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대학 생활 (2/6)

1. 대학 생활

어릴 적부터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던 서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 사범 대학으로 진학했다. 승언이 졸업하고 나선 연락을 한 적이 없었는데 같은 학교에 입학하여 멋지게 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노력의 결과로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첫 등교 날이 되었다.

모두들 1교시는 피하라고 했으나 국어교육과는 1교시가 전공 필수 과목이었기에 일찍 출발한 서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베타와 알파는 교통 카드를 태그하고 들어갔으나 오메가는 개찰구로 들어갈 수 없었다.

역무원에게 다가가 오메가증과 함께 오메가라고 말을 하면 소독약을 가져왔다. 오메가를 이용하는 알파의 건강을 위해서 오메가의 구멍을 소독하는 건 필수였다. 라텍스 장갑을 끼고 소독약을 가득 부어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휘저었다.

젊은 오메가는 많이 사용되지 않아 구멍이 좁기 때문에 보통 천천히 시간을 들여 소독을 했으나 나이가 많은 오메가가 오거나 밀릴 경우에는 한 번에 3개에서 4개의 손가락을 넣어 진행했다.

서하는 앞서가던 대학생이 역무원에게 다가가는 걸 지켜보았다.

“오메가입니다.”

“하……. 빨리하죠.”

대학생은 바지의 버클을 풀었으나 내리지는 못하고 망설였다. 수업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서하는 개찰구를 통과해 기둥에 기대 구경했다. 역무원은 대학생의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잡아 내렸다.

“흐읏.”

당황한 대학생이 몸을 앞으로 빼자 역무원이 곧장 엉덩이를 때렸다. 짜악거리는 마찰음에 개찰구를 통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대학생의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벌리게 한 역무원은 여성기가 없는 오메가임을 확인하고 항문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아 시간을 오래 잡아먹는 대학생에게 짜증이 났는지 역무원은 힘을 빼라며 엉덩이를 내리쳤다. 하지만 오히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 보조개가 파였고 더 꽉 물린 구멍에 역무원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더 이상 시간 소요하시면 바이브레이터로 바로 넣겠습니다.”

“제가…… 오늘 발현이 되어서 힘이 안 풀려요……. 너무…… 아파요.”

지하철이 2대가 지나갔으나 서하는 흥미로운 광경에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정면으로 보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훈수를 두는 사람은 없었다.

대학생의 구멍에 손가락은 넣은 역무원은 내벽 곳곳을 소독하였다.

“천천……히, 따가워……요. 이제, 그, 그만둬 주세요.”

대학생의 애원에도 역무원은 자신이 맡은 일만 묵묵히 소화했고 소독이 완전히 끝난 뒤에야 보내 주었다.

구경이 끝난 서하는 플랫폼으로 내려와 일반석과 노약자석, 오메가석으로 구분되어 있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짝수 칸 오메가석 좌석엔 서로 다른 크기의 바이브레이터가 달려 있었고 오메가는 통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반드시 자리에 착석을 해야 했다. 만약 착석하지 않은 오메가가 있다면 마음껏 다루라는 암묵적인 의미로 통용되었다.

옆 칸으로 자리를 옮긴 서하는 정부에서 배치한 공공 오메가와 눈이 마주쳤다. 홀수 칸에만 공공 오메가가 고정되어 있었는데 알파들은 취향에 따라 공공 오메가를 사용하거나 짝수 칸에 탑승하는 일반 오메가를 사용했다.

알파들만 오메가에게 박을 수 있었으나 베타들도 오메가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공공 오메가의 구멍에 배치되어 있는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해 보기도 하고 누가 오메가를 빨리 사정하게 하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

불법인 행위였으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히지만 않는다면 주의와 함께 넘어갔다. 그러나 오메가에게는 베타에게도 몸을 파는 존재라며 지하철 운행이 끝나고도 풀어 주지 않은 채 구멍에 애널 비즈와 진동기를 함께 넣고 유두에도 진동기를 함께 부착해 놓았다. 그 뒤 오메가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지하철에서 허리와 손이 고정된 채 첫 운행 시간이 될 때까지 몇 번이나 사정을 하게 된다.

기관사는 첫 운행을 하기 전 오메가를 풀어 주고 사정한 정액이나 흘린 애액을 핥아 먹게 했고 청소를 마치면 다시 허리와 손을 묶었다.

다시 짝수 칸으로 옮긴 서하는 승언의 연락처를 찾았다.

“형!”

[놀라라. 서하야,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형, 저 형이랑 같은 학교 합격했어요. 지금 학교 가고 있고요.”

기쁜 마음이 감춰지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서하가 대학교 후배가 되었다는 말에 승언은 점심을 사 주겠다며 3, 4교시가 끝난 후 후문에서 만나자고 했다. 전화를 끊기 싫었던 서하는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물어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싸구려처럼 박아 달라고 향 뿜는 거야?”

“네?”

“오메가면 조심히 행동해야지, 지하철에서 무슨 천박한 짓이야!”

“착각하신 거 같은데 저 오메가 아니에요…….”

승언과의 통화 중 소음이 들렸다. 알파로 보이는 중년이 아까 보았던 대학생에게 언성을 높였고 대학생은 오메가가 아니라며 부정했다. 우스웠다.

[서하야, 무슨 일 있어? 소란스럽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형 이따가 봐요.”

대학생이 앞으로 당할 일이 궁금했던 서하는 승언과의 전화를 끝마쳤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공간 전부 네 페로몬으로 가득 차 있구만.”

“진짜 아니에요…….”

“하.”

기가 찬 듯 웃은 중년 남성은 자신의 페로몬을 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방금까지 오메가가 아니라고 했던 대학생이 몸을 웅크렸다.

“제가 오늘 발현해서 향을 조절하는 방법을 몰라요. 제발 봐주세요.”

대학생은 이제 거의 빌기 시작하였다. 안타까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대학생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더러는 오메가를 처음 본다고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었다.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에 대학생은 떨기 시작하였다.

“학생, 우리 깔끔하게 가자. 이 아저씨도 출근 때문에 마냥 시간을 쓸 수가 없어요.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학교는 가야지. 학생 어디에서 내려? 그때 보내 줄게.”

중년 남성의 말이 끝나자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대학생은 남성을 밀친 다음 문을 향하여 달렸으나 문 앞에 서 있던 젊은 남성이 대학생을 나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놓아 달라는 부탁에도 붙잡은 손목을 놓지 않았고 문은 매정하게 닫힌 채 지하철은 다시 출발하였다.

중년 남성은 화가 났는지 대학생을 지하철 바닥에 던지듯 밀쳤다. 바닥에 부딪힌 소리가 컸음에도 걱정은커녕 대학생의 옷을 벗기는 데에만 급급했다.

“잘, 잘못했어요.”

“학생, 그러기에 처음부터 잘하지 그랬어.”

남성은 대학생의 사정을 봐주지 않은 채 곧바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으윽 제……바알……. 흐윽, 살……살 해 주……세요.”

대학생은 고통스러운지 바닥을 손으로 긁으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으나 남성은 오히려 더 흥분하였는지 대학생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히익!”

대학생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움직이지 못하고 발발 떨었다. 조심하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지하철을 탔다. 알파의 수는 적으니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년 남성이 알파인 것을 알자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승객들 모두 대학생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운 이벤트처럼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생을 붙잡은 젊은 남성은 휴대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찍지 말아 주세요……. 보지 마세요……. 하읏.”

“정신을 딴 데 두고, 아직 여유 있나 봐?”

중년 남성은 대학생의 배 밑으로 손을 넣어 들어 올렸다. 개가 교미하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중년 남성이 허리 짓을 크게 하자 대학생은 처음 받아 보는 성기와 정신적 충격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와, 대박 저 사람 울어.”

“찍어, 찍어. 이거 SNS에 올리면 대박이다.”

주위 사람들의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중년 남성은 허리 짓을 반복하다가 성기를 꺼냈다. 구경하던 서하가 끝난 건가 싶어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남성이 성기를 잡고 몇 번 흔들더니 대학생의 얼굴에 사정했고 예기치 못한 장면에 서하는 입을 막고 놀랐다.

“야해 빠진 오메가에게 딱 좋은 선물이지.”

정액을 뒤집어쓴 대학생이 사고가 마비된 것처럼 굳으니, 남성이 정액을 얼굴에 펴 바른 다음 가슴에다가 손을 닦아 냈고 그러고도 부족한지 대학생의 옷을 주워 손을 닦았다.

“학생, 다음부터는 오메가면 오메가답게 얌전히 앉아 있어. 내가 사람이 좋아서 이 정도에 넘어가는 거야.”

중년 남성은 말을 끝마치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대학생은 옷을 입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고개가 움직이니 정액이 코를 막고 입 속으로 들어갔다. 숨쉬기가 어려워서 히끅거리게 되었다.

서하가 역무원이라도 불러야 하나 고민하던 중 대학생이 나가지 못하게 붙잡았던 젊은 남성이 대학생에게 다가갔다.

“안심하세요. 저는 베타예요.”

베타라고 말한 젊은 남성은 대학생의 티셔츠와 카디건을 주워 입혀 주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 와서 왜 도와주는지 의문을 품었다. 대학생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젊은 남성은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들었고 대학생의 하의를 가방에 넣었다.

“저…… 제 바지를 왜 가방에 넣으세요? 저 주시면 제가 입을게요.”

젊은 남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과 함께 대학생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내 오메가석에 대학생을 앉혔다.

“흐윽, 으…….”

“오메가면 오메가석에 있어야지, 왜 통행을 방해하고 그래.”

순식간에 말투를 바꾼 젊은 남성은 오메가석에 앉힌 대학생을 사진으로 찍고, ‘오메가남이 통로 방해해서 제자리로 옮겨 줌’이라고 SNS에 업로드 하였다. 순식간에 댓글이 달렸고 대학생을 비난하는 말과 함께 남성의 선행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뒤덮였다.

젊은 남성은 고통에 몸을 떠는 대학생에 머리를 쓰다듬은 다음 좌석 옆에 배치된 리모컨의 스위치를 최상으로 올렸다.

“흐으……. 아앗. 하으윽, 제발…… 흣. 흐읏…… 아아앙!”

대학생은 좌석에서 일어나고자 발버둥을 쳤고 젊은 남성은 그러면 안 된다며 어깨를 눌렀다. 대학생은 전립선을 뭉근하게 누르는 바이브레이터에 떨다가 이내 사정하였다.

“아씨, 더러운 게 묻었네.”

젊은 남성의 맨투맨에 대학생의 정액이 튀었다. 남성은 가방에서 휴지를 찾다가 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대학생을 바라봤다.

“핥아.”

“네……?”

“정액이 귀에도 들어갔어? 핥으라고.”

대학생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보고 체념했다. 그리고 이내 남성의 맨투맨에 혀를 대어 핥아 냈다.

“우……웁.”

역한 맛이 나는 정액을 입에 대자마자 구역질이 속에서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자기가 싸질러 놓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해?”

느리게 행동한 대학생을 벌주기 위함인지 남성은 손으로 대학생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허벅지를 때렸으나 여파로 성기가 드나들던 항문에도 고통이 전달되었는지 신음을 참는 소리와 할짝거리는 소리가 지하철에 울려 퍼졌다. 남성이 내리자 대학생은 비틀거리며 좌석에 일어났다.

대학생은 훌쩍거리며 가방에서 하의를 꺼내 입고 약간 찢긴 프린트물을 구김 없이 펼치고 꽉 껴안으며 역에서 내렸다. 이내 사람들은 다시금 핸드폰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일상으로 돌아왔다. 서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SNS를 하던 도중 대학생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게시물에 나온 주인공을 만나 본 것이 처음이라 신기해 댓글들을 구경하니, 오메가는 맞을수록 좋아한다는 댓글과 박고 싶다는 질 낮은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어느 누구도 알파를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무지하고 무례한 오메가를 교육시킨 매너 있는 알파라며 칭송받았다.

감흥 없이 댓글을 읽은 서하는 내려야 할 역임을 깨닫고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다.

입학 전 OT에서 친해진 동기들과 대학교, 그리고 승언과의 점심 약속을 기대하며 정문에 들어섰다. 정문을 지나니 본관 건물과 함께 넓은 잔디밭이 보였다. 미리 와 봐서 이미 본 풍경이지만 다시 봐도 멋진 잔디밭이었다. 사범 대학 건물이 높은 언덕길에 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절을 하면서 다니고 싶은 학교였다.

건물 안에 들어와 강의실 앞에 선 서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미리 도착해 있던 학우들의 시선이 쏠렸고 어색하게 인사를 한 서하는 OT 때 친해진 지호와 준우에게 갔다.

“서하 왔어?”

“안녕. 나 방금 떨려서 심장 나올 뻔했어.”

“뭐래.”

“근데 유준이는 아직 안 왔어? 곧 있으면 시작인데?”

유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는 전화에 늦잠을 잔 것인가 했으나 준우와 지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야, 유준이…….”

“왜?”

“자, 다들 자리에 앉읍시다.”

강의실 문이 열리고 교수가 들어오면서 지호의 말이 끊겼다. 강의실 안을 둘러보던 교수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공지 사항이 있다며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여러분의 동기였던 최유준 학생은 오메가로 발현되어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남은 국어교육과 20학번들은 앞으로 잘 지내 보도록 합시다.”

동기가 오메가로 발현되고 학교를 자퇴했다 하니 강의실이 웅성거렸다. 불쌍하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으나 대다수는 조롱하기 급급했다. 첫날이라 강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교수는 강의실을 나갔고 2교시까지 시간이 남은 서하는 준우, 지호와 함께 강의실에 남았다.

“최유준 오메가로 발현된 거 알고 있었어?”

“나도 최근에나 알았어. 감기 기운 있다고 하더니 그게 발현 전 반응이었나 봐. 생일도 2월 27일이어서 딱 개강 전에 발현된 거지.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는 해.”

“야. 뭐가 불쌍하냐? 오메가인데.”

대학교 첫 친구가 오메가로 발현되었다는 소문이 돌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올까 봐 걱정되기는 했다. 하지만 같이 놀았던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오메가라는 이유로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준우의 행동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오메가도 대학 다닐 수 있다는데 굳이 자퇴까지 해야 했을까?”

유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서하를 보며 지호와 준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을 보는 양 쳐다보았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 같으면 바로 자퇴한다.”

“왜?”

진심으로 의문이 생긴 서하는 반문했다. 지하철에서 봤던 대학생도 가방을 꼭 쥐는 것을 보아 학업을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야, 화장실 가 봐. 뭔지 바로 알 듯.”

학기 초 이미지 관리만 아니었으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화장실에 들어간 서하는 맨 오른쪽 소변기에 사람이 고정되어 있는 광경에 당황해 고개를 뒤로 돌려 준우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오메가 육변기지.”

고등학교까지만 하더라도 오메가가 화장실에 배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교는 성인들의 공간이다 보니 오메가를 변기로 사용하였다.

“좌변기에도 맨 끝 칸에도 오메가 있어.”

좌변기 문을 여니 준우의 말처럼 좌변기 대신 고정대에 오메가가 허리가 반 접힌 상태로 고정되어 있었다. 소변기는 항문만 사용할 수 있는 오메가였다면 좌변기는 여성기가 생겨 두 개의 구멍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오메가를 두는 모양이었다.

“알파들은 개부럽지 않냐? 저런 거 막 사용하고…….”

“부럽긴 뭐가 부러워, 위생 개별로일 듯.”

준우와 지호가 오메가를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서하는 오메가 옆에 있는 버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누르지 말아 주세요……. 아직, 아무도 사용 안 해서 깨끗, 해요…….”

청소하는 버튼임을 깨달은 서하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버튼을 누르자 오메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알파였다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한다며 더한 벌을 줬을 테니 그러지 못했을 테지만 눈앞에 있는 일행 중 알파 향이 느껴지는 사람이 없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위잉-.

어디선가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상반신이 접힌 채 눕혀 있던 오메가가 앉혀졌고 치부를 가리게 되었으나 오메가의 표정이 더욱 나빠졌다.

“이게 뭐야.”

판 아래에서 얇은 막대와 청소용 솔이 일정 길이로 올라오더니 오메가의 항문과 보지에 꽂히자 멈췄다. 세 사람은 광경을 지켜보았고 특히 서하는 자신의 행동으로 나온 결과에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강한 수압으로 물이 발사되었고, 보지에 박혀 있던 솔이 돌아가자 오메가가 허리를 뒤틀며 비음을 내뱉었다.

“흐응. 하……아. 흐으…….”

“미친, 이걸 당하면서 느끼는 거야? 정말 육변기네.”

앞에 사람이 있든 말든 쾌락에 몸을 맡긴 오메가는 몇 분간 지속되는 움직임에 괴로워하며 서하에게 애원했다.

“이제 그만. 아파……. 뜨거워. 멈춰 줘. 부탁이……야.”

다시 한번 누르면 멈추는 시스템인 걸 알았으나 서하와 준우, 지호 중 누구도 버튼을 눌러 멈춰 주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는 건지 수압에 의해 배가 부푼 건지 모르겠는 몸과 괴로워하는 얼굴을 구경도 잠시 기계가 멈췄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젖은 오메가를 알파가 사용하는 데 불쾌감이 없게 건조하는 모양이었다.

진이 빠진 오메가는 다시 눕혀졌다. 서하는 오메가의 보지와 항문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오메가로 발현되는 남자 중에는 여성기가 생기는 오메가도 있다더니 진짜였다. 보지는 꽉 물려 있고 통통했다.

찰싹-.

“악!”

알파가 아니지만 다들 넘어간다고 하여 서하는 오메가의 보지를 손으로 내리쳤다. 서하가 선두를 끊자 너도나도 오메가의 보지를 때리기 시작했고 화장실에는 오메가를 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아악! 어흐윽. 흐……으으…….”

“시바, 대박이잖아. 나 보지 때려 본 적 처음이다.”

“나도 그럼. 윤서하 개웃겨. 어떻게 때려 볼 생각을 하냐.”

서하의 동기들은 서하를 웃기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오메가를 때리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때렸다. 붉게 물든 오메가의 보지를 만지니 예상대로 뜨거웠다.

“만지지 마! 으허허엉…….”

오메가는 소리를 질렀으나 몸이 접힌 채 고정되어 있어서 거부할 수는 없었다. 서하가 한참 뜨거운 온도를 즐기고 있을 무렵 옆에서 지호가 말하였다.

“야, 18학번 강사훈이래.”

좌변기 칸 문에 붙은 오메가 정보를 보고 한 말이었다.

“오, 서하랑 초성 똑같네.”

“미친, 기분 나쁘니까 그딴 말 하지 마.”

“선배님 안녕하세요. 국어교육과 20학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훈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 지호는 보지에 양손을 올리고 양옆으로 벌렸다.

“뭐 하는 짓이야, 손 치워!”

소리를 지른 사훈은 오메가로서 갖은 핍박을 다 당해 왔으나 후배, 그것도 아직 발현도 안 한 20학번들에게 당한 것에 수치심이 일었다.

“선배 계속 그렇게 소리 질러서 누군가 오면 저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너 알파도 아니면서 이러면 징계 감이야. 지금이라도 멈춰.”

가만히 듣고 있던 서하는 지하철의 상황을 떠올렸다. 베타였던 남성이 대놓고 오메가를 희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없었다.

“선배 근데 저희는 징계 위원회 가도 잘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하면 끝날 것 같은데 선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발현도 안 한 20학번들한테 보지 맞고 이제는 비참한 꼬락서니로 있는데, 사진 찍어서 보여 주면 누가 더 손해일까요?”

조곤조곤 말하니 지호와 준우가 옆에서 연신 대박이라고 외치며 서하를 치켜세웠다. 반면 사훈은 발현도 안 한 새내기들을 홀렸다면서 벌을 받을 것이 분명해 고개를 숙이고 체념했다.

지호는 사훈의 보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고 준우는 지호의 행동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야, 아무리 씻겼다지만 안 불쾌하냐? 거기에 드나든 알파 좆만 해도 얼마나 많겠냐, 으…….”

“그래도 신기하잖아. 고등학생 때 이랬으면 이미 경찰서 갔어.”

