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은 어려서부터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남보다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고, 남들이 헤맬 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잘했다.
그녀는 인생을 관통하는 진리조차도 남들보다 한 박자 빨리 깨달았다. 때로는 눈치가 빠른 게 모든 일을 해결하는 열쇠가 아니라는 것 또한.
왜냐하면 눈치가 빠르다 해서, 최적의 답을 도출해 냈다고 해서, 제 딴에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길로 걸어가게 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랬다.
특정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해서 어떻게 공략해야 그 사람의 빈 곳으로 파고들 수 있을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건 아니었다. 한마디로 변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얘기다.
상대방의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연애는 특히나 더 종잡을 수 없었다. 두 번의 연애로 그 사실을 혹독하게 깨달은 것은 수진이 겨우 스물셋이 되었을 때였다.
아, 연애 좆까. 안 해. 술 먹다 말고 귀찮다는 듯 말하는 수진을 본 친구들은 지랄한다고 했지만, 딴에는 진심이었다. 길이 보이는데, 그 길로 걸어가지도 못하고 꼴사납게 넘어지는 일은 그만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타고난 성정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수진은 여전히 눈치가 빨랐고, 그건 제 연애, 나아가서 남의 연애를 지켜보는 데도 그러했다. 심지어 수진의 예상 적중률은 꽤 높았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차디찬 수진의 혹평을 들으며 질질 짜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은 수진을 찾아와 미주알고주알 연애 상담을 했다. ‘이 사진은 못 나왔는데’하고 친구가 우물쭈물 내미는 사진 한 번 보고, 메신저창에서 남자가 입 터는 것 좀 보고, 둘이 데이트하며 생긴 에피소드 몇 번 들으면 견적이 나왔다.
걔가 어떤 애고, 널 어떤 마음으로 만나고 있고, 상처받는 건 누가 될지.
대규처돌이: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