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밖엔 나가지도 않고 하릴없이 시간만 보냈다. 날짜 감각도 무뎌지고 밤낮이 바뀔 때도 많았다. 정우진은 가끔 일이 있다고 밖에 나가곤 했는데, 한 시간에 한 번씩 집으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으면 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했고, 그래도 받지 않으면 기어이 집에 와서 확인을 했다.
한번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거기서 잠이 든 적이 있었는데 커다란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일을 하러 나갔던 정우진이 당장 죽을 것처럼 숨을 몰아쉬며 집으로 온 거다.
표정이 얼마나 야차 같은지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혼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우진은 나를 보더니 화는커녕 오히려 안심하듯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감기 걸리니까 빨리 나오라는 말을 한 뒤에 내 머리까지 다 말려 주고 나서야 다시 일하러 나갔다.
씻느라 방치해 둔 핸드폰을 뒤늦게 보자 부재중이 40개도 넘게 들어와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전화벨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떨렸고, 빨리 받지 않으면 또 정우진이 헐레벌떡 뛰어올 것만 같아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전화 한 번쯤은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건데 혹시라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내가 뭔가 커다란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반대로 벨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불안했다. 혹시 내가 못 들었나? 아니면 진동이나 무음으로 해 뒀나? 그런 생각도 들고, 늘 한 시간을 주기로 전화가 오다 보니 때에 맞춰 연락이 오지 않으면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마치 내가 핸드폰의 노예가 된 것만 같았다. 정말 개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일이 좀 늦게 끝날 거 같아요.
“천천히 하고 와.”
-밥 먹었어요?
“먹었지.”
-어떤 거요?
“아침에 네가 해 놓고 나간 거.”
-난 오늘 샌드위치 먹었어요.
“밥을 먹어야지, 그런 거 먹고 괜찮냐?”
-지금 배고파 죽겠어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별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때마다 정우진은 떼를 쓰는 아이처럼 칭얼거렸다.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는 뭘 했고, 뭘 먹었고……. 미주알고주알 떠들어 대는 걸 듣고 있다 보니 나도 할 말이 없어서 내가 뭘 먹었는지 그딴 것들을 떠들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이런 건 뭐 가족이나…… 아니면 사귀는 사이나……. 그럴 때나 하지 않나?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데 도대체 용건도 없이 전화를 왜 하냔 말이야.
이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 정우진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버럭 고함을 지를 수도 없고, 귀찮다고 솔직히 말하기에는 양심에 찔렸다.
어쨌든 정우진은 고작 같은 학교 선배인 나를 위해 잘 곳을 내어 주고 밥도 먹여 주고 있었으니까. 정우진이 위험하다고 하도 겁을 줘서 세뇌라도 당한 건지, 아니면 나도 무섭기는 한 건지 혼자 나가겠다고 하기에도 아직 불안했다.
일단 나는 나가서 갈 곳도 없었고……. 친구도 가족도 없고……. 그러니까 의지할 만한 곳이 단 한 군데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기억이 돌아온 것도 아니고.
정우진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오늘은 꼭 이 이상한 관계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고 마음먹고는 있지만 정우진이 항상 이상한 것만은 또 아니었기 때문에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솔직히 말하면 정우진이 과할 만큼 부담스럽게 행동하는 것만 아니면 특별하게 나쁜 점도 없었다. 물론 그 부담스러운 행동들이 가장 문제이기는 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이곳에 있기 위한 이유를 찾고, 나의 안일한 행동들을 옹호하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지금 뭐 해요?
내가 잠시 말이 없자 정우진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상념에서 벗어나 무릎 위에 놓여 있는 책을 보며 말했다.
“그냥……. 책 좀 보고 있었어.”
-무슨 책이요? 내가 사 준 거?
“난 기억 상실증에 걸린 거지, 유아 퇴행이 된 건 아니거든?”
정우진이 며칠 전 책을 보라며 동화책 전집을 사 왔다. 거실 구석빼기에 쌓여 있는 60권짜리 전집을 떠올리며 질색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일해야지.”
-나 그냥 일 그만둘까요?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닌데.
“너희 어머니가 부탁하신 일이라며?”
-그건 그런데……. 아, 잠깐. 선배, 나 가 봐야겠어요. 밥 굶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밖에 나갈 일 있으면 나한테 꼭 전화해야 해요. 제 번호 말고 다른 번호로 전화 오면 그냥 받지 말고, 또 씻다가 욕조에서 잠들지도 말고.
“그래, 빨리 가 봐.”
-선배.
“왜.”
잠시 전화기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적적한 침묵에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나지막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 싶어요.
“…….”
목소리가 너무 절절해서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과하고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건 보통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정우진이 동화책 전집을 사 왔을 때처럼 쉽게 생각해 보려고 했다. 좀 특이한 면이 있는…… 그런 인간이라고 말이다.
경보음처럼 울려 대는 위화감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한 박자 늦게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아침에 봤잖아.”
-다섯 시간이나 못 봤잖아요.
“됐고, 빨리 가 봐. 지금 누가 부르고 있는 거 아니야?”
희미하게 정우진을 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계속 반복되는 부름에도 정우진은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들려요?
“들리지, 그럼 안 들리냐?”
-다음엔 밖에 나가서 통화해야겠다.
“뭐든 간에 아무튼 빨리 가 봐. 저 사람 목청 터지겠다.”
-알았어요. 일 끝나면 바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내가 조그맣게 알겠다고 대답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굉장히 작고 또 이상한 소리였다. 나는 끊어진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소리가 왠지 정우진이 전화기에 대고 뽀뽀를 한 것 같은 소리였으니까.
