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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72화 (72/201)

72화

[게이트 ‘식인 섬의 제단’의 문이 열렸습니다.]

[긴급 퀘스트!!

-거대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게이트 ‘식인 섬의 제단’이 오류로 인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습니다!

-식인 섬에서 탈출한 루가루(Loupgarou)들이 출몰했습니다! 학생들을 구출하고 위기에서 탈출하세요!

난이도: 1++

보상: ???]

강한 마력이 몸을 내리누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뒷골이 확 당기며 몸에 소름이 일었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눈앞에 시스템이 직접 경고를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색으로 빛나는 마나 파장이 마력을 흘리고 있었다. 건물 위, 허공에 떠 있는 게이트는 여태껏 봐 왔던 것들보다 크기가 컸다.

- 까아아악!

비명 소리가 터졌다. 나는 그대로 내가 있던 창문에서 몸을 날렸다. 바닥으로 착지하자마자, 콰차창- 하며 게이트가 열린 건물의 창문들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쿵- 하며 땅이 울렸다.

빌어먹을! 상주 헌터 이 새끼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사달이 났는데 경보음은커녕 아무것도 울리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학교에 게이트가 터진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비싼 돈 주고 썼다는 결계는 어디 가고…!

시나리오에서 게이트가 터진다고 나와 있었지만, 설마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그야 내용이 다 잘려 있었으니까!

나는 당장 게이트 결계 박스가 놓여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평소 굳게 잠겨 있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거기서 얼빠진 현길용을 마주했다. 현길용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놈의 손에 새파란 마력석이 들려 있었다.

“뭐… 뭐 하는 겁니까?”

“아, 나, 나는…!”

현길용의 손에 들려 있는 마력석. 분명 전에 다인 방어 실드기계를 설명할 때 보여 줬던 거였다. 학교 시설 전반에 놓여 있는 실드 기계를 한 번에 온오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였고, 그 기계엔 손바닥만 한 마석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걸 지금 현길용이 들고 있다.

나는 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빌어먹을 개새끼가…!”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실드 기계는 전원이 완전히 꺼져 있었다.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기계를 보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현길용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

“나, 나는 그냥…! 하, 학생을 도와주려고…!”

“누굴 도와줘?”

“시, 시험지를…!”

순간 온몸에서 피가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험지. 그 한마디에 이해가 갔다. 인챈트가 발라져 있어서 경계 알람이 울리는 교실. 거기서 시험지를 빼내려면 알람을 해제해야 한다. 현길용은 지금 학교 전체에 깔려 있는 결계를 해제시키고 시험지를 빼돌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근데 씨발, 왜 마석을 가지고 있어?! 시간이 꽤 지났으니 바로 넣어 놨어야 할 거 아냐!

“설, 설마…! 터질 줄 몰랐어! 진짜야, 나, 난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

너무 어이가 없어 멱살을 쥔 손에서 힘이 빠졌다. 현길용이 바닥을 기며 나에게 마석을 건네려 했다.

“이거, 이것 좀, 이거 네가 가지고, 비밀로 해 줘! 이게 이럴 줄 몰랐어! 그 잠깐 사이에 게이트가 터진다는 게 마, 말이 안 되잖아!”

미친 새끼…. 속이 뒤집힐 거같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 씨발, 시나리오에서 나왔던 현길용이 떠든 말이 이런 상황에서 한 말이었냐고.

시스템 이 개새끼 시나리오를 통해 상황을 제대로 알려 주기라도 했다면… 빌어먹을.

가정은 소용없다. 일은 이미 벌어졌다.

다시 또 진동과 함께 건물이 울렸다.

나는 현길용을 내버려 두고 위로 뛰어 올라갔다. 복도는 온통 난장판이었다. 학생들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계단에서 뛰어 내려오는 아이들이 잔뜩이었다. 저마다 건물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때 밖에서도 비명이 터졌다.

“아아악!”

“아으…! 아…!”

사색이 된 학생 몇이 다시 안으로 바닥을 기며 들어왔다.

“씨… 시발 저게 뭐야악!”

