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6화 (466/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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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라이돈’ 한계 돌파 퀘스트 완료!」

「축하드립니다! 기사 ‘라이돈’이 한계 돌파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최대 등급이 유지됩니다. 추가적인 능력치 상승 및 기술의 개수 제한이 해제됩니다.」

「기사 ‘라이돈’이 운명의 궤도를 벗어납니다.」

「자체 수정 모드 진입. 정보 업데이트를 위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기사 ‘라이돈’의 정보 열람이 일시적으로 제한됩니다.」

금방이라도 까무러칠 것 같은 몸으로, 어떻게든 의식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지켜봐야 했다. 그가 멀쩡히 살아 있는 자신을 보고 안심하고, 안전하게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기어이 한계를 이겨 낸 그의 모습을 봐야 했다.

카델은 반의 품에서 축 늘어진 채 반쯤 풀린 눈에 연신 힘을 주었다. 얼음을 깨부수고 나온 라이돈은 폭발한 마력의 일부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흡수하지 못한 마력은 인간군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정리했노라고, 카델이 의식을 붙들고 있는데 큰 공헌을 한 쿤라가 알려 주었다.

그렇게 자폭의 끝자락에서 어렵사리 살아 돌아온 라이돈. 루멘에게 부축을 받고 일어난 그가 맞은편의 카델을 바라보았다.

“카델, 살아 있어?”

“응. 여기 있어.”

“……진짜 카델 맞아?”

“그럼, 진짜지.”

부드러운 대답에 라이돈의 입가에도 어렴풋한 미소가 떠올랐다.

“미안해. 나 때문에 힘들었지?”

“전혀. 살아 있으면 전부 괜찮아.”

“그리고…… 반이랑 루멘도.”

라이돈은 짧게 숨을 고르며 반과 루멘을 돌아보았다.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 동료들. 그럼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여전히 강인한 눈빛. 잠시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던 라이돈이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중얼거렸다.

“용케 안 죽고 살아남았네.”

“그게 무슨 뜻이냐, 요정 놈.”

“열 내지 마라. 제정신이 아닐 거다.”

숙인 고개 아래로 장난기 담긴 웃음소리가 흩어졌다. 루멘은 라이돈의 팔을 제 어깨에 단단히 두르며, 반에게 눈짓했다.

“어서 빠져나가지.”

“말 안 해도 곧 나갈 거였어.”

라이돈의 마력은 성의 상하체를 단단하게 이어 붙였으나, 폭발의 핵이 자리했던 지하만큼은 지켜 내지 못했다. 반과 루멘은 쓰러진 동료와 단장을 끌고 서둘러 지하 감옥을 벗어났다.

흔들리는 몸과 요란한 굉음, 매캐한 흙먼지. 감각은 흐려지고 의식은 옅어진다. 빠르게 어두워지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카델은 쿤라의 음성을 들었다.

[지금이다, 반쪽이. 지금이 우리가 움직일 때야.]

“단장님!”

“카델!”

지상으로 빠져나온 기사단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가르엘과 요젠이었다. 둘은 처참한 꼴로 복귀한 카델과 동료들을 발견하곤 한달음에 달려갔다.

가르엘은 곧장 반의 품에 안긴 카델에게 치유술을 전개하며, 다른 동료들의 상태를 살폈다.

“라이돈 경, 다음은 경의 차롑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진득하게 봐 드리진 못하겠지만, 그 마력관부터 손을 보죠.”

“알겠어.”

“……알겠다고요? 방금 알겠다고 한 겁니까?”

“뭐 문제라도 있어?”

찡그리며 되묻는 라이돈에게, 가르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치유술은 필요 없다든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카델이나 돌보라는 윽박을 들을 줄 알았건만. 얌전한 대답이 돌아오니 제법 놀라웠다.

라이돈은 끝까지 아무런 반전 없이 순순한 태도를 고수했다. 의식을 되찾고, 사랑하는 카델과 약간은 반가웠던 동료들의 얼굴을 본 순간. 라이돈의 뇌리를 스친 한 가지 생각 때문이었다.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카델을, 동료들을 넘어, 죽은 아버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그는 어떻게든 이 전쟁에서 승리해, 인간계에 평화를 안겨야 했다.

