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4)

[서생일기] - 필리트    

“아흑.. 제..제발 그마..ㄴ!!”

“허..헉. 이제와서 그런말이 통할 것 같나. 후우.. 좋아.”

감히 누가 들을 새라 낮 뜨거운 신음을 소리죽여 터트리며 온 몸을 잔뜩 수축시키는 남자의 뽀얀 살결과 대비되는 붉은 입술을 

연신 촉촉한 혀로 쓸어내며 잔뜩 성이난 자신의 물건을 은밀한 구멍에 사정없이 박고 있는 복면의 사내는 

거침없이 남자를 유린하는 데만 온갖 정신이 팔려있다.

거세게 불어오는 방 문 밖 바람소리에 덜컹거리는 장지문. 

하늘거리며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 위태롭게 빛을 밝히고 있는 호롱불아래 반쯤 벗겨진 조끼와 저고리 사이로 

사내에게 깨물리고 괴롭힘을 당해 진한 자줏빛으로 물든 유두가 아슬아슬하게 비치는 가운데, 

부둥켜  안고 있는 두 사내의 발 밑 근처에는 바지와 두루마기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감히..흐억.. 처..천벌을 받을...아악..”

“후훗.. 이렇게 달디 단 벌도 있다던가. 서생. 하..읏 좀 더 힘을 내라구.”

귓가에 간지럽게 속삭이며, 도망가려는 자신의 몸을 간단히 제압하고 

마치 놀리는 냥 더욱 세게 허리를 놀리는 사내를 느끼며 선비는 하릴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 이 모든게... 전부 다 나의 무능함 때문이로다. 아아..’

***

때는 바야흐로 조선조 초. 

태조께서 문무의 기틀을 다져놓으시고자 전국의 인재를 뽑아 나라로 거둬갈 일에 온 힘을 쏟고 있을 무렵이었다.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입신의 기회를 모든 선비들에게 부여한다 하였으나 아직도 이곳 [안서현] 같은 조그마한 고을에서는 

단순한 서생의 신분으로는 과거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없을뿐더러 

행여나 높으신 님들의 눈에 들만큼 갖다 바칠 재물을 모을 힘도 없었다.

[안서현]의 [마산재]라는 마을에는 이렇듯 빈궁한 처지로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글이나 읊조리며 가난하게 살고 있는 “궁생”이라 불리는 서생이 한명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한 인. 벼슬은 이미 몇 대째 끊긴 상태고 가난한 살림에 아직 장가도 들지 못하여 자칫하다간 대마저 끊어질 참이었다. 

홀 어머님을 모시면서 근근이 아이들 글공부를 지도해주며 얻는 몇 푼의 전으로 겨우겨우 끼니만을 이을 수 있었던 그는 

어느 날 밤 더 이상 주린 배를 참지 못하고 무언가 굳은 결심에 서둘러 성장을 한 채 집 밖을 나섰다.

‘아니 된다. 이건 옳지 못한 짓이야. 어찌 학문을 하며 도리를 지키는 선비로서 물질적인 안위를 바란단 말인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이제 거의 추수기에 접어든 논길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걷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길 수어차례. 

마음속에서 온갖 잡생각이 마음약한 어린 서생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때마다 요즘 들어 부쩍 말라가며 

찬바람에 마른기침을 내뱉곤 하시던 유약한 어머님이 떠올라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내딛어야만 했다.

‘한번만! 그래 딱 이번 한번만이다. ’

드디어 굳은 결심을 하고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인 통통한 벼를 재빠르게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행여나 들킬 새라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들고 온 조그마한 포대가 반쯤 찼다 싶을 때까지 인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마에서 콧등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며 얼핏 고개를 들었을 때, 

환영인 듯 저 멀리서 ‘홱’하고 무엇인가가 지나가는 기척에 움찔 몸을 떨며 그대로 몸을 굳혔다.