주춤주춤 밀려들어 오는 학생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급식실이 보이는 입구 앞, 괴물이 있었다.

피가 솟구치고, 살점이 뜯겨 나간다. 놈은 잔인하게도 학생 한 명을 붙잡고 파먹고 있었다. 근육이 다 드러나도록 일그러진 피부, 코를 자극하는 썩은 내. 검게 물들어 동공조차 보이지 않는 눈이 고개를 기이하게 꺾으며 나를 향한다.

- 크륵.

루가루. 괴물의 일그러진 뺨에서 드러난 이빨이 보였다. 놈은 살점을 입에 가득 문 채였다.

“아아악! 악!”

뒷걸음질 치는 학생의 뒷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어느새 손에 한야가 잡혀 있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것이 하얀빛을 발한다.

주춤주춤 물러서는 아이들을 뒤에 놓고서, 검을 휘둘렀다. 새파란 검기가 날아가 루가루의 몸통에 꽂혔지만 놈은 타격만 받을 뿐 죽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날려 놈의 목을 베고 잡혀 있던 학생을 내 품으로 잡아당겼다. 어찌나 꽉 붙잡고 있었는지 옷가지가 뜯겨 나가고 파헤쳐진 상처가 보였다. 모가지가 잘려 나갔는데도 검은 핏줄이 도드라진 썩은 팔이 학생을 잡고 있었다. 그것을 뜯어내고 학생을 눕혔다. 이 아이는 이미….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예민해진 감각에 사방에서 우는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비명과 난잡하게 깨지는 소리.

운동장에 한 놈씩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진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을 쫓아 달려들었다. 찢기는 옷, 분수처럼 터지는 피.

몬스터는 허공에 열린 게이트에서 떨어지고 있었고, 놈들은 도망가는 인간을 먼저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좀비처럼 인간을 뜯어 먹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나오지 말고, 다 교실로 들어가. 어디든 일단 들어가서 피해. 문 잠가.”

급하게 복도에 있던 아이들을 양호실과 실습실로 밀어 넣었다. 옥상에 열린 이상 밖도 안전하지 않다. 이놈들은 사냥을 하는 놈들이다. 숨어들도록 밀어 넣고. 비어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아이들부터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문을 막고 창문을 막게 했다.

아직 피하지 못한 아이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층을 올라가면서 마주친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나오지 마세요! 밖에 더 많아요!”

“얘들아, 이쪽으로! 얼른!”

계단을 날듯이 뛰어 올라갔다. 창문을 깨고 들어온 몬스터들이 있었다. 아까 봤던 놈과 똑같은 놈들이었다. 썩은 피부. 드러난 이빨. 그리고 식욕.

품 안에서 호출기를 꺼내 들며 스킬을 전개했다. 그림자 밟기 스킬을 발동하니 디디고 있던 발이 허공에 떠오르고, 나는 돌아가는 송곳처럼 놈들을 후벼 팠다. 두 마리가 쓰러졌다.

“아악! 아… 살려, 살-!”

도망치는 학생을 쫓는 몬스터를 붙잡고 그대로 넘어트렸다. 호출기로 모르젠트에 연락을 넣었다. 넘어진 놈을 밟고서 발광하는 놈의 목을 잘랐다. 꿈틀대는 몸을 발로 차서 떨어트렸다.

홍희가 호출을 받았다.

- 가고 있어! 10분! 아니 5분!

“각본은?”

복도 끝에서 또 한 놈이 창문을 깨고 튀어 들어왔다. 앞에는 피하려는 학생이 있었다. 그대로 검을 들어 놈에게 던졌다. 괴물의 안면에 검이 박혀 들어간다. 빠르게 달려가 놈을 발로 밀어 차 버리고 넘어진 학생을 부축해 일으켰다.

“허어엉…!”

눈물 콧물로 얼룩진 아이를 붙잡고 바로 보이는 교실의 문을 열고 밀어 넣었다.

“얘들아, 안에서 기다려. 일단 책상이랑 사물함 등 다 써서 문이고 뭐고 다 막아. 각본 금방 올 거야.”

