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위> (7/7)

<가위>

“흣…!”

또다. 티셔츠 안으로 차가운 손이 파고들어 왔다. 배를 쓸어 올리다 젖꼭지를 꾹 누르는 손길에 몸이 파드득 떨렸다. 그러나 굳은 몸은 역시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씨발….

“흐읏!”

이 집에 이사 온 후부터 매일 밤, 가위에 눌린다.

***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애로 부모님께서 친분이 있으셔서 집에 많이 놀러 오기도 했고 방과 후면 늘 함께 놀이터에 가서 놀곤 했다.

어린 시절의 유원이는 성격이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려서인지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과의 약속도 거절하며 많이 놀아 주곤 했지. 물론 나도 유원이와 노는 게 재미있었고. 이렇듯 우린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 함께 컸고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 갔다. 그래, 유원이는 그냥 내 동생이었다. 착하고 귀여운 내 동생.

“…그래서 저희 부모님도 그렇게 말씀하셨고 형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요.”

“그치, 멀긴 하지. 진짜 지옥의 통학이었어….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내 인류애가 박살 났던 것 같아.”

유원이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이제 직장에 다닐 나이가, 유원이는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다. 며칠 밤을 새면서 수정 지옥에 시달리다 겨우 완성한 자소서와 좆같았던 인턴십, 대외 활동. 그 모든 노고에 대한 보상처럼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늘 원했던 JK사에 가지는 못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중소기업이었다.

그런고로 이제 슬슬 자취방을 구하고 있었는데 마침 유원이가 진학한 대학, 내가 곧 입사할 직장의 중간쯤의 지역에 좋은 조건의 방이 나와 룸메이트를 제안해 온 것이다. 유원이의 아버님이 찾아 주신 곳이었고 조건에 비해 방세도 싸고 거리도 딱이었다.

“와, 너랑은 진짜 이러다 노후까지 같이 보내겠다. 어떻게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냐.”

“전 그래서 좋은데. 형이랑 계속 같이 살 거예요.”

“하하, 그러다 애인 생겨 봐, 나는 안중에도 없어지지. 그래도 우리 유원이 말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아, 진짜 이 귀여운 자식. 유원이를 보면 작고 하얀 강아지가 생각났다. 물론 지금의 유원인 중학교 3학년 때쯤인가, 그때부터 급격히 자라 제법 덩치가 커졌지만 여전히 어렸을 때의 조그마한 몸이 어른거렸다.

얘는 진짜 평생 아기일 것 같았는데. 작고 하얗고 말랐던 유원이. 예민하고 낯을 가리던 유원이. 이미 머릿속에 박힌 이미지는 그대로 굳어져 변한 모습에도 바뀌지 않았다.

애가 진짜 잘 컸어.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이런 기분일까. 아, 유원이가 나보다 먼저 결혼하려나. 고등학생 때만 해도 고백 수두룩하게 받았잖아. 대학 가면 더 인기 많아지겠지. 어떡해. 얘 장가가면 결혼식장에서 울 것 같은데.

“형, 형. 무슨 생각해요?”

잡생각에 자연스레 빠져드는데 유원이 눈앞에 손바닥을 휘휘 저었다. 크, 진짜 딱 저같이 귀여운 짓을 한다.

“아니야. 아무튼 나도 찬성! 이번 주 주말에 집 보러 간댔지? 그때 보고 괜찮으면 바로 계약하는 걸로 하자.”

“네!”

***

모든 게 완벽했다. 방 두 개에, 채광도 좋았고, 집세도 적당한 데다 가까운 역과 편의점까지. 그래, 다 좋았는데 왜 씨발….

-그러고 보니 여기 괴담이 있대요. 뭐였더라, 노총각 귀신이었나?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노총각 귀신이라니. 아직도 그런 걸 무서워하나 싶어 역시 여전히 아이 같은 유원을 귀여워했었다. 그런데 씨발, 진짜 있었어!

처음엔 그저 가위에 눌린 줄 알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가위에 눌려 본 거라 무섭기보단 신기했다. 모로 누운 몸이 돌이라도 된 듯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와, 진짜 몸이 안 움직이는구나. 이럴 때는 손가락부터 조금씩 꼼질거리면 움직여진댔는데.

문득 떠오른 잡 지식에 조금씩 손가락 끝을 움직여 보려 했다. 그러나 살짝 파들거리는 게 한계였다. 정말 마비라도 온 것처럼 온몸이 굳어 있었다.

아니, 진짜 뭐지. 눈도 안 떠져.

“으….”

입에서도 앓는 소리 외엔 나가지 않았다. 초반의 신기함이 가시니 슬슬 몽롱했던 정신이 또렷해지며 무서움이 들기 시작했다. 감은 눈 안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봤던 공포 영화 속 온갖 귀신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눈이 안 떠져서 오히려 다행일까? 여기서 눈 떴다가 귀신이랑 눈 마주치면 너무 끔찍하잖아.

“흐…?!”

그런데 돌연 차가운 감촉이 등허리를 쓸어 올렸다. 갑자기 느껴진 자극에 근육이 놀라 꿈틀댔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고개가 돌아가긴커녕 눈도 안 떠지는 상황이다.

몇 년 동안 잠옷으로 입어 늘어날 대로 늘어난 티셔츠 안으로 그 차가운 손이 들어왔다. 허리를 매만지다 느릿하게 위로 오르는 손길이 소름 끼쳤다. 피부에 닭살이 오소소 돋으며 등이 빳빳해졌다.

“으.”

그러나 입에선 역시나 앓는 소리만 겨우 울렸다.

“흣…!”

기어코 가슴께까지 올라온 손길이 작은 돌기를 스쳤다. 차가운 감촉이 예민한 부위에 닿자 조그마한 돌기가 금세 자극을 받아 딱딱하게 굳어 갔다.

씨발, 이게 진짜 도대체 뭐지. 이게… 이게 설마 귀신이야? 진짜로?

“흐읏!”

솟아오른 돌기를 짓뭉개듯 꾹 누르는 감촉이 생경했다. 이상한 느낌에 숨이 터져 나가고 가슴께에서 시작한 아득한 감각이 저릿하게 퍼져 갔다.

유두에서 피어오르는 감각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바지가 스르륵 내려갔다. 하늘하늘한 트레이닝 바지가 쉬이 내려가고 속옷 위를 커다란 손이 덮었다.

“윽!”

조심성 없이 주물럭거리는 손길에 경악을 하며 몸을 뒤척이려 했다. 하지만 굳은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아 그 이상한 손길에 무력하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몸에선 작게 울리는 신음만이 뭉개 나왔다.

