격적인 저녁 장사가 시작된 명선 가든은 시끌벅적했다.

명선은 카운터에서 또 한바탕 떠들썩하게 맞이하는 정식과 양자의 인사를 대충 받아 주며 홀 안으로 들어가 빈자리에 앉았다.

집까지 거의 다 갔다가 결국엔 차를 돌려 가든으로 오고 말았다.

재강의 몸이라도 보고 이 더러운 기분을 달래야 했다.

“갈비 먹지?”

양자가 카트를 끌고 와 식탁에 밑반찬 따위를 놓아 주며 물었다.

“응.”

명선은 재강을 찾아 홀 안을 둘러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양자가 명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기운이 없긴.”

“일단 2인분 담았으니까 먹고 모자라면 얘기해.”

“어.”

양자가 떠나고 잠시 후 재강이 입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명선은 곧장 감탄했다.

재강의 몸은 마치 그가 들고 있는 후끈한 숯불처럼, 공간에 금세 빛과 열을 불어넣었다.

‘명선의 기분’이라는 공간에.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재강의 몸을 감상하고 있자니 명선은 오늘 인천에서 시작된 울적함이 잠시나마, 조금이라도, 상쇄되는 듯했다.

재강은 식탁에 앉은 명선을 봤으면서도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척척 걸어와 숯 통을 집어넣었다.

명선은 눈만 치떠 재강의 얼굴을 쳐다봤다가 그 몸을 훑었다.

재강은 불판을 챙 하니 내려놓고는 망설임 없이 뒤돌아 입구 쪽으로 갔다.

여전히 싸가지 없고 아니꼽게 구네.

몸만 잘난 새끼.

몸 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새끼.

* * *

명선은 저녁 내내 그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홀 안을 오가는 재강을 지켜봤다.

직원들의 늦은 저녁 식사 자리에도 껴서 재강의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강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명선을 철저히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양자와 정식은 명선이 또 식당 운영에 슬금슬금 관심이 생기나 싶어 들뜬 듯했지만 명선은 건성으로 대꾸하고 말았다.

마침내 재강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명선도 차에 가봐야겠다며 그 뒤를 따랐다.

재강은 웃통을 벗은 채 수도꼭지에 감긴 긴 고무호스를 둘둘 풀어내는 중이었다.

명선은 그 몸을 한껏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어이, 숯불.”

명선이 뒤에 서서 부르자 재강이 힐끗 돌아봤다.

명선이 한쪽 손을 펼쳐 재강에게 내밀었다.

“내 3만 원 내놔.”

재강은 명선의 손바닥을 보고 다시 명선의 얼굴을 봤다가 피식 웃었다.

“내가 왜?”

“와서 아무것도 한 게 없으면서 그건 왜 가져가? 삥 뜯는 거랑 그거랑 뭐가 다르냐? 너야말로 양아치 새끼 아니야?”

“그럼 삥 뜯겼다고 생각해.”

재강이 말하고는 곧장 수도를 틀었다.

“3만 원 내놓으라고, 이 개새끼야.”

명선이 낮게 말하며 칸막이 오른편으로 가려던 재강의 팔을 콱 붙잡았다.

재강이 우뚝 서서 그 손을 내려다보고 명선을 쳐다봤다.

“놔라.”

“3만 원 내놔.”

말없이 있던 재강이 손에 든 고무호스의 끝부분을 꽉 쥐면서 명선을 향해 들어 올렸다.

“왁!”

명선이 재강을 놓고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코와 입에 정통으로 물줄기가 들어와 꽂히는 바람에 순식간에 매운 기가 확 퍼졌다.

“저, 씨이, 켁, 발 새끼갘, 컥…….”

명선은 눈물을 흘리고 코를 풀고 콜록대고 훌쩍거리며 잔뜩 젖은 얼굴을 문질렀다.

명선이 그러는 동안 재강은 신경도 안 쓰고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뭐 저런 새끼가…… 야, 말이 말 같이 안들…….”

눈물 콧물 수돗물 범벅인 명선이 재강 쪽으로 다가가는데 재강이 돌아보더니 손에 든 고무호스를 명선 쪽으로 살짝 움직였다.

“또 콧구녕으로 물 처먹고 싶지?”

“…….”

명선이 우뚝 멈춰 섰다.