“…….”
사실 이런 적이 한두 번 아니었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정우진은 정말 특이하고 또 이상한 놈이었다. 그게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화기를 내려놓고 또 그렇게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
기억은 쥐꼬리만큼도 돌아온 게 없었다. 이대로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며칠만 더 있어 보고 학교에 복학해도 되겠냐는 얘길 넌지시 꺼내 봐야겠다. 아니면 간단한 일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대로 계속 집에 있다간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하고 싶은 걸 정우진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지?
왜 정우진한테 먼저 이야기를 하고 허락받아야만 내가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
씨발.
“……아.”
모르겠다. 나는 양옆으로 고개를 세차게 흔든 뒤에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 * *
몸을 뒤척이다 천천히 눈을 떴다. 사방이 어두웠다. 어느새 해가 졌나 보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걸 보니 또 악몽을 꾼 듯했지만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이런 일이 하도 많아서 이젠 그러려니 했다.
나는 눈을 껌벅이다 몸을 뒤척였다. 정우진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
아, 목말라. 머리도 아프고 몸도 찌뿌듯하고.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부릅뜨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들추니 다리 사이가 부풀어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어기적어기적 욕실로 갔다.
설마 기억나지 않는 꿈이 악몽이 아니라 야한 꿈이었나? 아니, 굳이 꿈이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퇴원한 뒤로 한 번도 뺀 적이 없으니 슬슬 이럴 때도 됐겠다 싶었다.
불을 켜자 욕실이 확 밝아졌다. 눈이 부셔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다시 어기적어기적 안으로 들어갔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찝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문득 웃음이 났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건 내가 자위하는 방법을 잊지 않은 거다. 만약 내가 도어 록이나 전화기를 잊어버렸던 것처럼 이런 쪽으로도 기억을 잃었더라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술을 마신 것처럼 머릿속이 몽롱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다. 눈을 반쯤 뜨고 욕조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바지를 살짝 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귀찮았는데 막상 하려니까 또 머리에 열이 오르기는 했다.
솔직히 좀 어이없기는 했다. 기억을 잃고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 주제에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게……. 이래서 남자는 하반신 생물이라고 하나? 아무튼 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도로 가라앉힐 수도 없고 그냥 정우진이 오기 전에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가장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눈이 부시다. 너무 오래 잤나, 그것도 아니면 자다가 울었나? 눈이 왜 이렇게 시큰한지 모르겠다.
“이런 씹.”
멍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기한 성기를 쥐자마자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손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뜨거운 물로 좀 씻을까. 그냥 샤워하면서 뺄까. 아, 귀찮은데. 어쩌지? 근데 손이 너무 차갑다. 이제 보니까 손만 차가운 게 아니라 발도 차갑고 전체적으로 좀 추운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었다. 물이 받아지는 동안 느리게 옷을 벗고 반쯤 물이 차오른 욕조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바깥을 향하게 욕조 난간에 걸터앉아 슬쩍 다리를 벌렸다. 빨리 빼고 씻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이 세차게 나와 욕조 안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래서 그런지 반사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소리나 살이 마찰하는 소리는 딱히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이 불편한 생리 현상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암만 흔들고 지랄을 해 봐도 뭔가 딱 이렇다 할 반응이 크게 오지 않았다. 나오라는 정액은 나오지도 않고 쿠퍼액만 줄줄 흘렀다. 갈 곳을 잃은 쾌감이 터져 나오지 못하고 몸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위를 해도 기분은 점점 더러워지기만 했고, 무엇보다 제일 좆같은 건 자꾸만 가슴이 근질거리는 것이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나는 숨을 내뱉고 반대쪽 손으로 슬쩍 가슴을 쓸었다.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 팔이 움직인 것이다.
“으응.”
미적지근하고 미끌거리는 손가락에 가슴이 닿자마자 허리가 튀어 올랐다. 하마터면 욕조 뒤로 넘어갈 뻔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반만 서 있던 성기에서 선액이 줄줄 나오고 있었다.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성기를 보다가 다시 손을 올려 가슴을 만졌다.
“흐.”
이런 씨발…….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미친 것처럼 성기를 흔들고 반대쪽 손으로 가슴을 만졌다. 만지다가 꼬집기도 하고 밀어 올리기도 했지만 아프기는커녕 눈앞에 별이 반짝거렸다. 반밖에 서지 않았던 성기도 지금은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뻣뻣하게 서 있었다.
이제,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윽, 읏! 하으, 아…….”
가슴을 만지고 있던 손이 죽 미끄러졌다. 배꼽쯤에서 배회하던 손이 바짝 선 성기를 훑고 골반에 닿았다. 내 손이 마치 내 것이 아닌 듯했다. 골반을 배회하던 손가락이 천천히 엉덩이 쪽으로 향했다. 엉덩이를 지나 손가락이 꼬리뼈에 닿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화들짝 놀라 치켜들고 있던 고개를 내리고 꾹 감고 있던 눈을 떴다.
“…….”
“…….”
문가에 기대서 날 바라보고 있는 정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
“…….”
팔짱을 끼고 문에 기댄 채 날 바라보는 정우진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귀신같은 얼굴을 멍청하게 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욕조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는 당황해서 아까 벗어 던져 놨던 바지를 찾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네가 왜……. 아니, 너 일은, 어, 언제부터…….”
구석에 내팽개쳐 놨던 바지를 주워 들고 입으려 했지만 이리저리 돌려 봐도 발을 넣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들고 있던 바지로 앞을 가렸다.