제기랄. 하필이면 요새 하지도 않아서 반응이 지나치게 빨리 온다.

속옷이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불쑥 속옷 안으로 차가운 손이 침입했다.

“흐윽!”

돌연 파고든 차가움에 서서히 일어나던 성기가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맨살로 귀두를 비비며 작게 원을 그리듯 둥글게 굴리는 손짓에 다시 금방 고개를 쳐들었다.

이게 진짜 뭐지. 뭐냐고.

위로는 젖꼭지가 아래로는 성기가, 위아래로 파고드는 쾌락으로 달달 피부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도 쾌락 아래로 쌓여 갔다.

“으, 흐!”

잇새로 숨과 신음이 새고 머릿속이 어지러워져 간다. 굳은 몸의 잔떨림 때문에 근육이 뻐근하다.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신음조차 뭉개져 나오는 판국이다. 움찔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절로 곱아들려 하지만 역시나 파들파들 끝부분만 살짝 떨릴 뿐이다. 아, 진짜….

“으흐…!”

결국 그 차가운 손에 백탁액이 팍 뿜어져 나왔다. 사정 후의 여운에 잠시 젖어 있다 진하게 밀려드는 현타와 어이없는 이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뭐야. 뭐냐고 진짜. 이거 귀신이야, 뭐야. 하지만 커져 가는 의문이 무색하게 의식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아 갔다. 마지막까지도 의아함을 느끼다 결국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아, 미친….”

눈을 뜨자 말려 올라간 티셔츠가 보였다. 평소보다 부어오른 젖꼭지에 기겁하며 얼른 셔츠를 내렸다. 미친, 미친…. 사정액은 이불에 말라 굳어 있었고, 내 허벅지에도 묻어 마른 채로 달라붙은 상태였다. 그 흔적을 보니 급격한 현타가 몰려왔다. 내가 기어코… 이 나이 먹고 몽정을 한 건가.

아니, 하지만 그렇다고 치기엔 간밤의 기억이 너무 생생했고 젖꼭지가 부어올라 있었다. 내가 설마 자면서 내 젖꼭지를 만졌…을 리가… 있나…? 설마. 난 내가 유두를 만져지는 걸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진짜로. 살면서 전혀 생각도 안 해 봤다고. 그런데 내가 그랬을 리 없지.

…그럼 설마 진짜 귀신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지만 이것 외엔 딱히 짚이는 게 없었다. 이거 아니면 몽정인데.

찝찝함을 느끼며 샤워를 마치고 유원이 먼저 일어나 앉아 있는 식탁으로 다가갔다. 부어오른 젖꼭지 때문에 가슴에 닿는 천의 감촉이 살짝 쓰라렸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유원이는 토스터로 구운 식빵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형! 일어났어요?”

말간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걸렸다.

“응. 좋은 아침.”

“형, 잠 잘 못 잤어요? 피곤해 보이는데.”

“음… 여기서 자는 게 처음이라 그런가. 좀 설쳤어.”

“아이구… 이제 슬슬 적응할 거예요.”

아이구,라니. 귀엽다. 진짜.

“응. 그러겠지.”

참 살다 살다 별 이상한 경험도 다 해 본다 싶었다. 그러나 딱 그뿐이었다. 결국 내 고민의 끝은 몽정으로 결론지어졌다.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내가 한 열아홉 정도만 됐어도 귀신이라고 믿긴 했을 것 같지만 난 이성적인 어른이었다. 하긴, 요즘 안 하긴 했어. 내가 그리 담백한 편도 아니고 너무 안 뺐지.

“형도 토스트 드실 거예요?”

“아, 나는 계란 해 먹으려고. 너도 하나 줄까?”

“전 괜찮아요. 아, 형 커피 제가 내려 줄게요.”

“응. 고마워.”

이곳에서의 첫 밤은 괴상한 경험을 하는 바람에 찝찝했지만 아침은 평화로웠다. 다른 사람과의 동거는 처음이었지만 유원이와는 워낙 친하고 편하니 별걱정이 들진 않았다. 서로의 습관도, 버릇도 줄줄이 꿰고 있는 게 우리 둘이었으니까. 지금도 그렇잖아. 물론 아직 첫날밖에 안 됐지만 역시나 이렇게 평온하다.

***

그날 이후로도 괴상한 몽정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믿고 싶지 않지만 점점 진도를 나가는 듯싶었다. 그 차가운 손은 이제 항문까지 손을 댔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고 무언가 이상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몽정이 아니다. 내가 미친 게 아닌 이상 항문에 넣는 꿈으로 사정할 리 없으니까.

“흐, 으!”

내 사정액을 묻힌 기다란 손가락이 조금씩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상한 이물감에 이를 악물었다. 미끌거리는 액을 잔뜩 묻혔음에도 빽빽함이 느껴지자 다른 손이 이미 만져져 퉁퉁 부어 있는 유두를 살짝 꼬집어 당겼다.

“흐윽!”

날카롭게 밀려드는 아린 통증에 손끝이 움찔 떨렸다. 힘이 잔뜩 들어갔던 구멍도 살짝 긴장이 풀렸다. 그 틈을 타 먼저 들어간 중지에 이어 검지까지 쑥 들어갔다. 더해지는 이물감에 다시 힘이 들어간 구멍은 손가락을 물 듯 꽉 조였다.

찔극.

손가락이 살살 빠져나오는데 정액이 묻은 탓인지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젠장…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왜 항문에 넣는 건데? 왜 그러는 거야. 처녀 귀신인 거야, 총각 귀신인 거야. 아니, 둘 중 뭐가 됐든 취향이 너무 이상한 거 아냐?

쯜끅.

“응!”

제길.

절로 튀어 나간 이상한 신음 소리에 자괴감이 머리를 강타했다. 정말 놀랍게도,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희미한 열기가 아래에서부터 퍼져 가고 있었다. 앞서 있었던 사정의 여운인가 싶었는데 이건 명백히 손가락이 일으키고 있는 쾌락이었다.

속살을 비집고 들어가 내벽을 둥글게 쓸며 넓히는 듯한 움직임이 성감을 스쳤다. 꼭 구멍 어딘가 온갖 쾌락이 응집된 부분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상하게 스치는 게 애가 탔다. 어떤 점을 누르면 바로 갈 것 같은데 계속 잡힐 듯 말 듯, 닿을 듯 말 듯 미묘하게 스쳐 가기만 했다.

“아으….”

느린 손가락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끈질기게 점막을 누르며 이곳저곳 치대는 손가락으로 인해 구멍에 서린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게 느껴졌다. 빡빡하게 조이던 구멍이 슬슬 부드럽게 풀려 촉촉한 액이 스며들 듯 조금씩 내벽에 고였다.