둘은 얼마간 대치 상태로 서로를 쳐다봤다.

이를 갈며 주춤주춤하던 명선이 먼저 재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3만 원 내놓으라고!”

동시에 명선의 얼굴로 거센 물줄기가 날아들었다.

명선은 눈을 꽉 감고 허우적대다 칸막이에 쿵 부딪혔다. 숨이 턱 막혔다.

눈을 떠보니 명선은 재강에게 목을 잡힌 채 칸막이에 기대 있고, 혼란의 와중에 재강의 가슴과 어깨를 꽉 잡고 있었다.

재강의 다른 손에 들린 고무호스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소리 외에 사방은 고요했다.

명선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며 이마에서 힘줄이 툭툭 솟았다.

재강이 꽉 쥔 자신의 목 안에서 맥박이 펄떡, 펄떡, 요동치는 것이 느껴지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명선은 힘겹게 캑캑대면서 재강을 노려보다 시선을 내려 자신이 잡고 있는 그의 가슴과 어깨를 바라봤다.

뜨겁고, 축축하고, 단단한 피부가 손 안 가득 느껴졌다.

완벽하고도, 완벽한 몸이었다.

“왜 이렇게 집적거려?”

재강이 명선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낮게 물었다.

“…….”

명선의 미간이 바들바들 떨렸다. 뒤트는 발밑에서 젖은 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명선은 재강을 꽉 잡고만 있을 뿐 밀어내지도,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지도 않았다.

재강의 가슴 위에서 명선의 손가락이 조금씩 미끄러졌다.

“너 나 좋아하냐?”

눈물이 고이며 명선의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벌어진 입에서는 끅, 꺽, 하는 소리가 힘겹게 새어 나왔다.

“역겨운 새끼.”

재강이 말하며 명선의 목을 집어 던지듯 손을 놓았다.

명선은 곧장 숨을 크게 몰아쉬고 사납게 기침을 해대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거의 토악질을 하듯 헐떡이며 호흡을 고르는 명선의 몸 아래로 곧 물이 흥건하게 쓸려내려 왔다.

바닥에 명선이 엎드려 있는데도 재강은 뒤쪽에서 계속 물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

명선은 잔기침을 하면서 자신이 짚은 바닥을 지나 앞쪽으로 흘러가는 물을 내려다봤다.

명선의 입에서 길게 늘어진 침 줄기도 그 물에 떨어져 함께 쓸려가고 손과 무릎이 젖어 들어갔다.

그리고 성기는 빳빳하게 선 채였다.

“저리 비켜.”

재강이 명선의 옆쪽으로 물을 뿌리며 말했다.

명선은 엉금엉금 기듯이 하며 간신히 일어서서 세척기와 싱크대가 있는 칸막이 옆쪽 구역으로 갔다.

거기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싱크대에서 물을 틀고 흙탕물이 묻은 손과 각종 체액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았다.

목이 아직도 얼얼하고 침을 삼키기가 힘들었다.

어느 정도 씻은 후 명선은 싱크대를 붙잡고 서서 그 안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손바닥 안에 아직도 재강의 몸을 잡았던 느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세게 쥐면 쥘수록 더 탄력이 느껴졌던 그 쫀쫀한 피부. 그 질감과 열기.

명선은 떨리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얼마간 그렇게 서 있다가 재강이 이쪽으로 넘어오자 숯불 방 바깥쪽으로 주춤주춤 나갔다.

발기했던 성기는 얌전해진 상태였지만 아직 그곳에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재강은 바닥 물청소를 마저 끝내고는 수도를 잠그고 호스를 정리했다.

재강이 한쪽에 걸린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대충 닦고 배낭에서 티셔츠를 꺼내 입는 동안 명선은 말없이 서서 그를 응시했다.

재강이 배낭을 어깨에 메며 돌아서자 명선이 한 발짝 다가갔다.

“나 너…….”

목소리가 갈라진 채 나와 명선은 힘겹게 헛기침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오해하지 마라, 기분 더러우니까.”

재강이 우뚝 선 채 명선을 바라보다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재강이 중얼거리며 걸음을 떼자 명선이 한 발짝 다가가며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근데…….”

“…….”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두 발짝 정도였다.

“너랑 하고 싶어.”

“…….”