“개새끼들아, 꺼져! 신고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야!”

웃고 있던 지호는 잡고 있던 보지를 더욱 양옆으로 벌렸고 옆에 선 준우는 보지에 드러나 있는 클리토리스에 손을 가져다 댔다. 사색이 된 사훈이 고개를 젓고 애원하는 모습이 퍽 안쓰러웠으나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아니지? 그러지 마……. 내가, 내가 순간 욱했어. 죄송해요……. 죄송해요, 후배님……. 아아악!”

준우는 사훈의 애원을 듣고도 망설임 없이 클리토리스를 잡고 꼬집었다. 소리를 지르는 사훈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한쪽으로 비틀었다.

“아파! 아프다고! 놔! 놓으라고!”

몸을 들썩이며 피하려고 했으나 준우는 멈추지 않고 비틀기도 하고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클리토리스를 만졌다. 화장실을 가득 채우던 비명이 일순간 멈추더니 물기 어린 목소리가 두서없이 흘러나왔다.

“앗, 앗…….”

짧게 내쉰 숨과 함께 보지에서 물이 찍찍 나오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오메가 분수였다. 눈을 뒤집어 까고 경련하는 사훈은 마치 배를 보이는 개구리 같았다.

지호와 준우는 오메가가 분수 치게 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들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이제 막 입학한 새내기이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에 화장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사훈이 기절한 상태에서도 몸을 떨며 애액을 흘리는 걸 보니 알파인 모양이었다.

서하와 준우, 지호는 오메가 칸에서 벗어나 다른 좌변기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다행히 알파는 좌변기 칸에 들어가지 않고 소변기 칸으로 갔다.

“알파님의 소변을 저에게 싸 주세요.”

오메가는 알파에게 자신을 사용해 달라고 하였다. 알파는 오메가의 허리를 붙잡고 오메가의 항문에 성기를 박았다.

알파는 추삽질도 하지 않고 오메가의 구멍에 오줌을 쌌다. 많은 양의 오줌이 내벽을 때렸고 오메가는 뜨거운 소변 줄기에 눈물지었다. 그러나 알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볼일을 본 다음 바지를 정리하였다. 바로 나가지 않고 지켜보는지 떠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비천한 오메가인 저에게 오줌을 싸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오메가는 구멍에 오줌을 싼 알파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알파는 뒷사람을 위해 청소 버튼을 누른 뒤 화장실을 나갔다. 좌변기 칸과 마찬가지로 소변기 칸 오메가에게도 얇은 막대가 꽂히고 세척과 건조가 진행되었다.

각자 칸에서 나온 서하 일행은 화장실에서 나가 라운지에 앉았다. 특히, 지호는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사훈에게 관심을 보였다.

“야, 대박. 나 꼭 알파 돼서 오메가들 다 사용한다.”

“너 주제에 알파 될 수 있을 것 같냐? 오메가나 안 되게 조심해라.”

수다를 떠는 지호와 준우를 보며 서하는 유준이 자퇴한 이유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학교에 다니더라도 좋지 못한 취급을 받는다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게 현명해 보였다.

“근데 저 선배들은 왜 저기에 있는 거야?”

“아 그거, 일주일에 한 번씩 2개 과 중에서 오메가를 화장실에 배치하는 거야. 화장실 이외에도 행정실에도 배치된다고 들었어. 근데 우리 사범대는 오메가가 적어서 더 힘들대.”

“나 같으면 진짜 자퇴한다. 애초에 교사는 알파나 베타만 할 수 있는데 오메가 주제에 왜 남아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돼.”

셋이 모여서 오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2교시가 시작되기까지 15분 정도가 남았음을 알았다.

“아! 나 다음 시간 필수 교양이야.”

“그 형질의 이해? 그거 거의 야동이라는데?”

“왜? 고딩 때처럼 하는 거 아냐?”

“오메가 교본으로 한다고 들었어. 근데 2교시로 수강 신청 했어? 난 5교시인데 안 겹치네.”

“수강 신청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어서 미안하다. 그리고 나 오늘 점심 고등학교 선배랑 먹기로 해서 내일 보자!”

인사를 한 뒤 사범대에서 벗어나 교양관에 들어가 강의실을 찾아 헤맸다. 오메가 교본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라니 기대됐다. 꽤 빨리 도착했으나 앞자리는 이미 모두 차 있었고 서하는 남은 자리를 찾아서 거의 맨 뒷좌석에 착석했다. 잠시 뒤 교수가 알몸의 오메가와 함께 강의실로 들어와 과목을 소개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수업은 교양 필수로 형질이 벌써 발현되었거나 곧 발현될 여러분을 위해서 기획한 수업입니다. 오메가, 알파, 베타 차례대로 다룰 예정이고 시험은 없으며 세 형질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작성한 리포트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환호하였다. 세 형질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오메가를 선택하여 작성할 것이다. 서하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교수 옆에 있는 오메가를 보고도 누가 알파나 베타에 대해 쓰겠는가.

“그리고 저를 따라온 학생은 학교 도우미이자 여러분을 위해 기꺼이 교본이 되어 줄 학생입니다. 수업에서 이름이 불리는 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에 오메가 또는 조교라고 불러 주시길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방금 소개받은 조교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출석을 부르고 오메가의 몸의 명칭 정도만 하고 끝내 주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내용이기에 다음 시간에 퀴즈를 볼 예정이니 집중해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교수는 차례대로 출석부의 순서대로 출석을 불렀다. 이름 순서대로가 아닌 단대 순서로 불리었고 교수는 발현 여부도 함께 조사하였다.

“국어교육과 윤서하 학생. 발현하셨나요?”

“아직 안 했습니다.”

“다음으로 영어교육과 김찬웅 학생 발현하셨나요?”

“네……. 오메가입니다.”

딴짓을 하던 서하는 벌써 발현을 했다는 김찬웅에게 시선을 보냈고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었는지 대다수의 학생들이 찬웅을 보고 있었다.

“자, 조용히 하고. 김찬웅 학생 각인을 한 알파가 있나요?”

“아니요.”

“향은 조절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미숙하니 조교에게 도움을 받도록 하고, 혹시 찬웅 군만 괜찮다면 교본이 되어 도와줄 수 있을까요? 가산점도 부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부탁을 빙자한 통보를 받은 찬웅은 억지로 긍정의 답을 하였다. 페로몬을 갈무리하고 있지만 희미하게 멘톨 향이 나는 것을 보아 알파임이 분명했고, 오메가는 알파의 명을 거스를 수 없었다.

“출석을 전부 다 불렀고 이 분반은 발현이 안 된 학생과 베타가 전부군요. 그래도 찬웅 군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자, 찬웅 군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찬웅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단까지 걸어갔다. 상대적으로 뒷자리에 앉은 찬웅이 앞을 향해 걷자 안 그런 척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찬웅을 쳐다보았다. 학생들을 바라보고 서게 된 찬웅은 고개를 숙였다. 내성적이었던 찬웅에게 이런 자리는 너무 불편했다.

“찬웅 군, 제가 오늘 일찍 끝내 주기로 해서 미안하지만, 옆에 조교처럼 옷을 탈의해 주시겠습니까?”

어릴 때를 제외하고 남들 앞에서 탈의해 본 적이 없었던 찬웅은 벗고 싶지 않았으나 교수가 풀어내는 페로몬을 맡았다. 순간, 조교와 찬웅이 흠칫했고 찬웅은 속옷이 축축해짐을 느꼈다.

“야, 조교 애액 나와.”

“교수가 뭐 한 거 아냐? 갑자기 왜 저래?”

“아니면 보이는 거에 흥분됐나 보지. 오메가잖아.”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조교의 애액을 보면서 학생들이 작은 소리로 저마다 속닥거렸다. 찬웅은 축축해질 대로 축축해진 자신의 속옷을 생각하면서 차례대로 옷을 벗었다.

“야, 쟤 엉덩이 부분만 동그랗게 젖었어.”

“와, 미친 거 아냐? 알고 보니까 쟤도 변태였던 거야.”

학생들은 교수가 페로몬을 풀어낸 것을 모르고 오메가들을 험담했다. 찬웅은 얼룩진 자신의 속옷이 부끄러워 다급히 탈의하였다.

조교를 단상으로 끌고 와 눕게 하니, 조교는 스스로 다리를 접고 성기를 양옆으로 넓게 벌렸다. 강의실에 불을 끈 교수는 조명 하나만을 성기에 향하도록 조정을 하고 지시봉을 가져와 가리켰다.

“대음순입니다. 거기는 소음순입니다.”

착실하게 대답을 했으나 부끄러운지 작아지는 목소리에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자 교수는 수업에 누를 끼친 조교의 가슴을 지시봉으로 내리쳤다. 조교는 아파서 움츠리면서도 손으로 보지를 벌렸다. 교수는 그 모습에 흡족해하며 지시봉을 클리토리스에 댔다.

“클리토리스입니다.”

교수는 이번에 라텍스 장갑을 끼고 조교의 클리토리스를 서서히 만지다가 비비고 마지막은 꼬집었다. 그러자 조교가 엄청난 쾌감을 느꼈는지 분수를 쳤다.

바닥에 분수를 싸지른 조교는 수치심도 잊은 채 가련하게 몸을 떨어 댔다. 보지로는 갈 수 있었지만, 자지로는 가지 못한 탓에 커진 자지는 보랏빛을 띠고 있어 아파 보였다.

“교수……님, 이거…… 풀어 주세요.”

“뭘 말하는 거지?”

“제 남……클……리토리스를 구속하고 있는 정조대를 풀어 주세요.”

그러나 교수는 단상에서 내려오게만 도와줄 뿐 정조대를 풀어 주지 않았다. 찬웅은 조교의 시범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오랜 기간 했던 조교도 마지막에 가서는 힘들어하는데 자신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내려온 조교 대신 단상 위에 올라간 찬웅은 조교처럼 스스럼없이 다리를 벌리지 못했다. 한숨을 쉰 교수가 찬웅의 허벅지를 툭툭 두들겼고 무언의 압박에 찬웅은 결국 다리를 벌렸다.

지시봉이 성기를 가리켰고 찬웅은 맞기 싫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지입니다.”

그러나 교수는 지시봉으로 찬웅의 성기를 때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찬웅의 비명을 들은 학생들은 뭐가 잘못된 거지 생각하였다. 서하 역시 자지는 비속어여서 문제인 건가 짐작했다.

“방금 찬웅 학생은 자지라고 했지만 그 용어는 알파 또는 베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오메가로 발현할 학생들도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새내기이기에 넘어가는 것이지, 보통의 알파들은 관대하지 않습니다.”

교수는 말을 끝마치고 다시 지시봉으로 찬웅의 성기를 가리켰다. 찬웅은 다시는 성기를 맞고 싶지 않아 대답하였다.

“클리토리스입니다!”

“잘했습니다. 오메가로 발현하면 남성기는 더욱 작아지게 됩니다. 오메가는 씨를 품는 역할이지, 뿌리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죠. 알파에 따라서 귀엽게 여겨 주기도 하지만 사정을 하는 걸 불쾌하게 여기는 알파도 더러 있습니다.”

찬웅의 성기를 쥐고 흔들자 성기가 점차 발기했다. 누가 봐도 사정할 것 같았다. 그러나 교수는 찬웅의 남성기의 선단을 막고 조교를 시켜 무언가를 가져오게 했다.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교는 어기적거리며 교수가 지시한 물건을 가져왔다. 조교가 가져온 것은 조교의 성기를-교수 말에 따르면 클리토리스를- 막고 있는 것과 같은 정조대였다. 교수는 선단을 놓은 다음 찬웅의 허리 아래로 손을 넣어 들은 다음 정조대를 착용시켰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수 있던 성기가 막히자 찬웅은 괴로워했다.

“교……수님. 이거…… 풀어 주세요……. 갈, 것 같아요.”

“찬웅 학생, 제가 아까 말했죠? 오메가의 사정을 싫어하는 알파들도 많다고. 지금부터 참는 연습을 하도록 하세요.”

“흑……. 으……엉엉.”

찬웅은 끝내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고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눈치챘다.

‘오메가의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발기하다니 나 혹시 알파인가?’

오메가들은 대체로 미모가 뛰어나다고 하니 몇 명쯤 거느리고 살아도 될 것 같았다. 찬웅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서하는 상상의 나래로 깊이 빠져들었다.

수업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찬웅이 우는 걸 지켜보던 교수는 조교를 시켜 정조대를 벗겼다. 해방감을 느끼고 사정을 하려던 찬웅은 조교의 손길에 또다시 막히자 입술을 깨물며 괴로워했다.

“제가 이제 페로몬을 조금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두 오메가의 반응을 잘 보도록 하세요.”

서하를 비롯하여 대다수의 학생들은 교수가 향을 풀어낸 걸 눈치채지 못했으나 찬웅이 단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는 걸 보고 입을 벌리며 놀랐다. 조교 역시 성기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주저앉았고 자신의 성기와 찬웅의 성기를 겹쳐 쥐고 비볐다.

“크흡……. 으……응.”

“놔줘……. 이거 놔! 놓으라고!”

찬웅이 기겁하며 고함을 질러 댔지만 교수는 계속해서 페로몬을 풀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교 역시 힘들어했고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 교수가 허락을 하니 그제야 조교는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비천한 오메가가 남클리로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바닥에 하얀 정액이 후드득 떨어졌다.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조교를 보고 서하는 놀랐다. 다른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조교는 사정했다는 데에 만족하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비천한 오메가가 클리토리스로 가겠습니다.”

찬웅은 사정했다는 탈력감과 수치심에 다리를 접은 다음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어지는 교수의 말에 또다시 절망했다.

“지금까지는 남클리에 대해서 배워 봤으니 이번에는 구멍에 대해서 배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교는 다시 정조대를 착용했고 주저앉은 찬웅을 일으켜 단상에 엎드리도록 했다. 찬웅은 허리까지 오는 단상에 엎드려 엉덩이를 학우들에게 보이게 되었다.

교수는 지시봉으로 찬웅의 항문을 가리켰다. 찬웅은 아까의 경험을 되살려 항문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뒷구멍입니다.”

교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맞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도 잠시, 교수는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다음 윤활제를 가득 짰다.

“개통 간다.”

“이미 했을 수도 있어.”

수군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려던 찬웅을 교수가 저지했고, 스스로 벌리라는 말에 체념하고 항문이 보이도록 벌렸다. 학교에 올 때 지하철에서도 했던 과정이었다.

“지금부터 숫자를 하나씩 늘릴 테니 기분이 어떤지 말하도록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검지부터 삽입한 다음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니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적응이 되었는지 힘을 빼는 구멍에 중지까지 삽입하자 두 개는 버거운지 찬웅이 앞으로 도망가려 했다. 교수가 그런 찬웅의 엉덩이를 살짝 때려 저지했다.

“지금은?”

“살짝 아……픕니다.”

좀 더 깊숙이 손가락을 삽입하고 속도를 올리며 움직이자 찬웅의 얼굴이 붉어졌다. 찬웅의 반응을 살피며 교수는 손가락으로 내벽 이곳저곳을 누르며 휘저었고 전립선을 찾아 힘껏 눌렀다.

“으……흥. 흡.”

찬웅이 소리를 막으려 노력했으나 이미 모든 학생이 들었고, 교수는 놓치지 않고 해당 부분을 집요하게 만지고 손을 갈고리 형태로 만들어 긁기까지 하였다.

“아아앙! 하으읏……. 하아…… 하….”

“보시는 거와 같이 오메가는 뒷구멍을 만져 주면 흥분하는 존재이며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애액도 분비됩니다. 태고의 오메가는 앞으로 사정을 할 수 있지 않았으나 현재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야 발현이 되기 때문에 오메가도 사정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정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의 유흥거리이죠. 자, 지금 기분은 어떠한가요, 찬웅 군?”

“가…… 간지러워요……. 더…… 더 긁……어 주세요.”

강의를 하면서도 찬웅의 구멍에 들어간 손가락은 멈출지 몰랐고 사정감을 느낀 찬웅은 단상을 손으로 꽉 쥐자 교수가 찬웅의 성기가 보이도록 찬웅의 몸을 돌렸고 찬웅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시 사정하고 말았다.

가만히 지켜보던 서하는 좀 전에 교수가 말한 걸 떠올리며 시선을 교수에게로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교수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조교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도 같은 서하와 생각을 했는지 웅성거림이 커졌다.

“조용. 찬웅 군은 두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첫째로, 해야 하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로는 알파인 제 허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첫날이니 가벼운 벌로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바로 위원회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찬웅을 다시 단상에 엎드리게 한 교수는 허리를 눌러 항문이 잘 보이도록 했고, 찬웅은 두려움에 몸을 떨어 댔다.

교수는 조교에게 회초리를 건네받고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었다. 서하는 멀리서도 교수의 팔을 보며 힘이 장난이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도 교수의 근육을 보면서 찬웅이 받게 될 벌을 기대했다. 다른 사람이 맞는다면 걱정하겠지만 잘못을 한 오메가이기에 걱정이 들지 않았다.

“지금부터 5대를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찬웅 군은 오늘 배운 말을 잊지 않도록 맞을 때마다 복창하도록 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교수는 찬웅의 항문을 내리쳤다.

짜악-.

“비천……한 오메가가 클리토리스로 가겠……습……니다. 흐으윽…….”

“지금 건 노 카운트. 감사 인사와 함께 명확하게 말하십시오.”

짜악-.

“아흑, 흐……. 감……사합니다. 비천……한 오메가가 클리토리스로 가겠……습……니다.”

짜악-.

“흐으, 흐……. 감사……합니다. 비천……한 오메가가 클리토리스로 가겠습……니다.”

찬웅은 항문을 맞아 본 적이 없었다. 맞기는커녕 만져 보지도 않은 곳이었다. 너무나 고통이 컸고 마음 같아서는 단상에서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 강의실엔 자신의 편이 없으니 괜히 도망쳤다가 닥쳐올 후환을 생각하면 차라리 맞아서 기절하는 편이 나았다.

붉게 열이 오르다 못해 눈물과 콧물로 뒤덮인 찬웅의 얼굴을 보며 교수는 더 이상 견디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오메가에 대해 알려 주고자 한 것이지, 버릇없는 오메가를 교육하는 데 학생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지금부터 연속으로 세 대를 때릴 테니 복창과 함께 자세 똑바로 하십시오. 여기서 자세가 무너지면 다음 수업이 있더라도 교수실에서 마저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끝으로 교수는 찬웅의 항문을 때렸다. 연속으로 때리기에 강도가 약해지질 않을까 했지만, 교수는 비슷한 강도로 계속 세게 회초리를 휘둘렀다. 오히려 속도까지 더해져 횟수가 늘수록 더 큰 소리가 났다.

짜악! 짜악! 짜악!

“아아악! 감사……합니다, 읏……아읏. 비……천한 오메가가 클리토리스로 가겠습……니다.”

찬웅은 맞은 항문이 아파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다섯 대가 끝났음에도 교수는 허리를 펴고 일어서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찬웅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비천한…… 오메가의 뒷……구멍을 교육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찬웅 군이 오늘 수업을 바탕으로 훌륭한 오메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조대는 선물로 드릴 테니 불상사를 방지하고 싶으면 매일 하고 다니도록 하십시오.”

“네…… 알, 겠……습니다.”

“대답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네, 알겠습니다.”

교수는 찬웅과의 대화를 끝낸 후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첫 시간은 일찍 끝내 주겠다고 하지만 매년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지킬 수가 없었다.

“여러분, 일찍 끝내 주겠다고 하고 거의 시간을 다 써 버렸네요. 앞서 공지했듯이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를 보겠습니다. 첫날 모두 고생했고 질문이 있으신 분은 제외하고는 나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학생들은 감사 인사를 한 다음 나가거나 교수에게 질문하러 앞으로 나갔다. 정확히는 조교와 찬웅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서하는 맨 뒷자리에서 찬웅을 응시했다. 찬웅을 보고 발기한 성기를 떠올리니 재차 알파로 발현하지 않을까 기대됐다. 질문이 없지만 강의실을 나가지 않으며 서하는 찬웅을 응시했고 일부러 피하는 눈빛을 눈치채고 웃었다.