쯜걱.

“흐으으….”

그래서인지 젖은 마찰 음이 더욱 질척해졌다. 귓가가 다 화끈거리는 소리에 괜스레 입술을 짓씹었다.

탐색하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손가락이 돌연 한 부분으로 꽂혀 들었다.

쯜푹!

“아!”

까맣게 잠긴 시야가 반짝 튀며 이상한 스파크가 튀겼다.

“으, 무, 학!”

계속 아슬아슬하게 스치던 그 부분에 손가락이 꽂혀 들었다. 화살을 과녁 정중앙에 맞히듯 정확한 점을 맞춰 푹 꽂아드는 손가락에 순간 몸이 덜컹 흔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느낀 생소한 쾌락에 몸이, 허리가 덜덜 떨린다. 어떻게 여기서 이런….

“흐악!”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급격히 빨라진 손가락이 사정없이 딱 그 점만을 연신 짓눌러 왔다. 한없이 뭉개지는 속살은 푹! 푹! 박힐 때마다 액이 터져 젖어 들고 녹녹히 풀려 갔다.

아까의 상태를 풀렸다고 생각했던 게 우스워질 만큼 점막이 한없이 야들야들 보드라워지며 무르게 젖어 들었다. 손가락을 꽉 물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달라붙어 딸려 가는 점막이 믿을 수 없었다. 겨우 몇 번 쑤셔진 걸 가지고 이렇게 힘이 다 풀린다고?

“흡! 흐아!”

어느새 바짝 선 성기가 배에 달라붙어 꺼덕였다. 더 빨라지는 격정적인 움직임에 절로 몸이 딸려 가 흔들렸다. 살짝살짝 흔들릴 때마다 성기 역시 덜컹거리며 끄덕거렸다. 하체에 찐득한 물이 부어지듯 쾌감이 쏟아졌다.

“흐악!”

빠르게 드나들던 손가락이 늘어진 살을 끌어 밖까지 확 빠져나갔다. 빼꼼 따라 나온 살에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다시 꽂더니, 끌려 나온 점막까지 뭉뚱그리며 제자리를 찾아 주듯 안쪽 속살에 푹! 박아 넣었다.

울퉁불퉁한 손가락 마디까지 모조리 느껴질 정도로 얇은 점막이 민감하게 흐물거렸다. 한껏 예민해진 속살에선 계속 이상한 감각이 터져 갔다. 감긴 눈에서 찔끔 눈물이 비집고 나오고 숨이 부족한 듯 폐부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벅찬 감각이 계속하여 살을 때렸다.

“흐으윽!”

뭉개진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결국 사정에 다다랐다. 젖은 구멍에서 빠져나가는 손가락에 엉덩이 살이 바르르 떨렸다. 수치스러운 나머지 신음하자 손바닥이 매섭게 엉덩이를 내리쳤다.

“흣!”

씨발!

구멍이 약간 벌름거리다 바로 수축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계속 눌러졌던 그 부분이 온통 짓물러진 것 같다. 뭐라도 닿는다면 푹 물크러질 만큼.

약간 떨리는 웃음소리가 멀어져 갔다. 사정 후의 탈력감 때문인지 나 또한 까물까물 깊게 잠겨 들었다.

입맛이 없다.

시리얼을 말아 먹는 유원이를 보며 애써 비스킷을 모래처럼 씹었다. 유원이가 내려 준 커피를 마시며 조금 남은 비스킷을 입 안에 욱여넣었다.

근 2주 가까이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여러 괴담들이 떠오르면서도 참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하필 이런 귀신을….

여기 터가 안 좋나? 이 집 전 거주자가 불행하게 돌아가시기라도 한 건가? 아니, 그런데 왜 하필 성적으로 괴롭히는 거냐고. 미친 새끼가 뒤졌으면 곱게 성불이나 할 것이지 왜 여기에 남아서 남한테 이렇게….

서러움이 몰려들었다. 난 연애도 못 해 봤는데!

혹시 우리 유원이에게도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이 되어 슬쩍 떠보았다.

“유원아, 여기 괜찮아? 요즘 뭐, 잠은 잘 자고?”

“아, 형. 저 여기 완전 좋아요! 잠도 잘 오고요. 여기 터가 좋은 것 같아요.”

유원이는 정말 좋다는 표정으로 하얗게 웃었다. 그 순수한 산뜻함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유원이의 얼굴은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의 낯이었다. 그래, 너는 잘 자서 다행이네. 뽀송뽀송하구나….

“그래. 좋겠네….”

“형… 형은요? 여기 별로예요?”

“아니, 아니. 괜찮아. 완전… 괜찮아.”

“그러고 보니 형 요즘 피곤해 보이는데 일이 많이 힘들어요?”

“아니. 괜찮아.”

일 자체는 아직 신입이라 하는 것도 없어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안 줘서 눈치 보이고 불편한 게 더 힘들지. 사수님한테 이것저것 배우고 있어서 좀 혼동될 때도 있지만 일은 정말 괜찮았다. 다만 밤마다 미친 일이 일어나서 말이야….

그 손은 내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한 번 가게 만들더니 그다음부터 집요하게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매일 밤 갑자기 깨서 영문도 모르고 손 하나 까닥 못 하는 굳은 몸으로 농락당하다가 잠드는 게. 아침에 일어나면 나른한 몸과 말려 올라간 셔츠, 간밤에 싸 말라붙은 정액을 마주하는 게 참….

“그, 유원아 너 혹시… 용한 집 같은 거 알아? 그, 퇴마를 한다거나 뭐, 점을 보거나 그런….”

“음… 모르겠어요. 전 그런 거 안 믿어서.”

“뭐?”

“네?”

“어?”

“네에?”

유원이 말을 늘어트리며 눈을 깜박였다. 어리둥절한 눈망울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귀신 믿었던 거 아니야?

“너… 전에 노총각 귀신 있다고….”

“아, 당연히 농담이었죠! 여기 신축이에요.”

“…….”

허탈함이 몰려들었다.

…그럼 밖에서 귀신이 붙은 걸까?

***

문 앞에 서서 몇 번이나 망설이다 결국 발을 들였다.

「소리 신녀 용한 부적 사주 팔이」

빨간 바탕에 하얗게 써진 글자가 발을 붙들었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간판이었을 텐데 이상한 일을 겪고 있는 지금은 차마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너무 혹하잖아.

“안, 녕하세요?”