“그래서 그때 너한테 돈 낸 거잖아. 근데 네가 그딴 식으로 가 버린 거고.”

“내가 분명 너한테 박힐 생각 없다고 말했지.”

“그럼 네가 박아.”

“…….”

“네가 박으면 되잖아. 그럼 됐지?”

재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명선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팔짱을 꼈다.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명선이 입을 다물고 간신히 침을 삼키며 재강의 몸을 훑어봤다.

“너 같은 몸이 내 취향이야.”

“…….”

“쉽게 만날 수 있는 몸은 아니고.”

재강이 뚱한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다시 명선을 봤다.

“근데 이번엔.”

명선이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추며 재강 쪽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가격 흥정을 좀 하고 싶어.”

“…….”

“너 원래 한 번 하는 데 얼마야?”

재강은 말없이 명선을 바라보기만 했다.

“지난번엔 상황이 상황이라 내가 액수를 정해서 제시하긴 했는데, 원래 그 가격보다는 쌀 거 아냐. 맞지? 그러니까 너도 선뜻 나랑 하겠다고 한 거 아니야? 내가 남자인데도.”

“…….”

“근데 이제는 제 가격으로 하자고. 내가 단골 돼 줄 테니까.”

“…….”

“너 얼마냐?”

팔짱을 낀 채로 계속 말없이 명선을 보던 재강이 천천히 손을 내려 바지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23만 원.”

명선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야, 그건 내가 임의로 정한 거잖아, 너 한 번에 꼬실려고.”

“23만 원.”

“…….”

“싫음 말고.”

재강이 명선을 지나쳐 가자 명선이 얼른 그의 팔을 붙잡았다.

“씨발, 그 가격 아니잖아.”

재강이 명선의 손을 홱 뿌리쳤다.

“추하게 굴지 말고 23만 원 가져오든지 관두든지 해.”

“단골 돼 준다니까?”

“너 같은 단골 필요 없어.”

“그럼 모텔비 네가 내.”

재강이 어이없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골 때리는 새끼 아냐, 이거.”

“모텔비 반이라도 내든지.”

“내가 뭐가 아쉬워서 너처럼 섹스할 맛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새끼한테 내 시간이랑 돈까지 써야 되는데?”

“…….”

“섰던 좆도 바로 죽게 만들 것 같이 생긴 새끼가 뭘 믿고 이런 데서 흥정이야?”

“…….”

“사람이 눈치는 없어도 양심은 있어야지. 안 그러냐?”

“…….”

명선은 이를 악문 채 재강의 눈만 노려봤다.

재강이 손을 들어 집게손가락 끝으로 명선의 가슴을 쿡 찔렀다.

“23만 원, 가져오고, 모텔비도, 네가 내.”

재강이 한마디씩 끊어 말하며 가슴을 쿡쿡 찌를 때마다 명선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럴 거 아니면 지분대지 말고 꺼져라.”

재강은 곧장 몸을 돌려 떠나 버렸다.

“…….”

명선은 아직도 얼얼한 목을 만지작거리며 재강이 떠난 자리만 바라봤다.

* * *

재강이 뿌린 물 때문에 이곳저곳이 축축하게 젖은 채 집으로 운전해 돌아오며, 명선은 몇 번이나 성기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재강의 몸을 움켜잡고 있을 때의 그 촉감. 동시에 목이 졸리며 몸 안을 가득 채웠던 흥분. 부옇게 변하는 시야 속에 가득 차 있던 재강의 벗은 몸. 시각과 촉각을 뒤흔들던 그 아찔함.

난생처음 느껴보는 것들이었다.

터미널 화장실에서의 첫 섹스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새롭고 강렬했다.

재강이 한 그 모욕적인 말들 때문에 순간 자존심이 다 갈려 나가긴 했지만, 명선은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계속 상기했다.

그 강력한 쾌락의 맛.

그것을 더 제대로, 더 오래 맛보겠다는 목표.

진심으로 하는지 욱해서 하는지도 모를 그런 막말 따위에 좌절해 물러서진 않겠다는 다짐.

명선은 재강의 막말을 들으면서 그런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버텼다.

잘 참았어, 권명선. 그 버르장머리 없는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하면 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는 이제 철저히 쾌락을 좇을 거다. 완벽하고 죽여주는 쾌락.

