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발현> (1/7)

<발현>

 

“하하, 야, 여기 아래로 기어 봐.”

“기기만 해도 질질 싸는 거 아니냐. 알파 다리 사이인데.”

“아, 존나 웃겨! 허흐흐, 미리 카메라 켜 놔.”

“한 번 박아 줘야 발현하는 거 아니냐? 누가 아다 딸래?”

난 웃으며 휴대폰 카메라를 꺼냈다. 내 앞의 저 비루먹은 새끼는 이유한. 생긴 게 꽤 반반하고 허우대 좋긴 해도 그래 봤자 오메가 새끼. 아니, 아직 오메가로 발현되진 않았지만 오메가 부모 사이에서 알파가 날 리는 없으니까 거의 오메가 확정이었다.

저 새끼의 부모가 오메가라는 걸 애들이 알게 된 후 괴롭힘이 시작됐다. 이유한은 지 딴엔 반응이 없으면 재미가 없어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지 늘 무표정으로 지 일이 아닌 양 상황을 관조했지만 그럼에도 괴롭힘은 끊이지 않았다.

가끔씩 스위치가 눌렸는지 반응해 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워낙 반응이 없다 보니 그런 조그마한 반응이라도 이끌어 내 보려고 안달하는 새끼들이 많았다. 유치한 새끼들. 나야 뭐, 이런 질 낮은 괴롭힘에 동조하는 건 아니지만 재밌긴 해서 가끔 끼기도 했다.

알파라는 이유만으로 칭송받는 사회, 오메가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받는 사회. 인권 운동가들은 이런 사회의 세태에 형질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글쎄, 이미 법부터가 글러 먹었다.

예를 들어 오메가 강간죄는 형 자체가 솜방망이 수준으로 약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집행부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나 가해자가 알파라면 페로몬 때문이라고 운운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신고 접수를 하러 들어온 오메가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고. 굉장히 불공평한 처사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도 나와는 그닥 상관없다. 차별받는 오메가들? 그래, 뭐 좀 불쌍하기도 하다만 어쩌겠냐. 세상이 이런 걸. 솔직히 딱히 관심도 없다. 어쨌든 나는 알파니까. 아직 발현은 되지 않았지만 알파임이 확실했다. 부모님도 두 분 다 알파신데 내가 오메가나 베타일 확률? 한 0.0001%정도는 될까?

나를 형형히 노려보는 이유한의 눈을 마주하며 웃었다.

건방진 오메가 새끼. 넌 내가 알파로 발현하기만 하면 아주 걸레짝이 되도록 박아 준다.

***

“씨발!”

이건 말도 안 된다. 드디어 발현을 했나 했더니. 내가 오메가라고? 말도 안 돼. 알파 사이에서 어떻게 오메가가 나와? 병원을 다녀온 뒤 우리 집안은 뒤집어졌다.

부모님 사이에 오가는 말다툼이 안방 문 사이로 고스란히 들려왔다. 누구 애새끼냐, 그럴 리 없다 등. 화목했던 가정이 단숨에 파탄 났다. 나는 그런 말들을 멍하니 듣다 방으로 갔다.

“씨발… 아니야. 이건 아니야.”

발현을 하기 전에는 보통 열병을 앓기 때문에 3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내가 발현 증상을 보였다는 건 애들이 다 알고 있었다. 이미 알파로 발현된 거 축하한다는 문자가 수두룩했다.

씨발. 이건 말도 안 돼. 이 썩어 빠진 사회가 오메가한테 얼마나 각박한지 알고 있다. 이유한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 새끼는 아직 오메가로 발현한 것도 아닌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그 괴롭힘을 받았다. 나 역시 아직 발현 전인데도 가능성이 높다고 떠받들어졌고. 그런데 이 판국에 내가 오메가로 발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숨겨야 된다. 절대 들키면 안 돼. 발현됐다고 무조건 페로몬을 풍기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들키지만 않으면 돼.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몰라.

아니, 그런데 이거 진짜 오진 아닌가? 스물이니까 한창 변동이 많을 때고, 혹시 바뀔 가능성이 있지도 않나? 아, 진짜…. 씨발, 이게 도대체….

삐리리리.

휴대폰을 들었다. 김진상 녀석이다.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어이, 알파님. 발현은 했냐?]

“…했지.”

[그래? 알파가 되신 소감은 어떠냐?]

“그냥. 뭐, 별거 없어.”

[와, 이 재수 없는 새끼. 그래, 알고 있었다 이거지. 막 갑자기 꼴리진 않냐?]

“딱히.”

[그래? 내일은 학교 나오지?]

“어… 나가야지.”

씨발.

[야, 내일]

김진상의 목소리가 습하게 가라앉았다.

[이유한 새끼 따먹자.]

“…뭐?”

[그 새끼 오메가로 발현함.]

“오메가로 발현했다고? 발현하고 학교 왔어?”

[아니. 너 학교 안 나온 다음 날부터 안 나왔는데 보나마나 그 새끼가 오메가겠지 뭐겠냐. 어? 알파 된 기념으로 한 번 신고식 치러야지. 그 새끼 오메가 된 기념으로 구멍 개통식도 해야 되고.]

개씨발.

“이유한은 내일 학교 온대?”

[몰라. 근데 늦어도 내일모레는 오겠지.]

“일단 난… 그 새끼한테 안 박아. 안 꼴려.”

[와. 구멍 가리는 거 봐라. 이 새끼 이거.]

“야, 됐고 끊는다. 할 거 있어.”

[아, 그래 귀한 알파님 할 거 많으시겠지. 그럼 낼 봐.]

나는 대답을 안 하고 전화를 끊었다.

…들키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괜찮을 거다. 나는 연신 괜찮다고 중얼거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하나를 올렸다.

「제목: 알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메가였으면

내용: 어떰? 근데 그거 구분 가능하냐? 페로몬 안 푼다는 전제하에.」

글을 올리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금방 띠링 알림이 울리고 댓글이 달렸다.

「익명1: 오메가였으면 구멍 개통식이지 뭐 하겠냐 아 근데 존나 괘씸하네ㅋㅋㅋㅋ 오메가 주제에 뭔 알파 행세야.」

이 씨발.

「익명2: 페로몬 개방 안 하면 모릅니다~ 근데 들키면 좆 될 듯.」

「익명3: 본인 얘기면 끝까지 숨기세요. 들키면 진짜 돌림빵 당하고 별별 더러운 짓 다 당합니다.」

「익명4: 처음부터 안 속였으면 몰라도 알파라고 속였는데 오메가면 진짜 어이없을 거 같다ㅋㅋㅋㅋㅋㅋ 바로 갱뱅ㄱ」

이 좆같은 새끼들. 이 개썩어 빠진 사회. 일단 들키면 좆 되는 건 기정사실인 듯하다.

하… 어쩌냐 이걸. 아니야. 너무 과도한 걱정이다. 어차피 안 들키면 되는 건데. 밖에서 페로몬 풀 일이 뭐가 있겠어. 그래. 걱정 말고 잠이나 자자.

***

다음 날 학교에 나가니 역시나 떠들썩했다.

“이야 알파님 납시셨다.”

“오오오, 야, 어때?”

“뭐가 어때. 걍 별 차이 없다고.”

나는 무심하게 답하며 가방을 놓았다.

“야야, 페로몬 한번 풀어 봐.”

“뭔 페로몬을 풀어. 여기서 풀면 학주한테 바로 잡혀가는데 뭔 개소리야 진짜. 이 새끼가 나 엿 먹이려고 작정을 했나.”

“야, 왜 이리 까칠하냐. 아직 열 안 가심?”

“당연히 여기선 안 하지. 이유한 오면 이따 창고 가서 한 판 뜨자. 페로몬도 풀고. 그 새끼 존나 질질 싸고 난리 날 듯.”

“됐어. 안 할 거야.”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 도덕관념이라곤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사악한 새끼들.

“와, 이 매정한 새끼. 그럼 페로몬만 풀고 가. 우리가 따먹게.”

“싫다고!”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건 안 그래도 썩은 내 풀풀 풍기는 면상인데 인성은 그보다 더 악취가 나는 듯했다. 저저 사탄 새끼들 저거.

“와, 존나 예민해.”

“야야, 아직 예민한가 봐. 걍 냅두고 나중에 말 걸어.”

“그래. 발현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아, 그래. 간다 가.”

애들은 우르르 매점에 간다고 교실 밖을 나섰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이유한이 들어섰다.

“어? 이야~ 오메가 새끼 왔냐?”

“저 때깔 봐. 발현했더니 박음직스럽게 더 뽀얘졌나.”

쓰레기 새끼들이 저급한 말을 지껄이며 낄낄거렸다. 이유한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곤 쓰레기들의 어깨 너머로 날 똑바로 주시해 왔다.

“이 새끼가 건방지게 어디서 웃….”

희미한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베타, 아직 발현을 안 한 애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바로 눈치챘다.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마주했다.

“너… 네가….”

이유한이 알파로 발현했다.

“어?”

이유한은 살짝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유한의 페로몬을 맡지 못하는 애들은 상황 파악을 못 한 채 어리둥절해하다 화를 냈다.

“저 건방진 새끼가!”

“야, 오메가 교육 한번 하자.”

“저런 것들은 초장에 잡아서 헐도록 박아 줘야 고분고분하지.”

쓰레기 하나가 이유한의 어깨에 뻗은 손길이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졌다.

“야, 저 새끼 알파야!”

한 외침에 반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뭐?”

“태건아, 이유한 진짜 알파야?”

김진상이 충격받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씨….

“아, 너 설마.”

이유한은 아이들의 반응엔 시선 하나 주지 않고 내게 몸을 숙였다.

“오메가야?”

귓가에 속살거리는 낮은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딴 일이….

이유한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야.”

이유한이 눈을 휘었다.

“…따라와 봐.”

나는 이유한의 손목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오메가 참교육 어쩌고 하는 천박한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나도 이유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쓰레기 새끼들이 따라올까 봐 걱정됐는데 다행히 따라오는 것들은 없었다.

일단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빨리해 걷다가 체육 창고로 들어갔다. 새 강당이 신설되면서 현재는 쓰지 않고 방치된 체육 창고엔 방금 양아치 새끼들이 왔다 갔는지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뿌연 연기 사이로 이유한의 말끔한 얼굴이 보였다.

“너 오메가로 발현했지?”

이유한이 비웃음을 걸치며 물었다.

“…야. 내가 너한테 뭐 나쁘게 대한 적은 없었잖아.”

나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으며 말을 늘어놓았다.

솔직히 몇 번 그에게 우유를 던지거나 애들의 음담패설에 동참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냥 애들이 하도 그러고 다니니까 어울려 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몇 번 동조한 것뿐이었다. 내가 주도해서 괴롭힌 것도 아니고 난 잘못 없지. 막 심하게 때리거나 뭐, 그런 적도 없잖아.

“너 다른 애들한테 관심 없는 것도 알아. 솔직히 알잖아? 내가 오메가인 거 밝혀지면 저 새끼들이 어떻게 나올지. 진짜 사람 인생 하나 살린다 치고 입 다물고 있어 주라. 내가… 부, 탁한다.”

부들부들 떨며 말을 맺었다. 수치심과 모멸감에 고개가 푹 숙여졌다. 씨발 내가 이 새끼한테…. 상황이 왜 이리 좆같이 흘러가게 된 건지 모르겠다. 왜 저 새끼가 알파고 내가 오메가야. 왜.

“그게 부탁하는 태돈가?”

“…뭐?”

“저것들이 저번에 그러던데? 구멍 개통식 준비하라고. 너 신고식 치러 줄 거라면서. 근데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네가 내 신고식 치러 줘야지. 걔네 기대 많이 하고 있던데 여기로 부를까?”

“야! 이 씨발 새끼!”

이유한의 망언에 기겁을 해 외쳤다. 저 개쓰레기 새끼!

“넌 씨발 피도 눈물도 없냐? 사람 강간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왜? 네가 그런 말 하니까 웃기네. 나 박아서 발현시켜야 된다고 카메라 꺼낸 게 누군데.”

“그건….”

말문이 막혀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솔직히 내가 먼저 한 건 아니잖아. 그래, 내가 좀 짓궂게 굴었던 건 인정해. 근데 이건 아니지. 내가 좀 그러기도 했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리 심하게 군 적은 없었잖아. 너 괴롭힌 건 김진상 그 새낀데 왜 나한테 그래?”

이 새끼가 진짜 그런 쓰레기 짓을 할까 겁이 나 누그러진 목소리로 설득하듯 호소했다.

“야, 지난 일은 내가 사과할게. 미안. 어? 그니까 좀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 그냥 눈감아 줘.”

이유한이 허허 웃었다.

“진짜… 너 같은 쓰레기를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네.”

그가 나에게 손을 뻗어 뺨을 쓸었다. 오소소 닭살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며 그 손을 떨쳐 냈다.

“예쁘게 생긴 주제에 성격은 아주 약아빠졌고.”

“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빌빌거리던 게!”

울컥 억울함과 화가 치밀어 올라 그를 달래 입을 다물게 하자는 계획도 잊고 소리쳤다.

“운 좋게 알파로 발현 안 했으면 여기서 앙앙거리고 있었을 게, 씨발!”

“진짜 못돼 처먹었어.”

내 폭언에도 유한은 여상히 대답했다.

“태건아, 네가 지금 상황 파악이 덜 됐나 본데.”

이유한이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아 일순 굳었다. …내가 머리채를 잡혀?

“여기서 너 떠받들던 패거리 새끼들한테 돌려지기 싫으면 그딴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괜히 뻗대다가 내가 그 새끼들 불러 모으면 어쩔 거야? 응?”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니까 좀 공손하게 굴어.”

그가 머리채를 쥔 손을 풀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살짝 정돈하다가 뺨을 툭툭 쳤다.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공손하게 굴면 말 안 할 거야?”

“글쎄.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겠지.”

씨발….

“일단은.”

이유한은 말을 멈추고 체육 창고를 빙 둘러봤다. 그의 시선이 먼지 깔린 매트리스와 한구석에 박혀 있는 뜀틀에 가닿았다.

“저기 엎드려 봐.”

“뭐?”

무슨 개소리야?

“구멍 맛 좀 봐야지.”

“…미쳤어?”

사색이 된 나와 달리 이유한은 태연했다.

“왜? 처음부터 여러 개 받으면 힘들 텐데. 나부터 상대해.”

“뭔… 야. 이유한. 우리 좋게 좋게 가자, 어? 내가 미안하다니까.”

“뭘 예전 일 가지고.”

“그치? 그럼 이제 난 나가 볼….”

“엎드려.”

“야, 너 정말 이럴 거야? 이거 강간이야. 범죄라고. 어? 이 예비 범죄자 새끼야!”

“하….”

이유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나는 눈을 부릅뜨며 이유한을 응시했다. 지금 어이없는 게 누군데, 저게.

“내가 만약 오메가로 발현했고 네가 알파로 발현했으면 지금 내가 저기서 박히고 있었겠지.”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살짝 양심이 찔려 오긴 했지만 이내 떨쳐 냈다. 그건 그냥 애들이 한 말이고 난 안 그랬을 거다.

“안 그랬을 거라고 말하지 마. 깡그리 불러내 굴리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이유한이 서늘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동시에 페로몬이 퍼졌다.

“헉.”

알파 페로몬을 이렇게 정통으로 맞는 건 처음이라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놀랍게도 몸에서 열기가 피어올랐다. 은근한 흥분이 점점 고취된다.

유한이 태건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다리 한쪽을 끼워 넣었다. 태건이 손으로 유한의 양팔을 꽉 쥐어 왔다.

“헉… 야, 잠깐….”

다리 사이를 뭉근하게 비벼 대는 이유한의 다리에 몸에서 힘이 풀렸다.

“흐….”

유한이 태건의 목을 핥으며 그의 재킷을 벗겼다.

“이런 게 오메가 페로몬이구나.”

그가 다리를 비비며 앞으로 다가와서 점점 뒷걸음질 치다 보니 매트리스가 발에 걸려 그 위로 넘어졌다. 잠시 먼지가 일다가 가라앉았다.

“콜록! 으, 야. 잠깐만.”

이유한이 태건의 바지를 쉽게 벗겨 냈다. 속옷을 무릎까지 끌어 내리곤 구멍을 벌려 보았다. 태건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떨었다.

“이… 씨발….”

“공손히 말하라고 했지.”

이유한이 구멍에 손가락을 푹 넣었다.

“으, 하앙!”

그의 페로몬에 찔끔 나와 있던 애액이 손가락을 적셨다. 찌걱거리며 유한의 가운뎃손가락이 구멍을 파고들었다. 잠시 구멍을 휘젓던 그가 바로 손가락 두 개로 구멍을 쑤셨다.

“하으! 응! 자, 잠깐.”

갑작스러운 침입에 구멍이 오물거리며 그의 손가락을 꽉 물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좁은 체육 창고 안에서 크게 울렸다. 이유한이 넣은 손가락을 살짝 굽히다가 곧게 세워 푹푹 빠르게 박기 시작했다.

“아! 흐응, 흐, 아앙!”

비음과 신음이 섞여 나오며 태건이 유한의 손목을 잡아 왔다.

“안 돼, 안, 아! 흐응!”

질척한 내벽 이곳저곳을 쑤시며 박다 그의 손가락이 한 부분을 스치자 왈칵 애액이 터지며 태건의 허리가 들려 전율했다. 꺼덕거리던 성기에선 쿠퍼액이 질질 흘렀다.

“흐으으….”

태건의 눈이 풀리며 허리가 들썩이다 다시 내려앉았다. 벌어진 허벅다리가 덜덜 떨리며 울컥 내뱉은 애액이 아직 박혀 있는 손가락을 타고 줄줄 흘러 매트리스를 적셨다. 매트리스에 둥근 얼룩이 졌다.