찬웅은 다리를 배배 꼬며 기다리다 흘끗 조교를 쳐다보니 아무렇지도 않은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양손을 들어 성기를 가리려고 하자 교수는 예리하게 찬웅을 지적했다.

“교수님, 아까 오메가의 남성기가, 아니 클리토리스가 작아진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느 정도로 작아지는 것인가요?”

“좋은 질문이군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찬웅 군에게 도움을 받도록 하죠.”

교수와 질문을 한 학생은 찬웅에게 다가갔다. 찬웅은 교수의 눈짓을 보고 단상 위에 올라가 허벅지를 손으로 잡은 채 다리를 벌렸다.

“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고등학교 과정 용어로 설명을 하겠습니다. 여길 보시면 고환과 성기가 있습니다. 크기를 보니 고환과 성기의 크기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고환의 평균 길이는 4.6센티이며, 폭은 평균 2.6센티입니다. 즉, 오메가의 클리토리스의 길이는 4.6센티로 축소하게 되는 것이죠.”

고환을 만지는 손길에 놀란 찬웅은 허벅지를 잡은 손을 놓칠 뻔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버텼다.

“발현 전 성기의 길이가 길어도 무조건 그런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발현 전 성기가 두껍고 길다 해도 오메가로 발현된 이상 성기, 자지라는 용어도 쓸 수도 없으며 장식품 이외에 용도는 없습니다.”

“넵,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 때 뵙겠습니다.”

질문하던 학생은 강의실을 나갔다. 조교와 찬웅을 구경하던 학생들도 서하를 제외하고는 모두 나갔다. 교수는 찬웅이 단상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내려오는 사소한 행동에도 하체에 힘이 들어가면서 항문이 타들어 가듯 아팠다.

“찬웅 학생, 오늘 첫 수업은 어땠나요? 교본으로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 괜찮습니다. 이만 옷을 입어도 괜찮을까요? 다음 수업을 가야 해서요.”

“잠시 입지 말고 기다려 보십시오.”

교수는 자신의 가방을 열고 뒤적거리더니 손을 꺼냈다. 찬웅은 교수의 손에서 연고를 발견하였다. 교수는 연고를 면봉에 적당량을 짜고 찬웅에게로 다가갔다.

“찬웅 학생, 뒤돌아보십시오. 찢어졌을 테니 급한 대로 연고라도 바르도록 합시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안 아파요.”

찬웅은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방금까지 때려 놓고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었다. 게다가 교수에게 항문을 보인 채 약을 발리다니.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알파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오메가는 거부할 수 없죠. 다시 한번 말합니다. 뒤돌아보십시오.”

찬웅은 뒤를 돈 다음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낮추었다.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끝내고 싶었다. 교수는 찬웅의 항문에 약을 펴 발랐다.

“흐읍……. 으으……으.”

항문에 연고가 닿으니 화끈화끈해지는 것이 바르기 전보다 더 아팠다. 찬웅은 차라리 안 바르고 싶은데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고 있는 손을 밀쳐 낼 수도 없었다.

“많이 아픈가요?”

“네, 이제 그……만 발라도 될…… 것 같아요……!”

“어디가 그렇게 아픈가요?”

찬웅은 무의식적으로 항문이라고 할 뻔했다. 그러면 교수는 찬웅을 교수 연구실로 따라오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뒷구멍! 뒷구멍……이 화끈거려요…….”

교수는 찬웅의 대답을 들으며 미소 지었다. 일부러 면봉으로 상처를 눌러서 아플 텐데도 자신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또, 배운 것을 잘 기억하는 오메가였다. 눈꼬리가 처진 얼굴도 예뻤고 소유욕이 생기게 하였다.

약을 다 바르고 나서야 찬웅은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속옷은 다 젖어 착의가 불가능해 바로 바지부터 입고자 했으나 조교는 찬웅을 저지하고 정조대를 착용하게 했다. 발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끼는 것 같아 불편했다. 여기서 아까와 같이 발기를 한다면 괴로울 것이 분명했다.

조교는 찬웅의 뒤로 온 다음 정조대를 잠갔다. 찬웅은 탁 하며 잠기는 소리에 영문을 모르다가 정조대에 잠금 기능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은 배설 행위는 어떻게 처리하나 의문이 들었다.

“저…… 혹시 만약…… 요의가 느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건물 1층마다 인포메이션에 일하시는 교직원분들이 계세요. 이 정조대는 학교에서 일하는 오메가들에게만 특별히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직원이나 교수님들 모두 열쇠를 가지고 계세요. 말씀하시면 풀어 주실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하교하고 나서는요……?”

“혹시 통학하시나요? 아니면 기숙사에 사시나요? 통학이라면 퀵으로 보호자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럴 필요 없어요. 저 기숙사예요.”

“그러면 기숙사 관리 교직원과 대학원생에게 열쇠가 있으니 아까와 같이 부탁드리면 됩니다.”

보통 오메가로 발현한 자식은 부모에게 큰 오점으로 남았다. 부유한 집이나 유난히 애정이 강한 부모는 비난을 감수하고 자식을 키우지만 대부분의 집안에서는 쫓아냈다. 그렇기에 오메가로 발현한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교수는 찬웅에게 말했다.

“찬웅 학생이 영어교육과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쉽게도 오메가는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왜 학교에 남아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영어 교사는 못 되더라도 이중 전공으로 보건 교사에 도전해 보려고요……. 보건은…… 오메가도 할 수 있다고 해서요. 학생들 가르치는 게 소원이어서 포기를 못 하겠어요…….”

“보건 교사라……. 확실히 오메가에게 티오가 있죠. 교본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을 녹여 내면 가점이 될 것입니다.”

피곤한 기색의 찬웅이 강의실에 나가고 짐을 챙겨 나가려던 교수는 여전히 강의실에 앉아 있는 서하를 보고 말을 걸어왔다.

“학생은 왜 안 나가고 여기에 있는 거죠? 다음 수업이 이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나요?”

“아 그건 아니고요. 다음 시간이 공강이어서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다음 시간에 보겠습니다.”

“교수님!”

“예? 무슨 할 말이라도?”

“저…… 혹시 발현 전에 오메가를 보고 발기하면 알파가 될…… 가능성이 있나요?”

교수로 재직한 기간 동안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 보았기에 당황스러웠다. 뒤에 있던 조교 역시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서하는 자신의 질문이 이상함을 깨닫고 해명했다.

“제 말은…… 수업을 열심히 듣다 보니 신체적인 반응이 와서……. 죄송합니다!”

“태고의 베타들은 오메가를 보고도 발정했다고 합니다. 오메가들은 외관상 보기에 아름다운 존재이니 알파, 베타 할 것 없이 그 얼굴로 유혹하고자 했죠. 발현이 안 된 학생이더라도 신체적인 반응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인 반응으로 알파가 될 가능성……. 이건 연관성이 없다고 봐야죠.”

교수의 답변에 실망한 서하는 감사 인사를 하고 강의실을 벗어났다. 과방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승언에게 가면 얼추 맞을 것 같았다.

서하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피곤함에 소파에 누웠다.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과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선배인가 싶어서 화들짝 일어났다.

“서하 또 만났네.”

“아, 지호 너였냐. 선배인 줄 알았네.”

둘은 소파에서 앉아서 각자 핸드폰을 했다. 과방이라고 하여서 뭔가 특별할 줄 알았는데 책장에는 책이 수북하게 있었고 공용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지 리빙박스와 작은 서랍장이 전부였다. 눈으로만 바라보던 지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책장으로 가서 기웃거렸다.

“야 대박, 이 공책 주인 1980년에 쓴 건가 봐.”

“어? 그런 게 이런 곳에 있어?”

지호의 말대로 1980년에 기록된 일기였다. 국어교육과라 그런지 글씨도 멋졌고 담긴 내용도 서정적이었다. 서하는 책장에도 멋진 것이 많은데 리빙박스와 서랍장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하였다.

“맘대로 열어 보면 안 되겠지?”

“괜히 선배들 들어오면 큰일 나. 열지 말자.”

서하는 아쉬움에 입을 다셨다. 다시 소파에 앉은 둘은 핸드폰을 하다가 또다시 문을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르는 얼굴인 걸로 보아 선배인 듯싶었다.

“안녕하세요!”

서하와 지호는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과방에 들어오던 인물은 큰 목소리에 놀랐는지 주춤거리다가 과방 안으로 들어왔다.

“새내기?”

“네!”

선배는 편하게 앉으라고 손짓을 하였고 둘은 좌불안석이지만 선배의 말대로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았으나 행동까지 편하게 할 수 없어서 핸드폰을 만질 수 없었다.

“사범대여서 다들 편한 분위기니까 겁먹지 말고 하던 거 해.”

“네, 알겠습니다.”

“아, 말도 편하게 하고.”

좋은 사람인 같았다. 공강 시간인지 선배도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했고 질문하면 서랍장에 있는 물건을 알 수 있을까 싶어 서하는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 혹시 저 리빙박스나 서랍장 안에 뭐 있는지 아세요?”

“서랍장? 아! 그거 행사하고 남은 물건들 넣어 둔 거야. 궁금하면 가서 봐도 돼. 과방은 개인 물건이 없거든.”

서하는 소파에서 일어나 리빙박스 쪽으로 갔다. 지호 역시 궁금했는지 졸졸 쫓아왔고 둘은 같이 리빙박스를 열었다.

“와…….”

“오…….”

둘의 감탄사를 들은 선배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두 사람을 응시했다.

“뭐가 있길래 반응들이 그래?”

“선배, 수갑이랑 바이브레이터가 공용 물건이에요?”

서하의 말에 선배는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재작년 축제인가……? 그때 쓴 물건일걸?”

“이걸요? 어떻게 축제에 이런 걸 써요?”

“과마다 주점을 여는데 손님이 오게 하는 방법은 오메가거든. 오메가로 관심 끄는 거지.”

“재작년이면 강사훈 선배?”

“어. 맞아 아는 사이야?”

“화장실에서 봤어요.”

서하는 강사훈 선배가 수갑과 바이브레이터를 쓰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기 같아도 오메가가 수갑이랑 바이브레이터를 넣은 채로 홍보를 하면 호기심에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럼 알몸에 하는 거예요?”

지호는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하였다.

“나도 재작년에는 고등학생이어서 정확히는 모르고 18학번 선배들 말 들어 보니까 테마도 정한다고 하더라. 재작년에는 교도관이랑 죄수 콘셉트로 했다고 했어. 죄를 지은 오메가를 교도관들이 벌을 준다? 그리고 완전히 벗기는 건 이제는 못 하지. 긴 티셔츠 하나 줬다고 했어. 엉덩이 가릴까 말까 한 걸로.”

“와……. 그러면 안 보이지 않아요?”

“안 걸으면 안 보이는데 홍보 역할이었으니 돌아다녔지. 정문까지 홍보 갔을 거야. 그리고 사범대가 언덕에 있으니까 돌아올 때는 아래 사람들은 다 보이지.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줄줄 데리고 왔다고 했어.”

지호는 선배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내리지 못했다. 강사훈 선배가 더 괴롭고 더 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품었다. 이런 게 대학교 축제인가 싶었다.

“그럼 선배 때는 뭐 했어요?”

“우리? 우리 때는 아무것도 안 했어. 오메가가 있기는 한데 각인 맺은 상태여서 못 건드렸거든.”

“아…….”

실망하는 서하의 표정을 보고 선배는 이번 해에 잘해 보라 북돋아 줬다.

“근데 20학번에 오메가가 한 명 있었는데 자퇴해서 이제 없어요.”

“아 그래? 근데 아직 발현 안 한 애들도 있으니까 걱정 마. 우리 과가 소수 과여도 오메가가 한 명씩은 꼭 있거든.”

“발현해도 자퇴하지 않을까요?”

“아니, 절대 안 해. 오메가로 발현되면 집에서 쫓겨나는 데 있을 곳이 학교 기숙사밖에 없거든. 오메가는 기숙사 무상에 학식도 무료 제공이니까 자퇴할 생각이 없을 거야. 그리고 최후의 방법으로는 보건 교사는 될 수 있으니까 직업도 가질 수 있고.”

생전 처음 듣는 소리라 눈만 굴리다 고등학교 시절 보건 교사를 떠올렸다. 어쩐지 착하고 다정했는데 다른 선생님들과 사이가 어색했다. 심지어 점심도 교사 식당이 아닌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과 같이 먹더니 이런 내막이 있을 줄 몰랐다.

이외에도 과에 대해 선배가 말해 주었고 서하와 지호는 흥미롭게 들으며 나머지 서랍장을 열어 보았다. 러브젤, 돌기가 있는 바이브레이터, 얇은 금속 막대기, 나무집게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뭐지, 이 금속은?”

“나도 몰라.”

서하와 지호가 막대기를 손에 쥐며 용도를 궁금해했고 답을 줄 수 있는 선배를 빤히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핸드폰을 내려놓은 선배가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했다.

“왜……?”

“선배, 이건 뭐예요?”

어린 시절 우연히 야한 동영상을 보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간 찾아보았던 시절의 표정을 지었다.

“그거? 요도 플러그.”

“요도 플러그……?”

“원래 의료 목적인데 오메가들이 사정하는 게 싫으니까 나온 거야. 요도에다가 끼우면 사정하고 싶어도 못 해. 뒤로 느끼는데도 앞으로는 못 가니까 괴로운 거지. 알파들은 그 모습이 좋다고 하더라.”

“아…….”

역시 알파가 되어 요도 플러그를 사용해 보고 싶었다. 지호도 같은 생각인지 요도 플러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근데 그거 많이 쓰면 드라이로 가긴 하더라.”

“드라이요?”

“사정은 못 해도 쾌감이 느껴지니까 사정은 안 하고 가는 거야. 웃기는 몸이야, 오메가는.”

선배는 말을 마치고 이만 가 보겠다며 과방을 떠났다. 서하와 지호는 선배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마법의 상자를 뒤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메가를 위한 용품이 너무나 다양해서 신기했다.

“나 다음 수업 가야 돼.”

“3, 4 공강이라며? 뭔데 벌써 수업이야.”

“너야말로 뭐라는 거야. 벌써 2시 거의 다 됐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다급히 가방을 챙겨 후문으로 달려갔다.

이미 승언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고 서하는 숨을 헐떡이며 사과를 했다.

“이렇게 안 뛰어와도 괜찮은데. 힘들지? 빨리 들어가자.”

근처 양식집으로 안내를 한 승언은 로제 빠네와 고르곤졸라 피자를 주문하고 서하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 갑자기 너 연락받고 놀랐잖아. 나랑 같은 대학교라고 해서.”

“그게…… 짠하고 나타나서 형 놀라게 해 주려고 그랬어요.”

“과는? 교사하고 싶다고 했으니 사범대니?”

“네! 맞아요. 국어교육과예요. 형은 경영학과라고 고등학교 때 현수막에서 봤는데 맞죠?”

“맞아. 그걸 기억하고 있네.”

대화를 주고받으며 음식을 먹었고 잠시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 서하는 승언을 흘끔흘끔 쳐다보았고 시선을 눈치챈 승언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 수업 들은 건 어땠어? OT이긴 하지만 네가 생각했던 대학 생활이랑 비슷해?”

“전공 필수랑 필수 교양 들었는데 전공 필수 때 교수님께 우리 학번 애가 오메가로 발현해서 자퇴했다고 들었어요. OT 때 친해진 친구여서 아쉬워요. 그리고 필수 교양에선 오메가의 신체 부위 정도 배웠는데, 대학교 오니까 확실히 신기해요.”

“이제 슬슬 발현할 때지. 서하는 생일이 여름이었던 거 같은데 정확히 언제지?”

“저 7월 13일이에요. 아직 여유 있어요. 형은 이미 발현하셨나요?”

“어, 나 알파야.”

“와……. 형 진짜 대박이다.”

진심으로 승언이 부러웠다. 알파로 발현할 줄은 알았지만 진짜로 알파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신기했다.

“그럼 형도 막 형 소유 오메가 있고 그래요?”

“에이, 난 안 그래. 아직 학생이기도 하고 오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서하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 준 승언은 서하가 더 먹지 못하겠다고 사양을 하자 그제야 멈췄다. 아직도 질문이 남았는지 포크를 내려놓은 서하는 속사포처럼 말을 했으나 결국은 오메가에 대한 말이었다.

“형, 경영학과에는 그러면 오메가 많아요? 소수 과인 저희도 오메가가 있는데 경영학과면 엄청 많을 것 같아요.”

“음……. 많을걸? 경영학과를 졸업하면 오메가라도 취직을 할 수 있으니 남아 있는 사람도 많아.”

이외에도 학교 지리를 모르는 서하를 위해 승언은 안내를 자청하며 캠퍼스 투어를 하기로 했다. 커피를 손에 쥔 채 캠퍼스를 걸었다. 다정하면서 조곤조곤한 톤이 학교 건물과 얽혀 있는 이야기를 설명해 줬고, 서하는 학교 지리를 외우기 위해 눈을 바삐 굴렸다.

문과 캠퍼스만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아파 왔고 서하와 승언은 정문 앞 잔디밭에 앉아서 쉬기로 하였다.

“서하야, 그러고 보니까 곧 있으면 MT 가겠네?”

“MT? 아, 맞다. 아까 공지방에서 봤어요, 중간고사 끝나면 간다고 했어요.”

“그래. 가서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재밌게 놀다 와.”

잔디밭에서 앉아서 쉬다 보니 2교시에 봤던 조교처럼 나체로 다니는 사람이 종종 보였다. 서하는 승언을 의식하였고 괜스레 자신이 부끄러워져 먼 곳을 응시했다.

“저 사람들은 학교에서 일하는 조교야.”

“2교시에 들어왔던 조교도 저런 모습이었어요.”

“정조대를 하고 있으면 조교고 정조대가 없이 돌아다니는 건 일반 학생들이야. 대부분 각인 알파에 의해서 옷을 허락받지 못한 거지.”

“각인이면 베타들 결혼식 같은 거 아니에요? 좋아하는 사람인데 왜 옷을 허락 안 해요?”

승언은 서하에게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 줘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한다면 서하가 같은 알파인 자신을 경멸하거나 겁을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메가가 과거의 알파를 핍박해서 그래. 알파가 오메가를 사랑하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소유하고자 하려는 마음이 강하지. 각인하면 자신의 오메가에게 정조대를 줄 수 있는데 주지 않은 것을 보니 알파는 오메가가 대학에 다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봐.”

알파와 오메가의 세계가 심오함을 느꼈다. 저렇게 귀찮게 살 바에야 베타로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알파로 발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몇 시간 사이에 사그라들었다.

“형, 역시 전 베타가 좋은 것 같아요.”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데……?”

“우리 집안은 베타만 있어요. 그러니까 베타일 확률이 거의 99%.”

승언은 서하의 단호한 말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신에 차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해 봤자 자신의 입만 아플 뿐이다.

“그래, 베타 후배님. 저는 이만 수업에 가 보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어요? 오늘 시간 빠르네, 다음에 또 봬요. 그때는 제가 밥 살게요.”

“예예. 후배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안녕.”

바지에 묻은 잔디를 턴 승언은 경영관 건물로 향했고 잔디밭에 남아 커피를 마저 마시고 일어난 서하는 수업이 없기에 집으로 향했다.

***

MT를 기대하면서 밤을 새면서 공부를 했더니 몸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중간고사가 끝날 때까지도 장염이 낫지 않았다. 서하는 결국 불참을 하게 됐다.

과톡은 MT 이야기로 들썩거렸다. 주말 내내 울리는 카톡에 알람을 꺼 놨고 월요일인 오늘 학교에 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강의실은 사람이 얼마 없었다. 준우와 지호가 빨리 오길 바라며 서하는 가방을 끌어안고 기다렸다.

“우리 서하. 왜 입이 댓 발 나와 있어?”

“우리 서하. MT 못 가서 그런다 됐냐?”

준우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고개를 들며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잘 놀고 왔는지 5월임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탄 흔적이 있었다. 준우와 지호는 서하의 옆에 나란히 착석했다.

“행복했어? 친구 없이 잘 놀고 왔어?”

“어, 완전 대박. 팀별 게임이 레전드였음.”

