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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간지러워 죽겠네. 복도가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야?”
아무리 밀쳐 내도 하늘하늘 내려앉는 거미줄이 성가셔서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자꾸만 뺨을 간질이는 거미줄을 거칠게 떼어 낸 반이 투덜거리자, 신중하게 걸음을 옮기던 요젠이 입을 열었다.
“복도는 곧 끝나.”
“듣던 중 다행이군.”
“하지만 복도의 끝은 하나의 방과 연결되어 있어. 계단을 오르기 위해선 무조건 지나쳐야 하는 방이야.”
“대체 그게 무슨 거지 같은 구조야? 놈들이 개조한 건가? 꼭 자기들처럼 만들어 놨군. 그 방안에 이 더럽게 짜증 나는 거미줄의 주인도 있겠지?”
“글쎄.”
“뭐야, 그 싱거운 대답은.”
곧 복도의 끝에 다다른 그들의 앞으로 하나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젠의 옆으로 쓱 고개를 빼낸 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거냐? 네가 말한 방이.”
“응. 그리고…… 이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기운도 느껴져. 희미하지만.”
“희미하다고? 방이 더럽게 넓기라도 한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됐어, 그럼. 들어가 보면 알겠지.”
가볍게 그를 밀쳐 낸 반이 거침없이 문고리를 돌리고. 힘껏 문을 열어젖히자 보이는 것은.
“……징그럽군.”
널찍한 방의 사면을 뒤덮은 거미줄. 복도를 막고 있던 것과는 두께와 밀도부터가 다른 거미줄이었다.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게 엮인 투명한 거미줄 위에는, 새하얀 고치들이 매달려 있었다.
“하나, 둘, 셋…….”
조용히 고치의 수를 세던 반이 입을 다물었다. 총 여섯. 함께 올라온 기사들의 수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저 덩어리에서 느껴지는 거냐? 희미한 기운이라는 거.”
“응. 아주 두꺼운 마기에 짓눌려 있어.”
“……적의 위치는?”
지금껏 넓은 층을 뒤덮은 짙은 기운 때문에 적의 위치를 좀처럼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복도의 끝 방까지 다다른 지금. 요젠은 망설임 없이 적의 위치를 골라낼 수 있었다.
“이곳.”
빠르게 내던진 단검이 화살처럼 쏘아지며, 어느 한 곳에 쑤셔 박혔다. 단검의 궤적을 좇던 반의 표정이 일순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뭐 하는……!”
요젠의 단검이 박힌 곳은 다름 아닌 정중앙에 매달려 있던 고치. 그들의 동료 중 하나였다. 당황한 반이 서둘러 거미줄을 향해 달려가려 했으나.
“히야아, 어떻게 알아맞혔대? 죽을 뻔했잖아.”
인간이 갇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고치가 찢기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찢어 낸 거미줄 사이로 긴 백발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기다란 눈매를 가볍게 휜 그녀가 부드럽게 착지하고.
“반가워. 난 포르티라고 해.”
애교스럽게 손을 흔든 포르티가 반과 요젠을 번갈아 살폈다. 그에 곧바로 임전 태세에 돌입한 반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고치의 개수는 정확히 여섯. 하지만 그중 하나의 고치에서 고위 마족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요젠은 분명 저 안에서 인간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어쩌면 포르티가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 낸 미끼일 수도 있다. 그런 반의 의심을 알고 있다는 듯, 요젠이 작게 속삭였다.
“나머지 다섯은 인간인 게 확실해.”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어디 있다는 거야?”
“모르겠어.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절망적인 소리를 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짧게 혀를 찬 반이 포르티를 주시했다.
‘그놈들이 당했을 리는 없지만, 다른 녀석들이 죽어도 골치 아파. 특히 마밀 님. 그분만큼은 절대 안 되는데.’
카델의 소중한 스승님이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반은 카델이 내비칠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저 녀석을 죽여 보면 답이 나오겠지.”
“응.”