“와….”

유한은 신기하다는 듯이 감탄을 흘렸다.

“원래 오메가들은 물이 이렇게 줄줄 나오나? 아니면 네가 특히 야한 거야? 아, 혹시 어디서 이미 해 보고 왔어?”

“흐으응….”

유한이 손가락을 빼자 고여 있던 애액이 울컥 조금 더 흘러내렸다.

“아주 흠뻑 젖었네. 이 정도면 박다가 미끄러지는 거 아냐?”

“하으, 안 돼. 그만해.”

태건이 잔뜩 빨개진 얼굴로 작게 반항했다. 유한은 철컥거리며 벨트를 풀고 성기를 꺼내 반들거리는 구멍에 맞췄다.

“아흐, 안 돼. 안….”

이미 잔뜩 젖은 구멍은 유한의 성기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푹 꽂혀 드는 성기에 태건이 벌린 다리를 바동거렸다.

“아! 흐, 안 돼! 너무 커! 아!”

“이런 천생 오메가를 두고 어떻게 알파라고 생각했을까?”

푹푹 박아 올리는 힘에 태건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흐응! 흐! 아으응!”

“와, 너 지금 구멍이, 하… 얼마나 맛있게 오물거리는지 모르지?”

“흐으응! 아!”

“어떻게 안이, 윽, 이렇게 쫙쫙 달라붙지?”

푹푹 박아 올릴 때마다 태건은 간드러지는 교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한껏 젖혔다. 유한은 희게 드러난 태건의 목덜미를 길게 핥아 올렸다.

“이렇게 질질 싸는 주제에 물기는 또 꽉꽉 물고.”

그의 허리 짓이 더 거세지자 접합부에서 찰박거리며 물이 튀었다. 쾅쾅 박아 올리자 태건이 자지러지며 허리가 크게 휘어 꺾이고 벌어진 다리가 덜렁거렸다.

“하응! 으! 아! 아! 으, 아니, 응!”

빠르게 왕복 운동을 하던 성기가 깊숙한 곳에 퍽 박히더니 배 속에 정액이 퍼져 나갔다. 쾌감에 휘둘려 정신없이 앙앙거리던 태건이 번개라도 맞은 듯 번쩍 눈을 떴다.

“헉! 씨발! 너, 이… 이….”

태건이 격한 분노로 말을 잇지 못하며 부들거렸다. 그 와중에도 정액은 따끈히 구멍 속에서 퍼지고 있었다. 유한이 사정을 하면서도 슬쩍 허리를 올려 박자 바로 으응,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제 아래에 깔려 앙앙거리니 원초적인 쾌락보다는 정복감에 의한 쾌락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그런데 돌연 닫혀 있던 체육 창고의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새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창고의 어둠에 묻혀 있던 두 인영에게 빛 분말이 내려앉았다.

“…최태건?”

충격받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진상과 그 패거리들이었다.

“이… 이 미친….”

눈앞의 상황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어떻게 이런 좆같은 상황들이 한 번에 밀어닥칠 수가 있지?

“이게 무슨….”

“뭐야….”

모두가 경악에 찬 가운데 오직 유한만이 태연했다. 그는 질퍽거리며 허리를 돌리더니 성기를 빼내었다. 연한 살이 나가지 말라고 붙잡듯 성기에 달라붙었지만 성기는 휑하니 빠져나갔다. 큰 성기가 빠져나가 벌름거리는 구멍이 잔뜩 싸 놓은 정액을 빠끔빠끔 뱉어 냈다.

문 앞의 패거리들은 모두 크게 뜬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충격도 잠시, 다리가 활짝 벌어진 채로 뚝뚝 정액을 쏟는 그 외설적인 모습에 모두가 홀린 듯 태건의 앞으로 다가갔다.

“와 씨발, 이게….”

김진상이 중얼거렸다.

유한은 여상한 손길로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손목시계를 보았다.

“수업 시간이니 난 먼저 가 볼게.”

산뜻하게 웃고 창고를 나가는 그를 붙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태건은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음습한 탐욕이 깃든 것을 알아차리곤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모았다. 이미 매트리스는 흥건히 젖어 아까보다 넓은 얼룩이 퍼져 있었다.

“야, 이건….”

태건이 침을 삼키곤 입을 열었다. 그래도 김진상은 소꿉친구였다. 제가 오메가로 발현했다지만 그래도 저 새끼는….

“너 오메가였냐?”

김진상이 물었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

대답을 망설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김진상이 어느 정도 커버 쳐 주지 않을까. 희망 한 줄기가 피어올랐다.

“너 입양아였어?”

“뭐? 아니야!”

그의 말에 태건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와 씨발, 오메가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네.”

아까 이유한을 보고 알파라고 외쳤던 새끼였다. 그의 바지 앞섶이 눈에 띄게 부풀어 있었다.

“허… 신고식을 하긴 했네. 아니, 근데 그럼 이 새끼는 지금까지 알파라고 속이고 그렇게 기고만장해 다녔던 거냐?”

“이거 진짜 골 때리는 새끼 아니야.”

“이 씨발 것이 속이고 다녀서 좋았냐? 어? 어디서 오메가 주제에….”

평소 장난질을 치고 저를 동경해 바라보던 눈빛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질척한 욕망이 담긴 눈알들이 번들거렸다.

“와, 이거 봐. 아주 질질 싸 젖혔네.”

먼저 발현을 했던 유일한 알파 새끼가 기껏 오므린 다리를 열어젖혔다. 난잡한 다리 사이가 패거리들의 눈앞에 활짝 열렸다.

“이런 새끼가 지금까지 알파 행세를 하고 다녔다고? 이 건방진 오메가 새끼가 감히.”

씨발, 지들이 지레짐작하고 멋대로 동경한 거였으면서!

“와 이 괘씸한 걸 어떻게 하지?”

“야, 난 먼저 좀 박아야겠다.”

내 다리를 열어젖힌 새끼가 바지 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너도나도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 개뼈다귀 같은 게 진짜 현실이라고?

패거리들은 총 다섯 명. 알파 새끼는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바지를 벗어젖힌 좆들이 내 얼굴에 다가왔다.

나는 온몸으로 반항하며 내 앞의 알파 새끼를 거칠게 밀쳤다.

“이 새끼가! 박으면 좋다고 허리 흔들어 댈 게!”

그가 손을 들어 뺨을 후려쳤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고 화끈한 고통이 퍼졌다. 지금껏 오냐오냐 곱게만 자랐던 태건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뺨을 얻어맞았다. 그는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세계가 낯설게 변해 갔다.

“오늘 제대로 교육을 시켜 놔야지.”

“입에는 나부터 처박는다. 이 건방진 사기꾼 새끼한테는 아주 씨발 한 달 동안 좆 물만 먹여야 되는데.”

나는 김진상의 태세 전환에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소리를 지르고 온갖 욕을 뱉어 내며 개지랄을 떨려는데 억지로 벌어진 입에 김진상의 좆이 처박혔다. 그와 동시에 아래에도 성기가 푹 박혀 들었다. 찰박 물소리가 퍼지자 비웃음과 조롱이 날아들었다.

“아주 홍수 났네.”

“이 새끼 어제 내내 구르다 온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빨리 느껴? 아주 걸레로 타고났나.”

“야, 존나 녹진하게 풀렸어. 완전 질척거, 읏, 리는데 또 살살 물어 오는 게 아주, 씹. 무슨 살이 치즈, 윽, 늘어나듯 엉겨 붙어, 씨발.”

“웁브, 읍!”

두 놈들이 각각 위아래 구멍을 차지하고 무자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몸을 채 추스르지도 못하는데 입 안으로는 성기가 거칠게 들락거렸다. 옆에 선 세 명의 새끼들은 각각 유두를 만지고 발바닥을 들어 자신의 성기를 비벼 대며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았다.

그중 한 명이 휴대폰을 들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며 손을 휘둘렀지만 유두를 만지작거리던 놈한테 바로 붙잡혔다. 손목이 한데 모아져 넥타이를 둘러 뒤로 묶였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건 오히려 김진상의 성기를 애무해 주는 꼴이었다. 이 무력한 상황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읍브, 웁!”

“아 이 새끼 가슴으로도 느끼는 거 봐.”

“야 구멍 존나 미쳤다 진짜.”

“와 어떻게 이 와중에 이렇게 느껴 대냐. 멘탈 갑 인정?”

“걸레 정신이 뿌리박혀 있나 보지.”

“와하하!”

도미노가 쓰러지듯 와르르 웃음이 터졌다. 태건의 정신은 젠가 하나를 툭 건드려 쓰러뜨린 것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 수치스러운 모욕감 속에서도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오는 쾌락이 몸에 찌르르 퍼져 갔다. 계속해서 고조되는 성감에 성기가 박힌 입새로 질질 침을 흘려 댔다.

“이 새끼 눈 풀렸어!”

입 안에 사정을 하고 빠져나간 김진상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발견했다고 소리쳤다.

“어디? 와, 진짜 미쳤네 아주.”

억지로 삼켜진 정액 때문에 입이 비렸다. 계속해서 박히는 바람에 속도 울렁인다. 차마 삼키지 못한 정액은 타액과 함께 옆으로 질질 흘렀다.

“존나 침 흘려 대!”

“하윽! 하! 으응! 으!”

“이야. 신음 소리 봐라.”

휴대폰이 앞에 불쑥 들이밀어졌다. 네모나고 작은 화면 안에 눈이 풀린 채 정액을 칠칠맞게 흘려 대는 태건의 얼굴이 가득 찼다. 누가 봐도 발정 난 오메가의 모습이었다.

“와 이거 단톡에 뿌릴까.”

“아 아까운데 돈 받고 팔아. 쏠쏠할 듯.”

“이 새끼 곧 공식 걸레 될 텐데 굳이 사겠냐.”

“첫 개통식이니까 의미가 있잖아.”

“그런가?”

더러운 대화 소리도 희미하다. 오직 아래에서 느껴지는 격한 성감만이 태건의 머릿속을 울렸다. 좋아. 아, 죽을 것 같아. 너무….

“흐윽! 으! 응! 아으!”

팍 하얗게 시야가 점멸하는 동시에 정액이 퍼졌다. 성기가 빠져나가고 채 정액이 뱉어지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 성기가 바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추삽질을 시작했다.

“아으! 안! 가, 갔어! 방금 갔, 아윽!”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감각에 태건이 허리를 뒤치며 소리쳤다. 정액으로 가득 찬 배 속은 성기가 안쪽을 찔러 댈 때마다 출렁거렸다.

“허윽, 으, 잠깐만, 아! 제발! 흐으윽!”

너무 강하게 파고드는 쾌감에 태건이 울며 빌었다. 하지만 빠르게 피스톤질 하는 성기는 자비 없이 계속 예민한 내벽을 박아 올렸다.

“야 이 새끼 존나 울면서 비는 거 봐.”

“한 10년 정도 구른 것 같은데? 어제 발현한 거 맞냐?”

“허으응! 흐, 아아!”

“몸 파는 연놈들도 저렇게는 못할 듯.”

“저건 인위적으로 느끼는 척해도 못 따라가. 누가 약 먹인 거 아니냐?”

“으아, 아! 아!”

돌연 태건이 허리를 퉁 튕겼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눈은 맛이 간 듯 초점을 잡지 못했다. 구멍이 크게 수축하다 벌름거리며 접합부 사이에서 정액과 뒤범벅된 애액이 슬슬 새어 나갔고, 잔뜩 선 채 박힐 때마다 꺼덕거리던 성기에선 투명한 물이 싸질러졌다.

한껏 위로 향했던 성기라 태건의 얼굴에도 몇 방울 튀어 입술에 묻었지만 그는 땀인 줄 알고 혀로 핥아 먹었다. 벌려진 허벅지는 바르르 떨었다. 입가에선 허으, 허, 하며 꿈속을 헤매는 듯한 신음만이 새어 나갔다.

황홀경에 빠져 바르작대다 늘어진 태건의 모습에 떠들썩하던 창고 안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그 정적을 깬 건 김진상의 목소리였다.

“…야, 저거 찍었어?”

“어? 어. 와 미친, 이거 돌려 보다가 쌀 듯.”

“야, 빨리 싸고 나와. 씨발 좆 터지겠다.”

“일단 입에 박아.”

“야야, 입은 내가 먼저.”

“그냥 구멍에 두 개 넣으면 안 되냐?”

유두를 만지작거리는 한 놈이 쩝 입맛을 다셨다.

“저거 물은 많은데 보기보다 존나 쫀득해서 좀 더 박아 놔야 가능할 듯. 지금은 안 돼.”

맨 처음 박은 알파 새끼가 태건의 배에 좆을 문지르며 넌지시 말했다.

“아, 빨리 넓혀 놔야지 원.”

“어차피 내일부터 전교생한테 박혀서 금방 허벌 돼. 오늘 많이 박아 놓자.”

“아주 잔뜩 싸질러 놔야지.”

“임신하면 유전자 검사하느라 전교생 DNA 검출할 듯.”

쓰레기들이 쓰레기 같은 말을 하며 박장대소했다. 태건은 박는 족족 팍팍 터지는 쾌락에 정신 못 차리며 울어 댈 뿐이었다.

***

다섯 명한테 한 번씩 돌려지고 나서야 태건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뜀틀에 엎어져서 다시 박혔다. 한 놈이 싸자마자 다시 들어오는 다른 성기에 그의 배는 정액으로 살짝 불러 오기까지 했다. 접합부에선 거품이 일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매트리스로 돌아와 다 굴려진 후 완전히 늘어지자, 다물리지 못하고 연신 뻐끔대는 구멍에선 정액이 철철 쏟아져 나왔다. 마개를 빼내 터져 나오듯 줄줄줄 흐르는 정액을 보며 패거리들은 크림파이 영상이라고 아래를 찍으며 킬킬댔다. 누군가 구멍에 손을 넣고 헤집어 정액을 뭉텅이로 뽑아내기도 했다.

구멍은 말할 것도 없이 얼굴, 배, 팔, 발바닥까지 태건의 온몸이 누구 것인지 모를 정액으로 뒤덮였다. 그 속에서 그는 멍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내쉬었다. 한껏 벌어진 다리를 오므릴 힘도 없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벌렁거리네.”

“정액이 아주 쏟아진다. 쏟아져.”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구를 테니 구멍 관리 잘해라. 며칠 만에 씹창 되지 말고.”

패거리들은 잠시 그 야살스러운 장면을 구경하다가 사진을 몇 장 찍고 왁자지껄하게 창고를 나갔다.

저 씨발 새끼들 문도 안 닫고 갔어….

살짝 열린 창고 문에서 환한 빛이 널브러진 그를 조롱하듯 들이쳤다. 하지만 그 빛은 매트리스 끝에만 겨우 미치고 엉망진창으로 누워 있는 태건에게까지 와 닿진 못했다. 대신 1월의 시린 공기만 살갗에 닿아 쓰라린 추위만 느껴질 뿐이었다.

곧 소문이 퍼지겠지. 그리고 김진상의 말대로 정말 전교생에게 돌려질지도 모른다. 심지어 저는 알파인 줄 알았던 오메가였으니 아주 굴려질 게 불 보듯 뻔했다. …자퇴를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창고 문이 다시 끼익 열렸다.

씨발, 벌써 소문이 퍼졌나?

지금 상태에서 더 박히면 딱 죽을 것 같았다. 과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복상사로 죽을 판국이다. 아니, 복하사인가. 썩을. 아무튼 바로 어제 발현한 몸에 오늘 첫 경험을 했는데 이렇게 굴려진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한다?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리 없다.

몰려든 불안에 몸을 살짝 뒤치며 들어오는 인영을 보았다. 일단 한 명이긴 한데… 상대가 한 명인 것에 안심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햇살을 등져서 얼굴이 까맣게 보였다. 점점 다가오니 얼굴이 그제야… 이유한? 저 새끼가 왜 또….

“와. 아주 난장판이네.”

온몸에 정액이 낭자한 태건을 보며 유한이 감탄했다. 놀리러 왔나? 저 오물 찌꺼기만도 못한 새끼….

“네 몸에서 정액 냄새 나.”

그럼 씨발 몸이 이 상태인데 뭔 냄새가 나겠냐. 뭐 꽃향기라도 날까? 날카로운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섰다. 하지만 이유한이 들어와서 아직도 정액을 뱉어 내는 자신의 다리 사이를 유심히 관찰하는데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하체는 다리를 모을 수조차 없었다. 그냥 두 다리가, 아니, 허리 아래가 진득하니 녹아내린 것 같아서 뭘 할 수가 없다.

유한은 잠시 구경하다 얼굴 쪽으로 다가와 쭈그려 앉고는 뺨을 쓰다듬었다. 얼굴에 잔뜩 묻은 정액이 손에 엉겨 붙어 오는데도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속눈썹에 맺혀 떨어지는 정액을 눈으로 좇다 시선을 마주해 왔다. 지친 시선이 무력감을 담았다.

태건이 지금까지 자행해 온 온갖 쓰레기 짓들은 시간에 흐려지고 주관에 미화되어, 무고한 자신이 어찌 이런 일을 당하는지 세상에 대한 억울함만이 넘쳐 났다. 자신만이 결백하고 하수 오물 같은 더러운 새끼들은 그냥 뒤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태건아, 이제 학교 어떻게 다닐 거야? 내일부터 몸이 거덜 날 텐데.”

유한이 태건의 몸을 훑었다.

“지금도 걸레짝 수준이잖아.”

“…씨발, 놀리러 왔냐.”

