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1
프롤로그
“으읏……. 읏, 힉.”
출근 시간의 만원 버스 안에서는 오메가의 신음 소리만 들렸다. 오메가석에 앉은 오메가는 항문에서 움직이는 딜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커브 길마다 깊게 들어가는지 작게 신음을 내뱉었고 작은 소리였으나 베타와 알파들은 오메가를 경멸하듯 응시하였다.
“조금만 천천히…… 천천히 해 주세요. 제발요.”
또 다른 오메가는 알파에 의해 오메가석에서 일으켜졌다. 그다음 바로 알파의 성기를 받게 된 오메가는 알파에게 애원하였다. 직장인인지 알몸에 넥타이를 맨 오메가는 뒤에 박는 알파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일반 좌석에 앉은 사람의 몸에 손을 대고 말았다.
“오메가 주제에 어디다 손을 대는 거야, 재수 없게.”
“죄송합니……으읏……다.”
알파로 인해서 생긴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메가를 비난하였다. 아무도 이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메가에게 이런 취급은 당연했다.
버스에서 내린 서하는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 점심 메뉴를 생각하면서 걷던 서하는 뒤에서 부르는 승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승언은 달려와서 서하의 어깨를 두들겼다.
“서하야. 못 들었어?”
“형 미안, 나 잠시 딴생각하느라 그랬어.”
예의 바르고 다정한 승언은 전교 회장으로서 교우와 교사들 사이에서 좋은 이미지를 형성했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영민한 머리까지 모두가 승언이 알파로 발현할 거라고 예측했다.
“오늘 무슨 특강한다고 연속 수업이래요. 형은 무슨 수업인지 알아요? 고등학교 2학년이 마지막이라고 잘 들으라고 했는데?”
승언은 서하의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까먹은 서하의 머리를 헝클이며 설명해 주었다. 서하는 자신의 머리를 정리하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좋게 알려 주면 끝나는 것을 왜 머리를 망가뜨리고 그래요.”
“그걸 까먹으면 어떡해. 오늘 졸지 말고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정부는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세 형질에 대한 수업이 필수로 진행되게끔 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진행하여 오메가에 대한 인식을 낮추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고등학교 2학년은 형질이 결정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도 있었다.
승언과 헤어진 서하는 교실로 들어왔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프린트물을 나눠 주었다. 1교시임에도 불구하고 장난치거나 조는 학생들은 없었다.
“다들 프린트물 받았죠? 지금부터 오메가의 만행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매년 들어왔겠지만 고등학교 3학년은 실행하지 않으니 사실상 형질이 결정되기까지 마지막 수업입니다. 모두들 잘 듣도록 하세요.”
「인간은 알파, 오메가, 베타로 구성되어 있다. 세 형질의 인간은 서로를 도우면서 살았고 사람들은 행복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세 형질은 균형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베타의 수는 인구의 80%가 되었으며 인구의 15%는 오메가, 5%만이 알파였다.
베타는 베타끼리만 자손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알파와 오메가는 두 사람의 형질이 다를 경우에만 자손을 생산할 수 있었다. 알파는 선천적으로 체격이 크고 힘이 강했으며 오메가는 체격은 작았지만 머리가 비상했다.
오메가들은 불만이 생겨났다. 알파들의 페로몬에 휘둘리는 자신들을 인정할 수 없었고 알파를 발아래 두고자 했다. 힘으로는 알파에게 패할 것이 분명했기에 하등한 형질이라고 폄하하며 여론을 조성했다. 비상한 머리로 세상을 발전하는 시키는 데 반해, 알파는 힘이 기준이고 야만적이라고 본능적이라 하였고 베타들 역시 알파에게는 힘으로는 안 되어 오메가에게 힘을 실었다.
결국, 알파는 오메가와 베타에게 배척을 받아 밀려났고 오메가의 자손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었다. 그렇게 오메가는 세상을 위한 귀중한 존재로, 베타는 그런 오메가를 지지하는 세력이 되었다.
오메가들은 알파를 마음껏 함락했다. 옷을 금지하고 가축 아니, 가축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 목에 목줄을 달아 끌고 다녔으며, 다과회에 가 알파의 성기 모양과 굵기를 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알파보다 못하였다면 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알파가 아무리 빌어도 오메가는 냉정했다.」
“오메가는 진짜 왜 사냐.”
“자, 거기 수업 중에 떠들지 말고.”
교사는 수업 중간에 끼어든 학생을 제지시키고 수업을 재개하였다.
