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2)
청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빤한 증거 탓에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백진이 찌푸린 미간을 펴지도 않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백진의 서늘한 손가락이 부어오른 청하의 유두를 자꾸만 문질렀다. 청하의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아…… 백진아.”
청하가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백진이 불쑥 고개를 숙여 청하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아읏……!”
청하의 입술 사이로 참지 못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백진이 청하의 유두를 입에 머금은 채 민감하게 부어오른 살덩어리에 이를 세웠다. 순간, 짜릿한 고통이 청하의 가슴을 스쳤다. 하읏, 청하는 신음을 삼키며 저도 모르게 제 가슴에 입술을 묻고 있는 백진의 머리카락을 잡아 쥐었다.
“그자가 여기를 이렇게 핥았습니까?”
“아…… 아, 니…….”
“그자도 여기를 이렇게 물고…… 빨았나요? 강제로?”
“흐…… 아…….”
백진의 혀가 짜릿한 고통이 느껴지는 유두를 부드럽게 살살 핥았다. 고통과 자극에 예민해진 유두가 뜨겁고 축축한 혀 아래에서 짓눌리며 저릿저릿하게 달아올랐다. 단단해진 살덩어리를 강하게 입술로 빨아들이며, 백진은 반대쪽 유두에도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뜨거운 입 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늘한 손가락이 잔뜩 긴장한 유두를 문지르고 비벼 댔다. 입과 손가락에 의해 동시에 괴롭혀진 유두가 바짝 일어서자 청하는 허리가 저릿해졌다.
“자, 잠깐…… 배, 백진아…….”
“대답해 주세요, 스승님.”
“아…… 으…….”
청하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꺾었다. 차가운 동굴 벽이 청하의 뒤통수에 닿아 왔다. 백진의 입술과 손가락을 통해 가슴으로 청량한 영기가 스며들어 왔으나, 청하는 거의 그것을 느낄 정신이 없었다. 백진의 입술이 강하게 유두를 빨아들일 때마다 청하의 머리카락이 다 곤두섰다. 백진의 머리채를 붙잡은 손가락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청하는 백진의 머리를 제 가슴에서 떼어 내지 못한 채 애꿎은 머리카락만을 잔뜩 움켜잡았다. 청하의 입술이 더듬거리며 열렸다.
“으, 하아…… 그, 그래, 그랬어…….”
“좋으셨나요?”
끊임없이 영기를 불어넣는 백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더욱 낮았다. 청하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 번이나 가로저었지만 백진의 기세는 누그러들 줄을 몰랐다. 결국 청하는 더듬거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끝으로 갈수록 청하의 목소리가 사그라들며 동시에 젖어 들어갔다. 청하의 가슴을 빨아들이던 백진의 행위가 그제야 조금 부드러워졌다. 잔뜩 달아오른 부드러운 살결을 가만히 핥아 내리던 백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계세요.”
백진이 가슴에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내상을 치료해야 합니다.”
청하는 어쩔 수 없이 밭은 숨만을 내쉬었다. 한쪽 유두를 잔뜩 깨물고 빨아들인 백진은, 그때까지 손가락으로 잔뜩 괴롭히고 있던 반대쪽 유두도 입에 물었다. 타액으로 젖어 있던 유두가 차가운 동굴 공기 속에서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위에 다시금 단단한 손가락이 내려앉았다. 젖어 있는 돌기를 꾹 짓누르다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끝을 긁어내리듯 문지르는 행위에, 청하는 어쩔 줄을 모르고 몸을 비틀었다.
몸에서 힘이 빠진 청하가 천천히 동굴 바닥에 미끄러졌다. 차가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청하의 위에 엎드리며, 백진은 여전히 청하의 가슴에서 입술을 떼지 않았다. 마치 잔뜩 새겨 놓은 주세민의 흔적을 덮어 버리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백진은 청하의 가슴 위로 몇 번이나 제 흔적을 덮어씌웠다. 흰 가슴 위에 발간 잇자국이 몇 개나 새겨졌다.
잔뜩 진탕되었던 청하의 내상이 느린 속도로 천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청하는 눈을 감고 어떻게든 자극적인 감각을 피해 천천히 회복되고 있는 내상에 집중하려 했다. 그러자 잔뜩 긴장했던 몸이 서서히 나른해지며 피로가 쌓여 있던 근육도 천천히 이완되었다.
백진의 커다란 손이 약간 큼지막한 청하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며 쓰다듬었다. 매끈한 근육으로 덮인 아랫배를 거쳐, 움푹 들어간 등의 척추뼈를 하나하나 짚어 내듯 쓸어 올리는 따뜻한 손 아래에서 청하의 몸이 잘게 떨렸다.
한참 만에 청하의 가슴에서 입술을 뗀 백진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대로 계속하겠습니다. 스승님께선 잠시 눈 좀 붙이세요.”
백진의 손이 올라와 청하의 눈 위를 가볍게 덮었다. 이 상황에서 눈을 붙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러나 전투와 긴장으로 지쳤던 몸에 영기가 돌고 가슴과 목구멍을 가득 채우던 핏물도 가라앉고 나자, 청하는 눈앞이 가물가물거리는 것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하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만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기절에 가까운 잠이었다.
