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521)

“대장, 말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협박도 잘하던걸. 듣는 내가 다 섬찟했어.”

“까불지 마.”

“나도 터뜨려 죽이게?”

“아, 좀!”

깐족거리는 루멘이 얄미워 맞잡은 손에 힘을 주자, 더 얄미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열이 올랐지만 카델은 참기로 했다. 최대한 침착한 정신을 유지해야, ‘인질이 된 반’과 ‘납치범 라이돈’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그, 그 인간은 헨지가 환혹시켰는데…… 지금은 라이돈이 데려갔어.’

‘라이돈? 그 새끼가 왜?’

‘라이돈을 알아?’

‘토 달지 마, 시끄러워. 그래서 라이돈의 위치는 어딘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라이돈이 즐겨 가는 아지트 같은 곳이 있기는―’

‘안내해. 도중에 헛수작 부리다 들키면 그대로 터뜨려 줄 테니까 처신 잘하고.’

에이든을 협박해 얻어 낸 황금 같은 정보를 따라, 현재 그들은 반이 묶여 있다는 라이돈의 아지트로 향하는 중이었다. 안내는 당연하게도 여전히 [바람 감옥]에 갇혀 있는 에이든이 맡았다. 그렇게 ‘오른쪽’, ‘왼쪽’, ‘앞으로 쭉’ 따위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 지 8분 남짓이 흐르고.

카델은 루멘과 맞잡은 손에 땀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가장 안 좋은 예상이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희망은 있어. 무사히 반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싸움이든 설득이든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카델은 크게 숨을 한 번 고르며 덤덤한 표정을 꾸며 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티 나지 않게 카델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루멘이 조용히 말했다.

“너무 떨지 마, 대장.”

“……안 떨었어.”

“난 살면서 나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 못 봤어. 요정족이라고 다르진 않을걸.”

“갑자기 자랑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반은 구해 낼 테니까, 무리할 필요 없다는 소리야.”

루멘의 시선은 더는 카델을 향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해 왔던 모든 말 중, 가장 짙은 진심이 배어 있는 위로였음은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카델은 묘하게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준비한 모든 계획이 망하더라도, 루멘이 있다면. 그만 있다면 뭐라도 될 것이라고, 막연한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카델은 그답지 않은 위로를 해 오는 루멘에게, 마찬가지로 자기답지 않은 감사를 전했다.

“구하는 건 당연히 네 몫이지. 난 그 짜증 나는 요정족을 상대해야 하니까. 못 구하면 검사고 가주고 다 때려쳐.”

“좋아. 못 구하면 대장의 내조 잘하는 참한 남편이 되는 걸로.”

“누가 데리고 살아 준대?”

쓸데없는 말싸움이 오가는 동안 몸이 굳을 정도로 극심했던 긴장감은 대부분 가셨다. 그렇게 한결 홀가분해진 몸과 마음으로…….

“이 앞이야. 안내했으니까 이제 놔줘!”

그들은 라이돈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물론 카델은 에이든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왁왁거리는 에이든에게 조용히 하라며 경고한 뒤, 은밀하게 전투태세를 갖췄다.

⚔️

어둑한 숲속의 그림자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엷은 황금색의 머리칼. 굴곡 없이 매끈한 곡선을 그리며 뻗은 높은 콧대. 광채마저 느껴지는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하얀 피부. 고양이처럼 애교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무표정인 얼굴도 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꾸며 냈다.

천사라는 호칭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눈부신 미모. 그러나 태생적인 여유로움이 묻어난 새빨간 눈동자의 존재는, 그의 외모가 뽐내는 성스러움을 대폭 깎아 묘한 섬뜩함을 자아냈다.

핀하이족의 라이돈.

그는 조금 전의 한 뼘만 한 요정의 모습이 아닌, 족히 190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인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날개 달린 인간이 된 라이돈은 평범하게 바닥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가 있는 주변으로 우중충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의 꽃과 들풀이 자라나 있었다. 라이돈은 자신을 둘러싼 아름다운 꽃들을 무심한 얼굴로 한 송이 한 송이 꺾어 냈다. 무의식적인 버릇인 듯했다.