오라를 개방한 반이 빠르게 기운을 증폭시키며 포르티에게 돌진했다. 일순이라도 적의 시선을 빼앗기 위한 과격한 돌입 방식이었다.
묵직한 검격이 허공을 가르며, 오라를 두른 붉은 검기가 포르티를 노렸다.
쐐애액!
그러나 다음 순간, 천장을 향해 손을 뻗은 포르티의 몸이 붕 떠오르며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뿐만 아니었다. 벽을 가격한 검기는 느리고 눅진하게 거미줄 위로 파고들었다. 거미줄은 공격의 충격은 물론, 그 기운까지 상쇄하며 완벽하게 검기를 소멸시켰다.
시선을 옮긴 반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포르티를 응시했다.
‘……거미줄.’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빠져나온 거미줄이 몸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고작 한 가닥의 거미줄이었다.
‘이 방은 온통 거미줄투성이야. 놈이 만들어 낸 둥지나 다름없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고치의 개수만 늘려 줄 뿐이겠군.’
섣불리 접촉하는 것도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녀석이 뿜어내는 거미줄에 닿았다간 움직임이 크게 제한될 것이다. 하지만 거리를 유지하며 싸울 수는 없었다. 자신이 근거리에서 싸우는 타입이라는 이유를 제외해도, 거리가 벌어지는 만큼 놈에겐 넓은 시야가 확보될 테니.
“요젠!”
우렁찬 부름에도 대답은 없었다. 어느새 은신에 돌입한 그의 기척은 방 안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 버티진 못할 거다! 그 안에 해결을 봐!”
여전히 답은 없었지만, 반은 기다리지 않았다. [혈검술 제1식 – 가시]. 대검에서부터 뻗친 길고 날카로운 오라가 천장을 노리고. 포르티의 유연한 회피를 추격하는 그의 오라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발판이 멈췄다. 그들은 완전히 지상으로 빠져나왔고, 셀레브 역시 그를 눈치챘다. 그녀는 날개를 움직여 바닥에 절반쯤 처박혀 있는 몸을 빼내려 했다. 셀레브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기 전에 형제들의 숨통을 끊어 놔야 한다. 하지만.
“제 눈.”
카델은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혹시 제 눈이…….”
반사적으로 오른쪽 눈을 가린 가르엘이 당혹감을 드러냈다. 한쪽 눈을 가렸음에도 여전히 마안이 보이니, 그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가르엘은 자신보다도 더 혼란스러워 보이는 카델을 마주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외형까지 마족처럼 변해 버린 건가.’
한가하게 거울이나 들여다보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가르엘은 각성제의 효력을 힘과 감정의 변동으로 짐작했을 뿐이었다.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했다면 약을 먹은 뒤 처음 만났던 루멘 경부터 경악했겠지. 각성제의 효력이 끝난다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다. 로렌스를 상대할 때와는 달라. 어떠한 충동도, 광폭함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굳이 걱정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마족의 힘을 증폭시키는 약물이었다. 카델이 각성제의 정확한 정체를 알게 된다면 위험성을 따지며 사용을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아닌 카델의 안전.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필요했고, 그 힘을 위해서는 약의 존재가 절실했다.
카델의 뒤편으로 시선을 옮긴 가르엘이 표정을 굳혔다. 그들을 발견한 셀레브가 거대한 팔을 바닥에 짚은 채 다급하게 몸을 비틀고 있었다.
“일지를 가져온 연구소에서 일회용 각성제를 얻었습니다. 일시적으로 힘을 크게 끌어 올려 준다고 하더군요. 혹시 몰라 가져온 게 도움이 됐어요.”
“일회용 각성제? 아무리 그래도 마계에서 만든 약을 함부로 먹으면……!”
“걱정 말아요, 단장님. 이래 봬도 반쪽은 마족 아닙니까. 잠깐 꼴이 흉해지는 부작용이 있는 듯한데, 약발이 끝나면 금방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 몰골을 걱정할 때도 아니잖아요.”
카델로서는 더 있을지 모를 약의 부작용이 걱정되었지만, 가르엘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화련]에 묶인 세 형제를 일별했다.