온 몸이 조여드는 긴장감속에 잠시 숨이 멎을 듯 놀라던 서생은 이내 그것이 잔바람이 일으키는 장난쯤으로 여기고 

서둘러 포대를 갈무리하여 품에 안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떨리는 손으로 미처 여미지 못한 두루마기에서 무엇인가가 작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지만 

이미 앞서 달려 나가는 선비의 눈에 띌 리 만무했다.

이튿날 아침. 정성스레 갈아 먹기 좋은 뽀얀 쌀죽과 변변한 찬이 없어 간장이 담겨진 종지를 조심스럽게 상에 올려 

어머님께 올려 보낸 후, 다 떨어져가는 문짝이 삐걱거리는 을씨년스러운 소음을 내는 부엌의 아궁이 구석에 쭈그려 앉아 

서생은 깊은 후회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없는 살림에 그리도 정성을 쏟았건만, 도둑질을 했다는 평생 씻지 못할 치욕스런 일까지 자처했건만... 

끝내 어머님은 아침상 한술 제대로 떠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고야 말았다.

제대로 된 치료도 할 수 없어 피를 토하는 어머님을 발만 동동 구르며 바라봐야 했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인의 가슴을 치고 지나가며 울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벌을 받은 거다. 도리를 져버린 나 같은 미천한 것에게 천벌을 내리신 거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한없이 유약하기만 하고 대쪽 같은 선비는 괴로움에 미칠 것만 같았다. 

도저히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우선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어머님의 장례를 조촐하게나마 치르고 추모제가 끝나는 날 그 뒤를 따르기로 굳게 맘먹기에 이르렀다.  

“어머님 삼년상을 다 치르지도 못하고 자식의 도리마저 져버리려는 이 못난 인을 용서하여 주소서. 

소자는 더 이상 선비라는 이름을 입에 담지도 못할 만큼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부디 다음세상에서라도 건강한 옥체로 다시 뵙기를 바라옵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님의 무덤이 자리한 동쪽을 향해 두 번 연거푸 절을 올린 후, 

고개를 숙여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들린 작고 날카로운 도를 바라보았다.

한 번에 제대로 찌를 수 있을까. 

길다란 저고리 소맷단을 접어 올려 하얗고 가느다란 팔목이 드러나자 

꿀꺽 마른 침을 삼킨 인은 곧 숨을 멈추고 반대쪽 손에 힘을 주어 깊게 칼을 그어 내리려 했다. 

‘덜컹’ 하고 거친 발길질에 한지를 곱게 이어붙인 장지문이 부서질 듯 활짝 열려진 순간 화들짝 놀라 칼을 떨어뜨리기 전까지는.

“누..누구시오!! 어이하여 야심한 시각에 이렇듯 불쑥 예의 없이 쳐들어온단 말이오. 그 괴이한 옷차림은 또 무엇이고!!!“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못 이을 만큼 당황한 서생을 잠시 바라보던 검은 복면의 사내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신도 벗지 않고 말 없이 방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대체 누구 길래...”

털썩. 서생의 발 앞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소책자로 시선을 돌린 순간, 그는 더 이상 말문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제 밤. 쫓기듯 도둑질을 하고 들어온 후 잠자리에 들기 전 그토록 찾았건만 보이지 않았던 일기장이었다.

두근두근. 빠르게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체 이걸 왜!! 왜 저자가 갖고 있단 말인가.

“이것이 무언지 모르지는 않겠지. 옷차림을 보고 설마하니 서생이었을까 싶었는데 흠.. 정말이었군 그래.”

꿀꺽 침을 삼키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을 집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복면의 사내가 거칠게 발길질로 선비를 밀어내 구석으로 내동댕이쳤다.

“컥..쿨럭..”

거친 기침을 연신 뱉어내며 나가떨어진 선비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춘 그의 발. 

온 몸을 휘감고 있는 검은 천 때문에 그가 어디의 누구고 무슨 목적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서생의 신분으로 도둑질이라니. 세상 사람들이 들으면 학문이 썩었다고 비웃겠군. 안 그래? ” 

잔뜩 비꼬는 말투로 인을 조롱하기 시작한 복면의 사내는 울컥함에 인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가까이 끌어당겨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자결이라도 할 모양새인데, 그런다고 도둑질 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고작 하찮은 그깟 일 때문에 없애려는 몸뚱아리라면 내가 더욱 가치 있게 개발해 주지. 