“원래 이렇게 움직임이 느려? 하긴, 네 단장은 작으니까. 걸음이 느릴 수도 있겠다.”

그렇게 끊임없이 꽃봉오리를 뜯어내던 라이돈이 설핏 웃으며 옆을 돌아봤다.

그곳에 있는 것은 반 헤르도스. 완전히 의식을 잃은 그가 거친 넝쿨에 포박당한 채 나무 위에 묶여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인간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

돌아오지 않는 대답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라이돈이 여유롭게 웃으며 손안에 든 꽃봉오리를 툭 내던졌다.

기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딱히 큰 기대는 없었다.

상대는 언제든 환각 마법을 걸 수 있는 상태. 괜히 기습을 꾀하며 매복하다가 되레 덫에 걸릴 확률도 높았다. 그러니 기습의 유무는 카델에게 있어 중요한 전략적 선택지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역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컸다.

“라이돈! 여기야! 살려 줘! 살려 달라고!”

……기분의 차이가 컸다.

“죽고 싶어?”

“이 미친놈들이 내 날개를 잘라 갔다고! 복수해 줘! 죽여 줘!”

카델은 [바람 감옥]에 갇힌 채 온갖 악은 다 써 대는 에이든을 황당하게 바라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라이돈의 ‘아지트’는 그다지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잔인한 요정족의 성정상 고문 도구나 백골이 된 인간 시체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덤불로 가려진 입구를 헤쳐 나가자 보이는 것은, 중앙에 난 작은 호수와 주변을 둘러싼 몇 그루의 고목. 그리고 그늘 아래 피어난 좁은 범위의 꽃밭, 그 위에 길게 다리를 뻗고 앉은…….

“아하하! 에이든, 꼴이 그게 뭐야?”

수려한 외모의 미남. 그뿐이었다.

‘인간……? 생긴 걸 보면 라이돈은 확실한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라이돈은 인간형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화려한 외형을 가진 요정족 중에서도 특출하다고 평가되는 태생 S급 기사였다. 명성만큼이나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미모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카델이 그리도 애타게 찾던 소중한 부하. 반 헤르도스가 의식을 잃은 채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다.

카델은 가장 먼저 반의 상태를 살폈다.

‘겉으로 봤을 땐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절 상태이니 내상을 입었거나 이상한 마법이 걸려 있을 확률도 무시할 수 없지. ……빨리 꺼내 줄게, 반.’

카델은 옆에 선 루멘에게 눈짓했다. 언제든 기회가 생긴다면 반을 구출하라는 뜻이었고, 루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화염 마법만 쓸 줄 아는 게 아니었어? 대단한걸, 인간. 2속성 마법사는 요정족 중에서도 드물다고?”

라이돈은 여전히 여유가 넘쳐 보였다. 남의 감정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시시덕거리던 그때처럼. 문득 과거의 치욕이 되살아나며 거침없는 살의가 피어올랐다.

“꽤 신나 보이네, 라이돈. 친구가 붙잡혀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나 봐.”

“내 이름은 에이든이 알려 줬어?”

“그리 귀한 이름도 아니잖아.”

라이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마법에 갇힌 에이든을 일별했다. 살려 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에이든이 소중하게 쥐고 있던 날개 한쪽을 흔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라이돈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졌다.

“핀하이족의 영역에서 핀하이족을 상처 입히다니. 그것도 날개라……. 정말 살아 나갈 생각이 없나 봐.”

“살아 나갈 생각밖에 없는데.”

“뭐, 어차피 내 놀이 상대가 되어 주려면 살아서는 못 나가겠지만.”

“살아 나갈 생각이라니까.”

라이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장신의 몸임에도 동작 하나하나에 둔한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우아했다.

우아한 움직임이라니. 카델은 라이돈이 우아하게 구는 꼴을 일분일초도 보고 있기 싫었다.

