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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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델은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문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아주 어두웠고, 바깥에 버금가는 악취로 가득했다.

작은 불덩이를 공중에 띄운 그가 그것을 등불 삼아 집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먼지가 잔뜩이군. 사람 손이 안 닿은 지 꽤 된 것 같은데.”

루멘의 말대로 집 안은 방치된 태가 났다. 식탁 위에는 치우지 않은 식기들이 널브러져 있고, 가구마다 먼지가 쌓여 색이 바래 있었다. 게다가 얼마나 오래 불을 지피지 않았는지, 불덩이를 띄워 놓았는데도 내부에 한기가 감돌았다.

‘아직 시체가 보이진 않아. 미리 피신한 건가?’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 일이지만. 왜인지 불길한 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1층을 탐색하던 카델 일행이 별다른 수확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때. 언제 이동한 것인지, 2층에서 내려온 라이돈이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카델을 찾았다.

“카델! 내가 뭘 찾았는지 봐!”

반사적으로 돌아간 시선이 라이돈을 향하고. 그의 손 아래에 대롱대롱 매달린 무언가를 발견한 카델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시, 시체?”

라이돈이 들고 내려온 것은 물건이 아닌 사람이었다. 여덟 살은 되었을까 싶은 작은 몸을 축 늘어뜨린 아이가 라이돈의 배려 없는 움직임에 따라 맥없이 흔들거렸다.

기겁한 카델이 굳어 있는 동안, 먼저 달려간 반이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맥을 짚은 그가 카델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직 살아 있어요. 숨이 간당간당한 것 같긴 하지만.”

“사, 살아 있다고? 어디 봐!”

정말이었다. 미약하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다급해진 카델이 라이돈에게서 아이를 받아 들고는 눕힐 자리를 찾았다. 쾨쾨한 먼지 소굴 속에서 빠르게 로브를 펼친 그가 그 위에 조심스럽게 아이를 눕혔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피골이 상접해 처참한 몰골이었다. 뺨이 핼쑥하게 파인 데다 입술은 하얗게 부르텄다. 드러난 손목은 뼈 위에 가죽이 들러붙은 앙상한 모양새다. 눈을 꾹 감고서 미약한 숨만 간헐적으로 내뱉는 아이는 금방이라도 세상을 뜰 것 같았다.

‘어떡하지? 이 마을에 치유사가 있을 것 같진 않고. 뭘…… 뭐부터 해야 하지?’

일분일초가 급해 보였다. 당황하며 연신 아이의 상태만 살피던 카델의 옆으로 반이 다가왔다.

“오랫동안 굶은 것 같아요. 물도 못 마신 것 같으니, 일단 물을 줘 보죠, 단장.”

갈피를 못 잡던 카델과 달리 반은 이런 상황이 꽤 익숙해 보였다.

그는 아이의 머리를 받쳐 들고는, 가방에서 꺼낸 물통의 입구를 아이의 입술 위로 갖다 댔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물이 건조하게 달라붙은 입술을 적시고. 조심스럽게 뺨을 눌러 입술을 벌린 그가 그 틈새로 조금씩 물을 흘려 넣었다.

카델은 조마조마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사이 뒤에서 자신의 짐 가방을 뒤적거리던 루멘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능하면 이것도 먹여 봐.”

“이건…….”

“기력단이야. 물약이 아니라 씹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기력단은 섭취자의 기운을 크게 끌어 올리는 귀한 환단이다. 먹일 수만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 카델이 동그란 약을 꾹 움켜쥐었다. 이 아이가 퀘스트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차치하고도 카델은 아이가 꼭 무사히 깨어나기를 바랐다.

그렇게 약 1시간가량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아이의 의식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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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부숴 버렸기에 찬 바람이 들어차는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카델은 곳곳에 불덩이를 생성해 어떻게든 온도를 높여 보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서, 의식을 되찾은 아이가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기력단을 먹었으니 또 쓰러지진 않을 거야. 쓸 만한 식재료가 없어서 당장 배를 채우긴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 줘.”

“…….”

“혹시 어디 불편한 곳 있으면 꼭 말하고.”

