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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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멈춰!”

마물의 처리는 라이돈에게 맡겼다. 아직 그의 실패를 대비하기는 이르니, 반의 안정화를 서둘러야 했다. 카델은 더 이상 오라라고 볼 수도 없는, 하나의 그림자처럼 짙게 드리운 어둠 속에서 반을 찾아냈다. 카델의 목소리에 반응한 그가 대검을 휘두르던 것을 멈췄다.

뻣뻣하게 돌아가는 고개 너머로 강렬한 살육의 욕구가 넘실거렸다.

반은 카델의 얼굴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검을 들어 올린 팔이 부들거렸다. 당장이라도 마저 검을 휘두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새였다.

“이제 싸우지 않아도 돼. 다 해결됐어. 진정하고, 평소처럼 오라를 갈무리하자. 할 수 있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새까만 동공이 짧게 흔들린다 싶더니, 이내 홱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멈춰 있던 대검을 마저 휘둘렀다.

그가 베어 낸 것은 이미 죽어서 쓰러진 마물의 시체였다. 한바탕 피가 튀어 오르며 피 칠갑이 된 반의 얼굴을 다시 한번 더럽혔다.

“전부 죽이면…… 기쁘잖아요, 단장.”

“……뭐?”

“좋아할 거잖아. 응?”

목울대를 긁는 거친 목소리가 생경했다. 검끝으로 시체의 복부를 짓이긴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고는 이성을 잠식하는 낯선 욕망이 괴로운 듯 이마를 짚은 채 신음했다.

“……가까이 오지 마요.”

얼핏 봐도 오락가락한 상태였다. 당장 오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제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카델은 반이 경계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천천히 손을 뻗어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팔뚝에 손을 얹자, 반의 몸이 잘게 떨렸다.

“반. 나를 봐.”

“오지 말라니까요.”

뭘 해야 폭주를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타인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기는 한가?

의문을 품으면서도 카델은 어떻게든 반의 상태를 돌려 보고자 했다. 팔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반의 몸을 돌리자, 괴롭게 일그러진 표정이 보였다. 카델을 마주한 눈빛이 섬뜩한 살기를 드러내고 숨기기를 반복했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잖아. 이 이상 무리할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이젠…….”

카델은 최대한 차분하게 반을 다독였다. 아직 이성은 남아 있으니, 말로 설득할 기회도 남아 있었다. 자신의 말이면 언제나 순순히 받아들였던 남자다.

하지만 카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반이 기습적으로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순간 틀어막힌 숨통에 카델이 컥, 소리를 내며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새까만 동공. 그 안을 가득 메운 검은 회오리는 바로 앞의 카델조차 비추지 않았다.

“강한 사람을 원하잖아. 지금이라면 단장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바, 반……! 이거 놔!”

아무리 할퀴고 밀어 내도 소용없었다. 광폭한 시선은 카델을 씹어 삼킬 기세로 그를 집요하게 응시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많은 피를 얻으면…….”

삐걱거리는 시선이 천천히 아래를 향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과 믿을 수 없다는 듯 일그러진 눈, 조금이라도 공기를 들이마시겠다는 듯 파들거리며 벌어진 입술. 꺽꺽 소리를 내뱉는 입 안에선 새빨간 혓바닥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반의 신경을 자극했다.

손등을 할퀴는 감각도, 틀어막힌 신음도. 필사적인 발악을 무시한 그가 팔에 힘을 주어 카델을 공중으로 끌어 올렸다.

허공에 뜬 카델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다리를 바둥거렸다. 뇌에 산소가 통하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졌고, 몸에선 힘이 빠졌다.

반은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카델의 얼굴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이렇게 들어 올리니 드디어 눈높이가 맞았다. 그는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든 카델의 눈가를 탐욕스럽게 훑어내리고는, 불시에 고개를 꺾어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으읍!”

상상도 못 한 전개에 카델이 더 커질 것도 없는 눈에 힘을 줬다. 까득,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며 물린 입술에서부터 쓰라린 고통이 번졌다.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무언가 말캉한 것이 뜯긴 상처 위를 강하게 짓누르며 비린 쇠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카델은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분별할 수 없었다.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숨이 막혔고, 입술이 아팠으며, 머리에 피가 몰려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커헉……!”

반의 몸이 발작하듯 떨리며 카델을 붙들고 있던 손이 풀렸다. 그제야 터진 숨을 몰아쉰 카델이 목을 움켜쥔 채 시뻘게진 눈으로 반을 노려보았다.

그의 반대쪽 손에서는 푸른 전류가 파직거리고 있었다.

“말로 할 때 정신 차려, 이 새끼야. 각성이고 뭐고 통째로 구워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감전의 여파로 반의 몸이 잘게 떨렸다. 휘청이는 몸짓을 따라 검은 오라 또한 크게 일렁였다. 카델은 여전히 전류를 거두지 않은 채, 잔뜩 경계한 얼굴로 반을 주시했다.