퍼버벙!

그가 채 일어서기도 전에 꽃밭을 향해 화염구를 날려 버리자, 라이돈이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며 놀란 눈을 했다.

“내 부하 내놔, 이 쓰레기 새끼야.”

“나름 인질로 데려온 건데. 이렇게 거칠게 굴어도 돼?”

“나한테도 인질 있어. 좀 훼손됐지만.”

공격적으로 굴기는 했으나, 카델은 딱히 거친 싸움을 할 생각은 없었다.

‘환각 마법에 빠졌을 때 소모한 마력이 상당해. 바람 감옥을 유지하는 데도 무시할 수 없는 마력이 소모되고. 상대는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지만…… 여기서는 되도록 에이든을 앞세워 주의를 끌어 봐야지.’

격한 전투가 시작된다면 루멘도 이쪽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루멘이 뛰어난 기사래도 그는 아직 각성하지 못한 태생 A급이고, 라이돈은 S급이다. 급수의 차이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낮은 급수의 캐릭터가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면 충분한 변수로 적용될 수 있겠으나.

‘여긴 라이돈의 구역인 환혹의 숲. 녀석의 능력이 증폭되면 증폭됐지 힘에 제한을 받진 않아. 신중하게 굴자.’

잘난 루멘이라도 라이돈을 상대로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가 반을 탈환할 만한 좋은 타이밍을 만들어 주려면, 싸움을 할 듯 말 듯 애매하게 끄는 것이 최선이다.

“에이든은 딱히 인질이 아닌걸. 걜 죽이면 잔뜩 화가 난 동족들이 우르르 몰려올 텐데. 우린 동족의 죽음을 느낄 수 있거든.”

“네가 괴로워하는 얼굴만 볼 수 있다면 충분해. 얘, 네 친구잖아.”

“하하, 내가 했던 말 따라 하는 거야?”

“난 너처럼 환영으로 장난치진 않아.”

“이번엔 환영 아니야. 볼래?”

라이돈이 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연 없이 곧장 전개된 얼음 마법이 수십 개의 날 선 송곳이 되어 반에게 날아들었다.

당연하게도, 그 공격이 반을 해칠 일은 없었다.

라이돈은 자신의 공격을 차단한 불의 장막을 보며 작게 웃었다. 정말 즐겁다는 기색이 역력한 미소.

“와! 어떻게 그게 가능해? 넌 인간이잖아. 이쪽이야 숲의 힘을 빌려서 마법에 영창이 필요 없다지만, 넌……. 대단하네!”

당연한 사실을 싫은 놈에게 칭찬받았다고 기뻐할 리는 없다. 카델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서 있는 위치를 이동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영창이 필요 없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가?”

“그럼, 대단하지. 솔직히 사기잖아.”

“인간 세계에선 그것보단 다속성 마법사를 더 대단하게 생각하던데.”

“아하하! 지금 자랑하는 거야? 물론 화염과 바람을 둘 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워. 넌 진짜 대단하고 재미있는 인간이야. 그래서 더 놀아 보고 싶―”

“누가 2속성이래?”

“……응?”

카델은 의아한 표정을 한 라이돈을 응시하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라이돈의 흥미를 확실하게 잡아끌기 위해선, 역시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겠지.’

에이든의 빠른 항복 덕에 사용하지 않고 남겨 둘 수 있었던 속성 포인트. 원래라면 화염이나 바람, 둘 중 한 가지에 투자하여 효율적인 성장을 도모했겠지만.

“누가 두 가지 속성만 사용한다 했냐고, 멍청아.”

목숨이 중요하지 효율이 중요한가?

‘포인트를 아꼈다간 새로운 속성 마법은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티끌만 한 위험 요소라도 배제한다.’

카델은 막힘없이 속성 포인트 ‘10’을 ‘번개’에 투자했다. 훗날 일은 훗날 생각하면 될 일이다.

“설마…….”

