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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혼란을 증폭시켰을 뿐인 그들의 거대한 날개는, 이성을 되찾은 카델에게 보다 명확한 단서가 되어 주었다.
샌디, 에드워드, 디포렉. 지금껏 등장한 고위 마족은 이 셋이 끝이다. 스토리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이 이상 고위 마족이 늘어나는 일은 없겠지. 그들이 바로 이번 전투의 핵심 적군이었다.
“인간 마법사들은 전부 해치운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 숨이 붙은 녀석이 있었군.”
마력을 흘려보내던 카델이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새까만 머리칼. 마찬가지로 빛 한 점 머금지 못한 채 어둡게 가라앉은 칠흑의 날개. 서늘한 분위기와 중성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에드워드. 사슬과 쌍검을 사용하는 고위 마족이었지.’
빠른 공속과 높은 회피율을 가진 적이다. 웬만한 공속으로는 유효타를 먹일 수 없어, 그보다 높은 공속을 가진 기사나 적중률 100%의 기술을 보유한 기사를 배치하는 것이 필수였다.
‘잘됐군.’
그리고 마침 에드워드는 자신을 찾아왔다. 만약 그가 다른 기사들을 찾아갔다면 일이 꽤 복잡해졌을 테니,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카델은 여유롭게 쌍검을 뽑아 드는 에드워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어떤 방어도, 공격의 자세도 취하지 않고 오로지 마력의 흐름에만 집중했다.
“나를 무시하는 건가? 안됐지만 그런 배짱은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에드워드는 카델의 무관심에 제법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덤덤하기 짝이 없는 카델의 옆모습을 응시하던 그가 코웃음을 치며 날개를 펄럭였다. 이내 쌍검을 교차한 에드워드가 단숨에 고도를 낮추며 추락하듯 카델에게 달려들었다. 무방비한 인간에게선 단말마조차 들려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쌍검이 카델에게 다다르기 전.
“……!”
불시에 나타난 무언가가 에드워드를 가로막았다.
“카델은 못 건드려.”
교차한 쌍검을 막아 낸 한 자루의 단검. 요젠이었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코앞에 선 인간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갑자기 생성되기라도 한 듯 전혀 기척을 느낄 수 없던 등장이었다.
요젠이 쌍검을 밀치듯 튕겨 내자, 에드워드도 버티지 않고 물러났다. 그러자 늘어뜨린 그의 쌍검 위로 짙은 기운이 번지기 시작했다. 마기가 아닌 암기였다.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에드워드가 암기를 털어 내려 했으나, 그보다 빠르게 몸집을 불린 암기는 거침없이 검날을 집어삼켰다.
“뭐 이런 놈이……!”
검날을 쥐어짜듯 압박하는 암기를 따라 에드워드의 쌍검이 기묘하게 휘어졌다. 공격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검을 확인한 그가 욕을 지껄이며 쌍검을 내던졌다.
“성가시게 하는군.”
어차피 한 명의 마법사로는 마법진을 파괴하지 못한다. 마법진 구석구석에 인간들의 폭주를 유도하는 함정이 심어졌고, 웬만해선 그 모든 함정을 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떼거리로 몰려왔던 마법사들 역시 순식간에 전멸하지 않았던가.
에드워드는 곧장 타깃을 요젠으로 변경했다. 마기를 응축시켜 새로운 쌍검을 생성한 그가 사납게 일갈했다.
“어디 이것도 한번 피해 보시지.”
에드워드의 몸에서 마기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허공에 떠오른 그의 날개가 경직되기 시작했다. 경계하듯 솟구친 날개 위로 촘촘한 깃털이 날을 세우고. 날개는 금방이라도 뭔가를 뱉어 낼 것처럼 잔뜩 움츠러들었다.
날갯짓을 멈춤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드워드가 추락했다. 그리고 그의 몸체가 한계까지 고도를 낮춘 순간.
파앗!
굳어 있던 날개가 폭발하듯 펄럭이며, 어마어마한 파공음이 퍼졌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파괴적인 추진력을 얻은 육체가 포탄처럼 요젠에게로 발사됐다. 뚜렷한 잔상이 남을 만큼 대단한 속도였다. 교차한 쌍검은 우뚝 선 요젠의 머리통을 노렸다.