‘……오라가 조금 옅어졌어.’

충격을 주었기 때문일까? 그의 눈을 가득 채운 검은 회오리 또한 색이 엷어졌다.

‘아예 기절을 시켜 버려? 그럼 폭주도 알아서 멈추지 않겠어?’

아직도 입술이 욱신거렸다. 살다 살다 남에게 입술을 물어뜯기는 날이 올 줄이야. 다시 떠올려도 기가 찼다. 애정으로 키우던 반려견에게 난데없이 공격당한 듯한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카델은 따끔거리는 입술을 문지르며 눈을 치떴다.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똑바로 봐. 난 뜯기 좋은 뼈다귀 같은 게 아니야. 네 단장이라고.”

“단, 장…….”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쥔 그가 더듬더듬 입을 뗐다. 내면을 잠식한 힘에 반항하려 할수록, 그를 둘러싼 오라는 점점 광포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상태가 너무 불안정해.’

폭주의 낌새를 무시하고 무리한 전투를 지속시켰기 때문이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역시 기절시키는 게 나을지도.’

이 상태라면 폭주는 시간문제다. 각성 퀘스트인 만큼 반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길 바라기는 했으나, 그러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러니 어떤 형식으로든 폭주를 멈추는 것이 우선 아닐까.

그렇게 카델이 반의 제압을 고민하던 때였다.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눈……?”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짙푸른 마력에 둘러싸인 라이돈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있는 곳은 눈보라의 중심이었다. 갈수록 거세지는 눈보라를 따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순식간에 내려간 온도. 앞을 가린 뿌연 입김을 피해 시선을 돌리자, 곧 눈송이의 기묘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눈이 마물을 쫓아가고 있어.’

놀랍게도, 눈송이는 카델과 반을 완벽하게 비껴가고 있었다. 그것이 향하는 곳은 흩어진 마물의 위.

카델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반과 자신의 위로 불의 장막을 두른 뒤, 라이돈의 마법을 지켜보았다.

정확히 마물만을 노린 눈발이 놈들의 어깨 위에 쌓이며 차곡차곡 몸집을 불려 갔다. 신기하게도 어깨 아래로는 전혀 눈이 쌓이지 않았다. 모든 눈송이가 머리 부근에 집중됐다.

그렇게 쌓인 눈은 마물이 아무리 몸을 털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다. 이상을 감지한 놈들이 어깨에 쌓인 눈을 공격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섬세하고도 빠르게. 눈송이는 어깨를 넘어 목, 귀, 입과 코, 눈, 정수리를 뒤덮었다. 완벽하게 머리통을 집어삼킨 눈 더미가 둥글게 뭉쳤다.

뿌득. 뿌드득.

뒤이어 눈이 단단하게 압축되는 소리가 났다. 마물들은 미친 듯이 자신의 얼굴을 가격했으나, 여전히 공격은 먹혀들지 않았다. 그리고 곧, 단단하게 뭉친 눈더미의 형태가 변했다.

‘연꽃…인가.’

이슬을 머금은 연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눈송이. 새하얗던 눈이 차츰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마물의 비명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머리를 감싼 눈이 모든 소리를 차단하고 있었기에, 마물들은 곳곳에서 발을 구르며 몸부림칠 뿐 신음 한 번 내뱉지 못했다.

마물의 머리를 집어삼킨 붉은 연꽃과 그림 같은 폭설, 그리고 지독한 침묵까지. 그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카델은 짧게 숨을 삼켰다.

‘이게 힘이 봉인된 요정의 마법이라니.’

반을 상대하느라 신경 쓰지 못했던 마물까지 모조리. 라이돈의 마법 속에서 차례차례 쓰러져 갔다.

이게 S급 기사의 저력이라는 건가. 설렘을 넘어 일종의 고양감마저 느껴졌다. 다시 올려다본 하늘엔 눈보라가 너무도 거세서, 더 이상 라이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기회를 무의미하게 날릴 순 없어.’

완벽한 마법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절시키는 것만으론 폭주의 위험을 완벽하게 잠재울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 반이 순순히 기절해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는,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반의 오라를 잠재워야 했다.

카델의 시선이 반을 향했다. 그는 불의 장막 속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필요한 재료만 먹이면 알아서 각성이 됐어. 그러니 여기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반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감전이라는 외부의 충격으로 조금이나마 오라가 옅어졌다. 만약 반이 반감을 품지 않을 정도의 충격을 반복해서 줄 수 있다면.

보통 이런 상황에선 폭주 직전의 기사에게 무언가 멋있는 소리를 하거나 절절한 진심을 전해 깨우는 것이 정석이겠으나. 카델에겐 그런 재주도, 여유도 없었다.

지금 느껴지는 진심? 줄어드는 카운트다운도, 몰려드는 마물 군단도, 에르고의 심핵도. 전부 쳐부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니 제발 돌아와 줘, 반.’