조그맣게 인사를 하며 들어간 내부는 좀 허름했던 외관과는 달리 꽤나 세련됐다. 전통적인 느낌보단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의아해하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친절한 미소를 띤 데스크 직원이 예약 손님인지 물었고, 아니라 하자 잠시 기다리라며 대기실 의자로 안내해 주었다. 어색하게 가만히 앉아 있자 녹차도 주셨다. 더욱 어색해져서 뻘쭘하게 녹차만 호록호록 마셨다.

30분가량이 지나자 직원이 복도를 가리키며 저쪽으로 들어가시라 했다. 그 말에 따라 몸을 돌렸다. 이게 뭐라고 괜히 긴장이 된다.

“저… 안녕하세요?”

처음 들어왔을 때로 마찬가지로 소심한 인사를 건넨 이원이 주위를 둘러보다 방석에 앉았다. 왠지 편하게 앉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무릎을 꿇었다.

“왜 왔어?”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불퉁한 목소리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아, 그… 제가 밤마다 가위에 눌리는데 귀신이 붙은 것 같아서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히 기가 죽어 더듬더듬 말했다.

“가위에 눌려?”

“네에….”

“얼마나 됐는데?”

“2주 정도요.”

“흠….”

앞의 사람은 침음을 내며 시간을 끌었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책상 사이로 쳐진 장막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넌 기가 약해.”

“네? 아, 그, 그렇구나…?”

“넌 귀신만 문제가 아니라 사람도 문제야. 인복이 있으면 뭐 해. 웬 이상한 거한테 잡혀서 쩔쩔맬 팔잔데. 쯧….”

아니, 왜 그런 악담을 하세요….

“일단 부적 하나 써 줄 거니까 이거 베갯잇 속에 넣고 자. 그래도 계속되면 사람 불러서 같이 자. 그럼 서서히 사라질 거야.”

“아, 네.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혹시 가격이….”

“20만.”

“…네?”

가격을 듣자 사기라는 생각부터 스쳐 갔다.

“너무 비싼 것 같은데….”

“너 이런 데 처음이지?”

“네.”

“원래 이게 싼 편이야. 어? 너 인생이 불쌍해서 특별히 싸게 해 주는 건 줄 알아.”

울며 겨자 먹기로 데스크에서 결제를 한 뒤 다시 대기실에서 기다리자 곧 부적이 나왔다. 20만 원짜리 부적을 손에 꽉 쥐며 부디 사기가 아니길 바랐다.

사기잖아!

오늘도 어김없이 엉덩이 골을 스치는 손길에 욕을 짓씹었다. 내 멍청함에 대한 자각, 호구 같던 지난 삶을 곱씹으며 기묘한 부유감을 견뎠다.

“흡!”

손가락이 속살에 찔러 들었다.

“흐읏!”

손가락이 들어와 푹푹 살을 찔러 대기 시작하면 바이킹을 타듯 내장이 붕 뜨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근육에만 힘이 잔뜩 들어가 경련을 일으킬 듯 피부가 떨려 왔다.

“응!”

아, 미친.

건들기만 해도 희락에 허리가 울렸다. 특정한 부위를 쑤셔 오는 손가락에 구멍이 콱콱 조여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느끼겠다고 손가락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일부러 놀리듯 다른 쪽으로 박혀 들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상을 주듯 느끼는 지점을 쿡 눌러 비비며 몸을 가지고 놀듯 멋대로 내벽을 휘저었다.

이원은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조이고, 신음을 뱉고, 숨을 삼켰다. 고작 기다란 손가락 두 개에 온 감각이 좌우되었다.

“흐으!”

손안에서 천천히 굴리고 있던 성기가 또 정액을 주르륵 뱉어 냈다. 그와 동시에 구멍 속의 손가락이 한 지점을 집중적으로 푹푹 쑤시기 시작했다. 돌연 빠르게 들락거리는 손가락에 세상이 위아래로 뒤집히는 듯한 아찔함이 들었다. 앞에서 울컥울컥 정액이 나오는 중인데 뒤로는 손가락이 박차를 가하니 가중되는 쾌감에 번쩍 하얀 빛이 튀기고.

“하으윽!”

뒤에서 왈칵 뭔가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액을 뱉어 낸 성기는 손안에서 축 늘어졌고 아직도 손가락을 물고 있는 구멍이 움찔거리며 오무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꼼질거리며 조여들 때마다 볼록한 손가락 마디가 선명히 느껴졌고 꼬무락꼬무락 숨을 쉬듯 엉덩이 사이가 살짝 벌어질 때면 이상한 액이 흘러내리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 이상한 점액질의 액체가 허벅지에 느리게 선을 그었다. 주르륵 살을 타고 내려가며 시트에 닿아 젖어 들었다.

머리에 쨍 울리는 추락감에 가슴이 붕 떴다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하….”

계속 벌려 마른 입 안에선 까슬하게 욕이 씹혔다.

“유원아….”

이게 마지막 희망이다. 이마저 실패하면 진짜 굿판이라도 벌일 생각이다.

“네?”

“내가 사실… 요즘 고민이 있어.”

“고민요? 형이요? 뭔데요? 심각한 거예요?”

유원이의 표정이 걱정으로 와락 구겨지며 얼른 앞으로 다가왔다. 아, 너무 착해.

“막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데. 나한테는 좀 심각한 거야. 사실 요새 밤마다 가위에 눌려서….”

“아, 가위요? 어쩐지 형 요즘 너무 피곤해 보였어요! 어떡해. 매일 그래요?”

“응. 매일. 그런데 혹시 옆에 누가 있으면 좀 괜찮아질까 싶어서, 그래서 하는 말인데. 유원아, 너 나랑 같이 자 줄 수 있겠어?”

결국 말했다.

말하기 전에도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말하고 나니 역시나 더 이상했다. 무슨 어린애가 악몽 꾼다고 부모님 침대에 파고드는 것도 아니고….

볼이 절로 화끈해졌다. 수치스러움에 차마 고개를 못 들겠다.

“당연하죠! 혹시 잘 때 형이 좀 이상한 것 같으면 바로 깨울게요.”

슬쩍 본 유원의 얼굴엔 염려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새삼 우리 유원이는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아기 천사다. 세상에, 우리 유원이 이렇게 착해서 어쩌지.

***

지금까지 지속됐었던 가위가 내 망상이었던 것처럼 유원이와 함께 잠들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아침까지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으….”

문제는 나였다. 인생 진짜….

푹 잠들 수 있었던 건 딱 삼 일까지였다. 그 후, 오늘은 새벽에 잠이 깼다. 단순히 깬 거면 다시 자면 될 일이다. 그런데 아랫도리에 은근한 열기가 뭉쳐 있단 게 문제였다.