욕설을 내뱉는 목소리엔 독기가 꽤 빠져 있었다. 그 꼴이 만족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해 손을 뻗었다. 정액을 잔뜩 뒤집어쓴 그를 안아 올렸다.

“학교 그만둘 거야?”

“네 알 바 아니야.”

“그만두면? 뭐 해 먹고 살게? 지금 집안 분위기도 말이 아닐 텐데.”

그의 말들이 정곡을 찔렀다. 태건이 이를 으득 물었다.

“나랑 결혼할래?”

“…뭐?”

그 느닷없는 황당한 말에 태건이 진심으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입까지 벌어진 채였다.

“…결혼?”

“응. 결혼. 올해 안으로 하자.”

“그게 무슨….”

오늘만 해도 온갖 혼란스러운 일들이 닥친 마당에 뜬금없이 결혼 얘기까지 듣자 자신이 알던 세상이 뒤집힌 듯했다.

“결혼 안 하면 네가 앞으로 어떻게 살 건데? 학교 다닌다 해도 걸레처럼 굴려져서 일주일도 못 돼 허벌창 될 게 뻔하고. 자퇴하면 뭐, 갈 곳이 사창가밖에 더 있어? 집에만 처박혀 있으면 팔려 가듯 늙은 알파 새끼랑 결혼이나 하게 되겠지. 너한테 최고의 선택은 나랑 결혼하는 거야. 난 지금 너한테 네 인생을 구원할 동아줄을 내려 주고 있는 거라고.”

태건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네가… 네가 왜….”

“글쎄.”

유한은 뭉그러트리며 웃었다.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그 눈이 반짝임을 담았다.

***

이유한은 이미 5년 전에 알파로 발현했었다.

최태건은 전부터 눈에 들어왔다. 얼굴도 조막만 한 게 눈 코 입이 아기자기하게 들어 있어 귀여웠다. 그런데 그 예쁜 얼굴을 가지고서 하는 짓들은 역겹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기정 알파로 잔뜩 대접받으며 자란 터라 자신이 한 행동을 반성할 줄도 몰랐다. 주변에서도 오냐오냐 곱게 대할 뿐이었다.

습관처럼 태건을 지켜보며 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해져 갔다. 유한은 고민했다. 태건과 연애하고 싶고 그를 안고 싶고 그와 결혼하고 싶다. 알파끼리도 결혼을 할 순 있지만 그는 절대 자신과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태건은 알파, 오메가에 대한 정통적인 고정 관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말로는 불공평한 세상 운운하며 그로부터 오는 특혜를 누릴 대로 누리고, 차별이 사라져야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온갖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알파인 유한은 애초에 연애부터가 어려웠다. 불가능에 가까운 절망적인 가능성이다.

이걸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지? 유한은 고민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유한에게 자신의 페로몬을 묻히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통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론상으로는 특정 알파의 페로몬에 줄곧 노출된 사람은 오메가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시도는 해 봤다.

어차피 남들은 자신이 알파인 걸 모르니 페로몬을 눈치채도 부모님에게서 묻은 걸까 싶을 거다. 딱히 숨긴 건 아니고 말할 필요를 못 느껴서 입 다물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날 어떤 놈이 예비 오메가라며 장난으로 지껄인 말이 불처럼 번져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되었고 태건도 종종 동참했다.

어차피 말로만 떠들어 댈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진 않길래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다른 새끼들은 뭘 어떻게 하든 관심이 없었어도 태건은 달랐다. 태건의 깜찍한 행동에 불이 붙은 유한은 저 성질머리를 좀 온순하게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태건을 오메가로 발현시키면 홀라당 데려갈 생각을 좀 수정하여 그가 현실이 얼마나 혹독한지 깨달을 때까지 굴리기로 결심했다.

그 몸을 타인과 공유하게 되는 건 꺼림칙하지만 어차피 처음은 자신이 취할 거고 그의 성질머리를 고쳐 놓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 인내하기로 했다.

그렇게 장장 3년 동안 그는 태건에게 자신의 페로몬을 계속 묻혔고 그 결과 태건은 무사히 오메가로 발현했다. 솔직히 그가 발현 열을 겪을 때는 많이 긴장하며 기다렸다. 그가 만약 알파로 발현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그럼 꽤 골머리를 앓게 될 게 뻔했다. 그리고 그는 분명 그사이에 여러 오메가들에게 좆을 놀려 대겠지. 하지만 3년간의 꾸준했던 노력의 결과는 만족스러운 결실을 맺었다.

솔직히 이렇게 바로 결혼 제안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태건이 충분히 절망할 정도로 굴릴 계획을 짜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창고에서 다른 새끼들 정액을 잔뜩 머금은 채 색색거리는 그를 보자 모든 생각이 휘발되었다.

‘씨발, 이걸 어떻게 굴려.’

태건이 쓰레기 같은 인간인 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이 이상으로 굴리려니 안타까운 마음이 동했다. 이 정도로도 꽤 충분하지 않나. 이미 현실은 파악했을 것이다. 이제 쭉 보듬어 주며 아껴 줘야지. 그도 전처럼 안하무인같이 굴지는 못할 테니까.

설령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뻗댄다고 해도 태건과 결혼하면 행동거지를 고쳐 줄 시간이 많을 거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 앙탈쯤이야 뭐, 어차피 제가 집에서 끼고 살면 밖에서 쓰레기 짓 하며 돌아다니지도 못할 텐데 좀 못되게 굴어도 어떠냐 싶다. 유한이 정액 범벅이 된 몸을 안아 들었다.

태건이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그는 지금 자신의 미래에 어느 선택이 옳을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곱게 자라 욱하는 면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교활한 성격이니까. 그는 제 제안을 절대 거절할 수 없다.

“…할게. 결혼. 그런데 너 씨발 이상한 거 시키지 말고. 그리고 혹시,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하자 하면 너 죽일 거야.”

그 깜찍한 말에 유한이 기분 좋게 웃었다. 이혼하자고 하면 죽이겠다니. 그에겐 달콤한 사랑 고백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좋아. 태건아, 앞으론 너 좋을 대로 다 해. 지금까지 그러했듯 마음껏 성질부려도 용서할게. 최대한 너에게 맞춰 주지. 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단, 내 품 안에서만.

유한이 태건을 안아 올렸다. 태건은 유한의 품 안에서 안락하게 호흡했다. 가녀린 호흡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유한이 걸음을 뗐다.

***

결혼 준비는 평탄했다. 정말 물 흐르듯 순조로웠다. 집안에 냉랭하게 흐르던 공기도 다시 화목하게 변했다.

발현을 하고 학교에 나간 첫날, 날 집까지 데려다준 이유한은 그날 바로 우리 부모님께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싶었지만 우리 부모님은 뛸 듯이 기뻐하셨다. 그래… 오메가의 성공 기준은 결혼이긴 하지만 발현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아들이 갑자기 생판 모르는 사람과 들어와서 난데없는 결혼 선언을 했는데 저렇게 좋아하시다니. 진짜 뿌리부터 썩어 빠진 개 같은 사회….

난 그다음 날 바로 자퇴를 했다. 이유한은 자퇴서를 내러 학교에 가려는 나를 기다렸다가 같이 등교했다. 복도를 걸어 교무실로 향하는 내내 온갖 조롱과 성희롱이 쏟아졌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무사히 교무실까지 도착했다. 이유한이 옆에 지키듯이 딱 버티고 서서인지 직접적으로 손대는 놈들은 없었다. 다행이긴 했지만 입 안이 썼다.

결혼 준비를 사유로 적고 자퇴서를 내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역겹고 같잖은 덕담 몇 마디를 적선하듯 툭 던지셨다. 그러면서 오메가로 발현했는데 바로 유한이 같은 알파와 결혼을 하다니 참 운이 좋다며 허허 웃으셨다. 씨발….

자퇴서를 낸 그 주 주말엔 양가 부모님을 만나 상견례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본격적인 진행에 기겁을 했지만 무를 수도 없었다.

이유한의 부모님은 소문처럼 두 분 모두 오메가가 아니었다. 한 분은 신경외과 의사에 한 분은 대형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로 두 분 다 번듯한 직업을 가진 알파였다. 도대체 저 빽으로 어떻게 지금껏 그딴 거짓 소문이 횡행할 수 있었던 거지?

상견례 분위기는 생각 이상으로 화목했다. 우리 부모님이야 애초에 적극 찬성하며 좋아하셨으니 그럴 만했지만 이유한네 부모님마저 좋아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어느 정도 무시당하거나 면박당하는 것도 각오했는데 무슨 일등 며느릿감처럼 따스하게 맞아 주셔서 내가 다 놀랐다. 의문스럽게 이유한을 바라봤지만 그는 싱글싱글 웃기만 했다. 재수 없는 새끼.

결혼식 날짜는 빠르게 잡혔다. 아무래도 이유한이 졸업한 후에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는 게 나았기 때문에, 우선 약혼식부터 간소하고 빠르게 진행하고 결혼식은 찬찬히 준비해서 호화롭게 치르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약혼식을 치르기 전부터도 이유한은 매일같이 나를 찾아왔다. 약혼식을 진행하고 나서부터 동거를 한다고 했다. 현실을 인정했다고 한들 아직 받아들이진 못했기에 그 소리를 듣고 절망스러워졌지만 내가 뭐라 할 순 없었다. 한숨을 쉬며 알겠다고 했다. 내가 여기서 뭐라고 말하겠어. 개시발.

약혼식을 치르고 처음 들어간 신혼집…. 씨발. 아무튼 집은 이미 꾸며져 있어서 바로 들어가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유한에게 시달리는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다. 저 새끼 머릿속엔 섹스 생각밖에 없는 건지 욕구만 남은 짐승처럼 물고 빨고 박고 싸고. 하루도 그냥 넘어가질 않았다.

매일 박히는 일상이 지겨워 이유한에게 제발 자제 좀 하라고 내 좆같은 심정을 순화시켜 말했다. 그런데 자기가 약혼식 전까지 얼마나 참았는지 아느냐고 겨우 이거 가지고 죽는소리하는 거냐는 타박만이 돌아왔다. 진짜 오물 찌꺼기만도 못한 새끼.

애써 순화시켜 한 말에 저딴 미친 소리만 돌아오니 나름 죽이고 있던 성질머리가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격하게 발버둥 치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건 지랄이다, 싶을 정도로 개지랄을 떨었는데, 이유한 이 미친놈은 아주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날 제압해 묶었다.

나도 그리 약해 빠진 몸은 아니지만 이유한은 나보다 체격이 좋았고 갑자기 그 좆같은 페로몬을 확 푸는 바람에 침대에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유한 이 개새끼는 뭔 생각을 한 건지 내 손을 등 뒤로 돌려 묶어 침대 헤드에 고정시켜 두곤 페로몬만 공격적일 정도로 강하게 풀어 댔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육체적 반응 때문에 결국 정신을 놓고 수치심도 내버린 채 꺼덕거리는 성기를 시트에 비비며 울었다. 나도 오메가니 내 페로몬 때문에라도 날 건드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이 독한 새끼는 끝까지 버팅겨서 결국 그의 손을 개처럼 핥은 뒤에야 억눌린 성감을 풀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정상적으로 하지 않았다. 박지도 않았는데 손을 풀어 주길래 이 새끼가 왜 이러지,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그 이루 말할 수 없이 좆같은 새끼는 내가 직접 엉덩이 살을 잡아 구멍을 벌리게 했다.

그걸 거부하기에는 페로몬이 환장하도록 선명히 파고들어 정신을 물렁물렁 진탕 녹여 놓았다. 결국 이유한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구멍을 벌려 성기를 받아들였다.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끔찍한 날이었다. 이딴 게 현실이라니….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곤 이유한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뿐이었다. 그래, 그래도 그나마 평일이면 나았다. 주말이면 이유한 새끼는 할 것도 없는지 하루 종일 몸을 치댔다. 과제는 없냐, 숙제는 없냐, 학교는 등 여러 얘기를 물어보며 붙지 말고 꺼져서 네 할 일이나 하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한사코 무시했다. 설마 내가 너 하나 먹여 살리지도 못할까, 장난처럼 말하며 웃으면서.

***

“흣, 뭐야….”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이유한의 상판대기였다. 이유한과 동거를 시작한 후부터 이렇게 잠에서 깨는 일이 많아졌다.

“흐, 앗 자, 잠깐!”

자는 동안에도 착실히 느껴 액을 줄줄 흘리던 구멍에 푹 손가락이 쑤셔 들었다.

“흐앙! 흐!”

배려 없는 손가락이 연한 살을 몇 번 더 푹푹 쑤시더니 액에 젖어 반들반들한 채로 쑥 나왔다. 그가 손을 탈탈 털자 물방울들이 시트 위 이곳저곳에 튀었다. 태건은 벌어진 허벅지 안쪽을 달달 떨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아주 물이 장난 아니네. 응? 조금만 더 오래 박으면 손이 다 쭈글쭈글해지겠어.”

“흐….”

“박아 달라고 질질 싸고 뻐끔거리고. 아주 애쓰네. 모든 오메가가 다 이렇게 음탕하진 않을 거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특히 야한 것 같아.”

“흑, 아냐, 아니야!”

이유한이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진짜 내 속을 꼬이게 만드는 새끼….

유한은 더 풀어 줄 것도 없이 한껏 흐드러져 벌어진 구멍에 성기를 가져다 댔다. 지체 없이 깊은 곳까지 퍽 박아 넣은 그가 바로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아으…! 하윽, 흥! 흐앙!”

태건이 자연스럽게 유한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목에 팔을 둘렀다.

‘이제 꽤 익숙해졌네.’

유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흠뻑 젖어 엉겨 오는 내벽을 비비듯 박아 넣으며 깊고 예민한 살을 쾅쾅 찧어 주었다. 말랑거리는 살들이 녹진하게 뭉개지며 찰박 물이 튀었다.

“학! 으, 흐아, 흥!”

태건이 유한의 어깨에 꾹 이마를 묻으며 정신없이 흔들렸다. 허리가 아래로 허물어지고, 흔들거리며 쿵쿵 밀리는 몸이 시트 아래로 파고들었다. 쾅쾅 세게 박히고 있는 하체는 아예 침대 아래로 뚫고 들어가려는 듯 파묻혀 있는 상태였다.

“하으, 응!”

유한이 허리 짓을 멈추지 않으며 쾌락에 풀려 흐트러진 태건의 얼굴에 쪽쪽 입을 맞췄다. 파들거리며 허리고 구멍이고 아주 난장으로 허물어진 채 저를 꼭 끌어안는 태건은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심지어 몸이 달아서 직접 허리라도 돌려 올 때는 아주… 그 기분을 뭐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려 보면 태건이 정액을 잔뜩 머금은 채로 엉엉 울고 있었다.

그럼 그제야 손자국이 난 허리를 쓸어 주고 정액이 뚝뚝 떨어지는 구멍을 다독이듯 살짝 두드려 주며 달래곤 하는 것이었다.

민감한 구멍을 툭툭 다독여 줄 때마다 들리는 찰박거리는 소리와 자신의 손바닥에 묻어나는 액들을 보는 게 어찌나 즐거운지. 그 단순한 움직임에도 허리를 움찔 떨어 대며 느끼는 태건의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그와 동거한 후론 늘 행복했다.

여전히 태건은 종종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인정 못 해 분해할 때가 있긴 했지만 슬슬 적응해 가고 있는 듯했다. 이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무슨 과자가 먹고 싶다 문자도 잘만 보내고, 주말엔 산책하고 싶다고 밖에 나가자며 여상하게 요구해 오곤 했으니.

평소 밖에 잘 쏘다니는 태건의 성격에 집에만 처박혀 저를 기다리는 걸 답답하게 여기지 않을지 걱정이 들긴 했다.

딱히 태건의 외출을 막거나 나가지 못하게 무슨 수를 써 둔 건 아니었지만 오메가로 발현한 이상 본인부터가 알 것이다. 함부로 길거리를 다니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란 것을. 오메가 대상 범죄율이 높은 건 둘째 치고 우연히 학교 애들이라도 만나게 되면 큰일이니.

그런데 의외로 태건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듯 보였다. 태건은 스스로 인터넷으로 책도 사고,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며 느긋한 하루를 보냈다. 유한으로선 기꺼운 일이었다.

“학, 아! 제발, 흐, 흐앙! 아!”

방금 갔는데도 상관없이 깊게 박아 오는 성기에 태건이 예민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유한은 이미 퍽퍽 진탕 박히고 있는 구멍에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박히던 중 더 늘어난 이물감에 노곤하게 시트에 잠겨 있던 허리가 퉁 튀어 올라왔다. 그 즉각적인 민감한 반응에 유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검지와 중지를 딱 붙여 철퍽철퍽 물을 여기저기 튀기는 구멍에 푹 꽂아 넣으니 크림을 휘젓듯 부드럽게 흐물거리던 구멍이 바짝 조여 왔다. 말랑거리는 내벽을 꾹꾹 눌러 주며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어 보았다.

태건이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고 절박한 손길로 손가락을 넣은 제 손목을 꽉 잡아 왔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미약한 힘이었으나 제 딴에는 퍽이나 간절해 보였다.

태건은 벼락을 맞은 듯 몸을 팔딱였다. 허리 짓을 멈추지 않으면서 손가락까지 박아 대니 뒤질 것 같았다. 숨도 끅끅거리며 겨우겨우 들이마셨다. 머릿속에 벌 같은 게 윙윙 날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배 속에선 한없이 축적되는 쾌락이 부글부글 끓었다.

