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근하는 빌런-1화 (1/324)

1화. Prologue

죄를 짓는 악당이 있으면 그들을 잡는 영웅이 있다. 빌런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움직인다면 히어로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당연하게도 두 존재는 언제 어디서든 대립했고 만날 때마다 승리와 패배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세상은 평화롭다.

왜냐하면… 빌런도 야근하기 때문이다.

.

.

.

검은 망사를 뒤집어쓴 일곱 명의 빌런이 어둠 속에 모여 검은 십자가를 든 채 둥글게 앉아 있었다.

그들은 빌런들의 왕 ‘다크 카오스’의 일곱 자식이었다.

‘…이런, 씨발. 이게 뭐야.’

소름이 돋을 정도로 스산한 분위기에 사방이 어두웠다. 그럼에도 이곳은 촛불 두 개가 내는 빛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신재언은 거대한 원탁 위에 불이 켜진 양초에서 흘러내리는 촛농을 눈으로 좇으며 몸서리를 쳤다. 지극히 평범한 일개 소시민인 자신은 이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다.

새삼 서로 얼굴도 다 알면서 이런 어둠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꼴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오늘도 망할 레드-헬-파이어 때문에 실패했어.”

중후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정적을 깨트렸다. 그의 말에 원탁의 중심에 앉아 있던 신재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실패했다는 말은 다행히 세상이 아직 평화롭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레드-헬-파이어’는 히어로 협회에 속한 히어로 중 가장 유명하고 강한 자였다. S급 히어로인 그에게 저지당했으니 당분간 테러나 혼돈 같은 소리는 못 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아주 많으니까요.”

원탁에 모인 일곱 명 중 누군가가 발랄한 목소리로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하얗고 기다란 고운 손에 검은색 매니큐어가 발린 손톱이 눈에 띄었다.

“위대하신 우리 아버지의 발밑에 세상을 두기 위해! 형제들이여, 더 노력하도록 합시다.”

“위대하신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 그만해!’

기겁하는 신재언의 표정은 안타깝게도 어둠 속에 묻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재언을 제외한 모두가 잔을 높이 들고 ‘위대하신 아버지’를 연호했다.

“아버님의 위대한 업적을 본다면 감히 그 누구도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지 못할 겁니다. 우매한 히어로들 때문에 아버님의 영광에 흠이 생기다니,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자신은 그들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히어로 ‘레드-헬-파이어’와 매일 얼굴을 마주치고 있었다.

세상은 지금 빌런이 세계를 지배하느냐 히어로가 세계 평화를 지키느냐를 두고 싸우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특출하고 유명한 일곱 명의 빌런은 빌런들의 왕이라 불리는 ‘다크 카오스’의 자식들이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파괴욕을 분출하는 여타의 오합지졸 빌런들과 달리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히어로들과 싸웠다.

바로 세계를 정복하여 그들의 아버지인 ‘다크 카오스’의 발밑에 두겠다는 원대한 목표였다.

자연재해 그 자체인 그들의 힘은 웬만한 히어로들조차 상대하기 버거워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빌런 세대라고 불리는 그들을 거느린 ‘위대하신 아버지 다크 카오스’는 바로.

평범한 회사원인 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