무슨 파블로프의 개야? 새벽마다 쌌다고 새벽마다 발정 나서 깨는 거야? 무시하고 잠들려 해도 아래에선 묵직한 존재감이 계속 느껴졌다. 저절로 바지춤에 손이 갔다.

와. 미쳤어, 송이원. 내가 드디어 돌아 버렸구나. 옆에 유원이 있다고!

하지만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욕구에 정신 팔린 짐승 새끼가 된 것 같다는 제법 객관적인 자기 성찰을 하면서도 손은 의지를 배반한 채 성욕을 좇았다.

진짜 왜 이러지. 왜 갑자기 이러는 건데. 괜찮았잖아. 왜 이래.

“아!”

짧은 음절을 내뱉고 흠칫 어깨를 떨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옆에 유원이 있다. 옆에 유원이.

지금이라도 손을 떼고 화장실로 직행해야 한다. 그런데 왜….

“흐….”

억누른 신음이 새어 나가고 손이 더욱 빨라졌다. 속옷 안으로 들어간 손이 기둥을 연신 쓸어 올리며 탁탁 흔들었다.

모로 돌린 몸 뒤론 유원이가 조용히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지만 도저히 자제가 안 됐다. 쓰레기 같은 형이라서 미안해, 유원아. 근데 진짜 오늘만 할게. 내일부턴 다시 따로 잘게. 미안하다….

잠든 동생 옆에서 자위를 하면서도 느낄 건 또 그대로 느꼈다. 오히려 진짜 변태 같긴 한데 신음을 내면 안 된다는 긴장이 성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억제에서 오는 쾌락이 허리를 꽉 조여 갔다. 한 손으로 계속 성기를 흔들면서도 나머지 손이 움찔거렸다.

아, 부족한데. 뭐가 좀 더….

시트에 내려놓았던 한 손이 뒤로 가 엉덩이를 더듬었다.

와, 진짜 이건 아니다. 이건 진짜로 아니야. 송이원 네가 사람이냐, 미친 새끼야.

망설이던 손이 결국 둔덕 사이로 파고들었다. 조심히 들어간 손가락이 계속 간지러웠던 부분을 스치자.

“흐아…!”

제법 큰 신음이 터졌다.

“흐!”

그걸 기폭제로 하여 손이 더욱 빨라졌다. 앞도 뒤도 연신 쾌감을 좇아 다급히 움직였다. 그러나.

“흐으, 흐….”

막 가려던 순간, 손에 힘이 풀려 느려지는 바람에 결국 절정에 닿지 못했다. 뒤의 손도 무의식적으로 벅찬 쾌감을 피해 다른 곳으로 박혀 들었다.

“아….”

안타까워 미칠 것 같았다. 다시 쓸어 올려 보았지만 두 손 다 달달 떨리며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 제발….”

“형? 제가 도와줄까요?”

등 뒤에서 잠에 취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몸이 그대로 굳어 차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한순간 내동댕이쳐지듯 현실로 끌려 올라왔다. 바지에 넣었던 손부터 얼른 빼내 시트 위에 올렸다.

와, 미친. 저거 유원이 아니라고 해 줘. 제발… 잠꼬대겠지? 잠꼬대일 거야….

“형, 제가 도와줄게요.”

방금 전보다 더 또렷한 음성이 평소의 어조처럼 맑았다.

…우리 유원이, 미쳤니? 잠이 덜 깼나…. 아, 혹시 지금 내가 가위 눌린 거로 아는 거 아냐?

“뭐? 아냐, 아냐. 괜찮아. 무슨 이런 걹!”

유원의 커다란 손이 중심을 덮었다. 갑작스럽게 잡힌 기둥에 몸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계속 쓸어 올리고 있었던지라 예민하게 고여 있던 쾌락이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 갔다.

“아! 안, 안 돼! 아! 흐으!”

미치겠다. 겨우 성기 한 번 잡힌 건데 입에 담기 민망한 신음이 곧장 터져 나왔다. 왜 이리 몸이 민감해진 거지? 혼자 만지던 손길과 타인의 손길은 확연히 달랐다. 거세게 들이닥친 쾌감에 머릿속의 잡생각들이 싸그리 쓸려 나갔다.

“흐으으! 아! 좀! 아으!”

언제부터 움직였는지 모를 허리가 유원의 손을 오나홀 삼아 열심히 움직여 대고 있었다.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건 구석에 찌그러져 박힌 아주 미세한 조각일 뿐, 오직 원초적인 쾌감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흐아, 흐! …흑!”

엄지손가락 끝이 요도 구멍에 파고들어 둥글게 그리는 움직임에 결국 한없이 올라가던 쾌감이 팍 터져 갔다.

“흐, 아… 하….”

기분 좋은 해방감이 지나고 급격히 몰려드는 나른함 속 여운을 곱씹었다.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자괴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차마 유원이를 볼 낯이 없었다. 지금… 내가….

“읏?!”

생각이 미처 이어지기도 전에 갑자기 살짝 벌려 늘어뜨린 다리 사이로 손가락 하나가 불쑥 침입했다.

“우, 유원아?”

당황해 그를 불러 보았지만 유원은 다리 하나를 잡아 벌려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흐읏!”

“형이 아직 안 간 것 같아서요. 더 해 줄게요.”

“아냐, 아냐! 갔어! 이미 갔…! 흐윽!”

“에이, 괜찮아요. 안 갔잖아요. 형 좆 좀 봐 보세요.”

유원아, 그런 상스러운 표현은 어디서 배웠어? 아니, 그보다 너 때문에 또 선 거잖아. 아까 한 번 싸고 딱 좋았다고.

“흐으, 아닌, 흑!”

“아까처럼 허리 흔들어도 돼요. 우리 사이에 이게 무슨 문제예요. 안 그래요?”

문제야! 우리 사이니까 문제라고!

“하으!”

마음속의 간절한 외침과 달리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거라곤 내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신음밖에 없었다.

“형형, 형 좆 만질 때 신음이랑 구멍 만질 때 신음 다른 거 알아요? 신기하다. 형은 이쪽으로 더 느끼나 봐요.”

손가락으로 경련하는 구멍을 푹푹 쑤시는 무자비한 손길과 다르게 목소리는 평소처럼 천진난만했다. 그 괴리감에 지금이 오히려 꿈 같았다. 우리 유원이가 그럴 리 없는데.

“와, 형도 지금 아래 달달 떨리는 거 알아요?”

