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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메인 퀘스트 ‘죽음의 꽃’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속성 포인트가 10 증가하였습니다.]
[명성이 5 증가하였습니다.]
[새로운 칭호 [생명의 꽃]을 획득하였습니다.]
[고급 아이템 [마족의 뼛가루], [검은 꽃]을 획득하였습니다.]
쉽다.
“재밌는 건 쟤네 둘이 다 하고! 난 제대로 놀아 보지도 못했단 말이야. 억울해!”
고위 마족을 이렇게나 수월하게 해치우다니.
“이상한 걸로 투덜거리지 마라, 요정 놈. 그렇게 구르고도 더 구르고 싶은 모양이지?”
쉬워도 너무 쉬운 것이 아닌가.
“흐응, 말이 많네, 반. 기운 남으면 나랑 싸워 볼래? 우리 자기한테 허락만 맡으면…….”
“푸흡… 큽….”
“……자기?”
“크하하! 으하하하하!”
라이돈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어 대는 카델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델도 심심한 전투에 실성한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카델 혼자 그 많던 마물 군단을 독식하지 않았는가.
라이돈은 물론 모여든 단원들 역시 멈출 줄 모르는 카델의 웃음이 의아한 기색이었다. 개중엔 카델의 정신 상태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으나, 카델에겐 그 어떤 얘기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행복했다.
‘이게 완전체구나. 드디어 실감이 났다고. 내가 완성한 기사단이 얼마나 대단한지!’
A급 한 명에 S급 네 명. 단 한 명의 구멍도, 겹치는 포지션도 없는 완벽한 구성. 거기에 더해 자신은 예전의 마밀과 똑같은 8성의 경지에 올랐다.
이보다 옹골찰 수는 없었다. 치유사 겸 마검사인 가르엘과 암살자인 요젠이 합류하며 개인의 전투 부담이 덜어진 만큼, 카델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고작 두 명의 인원이 추가된 것으로 전술의 폭이 확 늘어났으니. 그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무리 없이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부하도 여유도 없어서 쫓기듯이 전투했지만, 이젠 아니야. 게임으로 치면 드디어 고정 덱을 짜고 본격 육성을 시작한 셈이다.’
물론 아직 부하들의 기술을 다듬어 주어야 할 필요가 있긴 했지만,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이대로만 쭉 간다면 마계 전쟁도 두렵지 않다.
지금 만큼은 반쪽짜리 영혼의 공허함이나 부하들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 한때 ‘히어로 오브 나이츠’에 인생을 갈아 넣었던 게이머로서의 만족감이 가득했다.
카델은 실실 웃음을 매단 채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화마의 화살]을 사용하느라 마력이 꽤 많이 동나긴 했으나, 기분이 좋은 탓인지 힘든 것도 몰랐다.
“다들 수고했다. 부상자 없이 전투를 끝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아직은 더 합을 맞춰 봐야겠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만 한다면…….”
뿌듯하게 부하들을 독려하던 카델이 문득 말을 멈췄다. 갑작스레 경직된 잿빛 눈동자 위로 가르엘의 왼손이 비쳤다.
“가르엘, 너 왜 상처가…….”
어떤 상처도 순식간에 회복하던 그였건만. 지금 가르엘의 왼손에선,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음…? 아, 이건…… 그때 생긴 상천가 보네요.”
단말마와도 같던 멘델의 일격. 그 살의가 카델을 향했을 때, 저도 모르게 맨손으로 채찍을 낚아챘다. 그대로 손이 잘려 나간대도 다시 붙을 테니 대단한 결의가 필요한 행동도 아니었는데.
“신기하군요. 고위 마족의 응축된 마기 앞에선 제 마기도 주춤하는 걸까요?”
“뭘 분석하고 있어! 괜찮은 거야? 마기가 독처럼 퍼진다든가, 고통이 심하다든가…….”
“아…… 이런.”
“왜 그래? 많이 아파?”
가르엘이 인상을 찌푸리자 카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마족 혼혈인 그의 재생력은 순혈 마족 중에서도 뛰어난 편에 속했다. 상처가 생기기 무섭게 회복되는 탓에 지금처럼 피를 흘릴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런 가르엘의 재생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공격이라면 분명 심상치 않은 것이었을 텐데. 혹시라도 가르엘이 어딘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카델의 앞에서, 가르엘은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인상을 풀었다.
