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유실 2부 1권-프롤로그 (9/28)

프롤로그

공기 중을 부유하는 먼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둥둥 몸이 떠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나는 언제부터인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곳에 있기는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와중에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느끼는 소리도 아니고 엉엉 우는 소리도 아니었다. 그건 그야말로 비명에 가까운 통곡이었다. 그 처절한 소리에 맞춰 조금씩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흐르며,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아주 열심히 어딘가로 달리고 있었다.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울음이 온몸을 때렸다.

더 빨리,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빨리 달려야 하는데 발이 자꾸만 밑으로 푹푹 꺼졌다. 숨이 턱 끝까지 차서 헐떡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쌓인 눈 속으로 뛸 때마다 발이 빠지고 있는 게 보였다.

눈? 눈이 왜 쌓여 있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자 갑자기 모든 것들이 이상해졌다. 나는 왜 달리고 있는 걸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여기는 또 어디고? 조금씩 뛰던 속도를 줄이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서자 우는 소리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대체 누가 이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데, 분명 그런데 자꾸만 초조해지고 불안해졌다.

두려움이 극에 다다르자 폐병 걸린 환자처럼 숨이 차기 시작했다.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덜덜 떨면서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두리번거렸다. 우는 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 소리가 우는 소리인지, 비명 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결국 꾹 다문 잇새로 작게 신음이 나오려는 순간, 누군가가 발목을 당겼다. 숨을 쉬는 것도 잊고 퍼뜩 고개를 숙이자 새하얀 눈은 온데간데없고 시커먼 어둠이 내 다리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다리를 털어 내고 발버둥을 치며, 떨쳐 내려고 안간힘을 써도 무리였다.

결국 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식됐다.

“선배.”

“…….”

“선배.”

시야가 부옇게 흐렸다. 온몸을 때리고 살갗 안으로 가시처럼 파고들던 비명과도 같았던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가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느리게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누군가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선배?”

“…….”

“선배, 일어났어요? 괜찮아요? 안 아파요? 선배, 선배.”

서서히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완전히 시야가 돌아왔을 때, 코앞에서 잔뜩 젖은 얼굴로 연신 선배를 부르는 사람이 보였다. 왜 이렇게 지치고 힘이 드는 건지,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가 없었다. 전속력으로 온 힘을 다해 탈진할 때까지 뛰다가 쓰러져 기절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배, 나 보여요? 나 누군지 알겠어요? 왜 그래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무슨 말 좀 해 봐요. 왜요? 어디 불편해요? 선배, 제발 무슨 말 좀…….”

“…….”

후드득 아래로 쏟아지듯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그제야 다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꺼칠꺼칠하게 메마른 입술이 따가웠다.

“아.”

“선배?”

“아아……. 아.”

“……선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온다는 걸 확인한 뒤에, 나는 더듬더듬 어색하게 말했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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