유원아, 입 좀! 저거… 설마 그 미친 귀신 새끼한테 빙의된 거 아냐? 이건 좀 오반가.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그런데 우리 착한 유원이는 저딴 음담패설 같은 건 안 한다고.

“흐아! 흡, 흐!”

손가락이 세 개로 늘어났다. 손가락이 내벽 이곳저곳을 들쑤시다 어느 한 지점을 꾹 눌렀다.

“흐앙!”

씨발.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겁을 할 만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 충격을 받아 굳은 와중에도 연신 들락거리는 손에 신음을 멈출 수도 없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다 푸핫, 웃음이 터진 유원이 등을 들썩이며 맑게 웃었다. 그런 와중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좀 더 집요해졌다.

“형, 여기가 제일 좋아요?”

유원이 뿌듯하게 말하며 아까의 그 지점을 다시 꾸욱 눌러 왔다. 저절로 튀어 오르는 허리를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고개를 홱 돌렸다. 민망해서 미칠 것 같았다. 얼굴 전체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응? 형 여기 좋아하는구나~”

노래 부르듯 흥얼거리던 유원이 세 손가락으로 도톰한 지점을 눌러 뭉갠 상태 그대로 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윽! 하으응! 아, 잠, 흐앙! 잠, 아응!”

민감한 부분이 짓눌려 잘게 떨리자 온 허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구멍이 흐물거리며 풀어지고 하체가 꾸물꾸물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하, 그, 극, 흐! 그거 하지, 아! 아윽! 흐으응!”

“그럼 이렇게 할까요?”

집요하게 눌러 흔들던 손가락이 이제 떨어져 나가나 싶더니 뒤로 빠지던 게 다시 푹! 쑤셔 들었다.

“흐앙!”

손가락이 다시 파묻히듯 살 속에 쑤셔 들고 부어오른 속살이 그대로 짓뭉개졌다. 푹푹푹 쑤셔 드는 손가락에 구멍이 질척이기 시작했다. 속살이 엉기듯 손가락에 붙어 댔다. 굵은 마디가 내벽을 쓸고 나갈 때마다 더 느껴 자지러지며 몸을 꼬았다.

“하, 흐아!”

몸도 마음껏 움직여지고 신음도 입 밖으로 뱉고 있는데 어쩐지 쾌락이 더욱 몰려드는 것 같았다.

“허으, 잠, 잠깐만, 잠, 으흥!”

개씨발! 신음이 뭐 이따구야! 야동에도 안 나올 법한 신음이 터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입을 막았다. 씨바, 씨바, 씨발….

“형, 괜찮아요. 좀 놀랐는데 귀여웠어요.”

유원이가 입을 막은 손을 억지로 떼어 내 위로 올려붙였다.

“흐응!”

“형 얼굴 엄청 빨개요. 아래 색이랑 비슷한 거 같다.”

망상 아니라 저거 진짜 빙의 맞는 것 같아. 당장 아침이 오면 퇴마사라도….

“흑, 흐아!”

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정액이 터지듯 나와 시트와 배를 적셨다. 엉덩이, 허벅지 할 것 없이 하반신 전체에 찌르르 전기가 퍼지듯 떨리고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늘어졌다. 잔떨림이 남은 몸으로 간신히 숨을 쉬고 감았던 눈을 떴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 초점이 맞춰졌다.

머리가 좀 맑아졌다. 격동적인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휙휙 지나가던 단편적인 생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만.

“형형. 저도 도와주세요.”

“어? 아, 그, 나 지금 손에 힘이….”

생각 없이 무심코 말하다 입을 다물었다. 뭐래, 미친. 손에 힘 있으면 해 줬을 거냐? 유원이 너무 일상적인 양 자연스럽게 말해서 얼떨결에 대답이 나왔다.

“괜찮아요. 형은 가만히 계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 야, 잠깐.”

“전 여기로 할게요.”

“야! 야! 너, 네 크기를 생각해!”

같이 목욕할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은근히 기죽게 한 그걸 넣겠다고?

“괜찮아요. 지금 뭘 먹여도 다 받아먹을 만큼 잘 풀렸어요. 주먹도 들어가겠는데.”

말 좀! 진짜, 그런 상스러운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아이고, 금이야 옥이야 키운 우리 순수한 유원이가 이상한 거에 물들기라도 했나? 학교에서? 아님 미디어? 요즘 유X브가 그렇게 문제라던데.

“그리고 형 잘 느끼잖아요.”

배시시 웃는 무해한 얼굴과는 달리 그 아래의 흉흉히 서 있는 것에 절로 시선이 갔다. 응. 아닌 것 같아.

“이건 아닌 것 같다. 유원아, 우리 관계를 생각해.”

“아…. 그러네요. 확실히….”

유원이 아차, 하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귈까요.”

“…?”

유원이 쑥스러운 듯 귓불을 붉게 물들인 채 속살거리듯 말했다. 세상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미소에 잠시 홀렸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왜 말이 그렇게 되는 건데?

그러고 보니 우리 유원이 성교육엔 관심을 못 써 줬다. 워낙 학업 성적이 좋아서 교육 같은 면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 혹시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혹시 지금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걸까. 한창 성욕에 관심이 많을 때라서 호기심이 왕성해진 걸 수도 있지. 그래, 지금은 당황하지 말고 어른으로서 대처해야 될 때인지도 모른다. 어른의 면모를 보여 주자.

“유원아.”

“아, 형. 너무 좋아요!”

“…어?”

뭔데.

유원은 마치 고백이 성공하기라도 한 것처럼 화명한 웃음을 잔뜩 머금었다. 순간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하디환한 얼굴이었다.

나 설마 얼떨결에 수락했던 거 아니지? 분명 그냥 이름만 불렀는데?

당황스러워 어버버 하는 나에게 유원이 마냥 웃어 주며 몸을 뒤집었다. 갑자기 마주하게 된 시트에 몸을 돌리려 했지만 등허리의 움푹 파인 부분이 꾹 눌러지며 움직임을 제지당했다.

“이렇게 하는 게 더 편할 거예요. 저도 얼굴 보면서 하고 싶은데 그건 다음에 해요.”

“아니아니, 유원아. 너 혹시 환청 들었니?”

“네? 아, 형 귀엽다.”

어깨에 입술이 떨어지고 엉덩이 양쪽이 잡혀 손으로 벌려졌다. 살짝 드러난 속살에 휑한 바람이 닿자 놀란 듯 꿈틀거렸다. 모르는 건 약이 맞다. 내 몸이 지금 어쩌고 있는지 알아차리니 수치심에 코 박고 죽고 싶은 지경까지 왔다. 얼굴로도 모자라 목까지 빨개진 것 같다. 화끈거리는 살결도 너무 잘 느껴져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으! 이거, 이건 진짜 아니다 유원아!”

