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8화 (50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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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돈, 요젠, 엑토. 세 남자는 자신들이 완전히 새로운 복도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 토막 난 복도라는 것은 똑같았지만, 바깥 어디에도 아군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나갈 수 없는 거야? 여기엔 내 비행을 방해할 마왕도 없는데!”

새로운 복도에 도착하자마자 라이돈은 곧장 몸을 날려 카델을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정체불명의 힘이 그의 비행을 통제했다.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날개에 성을 내는 라이돈의 뒤. 혹시라도 그가 떨어질까 주의를 기울이던 요젠이 말했다.

“마왕은 없지만 비슷한 기운이 이곳에 있어. ……내 착각이 아니라면, 점점 짙어지고 있지.”

“그게 무슨 소린가? 마왕과 비슷한 기운이라니.”

“느껴 본 적 있는 기운이야.”

조금씩 심각해지는 요젠의 낯빛에 엑토가 낮은 탄식을 뱉었다. 그가 느껴 본 적 있는, 마왕과 비슷한 기운이라면.

“분신이군. 우릴 갈라놓고 분신을 상대하게 하려는 거였어.”

엑토가 내린 빠른 결론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복도의 중앙으로 마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확연한 존재감을 감지한 그들의 고개가 한 곳으로 움직였다. 조심스럽게 맞은편으로 이동하는 그들을 따라 검은 기운 역시 조금씩 형태를 갖춰 갔다. 마기가 그려 내는 익숙한 윤곽을 바라보던 라이돈이 짜증스레 투덜거렸다.

“갈라놓을 거면 카델이랑 날 붙여 놨어야지. 마왕은 센스까지 없네.”

“지금 카델의 곁엔 아무도 없을 거야. 혼자 마왕을 상대하고 있겠지.”

“뭐? 왜? 왜 카델이 혼자 있는데?”

“우릴 이곳으로 보내기 전에 마왕이 그랬잖아. 카델과 단둘이 싸우고 싶다고.”

“몰라. 들은 기억 없어. 짜증 나네, 정말!”

마왕이 무어라 떠들어 대던 것은 기억나지만, 온 신경이 카델에게 집중되어 있어 내용을 알아듣진 못했다. 그깟 마족의 수다보다 카델의 하얀 얼굴에 새겨진 상처의 개수를 세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으니까. 한결같은 라이돈의 뻔뻔함에 말을 관둔 요젠이 단검을 움켜쥐었다. 어느새 온전한 형체를 갖춘 분신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놈을 죽이면 마왕의 본체에도 타격이 가겠지. 당장 여길 벗어나 카델 경을 찾는 것보다, 분신을 해치우는 게 더 도움이 될 걸세.”

“내 생각도 같아.”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카델을 찾겠다고 눈앞의 위험 요소를 방치할 순 없다. 선두로 나서는 엑토의 뒤에서, 요젠이 나지막이 말했다.

“절대 방심하지 마. 우리가 상대했던 분신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가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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