“장기 자랑도 했냐……?”

지호의 말을 들은 서하는 괜스레 궁금해졌다. 불만이 있던 콘셉트에서 금방 마음이 바뀌어 MT 이야기를 듣고자 의자를 끌어 지호에게 가까이 갔다.

“이게 선배들이랑 다 같이 가는 엠티여서 그런지 18학번에 강사훈 선배랑 17학번 다른 오메가 선배도 왔단 말이야. 그래서 17이랑 19랑 팀 먹고 18이랑 20끼리 팀 먹어서 고기 굽기 내기했거든. 게임으로 승부 보자고 했더니 사람이 많으니까 대표전으로 오메가들끼리 하자고 하고 종목은 애널 비즈 많이 넣기였어.”

“와……. 애널 비즈…….”

이제는 대학교라는 공간의 취지에 궁금증이 생겼다. 게임으로 애널 비즈 넣기 대회라니.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오메가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지 않고 더 강해졌다. 지호의 말을 듣던 준우는 게임 장면이 생각났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둘이 동시에 하나씩 넣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둘 다 힘들어하는 거야. 그래서 막 애들이 야유하고 그랬는데. 강사훈 선배가 먼저 포기한 거야. 안 들어간다고.”

“그래서? 너희가 졌어?”

“진 줄 알았는데 18 다른 선배들이 지기만 해 보라고 애널 비즈 강제로 다 넣어 버린다고 하니까 겁먹어서 부들거리면서 집어넣더라. 안 들어간다고 하더니 몇 개 더 들어가더라. 거짓말했던 거야. 그래서 역전승했어.”

즐거워하는 준우를 보며 서하는 참고 갈 것을 후회했다.

“근데 17 오메가 선배 졌다고 벌로 애널 비즈 빼지도 못하고 온종일 하고 있었어. 앉아 있지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하더라.”

“참석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별 좋은 취급도 못 받는데 왜 굳이 가?”

“오메가는 필수 참석이래. 원래 오메가는 대학 못 다녔는데 이제 다닐 수 있으니까 학교 차원에서 좋은 이미지 보여 줘야 한다고 인증샷 찍게 하더라.”

이야기를 하던 중 교수가 들어왔고 중간고사가 끝난 지 일주일이 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진도를 나갔다.

강의가 끝나고 서하 일행은 밥을 먹으러 백반집으로 갔다. 각자 시킨 음식을 먹던 와중 지호가 말했다.

“나 다음 주에 발현이야.”

“벌써?”

“엥?”

지호의 말에 서하와 준우는 놀랐다. 친한 친구가 발현한다고 하니 신기했으나 한편으로 유준처럼 오메가로 발현되면 또다시 친구를 잃을까 두려웠다.

“열은 안 나? 알파나 오메가면 발현 전에 열난다는데.”

“딱히 아무 증상 없어. 그냥 베타 아닐까? 학교에 발현 결석계 냈으니까 다음 주 화요일까지 이제 등교 안 해.”

묵묵히 밥을 먹던 세 사람의 침묵을 깬 것은 지호였다.

“아, 맞다. 나 기숙사 살잖아.”

“그치. 그래서 술 마시고 잘 안 들어가지.”

지호가 서두를 꺼내니 서하가 냅다 달려들어 지호를 놀렸다.

“음……. 그건 맞아. 근데 내가 할 말은 우리 기숙사 3인 1방인데. 형질 상관없이 방 배정하더라.”

“아……?”

“뭐……?”

서하와 준우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지호를 빤히 보았다. 만약 알파와 오메가가 한 방이면 육식 동물 우리 안에 초식 동물을 넣어 둔 것과 같았다.

“네 방에…… 오메가나 알파 없지……?”

준우는 차마 빨리 말을 하지 못하며 지호에게 물었고, 헛웃음을 지은 지호는 순두부찌개를 빤히 쳐다보았다.

“있어……. 알파랑 오메가…… 둘 다…….”

“미친…….”

오메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알파나 오메가 둘 있다는 지호의 말에 경악했다. 알파와 오메가랑 같은 방을 쓴다니 애달팠다.

“힘내라.”

“고마워.”

감정 없이 서하의 위로를 받아들인 지호는 밤마다 알파가 오메가를 희롱하는 장면을 회상하고 고개를 저었다. 뒤에서 껴안고 있는 건 애교 수준이었다. 절대 오메가로 발현을 해선 안 됐다.

“얘들아, 우리…… 친구 맞지……?”

“당연한 걸 왜 물어.”

“당연하지.”

지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서하와 준우에게 확인을 받았다. 이래야 안심이 되었다.

“만약…… 내가 오메가로 발현해도…… 나랑 친구 해 줄 거야?”

“야, 뭐 하러 그런 생각을 해.”

“…….”

서하는 지호가 오메가로 발현할 가정을 두는 것을 막았다. 반면에 준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호는 준우의 반응을 보며 자신도 유준의 꼴이 날까 봐 두려웠다.

“아니야, 괜한 소리 했다. 다음 주에 보자.”

“그래.”

“어.”

셋은 밥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호는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준우는 수업이 있다며 학교로 다시 갔다. 일정이 없던 서하는 캠퍼스를 걸으면서 뭐 하지 고민하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

주말이 되었고 서하는 단톡방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일 오후 지호가 보건소에 간다고 하였다. 형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일반 병원은 불가능하고 각 지역의 보건소에만 가능했고, 대상자들은 발현 전 날 보건소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침대에 엎드린 서하는 지호에게 발열 증상에 대해 재차 물었고 없다는 말을 되받았다. 셋의 카톡은 그대로 끝났다.

승언과 공부를 하기 위해 만났으나 맥주와 치킨을 먹다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온 서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숙취로 고생하며 학교에 간 서하는 강의실에 준우만 있는 것을 보고 마음 한편이 불편한 채로 준우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준우의 옆에서 핸드폰을 하다가 셋의 마지막 카톡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호 괜찮겠지?”

“당연한 걸 뭘 물어.”

준우는 서하에게 짧게 대답을 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핸드폰을 하였으나 속으로는 지호가 오메가로 발현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수업이 끝나고 밥을 먹고 헤어졌다.

“준우, 나 오늘 교육 봉사 가야 해.”

“그러냐, 힘내라.”

지역 아동 센터로 가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시계를 보니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호는 낮에 태어났다고 했으니 이미 발현 결과가 나왔을 테지만 차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와 새벽녘까지 지호에게 답이 오길 기다렸으나 결국 오지 않았다.

***

아침이 밝아 학교에 간 서하는 강의실에 앉아 있는 지호에게 뛰어갔다.

“지호야!”

“야, 인마!”

자신 이외에 지호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옆을 쳐다보니 준우가 있었다. 준우 역시 지호가 궁금했던 모양이었고 서하와 준우는 지호를 포위하듯이 에워쌌다.

“친구들아, 비켜 주지 않을래?”

“결과는?”

준우는 지호의 말을 무시하고 결과부터 물었다.

“그게…… 사실은…….”

“사실은 뭐?”

이번에는 서하가 지호를 기다리지 않고 재차 물었다.

“알파래.”

“뭐?”

“거짓말이지.”

지호의 간결한 대답에 서하와 준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파는 흔하지 않은데 지호가 알파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짜라고.”

“너도 막 페로몬 뿜어?”

“어, 보건소에서 배워서 조절할 수도 있어.”

서하와 준우는 알파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신기해하였다.

“근데 너 전조 증상 같은 거 없었다며. 그거 진짜 속설이야?”

“아 그게…… 사실 발현 3일 전부터 발열 증상은 있었어. 괜히 너희가 나 버릴까 봐 말 안 했어.”

“야……. 우리를 뭐로 보는 거야.”

우리의 우정을 무시하지 말라며 서하가 과장하며 행동하자 지호가 건성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지호의 머릿속에는 강사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각인을 전제로 만나는 알파가 없다고 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지호는 냅다 복도를 뛰어다녔고 서하와 준우는 영문도 모른 채 지호를 쫓아갔다.

로비까지 가서야 저 멀리서 사훈을 발견한 지호는 사훈에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서하는 저놈이 뛴 이유가 사훈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괘씸함에 혀를 찼지만 지호는 서하의 생각을 알지도 못한 채 사훈에게 말을 걸었다.

“사훈 선배.”

“비켜.”

이름을 부르는 지호를 냉철하게 대한 사훈이 자리를 피하려고 하니, 지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빠르겠다 싶어 페로몬을 조금 풀어냈다. 페퍼민트 향을 지호에게서 맡은 사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뒷걸음질 쳤다. 지호는 사훈이 뒷걸음질 친 만큼 앞으로 나아갔다.

“선배, 저 알파가 되었어요.”

“그래서 어쨌다고. 너랑 할 말 없으니까 비켜.”

“지금 가면 후회할걸요?”

사훈은 지호의 말을 듣고 분해서 참을 수 없었다. 싹수없는 20학번이라고 생각했는데 알파가 되었다며 눈앞에 나타난 것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지호에게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했다.

“선배, 저랑 같이 밥 먹지 않을래요?”

“싫어. 너랑 먹을 바에는 차라리 굶어 죽는 게 나아.”

서하는 안 좋은 취급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치근대는 지호를 보면서 답이 없다고 느꼈다. 지호는 사훈이 거절하지 못하게 하려고 페로몬을 좀 더 풀었다.

보건소에서 페로몬은 오메가를 흥분하게도 하지만 오메가에게 두려운 감정을 일으켜서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페퍼민트 향을 강하게 맡고 겁을 먹은 사훈은 마지못해 지호의 요청을 수락하였다.

“갈게. 그러니까 페로몬 거둬. 여기 오메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야.”

“네. 선배. 뭐 좋아하세요? 그리고 호칭 선배 말고 형이라고 해도 되나요?”

“짜증 나니까 마음대로 해. 너랑 오래 있을 생각 없으니까 아무거나 먹어.”

지호가 사훈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갔고 서하와 준우만이 로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가만히 서 있다 어이가 없어 서하는 지호가 나간 문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거 개새끼네.”

“어, 애가 알파가 되더니 더 싸가지가 없어졌어.”

편의점을 들르고 로비에 배치된 소파에 앉았다. 둘이 나간 모습을 떠올리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왔고 음료수로 속을 달랬다.

“서하 네가 7월에 발현하는 건가?”

“어, 7월 13일 아침 8시쯤. 넌?”

“난 11월 4일. 너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그러니까. 그래도 방학 때 발현이어서 다행이야. 따로 결석계 낼 필요도 없고.”

떠난 지호를 생각하며 알파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호도 알파인데 자신이라고 알파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서하는 자신의 앞으로 온 우편물을 찾았다. 국가에서 온 우편물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우편물을 열어 보니 발현 검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2001년 7월 13일, 오전 8시 20분 출생. 7월 12일 오후 10시까지 보건소에 와서 검사 요망.」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핵심은 7월 12일에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서하는 공문을 책장에 꽂아 두고 승언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 나 공문 날아왔어요. 검사받으러 오래요.」

「와, 벌써 그렇게 됐어?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어.」

「그리고 저랑 같이 다니는 친구 알파로 발현했어요. 알파 되자마자 저랑 친구 버리고 우리 과 18 오메가 선배한테 치근덕거리는데 괘씸했어요.」

승언과의 카톡은 언제나 즐거웠다. 다정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 주는 승언이었기에 승언과 함께하는 오메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형은 진짜 오메가 안 만나요?」

「음……. 글쎄, 아직 생각이 없어. 아직은 공부하는 게 더 재밌기도 하고.」

「와……. 대학원 가시는 거 어때요? 교수님이 좋아하겠네.」

승언과 새벽녘까지 카톡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잠이 들었다.

***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새내기 첫 학기를 종강했다. 성적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으나 7월 6일 성적 열람일 날 알람을 맞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저절로 떠졌다.

떨리는 손으로 로그인을 하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주지 않고 성적이 화면에 떴다. 4.2학점, 꽤 높은 학점에 만족한 서하는 침대에서 발을 구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카톡을 켜고 준우와 지호에게 자랑을 했으나 둘 다 학점이 잘 나왔는지 코웃음을 치며 거들먹거렸다. 호전적인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성적으로 2학기 첫날 점심 내기를 하고 공개한 결과 참패였다.

근황 이야기가 돌아왔고 지호는 알파가 되더니 알파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견문이 넓어졌다는 지호를 보며 서하는 부러운 감정을 버리지 못했다.

서하는 다음으로 승언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동기들은 몰라도 승언만은 자신을 칭찬해 줄 것 같았다.

「형, 저 학점 4.2 나왔어요.」

「올~. 중간고사 망쳤다고 걱정하더니 다행이다. 잘 나왔네.」

역시 승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하, 이제 곧 발현이네.」

「아, 맞아요. 공문 책장에 넣어 뒀는데 꺼내서 다시 읽어 봐야겠다.」

승언과 카톡을 멈추고 책장에서 공문을 찾아 책상에 올려 뒀다. 발현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오메가로 발현할 가능성이 없지만 불안한 마음에 거실로 나가 TV를 보고 있는 미경에게로 갔다.

“엄마.”

“응. 우리 아들, 왜?”

“나 일주일 뒤면 발현이잖아. 우리 집안 베타만 있는 거 맞지?”

“그렇다니까. 걱정할 거 없어.”

서하를 안심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말을 했으나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서하를 보며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엄마……. 만약…… 나 오메가면…… 어떻게 할 거야……?”

“얘는, 무슨 그런 말을 해.”

“무서워서 그래. 대답해 줘.”

“네가 오메가로 발현되더라도 서하 너는 아빠와 엄마의 소중한 아들이야.”

설사 오메가가 되더라도 부모님은 자신을 포기할 일이 없었다. 더 이상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루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하루는 준우와 지호와 만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발현까지 앞으로 4일 남았다.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한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이럴 때는 승언에게 의지하였다.

「이제 4일 남았는데 계속 불안해요. 부모님이랑 친구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마, 서하야. 정 그렇게 불안하면 검사 끝나고 형이랑 만날래? 끝난 기념으로 맛있는 거 사 줄게.」

「형. 진짜 고마워요. 그러니까 검사보다는 노는 것만 생각난다.」

승언과의 카톡을 끝낸 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몸에 닿으니 몸의 긴장이 풀려서 한층 나아졌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자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편하기보다는 몸이 붕 뜬 것 같았고 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아니야, 그냥 씻어서 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거야.’

애써 자신을 달랬다. 이 시기에 발열 증상이 있으면 안 되었다. 오메가로 발현할 가능성이 1%라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서하는 에어컨을 켠 채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의 열도 내려가고 몸도 가뿐해질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하늘은 서하의 편이 아니었는지 미열 상태는 그대로였으며 도리어 몸이 무겁고 근육통도 약간 있었다. 서하는 좌절하며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자 시트가 잔뜩 구겨졌다. 보건소에 가기까지 이틀 동안 몸의 열이 사라져야 했다.

감기 기운이라 긍정 회로를 돌리며 인터넷에서 열을 내리는 방법을 검색했다. 빈속임에도 불구하고 감기약을 먹고 해열제도 먹었으나 몸의 열은 끝내 내리지 않았다. 서하는 저릿한 감각이 느끼는 몸을 원망했다.

부모님에게는 들키지 않고자 너무 긴장되어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잠만 자다가 서하는 발현 전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파티를 하겠다며 지갑과 공문을 챙겨 신발을 신었다.

부모님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에 밤새 게임을 해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검사가 끝날 시간 즈음에 데리러 오겠다는 부모님의 말에 괜찮다고 당일 바로 약속이 있다고 했다. 모자를 쓰고 있는데 미경이 배웅을 나왔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서하는 미경을 껴안았다.

“엄마. 나…… 다녀올게.”

“그래, 아들. 몸조심하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검사 끝나고 연락하렴.”

“어. 알았어.”

현관문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 한참을 닫힌 문 앞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센서 등이 꺼질 때까지 현관문을 보며 서 있었다. 센서 등이 꺼지고 억지로 걸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1층으로 내려왔으나 갈 곳이 없었다.

PC방에서 들어가 알파와 오메가에 대한 속설을 찾아보았다. 발현 전 발열 증세와 약간의 근육통은 이미 찾아본 내용이었다. 한참을 검색만 하다가 유의미한 정보를 찾지 못한 서하는 망연자실했다.

시간을 보내고자 근처 모텔로 가서 방을 잡았다. 찜질방같이 모르는 사람이 잔뜩 있는 곳보다는 혼자서 쉴 곳이 필요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양쪽 방에서 사람들의 교성 소리가 들렸고 듣지 않고자 베개로 귀를 막았다. 알파로 발현이 된다면 자신이 박겠지만 오메가라면 자신은 아래에서 울어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쉬려고 했으나 편히 눕지도 못하고 의자에 앉은 채로 밤 9시가 되었다. 지금쯤 출발해야지 보건소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보건소에 가 달라고 하였다. 기사는 서하의 얼굴로 나이를 가늠하여 ‘발현하나 보네.’라고 하며 말을 걸었다. 서하가 대꾸를 하지 않았음에도 오메가에 대한 험담과 요즈음 오메가가 살기 너무 쉬워졌다면서 끊임없이 일장 연설을 하였다.

보건소에 도착하고 서하는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보건소의 입구만을 쳐다보고 있는데 카톡이 오는지 핸드폰에 불빛이 밝아졌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 서하는 준우와 지호, 승언 형, 그리고 엄마와 아빠에게 온 응원 메시지를 차례대로 읽었다.

용기를 얻은 서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쉽게 떨어지지 않은 걸음으로 보건소에 들어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저 발현 검사받으려고요.”

직원은 공문과 서하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발현 검사 대기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대기실로 들어가니 다른 직원이 발현은 딱 만 19세가 되면 시작하기에 그 시간까지만 버티면 된다며 의자를 가리켰다.

“그럼 왜 10시간 전에 부르는 거예요? 3~4시간 전만 해도 충분할 텐데……?”

“검사에 응하지 않은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모시러 가야 하는데 3~4시간 전이면 시간이 촉박해서요. 베타면 다행인데 막 발현한 오메가나 알파 분은 페로몬을 조절하지 못해서 그 근방 알파 분과 오메가에게 피해가 막대해요.”

10시간 전에 집합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자 보건소 직원이 책장에 꽂혀 있는 잡지를 읽거나 불편하겠지만 자도 된다고 권유했다.

핸드폰을 하며 버티던 서하는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고 몸을 흔드는 느낌에 부스스하게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7시였다.

“발현 검사 하기 전에 체온부터 측정할게요.”

체온 검사라는 말에 흠칫한 서하는 아직 열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직원이 귀에 온도계를 넣어 체온을 측정했고 37.4도임을 알려 줬다.

“약간 미열이 있으시네요. 조금만 더 대기하다가 검사실로 들어갈게요.”

“저…… 선생님. 열이 있는 거랑 발현이랑 연관이 있나요? 인터넷에서 봐서요…….”

“아니에요. 열이랑 발현 여부는 상관이 없답니다. 발현 전에 스트레스로 일시적으로 열이나 근육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걱정하지 마시고 앉아 계세요.”

직원이 떠나고 안도했다. 인터넷보다는 보건소 직원의 말을 믿는 것이 더 신뢰성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벽에 걸린 시계만을 응시했다. TV가 틀어져 있었지만 시계에만 집중하니 TV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전 8시 10분, 발현까지 10분 남았다. 직원은 서하를 불러 3번 진료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보였다.

“윤서하 님, 여기 의자에 앉아 볼게요.”

“네.”

“지금 서하 님이 할 것은 채혈인데 채혈을 하는 이유는 다른 병이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의자에 앉아 오른쪽 소매를 걷으니 의사가 팔 부분을 넓게 소독하며 서하에게 주먹을 쥐라고 하였다. 주먹을 쥐니 정맥이 더욱 도드라졌다. 의사는 엄지로 서하의 피부를 살짝 누르며 주사기를 넣었다.

“읏…….”

짧은 시간 내 채혈이 끝났고 의사는 채혈관에 혈액을 담고 서하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었다.

현재 시간 8시 15분. 5분 남았다. 채혈관에 담긴 피를 바라보던 서하는 1분이 남지 않은 시간에 가슴이 두근거려 침을 삼켰다.