성기로 추정되는 게 닿은 순간, 동생이고 유원이고 귀신이고 뭐든 간에 이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온몸으로 퍼져 갔다. 이거 아니야. 저런 건 어디에 넣을 수 있을 만한 크기가 아니다.

“나 대답 안 했잖아!”

“응? 형이 제 이름 불러 주셨잖아요?”

“어? 그게 왜?”

“그럼 수락한 거죠.”

마땅한 사실을 말하듯 유원이 되레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혹시 요즘 애들 사이에선 고백했을 때 이름 부르는 게 허락의 표시로 통하나? 아니, 그럴 리 없잖아. 왜 그렇게 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로 잠깐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등허리를 누르며 위로 올라온 유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기겁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등을 꾹 누르고 있는 손 때문에 상체만 들려 오히려 더 이상한 꼴이 되었다.

“형, 저 동정이라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데 별로인 부분 있으면 꼭 말해 줘요. 제가 더 잘할게요.”

미친, 유원아! 네 소중한 동정을 나 따위한테 주지 마!

“유원아. 이건 진짜 아니야. 잠깐, 다시 생각해 봐. 일단 나오고 천천히 생각을…!”

미친!

두터운 귀두가 엉덩이 골을 비볐다. 금방이라도 처박을 듯 간을 보는 듯한 움직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돌아 버린 신체 기관은 곧 다가올 쾌락을 기대하듯 움찔 떨렸다.

유원은 먹여 달라고 조르는 듯한 모양새로 떨리는 꼴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조심조심 들어가는 척하다 결국 제 쾌감에 못 이겨 그대로 푹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으아…!”

아무리 손가락이 들어가서 안에서 진동하고 넓히고 푹푹 꽂히며 온갖 짓을 다 했어도 그렇게 두꺼운 것이 한 번에 쾅! 찧듯 들어오니 온 생각이 날아갔다. 배를 가득 채우는 압박감에 손을 가져다 대니 볼록 모양대로 튀어나온 뱃가죽이 만져졌다. 자괴감과 서러움에 울 뻔했다.

“하윽, 하… 흐….”

“형… 형. 아, 너무 좋다. 하… 움직여도 돼요? 되겠죠?”

“흐, 아니, 안….”

“형, 윽, 진짜 좋아요. 따뜻하고 녹진하고.”

“어으어… 거기 만지지, 윽! 올, 리지 마! 아…!”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터질 듯이 압박하는 성기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데 배로 손이 쑥 들어오더니 그대로 몸을 들어 올렸다. 딱 돌아 버릴 것 같았다. 눈이 뒤집히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이 하얬고 몸은 전복된 것 같았다. 내장을 뒤집어엎고 비집고 든 것같이 아프면서도 이상한….

“하으으! 아, 하지, 하지 마아….”

“형 배 볼록한 거 알아요? 아래로 시선 내려 봐요.”

“흐, 시러, 싫, 흑… 아, 너무 아파….”

“네? 그럴 리 없는데. 형 엄청 오물거려요.”

“허으으….”

“차라리 빨리 움직일까요? 얼른 기분 좋아지게.”

“아니, 그건 흐, 진짜 아닌… 아!”

제발 말 좀 들어.

유원이는 이미 자신의 제안이 마음에 든 건지 곧장 중간 즈음까지 성기를 물리더니 그대로 들이박듯 살을 찧었다.

“학…!”

바들바들 떨리던 상체가 다시 앞으로 엎어졌다. 유원이가 배를 감싼 손을 놓고 허리를 잡아 온 탓이다.

지금껏 나쁜 말 한 번 안 하고 곱게 키운 유원이에게 험한 말이 나갈 정도로 격한 쾌감이 허리를 때렸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안 되게 미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큰 충격을 그대로 받은 속살이 살짝 경련하고 그에 따라 허리도 파들거리며 갑작스런 희락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손 역시 시트를 쥐었다 놓으며 아찔할 정도의 쾌락에 오락가락했다.

“흐, 아…!”

몸이 크게 뒤틀리며 꿇은 무릎이 바들바들 떨렸다. 결국 양 무릎이 크게 벌어지며 그대로 시트 위로 엎어졌다. 넙죽 엎드린 것 같은 자세에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수치심이 들었지만 여전히 몸에 힘이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개처럼 숨만 헐떡이는 것뿐이었다.

유원이 엎어진 몸을 따라 무게를 조금 실으며 하체를 깊게 붙여 왔다.

“하으응….”

옆 시야로 퍼렇게 핏줄이 선 팔뚝이 보였다. 새삼 놀라웠다. 애가 저렇게 자랐었나. 하긴 크다, 크다 했더니 진짜… 나보다 두꺼운 것 같은데. 키는 날 훌쩍 넘어선 지 오래였지만 아직도 유원은 너무 여려 보였다. 얼굴선은 꽤 가는 편인데 의외로 몸 선은 두껍….

“아흑!”

방아 찧듯 엉덩이로 차진 마찰 음이 울렸다. 무게를 실어 꽝! 박아 왔기에 둔탁한 마찰 음은 누가 세게 맞기라도 한 소리 같았다.

쫀득하게 들러붙는 점막을 들어내듯 끌어내고 그대로 뻑! 박아 속살이 마구 어질러졌다. 헤집고 들리고 엉망으로 휘저어 대는 탓에 아래가 완전히 녹아 질척해진 것 같았다. 기둥이 박힐 때마다 엉겨 붙고 난리가 아닌데 문제는 이 모든 움직임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 아! 흐으, 잠! 아응!”

유원의 허리가 살을 찧고 물러날 때마다 그 잠시를 못 참고 엉덩이가 따라갔다. 하지만 빠른 속도에 맞추진 못해 엉거주춤 들린 상태 그대로 다시 처박혀 곤두박질치듯 시트에 파묻히곤 했다. 온통 시트에 비벼지는 앞은 이미 선 지 오래라 자극을 받아 다시 정액을 칠칠 흘려 대고 있었다. 가는 도중인데도 쉬지 않고 박히니 입에선 계속 침이 뚝뚝 떨어졌다.

“아! 학! 응!”

교성과 함께 턱을 타고도 타액이 흘러내렸다.

“흐응!”

뒤로도 벅찬 쾌감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올라가다 어느 순간 팡 터지듯 절정에 달했다. 극단적인 희락이 허리에서, 다리 사이에서, 머리에서 팡팡 연신 여러 빛으로 뒤섞여 터져 갔다. 쥐어짤 듯 시트를 부여잡으며 엉엉 눈물을 쏟아 내는데도 뒤의 움직임은 멈출 줄 몰랐다. 연달아 가는 감각에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 쓰러질 것 같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쾌감이 너무 두렵다.