‘웬만한 공격으론 단번에 죽일 수 없어. 쿤라의 말대로 재생력이 장난이 아닌 놈들이니까.’
강력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셀레브를 해치운 뒤 느긋하게 형제들을 죽이기에는, 그동안 다른 적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었다. 기회라면 아직 셀레브의 움직임이 제한된 지금뿐.
“도망가자. 잠시라도 몸을 피해 숨어 있을 곳이 필요해.”
“저기로 가죠.”
가르엘이 가리킨 곳은 유령 마을의 건너편. 침엽수처럼 높고 앙상한 나무가 빼곡하게 솟은 검은 숲이었다. 둘은 손을 맞잡은 채 숲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망가 봤자 너희는 내 손바닥 안이야!”
뒤편에서 셀레브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들려왔다. 실제로, 그녀가 저 거대한 몸으로 움직임을 시작한다면 그들이 향하는 숲도 금세 난장판이 될 테다.
“쿤라! 내가 숨을 곳을 찾는 동안 이 녀석들을 해치워 볼 순 없어요? 당신 기운이라면 금방 죽일 수 있을 거 아녜요.”
그렇게 한다면 쿤라는 시스템의 제약을 받고 또다시 마계에서 내쫓길 위험이 있다. 하지만 남은 과제인 평화의 돌 확보는 쿤라 없이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카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지, 쿤라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간섭 때문에 힘들다면 조금만이라도 숨통을……. 쿤라?”
펜던트를 강하게 움켜쥐어도, 그 안에 마력을 불어넣어도 마찬가지였다.
“쿤라, 왜 대답이…….”
“무슨 일이에요? 쿤라 님이 사라지셨나요?”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그의 기운은 여전히 느껴진다.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안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쿤라는 대답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기운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아주 미세한 변화였으나, 자신의 몸에 침투한 기운이기에 알 수 있었다. 카델은 제 안에 들어찬 쿤라의 기운이 아주 미세하게 증폭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형제들을 죽이기 위해선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판단일까? 하지만 이 이상 힘을 나눠 준다면 분명 시스템이 제동을 걸 텐데.
의문을 이어 갈 여유도, 쿤라의 대답을 기다릴 시간도 없었다. 결국 카델은 쿤라의 도움을 포기한 채 숲속으로 들어섰다.
“숨을 곳, 숨을 곳…….”
아무리 앙상한 나무뿐이래도 숲은 숲이다. 어딘가엔 분명 몸을 숨길 곳이 있을 줄 알았건만. 황폐한 숲은 유령 마을만큼이나 숨을 곳이 변변치 않았다. 둘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살폈으나, 점점 더 깊숙하게 숲을 파고들었을 뿐. 머무를 곳을 찾지는 못했다.
“대충 나무 뒤에라도 숨어서 시간을 벌어야 하나?”
“단장님 혼자라면 몰라도, 이 세 명을 같이 숨기기엔 무리일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걷기만 하다간 곧 셀레브가 빠져나와서…….”
말을 떼기가 무섭게 멀지 않은 곳에서 괴성을 동반한 진동이 울렸다. 그에 반사적으로 카델과 가르엘의 눈이 마주쳤다.
“……빠져나왔어.”
“서두르죠.”
쿵, 쿵, 묵직하게 땅을 울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셀레브에게 마왕의 형제를 빼앗길 순 없다. 조급하게 이동하는 카델의 옆에서, 함께 숨을 곳을 찾던 가르엘이 걸음을 멈췄다. 잡고 있던 손의 반동을 따라 카델의 몸이 가볍게 휘청이고.
“왜 그래?”
“저 나무 아래로 들어가죠. 형제들도 전부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가르엘이 한 그루의 나무를 가리켰다. 뿌리가 땅 밖으로 반 이상 빠져나왔지만, 살짝 휘어졌을 뿐 꿋꿋하게 드높은 몸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 두껍게 뒤엉켜 있는 뿌리의 틈새는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너비였지만, 그 안쪽으론 제법 깊고 넓은 땅굴이 나 있었다.
