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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118화 (118/201)

118화

아서는 루마니아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도 똑같이 닫히지 않는 게이트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열린 ‘닫히지 않는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루마니아 동부에 열린 게이트도 한국의….”

“신당 5동.”

“시… 시당?”

“…아무튼.”

“ok. 한국에서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열린 것들입니다. 세계를 뒤져 보면 아마 더 있을지도 몰라요.”

아서는 제법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가 영어로 뭐라뭐라 말할 때마다 아예 우반희와 송류진을 따라온 각본 요원이 통역해서 말했다.

“다른 세계 같았답니다.”

“다른… 세계요? 원래 게이트가 다 그렇지 않나?”

“그러니까… 좀 더 달랐다는 말입니다.”

루마니아에서 열린 ‘닫히지 않는 게이트’의 명칭은 검은 이슬의 안개 평야. 등급은 2급으로 떴다.

이름이 참 복잡했지만 어쨌든 이름값을 하듯이 검은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가 낀 평야였다고 한다.

그곳에 최초로 진입한 각성자는 용병으로 일하던 자밀이라는 남자였고, 그는 A급이었다.

“게이트 안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지성체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답니다. 쳐들어간 자밀 일행을 무작정 공격하지도 않고 말이죠. 마치 중세 시대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고 하더군요. 성이 있고 성벽이 있는.”

자밀과 함께 들어간 용병대 인원은 총 30명. 대부분이 A급이었기 때문에 자밀은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을 본 그들은 몬스터가 아닌 자들을 죽일 수 없기에 마을을 살펴보기만 했다. 처음에는 중무장 상태로 마을로 진입했으나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며 쳐다보기만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왔다.

멀리서 정찰과 관찰을 반복하기 삼 일째, 성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그는 키가 삼 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는 자밀의 용병대를 발견하고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눈이 붉게 번뜩이자 이마에 뿔이 생기면서 마기가 그를 중심으로 퍼졌다.

그리고 도살당하듯 용병대가 전멸했다. 자밀을 빼고. 악마 같은 놈의 마기에 의해서.

“그 악마가 말했다는군요. 용병대를 모두 죽이고 자밀을 놓아주면서.”

“…뭐라고요?”

“지구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서 알아듣진 못했답니다.”

“뭐야….”

자밀은 도망쳤다. 아니, 악마가 자밀을 놓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밀은 미친 듯이 뛰어서 게이트 입구가 있던 곳으로 왔다. 뒤에서 악마는 사냥감을 구석으로 모는 것처럼 쫓아왔고. 자밀이 게이트 입구를 향해 달려들 때, 마치 그 쓰임을 다 했다는 것처럼 그를 공격했다.

자밀은 공격받기 전 필사적으로 게이트를 넘어왔지만 악마의 공격을 받아 마기에 몸이 잠식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인 건 그 악마는 게이트를 넘어올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그냥… 게이트가 공략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래서 닫히지 않는 거 아닌가.”

홍희의 말에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본래라면… 보스 몬스터를 잡지 못할 때 게이트가 터지지 않습니까? 웨이브도 그때 일어나고요. 이 게이트는 그런 일이 전혀 없이 그저 닫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악몽의 참견 게이트처럼.”

자밀은 결국 죽었다. 루마니아의 닫히지 않는 게이트도, 들어간 첫 각성자가 죽어 버림에 따라 게이트에 다시 진입할 수 없었다.

“웨이브라는 것이 게이트 공간 내에서 몬스터들이 증식을 하고 게이트가 감당할 수 없게 되면 튀어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헌터들이 게이트에 진입하는 이유가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전에 안에서 모두 죽이려 하는 거잖아요.”

들어 보니 정말 이상한 상황이었다. 아서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봤다.

악몽의 참견 게이트가 닫히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곳곳에 닫히지 않는 게이트가 열렸다.

그 내부는 일반 게이트와 달리 공략하면 끝내는 그런 게이트가 아니었다.

진입한 첫 각성자가 죽고 나면, 재진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 게이트의 내부는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때 자밀을 공격했던 악마가 튀어나온다면 큰 혼란이 생길 겁니다.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게이트 공략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아서는 나를 힐끔 쳐다봤다. 뭐야, 저 눈빛?

어쩐지 불안감에 눈살을 찌푸리자, 시스템이 오랜만에 창을 띄웠다.

[오류로 인한 다중 차원의 간섭이 확인되었습니다.]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지금부터 설명 들어갑니다 ><]

[시스템은, ‘현 차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멍이 생겨서 ‘다중 차원 홀’ 게이트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원의 몬스터들이 지구에서 날뛰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손을 써서, 우리가 있는 차원보다 상위 차원의 간섭을 막고 있었는데…….]

