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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네. 내 분신을 상대할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상당한 실력이야.”
“마왕이 칭찬도 해 주는 겐가? 하나도 기껍지 않다는 점만 알아 두게.”
모들렌의 치유술이 모두를 깨울 때까지. 마밀은 그들을 보호하며 에밀리아의 발목을 붙들기로 결심했다. 설령 자신이 이곳에서 죽더라도, 자신의 목숨으로 여럿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면. 전쟁의 불꽃은 꺼지지 않으리라 예감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필사적인 저항은 에밀리아의 계획에 조금씩 변동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마밀 키파. 네 마력의 흐름이 엉망이야. 계속 날 상대했다간 폭주하게 될 텐데, 괜찮겠어?”
“걱정은 필요 없네.”
“너 정도 마법사의 폭주라면 내가 손쓰지 않아도 인간들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폭주하지 않을 걸세.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대도, 아군과 자멸하는 엔딩은 없을 테니 기대하지 말게.”
복도를 가든 메운 형형색색의 불꽃. 에밀리아가 선 아주 좁은 바닥만이 불꽃의 영역을 벗어났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아름다운 불꽃을 천천히 둘러보다, 다시 마밀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쥐어짜인 마력관의 여파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늙고 가여운 인간. 저런 꼴을 하고서도 끝까지 싸우기를 포기하지 않아, 조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뒤편의 적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괜찮았다. 그들이 깨어나 봤자 자신을 죽일 순 없을 테니까. 진짜 문제는.
‘정말 카델 라이토스가 찾아왔어. 로렌스의 조카까지. 그 두 놈을 당장 끌고 와야 하는데, 이곳에 합류시켰다간 일이 성가셔진다.’
적룡의 힘을 가진 카델 라이토스는 물론이고, 로렌스의 조카인 가르엘 하이웨일. 그가 도착한다면 이미 의식이 돌아온 이들의 회복 속도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본래의 가르엘이라면 그리 경계하지 않았을 테지만. 자신의 공간에 들어선 가르엘의 힘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단계는 월등했다. 사라진 로렌스의 행방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인간들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까지 힘을 쏟는다면. 더 이상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때문에 에밀리아는 카델과 가르엘을 자신이 있는 복도와 잇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곳을 돌아다니도록 유도했다. 이 공간을 유지하는 힘에 균열만 일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허락 없이 결코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다.
‘내 분신이 급사하지 않는 이상 공간이 깨질 일은 없어. 마밀 키파……. 저 인간을 살려 카델 라이토스의 정신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전부 죽여서 시체나 던져 줘야겠네.’
더는 살려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에밀리아는 쇄도하는 불덩이를 가벼운 손짓만으로 소멸시키고는, 마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검은 마기가 그녀의 전신을 휘감으며, 불꽃으로 가득하던 복도를 순식간에 어두운 마기로 집어삼켰다.
그녀는 마밀이 만들어 낸 화염 벽 위로 제 마기를 퍼뜨리며 말했다.
“슬슬 죽어 줘야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