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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메리드 트러블 (61)화 (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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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뭐, 이게 뭐 하는…….”

“마법사가 우리 편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병사들이 당황해서 지휘관을 쳐다봤다. 그러나 지휘관인 시저 남작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비켜 주세요, 여러분. 저는 피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사무엘이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가 다 죽어 가는 사람처럼만 보이지 않았어도 병사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했을 터였다.

“마법사가 배신했다. 마법사를 잡아! 퇴로를 막아라! 대공 부부가 못 나가게 해!”

부관이 명령했다.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따랐으나 먼저 내린 명령부터가 문제였다.

사무엘을 지키던 인형들이 고개를 들었다.

우중충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 사이로 무언가 희끄무레한 형체가 떨어져서, 병사들은 우박인가 싶었다.

“어…….”

그 구체의 크기가 컸다.

점점 커지더니 제정신으로는 지켜볼 수 없는 크기가 됐다.

“으…… 으아아아악!”

“피해!”

쾅! 쾅! 쾅!

사람만 한 크기의 우박이 병사들을 짓이겼다.

사무엘의 마법 범위 안으로 접근한 병사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자연 현상을 바꾸는 수준의 대마법은 마법사 한 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세상은 마법사들이 다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사 수백 명이 모이면 가능할 거예요……. 저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아무도 저희를 건드리지 않겠죠?

사무엘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모아 마법을 가르치는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폐하께서도 후학을 양성하셔야죠. 마법사들에게도 좀 다정하게 대해 주시고요. 다들 폐하만 보면 도망치잖아요.

-어. 너나 열심히 해라.

위스는 마법의 재능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사실 위스도 후학 양성을 해 보려 하긴 했지만…….

-따라 해 봐.

-……예?

-왜 못 하느냐?

-…….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 놈들을 보고 있으면 뭐랑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위스는 자신이 나쁜 선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교육도 천성적으로 맞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말한 대로 성공했군…….’

사무엘의 생각은 옳아서, 마탑은 누구도 적대하지 않는 집단이 되었다.

교육받은 마법사들을 모아 저런 대마법의 운용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마법사들을 모아 만든 연구 시설에서 결국 인형술을 발전시키지 않았는가?

인형이 펼치는 정교한 대마법이 왕의 군대를 압살했다.

위스는 몽롱한 정신으로 그 모습을 보다 물었다.

“네 형의 병사들은 구하지 않느냐?”

“농담할 기운이 있으시군요. 더 말하지 마십시오. 신관을 부르겠습니다.”

테오도어가 위스를 품에서 추스르며 말했다.

그때 인형 하나가 다가와 위스 앞에 무릎 꿇었다.

테오도어는 인형을 단칼에 베어 버리려 했으나, 위스가 막았다.

인형의 손에서 흰 빛이 나와 위스의 몸을 재생시켰다.

흘린 피가 채워지고 쓸린 상처에 새살이 돋았다.

‘후.’

사무엘의 특기는 회복 마법이었다.

잘린 혀를 재생시킨 이후 그는 복원과 회복 연구에 몰두했다.

무엇도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를 전장으로 끌어낸 건 위스였다.

사무엘이 말했다.

“가세요, 폐하. 이 사람들은 걱정 마시고요.”

“어.”

위스는 더 할 말이 없었다.

테오도어가 그를 안고 달렸다.

“대공이 달아난다!”

“잡아!”

“몸으로 앞을 막아!”

달려드는 병사들은 단칼에 떨어져 나갔다. 나머지는 테오도어를 볼 정신도 없었다.

그들은 폐궁을 빠져나가 궁을 둘러싼 숲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숨 돌릴 시간이 생겼다.

테오도어가 물었다.

“저 마법사는 누구입니까? 예전에 알던 분입니까?”

“어.”

‘300년 전쯤 알던 놈이다.’

그렇게는 말할 수 없었다.

“옛 애인입니까?”

“너 눈이 이상한 거냐, 머리가 이상한 거냐?”

테오도어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수십 기의 인형을 상대하고도 피부에 상처 하나 없었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보이는 부분뿐이었는지 말에 나사가 빠져 있었다.

안 그래도 열이 받아 있던 터라 위스는 테오도어의 멱살을 잡았다.

“미친 게 아니냐? 거길 뛰어들긴 왜 뛰어들어? 맞으면 죽겠다고 감이 안 오더냐?”

“그러는 전하께선 여길 왜 오셨습니까? 위험한 곳 같지 않으셨습니까?”

화가 난 정도로는 테오도어도 만만치 않았다.

“팔라틴 왕이 널 위해 함정을 파 놨다는데 그럼 무시하고 자야겠느냐?”

“주무셨어야죠.”

“어. 넌 꼭 그래라.”

“이런 함정이 절 해치겠습니까? 절 해치는 분은 전하십니다. 전하께서 자리에 없는 것을 보고 심장이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테오도어는 한숨을 쉬더니 위스를 끌어안았다.

위스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었다.

“전하께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으셨으면 제가 무사했겠습니까?”

“무사하지 않을 이유는 또 뭐냐…….”

