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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선명해지는 풍경을 인지하기도 전. 어느 남자의 걸걸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 녀석, 라이돈! 도대체 왜 이리 말을 안 듣는 거냐!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게야!”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어서 들려오는 해맑은 웃음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아하하! 할아버지, 웃긴 표정! 그렇게 매일 인상 쓰니까 갈수록 못생겨지는 거 아니야?”
“지금 농담이나 할 때냐?”
“으응, 농담 아닌데.”
카델은 시작부터 시끄러운 두 남자의 대화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숲이었다. 그다지 눈에 띄는 것 없는 평범한 숲이었지만, 그는 이곳이 라이돈의 고향인 ‘환혹의 숲’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곳엔 복슬복슬한 금발 머리 요정과 사납게 눈을 치뜬 험상궂은 생김새의 요정이 있었다. 라이돈과 멜피스였다. 멜피스는 카델의 기억 속 모습과 다름이 없었지만, 라이돈은 조금 달랐다. 카델은 둘의 가까이 접근해 라이돈의 정면을 확인했다.
‘……더럽게 귀엽네.’
절로 과격한 말이 튀어나올 만큼 깜찍한 외모였다. 현재의 라이돈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지금보다 두 뼘 정도 작은 키에 골격도 덜 자란 티가 났다. 요정의 발육 속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지금보다 훨씬 어린 나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호기심과 장난기로 무장한 붉은 눈동자는 무서운 할아버지에게 구박을 들으면서도 반짝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고양이처럼 끝이 귀엽게 말린 입술이 쉴 새 없이 달싹이는데, 그 안에서 나오는 헛소리도 라이돈의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흘려들을 수 있었다.
“바깥에 나가지 않았으면 된 거 아니야?”
“나가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한 거겠지. 내 손에 잡혀 끌려온 주제에 어딜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게냐!”
“우와, 시끄러워. 귀 아파, 할아버지!”
라이돈은 지켜보는 카델이 직접 귀를 막아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게 울상을 지었으나, 멜피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불쌍한 원로 요정은 이미 라이돈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듯, 목덜미를 부여잡은 채 질끈 눈을 감았다.
치솟는 혈압을 다스리듯 심호흡하던 그가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라이돈을 바라보았다.
“네가 뭘 기대하는지는 알겠다만, 바깥에는 네 상상만큼 즐겁고 아름다운 건 없다. 그곳에는 괴물처럼 탐욕스러운 인간과 그들이 주변을 파괴하며 일궈 낸 침략의 땅이 있을 뿐이지. 하이론 님은 그들로부터 우리를, 생명으로 가득한 이 숲을 지키시고자 애쓰고 계신다. 라이돈, 너 또한 그분의 뜻을 이어야 해.”
“…….”
“넌 핀하이족을 사랑하지 않으냐?”
“……사랑해.”
“그럼 지켜 내야지. 계속 그렇게 철없이 굴지만 말고―.”
얌전히 멜피스의 충고를 경청하는 듯하던 라이돈은, 얘기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미련 없이 날개를 움직여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황당함에 굳어 버린 멜피스의 앞에서 삐죽 혀를 내밀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잔소리는 사랑하지 않아! 나이 먹더니 맨날 똑같은 소리만 하고, 재미없네!”
얄밉게 외친 그가 뻗쳐 오는 손을 피해 재빠르게 줄행랑쳤다. 그를 지켜보던 카델은 라이돈을 따라가면서도 슬쩍 멜피스의 눈치를 살폈다. 당연하게도, 멜피스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시뻘게진 얼굴로 사자후를 내지르는 중이었다.
‘그래, 육아는 힘들지. 그냥 육아도 힘든데 상대가 라이돈이라니. 그 고충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랜 시간 라이돈을 통제했을 멜피스의 고충을 생각하면 그가 험악해진 것도 납득이 갔다. 카델은 멜피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남기며 신나게 비행 중인 라이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결같이 재미를 찾아다녔구나, 넌.’
요정의 생은 길다. 그러니 한창 호기심 왕성할 나이에 인생을 저당 잡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숲을 벗어나지 못하리란 예감을 떠안고 살아가는 기분은 아득하기만 할 것이다. 자신으로서는 차마 상상도 하기 힘든 갑갑함일 테지.
함께 숲을 빠져나와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던 때의 라이돈을 기억한다. 순수한 기쁨으로 무장했던 표정은, 자신에게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걸 보면 내가 오기 전까진 쭉 숲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숲속에서 사고 쳐 봤자 뭐 얼마나 쳤겠어. 물론 말썽은 엄청나게 피웠겠지만.’
이번 과거에선 라이돈의 말썽을 총집합하여 볼 수 있는 걸까. 왠지 모르게 기대되는 마음을 느끼고 있으려니, 비행을 멈춘 라이돈이 부드럽게 착지했다. 함께 내려온 카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왠지 익숙한 곳인데?’
중앙에 난 작은 호수와 주변에 심긴 몇 그루의 고목, 그리고 그 앞을 채운 알록달록한 들꽃. 기억을 되짚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카델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곳은 인간형인 라이돈을 처음 발견했던 곳. 그가 납치한 반을 데리고 있던 장소였다.