미리 에드워드의 움직임을 파악한다고 해도 회피가 불가능할 정도의 속력이었다. 그런 속력을 요젠이라고 가뿐하게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퍼버벅!
정면으로 모든 충격을 받은 요젠의 몸뚱이에서부터 질퍽한 소리가 번졌다. 조각난 육편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코앞에 있던 에드워드의 얼굴 또한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자신이 찢어발긴 육체를 통과한 에드워드의 입가로 찰나의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루멘보단 느리네.”
그의 뒤편에서부터 생생한 음성이 들려왔다. 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살점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조각들이 암기가 되어 녹아내리는 장면. 그리고 떨어지는 암기의 틈새로 비친 온전한 요젠의 모습이었다.
“커헉……!”
자신이 해치운 것이 분신이었다는 데에 놀랄 틈은 없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충격이 에드워드의 전신을 두드렸다. 서둘러 몸을 살피자, 언제 묻힌지 모를 암기가 전신을 얼룩덜룩 물들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엉망으로 뚫린 몸에서 보라색 핏물이 튀어 오르고. 눈을 가린 붕대 아래, 요젠의 입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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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전사라는 거, 듣기만 했는데 정말 재밌는 먹잇감이네요! 싸울수록 강해지는 능력이라니. 얼마나 강해질 수 있나요? 한계는 어디인가요? 얼마나 지나야 미쳐 버리는 건가요?”
“네가 거기서 한 마디만 더 떠들면 미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전에 죽여 버려야겠어.”
육중한 대검이 날아드는 창날을 연속으로 쳐 냈다. 해맑은 미소와 찬란한 백금발을 가진 고위 마족, 샌디. 그녀는 자신을 위협하듯 주위를 감싼 오라를 느끼며 현란하게 창을 휘둘렀다.
완벽한 원을 그리는 창날의 종착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고, 화려한 동작만큼이나 날쌘 움직임은 집중력을 저하시켰다.
‘저 날개도 짜증 나는군. 풍압이 장난이 아니야.’
샌디는 무슨 이유에선지 비행을 포기하고 지면에서 반을 상대했으나, 주기적으로 날개를 펄럭여 바람을 쏘아 댔다. 그 탓에 몇 번이나 눈이 감겨, 가까스로 치명상의 위험을 넘겨야 했다.
‘힘은 이쪽이 우위다. 하지만 아직도 녀석의 전투 방식을 파악하지 못했어. 변덕이 끝나 하늘로 날아오른다면 단숨에 불리해진다. 그 전에 결판을 내야 해.’
일격의 기술을 준비해야 했다. 문제는, 이 간 보기 좋아하는 고위 마족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다면 곧장 몸을 피하리라는 것. 잠깐이라도 시선을 잡아끌 만한 요소가 필요했다.
방법을 생각하던 반의 표정이 불쾌하게 구겨졌다. 몇 차례 샌디의 공격을 거칠게 맞받아치던 그는, 이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이봐, 도련님! 좀 도와줘!”
대답은 가까운 곳에서 돌아왔다.
“마족 상대하느라 바쁜 게 안 보이는 건가? 본인이 맡은 적은 알아서 처리해.”
“어차피 네 쪽엔 사람이 많잖아. 잠깐만 시간을 내라고.”
빈정거리는 루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냥 꺼지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반은 꾹 인내했다. 여기서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워 봤자 고위 마족의 토벌만 느려질 뿐이다. 한시라도 빨리 전투를 끝내고 여환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돌아가 무슨 문제를 겪었던 건지 들어야 했다.
답지 않게 얌전하게 구는 반의 부탁에, 한바탕 공방을 벌이던 루멘이 싸움을 중단하고 그의 곁에 섰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린 그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대충 주의만 끌어 주면 되겠지?”
“디포렉을 상대하던 인간이군요? 왜 디포렉을 두고 저한테 오신 거죠? 동료를 도우려고? 그다지 긴급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쪽은 너무 시시해서 말이야. 네 쪽이 더 흥미로워 보이는군.”
“헤헤, 제법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네요.”