둘은 곧장 그 나무를 향해 달려갔고, 동시에. 셀레브 역시 숲에 진입했다. 우지끈, 나무가 맥없이 부러지는 소리와 넘어진 나무가 만들어 낸 소음이 시끄럽게 숲속을 울렸다.
“당장 나와! 빌어먹을 카델 라이토스!”
분노에 찬 외침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형제들을 전부 나무 아래에 처박아 둔 카델이 엉금엉금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가르엘, 어서 들어와!”
다 같이 몸을 숨긴 채 마력을 모으고, 셀레브에게 들키기 전에 마왕의 형제들을 몰살한다. 그 뒤에 빠르게 마왕 성을 향해 도주하는 것. 그것이 지금 세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셀레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저희를 발견하지 못한대도 그대로 밟고 지나가 버릴 수 있습니다. 아예 이곳과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방향을 틀어 버려야 해요.”
“뭐? 너 설마……!”
다급히 뿌리를 빠져나오려는 카델을 저지하듯, 틈새의 앞에 쭈그려 앉은 가르엘이 카델과 눈을 맞췄다.
“이 약효가 떨어지기 전까지, 제 패배 확률은 0퍼센트입니다. 가능성, 확률.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단장님은.”
“일시적인 약효라며! 일회용이라고 했잖아!”
“네. 그러니 제 약발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단장님이 힘내 주세요.”
거인화 한 셀레브가 작정한다면 아무리 각성한 상태래도 압도하기는 어렵다. 똑같은 공격도 그 위력의 차이가 극심했으니까. 걱정하는 카델의 앞에서, 눈썹을 긁적인 가르엘이 슬쩍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신여환……이라고 했죠? 단장님의 진짜 이름.”
“…….”
“그 독특한 이름의 뜻은 뭔지, 당신이 왔다는 세계는 어떤 곳인지. 묻고 싶은 게 많아요.”
양 눈이 전부 새까맣게 물들었음에도, 가르엘에게선 마족을 볼 때의 불쾌감이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따뜻할 뿐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향한 넘쳐나는 신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주 흥분되거든요. 단장님의 비밀을 잔뜩 알아낼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틈새로 손을 집어넣은 가르엘이 불안해하는 카델의 뺨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카델은 그런 그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모든 비밀을 안 뒤에도, 나는 여전히 단장님을 사랑할 테니까. 부담 가지지도 말고요.”
작게 웃은 그가 몸을 일으키고. 마지막으로 카델을 눈에 담은 그가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나무보다도 높게 솟은 셀레브의 머리는 아주 잘 보였다. 가르엘은 그녀의 위치를 쫓아 달리며 품속에 손을 넣었다.
‘약발이 거의 떨어졌어. 이런 상태론 거대해진 셀레브를 상대하기 어렵다.’
향만으로도 약효가 도는 각성제다. 이렇게 짧은 텀으로 반복해서 향을 들이마셔도 되는 건지. 이러다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혹시라도 로렌스를 상대했을 때처럼 이성이 날아가 버린다면? 떠오르는 염려들을 떨쳐 내듯, 가르엘은 약병을 열고 다시 한번 깊숙이 향을 들이마셨다.
어찌 되든 좋다. 카델이 걷는 길은 빛의 길. 그의 뒤를 따라갈 수만 있다면, 자신은 어떤 괴물이 되어도 좋았다. 결국 그 선택조차 옳은 선택일 테니.
느슨해졌던 몸속의 기운이 맹렬하게 박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뜀박질의 속력을 높인 가르엘이 보란 듯이 마기를 개방하고. 단박에 가르엘의 기운을 감지한 셀레브가 흉포한 눈을 부라렸다.
“에밀리아의 형제를 내놔!”
“히야아, 정말 끈질기다. 내가 더 놀아 줬으면 좋겠어?”