“걱정하는 단장님 얼굴이 귀여워서 심장이 아픈데요.”
“……미쳤냐?”
“하하, 걱정 마세요, 단장님. 놔두면 알아서 재생될 거예요. 뭐, 오랜만에 몸에 상처가 남은 걸 보니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금세 똥 씹은 얼굴이 된 카델이 짜증스레 가르엘을 밀쳐 냈다. 당사자가 별것 아니라고 하니 심각한 일은 아니겠다만…….
‘가르엘이 불사에 가깝다고는 해도 정말 불사인 건 아니야. 염두에 둬야겠어.’
이후의 전쟁에서는 고위 마족을 숨 쉬듯 상대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공격에서 가르엘만이 자유로울 순 없다.
카델은 루멘에게서 붕대를 건네받는 가르엘을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빛 마력은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 같고. 이렇게 마기로만 대응하면 금방 한계를 맞닥뜨릴 텐데.’
기사단이 완전체가 되었다 한들, 아직 갈 길은 멀었다. 그들보다 그들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자신이 재능을 일깨워 줄 수밖에.
“일단은 봉인부터 강화하자. 멘델 덕에 늪에 있는 마물은 씨가 마른 것 같으니, 레민 왕국도 한동안은 문제없겠지. 제프 경이 먼저 이쪽의 승리를 전해 줬으면 좋겠는데.”
전투 내내 제프가 지켜보고 있다는 전제하에 행동하긴 했으나, 카델은 그가 일찌감치 도망쳤으리라 예상했다. 스치기만 해도 분해당하는 꽃잎에 뼈 갑옷을 입은 마물 군단, 쏟아지는 불화살 속에서 몸을 보전하긴 힘들 테니.
그렇게 봉인의 강화까지 완료한 기사단은 곧장 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카델은 자신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이건…….”
멈춰 선 기사단의 시선이 바닥의 한 지점을 향했다. 그곳에는 흙투성이가 되어 나동그라진 짐 가방과 낭자한 선혈, 피로 물든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가방을 집어 내용물을 확인한 루멘이 미간을 좁혔다.
“제프 경의 물건 같은데. 마물의 습격을 받은 모양이야.”
“발자국이 이어져 있어요, 단장. 근처에 마물 시체가 없는 걸 봐선 도망쳤거나 쫓겼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늪의 마물은 대부분이 멘델에게 흡수당했고, 남은 마물은 [뼈의 축제]를 위해 소환되었다. 그러니 제프가 맞닥뜨린 마물은 소환되어 봉인진 쪽으로 이동하던 마물이었을 것이다. 무리하게 상대하려다가 다치고 도망갔을 확률이 높다.
발자국을 따라 움직이는 카델의 눈빛에 염려가 떠올랐다. 전방으로 쭉 이어지던 발자국은 늪의 앞에서 뚝 끊겨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늪인 데다 마도구가 있으니 빠져 죽진 않았을 테지만, 문제는 제프의 경로를 짐작할 수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주변에 갈림길이 너무 많았다.
“요젠, 제프 경이 어디 있는지 추적할 수 있겠어?”
“그 인간에게는 암기를 묻혀 두지 않았어. 찾아내라면 시도는 해 보겠지만, 시간이 걸릴 거야.”
“라이돈, 너는?”
“난 사냥개가 아니야, 자기! 마족 냄새도 역겨워서 반응하는 것뿐이라고.”
카델은 투덜거리는 라이돈의 머리를 달래듯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흩어져서 찾아보자. 발견하면 신호탄부터 쏘고, 제프 경의 상태가 심각하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성으로 이동해.”
단원들은 갈림길을 따라 흩어져 제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제프가 마물에게 공격당한 것에 기사단의 책임은 없었으나, 공격당한 것을 알고도 무시한 채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번 전투에서 기사단이 입은 피해가 전무해 체력이 남은 덕도 있었다.
처음엔 팀을 이루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동했으나, 같은 방위로 움직였던 반과는 길이 이어져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단장, 마력은 괜찮으세요? 마물 군단한테 사용했던 마법, 마력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널널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도 제법 많이 성장했으니까. 스승님한테 배운 요령도 있고.”