대충 장단을 맞춰 주며 포지션을 바꾸긴 했다만, 샌디에게 오래 붙들려 있을 순 없었다. 디포렉. 끊임없이 마수를 소환해 대는 저 고위 마족의 소탕이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루멘은 초반부터 화려한 쾌검술을 구사하며 샌디의 흥미를 끌었다. 빠르게 굴러가는 그녀의 눈동자가 주위를 수채화처럼 물들이는 섬광을 훑어냈다.
보통이라면 섬광이 새겨진 순간에 유효타는 확정이었다. 루멘의 검기는 오로지 잔상만을 남길 뿐이었으니. 하지만 샌디의 경우는 약간 달랐다.
“대충 봤던 것보다 정확히 네 배 빠르군요. 날개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거죠?”
그녀에겐 에드워드 같은 속도감이 없었으나, 대신 뛰어난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가 존재했다. 샌디는 섬광이 새겨지기 직전, 창을 크게 돌려 세 개의 공격을 튕겨 냈다. 나머지 두 개의 공격은 섬광이 사라짐과 동시에 생채기를 입혔으나, 절반 이상을 막아 낸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할 수 있었다.
샌디는 루멘의 속도에 감탄한 듯 혀를 내둘렀고, 루멘 역시 자신의 공격을 받아치는 샌디의 반응 속도를 놀라워했다. 물론 샌디와는 달리 표정에서 티를 내는 법은 없었다.
“날개 같은 거추장스러운 게 없으니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거지.”
“거추장스럽다뇨? 너무 으스대진 말아 주시죠.”
기분이 상한 듯 살짝 표정을 찡그린 샌디가 창을 등 뒤로 옮겨 사선으로 붙들었다. 다리를 길게 뻗고 허리를 숙인 그녀가 맑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역안을 번뜩이며 미소 지었다.
“내 주의를 끌어 시간을 벌어 보려는 것 같은데. 어디 해 보세요. 단순히 빠른 것만으로는 힘들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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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말자, 신경 쓰지 말자……. 내가 집중해야 할 건 마법진이야. 부하들을 믿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식은땀이 턱 끝에 맺혔다. 카델은 온몸에 바짝 힘을 준 채 마법진 속을 파고드는 마력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마법진은 집단 폭주가 단박에 이해 갈 정도로 온통 함정투성이였다. 제리엘이 마력 폭주를 당했던 마계 관문의 소환진에도 함정은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것은 그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양이었다.
마력을 불어넣는 족족 뭔가를 잘못 건드렸다는 감이 왔다. 원래라면 카델 역시 진즉에 폭주 상태에 돌입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며 마법진을 탐색하고 있다. 전부 쿤라의 마력 덕이었다.
카델은 쿤라의 마력을 방패처럼 앞세워 함정의 폭발을 막아 냈다. 쿤라의 마력을 본인의 마력과 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용한 덕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쿤라의 마력은 보통 인간의 마력보다 훨씬 농도가 높고 저항력도 강해, 웬만한 방해 공작으로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물론 그만큼 다루기는 까다로웠다. 하나의 마력만 다루기에도 벅찬 것을, 두 개의 마력을 한 번에 이동시켜 핵을 찾아내야 했으니. 완벽하게 집중하지 않았다간 마력의 위치가 뒤바뀌어 언제 폭사할지 몰랐다.
그랬기에 카델은 자신의 뒤편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무시하려 부던히 노력해야 했다.
“날 죽일 거였다면 맨 처음 공격에서 끝냈어야지. 네 패턴은 이미 파악했다고.”
에드워드의 쌍검술은 날렵하면서도 순간순간 몰아치는 폭발력이 뛰어났다. 날개를 통한 추진력으로 위치 선정에서 우위를 점했고, 검의 궤적이 남긴 마기는 몇 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그들이 선 공간은 빼곡한 마기로 채워져 갔다. 평범한 마기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검기와도 같아, 스치기만 해도 피를 보게 되었다.
“이곳을 벗어나는 편이 좋을 텐데도 굳이 자리를 지키는 건가?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이해가 어려울 만큼 우둔하단 말이지.”
에드워드의 말이 옳았다. 계속 같은 자리를 고집해 봤자 점점 설 곳이 줄어들 뿐이었다. 마기의 범위가 닿지 않는 장소로 이동해 에드워드를 유도하는 편이 훨씬 나은 전술이다. 그럼에도 요젠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미처 피하지 못한 공격에 점점 상처가 늘어 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카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카델은 마법진을 파괴하기 전까지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 만약 요젠이 본인의 안전을 위해 장소를 이동한다면, 에드워드는 기다렸다는 듯 카델을 공격할 테니.