백진은 그로부터도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잃은 청하의 가슴을 물고 빨며 영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문득 백진은 고개를 들어 아까보다도 훨씬 더 부어오른 청하의 유두와 울긋불긋한 흔적이 가득한 가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방비하기 짝이 없게 제 아래에서 잔뜩 흐트러진 채로 정신을 잃고 있는 청하의 모습이 그의 눈꺼풀 안쪽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백진은 약간 가라앉은 눈으로 그런 스승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백진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청하의 가슴 위에 내려놓았다. 쿵쿵 뛰는 심장의 박동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백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백진의 머릿속에, 조금 전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제 앞을 가로막던 청하의 등이 떠올랐다. 청하는 객관적으로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으나, 백진에 비하면 키도 체구도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크고 건장하다기보다는 버드나무처럼 늘씬하고 탄탄한 몸이다.
그러나 그 등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백진의 앞에 버티고 서서, 그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대신 받아 내었다.
백진의 손이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얼굴을 감싼 손가락 틈새로 흘러나오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저 아래에 꼭꼭 감춰 두었던 오래된 마음에 새로운 연료가 더해졌다. 이미 한 번 거절당했음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마음이었다.
백진은 제가 뻔뻔하고 파렴치한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제 스승이 기억을 잃은 틈을 타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얻으려 드는 자신의 행동이 비겁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소각주가 그토록 치를 떠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백진조차도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스승이 그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던질 것이라고는.
따뜻해 보이는 다갈색 눈동자가 검게 가라앉았다. 백진의 가슴속에서, 도저히 막을 수도 없고 억누를 수도 없는 어떤 감정이 자꾸만 몸집을 키웠다.
청하가 눈을 떴을 때, 동굴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동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자, 청하의 몸 위에 덮여져 있던 흰색의 겉옷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청하는 뻑뻑한 눈을 손으로 문지르며 흘러내린 옷자락을 집어 들었다. 옷에서는 희미하게 청량한 안개 냄새가 풍겼다. 백진의 냄새였다. 저도 모르게 잠시 그 냄새를 맡고 있던 청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옷자락을 내려놓았다.
‘아, 아니 이건 무슨 변태 같은 짓이지?!’
혹시라도 이런 모습을 누가 보았을까 휙휙 주변을 둘러보던 청하는, 아래쪽에 조그맣게 만들어진 모닥불에서 타닥거리며 잔불이 타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따뜻한 훈기가 동굴 안에 감돌고 있었다.
그때, 동굴 입구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백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하가 깨어 있는 것을 본 백진은 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와 청하의 옆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스승님.”
겉옷 없이 간단한 흰색 중의만을 입고 있는 백진이 다정한 염려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청하는 머뭇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진이 청하의 무릎에 떨어져 있던 겉옷을 들어 올려 청하의 어깨에 꼼꼼히 둘러 주었다. 백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옷이 많이 상하셨으니 우선은 이것을 걸치고 계세요. 마을에 도착하면 옷을 구해 보겠습니다.”
청하는 제 옷시중을 들고 있는 백진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단정하고 수려한 얼굴은 언제나처럼 차분하고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잠시 제게 옷을 입혀 주는 백진을 구경하고 있던 청하가 처음부터 궁금해하고 있던 것을 물었다.
“어떻게 그리 빨리 찾아왔느냐.”
백진은 청하의 옷깃을 마지막까지 단단히 여며 주고 난 후에야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청하를 향해 입꼬리를 올려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승님께서 비무대회가 한창이던 양회루 한복판에서 납치되셨으니, 온 강호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마교 놈들이 스승님을 그들의 본거지로 데려갔을 것이 분명하니, 다행히도 목적지는 확실했지요. 도원맹에서 최대한 빨리 스승님을 추적하기 위해 영기를 보하는 환단을 지원해 주기도 했고, 이것저것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곧 백진의 얼굴이 흐려졌다. 백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애초에 스승님께서 그 간악한 무리들의 손아귀에서 고초를 겪으시게 하다니…… 제 불찰입니다.”
“아니…… 나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을 네가 어쩌겠느냐. 오히려 이리 구하러 와 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지.”
청하는 민망한 얼굴로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백진의 얼굴을 살피던 청하가 약간의 미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걱정했느냐?”
백진의 시선이 청하를 향했다. 잠시 침묵하던 백진이 몇 번이나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것은 한마디였다.
“……예.”
청하는 순간, 그 대답 뒤에 감춰진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불안감, 초조, 절망감, 걱정, 안도, 갈등, 분노, 자괴감, 혼란스러움, 죄책감……. 청하는 차마 무어라 할 말이 없어 그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돌렸다.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주세민 그자가 그리 앞뒤 생각 없이 마기를 내뿜을 줄은 몰랐구나.”
“다친 것은 스승님이시잖습니까.”
백진이 곧장 그렇게 대답하곤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백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던 청하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혹시…… 화났느냐?”
“……아닙니다.”
“에이, 화났으면서.”
“아닙니다.”
토라진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을 반복하는 백진을 앞에 두고, 청하는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어 제자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청하가 백진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달래듯 말했다.
“화 풀거라. 그래도 이리 회복했으니.”
“그런 것…… 아닙니다. 그냥…….”
“그냥?”
백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음에는 그러지 마십시오, 스승님.”
그러나 청하는 멀뚱히 백진을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그것은 들어주기 어렵겠구나. 스승이 되어서 어찌 제자를 모른 척하겠어. 그러니 다음번엔 네가 공격받지 말거라.”
막무가내로 그렇게 명령한 청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진이 얼른 청하의 팔을 잡고 부축해 주었다.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던 청하가 살짝 비틀거리자 백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시지 않았습니다, 스승님. 조심하십시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청하가 입을 열었다.
“근처 마을에 내려가 봐야겠다. 소식을 좀 알아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