당시에도 이곳이 라이돈의 아지트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즐겨 찾던 장소인 듯했다. 여기서 대체 뭘 하려나. 궁금해하며 라이돈을 바라보자, 어딘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커다란 수풀 앞이었다. 고목 옆에 덩그러니 자리한 것이 묘한 이질감을 주는 수풀. 그리고 라이돈은, 그 안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이제 나와도 돼!”
곧이어 빠져나온 손아귀에는, 겁에 질린 남자아이가 들려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이다. 꼬질꼬질한 아이를 멍하니 응시하던 카델이 조용히 제 짐작을 정정했다.
‘제대로 사고 치고 살았구나, 라이돈.’
“나, 날 죽이지 않는 거야……?”
끌려 나온 아이는 온몸에 나뭇잎을 붙인 채 라이돈의 눈치를 봤다. 그런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이돈은 이내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내가 왜?”
“이 숲엔 못된 요정들이 산다고……. 이 숲에 나는 비싼 것들을 차지하려고 들어오는 사람을 전부 죽인다고 했어.”
“흐응, 누가?”
“우리 부모님이.”
“멍청한 부모네!”
“머, 멍청하지 않아!”
“멍청해!”
“아니야……!”
멍청하다, 아니다, 멍청하다, 아니다……. 듣는 카델이 정신 나갈 것 같은 무의미한 돌림노래가 수십 번씩 이어졌다. 덩치는 라이돈 쪽이 훨씬 컸지만, 정신 연령은 저 꼬마와 비슷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대화가 성립될 리 없다.
그래도 덕분에 라이돈을 향한 아이의 경계심은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부모님의 현명함을 증명하려 애를 쓰던 효자는, 제법 지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여기서 나가야 해.”
“그래, 잘 가.”
“……난 여기 길을 몰라.”
“응, 고생해.”
아이는 라이돈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고 했으니, 숲 바깥으로 나가는 길도 순순히 안내해 주리라 생각한 듯했다. 예상 밖의 단호한 작별 인사에 아이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머뭇거리던 아이는 라이돈이 아예 등을 돌려 떠나려 하자, 서둘러 그의 팔을 붙들었다.
“뭐야?”
“나 좀 도와줘. 돌아다니다가 다른 요정을 만나면 어떡해.”
“비싼 것들을 차지해야 하니까 널 죽이겠지.”
“아, 안 돼! 죽기 싫단 말이야!”
아무래도 라이돈은 아이가 요정족을 모함했던 일에 마음이 상한 듯했다. 벌벌 떠는 아이를 보면서도 뾰로통한 표정을 풀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저럴 땐 단 걸 주면서 달래야 하는데.’
겁에 질린 아이가 요정 달래는 법을 알 리가 없었다. 한참을 냉랭한 라이돈을 상대하며 쩔쩔매던 아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우렁찬 울음소리에 라이돈이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시끄러워……!”
그는 다급히 아이의 입을 틀어막으며 주위를 살폈다. 환혹의 숲은 인간에게 허락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한번 발을 들였던 카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요정은 침입자가 어린아이래도, 그의 침입에 고의성이 없었대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계속 울면 정말 죽게 놔둘 거야.”
“……!”
“시끄럽게 굴지 마. 알겠어?”
아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돈은 그런 아이를 주시하며 입을 가린 손을 천천히 떼어 냈다. 울음소리 대신 꾹 억누른 흐느낌이 들려왔다. 아이는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 애쓰며 눈가를 벅벅 문질러 닦았다.
“……좋아.”
라이돈은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아이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빤한 시선 속에는 조금의 적의도 비치지 않았다.
“이름이 뭐야?”
“……미노 엘버란.”
“여긴 왜 왔어?”
“네가 날 끌고 왔잖아! 난 근처만 돌아보려고 했던 건데…….”
“아니야, 네가 숲에 들어온 거야. 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니까.”
“……못 나가? 왜?”
“인간이 아니어서.”
그리 말하는 라이돈의 표정에는 흐릿한 우울감이 번져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카델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라이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익숙한 촉감이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널 당장 바깥에 데려다주진 못해. 근처에만 가도 멜피스 할아버지가 쫓아올걸.”
“그, 그럼 나는…….”
“며칠만 기다려. 할아버지의 감시가 느슨해지면, 늦은 밤쯤엔 몰래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
“기다리는 동안은 계속 여기 있어. 여기가 제일 안전해. 그리고…….”
미노의 팔을 끌어당겨 제 옆에 앉힌 라이돈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깥세상 얘기를 들려줘. 재미없으면 버릴 거니까, 엄청 많이 들려줘야 해.”
단순히 생존 본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얘기를 듣는 라이돈의 반응이 즐거웠던 건지. 미노는 사소한 일화만으로도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이는 라이돈에게 자신이 보고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미노는 어린 나이였으나, 한때 행상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제법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라이돈은 미노가 묘사하는 바깥세상을 상상하며 몹시 즐거워했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곳은 바다였다.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지? 다양한 생명체가 사는 소금물이라고 들었어. 꽃보다 산뜻하고 달콤한 향이 풍기겠지? 분명 그럴 거야. 많은 생명이 살아야 하는 곳이니까!”