반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본다. 정신 차리라고 말할 틈도 없이 나는 다시 계단으로 뛰어 3층으로 올라갔다. 여전히 계단으로 도망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밑으로 내려가 봤자 밖에는 더 많은 놈들이 도사리고 있다.

호출기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다시 귀에 대고 물었다.

“각본은?”

- 웨이브 때문에 일대에 몬스터들 튀어나오고 있어. 진압 중 길 막혔거든? 좀만 더 버텨.

통화가 끊기자마자 미친 듯이 호출기가 울려 대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터진 것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4층으로 올라가자 상황은 더 심각했다. 교실 하나가 벽부터 파헤치듯 파괴되어 있었다.

“살려 주세요!”

피투성이가 된 학생 한 명이 반파된 교실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안에서 괴성과 비명 소리가 울린다.

3학년 3반. 제일 끝 쪽에 있는 반이었다. 혼비백산한 학생들이 튀어나와 계단으로 향했다.

3반에서 앞서 봤던 몬스터보다 몸체가 더 큰 놈이 튀어나왔다.

놈은 온통 피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인두겁을 쓴 괴물의 입이 크게 찢어진다.

나는 아이들을 헤치며 놈에게 달려갔다. 몬스터가 피가 덕지덕지 묻은 몽둥이를 휘둘렀다. 허리를 훅 숙여 피하며 그대로 한야를 통해 놈의 다리를 베어 냈다.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몬스터의 위로 올라타 목 뒤에 한야를 꽂았다.

이놈들은 인간처럼 생겨서, 피도 붉은색이었다.

몸체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3반 교실엔 잡아먹힌 아이들과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뺨에 튄 핏방울을 닦으며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가자. 따라와.”

덜덜 떨며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부축하면서, 엉망으로 헤집어진 시체를 애써 무시했다. 교복에 적힌 이름표가 눈에 띄었다. 피로 얼룩진.

눈을 질끈 감고, 아이들을 부축하며 복도로 나왔다. 창문이 깨졌지만, 그나마 멀쩡한 2반에 아이들을 몰아넣었다. 침착하게 나를 도와 다친 아이들을 부축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름: 정소은

칭호: (비어 있음)

클래스: 비각성자]

“쌤, 어디로, 어디로 가야 되나요?”

“…도망 왜 안 갔어?”

“경보음이… 안 울려서. 차라리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침착한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현길용 이 개자식. 분노가 끓어오르다가, 아이들을 보고 숨을 골랐다. 정소은의 뒤로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나를 보는 얼굴들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일견 담담해 보이기도 했다.

그때, 밖에서 또 괴성이 울렸다. 나는 부축하던 아이를 다른 학생에게 넘기고 복도를 확인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쪽에서 괴물이 코를 킁킁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반대편 복도 끝에선 깨진 창문을 타고 들어온 괴물이 피로 난잡한 입을 벌리며 웃는다. 썩은 내가 다시 코를 찔렀다.

복도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더 없었다. 내려갔거나, 교실로 들어갔거나.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모두 구할 수 없다.

그래도,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구할 수 있다.

재킷 주머니를 뒤져 호출기를 꺼내 정소은에게 쥐여 주었다.

“여기 뒤지면 번호 있어. 모르젠트 연락될 거야. 각본이랑도.”

정소은이 호출기를 쥐고 담담하게 나를 쳐다봤다. 표정은 담담한데, 한없이 흔들리는 눈을 마주 봤다. 피와 먼지로 서로 처참한 몰골이었으나 내가 안심하라는 듯 시선을 마주하자 정소은은 눈 밑을 파르르 떨며 눈꺼풀을 깜박였다.

“쌤이 어떻게 해 볼 테니까.”

“…네.”

“연락 오면 받고, 빨리 오라고 닦달 좀 대신 해 줘.”

손에 쥐고 있던 한야를 더욱 꽉 붙잡았다. 불안한 얼굴로 나를 보는 아이들에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 나 믿어.”

그리고 문을 쾅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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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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