10초……9초……8초……3초……2초……1초.

오전 8시 20분이 되고, 오전 8시 21분이 되었음에도 서하는 자신이 알파인지, 오메가인지, 베타인지 알지 못했다.

“저……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요?”

의사는 서하를 보면서 그저 웃기만 하였다. 보건소에서 발현 검사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모두 알파였다. 만 19세가 되면 발현을 한다고 하지만 대상자는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특히 알파와 오메가는 처음에는 자신의 페로몬을 인지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알파 의사들을 배치하였다.

의사가 페로몬을 뿜으면 알파로 발현된 사람은 의사의 페로몬에 거부감을, 오메가는 몸이 흥분하여 주체하지 못했다.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으며 의사는 페로몬을 뿜어냈다.

서하는 갑자기 느껴지는 레몬 향기에 방향제인가 생각하다가 이내 몸이 뜨거워지는 것에 당황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엉덩이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의사는 서하의 반응을 보면서 오메가라는 결론을 내리고 좀 더 페로몬을 풀어냈다. 오메가니, 추가 검사를 진행해야 했기에 힘을 빼 놓을 필요가 있었다.

“아흣! 으읏.”

몸을 크게 떨며 신음을 내질렀다. 의사 앞이라 참아 보려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이내 속옷이 축축해진 걸 느낀 서하는 청바지도 젖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윤서하, 만 19세. 오메가로 발현하였습니다.”

의사는 차트를 기록하며 담담히 말했다. 서하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방금 자신이 들은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가…… 오메가요?”

“네, 지금 레몬 향기 맡아지시나요?”

“이거 방향제잖아요. 아니 애초에 선생님 알파인 건가요?”

“알파 맞고 방향제가 아닌 제 향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않도록 잘 들으세요. 윤서하 씨는 오메가입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엄마나 아빠나 친가, 외가 모두 베타라고요! 근데 제가 왜 오메가예요…….”

서하는 눈물을 흘렸다. 고개를 숙이니 청바지 위로 눈물이 떨어지면서 짙은 자국을 남겼다. 의사는 서하의 말을 들으며 가족 차트를 확인하였다. 서하의 말대로 부모 모두 베타였다. 베타에게서 오메가라니. 고등학생 때까지 주야장천 듣던 수업이 떠올랐다.

“윤서하 씨, 제가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가족들이 베타인 것을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네?”

“윤서하 씨도 학교에 다녔으니 아시겠죠. 신이 마지막으로 알파의 왕에게 한 말을. 베타에게서 태어난 오메가는 죄를 지은 오메가라고요. 학계에서 몇 번 베타 사이에서 태어난 오메가가 보고된 적이 있지만, 저한테 온 환자가 대상이 될 줄은 몰랐군요.”

서하는 기억을 되살렸다. 분명히 그런 내용이 있었다. 죄를 지은 오메가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뭔가…… 뭔가 잘못된 거예요. 제가 오메가라니……. 아니잖아요……. 아니잖아!”

서하는 점차 이성을 잃었다. 소리를 지른 서하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손잡이를 잡고 돌렸으나 문이 열리지 않은 채 헛돌아갔다. 서하는 문을 열라고 의사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핸드폰을 들었다.

“경찰에게 신고해 봤자 허위 신고로 윤서하 씨만 불리해지고 저희도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의사가 페로몬을 세게 풀어내자 방 안이 레몬 향기로 뒤덮였다. 서하는 점막 속으로 들어오는 레몬 향기에 힘이 빠지면서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쳤다. 서하가 있는 곳으로 가 핸드폰을 주운 의사는 책상 서랍에 넣고 잠갔다.

오메가에게만 진행되는 추가 검사가 끝날 때까지 이편이 좋았다. 진료실 안에서 들려온 고함에 밖에서 대기하던 직원이 문을 두들겼다.

“선생님,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

“네, 준비하셔서 들어오시면 됩니다.”

의사는 방수 커버가 깔려 있는 진료 베드 위로 서하를 올렸다. 몸 안쪽까지 올라오는 열기에 몸을 말며 떨던 서하는 맡아지는 레몬 향기에 결국 사정했다.

연청색 바지가 짙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본 의사는 벗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침대에 방수 커버가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잠시 뒤 직원이 트레이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직원은 침대에 몸을 만 채 누워 있는 서하를 앉히고 하의를 벗겨 내고자 했다. 의사도 직원을 도와서 맨투맨을 벗겨 냈다. 상의는 빨리 벗겼지만 하의는 젖어 있어 잘 벗겨지지 않았다.

“하……지 마세요. 제발……요.”

서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으나 의사와 직원은 서하의 말이 들리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선생님, 선생님이 페로몬 많이 풀어서 이런 거예요?”

“아……마도? 근데 잘 느끼더라고요.”

직원의 노력으로 바지를 벗기는 데 성공했다. 서하의 예상대로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진하게 물들어 있었고 바지를 쳐다보며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당장이라도 이 방을 나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윤서하 씨, 지금 제 페로몬을 많이 맡아서 몸이 잘 안 움직여질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반항하지 말고 빨리 검사하고 집으로 가세요.”

의사는 서하에게 설명을 하며 서하의 몸을 보았다. 174센티에 전체적으로 성깔 있어 보이기는 하나 사정을 할 때는 눈이 유순하게 내려갔다. 신음을 참고자 깨문 입술은 약간의 피와 함께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어떤 알파일지는 몰라도 꽤나 행운이었다.

서하는 의사에 말대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알몸을 누군가가 보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의사는 오메가 체크 리스트를 기록하면서 하체로 시선을 옮겼다. 여성기의 유무 역시 체크 리스트에 포함이었다.

“윤서하 씨, 다리 좀 더 벌려 볼래요?”

“네?”

의사의 말을 들었으나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의심하였다. 항문도 검사해야 했기에 다른 진료실로 옮기자고 말한 의사는 직원에게 차트를 건네고 서하를 들어 올렸다. 방 밖으로 나가니 밖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서하에게로 향했다.

“오메가인가 봐.”

“방금 발현했나 보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서하는 내리고자 움직이니 의사가 움직이지 말라며 서하의 엉덩이를 때렸다. 싸한 아픔에 서하는 발버둥을 멈췄고, 이내 의자에 앉혀졌다.

팔걸이처럼 생긴 곳에 서하의 다리를 하나씩 올려놓은 의사는 다리를 결박했다. 움직여서 떨어지면 다치기도 하고 다시 올리기도 귀찮았다. 다리 걸이를 좌우로 벌리고 결박을 하니 서하의 다리가 벌어짐과 동시에 성기 부분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여성기 없음. 체크 부탁드려요.”

“네, 선생님.”

같이 들어온 직원이 의사의 말을 듣고 체크 리스트에 기록하였다.

“다음으로는 뒷구멍인데…… 서하 씨, 관장해 봤어요?”

“네? 아니요…….”

“음……. 이제부터는 매일 해야 하니까 잘 보고 배워요.”

관장을 매일 해야 한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서하는 관장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주위 사람들의 경험담을 몇 번 들었던 적이 있기에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는 직원이 끌고 온 트레이에서 글리세린을 꺼내 바늘이 없는 주사기에 담았다. 30밀리에 적은 양이었지만 서하는 공포심을 느꼈다.

“안 하면 안 돼요? 제발요…….”

“앞으로는 매일 아침 해야 하는 일이에요. 지금 안 배워 두면 나중에 힘들걸요?”

의사는 의문형으로 말하며 서하에게 다가가 관장약을 투입하였다. 차가운 관장액이 들어가자마자 배가 부글거렸다. 하중이 아래로 쏠려 있기 때문에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앞으로 15분 동안 버티셔야 해요.”

서하는 의사의 요구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15분은커녕 지금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서하의 몸은 이제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푹 눌렸으며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아파……요.”

의사는 서하의 얼굴을 보면서 시계를 확인했다. 관장을 시작한 지 7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보통 다른 오메가는 5분도 채 참지 못하고 울거나 배설하는 경우가 많은데 참을성이 많은 오메가였다.

“서하 씨, 앞으로 3분만 더 버티면 편안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망연자실했다. 이제는 숨을 쉬는 것조차도 고통이었다. 차라리 내보낼까 생각을 하다가 의사와 직원을 보면서 필사적으로 참아 냈다.

억겁과 같은 시간이 지나고 의사는 서하의 다리를 고정한 장치를 풀고 서하의 손을 잡아 내려 주었다.

알몸인 상태를 잊은 채 화장실을 가고자 서하가 손잡이를 잡자 직원이 만류했다. 직원은 서하를 방 오른쪽 구석으로 데려갔고 그곳에는 간이 화장실이 있었다. 말이 간이 화장실이지,볼일을 보는 모습이 다 보일뿐더러 물을 내릴 수 있는 장치조차 없었다.

“화장실, 화장실 가게 해 주세요.”

“화장실 갈 때까지 버틸 수 있겠어요?”

지켜보고 있던 의사는 서하의 손을 잡고 이끌어 변기 위에 앉혔다. 그다음 서하의 배에 손을 올렸다. 서하의 배는 차가웠다.

“많이 힘드나 보네요. 이제 힘 빼고 편해지세요.”

의사는 서하의 배 위에 올린 손을 약하게 누르면서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변의를 느끼고 있던 서하는 따뜻한 손과 눌리는 배에 참지 못하고 결국 힘을 풀고 배설하였다.

“으으……. 아……흐흑.”

배설을 하니 고통에서 해방되었지만, 배설을 하는 소리와 냄새를 의사와 직원 모두가 듣고 보고 있어 수치스러웠다.

“보지…… 마세요. 제발…… 제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변기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더 나올 것이 없으나 창피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직원은 서하를 일으키고 진료실 안에 있는 다른 문을 열었다. 진료실 안에는 화장실이 있었지만, 일부러 서하를 보내 주지 않은 것이었다.

“거기서 씻고 나오시면 됩니다.”

직원은 서하에게 샤워기의 조작 방법을 알려 주고 문을 닫고 나갔다. 서하는 샤워기의 물을 틀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왜! 내가 왜 오메가야! 내가 어째서…….”

한참을 물을 맞고 있으니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빨리 나오라는 압박이었다. 서하는 울음을 멈추고 샤워를 하였다. 아직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항문을 벅벅 문지르면서 씻었다. 관장으로 부어 있던 항문이 더더욱 붉어졌고 손톱으로 인해 생채기가 생겼는지 화끈거렸다.

화장실 밖으로 나온 서하를 본 의사는 의자에 앉지 말고 배를 대고 엎드리라고 지시하였다. 서하는 의자로 가면서 자신이 배설했던 간이 변기를 흘끔 쳐다보았다. 다행히 치웠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배를 대고 엎드린 서하에 뒤에 선 의사는 어정쩡한 자세로 허리를 들고 있는 서하의 허리를 눌렀다. 해당 자세는 허리에도 안 좋고 자신에게도 불편했다. 의사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윤활제를 손에 가득 짰다.

“지금부터 뒷구멍 검사를 할 텐데 빨리 끝내고 싶으면 움직이지 마세요.”

서하의 대답을 듣지 않고 검사를 시작했다. 손가락을 넣으려고 했으나 꽉 막힌 구멍은 관장의 여파로 부어 있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숨을 쉰 의사는 페로몬을 풀어냈다.

다시금 레몬 향기를 맡은 서하는 흠칫 몸을 떨었으나 허리를 누르는 손길에 움직임이 제한되어 허리를 뒤틀며 버둥거렸다.

“흐아앙……. 힉……흐.”

페로몬만 풀어냈을 뿐인데 이제는 혼자서 신음까지 내는 서하를 보며 의사는 낮게 웃었다. 베타에서 나온 오메가는 다르긴 다른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검사를 다시 시행하였다.

서하는 자신의 입에서 나오지만 제어할 수 없는 신음에 당황했다. 한편으로는 항문이 가려워 누군가 긁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하의 의지에 답하듯 항문이 벌름거렸고 의사는 그 모습을 빠짐없이 보고 있었다.

“주인 따라서 음란한 뒷구멍이네요.”

의사는 스스로 벌름거리는 항문의 도움을 받아 손가락 하나를 넣었다. 약간 빡빡하기는 했으나 흥분한 오메가의 애액으로 점차 움직임이 수월해졌다. 해당 검사는 오메가의 흥분 정도와 항문 근처 종기가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었기에 간단히만 진행됐다. 손가락을 빼내고자 움직이니 오메가가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하으. 좀…… 더, 아…… 더! 더.”

이 오메가는 페로몬을 너무 맡아 버린 탓인지 너무 느끼고 있었다. 허리를 흔들고 있는 것은 예사고 자신이 페로몬을 내뿜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많은 양의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다.

“윤서하 씨, 지금 페로몬을 내뿜고 있는 건 알고 있습니까?”

“모…… 몰라. 더…… 더. 응……해 줘.”

의사는 서하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방 안은 레몬 향을 누른 파우더 향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의사는 서하의 항문에서 손가락을 빼낸 다음 라텍스 장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트레이에서 오메가용 억제제 약을 꺼냈다. 발현하자마자 먹이는 건 몸에 좋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서하 씨, 입 좀 벌려 볼래요?”

“싫어……. 간지러……워. 더…… 더.”

이성은 잃은 서하는 본능적으로 쾌락을 좇았다. 서하의 뒤로 간 의사는 손을 앞으로 뻗어 서하의 쇄골 부분을 잡고 일으켰다. 얼떨결에 손길대로 따라온 서하는 몸을 뒤로 돌리려고 했지만 의사에 의해 제지되었다. 턱도 움직이는 것이 힘든지 입을 벌린 채로 가만히 있었고 타액이 의자 위로 툭툭 떨어졌다.

서하의 혀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약을 목 깊숙이 넣은 의사는 손을 빼내고 약을 뱉지 못하도록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위로 들게 했다.

“서하 씨, 착하죠? 침 삼켜 볼까요?”

꿀꺽.

서하의 목울대가 움직였고 지친 기색의 의사는 서하를 놓아두고 진료실 책상에 걸터앉았다. 배를 의자에 붙인 채 숨만 겨우 새근새근 쉬며 허공을 응시하던 서하는 호흡이 안정되고 자신이 한 짓을 떠올리며 좌절했다.

“서하 씨, 괜찮으니까 여기 보세요.”

“죄…… 죄송해요.”

치트에 알파의 페로몬에 예민하다고 기록하며 고개를 저었다. 발현 검사에서 서하와 같이 적극적으로 반응한 오메가는 처음이었다.

“검사는 다 끝났고 이제 접수처에서 기다리다가 수납하시고 가시면 됩니다.”

서하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직원에게 입고 온 옷을 받아 들고 상의부터 입었다. 상의는 입었으나 하의가 문제였다. 젖어 버린 속옷도 바지도 어느 하나 입을 수 없었다.

“저…… 혹시 가까운 곳에 옷가게가 있을까요?”

“네?”

옷을 건네주러 온 직원은 서하의 질문에 반문하였다. 그러다 서하의 하체를 보곤 가볍게 웃었다.

“아, 못 입을 것 같기는 하네요. 발현 검사를 제외하고서도 일반 환자들도 옷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가 편의점에서 속옷이랑 트레이닝복을 사 드리고 있기는 해요. 그렇게 해 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손으로 자신의 앞섶을 가렸다. 의사는 여전히 책상 위에 걸터앉은 채 서하를 보고 있었다. 나가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서하는 눈을 바닥으로 돌렸다.

잠시 뒤 직원은 속옷과 함께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서하에게 주고 방을 나갔다. 서하는 포장된 비닐을 뜯은 다음 속옷과 트레이닝복을 재빨리 입었다. 이미 자신의 나체를 본 사람이지만 부끄러운 건 여전했다.

서하가 옷을 다 입은 것을 확인한 의사는 책상에서 내려와 서하에게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접수처로 가 수납을 기다리고 있으니 나체로 진료실을 들어가는 것을 봤던 사람들이 뒤에서 웅성거렸다. 서하는 애써 무시하려고 TV에 시선을 고정하다가 윤서하라는 부름을 듣고 데스크로 걸어갔다.

“윤서하 씨, 오늘 검사비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것이기에 무료시고요. 옷을 따로 요청하셔서 3만 원만 납부하시면 됩니다.”

“네, 이걸로 결제해 주세요.”

체크 카드를 내밀고 결제를 하니 다른 직원이 와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핸드폰을 손에 쥔 서하는 바삐 보건소를 나가려고 하다가 붙잡는 직원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잠시만요! 아직 가시면 안 돼요.”

“네?”

아까는 집에 가라더니 붙잡는 말에 시무룩해졌다.

“윤서하 씨 오늘 오메가로 발현하셨고 조만간 오메가증 수령하시러 오셔야 해요. 수령 가능 기간은 저희가 문자로 보내 드릴 거고 오실 때 신분증도 같이 들고 오셔야 합니다. 또, 지금 서하 씨 핸드폰에 앱을 하나 깔아야 해요.”

“앱이요?”

“네. 오메가가 희귀하다 보니 국가에서 관리하거든요. 여기 설명서 보시고 따라 하신 다음 저희에게 보여 주세요.”

데스크에 있는 방법대로 앱을 설치하고 설명을 따라 실행하니 빼곡한 글씨의 동의서와 함께 동의 여부를 묻는 란이 떴다. 자세히 읽지 않고 간단하게 모두 동의를 누르고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신분증과 체크 카드도 같이 인증서에 넣었다.

“저…… 설명대로 다 했어요.”

“네! 확인했습니다. 이 앱은 오메가의 위치를 국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앱을 삭제할 경우 처벌을 받으니 실수로라도 삭제하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여기 마이페이지로 가시면 위생 체크 리스트랑 접촉 기록이 있어요.”

직원의 말대로 마이페이지로 가니 위생 체크 리스트가 있었다.

“매일 위생 정도를 체크해야 합니다. 오전 8시 전까지 관장을 하시고 시간 기록하시고요. 접촉 기록은 본딩이 아닌 알파와 성관계를 하고 뒷구멍에 정액이 담겼을 때 시간을 기록하셔야 해요. 기록하신 다음에 빠른 시간 내 가까운 보건소에 오셔서 정액을 빼셔야 해요.”

“그냥 집에서 빼면 안 되는 건가요……?”

“알파의 정자는 오메가의 신체 내에 사정하지 않은 이상 바로 죽어 버리거든요. 알파, 오메가의 수가 적고 아직 연구 결과도 많이 없어서 연구하기 위해서 오메가에게서 알파의 정액을 채취하여 보관한답니다. 그러니 꼭, 바로 보건소로 오셔야 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성관계 아니 강제로 당하는 상상을 하니 끔찍했다. 제 처지가 이제 지하철에서 봤던 대학생과 강사훈, 찬웅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허위로 위생 체크하시거나 집에서 정액을 빼 버린 경우 처벌을 받으니 꼭 사실대로 하셔야 합니다. 불시 검문에서 걸려서 응답과 다르면 처벌 대상이고요. 그러면 주의 사항에 대해 안내받았다고 여기에 서명해 주세요.”

직원의 안내대로 서명을 했다. 비윤리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저…… 아까 의사 선생님께서 제가 페로몬을 내뿜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조절할 수 있나요?”

“페로몬이요? 그건 제가 베타여서 잘 모르겠네요. 페로몬 조절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습득이 가능하다고 하니 며칠 생활해 보시고 그때도 모르겠으면 다시 방문해 보세요.”

직원은 서하에게 나가 봐도 좋다고 했고 다시 물어도 알려 주지 않을 거라 판단한 서하는 보건소를 나왔다. 핸드폰을 쳐다보니 상단바에 메시지 표시가 있었다.

「아들, 왜 이렇게 안 나와? 아빠랑 보건소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의 문자였다. 서하는 피가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건소 옆에 있는 주차장을 쳐다보니 아빠 차의 번호판이 보였다.

서하는 부모님이 계신 차로 걸어갔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당장이라도 부모님의 품으로 달려가 안정을 느끼고 싶었다. 천천히 걷던 걸음이 빨라졌고 끝내는 달리기 시작했다.

열 걸음도 채 남지 않은 거리에서 저 멀리 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서하는 자리에 멈춰서 저 차만 지나간다면 뛰어가 문을 열고 부모님에게 가고자 다짐하였다.