“선배가 욕할 때부터요.”
“뭐?!”
내가 버럭 소리 지르듯 되묻자 정우진이 문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선배가 욕할 때부터 있었어요.”
이런 씨발, 그럼 처음부터……. 발밑으로 피가 빠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어색한 상황을 헤쳐 나갈지 고민하며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려다 깜짝 놀랐다. 내 양 손바닥은 조금 전 거시기를 잡고 흔드느라 불쾌하기 짝이 없는 액체들이 엉망으로 묻어 있었다. 사색이 된 얼굴로 슬금슬금 손을 뒤로 숨기려다가 앞을 가리고 있던 바지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때 정우진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뒷걸음질을 쳤지만 욕조에 가로막혀 어디로 도망갈 곳도 없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정우진이 앞을 가리고 있는 바지를 힐끗 보며 말했다.
“못 하겠어요?”
“뭐? 아니, 나가. 야, 나, 나…….”
“선배, 앞으로만 못 가요.”
“으악!”
정우진이 앞을 가리고 있던 바지를 빠르게 낚아챘다. 그리고 그걸 제 뒤로 던져 버렸다. 어떻게 막을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 나는 순식간에 알몸이 됐다.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정우진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내 어깨를 꾹 눌러 다시 욕조 난간에 앉혔다.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쳐 봐도 헛수고였다.
“야! 이거 놔!”
“잠깐만요.”
“야! 씨발, 놔! 이거 놔! 놓으…….”
정우진이 내 어깨를 꾹 누르고 있던 손 말고 반대쪽 손을 들어 제 입에 넣었다. 갑자기 제 손가락을 쭉쭉 빨고 혀로 핥는 정우진을 보며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입만 쩍 벌렸다. 정우진은 제 바지가 더러워지는 건 상관없다는 듯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슬쩍 들어 새카만 눈동자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타액으로 질척해진 손가락 두 개를 입에서 빼내자 기다란 실이 생겼다.
“뭐……. 너, 뭐…….”
“어떻게 하는지 잘 보세요.”
“뭐, 아, 잠, 싫…….”
젖은 손가락이 내 엉덩이 사이를 꾹 눌렀다. 내가 파드득 놀라자 정우진이 내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들어 내 뒷목을 끌어당겼다. 허리가 앞으로 숙여져 그의 손가락이 더욱 들어가기 쉬운 자세가 됐다. 정우진은 벌벌 떨고 있는 내 턱에 입을 맞췄다.
“가르쳐 줄 테니까…….”
“아윽……!”
손톱 끝이 뒤를 파고들었다.
“우선 손가락을 적셔야 해요. 그냥 넣으면 아프니까…….”
“하, 하지, 씹……, 아!”
“젤이 있으면 그걸로 적셔도 되고……. 선배는 여기가 되게 작아서 안 풀어 주면 금방 찢어지거든요.”
“아으…….”
손가락 하나가 어느새 다 들어왔다. 그 이물감에 절로 도리질이 쳐졌다.
“처음엔 하나만……. 선배, 듣고 있어요?”
“이, 씨발……. 개새끼가……. 게, 게이 아니라고……. 윽!”
끝까지 들어와 있던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정우진을 지지대인 양 꼭 붙잡고 있었다.
“선배 게이 아니에요.”
“으으, 씨발……. 너 빨리, 빼, 그거, 좆같, 씹……!”
“그냥 여기로 하는 걸 엄청 좋아하는 거예요.”
“으앗!”
안쪽이 꾸욱 눌리면서 긁혔다. 내가 뒤로 넘어갈 듯 진저리를 치자 정우진이 날 붙잡았다.
“좀 풀리면 하나 더…….”
“하, 하지 마, 정우진, 그만, 하지, 으읏!”
“하나 더 넣고……. 넣을 땐 천천히 넣어야 돼요. 말했다시피 선배 여기 엄청 작거든요.”
“씨발놈아, 그, 흑!”
“손가락이 두 개밖에 안 들어갔는데 완전 빠듯해. 그새 꽉 다물어졌네요.”
뒤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뜨거워서 죽을 것 같다. 손가락이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좀 진정이 되면 이제 천천히 움직이세요. 구부렸다 폈다, 이렇게……. 천천히 넣었다 뺐다, 이렇게요.”
“읏, 아으으! 아……!”
“그러다가 더 괜찮아지면, 여기…….”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나는 최선을 다해 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으아악!”
손가락 끝이 어느 한 점을 문지르자 순간 눈앞에서 별이 튀었다. 아까 내가 젖꼭지를 비틀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이건 훨씬 더 엄청났다.
“여기예요. 선배가 느끼는 데.”
“하, 하지 마, 하, 으응!”
“여길 꾹꾹 누르면서……. 이거 봐요. 금방 터질 것처럼 부풀었잖아요. 아까 자지만 잡고 흔들 때랑은 다르죠?”
“힉……!”
정우진이 내 성기를 휘어잡았다. 기다랗고 하얀 손가락이 내 성기를 훑고 귀두 쪽을 긁었을 때 나는 고개를 쳐들고 사정했다. 나는 내가 사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아, 아으…….”
부르르 몸을 떨며 사정하고 있는데 항문을 빠듯하게 채우고 있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숨을 헉 들이켜자 정우진이 젖은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 뒤로 젖혔다. 그러더니 내 손등을 감싸서 내 손가락을 내 뒤 쪽에 갖다 댔다.
“이제 혼자 해 보세요.”
“……뭐?”