카델의 호언에도 연신 그의 상태를 살피던 반이 가방 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내놓았다. 마력 물약이었다.
“그래도 이거 드세요.”
“……넌 무슨 광전사가 마력 물약을 챙겨 다녀.”
“혹시 모르니까요. 대비해 둬야죠.”
떠밀리듯 물약을 받아 든 카델이 헛웃음을 뱉었다. 벌어진 반의 가방 안에서 수북이 쌓인 마력 물약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제 단장이 못 미더운 건지, 아니면 단순히 배려심이 넘치는 건지.
‘저걸 라이돈한테 주는 모습은 못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카델이 물약을 마시자 반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이 귀여워 슬쩍 입꼬리를 올렸으나, 이어지는 말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예전부터 단장은 마력 생각 안 하고 무작정 부딪혔잖아요. 돈만 있다면 가방에 물약을 가득 채워서 단장이 힘들 때마다 주고 싶었어요. 귀족들 틈에서 싸우는 건 싫지만, 돈 때문에 허덕이지 않게 된 건 좋네요.”
“……그러냐.”
항상 별맛 안 나던 물약에서 웬일인지 쓴맛이 감돌았다. 단숨에 물약을 비워 낸 카델이 손등으로 입가를 훔쳤다. 반은 자연스럽게 빈 병을 회수하며 기분 좋은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가난했던 예전이 싫은 건 아니에요. 단장과 둘만 있던 걸 생각하면, 오히려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
“…….”
“기억나세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닐 때, 꼬치구이 딱 하나 살 돈밖에 없어서 그걸로 둘이 나눠 먹었잖아요. 제가 배고프지 않다고 했는데도 억지로 먹이고. 알고 보니까 단장이 야채는 먹기 싫다고 대파 부분만 넘겨준 거였죠.”
기억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에겐 처음부터 없는 기억이니까. 카델은 애매하게 미소 지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 물론 지금도 좋아요! 거슬리는 놈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단장은 여전히 단장이니까.”
해사한 미소를 마주 보기가 힘들었다. 카델은 점점 저조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멘델을 해치우며 얻었던 성취감은 빠르게 지워졌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답답하다.’
그가 기억하는 카델 라이토스는 돌아올 수 없다. 과거를 기억하는 이는 앞으로도 계속 반뿐일 것이다. 그가 아무리 과거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추억을 얘기한다 해도. 함께 어울려 줄 사람은 없다.
반은 계속해서 혼자만의 기억을 더듬을 것이다. 차라리 그가 기억을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내려도, 반은 온전한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없으므로.
억지로 입꼬리를 당기며 고역 같은 대화를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반이 걸음을 멈췄다.
“단장, 여기 좀 보세요. 이쪽으로 움직인 모양인데요?”
그가 가리킨 곳에는 피가 묻은 천이 떨어져 있었다.
“상처 난 부위의 옷을 찢었나 보네요. 짐까지 팽개치고 도망간 것치곤 상처가 심하지 않나 본데.”
타이밍 좋게 나타난 흔적에 안도감마저 들었다. 카델은 허리를 숙여 구겨진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다시 몸을 세우려던 순간.
“읏…….”
등허리에서부터 따끔한 통증이 퍼졌다. 인상을 구긴 카델이 뻣뻣하게 멈춰 있자, 반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단장? 바닥에 뭐가 더 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통증을 무시하고 허리를 바로 세웠다. 조금 전까지 별 느낌도 들지 않던 부위가, 한 번 의식하니 계속해서 거슬렸다.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스쳤나 보네.’
멘델의 일격. 그의 채찍은 카델을 관통하지 못했지만, 닿지도 못한 것은 아니었다. 마법을 유지하느라 장막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도 몸을 틀어 찔리는 것은 면했다고 생각했는데, 피하는 와중에 살짝 스친 모양이었다.
큰 상처는 아니다. 여기서 확인하는 것보단 성으로 돌아가 치유사에게 부탁하는 편이 나았다. 그리 생각한 카델이 주운 천 조각을 살피려는데.
“아무것도 아니긴요.”