괜한 개죽음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송장 치우게 하는 짓일랑 그만두고 차라리 나에게 맡겨보면 어떻겠나. 후회하지 않게 해줄 자신이 있소만.“

“대체 원하는 게 무엇이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욧!”

정신없는 와중에도 꿋꿋함을 잃지 않고 호통을 치는 인의 모습에 잠시 복면의 그가 눈을 가늘게 휘며 웃었다고 생각한 순간, 

‘욱’ 하는 마음에 인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대로 덮쳐오는 사내의 그림자에 인의 공포에 질린 두 눈이 까맣게 물들었다.

이내 거칠게 팔이 뒤로 꺾이며 그대로 몸이 뒤집어져 그에게 눌린 자세로 바닥에 깔려버리자 

알 수 없는 공포에 거칠게 반항하며 인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대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뭐냐 물었소? 길게 말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니 몸소 보여드리는 것이 낫겠군. 후훗”

낮게 깔리는 그의 웃음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바르르 떠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그대로 온 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버리고야 말았다.

바스락 거리며 옷을 걷어내는 소리. 이내 느슨해지는 허리띠.

아냐 믿을 수 없다. 이 사내가 하려는 짓은 정녕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경악으로 질려버린 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본 복면의 사내는 이내 달래듯 조용조용 읊조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죽기로 작정한 몸. 죽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대에게 환희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자 하는 내 이 노력을 조금이나마 알아주길 바라오.”

“무..무슨!! 이 짐승만도 못한...”

순식간에 벗겨져 횅하니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버린 하반신을 느끼고 인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상황이 심히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거칠게 무릎으로 허벅지를 찍어 무자비하게 벌리고 있는 이 자는 미친 거다. 분명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필사적으로 방바닥을 긁으며 쇳소리를 내뱉는 인의 입을 거친 손이 틀어막더니 

사내는 이내 인의 귓가에 대고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 서생 나으리. 아무리 나라도 온 동네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이 짓을 하는 건 조금 창피해서 말이지. 

더 이상 추한 꼴 보이기 싫다면 그만 입 좀 다물어 주겠소.”

츄읍.. 복면사내는 낼름 혓바닥을 내밀어 게걸스럽게 야들야들한 귓불을 핥으며 

더러운 침을 사방 여기저기 발라놓으며 양 손으로 인의 가녀린 손목을 그러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등 뒤에서 눌러오는 심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에서 

역시 절대 남들에게 지금 당하고 있는 더럽고 추한 꼴은 보일 수 없다는 강한 의지로 인은 억지로라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떨지 마. 죽으려고도 했으면서 뭘 이정도로 그러시나. 서생 나으리.”

이죽거리듯 등 뒤에서 울리는 위협적인 목소리에 인은 저절로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키려 무던히도 노력해야만 했다. 

오로지 머릿속에 ‘이 놈을 죽이고 나도 죽어야 한다.’라는 생각만이 꽉 들어차 잠시 사내의 움직임을 놓친 사이, 

거침없는 손길이 허벅지 안쪽을 파고드는 느낌에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격한 비명과 함께 다리를 꽉 오므렸다.

“무..무.슨.짓.이.오!!! 정녕 이 자리에서 나를 욕보이겠다는 것인가. 그러고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소!! 천벌이 두렵다면 당장 멈추시오.”

체면이고 뭣이고 마음이 급해진 인은 버럭 호통을 치며 마지막 남은 용기를 짜내어 사내를 말리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을.

사내의 거친 손은 꽉 맞물린 허벅지 사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 인이 힘을 주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고 

‘슥슥’ 여린 살들을 비벼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아 필사적으로 방바닥을 긁으며 위로 위로 꿈틀거리며 기어 올라가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쳇’하며 가볍게 혀 차는 소리와 함께 허무하리만치 쑥 아래로 끌려 내려가면서 인은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아아 왜!! 왜 내가..이런.’