뿌연 시야 사이로 정우진이 제 입술을 핥고 있는 게 보였다.
“아직 서 있잖아요. 한 번 더 하면 가라앉을 거 같은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뿌연 정액에 뒤덮인 성기가 아직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어서요.”
정우진이 재촉하듯 말했다.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조금 전 그의 손가락이 들어가 있던 뒤쪽을 꾹 눌렀다. 그러자 쑤욱 하고 손가락 하나가 들어갔다. 윽 소리도 내지 못하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손을 흔들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정액 범벅이 된 성기를 잡고 흔들고, 반대쪽 손으론 항문을 지분거리면서 혼자 자위에 빠져 있는 날 보며 정우진은 격려라도 하는 듯 연신 내 눈가며 이마, 뺨, 그리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제 하나 더 넣어 보세요.”
“읏……. 헉, 아으!”
“넣었어요?”
“흑, 아……. 아으, 모, 못하겠……. 힉!”
정우진이 벌벌 떠는 내 손등 위로 제 손을 겹쳤다. 그러곤 성기를 잡고 흔들던 내 손을 들어 길게 핥는다. 정액이 엉망으로 묻어 있는 손이었다.
“할 수 있어요. 천천히 넣어 보세요. 아까 제가 풀어 줬잖아요.”
“흐……. 으아, 윽. 헉, 으응……. 아윽!”
머릿속이 멍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귓가에 맴도는 다정한 목소리만 날 움직이게 했다. 정우진이 시키는 대로 벌어지지 않는 항문에 손가락 하나를 더 넣었다. 반쯤 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부르르 떨면서 숨을 멈추는데 정우진이 내 등을 쓸었다.
“숨 쉬어요.”
“헉…….”
그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숨이 쉬어졌다. 숨을 헐떡이며 다시 손에 힘을 줬다. 손가락 두 개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우진은 인내심 있게 기다리다가 기어이 손가락이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잘했어요.”
“헉……. 흑, 흐윽.”
“아까 제가 만져 준 데 기억해요?”
“아으……. 으, 시, 싫, 잠깐……. 이제…….”
“거기 만져야 사정할 수 있어요.”
“모, 못하겠…….”
“선배, 나 없을 땐 자위 안 할 거예요? 혼자 있을 때도 하려면 지금 연습을 해 놔야죠.”
내가 어깨를 움츠리자 정우진이 다시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손에 묻어 있는 정액을 전부 핥아 먹고 손바닥 깊숙이 입을 맞췄다.
“움직여 보세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
“아, 안 할래, 못하겠어, 이제 못……!”
벌벌 떨면서 손가락을 빼내려고 하는데 정우진이 내 허리를 끌어안고 손가락이 들어가 있는 항문 주변을 쓸었다. 내가 퍼득 떨자 정우진이 빠듯하게 벌어져 있는 항문에 제 손가락을 비비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잠깐, 잠깐만, 싫……!”
“쉬. 선배, 괜찮으니까…….”
“싫어, 싫어, 안, 으아아!”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을 것 같던 항문이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항문 안으로 들어와 있던 내 손가락에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얽혔다. 내가 앞으로 쓰러지려는 걸 잡아 준 정우진이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것처럼 움직여 보세요.”
“하윽, 하으……. 헉, 아, 아프, 아파, 아……. 아파, 그만, 헉……!”
“안 아파요. 지금 완전 다 풀려서 말랑말랑해요. 괜찮으니까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결국 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가만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뒤를 쑤시던 그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에 닿았다. 내 손가락을 천천히 쓸다가 휘감을 땐, 손가락이 구부러져서 허리가 퍼득 떨려 왔다.
찌걱찌걱, 젖은 소리가 머릿속을 그득하게 메웠다.
“읏, 헉……. 아, 아으, 거기, 싫, 으응.”
“여기 좋아요?”
“힉!”
“선배, 여기 좋아요?”
“아, 으아, 아으, 윽. 흐아……. 하윽, 헉!”
죽을 것 같았다. 온몸의 성감이 극도로 올라 내 등을 쓰다듬고 있는 그 다정한 손길에도 살갗이 간지러웠다. 이젠 정우진이 뭐라고 하는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찌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데, 정우진이 내 귀를 깨물었다.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었다가 귓구멍까지 혀를 넣어 핥았다. 그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선배, 지금 사정하고 있어요.”
나는 내가 성기는 만지지도 않고 뒤로만 사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 * *
두 번의 사정을 끝으로 난 완전히 축 늘어졌다. 정우진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날 끌어안고 한참 동안 달래듯 내 등을 쓸었다. 숨이 진정이 되고, 뿌옇던 시야도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멍청한 얼굴로 입을 벌린 채 허공만 보는데, 정우진이 내 등을 안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 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 감촉에 미간을 좁히는데 아린 항문이 벌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몸을 꿈틀거리자 정우진이 내 눈가에 입을 맞췄다.
“다쳤나, 안 다쳤나 확인하는 거예요.”
“하지 마…….”
“많이 힘들어요?”
난 지금 신체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든 거다. 안개가 낀 듯 흐리던 눈앞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하니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막막하기만 했다. 정우진은 내가 게이가 아니라고 했고, 단지 뒤로 하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 말에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 혼자 자위할 때와는 다르게 정말 뒤를 쑤실 땐 눈앞이 번쩍거리면서 침을 질질 흘릴 정도로 좋아했으니까.
“윽.”
항문을 만지던 손가락 끝이 조금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진저리를 치며 어깨를 움츠리자 정우진이 다시 내 눈가에 입을 맞췄다. 나도 몰랐는데 아까부터 계속 울고 있었나 보다.