「오메가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렀다. 오메가와 알파가 한 쌍임에도 불구하고 알파와 알파의 관계를 종용했다. 평가를 낮게 받은 알파에게 벌을 주겠다며 다른 알파들에게 던져 주었다. 오메가와 신체 조건이 다른 그들은 고통스러워했지만 오메가들은 그 모습을 유희 삼아서 즐겼다.
아이를 가지고 싶은 오메가들은 품종이 우수한 짐승을 고르듯 알파를 보았다. 손이 묶인 알파를 방 안으로 들이고 향을 풀었다. 오메가의 향을 맡은 알파의 몸이 반응했으나 오메가는 그 모습을 비웃기 바빴다. 알파의 물건을 만지며 괴로워하는 물건을 즐겼다. 묶인 알파를 침대 위에 쓰러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관계를 맺으며 즐긴 오메가는 씨를 품고 난 뒤에는 망설임 없이 알파를 내보냈다.
머리 쓰는 일이 많은 오메가는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했고 알파의 몸은 때리기에 안성맞춤이라 체벌을 자행했다. 근육이 잘 짜여 있고 튼튼했으며 큰 체격의 알파를 때린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오메가도 더러 있었다.」
“자, 다음은 오메가의 만행을 당한 알파의 일기를 수록한 부분입니다. 모두 잘 읽어 두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회초리와 채찍으로 알파의 가슴, 엉덩이, 허벅지를 양껏 때렸다. 손이 아플 때는 다른 알파를 불러서 때리게 하였다. 알파들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도 맞는다는 사실에 회초리로 최선을 다해 때렸다. 그러나 야속한 주인은 맞은 알파를 풀어 주고 자신을 묶기 시작하였다.」
“맞은 만큼 복수해도 된단다.”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이 맞게 되었다. 주인은 맞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고, 이전에 맞은 알파는 맞은 것에 분노가 상당했는지 자신의 항문까지 때렸다. 맞아 본 적이 없는 곳을 맞으니 참을 수가 없어 주인님께 빌었다.
“제발 뭐든 하겠습니다. 그만…… 그만 때려 주세요.”
“뭐든 하겠다는 말 정말이니?”
그러겠노라 대답하는 자신에게 주인님은 풀어 주라고 했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주인님은 손에 강아지 꼬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꼬리의 앞은 딜도였다. 자신에게 꽂을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은 방금까지 항문을 맞아 왔다. 저것을 꽂는다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올 것이다. 애원했으나 주인님은 오히려 웃어 보이며 옆에 알파에게 넘겨주었다.
알파는 자신에게 다가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딜도를 넣었다. 메마른 곳에 한 번에 넣어진 딜도로 숨을 쉴 수 없었다. 아파서 눈물이 절로 흘렀다. 그러나 주인님은 멈추지 않았다.
“지루하구나. 얘, 너도 하지 않을래? 넌 귀여운 고양이로.”
“제가…… 재밌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어디 해 보라는 주인님의 제스처에 옆의 알파는 나에게 꽂혀 있는 딜도를 붙잡고 앞뒤로 움직였다. 마찰이 일어나 고통스러웠고 몸을 움직여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알파는 어깨를 누르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결국 찢어졌는지 아픔과 함께 질척질척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런 우리 강아지가 생리 기간이었구나. 끝날 때까지 기저귀를 차고 있으렴. 그리고 너는 이 아이의 주인이 되어서 잘 보살펴 주렴.”
주인의 말에 옆의 알파는 행복해하였으며 자신은 일주일 동안 치욕스러운 생활을 하였다. 배설 행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다른 알파들마저 나를 비웃고 막 대하기 시작하였다. 밤이 되면 그들은 나를 탐하였고 내 구멍에 그들의 것을 넣었다. 또 그들은 나의 것이 필요 없다며 때리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오랜 세월 알파들은 비난을 받고 살다가 혁명을 일으켰다. 힘을 합치니 작은 세력으로도 알파는 오메가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오메가들은 향락에 눈이 멀었으며 쾌락에 빠져 방지책을 세우고자 하지 않았다. 그들의 장점이었던 비상한 머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상황의 흐름을 파악한 베타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였다.
“오메가들은 더러운 존재이니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합니다.”
베타의 말을 들은 알파의 왕은 고민하였다. 그리고 이내 사람들에게 공포하였다.
“오메가들은 비상한 머리를 이용하여 군림해 왔으나 더 이상 비상한 머리도 없으며 그저 몸의 쾌락만을 느끼는 존재로 전락하였다. 이에 왕으로서 오메가들은 더 이상 인권이 없는 존재로 규정한다.”