불쑥 손을 뻗은 반이 카델의 망토를 들쳤다. 드러난 단복 위로 검붉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 카델의 등에 남은 절상을 발견한 반이 표정을 굳혔다.
“언제 입은 상처예요? 아프면 바로 말을 했어야죠.”
“괜찮아,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상처고. 치료는 나중에 받으면 되니까…….”
“적어도 소독은 해 둬야죠! 이런 늪지대에서 균이라도 옮으면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심각하게 번질 수 있다고요. 바로 옆에 치유사도 있었는데 왜 방치한 거예요, 대체?”
반은 괜찮다는 카델의 말을 단호하게 쳐 내며 가방을 뒤졌다.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는지 짜증스레 혀를 찬 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 제 대검에 감긴 천을 풀어냈다.
“일단 이걸로 지혈이라도 해 둬요.”
[퀸의 붕대]였다. 확실히 저걸 감으면 이 정도 출혈은 멎겠다만.
“야, 그 좋은 붕대를 왜 이런 작은 상처에 낭비해. 난 괜찮다니까? 제프 경이나 빨리 찾고 돌아가자.”
“그냥 좀 계세요.”
그답지 않은 날카로운 말투였다. 카델이 주춤하며 입을 다물자, 반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카델의 상의를 말아 올렸다. 허리까지 올라간 상의 아래 길게 남은 절상이 드러났다. 깊지는 않지만, 등허리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긴 상처였다. 거슬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텐데.
인상을 찌푸린 반이 속상하다는 듯 말했다.
“왜 항상 자기 몸은 돌보지 않는 거예요. 이번에도 본인 안전을 내주고 마법을 성공시킬 생각이었던 거죠? 그게 단장답긴 하지만, 이젠 동료도 많으니까 의지해도 되잖아요.”
“…….”
“그래도 전엔 싸움이 끝난 후에도 상처를 숨기진 않았는데. 참는 버릇은 언제 든 거예요? 치유사도 영입했으니까 그럴 필요는…….”
상처에 붕대를 감던 반이 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제 손목을 쥔 카델의 떨리는 손을 향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뭔가를 참듯이 뜨겁게 가라앉은 카델의 표정이 보였다.
“괜찮다고 했잖아.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단장…?”
“네가 원하는 반응이 뭔데. 말해 봐. 그대로 해 줄 테니까.”
카델의 상태가 이상했다. 당황한 반이 카델의 얼굴로 손을 뻗었으나, 카델은 뒤로 몸을 물려 손길을 피했다. 그러고는 비웃음 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역시구나. 희생은 싫다, 모두와 함께 싸우는 지금의 모습이 좋다……. 그렇게 말해도 결국 단장을 완성하는 건 과거지.”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단장.”
“과거의 내가…… 아니, 과거의 카델 라이토스가 좋은 거잖아, 넌. 그렇지?”
카델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뒤늦게 전투의 피로가 몰려온 걸까? 반은 뜬금없이 흥분한 카델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과거든 현재든 단장은 단장인데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한 말 때문에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요, 단장. 하지만…….”
“다른 사람이면?”
“……예?”
“과거의 카델 라이토스와 내가 다른 사람이면? 그래도 상관이 없어? 그대로 여전히 단장은 단장이야? 겉가죽이 똑같으면 괜찮아? 아니잖아. 아닐 거잖아, 반. 그래서 중요한 거야.”
“무슨……. 단장, 일단 진정해요. 진정하고 상처부터 치료해요.”
반이 다시 붕대를 감으려 들자, 그의 손을 쳐 낸 카델이 붕대를 뺏어 들었다. 우악스런 손놀림으로 꾸역꾸역 붕대를 두르고, 남은 부분을 신경질적으로 뜯어내며 매듭을 묶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반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카델은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기미는 없었는데.
“자, 됐지? 이제 말해. 내가 뭘 하면 돼? 사람 좋게 웃을까? 불구덩이에 몸이라도 던져 줘? 네가 원하는 단장의 모습이 뭐야. 알려 주면 그대로 할게. 할 수 있어.”
“다, 단장…….”
“말하라고!”
모든 게 낯설었다. 제게 고함을 치는 카델의 모습도, 자신을 담아내는 충혈된 두 눈도.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내가 미안해서 그래. 못 참겠어서 그래…….”
자신의 단장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