여기서 반이 전투 불능에 빠진다면 아군의 손해가 막심하다. 반대로 반이 각성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아주 희망적인 변수가.

반을 따라 한쪽 무릎을 구부린 카델이 냉기 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반의 손을 잡아당겼다.

잔뜩 경직된 얼굴이 천천히 카델을 향했다. 조금씩 전기를 흘려보내자,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낀 그가 잡힌 손을 빼내려 했다. 카델은 그런 반의 손을 양손으로 그러쥐며 어떻게든 눈을 맞추려 노력했다.

“내가 강한 사람을 원한다고 했지? 맞아. 최고의 기사단을 만드는 게 내 꿈이니까, 최고의 기사를 원하는 게 당연하지.”

“아, 파요…….”

“그래서 너를 선택한 거야.”

처음 스타팅 멤버를 골랐을 때. 그는 주어진 선택지 속에서 최선을, 최고를 선별했다. 그 결과가 바로 반 헤르도스였다.

카델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너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강의 전사였으니까. 내가 먼저 널 원한 거야.”

“하지 마…….”

“네가 어떤 모습이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무리하지 않아도 돼. ……물론 사람 물어뜯는 짐승으로 변한다면 좀 곤란하긴 하겠지만.”

너무 많은 전기를 흘려보내선 안 된다. 따끔한 고통을 인지할 정도로만. 외부의 충격을 감지해 조금씩 현실감을 되찾을 정도로만.

카델은 최선을 다해 힘을 조절하며 반의 손을 꾹 움켜쥐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더 강해질 수…… 있, 어요…….”

“알아.”

“단장을…… 지켜 줄 수 있는데…….”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 순간마저. 반은 여전히 단장인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단장이 못 미더우니 본인이 지켜 줘야 한다고 여기는 걸까? 아니면 그저 더럽게 착해 빠진 놈이라서?

그의 속내를 알 순 없었지만, 카델은 어렴풋이 반의 폭주가 자신과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이토록 필사적으로 매달린다는 사실이. 힘도 외모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가 자신에게 인정받고자,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자 한다는 사실이.

고맙고도 무거웠다.

“난 네게 보호받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하다…고 해 봤자 듣지도 않겠지. 그러니까 알아듣게 말해 줄게.”

카델은 한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여느 때의 다정한 미소가 사라진 낯에선 거친 맹수처럼 위협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카델은 피로 얼룩진 뺨을 닦아 내듯 문지르며 말했다.

“정말 날 지켜 주고 싶다면, 네 의지로 싸워.”

마음 같아선 남의 부하를 짐승처럼 변화시킨 이 기분 나쁜 오라를 축출해 버리고 싶었으나. 그럼 반이 곤란해질 테니까. 스스로 싸워 이겨 내는 수밖엔 없었다.

카델의 말이 조금은 전달된 것인지, 경직됐던 얼굴에서 긴장감이 가셨다. 카델은 점차 흐려지는 검은 회오리와 그 너머의 황금색 눈동자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단장.”

반을 집어삼킬 듯 부풀었던 검은 오라가 자취를 감췄다. 본래의 색을 되찾은 그의 눈동자는 오롯이 카델만을 담아내고 있었다.

‘됐다.’

오라가 해제됐다. 폭주의 씨앗이 발아를 멈춘 것이다. 이로써 괴상한 페널티를 먹을 위험은 사라졌지만.

‘등급이 올랐다는 알림은 보이지 않아. 최악의 수만 면했을 뿐, 아직 각성 퀘스트는 진행 중이라는 건가.’

하지만 그것은 카델의 관할이 아니었다. 능력의 각성은 오롯이 반의 몫이다.

그제야 안도한 카델이 몸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 축 처진 카델의 앞에서, 반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왜 여기…….”

“……뭐? 이 자식이, 진짜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안 나는 척하는 거야?”

“네? 아니, 저…… 장막을 막고 단장을 찾아간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가…….”

반은 어떻게든 기억을 되짚어 보려는 듯 미간을 좁혔으나,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얼굴을 보자 정말 평소의 반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폭주 직전의 상태라 기억이 전부 날아간 건가. 하긴, 아슬아슬했으니까.’

라이돈의 도움 없이 계속 전투를 이어 갔다면 얼마 못 가 폭주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가볍게 몸을 턴 그가 반의 어깨를 툭 밀쳤다.

“아주 진상이었어, 너. 이거 보여?”

카델의 손끝이 물어뜯긴 아랫입술을 향했다. 반은 아직도 피가 맺혀 있는 상처에 기겁하며 다가왔으나, 이어지는 카델의 말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네가 물어뜯은 거야. 까딱했으면 평생 입술 없이 살아갈 뻔했다고. 책임져, 이 진상아.”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참을 멈춰 있던 반이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발을 굴러 뒤편으로 물러난 그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쯧, 혀를 차며 몸을 일으키는 카델을 바라보던 반이, 한껏 목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꼭, 꼭 책임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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