이 말을 끝으로 오메가의 왕은 혁명을 일으킨 영웅의 노예가 되었다. 오메가들은 반발하였으나 알파들과 베타들에 의해서 꼼작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자신들의 노예가 주인이 되고 자신들이 노예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오메가들은 기본적으로 한 명당 알파 3~4명을 가지고 있었다. 오메가들이 했던 것처럼 알파들 역시 오메가를 벗기고 때리고,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신체적 조건이 열악했던 오메가들은 알파와 달리 급속도로 사망하기 시작했다. 이에 알파의 왕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자손을 낳기 위해서라도 오메가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이에 왕은 신에게 기도를 하였다.
“알파의 자손을 위해 오메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십시오.”
신은 알파의 왕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자 했던 오메가를 타락한 존재로 보았다. 왕의 기도를 끝으로 다음 해에 태어난 아이들에게서는 형질이 나타나지 않았다.
신체가 구성되기까지 알파, 오메가, 베타로 형질이 나타나지 않았고 모두가 안도했다. 알파라면 바로 빼앗기고 오메가라면 다른 곳으로 보내 버렸던 과거와는 달리 오메가는 자식을 성년까지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오메가의 수도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알파의 왕은 미성년일 때는 균등하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알파만을 가르쳤다. 신체가 건강한 만큼 더 오랜 시간 배우고 지식을 습득한 알파를 근간으로 알파의 왕은 오메가의 왕보다 더 빨리 세상을 발전시켰으며 신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평화로운 어느 날, 신이 왕에게 말을 걸었다.
“오메가는 꼭 알파와 오메가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베타 사이에서 태어난 오메가는 죄를 지은 오메가의 왕이니 후세에 알리도록 하여라.”
왕은 신의 말을 새겨듣고 후손들에게 오메가의 만행을 알리고자 이 기록을 남겼다.」
“자, 여러분 여기까지가 세 형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교사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오메가들은 필요 없는 존재라고, 존중할 가치도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오메가들은 과거에 죄를 지은 존재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여러분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 즉, 18살입니다. 형질은 만 19세에 결정이 되니 얼마 남지 않았군요. 형질은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은 바뀐 형질에 순응할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교사의 말에 친구들과 같이 야유했던 서하는 입을 다물었다. 만약 오메가로 발현된다면 미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장 오늘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만 하더라도 오메가들의 삶을 보았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오메가에 대한 대우가 많이 좋아졌답니다. 이제는 오메가도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죠. 저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을 다니던 와중에 오메가로 발현이 되면 바로 퇴학을 당했답니다.”
교사는 퇴학을 당한 것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사실은 저기서 끝나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제 막 발현한 소수의 알파가 오메가를 놓칠 리 없었다. 오메가는 안 좋은 일을 당하고서도 억울하게 퇴학을 당했을 것이다.
“오메가는 졸업을 해 봤자 머리가 좋지 않아서 일을 잘하지 못한답니다.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베타와 알파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그럼 오메가는 어디에 취직할 수 있나요?”
서하의 질문에 교사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웃었다. 웃음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그래도 알파들을 위해서 오메가는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명석한 두뇌는 잃었지만 그들은 알파들의 자손을 낳아 줄 수 있는 존재죠.”
그 말을 끝으로 종이 울렸고 교사는 반을 나갔다. 책상에 멍하니 앉아 있으니 민후가 다가왔다.
“서하야, 너는 안 무서워?”
“우리 집안사람 중에서 알파랑 오메가 전부 없어. 외가랑 친가 모두 베타야. 그러니까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서하에게 어깨동무를 한 민후는 집안에 오메가 한 명이 있다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예의상 웃어 보이며 민후의 팔을 치워 냈다. 인구의 80%는 베타임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속설로는 오메가는 체격이 작고 미모가 뛰어나다고 했다. 민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노을은 오메가 될 것 같지 않아?”
“뭐?”
“얼굴 예쁘잖아. 선천적으로 딱 오메가일 것 같아.”
옆 반의 노을은 민후의 말대로 체격이 작고 얼굴도 예뻐서 아직 발현도 전임에도 질 나쁜 애들한테 오메가 취급을 받았다.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노을을 무릎에 강제로 앉혀 희롱을 하였다. 그러나 본인은 딱히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학교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제재를 하지 않았다. 교사들도 이노을이 오메가로 발현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노을의 어머니가 오메가였기 때문이었다.
서하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은 어차피 베타임이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