“좀 부었네요.”
“그만 좀…….”
“선배.”
“하지 마. 이제 그만…….”
“또 섰어요.”
그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두 번이나 했는데 성기가 다시 단단하게 서기 시작했다. 이미 반쯤 발기된 시뻘건 성기를 보며 나는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정력이 좋았나? 아닌데?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많이 쌓였었나 봐요. 아까 정액도 엄청 진하고 끈적거리던데…….”
“…….”
“하긴, 퇴원한 후로 한 번도 한 적 없죠?”
귓가에 망치질을 하듯 때려 박히는 난잡스러운 말에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하면서 온몸에 힘이 빠졌다. 어쨌든 나는 두 번 다시 뒤를 쑤시면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깐 뭔가에 홀려서 그렇다 쳐도 지금은 정신이 이렇게 멀쩡한데…….
거기까지 생각하다 문득 내 앞에 있는 게 정우진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난 지금 정우진이랑 뭘…….
“힘들면 저한테 기대세요. 제가 할게요.”
“……너 솔직하게 말해 봐.”
“네?”
정우진이 내 목덜미를 살짝 물었다가 놓으며 말했다. 나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나 기억 잃기 전에도 우리가 이랬던 적 있어?”
“뭘요? 섹스?”
“이런 씨발. 너 나랑 그 짓거리도 했어?”
나는 그냥 서로 딸 쳐 준 적 있냐고 물은 건데, 섹스라니? 경악하는 내 얼굴을 보며 정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이 하얘졌다. 질끈 눈을 감는데 찰칵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정우진이 바지 버클을 풀고 있는 게 보였다.
“너 뭐 하는 거야?”
내가 하얗게 질려서 사색이 된 채 묻자 정우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섹스 하면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무슨 개소리……. 너 아까부터 섹스, 섹스 하는데. 야! 하지 마!”
“나 지금 죽을 거 같아요.”
“하지 말라고!”
“한 번만 할게요.”
“이 씨발놈이!”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아니, 씨발 이 상황에서 내가 거절하는 게 두 번 하는 게 싫어서 거절하는 것처럼 보이나? 아니, 씨발 한 번이든 두 번이든 그냥 싫다고, 씨발!
온 힘을 다해 정우진을 밀어내느라 입 밖으로 욕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밀리면 이 자리에서 혀 깨물고 뒈지겠다는 각오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정우진을 밀어내고 발로 차고 머리끄덩이를 잡아 뜯었다.
하지만 정우진 이 미친놈은 힘이 세다는 세상의 공식이 사실이었다는 듯 그리 어렵지 않게 나를 제압해서 타일 바닥 위에 눕혔다. 온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 했지만 정우진은 쉽게 날 놔주지 않았다.
“안 아프게 할게요. 딱 한 번만.”
“무슨 소리야, 이 개새끼야! 못 해. 안 해, 안 한다고!”
“아까 좋았잖아요. 선배, 잠깐만…….”
정우진이 갑자기 흥분한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놀라 숨을 쉬는 것도 잊고 정우진을 쳐다봤다. 허여멀건 귀신같던 얼굴은 어느새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거짓말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고……. 진짜로 저질러 버릴 것만 같은 미친 새끼의 얼굴이었다. 내가 기겁해서 잠시 멈칫하는 사이 정우진이 한 손을 밑으로 내려 거대하게 발기해 핏줄까지 돋은 흉물스러운 성기를 꺼냈다. 내 것보다 두 배는 큰 것 같은 크기에 나는 경악했다.
저, 저걸 지금 넣는다고? 어디에? 저걸 어디에 넣어?
자의도 아닌 타의로 남의 거시기 같은 걸 봤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지금 정우진이 저걸 내 몸 안에 넣으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저, 정우진. 너 그거 지금…….”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이제 화도 나지 않았다. 욕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이 난관을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만 하는 건지, 이 개좆같은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 나가야 할지 그게 걱정이었다.
마치 죽기 전 주마등처럼 머릿속으로 온갖 재난 극복 상황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씨발…….”
“…….”
그때 정우진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나지막하게 욕을 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사납게 치켜뜬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정우진이 천천히 성기를 흔들었다. 이미 잔뜩 젖어 있던 성기가 쿨쩍이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숨을 헉 들이켠 채 한마디도 못 하는 날 보며 정우진이 지금, 자위를 하고 있었다.
날 깔아 눕히고 내 위에서.
“이, 이 새끼가, 지, 지금, 뭐…….”
“가만히 좀……. 나 지금 죽을 것, 아…….”
그때였다. 몇 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내 배와 가슴 위로 정액이 튀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계속……. 그냥 계속 줄줄 흘렀다. 마치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었다.
씨발, 무슨 녹은 쭈쭈바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뭐에 홀린 것처럼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하느님을 찾았다.
이제 다 나온 것 같은데도 커다랗게 발기한 성기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보다 훨씬 더 흉흉하게 보일 뿐이었다.
진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야, 정우진.”
“그냥 우진이라고 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정우진이 인상을 썼다. 날 타박하는 그 목소리에 어이가 없어졌다. 나는 최대한 이성을 되찾으려 애쓰며 차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장난 아니고, 나 진짜 못하겠으니까 비켜.”
“왜요?”
하지만 어린아이의 순진한 질문처럼 쉽게 되묻는 소리에 머릿속 혈관 하나가 터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기는 씨발아, 싫은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리고 그거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 나 진짜 죽을 거 같거든?”