기둥이 내벽 전체를 마찰하며 예민한 살점을 망치질하듯 쾅쾅 박아 대서 안 그래도 미칠 것 같았는데 손가락까지 들어와 물에 젖은 내벽을 꾸우욱 누르며 희롱했다. 그 손을 멈추게 하기 위해 손목을 잡았지만 이유한은 제 안간힘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멈추지 않고 이젠 아예 손가락을 푹푹 박기까지 했다.

“흐앙! 안 돼! 흣, 흐으응, 나… 나 죽어! 학, 제발! 흑, 제발!”

성기인지 손가락인지 모를 것들에 살이 가차 없이 잔뜩 짓눌러질 때마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눈이 멀 것 같은 빛이 쨍하게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상한 것들이 제 몸 안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어질어질 아찔했다.

“그러게. 죽으면 안 되는데. 너무 좋다고 죽으면 어쩌지? 지금도 숨이 넘어가는데.”

얼핏 걱정하는 투로 들리지만 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유한이 손목 위에 얹은 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멍만을 집요하게 박아 대고 있으니 그의 손목에 얹은 태건의 손은 오히려 그 손목을 잡아 저의 구멍에 끌어당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구멍에 푸욱 들어가는 손목엔 쭉 태건의 손이 얹혀 있었기에 실상을 알면서도 그리 보였다. 그 오묘함에서 오는 쾌감에 유한이 환히 웃었다.

“아, 정말 이걸 어떻게 해. 윽, 아주 좋아 죽겠다고 자지러지네.”

“하으, 아! 안, 흐, 안 돼, 아아! 아! 흑, 제발!”

“이젠 아예 구멍이 물에 잠겼어. 응? 이 소리 들려? 엄청 읏, 참방거리는데. 물에 잔뜩 젖은 스펀지 쑤시는 거 같아. 하… 박을 때마다 씹, 물이 아주 줄줄 터지는데.”

“흣! 하으윽! 흐앙! 앙! 아!”

폭신한 시트에 안락하게 파묻혀 있던 몸이 이젠 파드득거리며 시트를 마구 헤집었다.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퍼득 떨며 허리가 위로 올라갔다. 손목을 잡아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손은 다시 유한의 목에 감겼다.

차라리 유한과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는 게 그나마 나았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몸에 익힌 터이다. 자신이 유순하게 몸을 꾹 붙여 오면 유한은 좀 봐주는 경향이 있었다. 백번 애원하는 것보다 그의 몸 한 번 끌어안는 게 더 효과가 좋았다.

“갈수록 어리광이 늘어서 큰일이야. 귀엽게 안겨 오기나 하고.”

“흐, 나나, 나, 흑, 안 돼. 하으윽! 제발 흐, 흐어….”

이젠 소리 지를 힘도 없는지 태건은 구겨진 얼굴로 울먹울먹 신음했다.

마침내 끈질기게 축축한 점막을 괴롭히던 손가락이 빠져나오고, 이미 잔뜩 젖어 있던 구멍이 아주 푹 잠기도록 정액이 방출되었다. 따듯하게 퍼져 나가는 정액에 태건이 멍한 정신으로 더듬더듬 배를 만졌다. 허리가 형체 없이 꾸불텅 녹아내린 것 같은 느낌에 괜히 손이 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유한의 눈엔 꼭 임신이라도 시켜 달라고 보채는 것처럼 보여 방금 사정했는데도 다시 확 몸이 동했다.

저 구멍이 다물리지도 않을 정도로 박아 넣고 제 정액 냄새가 사라지지 않도록 진탕 싸지르고 싶다. 태건은 지금도 충분히 난잡한 꼴이었지만 이것보다 더하게. 아주 깊은 곳에 꾹 박아 넣고 며칠 동안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힘없이 눈을 감으며 색색거리는 태건을 보니 성적 욕망이 동하는 동시에 아주 부드럽고 상냥하게 그를 보듬어 주고 싶어지기도 했다.

유한이 다정한 손으로 태건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액체처럼 꿀렁거리는 몸에 풋,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살살 고쳐 안아 아직도 떨고 있는 허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따듯한 온기가 허리께에서 퍼지자 태건이 나른한 몸을 유한에게 푹 기댔다.

“흐… 이유한 이 개새끼야….”

“응. 짖어 줄까?”

“…닥쳐…….”

이유한은 뭐가 그리 웃긴지 또 풋, 하고 웃었다. 그와의 섹스는 익숙한 듯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었다. 이 정도 했으면 서로 질릴 만도 한데, 늘 비슷하지만 새로운 성감이 온몸을 함락시켰다.

솔직히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그와의 동거는 꽤 괜찮았다. 내가 사실 집돌이였던 건가? 스스로도 의아해할 만큼 편안한 생활이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문자 한 번에 그날 저녁으로 바로 먹을 수 있었고, 심심할 틈도 없이 새로운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세상이었다. 인터넷을 끊는 것만 아니면 지루할 일은 없었다. 게임도, 책도, 영화도. 네모난 화면엔 재밌는 것들이 한가득 있었다.

그리고 이유한이 미친놈이긴 하고 제멋대로 내 몸을 혹사시키긴 하지만 꽤 다정하기도 했다. 웬만한 건 다 해 줬고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뭐하지만 이유한은 나를 사랑하는 게 흘러넘치듯 잘 보였다. 나야 그런 이유한을 비웃기야 했지만.

관계 중에 정신 나가서 뭐라 지껄였는지도 모를 말에 하나하나 일일이 대답해 주고, 관계가 끝나면 후희를 즐기거나 여운이 남은 몸을 달래 준 후 상쾌하게 씻겨 주었다.

지금껏 기정 알파로 대접받으며 살았다지만 솔직히 오메가 대우가 얼마나 비참한지 나도 잘 알았다. 나야 그럴 일 없을 테니 관심 없었지만, 막상 오메가가 된 후에는 정말 이유한 새끼랑 결혼해야 되나, 불안한 마음에 오메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들을 몽땅 찾아보았다. 그런데 오메가의 인권 현황은 내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결혼을 한 배우자에게 싸구려 창부처럼 대우받아도 아무 말 못 하는 게 오메가의 처지였다. 오메가가 알파한테 욕이라도 했다가는 개처럼 맞거나 매음굴에 버려지는 게 이 좆같은 세상이었다.

그런데 이유한은 욕을 해도 여상하게 대꾸해 줬고 늘 필요한 걸 물어보며 내 기분을 신경 썼다. 종종 끓어오르는 성질을 못 이겨 지랄을 했어도 맞은 적 한 번 없었다. 침대에 처박히긴 했지만. 아무튼 확실히 이유한과 결혼한 건 잘한 선택 같긴 했다. 가끔 좀 자괴감 들고 짜증 날 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새삼스럽게 이유한을 올려다보자 그가 눈을 휘며 웃더니 입을 맞춰 왔다.

“왜 그래?”

미풍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뭐가.”

“네가 날 어떻게 쳐다봤는지 알아?”

“뭐. 내가 정말 이딴 거랑 결혼해야 하는 건가 후회하는 눈이기라도 했어?”

이유한이 맑게 웃었다.

“반한 것처럼 쳐다봤어.”

“…….”

“사랑에 빠진 것처럼.”

이 새끼는 하다 하다 나까지 자기 망상에 끌어들이는 건가. 닭살이 돋은 것 같아 팔을 한번 쓸었다.

“헛소리하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진짠데?”

“그래. 계속 망상 속에 빠져 살면 행복하긴 하겠네.”

“현실이어서 행복해.”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씻겨 주려는지 유한이 축 늘어진 몸을 안아 올렸다.

“진짜 좋아.”

이유한의 입가에 살포시 걸쳐지는 미소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나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저 눈빛은 이제 익숙했다. 나는 어쩐지 간질거리는 가슴께를 살짝 쓸곤 이유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가물가물 감기는 눈가에 촉촉한 게 살짝 닿는 걸 어렴풋이 느끼며 의식이 저물어져 갔다.

***

피곤한 몸이 푹신한 침대에 푹 묻히듯 들어갔다.

“아, 죽겠다. 진짜….”

태건이 피로에 찌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벌써 죽으면 안 되지. 뭐 하지도 않았는데.”

재수 없는 이유한 새끼는 지치지도 않는지 싱글벙글 혼자 쌩쌩했다.

“아니, 넌 피곤하지도 않냐?”

결혼식이란 게 이렇게 지치는 일인지 몰랐다. 준비 과정부터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무슨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손님 맞고, 사람은 뭐 또 그리 많은지 복잡하고 기 빨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었다. 식순은 또 뭐 그리 많냐고.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하고. 아주 사람 진을 다 빼 놓았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비행기 타고 직항으로 하와이까지 날아오니 미치도록 피곤했다. 좌석이야 편했고 푹 누워서 오기야 했다만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다. 그냥… 이유한 새끼랑 결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그동안 동거를 하며 같이 지냈으면서도 결혼이란 건 그저 막연하고 먼 훗날의 일 같았는데 결혼식까지 마치니 이제 정말 실감이 났다. 내가 이유한이랑 결혼했구나. 진짜.

동거를 하면서 이런 생활이 생각보다 꽤 만족스럽다는 걸 깨닫긴 했고 이유한이랑 결혼을 한 게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란 걸 알기에 막 싫은 것도 아닌데 뭔가 엄청 미묘한 기분이 계속 피어올랐다. 뭐라 표현할진 잘 모르겠고 그냥 좀 이상하고… 좆같은 건가?

유한이 침대에 푹 파묻혀 있는 태건의 목에 입을 맞추며 옷을 한 겹 한 겹 벗겨 나갔다.

“야, 씨발 내가 죽겠다고 한 거 못 들었냐?”

“벌써 죽으면 안 된다는 말 못 들었어?”

태건이 얼굴을 잔뜩 구겼다.

“야, 좀. 내일 해.”

타협안으로 내일 하라는 소리를 하면서도 수치심과 쓸데없이 또렷한 현실감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씨발, 내가 진짜 이 새끼랑 결혼을….

“오늘이 첫날밤인데 어떻게 그냥 보내.”

“뭔 첫날밤이야! 이 존나 뻔뻔한 새끼!”

지금까지 몇 날 며칠 밤을 함께 보냈는데!

“태건아, 내 꿈이 뭐냐고 물어봐 줘.”

“갑자기 뭐야.”

“물어봐 줘.”

이유한이 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에 물어보고야 말았다.

“네 꿈이 뭔데?”

“허니문 베이비.”

“허허. 이, 씨밝.”

허탈함이 담긴 목소리로 헛웃음을 뱉으며 욕을 발음하는데 입술이 폭 막혀 왔다. 벌린 입새로 혀가 쏙 들어와 질척거리며 끈적끈적하게 얽혔다. 아랫입술을 살짝 물어 빨고, 말캉한 혀를 쓸어 올리고, 입 안 곳곳을 여기저기 핥아 대며 집요하게 적셔 갔다.

태건이 키스에 정신 팔려 있을 때 유한은 이미 남은 옷마저 다 벗겨 태건을 나체로 만들었다. 살짝살짝 드러나는 입새로 약한 신음이 숨에 섞여 새어 나가고 다시 빈틈없이 막혀 습한 입 안이 유한의 혀로 잔뜩 헤집어졌다.

꾹 다물린 구멍에 손가락을 넣자 쑥 들어가며 말랑한 살이 포옥 손가락을 감쌌다. 유한이 입을 떼 태건의 귓불을 물었다.

“흐!”

“벌써 젖었네? 이젠 키스만 해 줘도 금방 젖는구나. 기특하다.”

“읏, 다, 닥쳐.”

“이제 애도 생길 텐데 이렇게 음란해서 어쩌지.”

유한은 정말 걱정이라는 투로 푹 한숨을 내쉬었다. 저 가증스러운 꼴에 태건이 이를 아득 물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푹푹 쑤셔 대는 손가락에 신음이 흘렀다. 찔꺽찔꺽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귀를 막고 싶었다.

“하읏, 으!”

“진짜 신기하다니까. 물은 많은데 구멍은 또 쫄깃해. 뭘 물리든 오물오물 잘 먹고.”

“아윽! 흐아….”

“첫날밤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더 자극적인 것 같아. 오늘따라 물소리도 너무 야하다, 그치?”

다리 사이에서 들리는 찔꺽거리는 소리에 유한의 젖은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 귓가에 대고 속살거리는 그 음습한 음담에 몸이 오싹 떨렸다.

“흣!”

“오늘 아주 자지러지게 박아 줄게.”

“하으읏! 아!”

“평소에도 늘 그래서 별 감흥은 없겠지만.”

“흣! 이, 이 씹, 읏!”

“그래, 네가 미치고 환장하는 그 씹질 맛깔나게 해 줄게.”

“하으윽!”

붕 뜨는 허리를 가라앉히지도 못했는데 몸이 홱 뒤집히고 엉덩이가 치켜 올라간 채 성기가 불쑥 들어왔다. 평소에는 성기를 퍽 꽂아 들더니 오늘따라 그는 아주 천천히 들어왔다.

“허으윽….”

그에 죽어나는 건 나였다. 살을 헤집으며 조금씩 밀려드는 기둥에 따라 구멍이 움찔움찔 벌어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성기의 모양과 길이가 빠짐없이 선명하게 느껴져 미칠 것 같았다. 그 느낌에 허리가 저절로 돌려지며 구멍이 확 수축했다.

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꽉꽉 야무지게 조이는 내벽에 유한이 픽 웃었다. 자신의 성기를 야물야물 끌어당기고 있는 구멍을 덧그리듯 손가락으로 살살 어루만졌다. 그 작은 움직임은 또 어떻게 느꼈는지 태건이 허리를 움칠 떨어 댄다.

‘하여간 민감해.’

그리고 그게 너무 만족스러웠다.

아직 다 넣지도 않은 상태에서 허리를 돌리자 태건이 흐어어 하며 시트에 푹 얼굴을 박았다. 가뜩이나 숨쉬기 힘들 텐데 폭신한 시트에 얼굴을 묻는다. 유한은 태건의 얼굴을 살짝 돌려 주었다.

시트를 손안에 한껏 움켜쥔 태건이 헉헉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돌아간 고개에 태건의 옆얼굴이 드러났다. 가녀린 턱선에 살짝 벌어진 입술. 곧게 뻗은 콧날과 긴 속눈썹 같은 것들이, 그냥 태건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눈처럼 소복이 쌓여 갔다.

어떻게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지. 유한은 문득 생겨난 짧은 물음을 곱씹다 가늘게 떨고 있는 등골에 입을 맞췄다.

“아… 아, 나 더는… 흣, 아 제발….”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흘러나왔다. 태건이 흐으으 흐느끼며 손에 가득 잡힌 시트를 꽉 쥐었다. 손등의 핏줄이 더 진하게 보일 정도로 꾹 쥔 힘이었다.

그러나 태건의 모든 힘은 손에만 몰린 것처럼 허리는 힘이 하나도 없어 푹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 유한의 성기가 엉덩이를 꿰어 박고 있지 않았거나 허리를 손에 한껏 쥐어 고정시키지 않았다면 벌써 옆으로 푹 쓰러졌을 것이다. 유한이 손으로 엉덩이를 착 내리쳤다. 통통한 살이 느껴지며 탄력 있는 피부가 손에 착 감겼다.

“아읏!”

“힘줘야지.”

그럼에도 허리가 스르륵 허물어지려 하자 유한이 한 번 더 같은 곳을 내려쳤다.

“흣!”

“태건아, 느끼지만 말고 힘을 줘 봐. 박아도 느끼고, 돌려도 느끼고, 맞아도 느끼고. 아주 못 쓰겠네. 뭘 해도 다 좋다고 느끼기만 하면 어떻게 해.”

타박하는 어조였지만 숨겨지지 않는 명백한 즐거움이 깃들어 있었다.

“또 질질 싼다.”

“흐윽, 흐….”

태건이 쾌락에 젖은 몸을 추스르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흐물거리는 정신으로도 이유한에게 저딴 소리를 듣긴 싫었기에 오기로라도 바짝 힘을 줬다.

그리고 힘을 주자마자 그의 성기가 쾅 강하게 처박아 왔다. 방금 힘을 준 게 무색하게 온몸의 힘이 다 탁 풀렸다. 시트와 마찰하며 푹푹 앞으로 향하는 몸을 추스를 새도 없었다. 그가 퍽퍽 박는 힘에 앞으로 몸이 쑥 쓸려 가고 다시 골반을 당겨 박는 힘에 몸이 뒤로 쑥 끌려갔다. 앞뒤로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시트는 엉망으로 구겨졌다.

“허어엉, 으! 흐으윽! 허으!”

너무 느껴 따가울 정도였다. 계속해서 부딪히는 엉덩이도 멍이 들 정도로 아팠다. 살을 때리는 마찰음이 퍽퍽 들리고 성기가 한 번 박아 쳐올릴 때마다 허리가 작살나는 것 같았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아. 이미 정신은 조각조각 갈라져 쾌락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부유하는 중이었다.

“흐아, 아! 아!”

태건은 침이 줄줄 새는 것도 모르고 엉엉 울었다. 어느새 유한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유한이 박던 도중 속도를 조금 느리게 하며 뒤집힌 태건의 몸을 돌렸다.

“흐, 으…!”

몸이 돌려지자 박힌 성기가 돌아가는 구멍에 스치는 감각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쾌감에 전 태건의 얼굴이 드러나자 유한이 저도 모르게 욕을 씹어뱉었다.

“하, 씨발.”

이게….

입가로 질질 샌 침이 턱까지 뚝뚝 내려와 있었고, 풀릴 대로 풀린 눈이 초점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었다. 잔뜩 짓물러 불그스레한 눈두덩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쌀 수 있을 만큼 야했고, 색색 열심히 제 향을 들이켜고 있을 저 조그마한 콧방울마저 미치도록 음란해 보였다. 사람이 씨발, 저렇게 생기면 어쩌자는 거야.