“나 갔, 아! 앙! 흐, 가, 갔득!, 흐앙! 응!”

단단히 잡힌 허리가 계속 비틀렸다. 본능이었다. 죽을 것 같은 쾌감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성감대를 피하려 애썼지만 그래 봤자 커다란 성기가 온 내벽을 훑고 찧어 소용없었다. 어떻게 뒤틀어도 온 구멍이 마찰되었고, 애초에 어딜 박히나 다 느낀다는 것을 이원 자신만 몰랐다. 결국 어쩌든 피할 수 없는 절정이었다.

“아, 으앙!”

유원이 이원을 시트에 묻고 허리를 꽉 안아 등에 붙은 뒤 거친 추삽질을 시작했다. 꽉 붙여 안은 채라 몸의 흔들림 자체는 적었지만 성기가 드나드는 속도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힉!”

너무 빨라 신음을 뱉을 새도 없었다. 머리부터 시작해 온몸이 몰캉한 묽은 젤리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성기가 한 번 박힐 때마다 몸 전체가 꿰뚫려 온몸이 성감대가 된 것 같은 기이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흐, 흣!”

“하….”

“악! 으, 아악!”

빠르게 허리를 털듯 박아 댄 유원이 몇 번 꽝꽝! 망치질하듯 심하게 박더니 드디어 멈췄다. 너무 벅차고 과했던 감각에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나도 씨발 모르겠다….

“어흐, 으, 흑….”

“하… 형… 너무 좋아요. 형.”

땀에 젖은 어깨와 목뒤에 연신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성기가 쑥 빠지더니 엉덩이 위로 뜨끈한 무언가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유원아. 미친. 유원아….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정액이었다. 코끝을 찌르는 향기부터가 그랬다. 허연 액이 묻은 엉덩이가 반들거리는 걸 기분 좋게 쳐다본 유원이 얼른 형의 몸을 돌려 안았다. 지쳐 파리해진 얼굴에 애교 부리듯 쪽쪽 입을 맞추며 여운이 남아 한껏 민감해진 몸을 쓸었다. 부드러운 손길임에도 닿을 때마다 움칫 떨었다.

***

달칵.

방문을 조심스레 닫고 나왔다. 제 방으로 들어간 유원이 휴대폰 케이스를 열어 작은 열쇠를 꺼냈다. 곧이어 서랍이 열리고 하얀색 약통들이 드러났다.

형 너무 귀여웠지.

약을 보니 다시 형 생각이 나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유원은 늘 하던 대로 약의 개수를 센 뒤 서랍을 도로 닫았다. 잘 잠겼나 꼼꼼하게 확인을 마친 유원의 시선이 이번엔 노트북에 가 닿았다.

영상은 잘 찍혔을까.

책상 앞으로 가 노트북을 열었다. 파일을 눌러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니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 형이 보였다. 다시 배시시 미소 지은 유원이 잠시 그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다 주르륵 날짜별로 영상이 나열되어 있는 목록에 들어갔다. 중대한 발표를 앞둔 것처럼 손이 떨렸다. 너무 과하게 좋아서 어찌해야 될지 모를 정도다.

“아….”

유원이 재생되는 화면을 보며 입을 막았다. 형과 제가 섹스하고 있었다. 형이 시트를 부여잡으며 교성을 내지르고 저는 형 위에서 박아 넣고 있었다.

“아, 씨발. 진짜….”

너무 좋아. 씨발 너무 좋아서 욕이 다 나온다. 진짜 형이랑 했구나. 정말.

가슴이 벅차며 다시 성기가 슬슬 일어날 조짐을 보였다. 성기를 잡아 자위를 하며 형과의 섹스를 계속 돌려보았다. 그러다 문득 형의 귀여운 모습이 보고 싶어 지난주의 기록에 들어가 녹화한 영상을 틀었다.

고요히 잠을 자던 형의 뒤로 조심히 자리를 잡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유두를 꼬집어 당기니 굳은 몸으로 신음만 웅얼거린다. 억울할 정도로 눈썹을 찌푸리며 칭얼대는 형의 모습은 과하게 사랑스러워 가슴께가 뻐근할 정도다.

그런 걸 진짜 가위로 여겼다니. 생각조차 너무 깜찍하다. 슬쩍 노총각 귀신에 대해 언급했던 형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귀여운 것도 정도껏 해야지. 형은 정도를 몰랐다. 그래서 나 같은 걸 만났지.

하지만 애초에 날 이렇게 만든 건 형이다. 어렸을 때 날 그렇게 돌보지 말았어야지. 굳이 나랑 놀아 주고, 날 보살피고, 나랑 말하고, 나랑 놀고. 모든 처음은 다 형과의 기억에서부터 시작했다. 형과 처음 간 놀이공원, 형과 처음 먹은 라면, 형과 처음 본 사자, 형과 처음 간 식물원 등. 제 인생의 거의 모든 순간엔 형이 있었다.

바빠서 한 달에 몇 번 볼까 말까 한 부모님과는 달랐다. 형은 늘 날 찾았다. 그 맑은 얼굴로 날 보며 웃어 주었고 온갖 감정을 투명하게 표현했다. 그런 형이 너무 멋있었고, 나중엔 예뻤고, 점점 귀여워졌다가 결국 성욕까지 일어 그 몸까지 탐하게 되었다.

그러니 형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 않나. 그러게 나랑 목욕하지 말았어야지. 나랑 놀지 말고, 애초에 나한테 그런 얼굴과 몸을 무방비하게 드러내면 안 됐었다. 형이 날 이렇게 키웠잖아.

유원은 복습하듯 영상을 훑어본 뒤 전원을 껐다. 역시 영상보단 실제가 낫지. 다시 형이 잠들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형은 결국 나에게 감길 것이다. 이미 연인도 됐잖아. 형이 나를 잘 아는 만큼 나 역시 형을 잘 아니까.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형에게 다가갔다.

“혀어엉….”

가까워진 형이 너무 좋아 괜히 칭얼거리니 자연스레 손이 올라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좋아요.”

“응. 우리 예쁜… 유원이….”

잠에 취해 웅얼거리던 목소리가 잦아들고 머리로 올라왔던 팔이 뚝 떨어졌다.

형의 습관은 나다. 형은 결코 날 버릴 수 없을 것이다. 유원이 말갛게 웃으며 침대에 올랐다. 익숙한 품에 파고들며 안온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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