맛보기가 이 정도였는데 본 게임은 어떻겠냐. 내 전립선이 똥이고 뭐고 간에, 일단 뒤는 논외야.

너는 박아라. 나는 네 몸을 보고 만지는 쪽에만 집중할 테니까.

그러는 것만으로 이미 쾌락이 넘쳐흐를 거야.

불감증 전립선 따위는 거기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아.

운전하는 명선의 얼굴이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돈을 벌자.

부자가 되어서 숯놈의 단골이 되자.

잔챙이들과의 시시한 섹스는 이제 그만.

좀 더 값지고 좋은 곳에 돈을 쓰자.

23만 원은 절대 비싼 게 아니야.

아니, 비싸긴 해. 비싸긴 한데…… 거기다 모텔비까지 내려면 등골이 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값어치가 있을 거야.

다이아몬드를 사놓고 비싼 걸 잘못 샀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거 아냐.

그 값어치를 하는 건 그만한 값을 줘도 되는 거라고.

좀 전엔 모텔비를 반씩이라도 내자고 좀스럽게 굴긴 했지만, 운전하는 동안 명선의 마음은 차분히 정리되었다.

명선은 결국 재강과의 섹스를 위해 다시 가든에서 일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강의 벗은 몸을 매일이라도 관람하고 더듬어대고 싶었지만, 한 번 할 때마다 23만 원을 내야 하니 엄청난 돈이 들 터였다.

그나마 최대한 줄이고 줄여 일주일에 한 번 한다고 치면 한 달간 필요한 돈은 총 92만 원.

거기에 매번 모텔비도 내면 실 금액은 백만 원 가까이 될 텐데, 명선의 용돈만으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야 집 근처에서 구할 수도 있고, 거의 매일 서울에서 일산으로 출근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겠지만, 아무리 지루하고 짜증 나는 일이어도 재강의 몸이라도 볼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게 백번 나았다.

집에 도착한 명선은 양자와 정식이 퇴근하자마자 달려 나갔다.

“일요일부터 카운터 볼게.”

현관에 들어서던 둘은 대뜸 나온 명선의 말에 놀랐다가도 바로 화색이 돌았다.

“그래, 잘 생각했어, 명선아. 이쪽으로 마음이 끌리는 게 느껴지면 언제든지 돌아오면 돼.”

“그때 하던 거 보니까 우리 명선이가 손님 응대를 아주 잘하더라고. 애가 인상이 밝고 좋은데 그런 사람이 카운터에 앉아 있으니까 손님들이 들어오면서 기분 좋아지고, 나가면서 기분 좋아지고, 그러는 거야.”

명선은 여느 때와 같이 그 둘의 호들갑을 대충 한 귀로 흘렸다.

“근데 나 거기서 일해서 돈 받는다고 용돈 끊어 버리거나 줄이는 건 아니지?”

양자와 정식은 잠깐 흠칫하며 서로의 눈치를 보다 다급히 말했다.

“줄…… 이긴, 용돈은 따로 주고 월급도 따로 줘야지.”

“그럼, 그럼. 우리 명선이가 아직 자립할 정도는 아니니까 용돈이 필요하지.”

명선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몇 시까지 가면 돼?”

“11시 오픈이니까 10시 반쯤엔 와 있어야지.”

양자의 말에 정식이 얼른 양자의 팔을 쿡 찌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11시에 와도 되지. 그 30분 잠 못 자는 게 얼마나 큰데.”

양자가 정식을 봤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명선이, 그럼 11시에 나와. 좀 더 익숙해지면 10시 반에 출근하고, 응?”

“알았어. 아, 그리고 나 토요일엔 일 못 해. 평일 저녁이랑 일요일 종일 근무만 할 거야. 괜찮지?”

양자와 정식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가도 서둘러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좀 더 익숙해지면 다시 얘기해 봐도 되겠지.”

양자의 중얼거림을 뒤로 하고 명선은 의기양양하게 방으로 돌아왔다.

명선은 재강이 일하는 시간에만 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강의 근무 시간이 명선의 근무 시간이자 눈요기 시간이 될 것이다.

돈을 벌자.

부자가 되어서 숯놈한테 얼마든지 주자.

23만 원은 절대 비싼 게 아니야.

다시 그 쾌락을 맛볼 수만 있다면.

그 쾌락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맛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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