허리를 덜덜 떨던 태건이 갑자기 아래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에 몸을 굳혔다. 뭔가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이미 구멍에 꽉 찬 성기가 점점 더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이거 설마….

경악에 찬 얼굴로 이유한을 올려다보자 그가 굳은 허리께를 살살 쓰다듬었다.

“흐, 이, 이거….”

“내가 허니문 베이비가 꿈이라고 했잖아.”

유한은 여상하게 말했다.

“이, 흑, 이 미친 새끼….”

너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르는 압박감에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태건이 희게 질려 색색대자 유한이 태건의 허리를 조심조심 들어 올려 꼬옥 끌어안았다.

“응. 알겠으니까 목이나 끌어안아.”

“하… 아, 죽을… 것, 흑….”

“쉬… 말하지 말고 응? 무서운 거 아니야. 착하지. 어서 목 안아.”

태건이 더듬더듬 손을 올려 유한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 와중에도 배 속의 성기는 더욱 부풀어 가고 있었다.

씨발, 이거 어느 정도까지 부푸는 거야. 벌써 꽉 찼는데. 더 하면 배가 터질 것 같은데….

태건이 겁을 집어먹고 흐느껴 울었다. 배 속에 꽉 들어찬 커다란 압박감에 엉엉 소리 내 울 수도 없었다. 작은 흐느낌만 간간이 흘러나왔다.

“흐으, 으, 흐….”

파들파들 떨며 숨만 간신히 내쉬는 태건의 등을 부드러이 쓸며 유한이 연신 달랬다.

“괜찮아. 곧 끝나.”

“흑, 씨, 씨이… 발….”

그렇게 발발 떠는 와중에도 기어코 자신에게 욕을 하는 태건이 너무 귀여워 유한이 더없이 상쾌하게 웃었다. 맑게 울리는 웃음소리에 태건이 유한의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 햇살이 물에 닿아 잔잔히 부서지는 듯한 웃음이 그의 말간 얼굴에 걸려 있었다. 물가에 이는 작은 잔물결의 반짝거림이 그의 표정에 서려 있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얼굴만은 참 예쁘구나, 약간 어이없어하면서도 인정했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이 개새끼가 갑자기 처웃는 바람에 몸이 흔들렸다. 욱,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기겁했다.

유한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성기 모양대로 부풀어 오른 태건의 배를 보았다. 도취감이 가슴 깊이 파고들며 손이 저절로 향했다. 덧그리듯 조심히 매만지자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태건을 소유한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몸 전체에 퍼져 나갔다.

정말 한계다, 이 이상은 안 된다, 는 생각이 수십 번. 거의 정신을 잃을락 말락 한 상태가 되어서야 정액이 배 속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양이 꽤 많아 항상 뚝뚝 흘리곤 했는데 오늘은 특히나 더 많은 것 같았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드는 정액에 배가 불러 왔다.

“아, 흐으으, 이거, 언제까, 지… 흐….”

“더 먹고 싶어도 참아. 앞으로도 배불리 많이 먹여 줄게.”

이유한 새끼가 이마에 입을 맞추며 미친 소리를 지껄였다.

“넌, 흑, 제발 좀 닥쳐….”

힘없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이유한이 또 밝게 웃음 지었다. 저 정신 나간 미소 천사 새끼.

등을 토닥거리며 한참 뭉그적거리고 있던 이유한이 서서히 몸을 떼었다.

찬찬히 내벽을 긁으며 몸을 물리는 성기를 얇은 점막이 달라붙으며 따라갔지만 결국 힘을 잃고 툭, 열심히 물고 있던 성기를 놓았다.

마침내 성기가 쑥 빠져나가자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이 꽉 수축하더니 다시 확 벌어져 막 움트려는 꽃 같은 모양새로 벌름거리며 정액을 주르륵 쏟아 냈다. 한 사람이 싼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많은 양이 말 그대로 줄줄줄 쏟아져 나왔다. 여러 명에게 돌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꼴이 말이 아니었다.

줄줄 정액을 쏟아 내는 구멍을 빤히 주시하던 유한이 돌연 손을 들어 촤악 약하게 두드리듯 때려 보았다. 구멍이 움칠 하더니 왈칵 정액을 뱉어 냈다. 그러고는 다시 벌름벌름 줄줄 쏟는다. 유한이 제 손바닥에 질척하게 묻은 정액을 바라보곤 다시 착실히 움직이는 구멍을 보았다.

태건은 저 정신 나간 새끼가 기어이 또 미친 짓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망연히 바라봤다. 다리를 오므리고 싶었는데 힘이 없었다. 다물리지 않는 구멍을 느끼니 서글퍼졌다. 정액이 주룩주룩 흘러 나가는 느낌이 쓸데없이 잘 느껴졌다. 태건의 다리 사이 시트가 흠뻑 젖어 들었다.

“아기는 너 닮았으면 좋겠어.”

멍하니 태건을 바라보던 유한이 문득 내뱉었다.

“아기는 무슨 아기야….”

“근데 성격은 나 닮았으면 좋겠다. 너 닮으면 큰일 나니까. 태교 열심히 해야지.”

“이 씨발, 인성 쓰레기 새끼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태건아, 솔직히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하니까 화도 안 나고 그냥 웃겨.”

“넌 좀 닥치면 안 되겠냐.”

“그래도 걱정 마. 난 너의 그 하수같이 더러운 인성도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어.”

“씨발… 진짜 말을 말아야지….”

“그래도 아기 가지면 욕은 좀 줄이자. 낳고 나서도. 이참에 지금부터라도 줄여 보는 게 어때?”

제가 알고 있는 온갖 욕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저 새끼의 어떤 정신 나간 대답을 듣게 될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그냥 삼켰다.

유한은 표정으로 온갖 욕을 하는 듯한 태건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그의 배를 쓰다듬고 구멍에 손을 넣어 정액 뭉텅이를 쑥 끄집어냈다. 태건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손목을 잡아 왔지만 유한의 행동을 저지할 순 없었다.

***

분홍색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욕조 안에서 태건의 몸이 노곤하게 늘어졌다. 유한은 태건의 팔과 다리, 허리를 연신 쓰다듬고 주무르며 근육을 이완시키게 도와주었다. 덕분에 태건은 나른하게 풀린 몸을 늘어트릴 수 있었다.

뒤에서 허리를 꼭 안은 유한이 젖은 머리칼 위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숙여 볼에, 턱에, 입에 쪽쪽 입술을 내렸다. 태건은 익숙하게 그 입맞춤을 받으며 축 늘어졌다. 정신이 깊은 수면 아래로 잠길락 말락 경계선을 맴도는 상태였다.

“태건아.”

평소에도 유한의 부름에 성실히 대답하지 않는 태건은 지금같이 몽롱한 상태에선 더더욱 대답하지 않았다. 거의 잠에 빠져 가는 태건이 새근새근 작은 숨을 규칙적으로 내쉬었다. 그 잔잔한 호흡을 들으며 유한이 나직하게 말했다.

“사랑해.”

담담한 목소리가 낮게 울리곤 다시 허리를 쓰다듬는 손이 느껴졌다. 태건의 온 생각이 까무룩 의식 아래로 침잠했다. 사랑한다는 그 여상한 고백에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픽 웃었던 것 같기도 했다.

***

아, 기분이 더럽다.

“태건아, 무슨 생각해? 이거 재미없으면 다른 거 볼까?”

이 더러운 기분이 단지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는 이유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더럽게 집중 안 되는 영화 때문도 아닌 것 같고. 요새 계속 속이 더부룩해서 그런가? 하긴, 집에 처박혀 있느라 운동을 안 하긴 했지. 그래도 산책은 몇 번 나갔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했던 모양이다.

“태건아, 배 아파? 요즘 자주 체하네. 소화제 줄까?”

“아니, 아픈 건 아닌데 좀 기분이 더러운 것 같은…. 음, 몰라. 그냥 좀 일찍 잘 거야.”

“그럴래? 그럼 영화는 끌까?”

“어.”

어쩐지 무겁게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게 이유한 역시 따라 들어왔다.

“야. 너 바쁘다고 하지 않았냐? 일 많다고 존나 찡찡거렸잖아.”

“그니까. 평일엔 너무 바빠서 섹스 할 시간도 없으니 이럴 때만이라도 붙어 있….”

“이 개새끼야! 뭐가 시간이 없어! 이젠 하다 하다 기억 조작까지 하는 저 미쳐 돌은 새끼!”

새벽에 곤히 잘 자고 있는 걸 굳이 굳이 깨워서 몸 밀어붙인 게 누군데! 그러고 보니 이유한 저 새끼는 괴물인가. 도대체 체력이 왜 안 닳아져.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면서 안 하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관계를 맺는 그 집요함에 도리어 내가 더 지쳐 갔다.

…저 새끼 회사에서 맨날 농땡이만 피우는 거 아냐? 지 외할머니 빽 믿고 허구한 날 처자기만 한다거나. 유한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빤히 보더니 해사하게 웃었다.

“나 일 엄청 열심히 해.”

“그래, 조온나 열심히 하겠지.”

“응, 난 원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거든.”

공익 광고에나 나올 건실한 청년인 양 말하는 이유한의 말에 코웃음 쳤다.

“그래. 그럼 가서 일이나 열심히 해라, 좀.”

“아니지. 난 일과 사랑 모두 잡을 거라서.”

“아, 좀!”

침대로 향하던 몸이 홱 돌아가 벽에 가둬진 채로 이유한을 올려다봤다. 이 새끼가 왜 이러지.

“태건아, 내가 너한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한창 불타올라야 하는 신혼인데 이것저것 하지도 못하고.”

와, 진짜 이 새끼 사람 말 존나 안 듣네. 태건은 이유한이 제발 좀 무심해지길 바라며 그의 개소리를 지켜봤다.

“그래서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휴가를 냈거든. 짠! 놀랐지?”

“뭐….”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쳤다.

“그러니까 우리 오랜만에….”

이유한의 눈이 반짝 빛나다 요요하게 휘어졌다.

“질펀하게 한바탕해 보자.”

물 한 동이를 온몸에 끼얹듯 페로몬이 확 쏟아졌다. 평소와 다른 빽빽한 농도에 약에 취하듯 머리가 어지러워져 간다. 이 새끼 설마….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까지 깊이 들이켜지는 알싸한 향은 따갑기까지 하다. 입에 넣기만 해도 이가 썩어 빠지게 달큼하고, 시원하다 못해 아플 만큼 싸한 향이 순식간에 감각을 지배했다.

“너, 너… 그….”

한순간에 주도권을 빼앗긴 몸은 어느새 발목에 바지와 속옷만 달랑 건 채 나체가 되어 있었다. 아랫배가 당기며 다리 사이부터 간지러운 감각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응. 러트야.”

서프라이즈~, 장난치듯 말하며 작게 웃는 표정이 점점 굳어 갔다. 동공이 넓어졌다 수축하며 짐승처럼 형형한 빛을 띠었다.

“아, 태건아. 너 지금 일부러 이러지?”

등이 벽에 더욱 밀착되고 다리 한쪽이 들려 벽에 붙여졌다. 그에 따라 살짝 벌려진 엉덩이 골로 액이 찔끔찔끔 흐르고 있었다. 유한이 그 모습을 보다 이를 악물었다.

“너 아까 향 확 풀어지는 게 꼭 구멍 벌름거릴 때 같아서, 쌀 뻔했잖아.”

뭘 넣지도 않았는데 향만으로 이미 젖은 구멍에 커다란 손이 닿았다. 긴 손가락이 엉덩이 골을 따라 주우욱 쓰다듬어 가더니 액이 묻어 젖은 손가락으로 빳빳한 태건의 성기를 가볍게 툭 쳤다. 아랫배가 확 당겨 왔다.

“흐읏!”

페로몬이 들이붓다시피 방출되는 바람에 잔뜩 민감해진 태건이 유한의 팔을 붙잡았다.

“야, 이, 이유한, 흐! 나….”

거미 다리같이 굽어지는 손가락이 애원하듯 팔을 잡아끌자 유한이 놀리듯 회음부만을 살살 쓸었다.

“응, 왜? 우리 태건이가 뭐?”

“흐으읏!”

들어갈 듯 들어가지 않으며 표면만을 쓰는 유한의 손가락에 미칠 것 같았다. 그의 손이 한 번 골을 쓸어 올릴 때마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소름이 어깨까지 찌르르 살갗을 타고 올라갔다. 피부의 온 솜털이 오소소 곤두선 게 느껴질 만큼 예민하게 달아오른 몸인데 이유한 개새끼는 구멍 언저리만을 놀리듯 어루만졌다.

“흑, 씨발. 씹, 아!”

쯜푹!

“흐…!”

별이 터져 갔다. 배회하듯 구멍 근처를 매만지던 손가락이 돌연 곧게 세워진 채 틀어박혔다. 고작 손가락 하나가 들어온 것뿐인데 믿을 수 없는 쾌락에 몸이 떨렸다. 그러나 손가락은 질척한 속살을 한 번 헤집기만 한 채 곧장 빠져나왔다. 풍덩 담가진 쾌감에서 돌연 끄집어 올려진 것 같은 미칠 듯한 허무함이 가득 찼다. 자존심 버리고 애원하려 했을 때, 이유한이 조급하게 성기를 박아 왔다. 과한 쾌락이 거대한 파도처럼 몸을 덮쳤다.

“허, 흑!”

이유한의 팔뚝을 잡던 손을 그의 목에 두르며 균형을 잡으려 했다. 추삽질 한 번에 몸이 위로 솟구쳐 가려다 뒤에 막힌 벽에 꾸우욱 등이 밀렸다. 도망칠 곳도 없이 벽에 붙여진 채로 구멍 살이 잔뜩 뭉개지는 감각에 태건이 유한에게 더 몸을 붙이려 했다.

“아으으으!”

성기가 뭉근히 도톰한 살을 누르며 원을 그리다 꾹꾹 눌린 살을 빠져나가니 짓눌리던 살이 곧장 달라붙어 쫓아갔다. 그러나 푹 젖은 구멍에 박혔던 성기는 미끌한 액을 잔뜩 덧발라 유연하게 쑥 빠져 구멍 입구에 걸쳐졌다. 그리고 다시 푹.

“아응!”

“하, 진짜.”

“응! 아으!”

“태건아, 그렇게 좋아?”

“흑!”

갈라진 목소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무슨 생각도 채 떠올리기 전에 거세게 박히는 성기에 내장이 위로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위로 솟구치는 부유감과.

“악! 헉, 흐아!”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지는 추락감이 뒤섞여 감각을 어지럽혀 간다.

파들거리던 속눈썹이 무색하게 기어이 눈이 뒤집히고 발작하듯 몸이 움찔움찔 절로 떨렸다. 허리가 팍 꺾이기도 하고 다리가 퉁 위로 올려붙여지기도 하고. 의지와는 무관한 쾌락의 결과였다.

한없이 벌어지던 다리는 너무 느껴 한계치를 넘어서자 본능적으로 오므리려 들었다. 그런데 이유한 개새끼가 다리를 오므리려 들 때마다 허리를 퉁 쳐올려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결국 거센 힘에 밀려 다시 왈칵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박힌 속살에서 액도 울컥 흘러나와 활짝 벌어지는 다리 사이로 물이 난잡하게 튀어 댔다.

“허으, 그만… 아, 그만….”

“조금만 더 하고.”

“너 씨발아, 그거 몇 번째, 아! 아, 씹. 제발! 그, 아! 흐아앙!”

정액으로 가득 찬 배가 묵직했다. 몸이 들썩일 때마다 배가 출렁였다. 이 미친 새끼는 날을 잡은 듯 노팅을 했음에도 모조리 끄집어내어 다시 박아 왔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정액을 긁어내렸는데 금방 다시 한계까지 차올랐다.

콧속엔 온통 비릿한 정액 냄새와 이유한의 알싸한 페로몬 향이 가득 찼다. 이유한의 향은 관계 중에도 더욱 강해져 코에 독한 술을 콸콸 붓는 것 같은 수준까지 갔다. 그러다 잠깐 잠잠해지고 다시 크게 불어나고, 제 욕구만 따르는 들짐승처럼 날뛰었다. 하여간 미친 새끼.

“헉, 제, 제발 좀…. 야, 씨발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개, 하윽!”

“응. 그렇지. 양심이 있어야지, 태건아. 이런 몸을 하고 어떻게 그만하라고 그래. 들어와 달라고 활짝 벌리고 있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

“너, 이 씹, 이건 네가! 으, 하읏!”

“구멍도 그래. 흐느적 풀렸으면서 박힐 때마다 조이겠다고 오물거리는데 윽,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못 나가지. 손에 쥐는 것같이 꿈틀거리는 게… 아 진짜… 너무 좋다.”

“흑! 흐아, 흐엉, 읏!”

이유한의 러트 기간엔 반드시 집을 나가 있겠다고 다짐하는데 정신까지 모조리 휩쓰는 쾌락으로 다시 몸이 던져졌다. 뒤질 것 같았다.

태건의 온몸이 정액에 절여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정액을 한 바가지 부은 것 같은 꼴이었다. 쾌감에 취해 정액을 뒤집어쓴 태건이 무척 야했지만 조금만 더 하려 해도 태건은 이제 정액이 나오지도 않는 지경까지 왔다.

