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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메리드 트러블 (20)화 (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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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결혼식이 끝났다.

‘이 새끼, 무슨 생각이지.’

위스는 그대로 궁인들에게 끌려가 다시 씻었다.

예식 한번 하고 씻어 내려고 아침부터 그 난리를 피운 셈이다. 그러나 위스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전하. 이 가운은 이걸 당기면 벗겨져요.”

“대공께서 헤매시면 이렇게 슬쩍 푸세요.”

궁인들은 신신당부를 하고 나갔다.

위스는 그제야 생각에서 벗어나 거울을 봤다. 그는 황당할 정도로 얇은 가운 차림이었다.

‘이 꼴을 하고 그놈을 만나라고?’

옷의 기능을 못할 듯한 외관이었다. 옷을 걸쳤는데도 피부가 비치고 있었다.

궁인들이 무슨 생각으로 입혀 놨는지 알 만했으나, 앞으로 일어날 일은 궁인들의 기대와 상반될 것이다.

위스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옷차림이 중요한 게 아니지.’

-당신의 속셈을 알고 있습니다.

위스의 ‘속셈’이라고 할 만한 거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걸 위스가 자신의 침실에서 호위에게만 말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들었군.’

복도에서 느꼈던 인기척.

위스의 착각이 아니었다. 그때 그곳에 대공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를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필요한 건 대책이었다. 위스는 머리를 헝클며 머릿속으로 그날의 대화를 복기했다.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말하지 않았어.’

팔라틴 내전 같은 소리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대공이 들은 건 호위 기사의 아부에 위스가 맞장구를 친 그 부분일 것이다.

-그분 완전 전하께 넘어가셨던데요.

-나도 알아.

‘이건…… 문제가 되겠군.’

귀족이란 자존심밖에 없는 족속이다. 당장 테오도어가 길길이 날뛰며 ‘내게 이런 모욕을 주다니’ 하고 난리 친대도 이해할 만했다.

‘여차하면 한 대 맞아 주자.’

위스는 각오하고 침실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섰다. 구슬을 이어 놓은 주렴이 방과 방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주렴을 옆으로 밀치고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했다.

테오도어는 침대에 걸어앉아 있었다. 캐노피가 내려온 침대는 첫날밤에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쓸데없이 낭만적이라는 데서 그랬다.

탁자 위의 촛불이나 피어오르는 향, 꽃과 도자기 장식까지 신혼부부 침실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스는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테오도어는 두 손을 깍지 끼어 쥔 채 무릎에 올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오셨군요.”

‘넌 왜 벗고 있냐.’

테오도어는 상반신을 탈의한 채였다.

위스는 그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체격이 훌륭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옷 아래 감춰져 있던 근육은 상상 이상이었다.

‘맞으면 골로 가겠군.’

위스는 맞아 줄 계획을 폐기했다.

“왜 더 들어오지 않으십니까?”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침대의 주인은 전하이시지 않습니까. 편한 곳에 앉아 주십시오.”

테오도어는 위스의 손을 잡고 침대로 끌어당겼다. 위스는 목을 형틀에 거는 기분으로 그의 곁에 앉았다.

침대가 엉덩이 아래서 출렁거렸다. 쓸데없이 푹신한 침대라 위스의 몸은 테오도어에게 미끄러졌다. 두 사람의 허벅지가 붙었다.

테오도어는 잠시 위스의 차림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춥지 않으십니까? 한잔 드릴까요. 서머는 술이 달군요.”

“……예. 주십시오.”

위스는 받아서 단번에 마셨다. 술기운이 오르자 정신이 들었다.

‘때려 죽이진 않을 모양이군.’

위스는 여러 차례 결혼했고 그만큼 배신당했다. 그는 자신을 배신한 동맹을 가만두지 않았다. 그러나 테오도어는 위스처럼 보복하진 않을 모양이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어쩌면 위스와 호위의 대화를 제대로 못 들었는지도 모른다.

“들었으니까요.”

“……무엇을요?”

“왕국을 위해 저를 유혹하셨다고. 잘 되어 가고 있다고 하셨지요.”

위스는 혀를 깨물고 싶었다.

‘다 들었잖아.’

“그건 그냥…… 호위를 놀려 먹으려고 한 소리였습니다.”

“놀리려고요.”

“예. 다들 그 정도 허세는 부리지 않습니까? 종자에게 훌륭한 주인처럼 보이고 싶어서 괜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건 제 잘못입니다.”

위스는 자신의 잘못을 축소한 뒤, ‘그런데 너도 내 말을 멋대로 엿듣지 않았냐. 너도 잘못했고 나도 잘못했으니 이 얘기 그만하자’는 논리로 끌고 가려고 했다.

테오도어는 순순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통하나?’

“괜찮습니다.”

‘알겠다’가 아니라 ‘괜찮다’다.

테오도어는 위스의 손을 여전히 잡고 있었다. 그가 위스의 손가락에 깍지를 끼며 웃었다.

