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6화 (42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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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족이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군요. 애초에 마족 따위를 어떻게 믿고 이 위험한 마계를 쏘다니자는 말입니까. 더 큰 문제를 겪기 전에 여기서 죽여 버립시다.”

캐시의 합류는 제국군의 동의를 얻었으나, 동맹군의 지지까지 얻지는 못했다. 카델은 당장이라도 캐시를 베어 죽일 기세인 광야 기사단의 단장, 아이첸 도르무어의 앞을 가로막았다. 캐시가 본능적으로 카델의 등 뒤에 달라붙어 콩 벌레처럼 몸을 웅크렸다.

“평화의 돌의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지만, 마왕 성의 위치는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 안내만 한다면 시간은 물론 전력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죠. 아이첸 경, 마족을 믿지 못하는 건 저 또한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이용해야지 않겠습니까?”

“일말의 믿음이라도 있어야 이용을 하든 활용을 하든 하지요. 이 중대한 시점에 마족이 개입된다는 게 께름칙하단 말입니다.”

“캐시는 사역마 없인 아무런 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약체입니다. 마법사인 제가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죠. 그런 캐시의 사역마를 죽였고, 유일한 도주 방법인 비행도 요정 앞에선 무용해요. 어디에도 캐시의 퇴로가 없으니, 살고 싶다면 도와야 할 겁니다.”

“저 마족이 약해 빠진 쓰레기든, 빠져나갈 구석이 없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요. 저 녀석이 자기 목숨을 걸고 인간들을 엿 먹이려는 속셈이면 어떡하냔 말입니다. 그 정도 위기의식도 없습니까, 카델 경은?”

몰아붙이듯 성을 낸 아이첸이 씨근덕거렸다. 카델 역시 그의 말에 동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곳에서 캐시를 죽인다면 마왕 성으로 직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라진다. 당장 그를 죽이는 건 득보다 실이 컸다.

그렇게 아이첸과 카델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흐르고. 그들의 대화를 듣던 그림자 기사단의 단장, 다스토 살라웰이 끼어들었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평화의 돌을 찾아내 마계를 탈출하는 것 아닙니까.”

“다스토 경, 경마저…….”

“하지만 그렇다고 다 함께 후환을 감당할 필요는 없죠. 모두가 저 마족의 계략에 당한다면, 결국 평화의 돌도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요.”

다스토 특유의 무겁고 음울한 눈빛이 카델을 향했다. 그는 굳은 표정의 카델을 넘어, 그 뒤에서 슬쩍 고개를 빼 든 캐시를 주시했다.

“마족의 안내를 따릅시다. 대신, 마족과 함께하는 건 절반의 인원만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마족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진군하죠. 기사들의 기척은 충분히 좇을 수 있습니다. 그림자 기사단, 광야 기사단은 마족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니, 후방에서 제국군을 앞세워 돌발 상황에 대처해 보도록 하죠.”

결국 캐시를 믿고 따르는 쪽에게만 모든 부담을 지게 하겠다는 소리였다. 이 선택이 옳았을 시의 이득은 공평하게 나누는 주제에. 제법 얄미운 제안이었으나, 카델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건 다스토의 말이 옳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아군이 전멸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비극이었으므로.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해 줄 인원이 필요했다.

그렇게 제국의 세 기사단과 황혼 기사단의 절반은 캐시와 함께 이동. 황혼 기사단의 나머지 절반과 광야 기사단, 호스 기사단, 그림자 기사단은 후방에서 그들을 뒤따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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