반은 제 온몸에 뒤엉킨 거미줄을 떨쳐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포르티는 교묘하게 반의 [가시]를 회피하며 거미줄을 쏘아 댔다. 그녀와의 거리를 좁힐수록 거미줄은 피하기 어려워졌고, 제법 많은 타격을 허용해 버렸다. 정확히 관절을 노린 공격에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지고 있었다.
‘너무 끈적거려. 일반적인 거미줄처럼 떼어 내기가 어렵다. 계속 맞고만 있다간 나도 곧 저 먹잇감 중 하나가 되겠지.’
포르티가 쏘아 내는 거미줄은 재빠른 만큼 타격 범위가 좁다. 그러니 멀리 떨어진다면 회피는 수월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반은 일부러 공격을 맞아 가면서까지 거리를 좁혀 포르티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발을 묶는 동안, 요젠이 기사들을 풀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요젠은 그런 반의 의도에 따라 은밀하게 고치 앞으로 접근했다.
사아악.
포르티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매달린 고치. 거미줄 위로 암기를 퍼뜨렸으니, 반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을 포르티가 눈치채긴 어려울 것이다.
암기를 묻힌 단검으로 고치를 쓱쓱 베어 내자, 곧 안쪽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젠은 힘을 주어 그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소린이었다. 소린의 기운을 감지한 요젠은 곧바로 다음 고치를 뜯어내려 했다. 그러나.
“……?”
빠르게 이동하려던 요젠이 멈칫하며 소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숨소리가 안 들려.’
고치에서 꺼냈음에도 여전히 기운이 옅다. 빠르게 몸을 굽힌 그가 손을 뻗어 소린의 얼굴을 더듬었다. 손끝으로 무언가 끈적한 것이 밀려났다. 마기가 섞인 거미줄이었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거미줄과는 달랐다. 훨씬 마기의 농도가 짙었고, 불쾌할 정도로 끈적거렸다.
조금씩 손을 움직이던 요젠의 미간이 구겨졌다. 소린의 입은 크게 벌어졌고, 그 안쪽에는 너무 끈적거리는 나머지 덩어리처럼 한데 뭉친 거미줄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손에 입을 넣어 빼내려 해도 입안 점막과 식도 안쪽까지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주었다간 심각한 내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대체 어떻게 된 기운이지? 만약 이 거미줄이 내장까지 퍼졌다면 나로서는 구할 방법이 없어.’
끈적거리는 거미줄은 내장에 달라붙어 모든 기능을 서서히 정지시킬 것이다. 소린의 입에서 손을 떼어 낸 요젠이 그를 구석으로 밀어 두고는, 서둘러 다음 고치를 향했다.
소린의 상태는 심각하다. 당장 거미줄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이 소린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이곳에서 그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인물이 있다면.
‘성기사를 꺼내야 해. 소린 같은 상태가 되기 전에 구한다면, 방법이 있을 거야.’
모들렌이라면 어떻게든 소린을 살려 줄 것이다. 그만 멀쩡하다면 자신의 동료들이 소린 같은 상황이래도 희망은 있다.
그리 생각하며 모들렌의 기운을 쫓은 요젠이 고치를 베어 냈으나.
“…….”
고치에서 꺼내 든 모들렌은 소린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아니, 심각하다면 더 심각했다. 그를 두른 거미줄의 점도가 소린의 것보다 훨씬 심해, 액체처럼 질척거릴 정도였으니.
잠시 모들렌의 상태를 살피던 요젠이 벌떡 몸을 일으켜 나머지 고치들을 잘라 내기 시작했다.
루멘과 라이돈, 엑토. 세 남자는 소린과 모들렌에 비하면 비교적 나은 상태였으나, 살짝 벌어진 입 안으로 거미줄이 쳐진 것이 느껴졌다. 요젠은 그들의 거미줄을 떼어 내는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방 안의 기운을 살폈다.
‘……없어. 카델의 스승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더 남은 고치도 없었다. 감지한 아군의 기운은 바닥에 눕혀 둔 이들의 것이 전부였으니.
‘이미 잡아먹힌 건가?’