“으음, 물론 눈부시게 아름다워. 하지만 달콤한 향은…….”
“얼마나 아름다운데? 좀 더 말해 봐!”
차마 저 천사 같은 얼굴 앞에서 바다의 비린내를 묘사할 순 없었는지, 미노는 바다의 분위기와 색, 그곳에 사는 신비로운 생물들을 알려 주었다. 함께 미노의 이야기를 들으며, 카델은 라이돈이 가진 바다의 환상이 누구에게서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러니 라이돈이 그렇게 충격을 받지.’
처음 바다 냄새를 맡았던 라이돈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린 카델이 작게 웃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라이돈은 매번 제 몫의 음식을 챙겨와 미노와 나눴고, 잠들기 전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노가 할 얘기가 다 떨어졌다고 하면, 전에 했던 얘기를 반복하게 했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듯 그는 항상 밝게 웃으며 세상을 상상했다.
그런 라이돈과 며칠 밤낮을 보내던 미노는 이런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너도 나랑 같이 바깥에 나가면 좋을 텐데.”
“응……?”
“난 여기서 지낸 지 며칠밖에 안 됐지만,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죽겠는걸. 답답해. 맘껏 뛰놀고 싶어. 너도 그렇지 않아?”
“그야…….”
“너도 몰래 나가자. 우리 아버지한테 부탁하면 바다도 볼 수 있을 거야.”
짧은 찰나, 라이돈의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 생각이 스쳐 가는 것이 보였다. 망설이듯 입술을 달싹이던 그는 이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서 살 순 없어.”
“그래? 그럼 잠깐 나갔다 오는 건? 바다만 보고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
그런 거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예전 하이론을 설득할 때에도, 하이론은 라이돈이 짧게 외출하는 정도라면 자신과 그를 내보내 주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건 자신이 라이돈을 숲에서 완전히 빼내려고 한다는 걸 간파했기에 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라이돈도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시무룩하게 내려갔던 눈꼬리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그럴까? 바다……. 바다가 보고 싶어.”
“응! 나가면 아버지한테 부탁해 볼게. 넌 내가 본 요정 중에 제일 착하니까, 아버지도 싫어하지 않을 거야.”
“다른 요정은 본 적 없잖아.”
“그래도!”
둘은 약속했다. 멜피스의 감시가 느슨해지는 틈을 타 함께 숲을 나가겠다고. 잠깐이라면 크게 혼나진 않을 거라며, 미노와 여행 계획을 세우는 라이돈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카델은 그들의 순수함을 응원할 수 없었다. 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이돈은 자신과 만나기 전까진 한 번도 바깥세상을 구경한 적이 없다. 그러니 미노는, 라이돈을 데리고 바다에 갈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얼마 안 가 알 수 있었다.
“라이돈!”
“……뭐야, 에이든이네.”
“왜 실망하는데? 내가 무슨 소식을 가져왔는지 알면 절대 그런 표정 못 지어.”
그날도 라이돈은 제 몫의 식사를 챙겨 아지트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는 앞을 가로막은 친구, 에이든을 마주 보며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에이든이 가져온 소식이 무엇이든 그다지 궁금하진 않지만, 무시하면 귀찮게 굴 것이 뻔하니 들어 주겠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에이든은 라이돈의 무심한 태도를 바꿔 주겠다며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곧 전투가 벌어질 거야.”
“전투?”
“인간들이 숲에 들어오려고 한대!”
“……그게 무슨 소리야.”
빠르게 굳은 라이돈의 표정에서 이상함을 눈치채지도 못했는지, 에이든은 잔뜩 들뜬 얼굴로 날개를 펄럭였다.
“우리가 인간 아이를 납치했다나 뭐라나. 복수하겠다면서 쳐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던데? 언제 들어올진 몰라도, 그놈들은 다 죽은 목숨……. 어어, 야! 라이돈!”
라이돈은 에이든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음식을 팽개치며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그가 뒤쫓아올 틈도 주지 않고 빠른 속도로 아지트를 향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라이돈의 빈손을 살피는 미노가 있었다.
“밥 가지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떠나야 해.”
“응?”
“당장.”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라이돈……?”
라이돈은 어리둥절하게 눈을 굴리는 미노를 강하게 끌어당기곤,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인간들이 숲에 침입하려고 한대. 아마 너를 찾으러 온 것 같아.”
“뭐? 우리 부모님도 오셨대?”
미노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웃었다. 라이돈은 그의 환한 낯을 멍하니 바라보다, 와락 인상을 구겼다. 미노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멍청아! 여기 들어오면 전부 죽어!”
“주, 죽다니 왜……? 넌 날 안 죽였잖아.”
“다른 요정들은 달라. 그러니까 빨리 여기서 나가. 나가서 너희 부모님한테 숲엔 얼씬도 말라고……!”
성급하게 달싹이던 라이돈의 입술이 멈췄다. 뻣뻣하게 움직인 고개가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 있는 것은 수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요정족 전사. 그들은 떼를 지어 숲의 입구로 비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