눈을 떴음에도 아이는 말이 없었다. 말을 할 기력이 없는 건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카델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뭐부터 물어봐야 아이가 충격을 덜 받으려나.’

물어보고 싶은 것은 산더미였으나, 그렇다고 겨우 정신을 차린 아이의 상태를 배려하지 않을 순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던 건지 물어볼까. 부모님은… 죽었을 게 뻔하지. 살아 있다면 애가 이런 꼴이 되진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린 카델이 입을 연 순간. 내내 침묵을 고수하던 아이가 한껏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엄마 아빠가…… 위층에 있어요.”

카델은 누런 침대 시트 위에 남은 검은 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람 모양으로 난 검은 자국에서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놀라울 정도로 구역질 나는 악취가 풍겨 왔다.

‘이게 부모님이라고…….’

위치는 정확했다. 아이가 말했던 2층 방 침대. 2층에는 방도 침대도 하나밖에 없으니, 잘못 찾아왔을 리가 없다.

두 개의 ‘사람 자국’은 침대 위에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각각 다른 길이와 너비는 일반적인 남녀의 체격 차를 그려 내었다.

큰 숨을 따라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마른침을 삼킨 카델이 물었다.

“이게 뭐라고 생각해? 라이돈.”

라이돈은 방에 난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질문에 반응한 그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인간 시체.”

“시체라…….”

“음, 시체 자국?”

“그게 더 정확하겠네.”

시체 자국. 오래된 시신에서 나온 불순물이 만든 자국이라기엔, 침대 위에 마땅히 있어야 할 시체가 없다.

집은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고, 어린아이 혼자서 성인의 시체를 흔적 없이 옮길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시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미 범인의 정체를 특정 지은 카델에겐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시체가 부식됐군. 뼈까지 삭아 버린 거야.’

아무리 마족의 힘이 끼친 결과라 한들, 육체가 하루아침에 녹아 없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겠지.

아이는 조금씩 썩어 가는 부모의 옆에서 며칠이고 웅크려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너무하잖아.’

어린 나이에 겪기에는 지독할 정도로 잔혹한 일이었다. 만약 이것이 평범한 게임이었다면 ‘안됐네’ 정도의 감상을 끝으로 넘겨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델은 전부 보았다. 피골이 상접한 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모습도, 겨우 정신을 차린 녀석이 넋 나간 얼굴로 부모를 찾던 모습도.

입술을 깨문 그가 등을 돌렸다.

“내려가자. 더 살펴볼 것도 없겠어.”

라이돈과 함께 층을 내려가자 아이를 돌보던 반이 고개를 들었다. 아이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카델을 발견하곤 허겁지겁 상체를 일으켰다.

“부, 부모님은요?”

“…….”

아마도 아이가 의식을 잃기 전까진 부모가 살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모양새가 어땠든, 숨은 붙어 있었기에 희망을 놓지 못하는 거겠지.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카델이 최대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 말고 쉬어.”

무언가를 더 물어보려던 아이가 머뭇머뭇 눈을 내리깔았다. 죽은 모습을 보진 못했으나, 부모의 최후를 어느 정돈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마음이 무겁다. 애써 표정을 관리한 카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반. 루멘은 어디 갔어?”

“마을을 둘러보겠다고 나갔어요. 불러올까요?”

“아니. 됐어.”

이쪽도 언제까지고 이 집에 붙어 있을 순 없다. 아이를 돌봐 줄 인원만 남기고 본격적으로 마을을 탐색해 봐야 했다.

그리 생각하며 나갈 채비를 하는 카델에게로,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닿았다.

“옆집에…… 디노가, 제 친구가 살아요. 오랫동안, 못…봤는데…….”

바깥을 돌아다니는 주민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대부분은 아이의 부모처럼 이미 죽었거나, 오랜 고립으로 쓰러진 상태일 터. 운이 좋다면 의식 불명이다.

카델은 아이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볼게.”

그 짧은 대답과 함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역병 전파자’ 수락 완료!」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스토리를 진행하십시오. 보상이 주어집니다.」

「실패 시, ‘바스킨 마을 주민’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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