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7화 (347/521)

어떤 남자.

루멘이 말하기로, 라이돈과 붙어 다닌다는 그 ‘어떤 남자’는 평범한 마을 주민이라 했다. 내내 라이돈을 옆에 끼고 다니면서도 웃는 낯인 걸로 보아, 성격이 아주 좋아 보였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입맛이 뚝 떨어져 잘만 먹던 빵을 깨작거리다 그대로 여관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별일 아닌 일에 신경 쓰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밤이 다 지나도록 날개 한쪽 비치지 않는 요정에게 치가 떨릴 만큼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고 말았다.

“다른 남자? 장난해? 대체 어떤 놈인데? 뭐, 나보다 잘났어? 걔가 더 재밌어?”

물론 먼저 자유 시간을 준 것은 자신이다. 하지만 그게 다른 인간과 놀아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카델은 자신이 유독 라이돈의 대인 관계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씨근덕거렸다.

“언제는 나 없으면 안 된다더니, 아주 한껏 즐기면서 놀고 있나 보네. ……허,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데? 그놈이랑 데이트라도 하는 거야? 감히 날 버려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되기는커녕 흥분 지수만 높아졌다. 어쩐지 식사 때 달라붙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했다. 밥을 다 먹고도 같이 놀자며 다가오지 않고 휙 가 버리는 게 이상하다 싶었다.

결국 끝도 없이 치솟는 배신감을 이기지 못한 카델은, 날이 밝자마자 여관을 박차고 나섰다. 이 배은망덕한 요정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마을에서 라이돈을 찾아내는 건 다른 단원들을 찾는 일보다 훨씬 쉬웠다. 정체를 숨기지 않는 요정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띌 수밖에 없어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라이돈의 위치를 물으면 됐다.

그렇게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한 곳은, 오가며 스치듯 봤던 어느 제과점이었다. 카델은 로브의 후드를 푹 눌러쓴 채 제과점의 입구를 노려보았다.

‘설마 했는데. 진짜 먹을 거 주는 놈한테 넘어간 거야?’

무의식적으로 그러쥔 주먹에서 뚜둑 소리가 났다. 짧게 심호흡한 카델이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제과점의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 앞에 선 남자가 살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가볍게 고개를 까딱인 카델이 슬쩍 눈을 굴려 남자의 행색을 살폈다.

‘점장인가? 아니면 점원? 점장 겸 점원일 수도 있지. ……라이돈은 안 보이는데.’

제빵용 모자를 쓰고 있는 걸 봐선 점장 겸 점원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카델은 바게트를 살펴보는 척 남자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뜯어 보았다.

‘……사람이 밝아 보이네. 사교성도 좋을 것 같고. 뭐, 장사하는 사람이니 사교성이 안 좋으면 곤란하겠지만.’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순박한 외모의 사내였다. 이목구비에서부터 라이돈의 짓궂은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줄 것 같은 인성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분명히 라이돈이 여기 들어가는 걸 봤다고 했는데. 그새 자리를 옮긴 건가?’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 곤란하다. 애먼 사람을 경계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고. 그렇게 카델이 조심스럽게 가게 안을 둘러보던 때였다.

“르티에! 빨리 와 봐!”

카운터 너머에서부터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휙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에 반응한 남자가 카운터와 이어진 옆쪽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라이돈 씨? 지금은 손님이 와 계셔서…….”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더 중요하니까 나한테 와야지! 빨리!”

“하하……. 저, 손님. 죄송하지만 잠시만 자리 좀 비울게요. 금방 오겠습니다!”

바게트를 든 채 굳어 있는 카델에게 양해를 구한 남자, 르티에가 주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넘어가고. 홀로 남겨진 카델이 한참 뒤에야 끓는 듯한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이게 진짜 장난하나…….”

부하가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고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가.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라이돈의 입버릇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이 모든 행위가 괜한 참견이라는 걸 자각하면서도, 카델의 몸은 그의 의지를 배반했다.