구멍 속 액은 박을 때마다 터지듯 잘 나왔지만. 앞은 나름 도와준답시고 흔들어 주고 빨아도 줬는데 바짝 말라 버린 듯 몇 방울 싸지도 못했다. 그제야 슬슬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아, 조금 심하긴 했구나. 태건은 엉엉 울며 진짜 안 나온다고, 죽을 것 같다고 애원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푹 절여진 태건을 안아 들어 물에 깨끗이 씻겼다. 욕조 안에선 고쳐 안아 손자국이 난 살결을 살살 쓰다듬었다. 방에 돌아온 후, 매트리스까지 젖은 듯 진한 물기를 머금은 시트와 바닥에 낭자하게 얽혀 있는 정액의 양을 보고 노팅을 몇 번이나 했는지 꼽아 보았다. 기억나는 것으론 두 번인데 중간에 이성을 잃어서 아마 더 했을 가능성도 있긴 했다. 사실 그랬던 것 같다.

힘없이 기댄 무게감에 희미하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친 몸을 보듬으며 달래 주었지만 태건의 의식은 없었다. 쪽쪽 가벼운 입맞춤이 얼굴과 몸 구석구석 내려앉고 보송해진 몸이 품에 쏙 들어왔다.

도저히 누울 자리가 없는 방을 나서 잘 정돈되어 있는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명색은 손님방이었으나 아무도 들이지 않을 거란 걸 유한도 태건도 잘 알았다. 그래서 이 방은 지금처럼 격한 정사로 방이 너무 어지럽혀졌을 때 임시로 머무는 방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유한은 이 방을 마음에 들어 했고 태건은 질색했다.

보드라운 시트에 태건을 눕히고 자신도 누워 이불을 덮었다. 태건의 잠자리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좀 더 편하게 고쳐 주고 그에게 파고들어 달라붙었다. 안락한 부피감이 팔 안에 차자 더할 나위 없는 평화로움이 몸을 감쌌다.

“아… 씨발….”

모로 누운 태건이 몸을 뒤척였다. 잠깐 깼다 잠에 들지 못하는 태건을 뒤에서 껴안아 가만가만 허리께를 쓸어 주던 유한이 몸을 일으켜 태건의 얼굴을 바라봤다.

“태건아, 어디 아파?”

걱정스런 목소리는 푹 잠겨 있었다.

“야, 나 배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유한이 태건의 배를 감싸며 조심스럽게 살살 어루만졌다. 큰 손이 원을 그리듯 돌며 배를 매만지자 따듯한 온기가 안정감 있게 퍼져 나갔다.

“그러고 보니 요새 배 아프다고 했지. 많이 아프면 응급실이라도 갈까?”

“아니, 그 정돈 아닌데. 내일 아침엔 가 봐야 될 것 같아. 존나….”

“그래. 그러자. 잠깐 일어나서 약이라도 먹을래?”

“아니, 걍… 내일 병원 가면 되지.”

“응. 알았어.”

이유한 답지 않게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시무룩한 듯한 음성이 어색하게만 들렸다.

“야, 괜찮으니까. 넌 좀 자. 너 그러다 진짜 쓰러질… 것 같진 않지만 너 그거 남은 수명 끌어다 쓰는 걸 수도 있다고.”

저러다 나이 들어서 고생하지, 가벼운 타박이 잠에 취해 잠겨 들었다. 가물거리며 감기는 눈을 보며 유한이 남모르게 안도했다. 저렇게 계속 뒤척이며 잠도 못 자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래도 또 금방 잠이 들어서 다행이었다. 조용히 새근거리는 태건의 숨소리를 들으며 유한도 다시 태건의 옆에 누웠다. 배를 찬찬히 쓰다듬는 움직임은 밤이 하얗게 샐 때까지 느긋이 이어졌다.

***

“임신입니다.”

“…뭐요?”

“…….”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뻐근한 목을 주물거리던 손이 우뚝 멈췄다. 어깨에 손을 올려 은근히 쓰다듬고 있었던 이유한의 움직임도 순간 정지했다.

“우선 주의 사항부터 말씀드리면….”

의사의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배경 음처럼 웅얼거리기만 했다. 씨발. 내가, 내가 뭘 들은 거지? 임신? 어제 이유한이랑 그렇게 뒹굴었는데 무슨…. 씨발 이게 무슨….

뚝 끊기는 정신 줄을 느끼며 간신히 고개를 돌려 이유한을 바라보았더니 수업 시간에도 보지 못했던 진지한 눈으로 주의 깊게 의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별 신경 쓰지 않았던 어깨 위의 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아니야.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오진 같은데…? 그래, 오진일 수도….

그런데 불현듯 기억 한편에 묻어 두었던 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허니문 베이비 어쩌고 하던 이유한과 무섭게 배를 압박하며 부풀어 오르던 성기,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쏟아졌던 정액 같은 게….

와, 씨발….

손이 저절로 들려 입을 막았다.

와, 미친….

약혼, 결혼, 이제는 임신까지. 이유한에게 인생을 완벽하게 저당 잡혔다는 불길함이 들었다. 주절거리던 의사의 말이 끝나자 멍하게 앉아 있던 태건은 유한에게 붙들려 진단 실을 나왔다.

어떻게 절차를 밟고, 차까지 어떻게 걸어갔고,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멍하니 믿기 힘든 현실을 몇 번이나 곱씹었던 기억만이 남았을 뿐이다.

“태건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이유한은 지금 이 지랄 중이고.

집에 도착한 뒤 한참 동안 말없이 날 응시하던 이유한이 돌연 몸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레 벌린 팔에 확 끌어당겨질까 움찔했지만 놀랍도록 부드럽게 품에 안은 이유한은 그저 조심조심 등을 쓸며 사랑한다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또 멍하니 날 안고 있더니 이번엔 소파에 데려가 앉혔다.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고 손을 쓰다듬고. 다시 입을 맞추며 그놈의 사랑한다는 말을 미친놈처럼 중얼거렸다.

적당히 몇 번 하고 끝내는 거면 몰라. 무슨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저렇게 사랑해, 사랑해 중얼거리기만 하니 영락없는 정신병자의 모습이었다. 하긴 이유한은 분명 정신병 몇 개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저 정신머리가 멀쩡한 정상인의 것일 리 없지.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는 저마다의 정신병이 있다는데.

“사랑해. 사랑해. 너무 좋아, 진짜. 내가 정말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

“너 제발 좀 적당히 해. 미친놈아.”

“안 돼. 태건아. 이제 욕하지 마. 우리 사랑이가 들으면 어떡해.”

“와, 이 미친 새끼. 태명은 또 언제 지었어?”

“욕은 안 된다니까, 태건아.”

이유한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맞아. 말을 못 했구나. 태명은 사랑이 어때? 혹시 생각해 둔 다른 이름이 있어?”

“…음…….”

튼튼이? 씩씩이? 태명이니까 좀 건강한 이름이 좋지 않나? 뭔가 세 보이는 이름 같은 거….

“용덕출? 곽필두?”

이유한이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봤다.

뭐, 왜.

나름의 항변을 하려 했으나 이유한의 눈이 너무… 묘한 배신감과 어이없음을 담고 있어서 우물쭈물하다 결국 져 줬다.

“…그냥 사랑이가 좋겠다.”

“잘 생각했어. 태건아.”

그제야 굳어 있던 이유한의 얼굴이 다시 펴졌다. 이유한은 정말로 안도한 기색이었다. 그렇게 이상했나….

그런데 솔직히 실감이 안 났다. 이 모든 게 그냥 단순한 소꿉장난 같다. 현실감 없는 꿈 같다기보단 그저 오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미래를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손을 들어 배를 만져 보았지만 평소처럼 판판하기만 했다.

…여기에 아기가 있다고? 어떻게?

병원에서 받아 온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

요즘 이유한이 이상했다. 배가 나오긴 했지만 이제 안정기에 들어갔다는 의사의 말에도 이유한은 날 건들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그 흔한 입덧도 하지 않았고, 일상에서 몇몇 불편한 점이 있는 것 외엔 아프지도 않았다. 이토록 안정적인데도 이유한은 답지 않게 목석마냥 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 아픈 데는 없고? 먹고 싶은 건?]

“없어. 야, 근데 오늘도 늦는다고?”

[응… 왜 그래? 혹시 몸이 안 좋아? 어디 불편해? 먹고 싶은 게 생겼어? 빨리 갈까?]

속사포로 쏟아 내는 말에 잠시 한숨을 쉬었다.

“아니, 괜찮아. 그럼 수고해라.”

[응. 혹시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119부터 누르고 나한테 전화해. 알았지?]

“어, 알았다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유한은 임신 초기부터 과하게 신경 쓰며 몸종처럼 굴었고 지금도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도 꼭 나와 거리를 두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지금처럼.

시작부터 낙하산이란 걸 티 내기라도 하듯 떡하니 한자리 꿰차는 직급을 차지했으면서 야근 한 번 안 하면 잘리기라도 하는 말단 사원마냥 굴었다. 초반엔 이래저래 말이 많으니 능력을 보여 준답시고 바삐 일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이젠 좀 여유로워질 만하지 않나? 저 혼자 회사 일 다 떠맡았나.

솔직히 얼마 전부터 계속 불길한 가능성 하나가 마음에 걸려 까슬거렸다. 어쩌면 이제 이유한의 마음이 식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와, 생각만 해도 진짜 기분 더럽긴 한데 꽤 그럴듯하기도 했다. 이게 아니면 왜 보란 듯이 늦게 들어오고 평소처럼 몸을 치대지도 않는 건데?

실제로도 임신하고 버림받는 오메가가 많긴 했다. 임신 중에는 냉궁에 홀로 방치된 첩처럼 홀대하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그제야 한 번 들여다보는 썩어 빠진 알파 새끼가 의외로 많았다. 그 와중에 태어난 아기가 알파가 아니면 쫓겨나는 일도 부지기수고.

그러나 이유한은 나한테 정성을 들이고 있긴 했고, 늦게 들어오는 것도 평일뿐이지. 주말엔 곁에 얼쩡거리며 성가실 만큼 챙기긴 했다. 그런데 여기에 안심하기엔 또 이유한이 몸을 안 치댄단 말이지. 딱 붙어 챙기는 것 같으면서도 돌아보면 묘하게 거리를 두고 있었고.

하지만 역시 이유한 그 미친 새끼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그렇게 사랑하는 새끼가 그러겠어? 알량한 자만심에 기대어 모든 의혹들을 덮어 두었지만 그 모든 게 폭발한 건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야, 이유한… 그거 뭐야.”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 상황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상상만 해도 진저리 치게 궁상맞은 일인데 어찌할 바 없이 눈가가 화끈거렸다.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비참했다. 무거운 배를 부여잡고 글썽거리는 오메가와 그를 보며 서 있는 알파. 너무도 전형적인 이 상황을 내가 맞닥뜨리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응? 왜 그래, 태건아. 어디 아파? 병원 갈까?”

“그거 뭐냐고.”

“태건아, 무슨 일 있었어? 진정하고 일단 앉아. 응? 잠깐 앉아 있으면 뭐 따듯한 거라도….”

“이 씨발 새끼야! 내가 그거 뭐냐고 물었는데 왜! 말을 돌려!”

평소라면 넌지시 물어보곤 넘어갈 만한 일이었다. 불쾌한 향이 밴 셔츠와 칼라에 찍힌 립스틱 자국. 지루할 만큼 뻔하고 드라마틱한 장치라 오히려 쓸데없는 의심 따윈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평소라면 그랬겠지.

그런데 지금껏 숱하게 지나쳤던 자그마한 의혹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결정적인 증거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니 순식간에 머릿속에 그럴듯한 퍼즐 하나가 뚝딱 맞춰졌다. 그 퍼즐은 다른 오메가가 생긴 이유한과 임신한 채로 버려질 나. 최악의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

“최태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

그딴 더러운 흔적이 달린 와이셔츠를 입고 하는 말이 참 뻔뻔했다. 아, 그래. 알파의 외도 따위 별일도 아니라 이거지.

이유한은 굳은 표정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그 낯선 모습에 최악의 가정은 더욱 굳혀졌다. 이 더러운 사회가 환멸 나고 앞으로 맞게 될 초라한 인생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렸다. 기가 차고 억울해서 숨을 쉬는 것조차 버겁다.

“너, 이 개새끼야. 내가 말했지. 이혼하자고 하면 죽여 버릴 거라고.”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오는데. 정말 왜 그래?”

결국 참지 못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볼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느껴짐과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한 패배감이 몸을 쓸고 내려갔다.

아, 진짜 어쩌지. 부모님께 돌아가면 받아 주긴 할까. 갑자기 생긴 귀찮은 오메가, 좋은 알파한테 떠넘겼다고 좋아하셨던 부모님인데. 내가 가면 무슨 잘못을 했든 싹싹 빌며 어떻게든 잡으라고 다시 보내겠지. 그렇다고 내가 혼자 살 수 있나. 심지어 임신까지 한 몸으로? 씨발, 강간이나 안 당하면 운 좋은 거지.

“태건아….”

이유한이 한 걸음에 내 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쓸고 나를 품에 넣으려 했다. 그러나 저 역겨운 와이셔츠에 닿고 싶지 않아 있는 힘껏 밀어냈다. 이유한이 표정을 와락 구겼다. 제법 상처받은 표정이었지만 이게 내 편향에 치우친 착각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먼저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이유한을 죽이고 싶었다. 저 새끼 입에서 개소리가 나온다면 정말 죽여 버릴 것이다. 내가 처연하게 버림받는다고? 그 꼴은 죽어도 못 참지. 버려도 씨발, 내가 버려.

“왜 그래. 응? 왜 그러는데….”

이유한의 목소리가 가는 떨림을 담았다. 처음으로 보는 약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술렁였다.

“이유한. 마지막으로 물을게. 그 셔츠 뭐냐고.”

“셔츠… 셔츠?”

이유한이 더듬더듬 입고 있던 셔츠를 매만졌다. 그러다 아, 소리를 내더니 허겁지겁 찢어발기듯이 셔츠를 벗었다. 그런 뒤 칼라에 찍힌 선명한 입술 자국을 보며 허, 기가 찬 한숨을 내뱉었다.

“아, 이거. 이게… 태건아, 오해야. 오늘 미팅 때문에 잠시 J사에 들렀는데 어떤 오메가 하나가, 그 멍청한 새끼 때문에 지금, 씨브으으음….”

이유한이 다급히 설명을 하다 말고 저 혼자 화를 내며 씩씩거렸다. 그러다가도 임신한 배우자 앞에서 욕을 하긴 마음에 걸렸는지 말끝을 이상하게 흐렸다. 그 어이없는 모습에 저거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어 기가 찼다. 헛웃음 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어 날 살핀 이유한이 다시 빠르게 말을 이었다.

“힛싸인데 약을 못 챙겼나 봐. 하필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져서 그때 묻은 것 같아. 내가 알파니까 본능적으로 내 쪽으로 쓰러졌던 것 같고. 향도 그때 밴 걸 테고.”

“넌 씨발, 네 썩어 빠진 인성이 얼마나 착하다고 그걸 다 받아 줬다고?”

“바이어를 밀쳐 내기엔 걸려서. 미안. 앞으론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 누구든 내 몸에 털끝 하나 못 대게 할게.”

“아니, 그….”

오해가 이렇게 단순히 풀리자 도리어 민망해지는 건 밑도 끝도 없이 흥분해서 지랄한 내 쪽이었다. 이유한은 기분 좋은 듯 입꼬리가 씰룩이는 걸 간신히 눌러 참고 있었다. 차라리 대놓고 웃는 게 덜 기분 나쁠 것 같다.

“아니, 그런데 안 그래도 네가 요즘 이상하긴 했잖아. 평소라면 이딴 오해 하지도 않았어!”

“내가 이상했다고?”

“어. 너 요즘, 요즘….”

아니, 이걸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해.

“너, 그, 안정기인 거 같이 들었으면서 왜… 그….”

수치심에 얼굴을 구기면서도 말을 이었다. 그래, 차라리 확실히 이유라도 들어야겠다. 아니면 다시 이상한 꼬투리에 폭발해서 지랄지랄 할지도 모르니. 평소에도 이상하긴 했잖아. 괜히 신경 쓰이고. 그러니 잠깐 쪽팔리고 말지.

“아… 아, 세상에. 태건아.”

이유한의 얼굴이 꽃이 피듯 대번에 환해졌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듯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 왔다. 이유한이 입고 있던 그 셔츠는 지금 찢겨서 발밑을 나뒹굴고 있으니 나 역시 가만히 맨 가슴팍에 이마를 기댔다. 페로몬 때문인지 마음 깊이 안정감이 스며들었다. 점차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얽혔던 생각들이 차분히 정리되어 갔다.

“난 네가 괜히 스트레스 받을까 봐 무서웠어.”

“…뭐?”

이 돌은 새끼가 지금 어디서 섬세한 척이지?

“가뜩이나 불편한 거 많은데도 잘 지내 주고 있는데. 내가 괜히 치대서 네가 힘들어하면 안 되잖아. 넌 평소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그런 시간을 필요해하니까.”

허.

“그리고 솔직히… 내가 자제할 자신이 없었어.”

“무슨, 뭐를?”

“너한테 섹스 하자고 조를까 봐.”

와, 이유한 이거 진짜….

“우리 안 한 지 너무 오래되긴 했잖아. 그런데 이제 안정기라 관계도 가능하다고 하니까 정신 놓고 졸라서 피곤하게 하면 어쩌나 싶었지.”

“넌 무슨… 네가 사탕 앞에 둔 애새끼냐? 정신 놓고 조르게?”

접시에 마시멜로 있으면 바로 처먹을 새끼.

“비유를 해도 진짜… 이렇게 달콤하게 비유를 하면 어떡해. 설레게. 그래, 태건아. 네가 사탕 해. 내가 애 할게.”

…저 미친 새끼의 본성은 어디 안 가는구나. 저건 날 때부터 정신이 비틀려 있었을까.