은신해도 마찬가지다. 요젠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즉시 에드워드는 카델을 노렸다. 카델을 공격하면 요젠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걸 일찌감치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곳을 찌르면.”
비린 미소를 머금은 에드워드가 마기 너머에 자리한 카델을 향해 날아갔다. 역수로 치켜든 쌍검이 우악스럽게 카델을 노렸으나.
“……무조건 나타나 직접 공격을 맞아 주시니.”
떨어져 있던 요젠이 곧장 달려와 쌍검을 막아 냈다. 에드워드는 코앞에 자리한 요젠의 얼굴을 보며 이죽거렸다.
“지키는 싸움만큼 까다로운 건 없지.”
현재 요젠이 치러야 하는 전투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호위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전투. 카델에게는 찰나의 방해조차 치명적이었으므로, 요젠의 전투에는 까다로운 제약만 늘어 갔다.
생채기 난 뺨에서 피가 흐르고, 찢어진 단복은 붉게 물들어 갔다. 하지만 요젠은 전혀 곤란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힘주어 쌍검을 밀쳐 낸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것보다 흥분되는 싸움을 해 본 적이 없어.”
이제껏 사람의 목숨이 제 손에 달린 경험은 질리도록 겪었다.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살아남은 이의 행복을 빌었다. 그 행위에 보람을 느낀 적은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을,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인간을 위해, 그의 안전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누군가가 스스로 자신에게 목숨을 맡겨 왔고, 그것은 요젠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꺼운 경험이었다.
보답하고 싶었다.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무방비하게 목숨을 내놓은 저 남자에게.
“이제 확실해졌어.”
“뭐가 확실해졌다는 거지?”
“넌 나를 건너뛰고 카델에게 넘어갈 수단이 없어. 내 존재를 무시하고 카델을 적중시킬 기술도 없지.”
“……널 죽이면 해결될 문제다.”
“해결하지 못할 거야.”
가볍게 대꾸한 요젠이 단검 하나를 하늘 높이 던져 올렸다. 반사적으로 단검을 따라 시선을 올리려던 에드워드가 멈칫하며 요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수준 낮은 교란술이군.’
단검을 쳐다본 사이 달려들어 공격할 셈이다. 그런 하수는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 에드워드는 허공의 단검에 신경을 쓰면서도 요젠에게 둔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단검에 암기를 묻혔다면 곧 하늘에서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 정도라면 날개로 방어가 가능하니,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뭣……!”
수직 낙하해야 했을 단검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날아들었다. 뒤편. 아무런 기척도 없이 발사된 단검이 에드워드의 팔뚝을 긁고 지나갔다. 요젠은 제 손아귀로 돌아온 단검을 가볍게 고쳐 쥐며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네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이번에는 두 개의 단검을 던져 올렸다. 에드워드는 꿋꿋하게 요젠에게 둔 시선을 움직이지 않았으나, 단검은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들었다. 바닥에서 솟구치고, 사선으로 빗겨 친다. 단검은 완벽하게 에드워드의 사각지대를 노려 그를 베어 냈다.
‘젠장! 대체 무슨 속임수지?’
단검의 궤적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에드워드를 베어 낸 단검은 부메랑처럼 요젠의 손아귀로 돌아갔고, 또다시 높이 던져졌다. 결국 에드워드는 참지 못하고 단검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저건…….”
자신이 남겨 놓은 마기. 그 위에 얇은 막처럼 깔린 암기가 희미하게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암기는 에드워드의 마기보다 넓은 범위로 은밀하게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단검은 하늘을 덮은 암기 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우측과 좌측을 동시에 노리며 날아들었다. 어깨를 긁힌 그가 욕설을 뱉으며 걸음을 물렸다. 엇갈린 단검은 다시 암기 속으로 사라지더니, 이내 요젠의 뒤편에서 등장해 미리 펼치고 있던 그의 손아귀에 안착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에드워드의 앞에서, 요젠은 조롱하듯 단검을 빙글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