“얄밉게 굴지 마십시오.”

“…….”

“제 걱정 때문에 끌려오신 겁니까?”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민망한 마음이 들었으나, 역시 할 말이 없었다.

위스의 마법사 놈이 살아 있었고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비밀을 그놈을 따라가 들을 필요는 없었다.

남이 준비한 전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는가?

위스가 어떤 판단도 하지 못하고 달려간 이유는…….

-팔라틴 왕이 파 놓은 함정이 궁금하면 따라오세요. 알려 드릴게요.

‘역시 맛이 갔군…….’

위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테오도어가 위스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다신 그러지 마십시오.”

‘이놈이 할 말인가?’

대마법으로 뛰어든 놈이 저만 할 말이 많았다.

위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했다.

“네놈이나 조심해. 자꾸 누굴 대신해 죽으려 드는 거냐?”

“죽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무사하지 않습니까?”

“웃기지 마라. 네가 대단해서 무사한 줄 아느냐? 마법이 적중했다면 넌 내 눈앞에 없었어!”

“제가 나약해서 전하께 걱정을 끼쳐 드렸군요……. 더 정진하겠습니다.”

‘이 성실한 기사 놈이…….’

위스는 테오도어를 노려보다가 멱살을 놓았다.

이놈이 이렇게까지 강해진 게 팔라틴 왕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서였다.

“테오.”

“……예, 전하.”

“마법사를 보내 저곳에 함정을 준비한 건 네 형이다. 그놈이 널 팔라틴으로 부른 이유는 확실히 환영을 위해서는 아닌 것 같구나.”

“예.”

테오도어는 조용히 대답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변화가 없었는데도 위스는 가슴이 찔린 듯했다.

‘알 거 다 아는 놈이. 왜 상처는 받고 그러냐. 착해 빠져서.’

“어디까지 강해지면 그놈이 너를 노리지 않겠느냐? 네 안전이 너의 노력에 달린 문제이겠느냐? 목숨을 내놓고 뛰어들지 말라는 내 말이, 이번 일에 한한 소리겠느냐? 너는 네 목줄을 그놈에게 쥐여 주고 살고 있지 않아. 나는 네 부모의 유언을 저버리고 가족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그놈은 너의 가족이 아니야.”

위스는 테오도어의 얼굴을 잡고 자신을 보게 했다. 테오도어가 우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테오도어는 푸른 눈으로 가만히 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스는 다시 말했다.

“그놈은 너의 가족이 아니야.”

“……예.”

“그러니 그놈을 가족으로 두고 싶다면 네가 나서는 것이 옳다.”

“예?”

제레미가 위스의 부인을 임신시키는 대형 사건을 일으킨 후, 왕국 안팎으로 그를 처형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사람들에게 제레미는 명예를 모르고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는 무능한 놈에, 형의 아내를 탐하는 놈이었다.

그 짓이 끔찍했던 이유는 위스를 우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스의 왕국은 그 개인의 명성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었고, 그가 악랄한 전쟁광이기 때문에 국경을 맞댄 나라들은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했다.

-제레미 님의 가벼운 성정은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폐하. 그것을 실수라고 하셔서는 안 됩니다.

-엄단하셔야 합니다. 그분은 폐하의 명예를 깎고 폐하께서 이룩한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고 계십니다.

위스는 결정해야 했다.

그는 제레미를 북쪽 탑에 가두고 생각했다.

‘제레미를 죽일 수는 없다.’

그대로 제레미를 처형대에 내건다는 생각만으로 위스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부터 위스는 제레미를 보살펴 왔다.

어리고 쓸모없는 동생을 굶주림과 혹사, 폭력에서 보호함으로써 위스는 노예 농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살아남아서, 제레미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

제레미는 그곳에서 탈출하겠다는 목표를 위스에게 만들어주었다.

-우리의 집을 갖자.

그 목표를 구체화시켜 준 사람은 테오였다.

위스는 결정했다.

제레미를 자신의 부인이었던 사람과 결혼시키고 그들의 사랑을 로맨틱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왕성 밖에 저택을 지어 그곳에 제레미를 유폐했다.

위스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레미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것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사고 치지 않기를 믿기에는 제레미가 너무도 방종했다.

-형. 내가 잘못했어! 내, 내가 미안해. 제발, 그러지 않을 거지……. 날 여기 두고 가지 마. 무서워…….

사실상의 평생 유폐였다. 위스는 제레미를 그곳에 가둬 두고 가끔 외출을 허락했다.

외출 장소는 서머가 아닌 곳이어야 했다.

서머의 귀족들은 제레미가 유폐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존재를 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제레미는 북국의 극장에서 습격을 받고 걷지 못하는 몸이 됐다.

위스는 생각했다.

‘그때 제레미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제레미를 유폐해, 그가 외출 때마다 어디든 가고 싶어 안달을 내게 만들지 않았다면.

제레미와 테오를 동시에 잃을 뻔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제레미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위스의 잘못은 제레미를 유폐한 것이 아니었다.

제레미의 외출을 허락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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