“그런데 네가 그걸로 서운해할 줄 몰랐어. 하긴 그 야해 빠진 몸이 아기 가졌다고 정숙해졌을 리 없는데 내가 멍청했지. 미안, 태건아.”

이젠 다른 결의 불길함이 발목을 타고 스스스 올라왔다. 내가 미쳤지, 진짜. 굳이 이유한과 섹스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아주 조금의 의심이 있었고, 그게 거슬려서 그랬던 건데. 근데 저딴 오해를.

“응? 왜 그래. 갑자기 부끄러워서 그래?”

본능적으로 도망가려는 몸을 안아 올린 이유한이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에이, 내가 우리 태건이를 모를까. 네 구멍이 어떤지 너보다 내가 더 잘 알걸? 내가 굶겨서 미안해. 앞으론 잘 먹여 줄게.”

느긋한 걸음이었지만 보폭이 커서 금방 침대까지 도달했다. 이유한이 제법 조심스레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 신중한 움직임에 희망이 조금 보였다.

“야, 야. 그, 불안하지 않냐? 어? 그니까 그냥 둬. 그냥 평소처럼 자자.”

“괜찮아. 태건아. 내가 설마 널 몰아붙일까. 애초에 그럴 리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힘들어하면 바로 그만둘 거야. 살살 할게. 좋은 것만 잔뜩 느끼고 푹 자자.”

“아니, 흣!”

넉넉한 임부복이 말려 올라가 부푼 가슴이 보였다. 가슴 자체는 물론이요, 젖꼭지 또한 부풀어 올라 도드라져 있었다. 유한의 손이 그 위를 조심히 쓸다 엄지로 젖꼭지를 톡 건드렸다. 작은 돌기가 움찔 손가락이 누르는 대로 뭉개지며 빳빳하게 굳어져 갔다.

“읏! 야, 거긴 안, 흑!”

“응, 좋아? 전보다 커졌는데 커져서 더 많이 느끼는 건가?”

“아, 야 너 설마, 아!”

이유한이 고개를 내려 젖꼭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이 미친 새끼! 기겁을 하며 떼어 내려 했지만 입술을 대고 살짝 물어 빨아들이는 힘에 정신이 물렁해져 갔다.

“하으윽!”

이따금 아프지 않게 잘근잘근 물어 대기도 하고, 한 손으론 옆의 젖꼭지를 손안에서 마음대로 갖고 놀며 쭙 빨아들이는 느낌에 괜히 팔만 허우적거렸다.

“흐어으, 으, 아!”

빨아들이는 압력 때문인지 실제로 뭐가 나오는 듯한 느낌에 태건이 더욱 바르작거리며 팔과 다리를 바동댔다. 머릿속이 뿌연 안개가 끼듯 아득해져 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우습게도 벌써 그런 게 나올 때가 됐나, 싶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젖꼭지를 문 입술을 비벼 대는 탓에 다시 정신이 홀랑 녹아내렸다.

“아으으, 응!”

“아, 어쩌지. 태건아.”

계속 빨던 유두에서 입술을 뗀 유한이 웃었다. 입술에 묻어 있는 하얀 자국을 혀로 핥아 먹은 유한이 태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걸 내가 먼저 먹게 되네.”

“이, 미친!”

“난 나쁜 아빠야.”

도톰한 유두에서 새어 나온 흰 물방울이 점점이 솟아오르다 옆으로 주룩 흘렀다. 유한이 얼른 혀로 핥아 내며 살짝 깨물었다.

“나중에 우리 사랑이 주고 남으면 나한테도 줘.”

“진짜 돌, 읏! 야!”

입술이 반대편 유두로 옮겨 가고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활동하기 편한 원피스 식의 옷이라 말아 올리고 나니 아래는 휑하니 비어 있는 상태였다. 조금 살이 오른 허벅지를 더듬던 손이 곧장 구멍으로 향했다. 물기 있는 구멍에 손가락이 푹, 젖은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아. 그새 좀 쉬었다고 이렇게 앙다무네. 물 많은 건 여전하고.”

유한이 가슴에 댄 입술을 떼지 않고 웅얼웅얼 말했다.

“흐, 흐으응!”

“아.”

유한이 돌연 뭔가가 생각난 듯 멈칫하더니 태건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까워진 두 얼굴이 스치고 귓가에 장난기 섞인 낮은 음성이 조르듯 말끝을 늘리며 나직이 울렸다.

“사탕 주세요.”

“이, 미친, 흑!”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잠시 몸이 식을 뻔했다. 정작 천년의 욕정도 식게 만들 발언을 한 이유한은 홀로 당당했다. 그러나 곧장 파고드는 손가락에 다시 정신이 물컹해지고 잡생각들이 하얗게 휘발되었다.

찰박이는 물소리가 아래에서 퍼지자 귓가에 파고들 듯 잘게 부서지는 웃음소리가 멀어져 갔다. 큰 손이 안정감 있게 등을 받쳤다.

유한이 가늠하듯 구멍을 헤집다 봉긋 솟아오른 배를 어루만졌다.

“진짜 괜찮겠어?”

“흣, 씨, 너… 너 일, 부러 흡, 할 거 다 해 놓고 묻는, 거지 개씹….”

“괜찮다니 다행이다. 살살 할게. 아프면 바로 말해.”

저 새끼는 꼭 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진짜 극악의 이기적인 새끼….

통통한 엉덩이를 살짝 든 유한이 성기를 조심스럽게 삽입해 왔다. 평소와 다른 부드러움에 목을 긁는 듯한 이상한 신음이 스르륵 나왔다.

“허으으윽….”

“아, 진짜 계속 듣고 싶었어. 우리 태건이 좋아 죽는 소리.”

“넌 젭, 윽, 제발 닥, 흣, 흐으으…!”

묵직한 성기가 살을 모조리 가르며 비집고 들어온다. 액에 젖어 철벅거리면서도 빽빽한 압박감에 색색 겨우겨우 숨을 골랐다.

억겁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다 들어온 건지 유한이 움직임을 잠시 멈췄다. 지금껏 휩쓸리듯 덮쳐 와 정신 못 차린 채 지나갔던 대부분의 정사와 달리 느리고 세심했다. 이유한이 그래도 인간이라고 아주 조금의 양심과 지각은 있는 모양이어서 다행이었다.

유한이 태건의 부른 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둥글게 원을 그렸다.

“우리 사랑이도 우리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인지 알 거야. 우리 일요일마다 가족회의 할까.”

“서로, 는 빼, 흡!”

느릿하게 쳐올리는 허리 짓에 몸이 굳었다.

“흑!”

“태건아, 괜찮은 거 맞아?”

유한은 불안한 듯 계속 의사를 물어 왔다. 평소엔 땀도 별로 안 나는 체질이면서 지금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벅차기도 했다. 숨이 너무 가쁘고 버거웠다. 그런데 그 버거움이 배 때문이 아니라….

“흐하….”

태건이 말도 못 하며 헐떡였다. 눈가에 눈물이 조금씩 고여 갔다. 유한이 상황의 심각함을 느끼고 태건을 유심히 살피며 빼려던 때, 태건이 등을 받친 손을 따라 손목을 붙잡았다.

“나, 나… 흑….”

너무 오랜만의 쾌락이라서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긴장이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살짝 맛본 간만의 쾌락에 마음이 조급해져 갔다.

“빼, 지 마, 흐, 나… 나 좀….”

“아.”

유한이 입 안 가득 아주 신 걸 씹은 것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성기가 훅 뒤로 빠져나갔다가 꽝! 박혀 들었다.

“흐아! 아!”

“이걸 어떡, 해. 진짜.”

“학! 으! 아! 아! 아응!”

정신없이 박히던 중 다리가 달랑 위로 들렸다. 저게 뭐 하려는 건가 흐린 눈으로 초점을 맞추려 애썼다. 유한이 한쪽 다리를 위로 들어 어깨에 걸쳐 놓았다. 더욱 깊이 삽입되는 성기에 숨이 텁텁 막혔다.

“흐으, 흐….”

“이러면 더 편안, 하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편안은 개뿔.

“헉.”

깊이 파묻힌 상태에서 유한이 허리를 살살 돌렸다. 그 은근한 움직임에 허리가 저절로 따라 돌아갔다. 속살이 빗기듯 스치고 내벽이 둥글게 비벼져 벌린 입에선 헉, 헉 숨소리만 간신히 새었다. 유한은 자신의 허리 돌림에 따라 움직이는 태건을 보며 기특하다는 듯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허, 허으, 흐.”

“어떻게 이렇게 예뻐.”

“흐으으….”

지금껏 이유한과의 관계에서 정신을 놓았던 이유는 그 새끼가 거칠게 치댔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거칠든 부드럽든 그냥 어떻게 하든.

“흐어, 흐아앙!”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나 역시 오랜만이라 더 흥분되고 성감이 더욱 예민해졌다. 따가울 정도의 쾌감이 계속 찔러졌다. 한 번 쑤셔 들어갈 때마다 연쇄적인 폭발 같은 게 쾅쾅쾅 터져 가는 것 같았다. 걸쳐진 다리가 저절로 들리고 조르는 것처럼 구멍이 꽉 수축했다 이완됐다.

“윽, 진짜….”

“흐응!”

유한이 허리를 퍽 올려쳤다.

“아!”

“태건아, 아프면 꼭 말해.”

“으응! 흐!”

이유한의 마지막 말이었다. 평소처럼 자비 없는 허리 짓이 이어졌다. 거센 마찰 음이 날 때마다 물방울이 곳곳에 튀며 성기에선 자제 못 하는 정액이 줄줄 흐르고, 이유한은 그 꼴을 보며 더 흥분해서 처박았다. 다리가 더 들리고 앞으로 가는 와중에 뒤로도 절정을 맞아 온 감각이 흐려지는 극단적인 희락에 빠지고.

정신이 끊긴 듯 격했던 도중의 기억이 날아가고 눈을 겨우 끔뻑이니 사정을 했는지 허리를 뭉근하게 은근히 비비고 있는 이유한이 가득 찼다.

“흐….”

태건이 색- 길게 숨을 쉬니 유한이 움직임을 멈추고 부른 배에 조심히 입을 맞춰 왔다. 손으로 살살 쓰다듬고 성적인 의도 없이 등허리와 가슴을 매만지며 부드럽게 쓸었다. 무어라 말을 하듯 배에 댄 입술이 몇 번 벙긋거리고 떨어졌다. 직후 성기도 주르륵 빠져나갔다.

“하… 어, 콘돔 꼈, 었냐?”

“응. 임신 중 관계 시엔 콘돔 끼는 게 좋대서.”

“뭔… 하자고 조를까 봐 피해 다녔다며. 혼자 준비 중이었냐.”

어이없어 픽 웃었다. 이유한은 콘돔 끝을 묶어 쓰레기통에 던져 골인시키더니 옆에 누워 배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커다란 손이 배를 덮으며 따듯한 온기를 전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허….”

“아… 우리 태건이 어쩌지? 9개월부터는 성생활을 피해야 된대. 귀엽게 졸라도 못 해 주는데 어쩌지 정말….”

“미친놈아.”

“말조심해 주세요. 사랑이 아버님.”

“허, 참….”

평온한 시간이다. 이유한이 종종 헛소리를 해 대긴 했지만 딱 좋았다. 기분 좋게 나른하고, 몸은 과하지 않게 늘어졌고, 이유한의 손이 배를 쓸고 있는 지금이 꽤 괜찮은 일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가 걸렸다. 그저 살짝 의문스럽던 것이 점점 꼭 알아야겠다는 집착으로까지 변질되었다.

“야, 그런데… 내가 진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응?”

“원래 모유가 지금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

유한이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봤다. 뭐야. 쟤도 몰랐던 건가? 평소엔 별 중요한 것 같지도 않은 자잘한 것까지 잘 알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었다. 막달도 아니고 지금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상하잖아. 아깐 분위기에 취해 그냥 넘어갔던 것이 지금 생각해 보니까 너무 이상했다.

“…태건아.”

“어?”

“너 병원에서 받은 책자 안 봤어?”

“그… 보긴 했는데?”

진짜 보긴 봤다. 하지만 굳이 뭘 안 해도 이유한이 알아서 챙겨 주길래 조금 덜 신경 쓰긴 했다. 아니, 그래도 봤는데.

“아, 진짜….”

뭐야….

이유한이 갑자기 얼굴을 시트에 묻더니 끅끅 웃어 대기 시작했다. 배 위의 손도 웃음으로 잘게 떨렸다. 기가 찼다. 말이라도 해 주든가.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 저 혼자 실실 쪼개다 겨우 고개를 든 이유한은 숨을 길게 내쉬고 말했다. 아직도 웃음기가 남은 목소리였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원래 남성형 오메가는 모유가 임신 초기부터 생성되는 편이야. 원래 판판하니까.”

배 위의 손이 가슴께로 슬쩍 다가와 어루만졌다. 열기가 가신 몸이라지만 조금 전까지 달아올랐던 몸이라 민감함에 흠칫 어깨가 떨렸다.

“흣, 야!”

“좀 더 빨리 만들어지는 거지.”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중요한 건 아니라 홱 넘겼었나.

그 후로 이유한의 설명이 이어졌고 나름 진지하게 경청하긴 했다. 그리고 어쩐지 결론이 가슴 마사지를 해 주겠다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약간 의아함이 남았지만 가슴 마사지가 필요하단 건 알고 있던 터라 일단 알겠다곤 했다.

마침 이따금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기도 했고. 그걸 왜 네가 하냐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실 이유한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긴 했다. 어디 가서 모르는 사람한테 받는 건 되도록 지양하고 싶고, 내가 직접 하기엔 깜빡해 빼먹거나 귀찮아 그만둘 것 같아서.

그렇게 여운이 희미해질 때까지 말을 주고받으며 누워 있다가 이유한이 몸을 들어 올렸다. 얘는 관계가 끝날 때마다 참 착실하게도 씻기는구나 생각하며 따듯한 물속에 편안히 누워 잠을 청했다. 완전히 잠이 들 때까지도 배 위의 온기는 여전했다.

***

“미친놈아! 마사지해 준다며!”

“응. 열심히 해 주고 있잖아. 그보다 태건아, 입.”

사람이 진짜… 어떻게 저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지? 진심으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분명 처음엔 마사지였다. 하지만 둔감한 사람도 이상함을 느낄 만큼 손길이 끈적하게 변해 갔다. 이유한 이 자식은 하라는 마사지는 안 하고 애무를….

“읏! 야야, 비켜 비켜. 너 빨리 회사 안 가냐?”

“응? 내가 어제 말했잖아. 출산 휴가 받았는데.”

“뭔… 야… 너 신입 아니었냐? 너 이 새끼… 회사가 장난이야?”

“왜애- 우리 태건이 그간 속상했구나, 나 없어서. 안정기 동안 실컷 해 줄 테니 기분 풀어.”

답답해서 이유한 대가리를 한 대 치고 싶었다.

“흑…!”

“부풀어서 그런가 만지기 좋다. 말랑거리고.”

별로 나오지도 않았건만 저 새끼는 꼭 저렇게 오바를 떤다.

가슴 전체를 쓸어 만지다 주물거린 손바닥이 부어오른 것처럼 통통해진 젖꼭지를 살짝 잡아당겼다. 저릿한 감각이 몸을 돌듯 퍼져 갔다.

“아!”

“태건아, 배 조심해야지. 좋아서 허리 들고 싶어도 좀 참아.”

“이, 씹….”

남은 손으로 움찔거리며 안달 내는 등허리를 달래듯 쓸더니 볼록한 배에 입을 맞추곤 곧장 가슴으로 옮겨 왔다.

“야, 너 또! 흣!”

나쁜 새끼가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입술을 대어 왔다. 가볍게 입 맞추듯 쪽 대더니 이어 길게 빨아 왔다. 쪽 빨아들이는 압력에 이상한 감각들이 제각기 얽혀 갔다. 다리가 절로 움찔거리며 살짝 벌어지고 입이 메말라 갔다. 남은 손 또한 유두로 올라왔다.

잔뜩 부푼 젖꼭지를 엄지로 꾹 눌러 위로 쓸다가 살살 돌려 대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 비비다 튕기듯 톡 건드리고. 교묘한 손장난에 희롱당하는 젖꼭지와 연신 빨리고 있는 젖꼭지에서 동시에 흰 물이 톡 나왔다. 머리가 둥 울리다 뒷목이 뻣뻣하게 굳는 순간, 가슴에서 무언가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절로 신음이 길게 새었다.

“흐으으….”

이유한 개새끼는 개처럼 그걸 다 핥아 먹었다. 가슴에 달라붙어 쪽쪽거리는 그 미친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애써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더 달라는 듯 다시 깊이 빨아 대는 탓에 도저히 외면한 채 가만둘 수조차 없었다.

“미친놈아, 그만 좀 해!”

“응? 뭐를?”

“흐아…!”

젖꼭지에 대고 말하는 탓에 이가 스치고 잘근 눌린 젖꼭지에서 다시 주룩 허연 액체가 흘렀다. 웃으며 혀를 내어 핥아 올리는 모습에 열이 올랐다.

몸이 다시 축 처졌다. 가슴으로도 이렇게 느낄 수 있나. 그것보다 애초에 이게 빨리는 거로 느끼면 안 되지 않나. 약간 자괴감이 드는 고민들이 맴돌다 약하게 깨물린 순간 몸이 튀어 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고개가 확 젖혀지곤 전류가 퍼지듯 온몸이 한차례 바르르 떨렸다. 절정을 맞았을 때와 같은 감각이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윽, 흐으으….”

몸이 긴장으로 굳었다 확 풀리는 나른함에 저절로 흐느낌이 새어 나갔다.

슬슬 위기감이 들었다.