그는 분노에 멱살 잡혀 끌려가기라도 하듯 전투적인 기세로 카운터를 넘어갔다. 들고 있던 바게트가 그의 흉흉한 기세와 맞물려 꼭 흉기처럼 비쳤다. 르티에가 사라진 주방으로 성큼성큼 나아간 카델이 살벌하게 눈을 부라렸다.

“라이돈!”

우렁찬 외침과 함께 주방에 있던 두 남자의 당황스러운 얼굴이 드러났다.

“자기……?”

“소, 손님…….”

겨우 발견한 라이돈은 앞치마를 두른 채 온몸에 밀가루를 묻히고 있었다. 탄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를 까만 시트 위에 넘치도록 크림을 짜내던 라이돈은, 답지 않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놀란 티를 냈다.

르티에 역시 갑자기 난입한 손님에 어지간히 놀란 듯했으나, 카델이 알 바는 없었다. 지금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짤주머니 위에서 겹쳐진 두 남자의 손뿐이었으니까.

“너 여기서 뭐 해?”

“어…….”

“저기, 손님, 주방에 이렇게 막 들어오시면…….”

굳어 있는 라이돈에게서 시선을 돌려 르티에를 응시한 카델이 거칠게 후드를 벗어 내렸다.

“사과드리죠. 제 부하가 또 말썽을 일으킨 것 같아, 순간 이성을 잃었네요. 더 신세 지기 전에 라이돈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호, 혹시 적린 기사단의 단장님? 카델 님이신가요?”

“예.”

딱딱하게 대답한 그가 라이돈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전히 짤주머니를 쥐고 있는 손을 잡아채, 가져온 바게트를 떠넘겼다.

“계산할 거니까 들고 있어.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라이돈이 고생시킨 값까지 포함해 계산하죠.”

“네? 아, 아니요, 그러실 필욘 없어요. 바게트도 그냥 서비스로 드릴게요.”

“공짜로 받을 순 없죠. 앞으론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테니…….”

말을 잇던 카델이 멈칫하며 라이돈을 돌아보았다. 그가 자신에게서 떨어져 르티에의 옆에 붙어 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이돈의 발언은, 카델의 눈을 돌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난 안 가! 여기 있을 거야.”

“……뭐?”

“르티에가 필요하단 말이야.”

살짝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라이돈을 응시하다, 시선을 내리깔며 턱을 긁적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침묵하던 카델이 한층 가라앉은 눈을 들어 낮게 읊조렸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당당하게 주방에 남겠노라 선언하던 라이돈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에게 고정된 카델의 싸늘한 눈빛 때문이었다. 최근 카델이 자신에게 저런 표정을 보여 준 적이 있던가. 약속을 어기고 가르엘과 놀러 갔을 때보다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말문이 막힌 라이돈이 입술을 움찔거렸다.

왜? 왜 갑자기 나타나선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전혀 알 수 없는 카델의 심중에 라이돈은 대꾸를 포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괜히 떠들었다가 카델의 심기를 자극해 미움을 살까 위축된 탓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침묵은 카델의 화를 더 돋우기만 뿐이었다.

“너한테 르티에 씨가 왜 필요해? 여기서 제빵 배워서 가게라도 차리게? 전쟁 중에 적성을 찾은 거야? 말해 봐, 라이돈. 왜 안 어울리게 조용히 있어.”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옆에 있던 르티에까지 안절부절못하며 두 남자를 번갈아 살폈다. 주방 안에서 바게트를 움켜쥔 채 주눅 든 요정과 예쁜 얼굴과 상반되는 서늘한 말투로 상대를 압박하는 유명 기사단장의 신경전이라니. 영 현실감이 떨어졌다.

“나는 그냥…….”

“가게라도 차려 줄까? 여기 정착할래? 나 없이 잘 살 수 있겠어? 여행이야 뭐…… 르티에 씨랑 둘이 할래? 라이돈 네가 그러고 싶다면 내가 노력은 해 볼게.”

“싫어! 왜 이러는 거야, 카델?”