“후..아직 안돼. 벌써 지치면 안 되지 나으리.”

“흐윽.. 제..제발. 이제 더 이상은.. 아흑..하아...악...”

“설마..훅..허억.. 아직은 아니잖아.”

온 몸이 붉게 물든 채 건장한 사내의 품에서 오들오들 떨어대고 있는 이는 진정 인이 맞았다. 

사내에게서 벗어나려는 반항이 전혀 쓸모없게도 힘으로 내리눌려진 채 그대로 범해진 것이 약 두 식경 전.

성난 불기둥처럼 크고 단단한 대물이 쑤시고 들어오는 고통에 처음 몇 번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처참했었다. 

감히 상상도 못한 그 좁디좁은 곳을 억지로 벌리며 헤집어 놓는데 두 눈이 홱 뒤집힐 정도로 비명을 지르며 울며불며 사내를 밀어내었다.

으르렁거리며 유두를 아프게 씹어대고 급기야 쪽쪽 빨아대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계속 소리를 지르겠다면 

이대로 평생 가둬놓고 이 짓만 하게 할 거라는 협박에 그대로 온갖 터져 나오려는 욕지거리와 비명들을 입 속으로 삭히면서 

파르르 떨다가 급기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정신을 놓기를 수어차례.

“윽..아흣..시..싫어...거긴..아..안돼.. 흑!”

인의 입에서 조급한 신음성과 함께 알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조금 전이었다. 

인이 기절하거나 말거나 제 욕심만 채우던 놈이 슬슬 그것도 질리기 시작했는지 몸 속 여기저기를 장난삼아 쿡쿡 찔러대는 느낌에, 

수치심으로 확 붉어진 얼굴을 홱 돌려 최대한 그를 외면한 채 그저 지친 듯 힘없이 흔들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강한 수축과 함께 허리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라 이것봐라’ 

인의 변화를 재빠르게 눈치 챈 사내가 잠시 몸을 굳히더니 이내 미친 듯이 조금 전 쑤시던 곳을 세게 마찰하며 비벼 올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뒤따르는 것은 역시나 사내의 예상대로 쾌감에 절은 신음성. 

저절로 양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 꽉 오므린 채 점점 맞대고 있던 허벅지가 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조여 오는 느낌에 사내는 더욱 신이 났다.

그대로 사정 봐주지 않고 ‘퍽퍽’ 쉴 새 없이 차올리니 살갗이 비벼지며 

여기저기 흩뿌려진 애액이 질척한 소음을 만들어내며 출입을 더욱 매끄럽게 도와준다. 

연신 도리질을 치며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제발 그만’이라며 울부짖는 인의 말과는 다르게 이제는 허리를 바짝 치켜 올리며 

그가 빠져나갈라치면 그의 물건을 꽉꽉 물며 놓지 않고 같이 따라서 움직이는 모양새가 사내의 맘에 쏙 들었다.

“하아..윽윽..차..차라리.. 차라리 죽여..큭..!!”

“쿡쿡 설마.. 자..그렇지. 그렇게 움직여. 후우. 역시 똑똑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배우는 것도 빠르군 그래.”

아예 몸을 획 돌려 인을 자기 위에 앉혀놓고 처음 당해보는 자세에 움찔거리며 도망가려고 하는 허리를 강하게 부여잡아 

한 치의 틈도 없이 끼워 넣고 그대로 흔들었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터져 나오는 여린 눈물과 오싹한 교성에 더더욱 온 몸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사내는 그 누구를 안아도 누릴 수 없었던 쾌감에 절대 인을 놓아주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그를 받아들이고 있는 엉덩이 뒤쪽에서부터 얼얼하고 뜨거운 기운이 온 몸을 화륵 태워버릴 것만 같아 결국 참지 못하고 

온 몸을 비틀며 떨어대던 인은 이미 반쯤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가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가 사내의 양 어깨에 손을 짚은 자세로 반쯤 엎어진 채 정신없이 흔들렸다.