최악의 가정이 머리를 스쳤다. 시체가 된 것이 아니라면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을 구해야 할 모들렌은 의식을 잃었고, 마밀은 이미 목숨을 거둔 듯하고, 나머지는 착실하게 죽어 가는 이 상황에서. 자신은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표정이 굳은 요젠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하얗게 질려 갔다. 그가 아는 구조의 방법은 오로지 살육뿐이었다.
‘아직 카델은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그를 아군과 단원의 절반이 사망한 끔찍한 상황 속에 던져 넣기는 싫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방법을 찾기 위해선, 이 사태의 원흉을 없애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터. 판단을 마친 요젠이 반과 포르티의 싸움에 합류하기를 택했다. 그러나.
“요젠!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가라!”
반의 괴로운 외침과 동시에, 방 안을 이룬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확인한 반의 상태는 처참했다. 몸의 반절 이상을 뒤덮은 거미줄은 그를 서 있을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거미줄이 바닥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젠장, 뭘 멍하게 있는 거야! 너 혼자라도 도망가라고!”
반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외쳐 댔다. 뒤늦게 요젠이 구한 아군의 상태를 확인한 탓이었다. 입 안 가득 거미줄이 들어찬 저들의 모습은, 곧 자신의 미래가 될 것이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기사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요젠이라도 방을 벗어나야 했다. 이런 곳에서 고위 마족 하나에게 전멸당할 순 없었으니까.
그러나 요젠은 홀로 도망가는 대신 반을 향해 달려왔다.
“뭘 하려는 거야? 꺼지라니까!”
“아직 기절하지 않았잖아. 너라도 데려가야 해.”
“빌어먹을 암살자 놈. 지금 저게 안 보이는 거냐? 아니, 안 보이겠지만 느낄 순 있잖아!”
반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그곳에는 반을 전투 불능으로 만든 포르티가 거꾸로 매달린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가 방출하는 마기를 따라 방 안을 뒤덮은 거미줄이 면포처럼 흔들렸다. 넓은 거미줄이 서서히 전진하며 그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대로 거미줄 속에 파묻힌다면 최악의 엔딩밖에는 남지 않는다. 움직일 수 있는 요젠이라도 빠져나가 카델을 찾아가야 했다. 요젠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그는 고집스럽게 반을 묶어 둔 거미줄을 떼어 내려 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애틋한 사이였다고 이 지랄이냔 말이야……!”
요젠의 힘을 따라 바닥과 달라붙은 몸이 들썩였으나, 그뿐이었다. 절망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반이 성질을 내자, 묵묵히 그를 잡아당기던 요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여기서 죽을 생각이야?”
“뭐?”
“루멘도 라이돈도, 나머지 기사들도. 아직 죽지 않았어. 열심히 목숨을 붙들고 있어. 그런데 넌 여기서 그냥 죽어 버릴 작정이야? 그런 거라면 이딴 짓은 그만두고 혼자라도 도망갈게.”
바닥과 몸의 틈새로 질척한 거미줄이 늘어졌다. 그 위로 암기를 덧댄 단검을 넣어 잘라 내려 했으나, 거미줄은 우물거리며 그의 암기를 삼켜 냈다. 단검까지 거미줄에 잡히기 전에 손을 떼어 낸 요젠이 짜증스러운 숨을 뱉었다.
그런 요젠을 바라보던 반은, 이내 좀 전보다 흥분이 가라앉은 투로 말했다.
“죽을 생각일 리가 없잖아. 빌어먹을 도련님이든, 요정 놈이든, 나머지 귀족 놈들이든, 네 말대로 아직 살아 있다. 그러니 멀쩡한 너 혼자서라도 빠져나가 도움을 요청하라는 소리였다고.”
“나 혼자서는 못해.”
“……네가 그런 말도 해?”
“적어도 여기선 못해. 그러니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동료를 데려가야 한다는 거야.”