“너야말로 왜 안 하던 짓을 해서 사람 피를 말려! 며칠 내내 르티에 씨랑 붙어 다닌 이유가 뭔데? 말해 봐.”

“그건…… 비밀이야.”

“……비밀?”

비밀이라니. 라이돈의 발언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당사자도 카델도 아닌 바로 르티에였다.

‘이 분위기에서 이유를 비밀에 부친다고? 라이돈 씨, 제정신인가요?’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카델은 지금 라이돈이 남의 가게에서 행패를 부릴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라이돈이 낯선 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탐탁지 않은 것이다. 사실 둘의 관계를 단장과 부하로만 생각했던 르티에에게는 이것조차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 이유도 알려 줄 수 없다 이거지…….”

르티에는 빠른 속도로 식어 가는 카델의 싸늘한 얼굴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라이돈 씨는 단장님이 드실 디저트를 만들고 있던 거예요!”

“……네?”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이 이상 카델을 자극하게 놔두는 것보단 라이돈과의 약속을 배신하는 편이 더 안전해 보였다. 르티에는 경악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라이돈을 뒤로한 채 카델에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제가 만든 타르트를 맛있게 드셨는지, 똑같은 걸 직접 만들어서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적린 기사단 분들은 전부 은인이시잖아요. 당연히 알려 드려야죠. 그런데 생각보다 라이돈 씨의 손재주가 좋지 못해서……. 계속 실패하느라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뿐입니다.”

“…….”

“그래도 오늘이라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 수… 있을, 까요……?”

르티에는 조심스럽게 질문하며 카델의 표정을 살폈다. 처음엔 굳은 낯으로 설명을 듣던 카델은 그의 말에 따라 서서히 고개를 수그리더니, 이윽고 해명이 끝나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진짜… 정말…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르티에는 라이돈에게 몇 번째 알려 주는지 모를 레시피를 성심성의껏 설명하고는, 손님을 상대하러 주방을 나섰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바깥에서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만약 르티에의 가게가 한적해 그가 계속 라이돈을 지켜볼 여유가 있었다면, 자신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가게를 뛰쳐나갔을 테니.

‘수치스럽다…….’

왜 그랬을까. 왜 진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부하도 아니고 처음 보는 마을 주민에게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시간을 돌려 좀 전의 만행을 없던 일로 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로 때려야 부분 기억 상실이 가능하지? 르티에 씨에게도 좀 전의 기억은 없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던 카델이 아직도 뜨끈하게 열이 오른 뺨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라이돈이었으나, 카델은 차마 라이돈에게 화풀이를 할 수 없었다. 그야, 보라. 온몸에 하얀 가루를 잔뜩 묻힌 채 제 손보다 작은 반죽에 열중하는 귀여운 요정의 얼굴을.

“조금만 기다려, 자기. 이번엔 진짜 성공할 것 같아. 실패한다면 르티에를 찢어 버리겠어.”

“르티에 씨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난 그 인간이 알려 준 대로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계속 망치니까, 잘못은 그 인간이야.”

어쩌다 직접 타르트를 만들어 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자신의 요정은 정말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물론 이러한 감상은 카델의 단순한 콩깍지로, 며칠 내내 라이돈의 변덕과 짜증에 시달렸던 르티에가 들었다면 자진해서 기억을 지워 버렸을 것이었다.

“계량은 1g도 틀리면 안 된대. 정말 융통성 없는 작업 아니야?”

“그러게. 원래 재료는 감으로 넣는 거 아닌가?”

“자기 생각도 그렇지? 한 입 거리인 주제에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건지 모르겠어. 성가셔.”

“지금 그건 크림 만드는 거야?”

“응. 치즈 크림이야. 먹어 볼래?”

“아니, 완성된 거 먹을래.”

카델은 라이돈의 맞은편에 앉아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며 착실히 완성되어 가는 타르트를 지켜보았다. 몰래 만들어 깜짝 선물로 주겠다는 라이돈의 계획은 물 건너갔지만, 그 역시 카델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법 만족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몸집에 비하면 앙증맞기 짝이 없는 딸기를 신중하게 잘라 내고, 잘 구워진 타르트를 냉기로 식혀 크림을 얹었다. 마지막으로 딸기를 올릴 때는 라이돈보다 카델이 더욱 흥분해 있었다.