새로운 마력의 흐름이었다. 카델은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라이돈의 면전을 향해 벼락을 쏘아 날렸다. 그야말로 빛처럼 날아든 벼락이 라이돈의 코앞을 스치며 땅에 처박혔다.

대기를 울리는 살벌한 굉음. 제 앞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속에서, 라이돈의 눈가가 짧게 경련했다. 뻣뻣하게 굳은 입꼬리가 조심스럽게 올라가며 환희에 가까운 미묘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는 키만큼이나 커다란 손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는,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크게 웃어 대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허리까지 푹 숙인 채로.

그 허점을 놓칠 카델이 아니었다.

그는 손 위로 푸른 전류를 끌어모으며 루멘을 향해 눈짓했다. 일부러 위치를 이동하며 자신을 마주 보는 라이돈이 루멘을 등지게끔 유도했다. 지금처럼 정신 놓고 웃어 대는 상황이라면, 루멘의 탈환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카델의 신호를 알아챈 루멘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볼 때마다 경이로운 속도였다.

하지만 카델이 다시 라이돈의 시선을 끌 만한 마법을 구사하려던 순간.

“진짜 재밌다! 무조건 싸우고 싶어!”

불쑥 고개를 치켜든 라이돈이 내내 등지고 있던 뒤편을 향해 손바닥을 뒤집었다.

‘눈치채고 있었구나!’

이쪽을 신경 쓰느라 주변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 사라진 줄 알았건만. 괜히 S급이 아니란 건가.

라이돈의 마법이 또 한 번 반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얼음 송곳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며 단숨에 범위를 넓혔다.

아무리 카델의 마법이 즉시 시전이라지만, 환혹의 숲에 있는 한 그것은 요정족인 라이돈 또한 마찬가지. 미리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 내기는 힘들다.

‘안 돼……!’

본능적으로 자신의 장막이 한 박자 늦었음을 깨달은 카델이 숨을 멈췄다. 그리고 매섭게 쏘아진 얼음 송곳이 반의 몸에 닿기 직전.

“으음, 이쪽도 재밌긴 하다. 빠르네.”

누군가 시간을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얼음 송곳의 기세가 멈췄다. 곧이어 허공에 새겨지는 가느다란 섬광의 잔상. 그 잔상을 따라 어긋난 얼음 송곳이 공력을 잃은 채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카델은 반의 발치에 쏟아진 얼음 조각들을 한 번, 그 앞을 막고 선, 대체 어디서 솟아 나왔는지 모를 루멘을 한 번 보았다. 참았던 숨이 쏟아지며 짧은 현기증이 일었다. 루멘은 짜증스럽게 혀를 차며 반쯤 뽑혀 있던 장검을 완전히 꺼내 들었다. 언제나 눈보다 빠른 발도술을 추구하는 그였기에 웬만해선 검이 온전히 뽑혀 나온 모습은 보기 힘들었으나, 그 또한 깨달은 듯했다.

“두 명 상대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눈앞의 요정족이 지금껏 만나 왔던 어떤 상대보다 까다로운 힘을 갖췄다는 걸.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검날의 끝이 히죽 웃는 라이돈을 향했다.

“나까지 상대하기엔 네가 너무 버거워할 것 같은데. 덩치만 믿고 까불다간 큰코다쳐.”

“난 몇 명이라도 재미만 있으면 괜찮은걸?”

“위험한 발언을 하네. 본인 몸은 소중히 여겨 줘야지.”

얼핏 한눈을 팔고 있는 것 같아도 녀석은 주변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시야도 주의력도 장난이 아니야. 이렇게 사방을 끊임없이 견제할 능력을 갖췄다면 아무리 루멘이라도 탈환이 힘들어져. ……짜증 난다.’

처음부터 쉬우리라 안심한 적도, 방심한 적도 없었다. 카델은 자꾸만 튀어나오려는 폭력적인 충동을 힘겹게 찍어 누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인정했다.

저 빌어먹을 요정을 상대하려면, 자신 또한 약간 정도는 정신을 놓을 필요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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