“저와 결혼하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셨을 테니까요.”

“……대공.”

위스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저를 이용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위스는 입을 다물었다. 테오도어의 말 때문이 아니라 행동 때문이었다.

그는 위스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간지러운 감촉이 손의 부드러운 살을 누르다가 위로 올라왔다. 위스는 긴장해서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입술이 닿을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굳었다. 얇은 가운은 올리는 대로 잘도 딸려 올라갔다.

테오도어는 팔의 오목한 부분을 지나 팔뚝 안쪽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간지럽고, 이상했다. 그가 어디까지 올라가려는지 알 수 없었다.

위스는 저도 모르게 팔에 힘을 주었다. 몸이 뒤로 빠지자, 테오도어에게 잡힌 팔도 스륵 빠져나왔다.

그러나 멀리 도망치진 못했다.

“……전하께서는 원하시던 대로 제 부인이 되셨습니다. 부인의 책무를 하셔야지요.”

테오도어가 말했다.

순간 위스는 힘이 빠져 늘어졌다.

온몸에 열이 올랐다. 흰 피부에 열감이 올라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피부가 따끔거린다. 작은 숨에도 움찔움찔 반응하고 있다.

예민해진 피부는 그의 다리에 닿는 이불의 감촉조차 자극으로 느끼고 있었다.

뺨에 닿은 테오도어의 가슴이 단단했다. 숨을 쉴 때마다 작게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그것조차 간지럽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위스는 자신이 테오도어의 옷을 꼭 쥐고 있다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이거, 뭐…….”

“아, 향이…….”

커다란 손이 위스의 등을 감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테오도어는 위스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향이 너무 달아서,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데…….”

테오도어가 중얼거렸다. 취한 사람 같았다.

“……좋군요.”

위스는 테오도어에게 깔린 채 그의 옷자락만 잡고 있었다.

감각에 휘둘리던 머리에 약간의 판단력이 돌아왔다.

‘페로몬.’

이 남자는 알파다.

그리고 위스미아는 오메가였다.

위스는 그게 어떤 인종인지 머리로는 이해했다. 그러나 인간 대다수는 베타였고, 위스 자신도 그랬다.

알파와 오메가가 서로의 페로몬에 끌린다는 것도, 이론상으로 듣고 ‘그렇군’ 하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끌리는 게 아니라…….’

끌려가는 것이다.

위스의 감각은 강제로 개화됐다. 지금껏 추위를 모르던 인간이 그게 추위라는 걸 알게 된 것처럼, 위스는 알파의 페로몬에 노출되고 깨달았다.

몸이 멋대로 떨리고 저절로 반응했다. 기분이 이상하고 몸이 너무 이상해서, 이게 그거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위스에게 페로몬은 냄새가 아니라 통증이었다. 피부가 강제하는 어떤 감각이었다.

위스가 몸을 움츠리자, 테오도어는 부드럽게 물었다.

“추우십니까?”

“으으응……. 아파. 아니……. 추워.”

위스는 신음했다.

피부를 쓸어내리는 손길이나, 가볍게 닿는 입술이 너무 이상했다. 그를 괴롭혔다.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는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다. 몸이 떨려서, 춥다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테오도어가 한숨을 쉬었다.

“따듯하게 해 드릴까요.”

“응…….”

“이렇게요?”

테오도어의 손길이 허벅지를 쓸었다. 아플 정도로 꽉 쥐었다가 위로 올라갔다.

위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목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눈앞이 번쩍였다. 희게 밝아졌다 까맣게 점멸했다.

“좀 더…….”

“좀 더?”

“더, 만져 줘…….”

테오도어는 손을 멈췄다. 위스가 눈을 뜨고 항의하려는 순간, 그가 입을 맞췄다. 위스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혀가 위스를 달랬다. 조급한 느낌은 전혀 없이 위스가 나른해질 정도로 안을 쓸고 있었다.

한없이 기분 좋고 부드러운 느낌은 위스가 한숨처럼 신음을 내는 순간 거칠어졌다.

“……전하.”

“잠…….”

위스는 침대 헤드에 밀어붙여진 채 테오도어를 받았다. 그가 하는 대로 넋을 잃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가 모든 걸 삼키게 뒀다. 그 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랐다.

테오도어는 위스의 입술을 짓씹고 떨어졌다.

“……헉.”

그 통증 때문에 위스는 약간 정신이 돌아왔다.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면 안 됐다.

테오도어는 미치지 않고서는, 맨정신으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뭐……!”

위스는 가운이 다 흐트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미칠 듯이 부끄러워서 그는 닥치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테오도어의 커다란 손이 위스의 뺨을 문질렀다. 그대로 다시 입 맞췄다.

위스는 가운을 여미다 말고 넋이 나갔다. 테오도어의 손이 피부를 녹일 듯이 뜨거웠다.

“흑…….”

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갔다. 맹세코 위스의 의지가 아니었다.

위스는 자기 귀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이 몸은 쓸모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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