어떠한 투정도, 고집도 필요 없다.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그는 지금껏 자신의 생을 받쳐 왔던 모든 걸 버릴 수 있었다.

찝찝하게 얼굴을 뒤덮은 피를 대충 문질러 닦은 라이돈이 카델을 바라보았다. 그는 몹시 피로한 듯 눈을 감은 채 가르엘의 치유술을 받고 있었다.

“카델.”

라이돈의 부름에 움찔 떨린 눈꺼풀이 올라가며, 파리한 안색과는 달리 또렷한 눈빛이 드러났다. 전쟁을 치르며 단 한 번도 꺼지지 않던 화려한 투지의 불꽃이, 그의 맑은 눈동자를 환하게 비췄다.

“내가 뭘 하면 돼?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뭘 하면 되는 거야?”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래도 그럴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간절했다. 또한 죽음의 문턱을 밟고 살아 돌아온 라이돈의 의지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똑똑히 전해졌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카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에 카델은 반의 품에서 벗어나 두 발을 딛고 섰다. 욱신거리는 통증을 다스리며 깊게 호흡을 고른 그가 찢어진 입술을 달싹였다.

“내가 다시 돌아와 마왕을 상대할 때까지, 절대 죽지 마. 그거면 돼.”

라이돈이 만들어 낸 계단을 타고 성의 꼭대기에 다다른다면, 그곳에 마왕이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성 바깥에 포진한 고위 마족과 상층부에 있을 또 다른 적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그들을 처리하고 마왕을 상대하기 위해 쿤라와의 협동 공격을 준비한다.

그것이 카델이 전한 계획이었다. 그가 계획을 실행하는 동안 단원들이 해야 할 것은 하나. 적들의 공세를 뚫고 상층부에 도달하는 것. 준비를 마친 카델이 마왕과 충돌할 때, 옆에서 그를 보좌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다.

“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기 위해선 최대한 적들과 떨어진 곳에 숨어 있을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내가 보이지 않더라도 찾지 말고, 너희의 목적을 수행해. 늦지 않게 돌아올게.”

최종 보스와의 대면을 코앞에 둔 채 자리를 비우겠다는 발언이다. 어찌 보면 무책임한 말임에도, 단원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카델을 믿었다. 카델은 결코 부하들을 위험 속에 방치하지 않는다. 그가 늦지 않게 돌아온다고 한다면, 그 말을 믿고 최선을 다해 버티면 된다.

“라이돈, 넌 마밀 님에게 내 계획을 전달해. 루멘, 너는 단장들에게 설명하고. 이것도 받아 둬.”

카델이 루멘에게 건넨 것은 [미니 석화 분사기]. 일전 팔라익과의 전투에서 얻은 전리품이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사용해. 잠깐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잘 활용해 보도록 하지.”

[미니 석화 분사기]로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다. 그 시간 동안 이렇다 할 결판을 볼 만한 인물로는 루멘이 적합할 것 같았다. 본래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다 적당한 때 써먹었겠지만, 이런 것이라도 주고 가지 않으면 부하들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당부할 말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그들은 자신이 돌봐야 할 아이가 아니었고, 믿음직한 강자들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이 이상 떠들어 봤자 잔소리인가.’

됐다. 이 정도면 자신의 생각은 충분히 전달됐을 터. 너머에서 여전히 전투를 이어 가는 기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카델이 말했다.

“너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워. 내가 그러는 것처럼.”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은 카델이 곧장 뒤를 돌아 성의 뒤편으로 향했다. 단호한 뒷모습은 카델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원들은 지체 없이 카델의 명령을 따라 움직임을 재개했으나, 딱 한 명.

“……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듯, 품속에 있는 무언가를 움켜쥔 가르엘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로렌스를 죽인 방에서 얻었던 일지. 그것을 미처 전달하지 못했다.

“이런, 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게 생겼네.”

그냥 포기하고 전투에 합류하기에는, 왠지 모르게 일지의 존재가 걸렸다. 무슨 내용이 적힌지도 모르는 문서였으나, 카델이 더 멀어지기 전에 전해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가르엘이 옆에 있던 요젠에게 대강의 상황을 설명하곤, 카델이 떠난 방향을 향해 서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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