“완성이다!”

“대단하네, 라이돈! 진짜 최고야.”

완성된 타르트는 당장 가게에 진열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완벽했다. 이것만큼은 콩깍지가 아닌 지극히 객관적인 의견임을 장담할 수 있었다. 카델은 라이돈과 함께 타르트의 완성을 기뻐하며, 이것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원래 세계였다면 이 타르트 사진으로 앨범 하나는 완성했을 텐데.’

그만큼 라이돈이 자신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 줬다는 사실이 기뻤다. 카델이 느끼기에, 이것은 장족의 발전을 넘은 환골탈태에 가까웠다.

“빨리 먹어 봐, 자기. 맛있어?”

“아직 포크도 못 찾았거든.”

재빠르게 주방을 헤집은 라이돈이 나이프와 포크를 찾아 카델의 앞으로 내밀었다. 살짝 상기된 얼굴이 카델의 표정을 주시했다. 카델은 제 얼굴을 뚫을 듯 빤한 시선을 담담히 받아 내며, 큼직하게 쪼갠 타르트를 한입에 넣었다.

이렇게나 열심히 만들었으니, 타르트에서 시궁창 맛이 난다고 해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극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카델이 과한 사랑의 힘을 발휘할 필요는 없었다.

“……!”

“어때? 맛있어? 맛있지? 맛있어야 해!”

“진짜 맛있어……! 너도 얼른 먹어 봐!”

“으응, 싫어. 다 카델 건데.”

“안 돼. 이걸 나만 먹을 순 없다고.”

카델이 타르트 조각을 집어 코앞에서 흔들자, 탐탁지 않아 하던 라이돈도 어쩔 수 없이 맛을 보았다. 그러자 뭐라 불만을 웅얼거리던 라이돈의 눈이 점점 크게 벌어졌다.

“맛있다!”

“그렇지? 너 재능 있네.”

“르티에가 만든 것보다 맛있어.”

“그래? 가게 하나 차려 줄까?”

카델이 끝도 없이 칭찬을 늘어놓으며 추켜세워 주자, 라이돈은 그 모든 칭찬을 흡수하며 한껏 의기양양해졌다.

두 남자는 앉은 자리에서 타르트 한 판을 모조리 해치운 뒤, 뒤늦게 들어와 음료를 내어 준 르티에의 배려로 한참이나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카델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가게에 남은 빵을 전부 계산해 르티에의 하루 치 영업을 끝내 주었다.

빵의 양이 상당했기에 대부분을 라이돈에게 넘겨준 뒤,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나눠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여관으로 들고 돌아갔다. 부하들에게도 배분해 주기 위함이었다.

‘라이돈이 제과에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걘 마법도 잘하고 얼굴도 귀엽고, 대체 못하는 게 뭐야? 진짜 어디 가게라도 차려 줘야 하나? 하지만 사람이 너무 몰리는 것도 좀…….’

카델의 머릿속은 한도를 모르는 주접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라이돈이 제과점을 운영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 내던 그는,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퍼뜩 어깨를 떨었다.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요젠……!”

요젠은 이제 카델이 제 등장에 놀라는 것이 익숙한 듯, 쏟아질 뻔한 빵 봉투를 받쳐 주며 태연하게 섰다. 카델은 한 박자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봉투를 제대로 고쳐 안았다.

“제과점 사장님한테 신세를 좀 져서. 빵을 엄청 많이 샀거든. 너희랑 나눠 먹으려고 가져왔어.”

“다른 사람들은 아직 바깥에 있어.”

“그래? 그럼 너라도 먼저 먹어. 들어가자.”

카델은 자연스럽게 요젠의 팔을 쥐고 끌어당겼다. 요젠은 아직 여관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으나, 카델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어 순순히 이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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