쓩-.

차가 바람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러나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에게 갈 생각밖에 안 하던 서하는 뒷걸음질 쳤다. 멈춘 잠깐의 사이에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쳐 갔다.

‘만약 오메가라고 경멸한다면?’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차로 간다면 부모님의 반응을 알 수 있고 자신을 안아 줄 수도 있겠지만 서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가정밖에 없었다.

자신은 버려질 것이다. 그것도 사랑으로만 대해 주던 부모님에게 버려지는 것이다. 자신은 경멸하는 눈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몸을 아예 돌려 뛰기 전력 질주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무작정 달렸다.

달리고 달리던 서하가 도착한 곳은 사람이 없는 공원이었다. 초등학생 때를 제외하고는 와 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서하는 미끄럼틀 안으로 들어갔다. 성인인 자신에게는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지금 자신이 있을 공간은 이곳이 전부였다.

고개를 다리 사이에 묻고 있다가 밝아지는 핸드폰에 눈을 찌푸리면서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서하야, 어디야? 오늘 형이랑 놀기로 했잖아. 혹시 피곤하니?」

승언의 카톡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형이다. 승언 형. 나의 승언형. 승언 형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믿었다.

「형……. 저 오메가래요.」

승언에게 카톡을 보내자마자 확인했는지 옆에 1이 사라졌다. 하지만 10분, 20분이 지나도 승언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다. 승언은 자신의 편이 아니라 생각하고 카톡창을 나갔다.

핸드폰을 쥔 채 미끄럼틀 출구에서 보이는 바깥을 보았다. 삼삼오오 모여 가는 사람, 핸드폰을 쳐다보면서 걷는 사람, 무거운 짐을 가로채 들고 가는 아들과 무겁다며 도로 가져가는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

모두 자신이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리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친구들과 모여 다닐 수도, 평화롭게 핸드폰을 하면서 걸을 수도, 의지할 수 있는 아들이 될 수도 없었다.

극단적인 생각에 치닫고 말았다. 차라리 죽는다면 다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느 오메가처럼 살 자신이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결심하니 부모님의 얼굴이 생각났다.

미끄럼틀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를 들어 보니 어린이의 발소리는 아니었다. 서하는 아직 페로몬을 조절 못 하는 상태를 자각했고 향을 맡은 알파일까 봐 두려워졌다.

중간으로 올라가면 보이지 않겠지 생각하며 숨을 죽인 채 미끄럼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미끄러지지 않고자 양손을 좌우로 뻗어 지탱하는 불편한 자세였지만 끊임없이 들리는 발소리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징-.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손은 모두 사용하고 있어서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꿀 수 없었다. 서하는 몸을 약간 틀어 미끄럼틀에 몸을 고정했고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무음 모드로 바꿨다.

달칵-.

무음 모드로 바꾸느라 약간의 소리가 발생했다. 서하는 이 정도면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 안심했다. 그러나 발소리는 근처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터벅터벅 미끄럼틀로 다가왔고 곧 구두가 보였다. 서하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 눈을 감았다.

“서하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미끄럼틀 아래로 미끄러졌다. 미끄럼틀 끝에 도착한 서하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형이었다. 승언 형.

몸을 일으켜 승언을 안으니 승언도 서하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서하는 울음을 터뜨렸다.

“쉬……. 울지 말고. 그러면 나중에 힘들어.”

“형……. 형……. 제가 오메가래요……. 내가…….”

승언이 어떻게 위치를 알았는지도 모르고 고장 난 기계처럼 오메가라는 말만 반복하는 서하였다. 승언은 감정을 주체 못 하고 페로몬을 뿜어내는 서하를 다독거렸다.

“서하야, 우리 차에 가서 대화할까?”

“차요……?”

승언은 서하를 이끌고 주차해 놓은 차로 데려갔다. 학교에 갈 때는 차를 타고 다니지는 않지만 서하의 카톡을 보고 급하게 왔어야 했기에 차를 끌고 나왔다.

망설임 없이 차에 올라타는 서하가 경계심이 없어 보여 승언을 혀를 찼다. 혼란스러워하는 서하가 말할 때까지 승언은 기다려 주었다.

“형……. 저 학교 자퇴할까 봐요.”

서하는 고민 끝에 내린 생각을 승언에게 말했다. 학교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오메가에게 하는 소독 과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또, 학교에서 육변기 일도 해야 하고 MT도 필수인데 생각만 해도 암울했다.

“서하야, 근데 교사 하고 싶었잖아. 괜찮겠어?”

“형, 어차피 오메가는 교사 못 해요. 보건 교사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초·중·고등학교에 배정받으면 몸은 편한데 다른 교사들이 경멸하듯이 보고 만약 다른 곳에 배정받으면 교본행이래요.”

승언은 오메가로 변한 지 몇 시간 채 안 지났는데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서하에게 놀랐다. 아마 주변에 있는 오메가를 봤거나 누군가 알려 준 것일 테다.

“근데 형, 제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는…… 연락…… 씹으셨잖아요.”

“너무 늦게 물어보는 거 아냐……?”

진정이 되어 비로소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서하는 뒤늦게 승언이 어떻게 제 위치를 알고 왔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집에 있다가 네 카톡 보고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 놀라기도 했고 위험할까 봐 바로 왔지.”

“근데…… 제가 어디 있는 줄 알고.”

“검사는 자택이랑 가까운 위치로 배정되잖아. 서하 집이야 몇 번 놀러 가 봤으니 이 근처 보건소인 건 알았지. 그리고 공원에 있는 줄 알았던 건…… 서하야, 페로몬 조절해 보자.”

승언은 말을 하다가 뒤로 약간 물러났다. 보건소에 들어가 윤서하를 찾으니 이미 나갔다고 했다.

승언은 말을 하다가 몸을 뒤로 물렸다. 보건소에 들어가 서하를 찾으니 이미 나갔다고 했고 근처를 맴돌던 중 파우더 향이 강하게 맡아졌다. 이 페로몬이 서하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미치자 페로몬을 쫓아 공원으로 이동했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숨을 공간이 많이 있었고 페로몬이 공원 전체의 퍼져 있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어두운 공간이란 공간은 다 찾아보던 승언은 서하의 핸드폰으로 카톡을 보냈다. 그 순간 진동 소리와 함께 달칵거리는 소리가 났다.

미끄럼틀로 다가가 승언은 서하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뒤 서하가 미끄럼틀로 내려왔고 그대로 품 안에 안겼다. 서하의 몸에서 파우더 향과 동시에 희미하게 레몬 향이 났는데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페로몬 조절이요? 아…… 향? 어떻게 하는 거예요?”

“숨을 쉴 때 모든 걸 내보내지 말고 어깨에 약간 힘을 줘 봐.”

“으……. 좀 불편해요.”

서하가 승언의 말대로 행동을 하자 승언은 파우더 향이 옅게 맡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잘했다며 칭찬해 주었다. 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향이 더욱 강하게 퍼진다고 알려 주었다.

“근데 형……. 아까 검사받을 때…… 막, 그랬는데…… 의사 쌤이 약 같은 걸 먹였거든요? 그러니까 정신이 돌아오더라고요. 그거 혹시 구할 수 있을까요……?”

서하가 먹었다는 약이 무엇인지 추리했다. 아마 발현 검사 때 흥분을 한 모양인데 흥분 상태의 오메가를 진정시킬 수 있는 약은 억제제밖에 없었다. 히트사이클이 아니고서야 몸에 부담이 되어 먹지 않는 약인데 그것을 서하에게 먹인 거였다.

“서하야, 몸은 괜찮아? 어지럽거나 아픈 곳은?”

“네? 없어요. 왜요? 형 그거 이상한 거예요?”

승언은 아니라고 대답을 하면서 의문을 품었다. 억제제는 오메가의 발정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것이었다. 약을 복용하면 최소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효력을 발휘했다. 근데 서하는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의사가 먹인 약이 가짜일 수는 없다.

승언에게 서하는 아끼던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약이 통하지 않은 서하를 보니 흥미가 생겼다. 늘 지어 주던 미소를 거두었다. 말을 하지 않고 쳐다만 보는 승언이 난데없이 두려워져 창문 가까이 붙었다. 언제나 상냥하던 형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졌고 이 공간을 피하고 싶어졌다.

창으로 붙는 서하를 보며 승언은 금세 서하가 알던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자 서하는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이 경계심을 풀고 승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승언은 서하가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오메가에게 관심이 없지만 서하에겐 흥미가 생겼다. 그러려면 일단 서하가 학교에 다녀야 했다.

“서하야, 학교 안 그만둬도 될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전 정말 괜찮아요.”

“나한테 방법이 있거든.”

무슨 방법일지 궁금했다. 사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교사가 될 수 없더라도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다.

“본딩을 맺은 오메가는 아무도 건들지 못해. 오메가를 건드리면 곧 알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거든.”

“아…….”

서하는 승언의 말을 듣고 실망했다. 어쨌든 오메가는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없었다. 오메가는 알파의 사유 재산 정도일 뿐이었다.

“물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오메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도 있어. 오메가도 사람인데 물건 취급하는 태도가 난 별로라고 생각했거든.”

역시 승언은 다른 알파와는 달랐다. 알파임에도 불구하고 오메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서하의 표정을 확인한 승언은 경계가 풀어진 걸 눈치채고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조금만 더 하면 넘어올 듯했다.

“내가 아직 학생 신분이라 본딩을 맺는다고 반대하겠지만 약혼 정도면 집안사람들도 이해해 줄 거야. 그러면 너 역시 보호할 수 있고.”

“약혼이요……?”

“어. 나도 네가 학교에 다녔으면 해. 원래 결혼 생각이 없으니 나야 상관없고, 서하 너한테도 좋은 기회가 아닐까?”

“……그래도 괜찮아요?”

승언의 제안을 받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건 좋았으나 약혼 정도로 효과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근데 본딩이 아니고 약혼만 하는 건데 다른 알파들이 안 건드려요? 약혼도 막 둘이 연결되는 건가요?”

승언은 서하의 말을 듣고 짧게 웃었다. 진로에 대해서는 많이 알더니 알파와 오메가에 대한 정보는 무지에 가까웠다.

“약혼은 본딩과 다르게 별다른 건 없어. 약혼한 오메가에게 알파가 초커를 주는 거야. 초커 가운데 보석을 달아서 그 보석 안에 알파의 페로몬을 가득 묻히는 거지. 초커에서 페로몬을 맡은 알파들은 건드리지 않는 거야. 귀찮은 게 있다면 매일 향을 묻히기 위해서 만나야 한다는 점?”

서하는 곰곰이 듣다가 자신에게 해가 안 되는 내용에 당장 수락하였다. 승언이라면 믿을 수 있고 매일 봐도 좋았다.

“그리고 학교 등하교 문제 말인데…… 서하 너 지하철 타고 등교할 수 있겠니……?”

“아…….”

또 다른 관문이 있었다. 남들이 다 보이는 곳에서 공개 소독이라니.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잊고 있던 게 떠올라 침울해졌다.

“사실……, 그것도 그만두려고 했던 이유에 포함돼요.”

“그럼 내가 앞으로 데려다줄게. 2학기 시간표 나한테 보내 주면 데리러 갈게.”

“형 그래도 괜찮아요……? 저 때문에 바쁜데 무리하시는 거라면 전 괜찮으니까 신경을 안 쓰셔도 돼요.”

승언은 괜찮다며 서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페로몬을 서서히 풀어내 서하에게 나는 희미한 레몬 향이 덮여 사라졌다. 서하는 차 안에서 청량한 나무 냄새를 맡았고 승언을 쳐다보았다.

“이게 형 향이에요? 나무……?”

“맞아. 넌 네 향이 뭔지 아니?”

“아직 몰라요.”

“넌 파우더 향이야.”

승언에 대한 호감이 올라갔다. 사랑의 감정이 아닌 좋은 사람으로 보고 느끼는 호감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착한 알파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승언은 약혼에 필요한 준비를 하겠다고 하며 서하에게 안전벨트를 채워 주고 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형, 그럼 나중에 뵐게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승언과 헤어진 서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현관문 앞에 멈췄다. 현관문 앞에서 심호흡한 서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는 부모님 모두가 계셨다.

“다녀왔어요.”

“서하야!”

미경은 서하를 보자마자 현관문으로 달려왔다. 나갈 때 옷차림과 다른 서하를 보고 갸웃거렸지만, 밖이 더우니 어서 들어오라며 재촉했다.

서하는 거실 바닥에 앉았다. 방바닥만을 보다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저 오메가래요.”

쨍그랑.

서하에게 시원한 물을 주고자 컵에 물을 받아 오던 미경은 그대로 컵을 놓쳤다. 자기 아들이 오메가라니 그럴 수는 없었다. 정호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친구들과 노느라 연락을 안 받은 거라 생각했는데 오메가로 발현했기 때문에 안 받은 거였다.

“아들…… 아니지? 오메가 아니지……? 엄마한테 장난치면 못써.”

서하는 부모님의 반응을 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다. 저를 낯설게 보는 부모님의 눈을 견딜 수 없었다.

미경이 깨진 유리를 개의치 않고 걸어왔다. 유리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미경의 발에서 피가 나왔으나 고통 따위 느끼지 못하는 듯 서하에게로 다가왔다.

“엄마!”

미경을 유리 조각이 없는 곳으로 이끌었으나 이성을 잃은 미경은 오메가일 리 없다며 주먹을 쥐고 서하의 어깨를 때렸다.

씁쓸하게 웃음을 지으며 서하가 고개를 숙이자 모든 걸 잃은 듯 미경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 차라리 집에 들어오지 말고 나갔어야 했다. 자신으로 인해서 웃음으로 가득 찼던 집 안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때까지 소파에 앉아 있던 정호가 미경에게 병원에 가자고 일으켰고 서하도 함께 나가고자 한 걸음 나아갔다.

“서하야, 아빠는 엄마 데리고 병원에 갔다 올 테니 방에 있거라.”

“네…….”

명백한 거부였다. 엄마가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함께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서하는 센서 등이 꺼지는 현관문을 보다가 방으로 올라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부모님은 자신과 밥을 함께 먹지도, 같이 거실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관장을 하고 밥을 먹고 방 안으로 들어가 웬만해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유일하게 숨통이 트일 때는 승언과 잠시 만나 초커에 페로몬을 채우는 것이었다.

내일이면 2학기가 시작이었다. 더 이상 준우, 지호의 카톡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화창에 들어가려는 순간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서하야, 나와 보거라.”

“네, 아빠.”

아빠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서하는 거실로 나갔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소파에 앉아 있었다.

“서하야…….”

미경이 말을 걸었다. 얼굴이 그새 수척해졌다. 서하는 집을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엄마, 아빠 저 기숙사 갈래요.”

“…….”

“…….”

긍정도 부정도 나오지 않았다. 침묵을 깬 건 또다시 서하였다.

“기숙사 비용도 무료고 학식도 무료래요. 아침마다 학교 다니기 힘들었는데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조금 더 잘 수 있고 좋을 것 같아요.”

미경이 몸을 뒤로 돌리며 울음을 터뜨렸고 정호 역시 무릎에 손을 올린 채로 천장을 쳐다보았다. 입술을 꾹 물며 방 안으로 들어온 서하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숙사 배정을 신청하니 곧바로 배정이 되었다. 1202호. 앞으로 살 방이었다.

캐리어를 꺼내 가을 옷, 전공책 등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을 다 챙기고 방 한구석에 뒀다. 방 안에 있는 캐리어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꼭 자신 같았다. 정착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캐리어가 앞으로의 미래였다.

***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개강 날이 왔다. 아침 6시 서하는 캐리어를 이끌고 방 안에서 나왔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일어나 계셨다.

“안녕히 계세요.”

서하는 다녀오겠다는 말이 아닌 안녕히 계세요, 라고 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미경은 서하를 말없이 안아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미경은 흐느끼며 못난 엄마여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어깨가 축축이 젖어 갔으나 기꺼워 서하는 미경의 어깨를 잡고 밀어냈다.

“나 기숙사에 짐 두고 등교하려면 지금 나가야 해.”

“데려다주마.”

미경의 뒤에 있던 정호가 나왔고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으나 정호는 캐리어를 서하의 손에서 빼앗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들,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집으로 와야 해. 그때는 엄마가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게.”

“아냐, 엄만 충분히 강해.”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컥함에 가까스로 삼켰다. 여기서 울면 독하게 먹었던 마음이 다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나 진짜 가 볼게. 아빠 기다리겠다.”

서하는 문을 닫을 때까지 울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미경을 보았다.

‘안녕, 엄마.’

1층으로 내려온 서하는 조수석에 올라탔고 정호는 말없이 운전만 했다. 서하 역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저 멀리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자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정호의 입이 열렸다.

“서하가 다니는 학교 처음 와 보는구나.”

“그러게. 한 번쯤 둘 다 모시고 오려고 했는데 바빠서 잊어먹었다.”

무덤덤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끝낸 눈물이 나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아빠와 캠퍼스 투어를 이런 식으로 할 줄은 몰랐다. 정호 역시 서하의 말을 듣고 운전대를 세게 잡았다.

부자는 다시 침묵했고 그사이 기숙사 건물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캐리어를 내렸다. 캐리어 옆에 서 있던 서하를 본 정호는 언제나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던 아들이 어느새 많이 커 버렸음을 실감했다.

미경과 마찬가지로 정호도 서하를 안아 주었고 서하도 팔을 둘러 안았다.

정호는 서하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자신과 아내가 지키지 못한 아들에게 주는 위로의 표시이자 연결 고리였다.

“아빠, 나 카드 필요 없어. 알바해서 스스로 벌어서 쓸 거야.”

“이 녀석아, 괜히 알바한다고 몸 상하게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나 더 해. 잔말 말고 받기나 해라.”

마지못해 카드를 받아 든 서하는 정호의 출근을 걱정하며 억지로 차를 태워 보냈다. 도로를 따라 달리던 차가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짜 끝이다. 손에 있는 카드는 아직 따뜻했다. 아빠가 남긴 마지막 체온이었다.

캐리어를 챙겨 엘리베이터에 타고 12층에 내려 기숙사실 앞에 섰다. 승언이 준 초커를 착용하고 있으나 강간만 막을 뿐이지, 외상이 남지 않은 희롱은 넘어가는 수준이라고 해 알파가 없기를 바랐다. 심호흡을 하고 방에 들어가니 이미 누군가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남자가 뒤를 돌아봤고 서하와 남자 모두 서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질의…… 이해?”

“교본……?”

“뒤질래?”

형질의 이해 수업 때 교본이었던 찬웅을 기억했고, 찬웅도 첫날 뒤에서 지켜보던 서하를 잊지 않고 있었다.

내심 룸메이트가 오메가여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나머지 한 명만 베타나 오메가이길 바라며 짐을 정리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큰 키의 남자가 들어왔다. 170 초반의 키인 서하는 자연스럽게 남자를 올려다보았고, 남자는 서하를 내려다보다가 서하의 목에 있는 초커를 보았다.

“오메가냐?”

“…….”

초커를 보고 오메가냐고 질문하는 걸 보니 남자는 알파가 분명했다. 남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도 않고 자신의 캐리어를 열고 짐을 정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하는 승언처럼 오메가에 관심 없는 알파라 여겼다.

대강 짐을 정리한 세 사람은 침대를 정하기로 했다. 2층 침대 하나와 일반 침대 하나로 구성될 줄 알았는데 나름 큰 방에 양 벽면과 가운데에 침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서하는 오른쪽 벽면에 위치한 침대를 골랐고 찬웅은 왼쪽 벽면 침대를 골랐다. 자연스럽게 가운데 침대는 키 큰 남자의 것이 되었다.

오전 7시 30분. 2교시부터 수업이 시작인 서하는 수업 전까지 쉬고자 침대 위로 올라갔다.

남자 역시 침대에서 올라가 룸메이트이니 서로 자기소개나 하자고 했다. 찬웅은 알겠다고 하였고 서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김찬웅이고 영어교육과 1학년. 잘 부탁해.”

“난 윤서하고 국어교육과 1학년이야. 나도 잘 부탁해.”