자신만큼이나 요젠은 카델밖에 몰랐다. 그가 아닌 다른 단원들은 어찌 되든 그다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했고, 실제로도 그랬을 거다. 서운하진 않았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 요젠은 자신을 ‘동료’라고 칭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그의 진심에 감동을 느낄 일은 없다. 징그러울 뿐이다. 하지만 반은 알았다. 카델이 없는 이 마왕 성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제 동료들뿐이라는 것을. 그러니 그런 동료가 도움을 청했다면, 하기 싫더라도 해내야 하는 것이다.
“……바닥에 붙은 부분만 떼어 낸다면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뭘 해도 떼어지지가 않아. 이렇게 접착력이 강한 기운은 처음이야.”
“살가죽을 뜯어내. 살점을 베어 내서라도 날 일으키면 된다.”
덤덤한 말투에 요젠이 주춤하며 손을 멈췄다. 그에 반은 더욱 아무렇지 않은 투로 그를 재촉했다.
“내가 겨우 그깟 고통에 비명이나 지르면서 날뛸 것 같냐? 지금까지 더한 고통을 수도 없이 겪어 왔어. 빨리 해. 방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
“……알겠어.”
지금으로선 반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결단을 마친 요젠이 단검으로 제 옷자락을 길게 찢어 낸 뒤, 둥글게 뭉친 천을 반의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뭐 하는 짓이냐는 몸부림이 전해졌으나, 혀를 씹는 것보다는 나았다.
“빠르게 해치워 줄게. 기절하지만 마.”
다행인 점이라면, 인간의 살점을 회 뜨는 것은 제법 자신 있다는 것이었다. 작게 숨을 고른 요젠이 반의 몸을 당겨 바닥과 띄우고는, 그의 가슴 쪽으로 단검을 가져갔다. 응축된 암기가 검끝으로 모여들며, 다가오는 서늘한 감각에 반의 턱으로 힘줄이 돋았다.
그렇게 요젠의 검이 반의 가슴에 닿은 순간.
“이게 뭐야……?”
천장에 붙은 포르티의 당혹스러운 음성과 함께, 반을 묶어 두던 거미줄 위로 불꽃이 튀어 올랐다. 갑작스러운 화염에 두 남자의 얼굴 위로 동요가 스쳤다. 불꽃은 반의 몸뿐만이 아닌, 방 안을 덮은 거미줄까지 모조리 태워 가고 있었다.
모든 기운을 집어삼키던 거미줄은 그 화염만큼은 씹어 넘기지 못했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예술작품처럼 넘실대며 방을 메우고. 그 기운의 주인을 알아챈 요젠의 고개가 방의 출구를 향했다.
문을 가리고 있던 거미줄이 화염을 따라 우수수 떨어져 내리며, 그 너머에 자리한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늦진 않은 모양이구만. ……거기 둘. 뭐 하는 중인진 모르겠지만, 일어나서 저 마족을 죽이든 나머지 기사들을 데려오든 해라.”
마밀 키파. 그새 더 수척해진 얼굴에 피로감을 얹은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연속된 약물의 흡입은 가르엘의 육체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강인해진 기운이 육체에 생기를 불어넣기는 했으나, 묘한 불안감이 넘실거렸다. 지금 느껴지는 것이 의욕인지, 욕심인지, 의지인지, 살의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르엘은 자신이 이대로 이성을 놓진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카델이 있으니까. 이 숲속의 어느 나무 아래, 자신이 지켜야 할 남자가 있으니까.
“카델, 카델 라이토스는 어디 있지?”
단순한 물음임에도 귀가 댕댕 울릴 만큼 거대한 소음이 숲을 휩쓸었다. 가르엘은 소음을 떨쳐 내듯 가볍게 고개를 털고는, 마기의 날개를 움직여 날아올랐다. 마족과 같은 날개가 아니기에 오랫동안 비행할 순 없지만, 거인화 한 셀레브를 공격하기엔 충분했다.
“신경 꺼. 우리 단장님은 마족과 인간의 피가 반반 섞인 백발의 미남이 취향이거든.”