[오류가 일어나서 상위 차원의 간섭이 이루어져 버린 것입니다! ‘마계’는 그래서 열린 상위 차원입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계라고? 닫히지 않는 게이트가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라고?

상위 차원이라니, 그런 개념 자체도 처음 들어 봤다. 아니 그렇다면 처음부터, 신당 5동 게이트가 터졌을 때부터 말해 줘야 했던 거 아냐?!

[클리어런스가 오류를 해결하면 바로 잡히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하필이면 상위 차원인 마계에서 지구가 있는 ‘현 차원’을 발견하고 통로를 열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내가 오류를 해결했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마계에서 게이트를 열어서, 문제가 커졌고.

[악몽의 참견 게이트로 인해 마계가 게이트가 이동할 수 있다는 걸 알아채 버렸어요! 시간이 더 지나면 게이트를 넘어올 방법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야이씨! 그럼 어떻게 하라고!

[클리어런스가 나서야 합니다!]

띠링 하며 퀘스트창이 눈앞에 떴다.

[긴급 퀘스트!

상위 차원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를 닫아라!

- 오류로 인하여 다른 차원의 지성체가 ‘현 차원’을 발견했습니다. 이것 또한 클리어런스가 해결해야 할 오류!

- 마계로 가서 게이트를 연 마족을 찾으십시오!

-???

-???

난이도: ???

보상: 상위 차원 마계와 연결 해제. 게이트를 닫을 수 있게 됩니다.

제한 시간: 닫히지 않는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20일 14시간 32초… 31초….]

나는 기가 막혀서 눈앞에 있는 창을 노려봤다. 아니 씨바 이렇게 갑자기 퀘스트를 주면 어떡하라고! 지금 가뜩이나 시나리오 진행도 남아 있는데! 그리고 물음표는 뭔데. 알려 줄 거면 제대로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사지로 몰아넣고 물음표를 띄우면 뭐 어떡하라는 거야!

“해준… 해준!”

“어, 어.”

“뭐야, 왜 갑자기 아서를 노려보고 있어?”

옆에 있던 홍희가 나를 재차 불렀다. 아서가 눈을 깜박이며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 내고 있었다. 아, 퀘스트를 본다는 것이… 오해를 샀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마음에 안 드셔도, 해 주셔야 하는데요….”

“네?”

시스템에 정신 팔고 있었더니 아서가 한 말을 놓쳤다. 그러고 보니, 응접실에 앉아 있던 모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서는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현재 닫히지 않는 게이트에 진입한 첫 각성자로, 살아 있는 사람은 차해준 씨뿐입니다.”

“아… 예.”

“인류의 평화를 위해… 게이트에 들어가 주시겠습니까?”

“예?”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아서를 바라봤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아서는 내 대답을 뭐로 알아들었는지, 급격히 화색이 돈 얼굴로 양손을 모으고 감격했다는 듯 말했다.

“역시…! 고맙습니다!”

아니 뭔… 뭔데! 뭐가 고마운 건데!

“정의감과… 희생정신. 믿고 있었습니다, 차해준 씨. 협회에서도 당신의 일에 모든 것을 협조할 계획입니다.”

아서는 내가 게이트에 들어갈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퀘스트가 있으니 일단 들어가긴 해야 하고 그렇긴 한데… 당신 너무 나한테 몰아붙이는 거 아니냐…. 아니… 뭔가 당하는 기분인데.

[클리어런스를 믿고 있었다구!]

시스템이 얄밉게 맞장구친다. 이놈아 네가 빼도 박도 못 하게 만들었으면서 지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를 빤히 보던 백루찬이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책상 끄트머리를 톡톡 치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손해인데요. 모르젠트 중요 전력이 협회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것도 그렇고…. 저희는 애초에 협조한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들어 본다고 했지.”

백루찬의 말에 아서가 당황한 듯 눈을 껌벅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우반희가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을 탕 쳤다.

“지금 국제 게이트 협약을 어기겠다는 소리인가? 인명 피해가 생길지도 모르는 중대한 일에 길드가 빠지겠다고? 어디 법대로 해 봐?”

“아니 좀… 그, 진정을-.”

“아, 각성자 목숨은 파리 목숨같이 여기는 분이 할 말이긴 하네요.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못 나오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걸 조사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하는 거 아냐. 최초 입장한 각성자가 들어가야 하니까.”

우반희와 백루찬의 말싸움에 바탈이 끼어들었다.

“내가 같이 간다! 허니와 함께!”

눈치 없이 끼어든 그를 백루찬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노려봤다. 바탈이 헤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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