내 진지한 말에 정우진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얄밉게 웃었다.
“안 죽어요. 제가 많이 넣어 봐서 알아요. 선배는 기억 잘 못 하겠지만.”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인지 순간 숨이 턱 막혔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내 의견을 강력히 전달했다.
“그때의 난 지금이랑 달라.”
“몸은 똑같잖아요.”
하지만 정우진은 또다시 너무나도 쉽게 말했다. 나는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정우진은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자꾸만 너무 쉽게 말하니까 평정심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씨발, 몸은 똑같다는 건 진짜 맞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야, 씨발, 진짜……. 이, 일단 좀 비켜 봐. 난 지금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너무 버거워.”
“선배 게이 아니라니까요. 그냥 뒤로 하는 걸 좋아하는 거예요.”
“그게 씨발, 게이지! 그게 게이 아니면 뭐, 야!”
그때 정우진이 내 다리를 들었다. 엉덩이가 들릴 정도로 몸이 반으로 접혀서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우진이 내 다리를 제 어깨 위에 걸치더니 고개 숙여 내 입술을 깨물었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쑤셔 주면 좋아서 질질 쌌어요. 선배가 내 좆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요?”
“뭐? 좆……. 뭐, 이 씨발, 뭐?”
밥은 뭐 먹었냐고 물을 때와 똑같은 목소리였다. 정우진은 그렇게 뻔뻔한 목소리로 저딴 말을 쉽게도 지껄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너무 당황해서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도 힘들었다.
단정한 얼굴을 하고 좆이라는 말이나 해 대는 정우진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이게 꿈만 같았다. 저게 정말 내가 아는 정우진 맞나? 저 새끼가 왜 저래? 원래 저런 놈이었어? 내가 당황하는 사이 정우진이 내 몸에 튄 정액을 그러모아 제 손에 묻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정액으로 질척한 손을 내 엉덩이 사이로 가져갔다.
“나 진짜 못 하겠……. 아니, 안 한다고!”
“그렇게 하기 싫어요?”
“싫, 아!”
하기 싫다고 하면 안 할게요, 라고 말할 것 같은 얼굴로 정우진이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처음과는 달리 무리 없이 들어간 손가락은 금세 두 개로 늘어났다.
“윽, 이 개새끼…….”
“그렇게 싫으면 선배가 입으로 빨아 줄래요?”
“뭐? 아, 씹, 그만. 아윽!”
“근데 지금 기억을 잃어서 어떻게 빠는지도 다 까먹었겠네요. 일단 한 번만 하고 어떻게 빠는지 가르쳐 드릴 테니까 그럼 그때 빨아 주세요.”
“지금 무슨 헛소리, 으! 아, 좀! 씨발, 거기 싫……. 흣!”
욕실이라 그런지 소리가 울렸다. 찌걱찌걱, 물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다시금 머릿속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옹송그리고 벌벌 떨기만 하는 날 보며 정우진이 숨을 내쉬었다.
“손가락 두 개로 찔러 줘도 이렇게 좋아서 환장을 하는데…….”
“흑, 아! 아윽, 읏!”
“선배, 지금 질질 싸고 있잖아. 싸지 마요. 내가 넣을 때까지 참아요.”
“그만, 거기 좀, 그, 흐윽, 응……!”
손가락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귓가에 웅웅 울리는 젖은 소리가 한참 동안 계속됐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내가 숨을 들이켜자 정우진이 내 무릎 뒤로 손을 넣어 날 반으로 접었다. 무릎이 가슴까지 닿았다.
“너 뭐, 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벌어져 있던 항문에 뜨겁고 물컹한 게 닿았다. 그건 혓바닥이었다. 젖은 지렁이처럼 내 뒤를 핥고 빨던 혓바닥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면서 천천히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축축하게 젖어서 벌어진 항문이 미친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윽, 아, 아으, 헉……. 아으으!”
쭙쭙, 빠는 소리와 할짝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빨아 삼키기라도 할 듯 거세게 흡입하면 뜨거운 살덩어리가 점막에 닿았다. 어쩌다 이라도 닿으면 꼬리뼈가 시큰거려서 항문이 크게 벌렁거렸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난 그저 우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폐병에 걸린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집요하게 구멍을 빨던 혓바닥이 떨어졌다. 눈물이 질질 나와서 자꾸만 앞이 뿌옇게 보였다.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데 정우진이 손을 뻗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내 손을 치웠다. 뿌연 시야 사이로 잔뜩 흥분한 정우진이 보였다. 당하고 있는 건 난데 정우진은 나보다 더 헐떡이고 있었다.
“윽!”
그때 풀릴 대로 풀린 뒤로 손가락 두 개가 불시에 들어왔다. 잔뜩 몸을 움츠리자 정우진이 눈물로 젖은 내 얼굴을 핥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작아요?”
끊어질 듯 작은 목소리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눈에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다시 질끈 감는데 정우진이 눈가를 핥았다. 꾹 닫힌 눈가를 비집고 벌려서 혓바닥으로 눈알까지 핥았다. 뜨겁고 물컹한 혓바닥이 눈알을 쓸고 떨어지자 신기하게도 앞이 보였다.
“여기 왜 이렇게 작냐고요.”
“씨발, 좀……. 아.”
“한 3, 4일 계속 쑤시면 가만히 내버려 둬도 벌어져 있을 것 같은데.”
“응, 읏……. 힉!”
손가락 하나가 더 들어왔다. 내가 다시 눈을 감자 정우진이 귓가에 속삭였다.
눈 떠요.
