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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군……. 하필 여기로 이어진다고?”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섯 번째 원을 선택했던 반. 그가 작동한 장치와 연결된 장소는 바로.
“인간? 인간이 어떻게 성벽을 넘어온 거지?”
“이봐! 누가 방심한 거야? 쥐새끼 한 마리가 기어들어 왔잖아!”
“시끄러워, 다들. 한 마리뿐이잖아. 죽이면 끝날 일이라고. 일찍 발견한 걸 다행으로 여겨.”
“아아, 제발. 폐하께서 이 장면을 보지 못하셨기를.”
마왕 성의 정문. 거대한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머의 동맹군과 완벽하게 격리된 반이 얼굴을 찌푸린 채 하늘을 올려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이건 뭐, 제 발로 지옥에 걸어 들어온 꼴이군.”
완벽하게 인간들을 압도하며 정문을 지키던 고위 마족. 그리고 당연히 성내로 이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장치를 작동시킨 자신. 둘 중 누가 더 황당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반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선택할 것이었다.
성벽 안쪽에 있던 고위 마족들은 난데없는 침입자를 처리하겠다며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투가 시작될 판이었다.
“……젠장. 운수 한번 더럽군.”
하지만 피할 곳은 없었다. 앞에는 동맹군을 막아선 정문이, 뒤에는 단장과 동료들이 있는 마왕 성이. 어느 쪽을 향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선택일지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일단 저 문을 뚫으면, 다음은 어떻게든 되겠지.”
적들이 더 몰려오게 뒀다간 이 지저분한 마계가 자신의 묫자리가 될 테다. 막힘없이 대검을 빼 든 반이 자신을 추격하는 고위 마족을 피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정문. 성벽 안쪽으로 시선이 몰리기 전에, 정문을 열어 동맹군을 합류시키는 것이 반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