공중에 뜬 몸을 회오리처럼 회전시키며, 마기를 두른 검날로 셀레브의 왼팔을 가차 없이 베어 냈다. 강화의 의미도 없이 찢겨 나간 살갗 위로 보라색 피가 튀어 오르고. 셀레브의 거대한 주먹이 공중에 뜬 가르엘을 노렸으나, 그는 공격을 피해 곧장 지면으로 착지했다.
“으아아아아!”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전투에 셀레브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시끄럽기는.”
눈을 찡그린 가르엘이 검을 고쳐쥐었다. 셀레브의 몸집은 확실히 위협적이나, 그만큼 타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졌다. 급소가 커다랗게 확대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르엘은 거인화 한 셀레브의 약점을 완벽하게 파악했고, 작은 몸집과 일시적인 비행, 강화된 능력으로 그녀를 착실하게 함락시켰다.
가르엘의 위치를 찾아 눈을 굴리던 셀레브가 입술을 깨물었다. 거인화를 했음에도 가르엘을 상대하는 것이 버거웠다. 바닥을 드러내는 팔찌의 효과를 따라 조금씩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도 이유였으나.
‘놈의 마기가 내 마기보다 강력하다고? 말도 안 되잖아. 아무리 각성제를 복용했다고 해도…….’
그녀의 몸 곳곳에 깊은 상처가 새겨졌고, 재생을 위한 마기가 피어올랐으나 출혈은 멎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르엘의 마기가 자신의 것보다 파괴적이라는 의미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못 본 새 약을 통째로 들이켜기라도 한 거야? 겨우 냄새를 맡았을 뿐인데 이런 힘을 발휘할 리가 없잖아. 마족의 힘이 고작 반밖에 없는 저런 머저리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고 가르엘이 공격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었다. 거친 숨을 내쉰 셀레브가 양 주먹으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이 녀석은 날 막고 있어. 그렇다는 건, 이 숲 어딘가에 카델 라이토스가 있다는 얘기다. 정보를 얻는 건 불가능해 보이니, 내가 직접 찾아내겠어.’
팔찌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팔찌의 효력이 끝나면 기운을 끌어다 썼던 몸에 부작용이 올 것이다. 그런 상태로 가르엘을 상대했다간 죽음을 면할 수 없다.
셀레브는 제게 남은 시간 안에 담판을 보기로 결정했다. 치켜든 주먹으로 짙은 마기가 모여들며, 철을 두른 것처럼 매끈하게 제련됐다. 깊게 숨을 들이쉰 그녀가 눈을 번뜩이고. 곧게 뻗어 나가는 팔을 따라, 수십 개로 늘어난 주먹의 잔상이 비쳤다.
[흑권난타].
1초에 15번의 정권을 내지르는 그녀의 필살기. 검은 주먹의 비가 가차 없이 숲을 내리찍기 시작했다. 살인적인 힘을 따라 숲의 땅이 뒤집히고, 바위가 으스러지고, 나무가 납작 엎드렸다.
이 공격이라면 카델 라이토스가 어디에 숨어 있든 빠져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치켜든 셀레브의 눈이 바삐 카델의 위치를 탐색했다. 그러나.
‘마기……?’
그녀의 시야가 닿는 곳마다, 안개 같은 마기가 아른거렸다. 숲을 통째로 뒤덮은 마기의 주인은 가르엘. 그는 멈출 줄 모르는 셀레브의 타격을 저지하는 대신, 스스로의 마기를 숲에 덧씌웠다.
“뭘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당장 카델 라이토스에게 달려가지 않으면 놈은 죽……!”
말을 잇던 셀레브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아른거리는 가르엘의 마기 아래. 망가진 숲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가루가 되었던 바위와 쩍쩍 갈라진 대지, 바짝 엎드려 있던 나무까지. 시간을 되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르엘의 마기는 모든 것을 회복시켰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힘이다.
결국 [흑권난타]의 마지막 권이 지면을 내리찍고. 보란 듯이 자신을 둘러싼 꼿꼿한 나무들 사이, 동강 난 팔찌가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