자신의 엉덩이를 꽉 움켜잡은 사내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감을 느낌과 동시에 

몸 안을 뚫을 듯 드나들던 대물의 움직임이 어느 순간 아까 자신이 느꼈던 부분만을 아프도록 문질러오며 뒤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자 

인은 결국 연달아 치밀어 오르는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날카로운 신음을 내뱉으며 와르르 그의 가슴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흐앗..아흑!! 더..이상은.. 아악!”

“조금만, 후욱. 그래. 좋아 인. ”

쓰러진 인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끌어 안은 채 아래에서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사내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고 거칠어진다고 생각되어질 무렵,

강하고 깊숙이 찔러 들어와 박힌 채 순식간에 ‘팟‘하고 퍼지는 매끄덩하고 따뜻한 느낌에 

인은 몸서리치며 반사적으로 엉덩이에 힘을 줘 그를 꽉 물었다.

쾌감에 겨운 사내가 더운 신음을 흘리며 두어 번 온 몸이 움찔하고 떨릴 정도로 강하게 삽입하여 

넘칠 듯이 애액을 뿌려대며 부둥켜 안은 채 숨을 고르다가 이윽고 미끈한 점액질이 길게 늘어진 물건을 천천히 빼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온 몸을 사내의 몸 위에 축 늘어뜨린 채 이제는 아예 말라버렸는지 눈물도 나오지 않아 그저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렇게 가쁜 호흡만 겨우 이어가고 있던 인은 문득 땀에 절은 손이 자신의 엉덩이 쪽부터 

등 위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 느낌에 진저리를 치며 번쩍 눈을 떴다.

“그래. 그토록 치를 떨며 도리질을 치던 사내의 맛은 어떠하셨는가?”

두 눈 가득 냉정함을 담은 채 입술 끝을 살짝 말아 올리며 여전히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로 인을 떠보는 사내를 마주 바라보며 

인은 절규하며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자의 말대로 되고 말았구나. 나도 똑같은 짐승이었구나. 

옛 성현의 고사나부랭이나 읊으면서 고결한 척 위선을 떨었던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었어. 흑흑’

아아. 저도 모르게 괴로운 신음을 토해낸 인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눈앞이 캄캄해지며 머릿속이 어지럽게 빙빙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외마디 소리를 내뱉고는 털썩하고 그의 가슴위로 쓰러지며 정신을 놓았다.

“후훗. 안돼지. 모처럼 발견했는데. 미안하지만 그렇게 쉽게 보내줄 수는 없어. 궁생 나으리!”

아무도 모르게 금단의 장난감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아이처럼 웃음을 터트리며 더욱 인을 품에 쏙 끌어당겨 안은 채, 

사내는 드러난 가녀린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이젠 그만... 죽게 해줘!]

기절하기 직전, 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이것 이었다.

***

한 달 후, 

오늘도 인은 여느 때처럼 작은 호롱불 하나에 의지한 채 붓에 먹물을 적셔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일기를 써내려갔다. 

긴긴 겨우내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은 매일 매일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잠시 후 닥칠 일만 아니라면.

휴우.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쉰 인은 곧 들이닥칠 불청객을 생각하며 잠시 이마를 찌푸리다 천천히 일기장을 덮었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이 보잘것없는 일기장도 이젠 거의 다 써가고 새것을 장만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선 또 ‘그 놈’에게 부탁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오싹한 느낌에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저벅저벅. 소복이 쌓인 눈을 즈려 밞으며 거침없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오늘도 거칠게 열어젖혀진 장지문사이로 찬바람과 함께 검은 복면의 사내가 들어온다. 

곧이어 미약하게 흔들거리던 호롱불이 거짓말처럼 싹 꺼지고 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치 버려진 것처럼 쓰러져가는 작은 오두막에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정사가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밤새 울리던 그들의 야한 신음소리는 펄펄 내리는 눈 속에  묻혀 그대로 어둠속으로 사라진 채 바스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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