“야, 사, 사랑이가 먹을 거 없으면 어떡해!”

저러다 정말 몸이 녹을 때까지 가슴만 빨아 댈 것 같아서 일단 아무 소리나 막 내뱉었다.

“이러다 마르면 어떻게 하냐고! 그니까, 그만 좀!”

“뭐라고?”

“어? 그, 좀 그만하라고….”

내내 숙이고 있던 얼굴이 갑자기 들려 식겁했다. 눈을 깜빡이자 까만 정수리만 보였던 것이 갑자기 맛 간 눈을 한 미친놈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뭔데… 또 뭐냐고. 저런 얼굴을 한 이유한은 정상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나 무슨 말 했었지.

“태건아. 이건 진짜 네 탓이야.”

“왜, 뭔데. 뭐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진짜….”

“야, 잠깐, 잠깐만….”

“아. 여긴 언제 이렇게 푹 적셨어?”

이미 액이 흘러나와 미끄러운 회음부가 빠르게 비벼졌다. 물기에 미끄러지듯 손가락이 입구만을 맴돌고 애타는 간질거림이 속에서부터 점점 크게 느껴졌다.

“흐아, 아! 아으, 좀!”

빨리 들어오라는 듯 태건의 다리가 넓게 벌어졌지만 유한의 손가락은 입구만 깔짝대며 놀리듯 움직였다. 뭐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태건은 그것만으로도 착실히 느끼며 팔을 버둥거렸다. 채 흐르지 않고 방울져 있던 모유가 움직임을 따라 젖꼭지 위에서 톡 떨어지고 주르륵 길을 내었다. 머리가 뜨거운 기름 속에 담금질 된 것 같았다. 시야가 빨갛게 차더니 머리가 새하얗게 비워졌다. 차마 참을 수 없었다.

“…! 허, 으아! 하윽! 아!”

“태, 건아, 넌, 진짜!”

안이 푹 채워질 때마다 쨍한 것들이 터져 갔다. 눈부실 만큼 환한 빛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고, 눈이 멀 듯 까맣게 암전됐다. 흰 선을 그대로 드러낸 목에선 자동적으로 가쁜 숨과 섞인 신음이 소리를 키워 갔다. 너무 벅차 눈물이 고였다.

표현 못 할 감각을 한 몸에 받으며 어찌해야 될지 몰라 하염없이 눈물을 내보내며 버둥거렸다. 그러다 시트를 푹 누르며 무게를 지탱한 팔뚝에 달라붙었다. 살짝 몸을 틀어 그쪽에 붙어 매달리자 허리 짓이 더 거세졌다.

꽝! 꽝!

이를 갈며 박아 넣는 것 같았다. 배에 말뚝이라도 박히는 것 같아 신음이 울음으로까지 변했다. 이유한이 미쳤구나, 하는 정상적인 생각이 희미하게 깜빡이다 곧 사라지고 새하얗게 부서지는 감각만이 계속 울렸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았다.

“으아! 아! 아! 흐앙, 아!”

이유한이 몸의 무게를 쏟으며 아래로 뿌리 끝까지 처넣었다. 엉덩이에 고환이 위협적으로 부딪혔다. 저것까지 들어갈 것 같은 무서움에 팔뚝을 뜯듯이 부여잡았다. 커다란 손이 머리 위로 지나가더니 얼굴에 흐트러져 달라붙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곤 내려갔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가 확 숙여졌다.

“학, 씹! 흐앙! 아! 안, 이유, 흑! 이유한!”

끊임없이 추삽질 하는 와중 유한이 얼굴을 내려 아까 흘러내려 말라붙은 모유를 핥아 따라갔다. 흰 살결에 선홍빛 혀가 닿고 갈비뼈부터 위로 훑어 방울져 떨어진 젖꼭지 위쪽을 혀로 꾹 눌렀다. 몸이 바르작 떨리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 저절로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저 좋았다. 자각도 없이 바보같이 실실거리는 웃음을 흘릴 만큼.

“헉, 야, 안 돼, 아! 잠, 자, 흑! 하윽, 으!”

늘 드는 생각이지만 느끼기도 참 예쁘게 느꼈다. 자제해야 된다는 생각이 계속 경고 음처럼 깜빡였으나 그럴 때마다 태건이 폭탄 같은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었다. 심지어 팔까지 잡고 매달리니 이 정도면 해 달라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곱씹어 볼수록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태건은 직접 말로 하는 걸 쑥스러워하니까. 배를 어루만져 주고 태건의 표정을 확인한 뒤 다시 고개를 숙였다. 부드러워야 할 손길에 어쩔 수 없는 조급함이 곁들었다.

곧장 태건의 가슴팍을 한 움큼 깨물었다. 혀로 딱딱하게 부푼 유두를 살살 건드리곤 잘근 물었다. 그러자 또 달큼하게 비린 맛이 혀끝에 감겼다. 거세게 충동질하는 욕구를 꾹 누르며 잠시 고개를 떼어 시선을 내렸다.

아. 절로 욕을 뱉을 뻔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야스러워 뒷골이 뻐근하게 쥐어짜질 정도다. 푹 익어 흐드러진 젖꼭지에서 뚝뚝 흰 액체가 떨구어졌다. 방울방울 나오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룩 흘러내려 흰 살결을 타고, 도드라진 뼈의 굴곡을 따라 길을 내는데 씨발 이걸 보고 어떻게 참아.

힐끗 태건을 보니 얼굴을 와그작 구기곤 엉엉 울며 시트를 쥐어뜯고 있었다. 팔에 감겨 있던 손이 언제 내려갔더라. 태건이 매달렸던 팔을 보니 손톱자국만 선명히 남았다. 아무리 안정기라고 해도 힘들게 하면 안 되는데. 거칠게 하면 안 되는데. 태건이 무리하면 안 되는데.

여러 걱정들이 사납게 양심을 찔러도 허리가 멈추지 않았다. 태건도 좋아하니 괜찮지 않나. 다리도 허리에 감아 올 정도로 끌어당기는데 당연히 해 줘야 되지 않나. 그래도 평소보다는 온건하니 괜찮은 거 아닌가. 자기 합리화도 걱정의 틈바구니 속에 난립했다.

“허으윽…! 씨이, 흑, 아! 흐으! 흐응!”

조금만 더. 진짜 조금만 더 할게. 정말 조금만.

거의 오열하듯 우는 태건의 귀에 쉴 새 없이 속삭이며 달래고 다시 고개를 내렸다. 어차피 조금만 더 하면 끝나니까 이 정돈 괜찮지 않을까. 웅얼웅얼 욕이 들려오나 싶었으나 곧 신음에 묻혔다.

“하으으! 학! 으아! 아!”

정신이 와르르 쏟아진 것만 같다. 이유한 이 개새끼. 이 미친 새끼. 저 돌아 버린 새끼는 지금까지 참아 온 걸 몽땅 풀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달려들었다. 온 정신이 날아가 울며불며 빌어도 괜찮아, 곧 끝나. 말로만 속살거리곤 양심도 없는지 기어코 다시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저 쓰레기 새끼.

하체가 끊임없이 맞부딪히고 기둥을 따라 계속해서 엉겨 붙는 속살이 늘어나는 걸 느끼며 다시 감각의 극단에 섰다. 아주 가는 실 위에 올라 있는 것 같다. 극도로 민감한 감각으로 온갖 걸 느끼며 툭 끊어지는 순간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어쩔 줄 모르는 다리가 거칠게 추삽질 하는 허리에 감겼다가 떨어져 나가고 오므리려 들었다가 한계까지 벌어지고. 그저 미칠 것 같았다. 둥둥 울리는 감각에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고 울었다. 그러다 결국 젖꼭지가 길게 빨리다 잘근 물렸을 때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성기가 정액을 내뿌렸다. 뒤로도 앞으로도 절정이 느껴졌다.

온몸에서 주르륵 액체가 나오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구멍이란 구멍에선 다 뭔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배를 향해 한껏 치켜 올라가 있던 성기가 몇 번 바르르 떨다 축 처졌다.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막 절정을 맞은 태건의 구멍이 씹어 먹을 듯 꼬물거리고 한계까지 박아 넣은 유한이 뒤에서 성기를 빼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듯 다 짜내고 나오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콘돔을 빼 놓진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쓰레기 짓을 할 순 없었다.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쭉 함께할 테니 태건을 제 정액으로 푹 절여 놓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가슴을 보니 모유가 터진 것처럼 줄줄 새어 나와 있었다. 깨물었을 때 다 핥아 먹은 줄 알았건만 절정을 맞는 순간에 또 줄줄 흘린 모양이었다. 흰 액체가 흘러 난잡해진 가슴팍을 혀로 훔치고 볼록한 배 위로 흩뿌려진 정액을 봤다. 점점이 찍힌 정액을 손으로 훔치며 배를 둥글게 매만졌다.

“태건아, 괜찮아?”

“…넌 양심이 없냐….”

“괜찮아서 다행이다.”

“씨이이…읍!”

욕하지 말라니까. 속으로 투덜거린 유한이 태건의 입술을 한입에 물었다. 가늘게 풀려 있던 눈동자에 또렷한 빛이 들어오며 크게 떠지고 그 눈 안으로 묘한 빛이 담겼다. 정신병자를 보는 것 같은 태건의 눈을 보며 결 좋은 어깨를 타고 살을 쓸다가 다시 배로 내려왔다. 살며시 입술을 떼자 벙 찐 태건은 말도 못 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욕하면 또 할 거야.”

유한이 산뜻하게 눈을 휘고 태건이 입 모양으로 온갖 욕을 벙긋거리다 입을 다물었다. 체념한 듯 어깨가 축 처졌다.

미친놈은 상대하는 거 아니랬지. 느닷없이 짐승 새끼처럼 입을 깨문 이유한의 새로운 미친 짓에 진저리 치다 그냥 지친 몸을 늘어뜨렸다.

임신 막달엔 뒤질 것 같았다. 진짜 딱 죽을 것 같았다. 사람 정신이 어디까지 피폐해질 수 있는가를 몸소 겪은 한 달이었다. 중기 땐 꽤 평탄하더니만 원래 그때 왔어야 했던 것들도 더해 한꺼번에 몰아닥친 것처럼 몸이 안 좋았다.

이유한은 줄곧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간간이 관계를 하더니 거동도 불편할 정도로 배가 부풀자 비로소 사심 없는 손길로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몇 주간은 평온하더니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기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좀 죽을 것 같았다.

갑자기 증폭된 이유한의 불안감 때문에 괜히 나까지 불안해져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들락날락하다 결국 조금 이르게 입원했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렇게까지 불편하고 힘들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며 달을 보냈다. 덕분에 이유한의 헛소리와 미친 행동도 좀 잠잠해졌지만 심각하게 쳐다보며 주의를 기울이는 건 그거대로 어색하게 불편했다. 괜히 간지럽고 얼굴 좀 돌리고 싶고. 어쨌든 그런 시기도 결국 지나고 아이가 태어났다.

아기는 분명 사랑스럽고 소중했지만 처음부터 모든 걸 헌신할 만큼의 거대한 사랑이 피어오르진 않았다. 솔직히 이게 내 배에서 나왔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고 저렇게 조그마한 몸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도, 앞으로 점점 자라날 것이라는 사실도 다 믿을 수 없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처럼 얼떨떨하고 현실감이 없었다.

아이의 이름은 결국 이유한이 지었다. 막 병원에 입원했을 무렵, 한창 한자 사전을 뒤지고 갑자기 순우리말 사전을 사 오는 등 별 짓거리를 다하더니 결국 서은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내가 제안했던 덕진이라는 이름은 초반부터 묵살당한 채였다. 나름 고심해서 선택해 한자 뜻은 좋았는데.

이유한은 아이를 보다가 날 안다가, 아이를 안다가 날 보다가 무슨 표정인지 모를 얼굴로 연신 껴안고 부둥거렸다. 서은이를 부둥거리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왜 나한테까지 그러는 건지. 이유한의 이상한 정신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됐지만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라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애초에 나부터가 정상이 아니었으니.

아기는 매일 울고 매일 울고 매일 울었다.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밤에는 보통 주기가 있었는데 한 번은 평소와 다르게 이유한과의 관계 중에 아이가 울어 그대로 들려 나가 젖을 물리고 왔었다.

이유한에게 박힌 채로 젖을 물리고 있자니 아무리 생각해도 서은이한테 미안하고, 이거 아동 학대 아닌가 싶었는데 이유한은 부모님의 사랑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등의 미친 소리를 씨불였다.

물론 서은이가 다시 잠에 들자 곧바로 방을 나왔지만 이게 무의식중 트라우마 같은 거로 남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에 관계에 집중도 못 했다. 사실 막상 박히자 또 좋기야 했는데 괴상한 악몽을 꿨을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아직도 서은이한테 미안하다.

***

“서은아, 그거 아니야.”

“나안 이게 좋은데에.”

“그건 진짜 아니야.”

“우으으응….”

제법 귀엽게 투정 부리고 있지만 저 옷을 입고 가는 건 진짜 아니었다. 도대체 왜 공원 산책에 수영복을 입고 가려는 건데.

“이유한! 서은이 좀 설득해 봐.”

“우리 서은이, 아빠 말 들어야지. 그게 왜 입고 싶어?”

수영복을 꼭 쥐며 고집을 피우는 작은 몸을 이유한이 번쩍 안아 들었다. 조심히 품에 안아 눈을 맞추며 조곤조곤 물었다.

“이거는! 이뿌잖아.”

“응? 저것도 예쁜데? 이건 바다에서 입는 게 더 예쁠 것 같지 않아?”

“으으으응….”

“응? 봐 봐. 이 부분이 반짝거려서 물속에서 아주 예쁠 텐데.”

“으으웅….”

“이거 입자?”

방긋 웃는 이유한의 표정을 따라 빙그레 웃은 서은이 예쁘게 네에- 하고 대답했다. 아, 귀여워. 어떻게 저렇게 귀여운 애가 내 배에서 나왔지? 사뿐히 바닥에 내려진 서은이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바지를 꿰입을 때 윗옷을 머리 위로 쏙 입히고 단정하게 모양 잡아 주었다. 어차피 또 흐트러지겠지만 나갈 때만이라도 단정하게 나가자 싶어서.

“그럼 잘 갔다 와.”

“네에-.”

“이유한.”

슬쩍 이유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최대한 늦게 와.”

진지한 말에 이유한이 피식 웃더니 내가 했던 대로 귀에 속살거렸다.

“진짜… 너무 야해.”

“뭔…?”

이 새끼는 사고 회로가 또 어떻게 미쳐 돌아갔길래 저딴 대답이 나오지?

“집에서 푹 쉬고 밤에 뭐 하려고?”

웃음기 가득한 소리가 낮게 말했다. 소리 죽여 말하니 더욱 나지막해진 목소리에 간질거리는 귀를 타고 움찔 팔에 닭살이 돋았다.

“너!”

“응. 이따 보자. 사랑해.”

이유한이 즐겁게 휜 눈으로 입을 쪽 맞추곤 서은이를 안았다. 이유한을 죽일 듯이 쳐다봤지만 서은이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자마자 바로 표정을 갈무리하며 마주 손을 흔들었다. 억지로 끌어 올린 입꼬리가 파들거리고 억지로 내린 눈꼬리가 경직되는 걸 본 이유한이 소리 없이 웃었다.

둘을 내보낸 뒤 소파에 털썩 앉아 눈을 감았다. 솔직히 평화로웠다. 고등학생 땐 여러 오메가들과 질펀하게 뒹군 뒤 나아아중에 마음에 드는 오메가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알파와 결혼해야 알파가 나올 확률이 높다지만 역시 전통을 따라가야지, 싶었지.

비록 여러 오메가와 뒹굴지도 못했고, 애초에 내가 오메가로 발현했고, 내가 아이를 낳았지만 어쨌든 가정은 이루었다. 솔직히 평화로웠다. 서은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갔고 그런 성장을 보는 건 뿌듯했다. 이유한도 한결같았고.

창으로 햇빛이 들이쳤다. 가끔은 이런 게 스톡홀름 증후군 같은 거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유한이랑 결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멸시하던 새끼한테 깔린 뒤 받은 청혼이었으니까 진짜 싫었었다.

그래도 오메가로 발현한 이상 살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으나 이게 또 의외로 끔찍하지 않았다. 매번 몸을 치대며 지분거리는 이유한이 짜증 날 때도 있었지만 그 또한 서서히 적응이 되어 갔다. 어쨌든 이유한은 나를 사랑했으니 꽤 괜찮은 삶을 영위했다. 솔직히 편했고 좋았다.

생각해 보면 진짜 착실히 밟았네. 약혼-결혼-출산 순의 전통적 과정을 알파와 오메가라는 전통적 결합을 통해 참 신실하게도 전통적인 가정을 이루었다.

오메가 발현 후 늘 썩어 빠진 더러운 사회라 욕했으면서도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우습기도 하다. 이래서 지금도 이딴 개좆같은 전통이 유지되는 건가. 의도치 않게 기여했단 생각을 하자 기분이 더러워졌다. 진짜 인권 운동 크게 터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대가리에 먼지만 내려앉은 낡아 빠진 새끼들 다 숙청됐으면 좋겠다.

어쨌든 그런 것들을 다 떼 놓고 보자면 이런 삶도 나쁘진 않다 싶었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알파로 발현되어도 이유한과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물론 그때는 이유한이 오메가였으면 좋겠다.

너울진 햇빛이 소파 위 늘어진 인영에게로 쏟아졌다. 따듯한 온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가늘게 뜬 눈 안으로 일색이 스미고 부드러운 색을 머금은 눈동자가 깜빡였다.

뭐가 어떻든 지금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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