“둘 다 사범대구나. 난 컴퓨터공학과 이도현, 3학년이야.”

세 사람의 짧은 자기소개가 끝났다. 이도현은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였다. 서하와 찬웅을 알겠다고 대답을 한 뒤 각자 자신이 하던 일을 하고자 하였다.

“근데 둘 다 오메가인가?”

“…….”

“…….”

“뭐야 진짜야? 왜 말을 못 해. 대답 좀 해 줄래?”

“…….”

“맞……아.”

서하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찬웅은 도현이 알파가 맞다면 순순히 대답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해 대답했다.

“아, 역시 오메가 맞구나. 근데 서……하? 넌 목에 초커까지 하고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약혼한 알파가 안 알려 줬어? 알파가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예의 없게 뭐 하는 거야.”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좋아 보이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알파라고 밝힌 도현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형…… 미안해. 내가…… 발현한 지 얼마 안…… 지나서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랬어…….”

“잘못을 했으면 사과만 해야지, 왜 변명을 해. 국어교육과라더니, 왜 기본도 몰라?”

도현은 이 상황이 재미있었다. 집에 있기가 싫어서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룸메이트가 둘 다 오메가일 줄은 몰랐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은 신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는 안 잊어버리게 해 줄게. 잘 따라와 줄 거지?”

도현은 서하의 침대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큰 키의 도현이 다가오니 도현의 그림자가 서하를 가렸고 도현이 한층 거대하게 느껴졌다.

“응……. 할게……. 내가 잘할게…….”

도현은 서하의 셔츠를 벗겨 냈다. 약혼한 오메가라 아래를 쓸 수 없으니 위라도 쓰고자 했다. 눈을 감고 멍하니 셔츠가 벗겨지는 걸 견뎠고 바람이 살결에 닿아 소름 돋는 느낌이 들어 몸을 움츠렸다.

“우리 서하 몸이 아주 예쁘네.”

찬웅은 도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못 본 척하는 게 상책이었다. 괜히 자신이 무슨 행동이라도 했다가는 같이 엮일 게 뻔했다.

도현은 서하를 보았다. 근육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닌 딱 좋은 몸매였다. 또 유두는 딱 적당한 크기로 핑크빛을 가지고 있었다.

“서하야.”

“…….”

딱-.

“아악!”

대답하지 않은 서하에게 벌을 주듯 도현은 유두에 딱밤을 때렸다. 서하는 유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절로 상체를 말며 침대에 붙었다.

“맞는 게 좋아? 한 대 맞으니까 더 붉고 예쁘게 변했네.”

“아파, 형……. 형…….”

도현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때린 유두를 꼈고, 서하는 몸을 떨며 붉게 부어오른 유두를 쳐다보았다.

“어때. 잡아당겨 줄까? 그러면 더 예쁘게 될 거야.”

“아니…… 싫어. 형, 나 아파…….”

찬웅은 서하의 대답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알파들은 오메가의 싫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가학적으로 행동했다. 알파에게서 벗어나려면 흥미를 식게끔 행동해야 편해질 수 있었다.

도현은 찬웅의 예상대로 서하의 싫다는 말을 들으며 기분이 더욱 고양되었다. 이 오메가는 온실 속에서 자랐는지 반응이 순수했다.

“정확히 어디가 아파? 제대로 말해 줘야지 형이 멈추지.”

“유두…… 오른쪽 유두가 아파.”

서하는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도현이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었다. 도현은 두 손가락을 비비며 마찰하였다. 서하는 몸을 떨며 허리를 숙이려 하였고 도현은 오른손으로 서하의 오른쪽 어깨를 잡고 벽 쪽으로 눌러 허리를 숙이지 못하게 하였다.

“형이 가르쳐 줄 테니 따라 해 봐. 그 대신 스스로 정답을 못 찾았으니까 잠깐 아플 거야. 아니면 스스로 찾아볼래? 찾을 때까지 이 손은 안 뺄 거야. 물론 오답을 말할 때마다 딱밤도 맞고.”

서하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전자를 골랐고 곁눈질로 쳐다보던 찬웅은 코웃음을 쳤다. 서하 덕분에 편하게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탕한 젖꼭지를 꼬집고 긁어 주세요. 짧지? 자, 따라 해 봐.”

“…….”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첫날부터 알파에게 걸려 재수 없게 맞은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억지로 입에 담기도 싫은 말을 해야 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서하가 침묵하자 도현은 거슬리기 시작했다.

“학습 능력이 나쁘네. 오메가라서 그런가?”

도현은 서하의 유두를 손으로 잡고 좌우로 잡아당겼다.

“흐윽……. 아파, 흐읏…… 하지 마……. 음탕……한 젖꼭지를……아아악!”

“끊기지 않게 잘 말해야지. 국어교육과면 발음 좋아야 하는 거 아냐?”

도현은 서하가 끝까지 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세게 잡아당겼다. 중간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고 도현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 상황에서는 누구도 제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지만 도현에게 항의할 수는 없었다.

“음탕……한 젖꼭지를…… 꼬집……고, 긁어 주……세요…… 흐흑.”

고통을 견디며 끝내 말을 완성하였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손을 놓아주었고 서하는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부탁한다면 어쩔 수 없지.”

“네……?”

“꼬집고 긁어 달라며? 근데 한쪽만 예쁨받으면 한쪽이 아쉽잖아. 선생님이 특정 부위만 편애하면 안 되지.”

“아……?”

어불성설이었다. 사실 도현은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고 찬웅도 눈치채고 있었다. 서하만 모르는 일이었다.

도현은 왼쪽 유두에 딱밤을 때리기 위한 손 모양을 취했다. 서하는 다가올 아픔에 입술을 깨물었다.

딱-.

맞을 거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가 순간 옆으로 몸을 물렸고 딱밤은 유두가 아닌 유륜이 맞게 되었다. 도현은 오메가가 알파의 벌을 피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서하야, 지금 피한 거야?”

“아…… 죄송해요.”

“지금 하는 게 교육이란 걸 잊어버렸나 봐?”

“…….”

한숨을 쉰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서 챙겨 온 빨래집게를 가지고 돌아왔다.

“손은 싫어하니까 이걸 달고 있으면 되겠다.”

“형…… 제, 제가 잘못했어요. 안 피……할게요. 제발……요.”

“난 이미 기회를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를 버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도현은 서하의 유두를 살짝 만져 주었다. 이 귀여운 유두는 주인을 잘못 만나서 한동안은 퉁퉁 붓고 옷에 쓸릴 때마다 더욱 부어오를 것이다.

“잘하자, 서하야.”

서하의 왼쪽 유두를 집게로 집었다. 유두 개발로 나온 제품이 아닌 빨래를 고정하기 위한 집게였다. 마감도 딱딱하고 무는 힘도 인체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알파의 손길을 피해 도망간 오메가에게는 정당한 처사였다.

“아앗! 아파아아! 아프다고……. 흐어엉…….”

도현은 서하가 집게를 떼어 내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서하의 두 손을 포개어 붙잡았고 손의 자유를 잃은 서하는 몸을 뒤틀며 괴로워했다.

“아직 한쪽이 더 남았잖아.”

“아아……. 아…….”

딱밤을 맞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참지 못하고 피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도현은 빨래집게로 붓고 봉긋 올라와 있는 오른쪽 유두를 마저 집었다.

“떼 줘! 떼라고!”

서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픔에 정제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찬웅은 그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알파를 도발하는 장점을 지닌 오메가였다.

“배움이 느리네. 서하는.”

표정을 굳힌 도현이 서하에게 말했다.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찬웅이 취향이었으나 이제는 이쪽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 위로 올라간 도현은 서하의 뒤로 가 다리를 벌리고 그사이의 서하를 앉혀 껴안았다. 그사이 서하는 도현에게 붙잡힌 손이 풀려나자 유두에서 집게를 빼내었다. 유두는 욱신거렸고 홧홧했다.

잠깐의 시간에 제 손으로 집게를 빼낸 서하를 보며 기가 찬 도현은 자신의 다리로 서하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위에서 누르고 서하의 팔을 뒤로 가져가 손으로 고정하였다. 서하는 팔이 뒤로 넘어가 가슴을 한껏 내민 자세가 되었다.

“찬웅아.”

“네, 형.”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있던 찬웅은 불똥이 튈까 봐 걱정하며 도현을 보았다.

“지금 내가 손이 없어서 그런데 집게 좀 대신 집어 줄래?”

“아…… 네.”

“하지 마……. 제발…….”

서하는 찬웅을 보면서 애원했다. 너무 아파 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서하야, 음탕하게 만져 달라고 가슴을 내밀고 있으면서 무슨 말이야.”

도현이 말할 때마다 귀와 목 사이에 바람이 닿아 몸이 절로 움찔거렸다.

찬웅은 바닥에 떨어진 집게를 줍고 서하의 양쪽 유두에 하나씩 매달았다. 격통에 의해 저절로 상체가 숙여지려 했으나 꽉 잡고 있는 도현으로 인해 서하는 가슴을 내민 채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10분만 있자.”

“잘못했어……. 아니……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는데?”

“감히…… 오메……가면서 알파의 벌……을 거부……했어요…….”

도현은 이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못을 인정한 오메가에겐 더 이상 벌이 아닌 상을 줘야 했다.

“무시당하니까 불쾌했는데 반성한다니 이제는 상을 줘야겠네.”

정신이 서서히 혼미해지는 걸 느끼며 아무렇게나 돼도 좋으니 집게만 떼고 싶었다. 서하의 손을 풀어 준 도현은 집게를 떼어 냈다. 몇 분 동안 집게에 물려 있던 유두는 퉁퉁 붓고 보기만 해도 쓰라질 정도로 새빨간 색을 띄고 있었다.

“형……. 다리 치워 주세요…….”

“상 준다고 했잖아.”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을 실어 누르는 도현과 상이라는 말에 겁을 먹었다. 도현의 손이 점차 가슴으로 올라왔고 부은 곳에 닿은 차가운 손에 숨을 참았으나 결국 가슴을 움켜쥐는 손길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도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움켜쥔 채로 쥐어 짜내듯 양옆으로 잡아당겼다.

“아악! 악! 흡……. 으흑.”

가만히 있기만 해도 욱신거렸는데 쥐어뜯듯 움직여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서하의 얼굴에 목을 묻은 도현은 쥐어뜯는 행위가 질려 가슴을 반죽하듯 주물렀다. 판판한 가슴이었지만 억지로 모아서 주무르니 만지는 족족 손자국이 남았고 울음소리가 커졌다.

“반성 많이 했어?”

“네……. 네!”

“그러면 다시 해 볼까? 서하는 어떤 오메가야?”

도현이 평범한 답을 원치 않음을 알고 있다. 저번 학기에 찬웅을 보면서 말 따위야 그냥 하면 될 것을 왜 뜸을 들이나 했는데 막상 오메가가 되고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현의 장단에 맞추어야 했다.

“오메가예요. 그것도 젖꽂지를…… 세게…… 잡거나, 쥐어뜯기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 오메가예요.”

“그렇구나. 형이 잘 기억해 둘게.”

도현이 침대에서 내려갔으나 서하는 옷을 입을 생각도 못 한 채 지쳐 침대에 엎어졌다. 엎드려 누우니 부은 유두가 침대 시트에 쓸려서 기분 나쁜 고통을 안겨 주었다. 돌아누운 서하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첫날부터 너무 힘들고 부모님이 보고 싶었다.

도현은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챙겼다. 수업에 가기 위해 문으로 나가면서 서하를 보았다. 가슴 전체가 예쁘게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다음번에는 찬웅과 함께 로터를 달고 경쟁하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얘들아. 나 술 마시고 취해서 밤늦게 들어오는 거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부탁 좀 할게.”

도현은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갔다. 말이 부탁이었지, 놀러 가지 말고 기숙사로 바로 들어오라는 명령이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말이다.

서하는 누워서 쉬다가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벗어 두었던 셔츠는 한구석에 박아 두었다. 도현이 벗긴 옷을 다시 입고 싶지는 않았다. 서하는 옷장을 열고 흰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꺼냈다. 티셔츠를 입으니 유두에 섬유가 맞닿으면서 욱신거렸다.

“밴드라도 붙이고 가는 게 어때?”

책상에 앉아 있던 찬웅이 밴드를 건네며 말했다. 서하는 자신에게 집게를 단 찬웅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신경 꺼.”

찬웅은 서하의 눈빛과 퉁명스러운 말투를 들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도현에게 당했으면서 화는 자신에게 내다니 어이가 없었다.

“야, 화를 낼 거면 그 새끼한테 가서 해. 나한테 하지 말고.”

“네 알 바 아니니까 신경 끄라고.”

찬웅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계속해서 찬웅에게 억하심정을 토해 냈다. 결국 화가 난 찬웅은 밴드를 바닥에 던진 채 방을 나갔고 홀로 남겨진 방 안에서 분풀이를 하다가 밴드를 주워 들었다.

“붙이면 안 아픈가?”

찬웅에게는 퉁명스럽게 대답을 해 놓고서는 서하는 밴드를 잡고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오메가로 먼저 발현했으니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알 것 같았다. 양쪽 유두에 밴드를 붙인 채 티셔츠를 입고 비치지 않기 위해 카디건을 단추 끝까지 잠그고 방을 나섰다.

3달 만에 보는 사범대 건물은 변함이 없었다. 로비에 들어선 서하는 혹여나 동기들을 만날까 봐 두리번거렸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나 찾아?”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서하는 옆에 있는 준우에 놀랐다. 준우는 아직 발현을 안 했고 초커의 의미도 몰라 오메가라는 것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서하는 준우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면서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을 둘러본 서하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동기들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구석 자리에 앉은 서하는 불안감에 다리를 떨어 댔다.

“야, 다리 떨지 마. 복 나가.”

“어? 어…….”

강의실 문이 탁 소리가 나면서 열렸다. 지호였다. 지호는 준우와 서하가 있는 방향으로 인사를 하며 다가갔고 서하의 목에서 페로몬이 뿜어져 나오는 초커를 보았다.

알파 모임에 나가면서 여러 지식을 배웠고 초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서하는 지호의 시선이 초커에 머물러 있어 침을 삼켰다. 지호가 뭐라고 말할지 너무 두려웠다.

“나 지각 아니지?”

“어. 2분 전 아슬아슬하게 오셨습니다. 앞으로 빨리 다니세요, 지호 학우님.”

지호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준우와 시답지 않은 말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서하는 어째서 지호가 초커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은 것인지 초조했다.

강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지호만 의식하느라 교수님이 나간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다 못한 준우가 서하를 흔들었고 정신을 차리게 했다.

“서하야, 수업 끝났어. 나가자.”

“벌써……?”

“뭐래, 다른 애들은 벌써 다 나갔어. 우리도 빨리 나가자.”

말을 마친 준우는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강의실에는 지호와 서하, 단둘만 있게 되었다.

“지호야…….”

“어, 왜. 오메가로 발현한 거 때문이라면 말할 생각 없어.”

“뭐?”

믿지 못해 반문했다. 오메가를 보호해 주는 알파는 흔하지 않다. 지호와 자신의 그동안 행동을 돌이켜 보았을 때 오메가를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비밀을 지켜 줄 인성은 아니었다.

“예전에 내가 발현할 때 네가 내 편 들어 줬잖아.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아하니 알파한테 약혼도 받은 모양인데……. 다른 알파, 오메가가 말하지 않게 조심하고. 그리고 준우한테는 들키지 마라. 쟤는 네가 오메가라고 알면 바로 태도 바뀔 거야.”

“고마워……. 진짜 고마워…….”

서하와 지호가 강의실 밖으로 나가니 준우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구시렁거렸다. 지호는 빨리 수업이나 가자고 재촉했고 셋은 교직 수업을 듣기 위해 계단으로 향했다.

“와, 국교는 벌써 알파 오메가 커플 나왔나 보네.”

계단을 내려가던 남자가 멈추어서 말했다. 준우의 과잠을 보고 학번과 과를 안 남자는 소리 내어 말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알파는 있는데 여기에 오메가는 없어요.”

준우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며 서하와 지호에게 빨리 가자고 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빨리했으나 또다시 남자가 말하였다.

“쟤 목에 있는 초커, 알파가 오메가한테 달아 주는 거야. 그냥 예뻐서 한 장식이 아니라고.”

“저기요. 무슨 과인인지는 모르겠는데 할 짓 없으면 가세요.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짜증 나게.”

길을 막고 계속 이상한 말만 되풀이하는 남자에게 준우는 짜증을 냈다. 안 그래도 유준으로 인해서 안 좋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 서하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준우는 자신이 해결하고자 남자의 어깨를 밀쳤다.

“당신이 알파야? 그걸 어떻게 알고 아까부터 헛소리야. 당신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 쳐다보잖아요. 그냥 가던 길 가세요.”

“거기 알파 후배님? 후배님은 할 말 없으세요?”

“야, 지호야. 그냥 말해 줘라. 서하가 오메가냐?”

“…….”

준우는 당연히 지호가 아니라고 대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호는 침묵을 선택했고 당황하여 지호를 보며 눈을 찡그렸다.

“야, 뭐 해. 빨리 말 안 하고. 네가 말 안 하니까 이 새끼 히죽히죽 거리잖아.”

“봐 봐, 오메가 맞다니까. 저 초커는 저 알파가 준 게 아닌가 보네. 말 안 하는 거 보니까.”

“…….”

준우는 서하를 쳐다보았다. 서하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안쓰럽게 떨고 있었다. 서하의 목에 달린 초커가 장식이 아닌 알파가 오메가에게 준 거라고 했다. 서하가 오메가였다.

준우는 배신감에 서하의 손목을 붙잡고 복도 끝으로 끌고 갔다. 지호는 한숨을 쉬며 모인 사람들에게 갈 길 가라고 양해를 구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흩어지자 지호는 준우와 서하가 간 방향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윽.”

벽에 밀쳐진 서하는 어깨를 박아 약간의 고통을 느꼈다. 준우는 개의치 않고 서하에게 오메가냐고 물었다. 서하가 대답을 하지 않자 두 어깨를 붙잡고 흔들다가 멱살을 잡았고 거친 움직임에 단추 몇 개가 뜯어져 땅으로 떨어졌다.

“그만해, 김준우.”

“뭘 그만해. 이 새끼가 오메가라는데.”

준우는 지호를 보고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서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흰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밴드를 보고 상의를 들추었다.

“뭐 하는 거야!”

상의를 들추는 준우의 손을 뿌리치면서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준우는 서하의 유두에 붙어 있는 밴드를 보았다.

“하, 미친 새끼 아니야? 누가 네 젖이라도 빨았어? 밴드를 거기다가 왜 붙여, 변태 새끼야. 그동안 친했던 걸 생각해서 말은 안 할 테니까 다시는 아는 척하지 마라. 더러우니까.”

준우는 그 말만 한 채 뒤를 돌아 가 버렸다. 한 학기 동안 함께 다닌 친구였지만 오메가라는 것을 알자마자 욕을 하면서 사라졌다. 서하는 씁쓸한 마음에 바닥만 쳐다보았다.

“……수업 들어가자. 우리 이미 늦었어.”

“어…….”

바닥에 떨어진 단추를 줍고 몸을 일으켰다. 강의실로 들어가니 준우가 홀로 앉아 있었다.

소란을 들었는지 강의실 내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불편해져 책상에 올려진 책만 보았다. 블록타임 수업이라 교수가 쉬는 시간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대놓고 웅성거렸다. 서하는 지호를 제외한 알파가 있지 않은 이상 들킬 일 없다는 생각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사람들은 이제 유준의 이야기까지 꺼내며 오메가 무리라고 비웃었다. 지호는 서하의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가만히 내버려 뒀다가는 더한 말도 할 기세라 해결하고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새끼가 오메가인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인데!”

지호는 옆 분단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준우가 일어나 소리를 지른 것이다. 서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다 끝났다. 하루라도 평탄하게 살아가고 싶었는데 이로써 다 끝난 것이었다.

준우가 소리치는 것을 들은 사람들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재개되었으나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소란스러운 것을 느꼈는지 교수는 수업을 중단하고 강의실을 벗어났다. 준우는 서하를 보고 멈칫했으나 이내 쌩하니 강의실 밖으로 나갔고 지호는 잘 말해 보겠다며 준우를 따라나섰다.