“넣을 땐 힘 푸세요. 뺄 땐 조이고. 다시. 선배, 다시. 그래, 그렇게.”
“윽, 하으, 으아. 아으! 읏, 아, 시, 싫……. 으하!”
“잘하고 있어요. 이렇게만 하면 돼요. 이따가 손가락 말고 자지 먹을 때도 이렇게만 하면 돼요.”
“자, 잠깐만. 잠깐, 읏, 아, 잠……! 씨발, 빠, 으! 빠르, 아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천천히 움직일 때도 겨우 뒤를 벌리고 조였는데 속도가 빨라지니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게 뭐가 빨라요, 나중엔……. 아, 선배. 그냥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내가 쑤실 땐 그냥 내 이름만 불러 주세요. 네?”
“흑, 아! 잠, 히익!”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부르르 몸이 떨렸다. 축 처져 있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춘 정우진이 내 골반을 억세게 잡아 왔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자 정우진이 웃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니 뭔가가 벅차올랐다. 뭔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극한까지 몰려 숨이 막혀 왔다.
“천천히 할 거예요. 겁먹지 말고……. 내 목에 팔 둘러요.”
엉덩이 사이로 뭔가가 닿아 왔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 골을 비비고 있는 게 느껴지자 소름이 돋아났다. 그게 뭔지 알면서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아니, 씨발, 이게 뭐야? 야구 방망인가? 저게 어떻게……? 이걸 도대체 무슨 수로……. 아니, 저걸 어떻게 넣냐고, 씨발. 기인 열전도 아니고, 개씨발, 진짜! 이건 말도 안 돼……!
“흑…….”
갑자기 너무 서러워져서 우는 소리가 나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진은 미친놈 같은 눈깔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선배, 내 이름이 뭐예요?”
“으으읏!”
구멍이 점점 벌어진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 이상 벌어질 수가 없을 것 같은데도 자꾸만 벌어졌다. 이대로 몸이 반으로 쪼개질 것만 같았다. 정우진이 힘 풀라는 소리를 계속했지만 몸에 들어간 힘이 풀리지 않았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겐 이 시간이 마치 영원 같았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인 것만 같아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입을 벌린 채 우는 날 보던 정우진이 벌어진 내 입 속으로 제 혀를 넣었다. 눈물처럼 줄줄 흐르는 타액을 모조리 빨아 마시고 혓바닥이며 입천장을 죄 핥았다.
“다 들어갔어요.”
“허억!”
그제야 숨이 터졌다. 정우진은 잘 참았다며 내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하얀 불빛과 하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하얗고 까만 정우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와 목에 팔을 감고 있는 내 손이 보였다. 갈고리처럼 세워져 그의 등에 피를 내며 깊숙이 박혀 있는 내 손가락이. 하얀 피부와 새빨간 피가 선명하게 대조되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점점 멍해지는 날 현실로 되돌린 건 얼굴 위로 툭 떨어진 물이었다.
“선배.”
뚝 떨어진 눈물이 또다시 내 뺨 위로 흘렀다.
“좋아, 어떡해, 선배. 사랑해요. 선배, 아, 너무 좋아…….”
정우진이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읏! 아, 자, 잠깐, 잠깐만, 우, 움직이지, 으아앗!”
정신이 확 들어 뒤늦게 외쳤지만 정우진은 이미 맛이 간 지 오래였다.
* * *
오줌을 싸는 것처럼 줄줄 흐르던 정액도 씨가 말랐다. 도대체 몇 번이나 사정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쥐어짜도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난 이미 체력이고 정력이고 방전이 됐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우진은 나완 달리 한 발 빼고 나니 정신이 좀 든 건지 멀쩡하기만 했다.
“그, 그만, 헉! 아, 안 돼, 거기 싫, 으앗! 아, 아, 아윽!”
쑤실 때마다 쩔꺽쩔꺽 소리가 났다. 정우진은 내 귓가에 끊임없이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난 씨발, 죽을 것 같은데. 저 씨발놈은 양심도 없는 또라이 새끼가 분명했다. 어떻게 안에 사정할 수가 있는 거지? 그것보다 한 번만 한다던 놈이 벌써 세 번이나 하고 있었다.
“씹, 윽, 아, 으, 으아, 아, 개새, 흑! 아, 싫, 씨발, 거기 그만, 헉!”
퍼억, 안쪽까지 처박혔다.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정액이 퍽 튀었다. 정액을 뒤집어쓴 것처럼 엉망이 된 배와 가슴 위로 다시 뜨거운 정액이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정우진이 사정했다. 안쪽에서 뜨겁게 퍼지는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선배, 사랑해요.”
“으……. 아.”
“사랑해요. 진짜 너무 좋아해요.”
“헉, 흐윽, 아……. 아흑, 히이익!”
빠듯하게 채우고 있던 성기가 빠져나갔다. 동시에 뒤에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그게 정우진이 싸질러 놓은 정액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건 생존 본능뿐이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몸을 뒤집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아니면 난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
살겠다는 일념하에 벌벌 떨면서 뭔지도 모를 것으로 범벅이 된 바닥을 기어가는데 정우진이 내 허리를 붙잡았다.
“흐아악!”
주륵 끌려가 그대로 다시 박혔다. 팔에 힘이 빠져 엉덩이만 치켜든 채로 몸을 벌벌 떨고 있는데 정우진이 내 뒷목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눈물이 날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한 번만 더 할게요.”
“이 씨발……. 너 아까도, 읏!”
“진짜 딱 한 번만.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정말.”
“그만. 개새끼야, 나 진짜……. 헉, 으, 주, 죽을 거…….”
“안 죽어요.”
정우진이 느리게 허리를 돌릴 때마다 찌걱찌걱 물소리가 났다. 노를 젓듯 느린 움직임에 다시 뒤가 벌벌 떨려 왔다. 이젠 감각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항문이 제 기능을 상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죽기 살기로 다시 팔에 힘을 줘 앞으로 기어 나갔다.
“아, 안 돼. 그만……. 이제, 싫, 으읏!”
“마지막이에요.”
“읏, 으, 아, 아윽……! 힉, 아, 아, 아응! 아, 잠, 흑! 흐어엉…….”
“선배, 내 이름 불러 주세요.”
“으엉……. 히익, 아! 흑, 으아……! 그만, 우, 우진아, 그만, 으아앙!”
다시 주르륵, 끌려가 꼬챙이에 꽂히듯 박혔다. 엉덩이며 허벅지며 무릎,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목 놓아 우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정우진은 다정하게 속삭이면서도 추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접합부에서 나는 물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커졌다. 이젠 아예 물이 튀듯 철벅철벅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 제발, 그만 좀, 아윽! 아, 우진아, 우진아, 나, 주, 죽어, 죽을 거, 아흑!”
“선배, 자꾸 우니까…….”
“하으, 으…….”
조금씩 천천히 움직임이 멎었다. 내 골반을 잡고 있던 정우진이 손을 뻗어 바닥에 엎어져 있는 내 얼굴을 매만졌다. 그의 손이 내 턱을 들었다. 고개가 쳐들려 눈을 뜨자 거울 앞에 내 얼굴이 비쳤다. 눈을 커다랗게 뜨는데 거울 속에서 제 입술을 핥고 있는 정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강간하고 있는 거 같잖아요.”
“으아앗!”
다시 퍽, 소리가 나게 박혔다. 거울에 적나라하게 비치는 모습이 꼭 야동 같았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내 턱을 꽉 잡고 있는 손 때문에 움직이지가 않았다. 내가 고개를 팍 옆으로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자 정우진이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나는 타일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흐느꼈다. 뒷목에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흑…….”
“울지 마세요, 진짜 한 번만 더 하고 안 할 거예요.”
“흐윽, 흐어엉…….”
“선배.”
“어어엉……!”
티끌만큼 남아 있던 체면이고 뭐고 그런 건 이제 다 사라졌다.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멈추지 않고 밀려들어 오기만 하는 쾌감에 머릿속이 엉망이 됐다.
내가 애처럼 목 놓아 울자 날 부르던 정우진이 내 뒷목에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엎어져 있는 내 어깨와 허벅지를 잡더니 그대로 몸을 돌렸다. 찌거걱, 소리를 내며 접합부에서 소리가 났다. 몸이 돌아갈 때까지 나는 숨도 쉬지 못하고 꺽꺽거렸다. 완전히 몸이 돌아가자 정우진이 날 일으켜 세워 제 무릎 위에 날 앉혔다. 더 이상 들어올 수 없을 것 같던 성기가 내 몸무게를 더하자 더욱 안쪽까지 들어왔다.
“울지 마세요.”
“헉……. 으아!”
“살살 할게요. 많이 아파요?”
“흐어어어엉!”
그걸 씨발, 지금 질문이라고 하나? 이 새끼가 귀가 먹었나? 욕을 바가지로 하고 싶었지만 힘들어서 욕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욕하는 대신 잔뜩 쉰 목으로 악을 쓰듯 대성통곡했다.
이건 정말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진짜 나는 이대로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좆같게도 이 상황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정우진뿐이었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텔레파시를 보내며 내가 어깨에 얼굴을 박고 울자 정우진이 내 머리와 등을 쓸며 토닥였다.
“울지 말고 내 이름 불러 주세요.”
“흐어엉, 어, 윽! 힉, 아, 잠깐, 흐이익!”
“금방 끝낼게요.”
이 새끼 진짜 돌았나? 보통 이럴 땐 그만하겠다고 해야 되는 게 정상 아니냐?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밀려오는 쾌감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은데, 자꾸만 정우진이 내 입 속에 제 혀를 넣었다. 입술을 빨고 내 혓바닥을 빨며 턱까지 질질 흐른 침까지도 빨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삽질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온몸이 성기가 된 것 같았고, 백 년 정도 시간이 흐른 것도 같았다.
“내가 빨리 싸 줬으면 좋겠어요?”
“흑, 아, 아흑! 흐엉, 아흐윽!”
“선배, 쌀까요?”
미친 것처럼 흔들리면서 나는 정신없이 말했다.
“싸, 빨, 응, 헉! 아, 잠, 빨리, 빨리, 으아앗! 흐, 아읏, 흑! 빨리, 제, 제발, 아, 나 죽, 흐아앙!”
“빨리 싸요?”
“흐어엉, 우진, 정우진, 빨, 아윽! 싸, 싸, 빨리, 싸 주, 히이익!”
콱 틀어박힌 성기에서 정액이 퍽 터졌다.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가 다시 시커멓게 변하다가 폭죽이 터지듯 번쩍거렸다. 고개를 쳐들고 벌벌 떠는 내 입술에 키스하며 정우진이 줄줄 사정하면서 뭉근하게 허리를 돌렸다.
“선배.”
“허윽…….”
“선배도 갔어요?”
“으……. 흐아…….”
“싸지도 않고 갔어요?”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나는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정말 이대로 죽는구나 싶은 기분이었다. 개씨발 새끼라고 욕을 할 정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