남은 강의는 첫 시간이나 OT만 할 것이라 여기며 기숙사로 돌아가 밴드부터 제거했다. 밴드를 뗄 때 유두가 당겨져 아픔이 느껴졌지만 아픔보다 준우의 말과 불특정 다수가 자신이 오메가라는 것을 알아 버린 게 더 고통스러웠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서하는 침대에 누웠다. 승언에게 전화해 도현의 욕을 하고 오메가라는 것을 들켰다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니 찬웅과 도현이 들어와 있었다. 서하는 자는 척을 하기 위해 뒤척이며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서하야, 깬 거 다 알아.”

미친놈이.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자 도현이 서하의 티셔츠를 들추고 여전히 빨갛고 통통한 유두를 빤히 보았다. 도현의 손을 쳐 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은 서하는 도현이 빨리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아직 아파?”

“아……. 네. 조금 따가워요.”

그럼 아프지 안 아프겠냐고 말을 하고 싶었으나 순화하여 표현했다. 도현은 고개를 숙여 서하의 유두를 자세히 보았다.

“보니까 상처가 났네. 이거 관리 잘못하면 덧나겠다.”

“제가 이따가 약 바를게요.”

“아니야, 내가 했는데 책임은 져야지.”

책장에 올려 둔 소독약을 들어 올린 도현은 유두에 가져다 대고 서서히 굴렸다. 처음에는 차가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화끈거림에 허리를 비틀었다.

“형……. 형! 따가워요……. 잠시만. 쉬었다가 해요.”

“빨리해야지 안 아파. 괜히 시간만 더 쓰면 아픈 시간만 늘어나는 거야.”

도현은 서하의 말을 가볍게 묵살하고 반대쪽 유두에도 소독약을 바른 다음 뚜껑을 닫았다. 서하는 유두 근처로 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으나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덜덜 떨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고통이 가라앉아 침대에 누운 서하는 오전 7시에 알람을 맞췄다. 7시에 일어나 관장을 하기로 했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관장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며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를 듣고 어기적거리며 일어난 서하는 관장 용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찬웅은 그 모습을 보면서 밖으로 나갔다.

‘어? 쟤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서하는 찬웅을 보며 의문을 품다가 관장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승언의 도움과 바깥 외출을 하지 않아 아직까지 관장약을 제외하고는 다른 것을 넣어 본 적이 없었다.

잠시 뒤 찬웅이 기숙사 관리자와 함께 들어왔다. 찬웅은 바지를 벗었고 서하는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찬웅은 바지 안에 정조대를 차고 있었고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관리자는 열쇠로 정조대를 풀어 주었고 30분 뒤 돌아오겠다고 하였다.

찬웅은 서하와 눈이 마주쳤고 어제의 일이 생각나 똑같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관음증 있냐?”

서하는 상대하지 않고 관장 용품을 보았다. 현재 시각 7시 30분 앞으로 30분 안에 보고를 올리지 않으면 경고를 받는다.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그건 찬웅도 마찬가지였다.

기숙사 공용 화장실도 있지만 거기서 관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둘은 화장실 문 앞에서 먼저 들어가겠다고 언쟁을 벌였다.

둘이 투덕거리는 소리를 들은 도현이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쳐다보았다. 각자 하의를 벗은 채 싸우고 있는 서하와 찬웅을 보고 도현은 마른세수를 했다.

“둘이 뭐 하는 거야.”

“…….”

“…….”

서하와 찬웅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소리가 너무 커서 도현이 깨고 말았다. 도현은 몸을 일으켜 서하와 찬웅의 곁으로 왔다. 각자의 손에 들린 관장 용품을 보았고 오메가에 대해 대충은 아는 도현은 말은 하지 않아도 이해했다.

“둘 다 동시에 하면 되잖아.”

말도 안 된다. 혼자 해도 창피한 관장을 둘이 함께하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도현은 두 사람을 모두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나란히 두 사람을 무릎을 꿇린 채 엉덩이만 들게 하였다.

개처럼 엎드린 자세로 살짝 보이는 얼굴과 통통한 엉덩이를 보니 아침부터 발기한 성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약혼과 본딩을 전제로 알파를 만나고 있는 오메가만 아니었으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좆을 박아 넣었을 터였다.

아쉬움에 입을 다시며 도현은 관장약을 들어 찬웅에게 먼저 집어넣었다.

“으응……읏.”

찬웅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교본으로 활동하면서 뒷구멍에 무언가를 넣기만 해도 느끼는 몸이 되었다.

도현은 관장약을 넣으며 좋아하는 찬웅을 보고 호탕하게 웃었다.

“찬웅아, 기분 좋아?”

“네…… 하응. 흐응……. 더…… 뒷구멍에…… 더…… 넣어 주세요.”

도현은 찬웅의 천박한 말이 듣기 좋았다. 잘 배워 온 찬웅은 오메가에게 적합한 용어만을 사용했다. 찬웅에게 관장약을 다 주입한 도현은 새로운 관장약을 개봉하였다. 다음은 서하였다.

“으윽……. 읏.”

아직 서하는 관장약을 넣으면서 느끼기는 무리였나 보다. 서하는 찬웅이 내지르는 신음을 들으며 자신도 저렇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러나 관장약이 들어온 다음부터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15분이야, 얘들아.”

“네…….”

“으…… 네.”

둘은 고분고분 대답하였고 도현은 시간을 보는 척 카메라를 켰다. 카메라로 녹화를 시작한 도현은 화장실 선반에 핸드폰을 올려 두었다.

도현은 세면대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면도를 하였다. 그사이에도 찬웅과 서하는 고통스러운지 조금씩 신음을 냈다.

“으흐흑……. 아파……. 아파.”

“좀…… 닥쳐……. 윤서하.”

찬웅은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도현은 싸우지 말라며 두 사람의 엉덩이를 한 대씩 때렸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서하가 시끄럽다고 생각하여 서하를 좀 더 세게 때렸다.

찰싹- 찰싹-.

“아앗……. 하읏! 흐……!”

“아아……악!”

눈물이 새어 나왔다. 한 번도 관장을 다른 사람과 해 본 적이 없었다. 수치스러웠다. 또, 양도 자신이 원래 하던 것보다 2배가 들어가서 힘든데 찬웅에게 욕을 먹고 도현에게는 엉덩이를 맞아 서러움이 복받쳤다.

15분이 지난 것 같은데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쌀 것 같았다.

“얘들아, 바닥에 싸면 혼나는 거야.”

대답할 여력도 없는 찬웅과 서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관장약을 먼저 넣은 찬웅을 일으켜 화장실 변기에 앉혔고 찬웅은 고개를 숙인 채 배설했다.

엉덩이만 위아래로 들썩이던 서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고 눈물을 흘렸다. 바닥에 배설하면 도현이 또다시 벌을 줄 것만 같았다.

서하가 자각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손을 덜덜 떨며 항문으로 손을 가져다 댔고 변기에 앉아 있던 찬웅과 도현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보건소에서 나눠 준 자료를 읽었는데 오메가가 함부로 자신의 뒷구멍에 무엇을 넣거나 자위는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반드시 각인 알파나 근처 알파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천박한…… 오메가가 뒷구멍에…… 손을…… 넣고 싶어요…….”

바닥에 배설하는 걸 막기 위해 서하는 도현에게 허락을 구했고 원하는 대로 하라는 대답을 들은 서하는 손가락을 항문에 넣었다.

“으아……악!”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들어갔다. 임시방편으로 손가락으로 막기는 했으나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찬웅은 서하에게 자리를 비켜 주려고 했으나 도현이 찬웅을 손짓으로 막았다.

“나올 것 같아?”

“흐윽……. 네, 제, 발…….”

“그럼 손가락 움직여 봐.”

서서히 손가락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니 관장약의 출렁거림과 내벽을 만진다는 두려움에 서하의 허리가 떨려 왔다. 좋은 광경을 본 도현은 서하를 일으켜 변기에 앉혔다. 손가락을 뺀 서하는 몸에 힘을 풀었고 도현은 선반의 올려 둔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관장을 끝낸 서하와 찬웅이 씻고 나오니 도현은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었다.

침대로 돌아간 서하는 어플을 켜고 관장을 한 시간을 기록하고 쓰러지듯 누웠다. 잠시 뒤 기숙사 관리자가 들어왔고 찬웅의 정조대를 열쇠로 잠그고 나갔다.

“얘들아, 오늘처럼 시끄럽게 굴지 말아 주라. 오후 수업인데 아침부터 깼잖아. 그리고 두 사람도 사이좋게 지내고.”

“아……. 죄송해요, 형.”

“죄송합니다.”

도현은 자신에게는 사과하나 서로에게는 사과를 안 한 서하와 찬웅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친밀감을 쌓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방 밖으로 나갔고 5분 뒤 손에 무언가를 쥔 채 돌아왔다.

가슴에 환장한 미친놈 같았다. 유두 클립에는 짧은 체인이 달려 있었는데 양쪽 유두에 집은 체인을 잡아당길 것만 같았다. 찬웅과의 친밀 어쩌고 하더니 유두를 괴롭히고 싶은 것뿐이었다.

도현은 찬웅과 서하를 마주 보게끔 서게 하고 유두 클립을 찬웅의 오른쪽 유두에 체인의 반대쪽 유두 클립으론 서하의 왼쪽 유두를 집었다.

“으……윽.”

“흐아, 앗.”

마주 보고 유두 클립을 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체인의 길이가 짧아서 조금이라도 뒤로 간다면 당겨지고 떨어질 것 같았다.

도현은 나머지 유두 클립을 찬웅의 왼쪽 유두에, 반대쪽을 서하의 오른쪽 유두에 달고 체인을 손으로 튕겼다.

“히이익……!”

위아래로 흔들리는 유두 클립에 서하는 신음을 냈다. 반면에 찬웅은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버텨 냈다. 도현은 둘이 합을 맞추어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20번 하라고 했다. 클립이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 한 명이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거나 늦게 내려간다면 영영 끝나지 않을 거다. 서하와 찬웅은 서로의 눈을 보면서 조금씩 내려갔다. 하지만 느리게 내려간다고 당겨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 윤서하, 빨……리, 내려와……!”

“너야말로 으윽. 속도…… 늦추라고……!”

처음이 어려웠으나 몇 번 하다 보니 속력이 붙었다.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어서 움직이고 횟수를 말하였다. 자만했던 탓일까 찬웅이 빨리 내려가다가 유두 클립이 떨어지게 되었다.

“아아악!”

찬웅은 가슴을 두손으로 누른 채 주저앉았다. 서하는 찬웅을 동정하기보다는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도현은 침대에 앉아서 찬웅이 주저앉은 모습과 서하의 짜증스러운 표정을 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

그러나 찬웅은 움직이지 않았고 서하는 무릎을 꿇고 찬웅의 유두에서 손을 떼어 내게 하였다. 찬웅이 도리질 쳤으나 서하는 빨리 끝내고 싶어서 찬웅의 유두에 유두 클립을 다시 달았다.

찬웅의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서하와 찬웅은 몸을 거의 붙인 채 앉았다 일어났다를 했다.

“하나……으.”

“둘……으흣…….”

유두에서 얼얼한 감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는 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서하와 찬웅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도현은 이쯤에서 오메가들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페로몬을 풀어냈고, 두 오메가는 금세 반응했다.

“열……여……으흐으.”

“좋아……. 기분 좋아.”

그동안 고통만 느끼던 서하한테서 처음 들은 신음은 귀여웠다. 찬웅도 눈이 풀린 채 기분 좋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마음이 약해질 뻔했으나 도현은 서하와 찬웅에게 마저 행동하라고 명령했고 둘은 떨리는 몸으로 다시 일어났다.

“열, 아……홉. 아, 하읏.”

“스……물……으응.”

겨우 20번을 채웠다. 두 오메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유두 클립을 떼어 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현이 유두 클립을 제거하자 아쉽다는 듯 유두 클립을 바라보더니 둘 모두 손으로 유두를 만지고 꼬집었다.

“아……앙……. 힉!”

“좋아, 좋아…….”

도현은 유두를 만지며 좋아하는 오메가들을 보았다. 도현이 페로몬을 걷지 않으니 두 오메가도 알파를 따라서 페로몬을 내뿜었다. 파우더 향과 오렌지 향. 모두 두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도현은 성기를 꺼내 자위를 했다. 생각할수록 두 오메가들에게 짝인 알파가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얘들아, 친해지라고 했잖아. 서로 거 만져 줘야지.”

서하와 찬웅은 풀린 눈으로 유두에서 손을 떼고 상대방의 유두를 만져 줬다.

“하읏……. 아으…… 좋아, 기분 좋아……. 좀……더 세게.”

“아응, 흣…… 거기…… 좋앗.”

도현은 두 오메가를 보면서 곧 사정할 것 같았다. 눈앞에 오메가들은 시각적으로 자극이 너무 강하였다. 찬웅의 정조대 안 성기가 발기해 고통스러워 서하에게서 손을 떼어 내고 몸을 숙이니 서하가 침을 흘리며 찬웅을 보채었다.

“더…… 가지 마. 만, 져 줘……. 아……?”

서하의 자극적인 말을 들은 도현은 결국 사정하였고 서하의 얼굴과 찬웅의 어깨에 정액이 튀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몸에 흐르는 정액마저도 자극이 되었는지 오메가들은 몸을 흠칫거렸다.

욕구가 해결되었기에 도현은 페로몬을 거두었다. 발정 난 오메가들의 상황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얘들아, 둘이 이제 친해졌어?”

“네……. 으응…… 형.”

“어……. 힉…… 네.”

찬웅은 몸을 진정시키고 페로몬부터 거두었으나, 서하는 아직 페로몬을 거두고 있지 않은 채 흥분하고 있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서하는 찬웅과 친해졌다며 어눌하게 말을 하였다. 입에 정액이 들어갔으나 신경도 안 쓰는 듯 웃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서하야, 찬웅아. 앞으로 둘이 싸우면 이것보다 더 강하게 할 거야. 알았지?”

“응! 좋아……. 더…… 더.”

“예, 형…….”

서하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더 해 달라고 칭얼거렸다. 서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은 무엇을 할지 고민한 도현은 학기 초반이니 서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기숙사에서는 도현에게, 교내에서는 사람들의 시선과 종종 따라붙는 희롱과 조롱에 시달렸다. 그렇게 시간은 묵묵히 흘러가 10월 가을 축제의 기간이 되었다.

***

1학년이 중심으로 테마를 정해 부스를 열어야 했다. 교도관과 죄수, 의사와 간호사 등 다양한 테마가 나왔으나 참신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우리 술 팔지 말고 오메가 카페 하자.”

누군가의 말에 동기들이 솔깃해했다. 술을 팔면 뒷정리를 해야 하는데 취객과 술병들을 치우는 것보다는 카페가 훨씬 좋았다.

“근데 술 안 팔면 사람들이 올까?”

“그러니까 올 수 있게끔 해야지. 우리 학번에 오메가 두 명 있으니까 잘 써먹어 보자.”

도구 취급에도 서하는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사이 과에 오메가가 한 명 더 생겼다. 190센티에, 몸도 좋아 모두가 알파라고 발현할 줄 알았던 박유재는 오메가로 발현했다.

“나 좋은 생각 있어. 윤서하는 고양이로 하고 박유재는 대형견으로 해서 고양이파, 강아지파로 가자. 부스 여는 3일 동안 하루씩 이벤트 열고.”

의견이 수렴되자 일사천리로 부스가 세워졌다. 서하는 속옷을 입지 못한 채 검정색 박스티 하나만 입혀졌다. 머리에는 검은 고양이 머리띠까지 쓰고 엉덩이에는 고양이 꼬리의 딜도를 넣었다.

대형견 콘셉트인 유재는 옷을 전부 입고 있었다. 단점이라면 몸의 윤곽을 알 수 있게끔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혔으며 뚫려 있는 엉덩이 부분 사이로 강아지 꼬리의 딜도를 넣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 둘 다 돌아다니면서 홍보하고 손님들 모아 와.”

과대의 말에 서하와 유재는 각각 출발하였다. 서하는 출발하기 전에 밋밋해 보인다며 초커에 방울을 달았고 성기에도 방울이 달린 리본이 묶였다.

“읏…….”

밑동을 조이는 감각에 서하는 신음을 내뱉었고 동기들은 그 모습을 보며 진짜 고양이 같다며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서하는 어기적거리며 사람들이 많이 있는 정문 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서하를 보고 웅성거렸고, 한 무리가 다가오더니 서하를 건드렸다.

“야옹아. 넌 어느 과야?”

“국어……교육과예요. 근데 술은 안 팔고 차나 음료만 팔고 있어요.”

무리는 서하의 박스티를 들추고 성기에 묶여 있는 리본을 발견하더니 자기네들끼리 웃으면서 음담패설을 했다.

“야옹아, 여기도 예쁘게 보이고 싶었어?”

성기를 무리가 툭툭 건드리자 반응하기 시작했고 결국 발기하고 말았다.

“와, 이것도 발기가 되긴 하는구나.”

서하를 땅에 눕힌 무리는 위에서 서하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손이 아닌 발로 툭툭 쳐 대었는데도 불구하고 서하는 내벽을 더 강하게 누르는 딜도와 성기에 전해지는 자극이 기꺼워.

“살살……. 흐읏…….”

무리 중 남자 한 명이 눕힌 서하를 일으켜 고양이 자세로 엎드리게 했다. 성기에 가해지는 자극이 멈추고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채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지나가거나 멈춰 서 구경했다.

“고양이는 엉덩이 맞으면 좋아한다는데.”

남자는 꼬리 근처를 노리며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거리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가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어 갔다.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딜도가 내벽을 긁고 전립선을 자극해 허리를 덜덜 떨었다.

“아읏! 흐으……읏.”

서하의 신음이 캠퍼스 내에 울려 퍼졌다. 성기는 만져 주지 않았음에도 더욱 발기하였고 항문도 움찔거렸다. 남자는 꼬리의 딜도를 조금 빼내고 한 번에 집어넣길 반복했다.

“좋다고 엉덩이 흔드네! 방울 소리 나게끔 더 흔들어야지?”

서하는 남자의 요구에 따라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흐! 으흐…… 읏, 하응! 더, 더 해 줘…….”

서하는 얼굴을 들어 올려 남자에게 애원했다.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았으나 한편으로는 밑동이 묶여 있어 고통스러웠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몸이 도현과 학교 사람들에게 희롱을 당하면서 예민해졌다.

딸랑딸랑.

목과 성기에 달린 방울이 움직임에 따라 흔들렸다. 특히 성기에 달린 방울은 움직일 때마다 고환에 부딪히면서 반동에 따라 길게 울려 퍼졌다.

“서하, 더 때려 줘요. 가고 싶어요.”

애교까지 피우는 서하를 보며 남자는 골 때린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서하의 딜도를 왕복하면서 성기의 리본을 풀고 만져 주었다. 서하의 숨소리가 거칠어질 무렵 남자는 딜도는 완전히 빼내고 바로 항문에 박았다.

“힉! 흐윽, 흑……. 가요……. 비천한 오메가가 클리토리스로 가요.”

바닥에 그대로 사정했다. 무리는 서하의 옷으로 바닥을 훔쳐 냈다. 검정색 티셔츠에 묻은 흰색 정액이 시선을 끌었다.

남자들은 서하에게 부스로 안내하라고 했고 서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부스로 향하였다. 사범대 건물로 가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니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하는 치부를 훤히 보이게 되었다.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서하를 치욕스럽게 했다.

“서하 왔어? 손님 여섯 분 들어갈게요.”

홀을 담당하는 동기가 서하를 맞이했다. 동기는 잠시 쉬고 가라며 서하의 손에 음료수를 쥐여 준 후 부스 입구로 나가 스티커 부착판 고양이 칸에 6개의 스티커를 붙였다. 강아지 칸을 보니 4개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저거 뭐 하는 건데 붙이는 거야?”

“오늘 부스 끝나고 이벤트 열 거야. 지기 싫으면 열심히 손님 데려와.”

알겠다고 한 뒤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유재와 자신에게 비밀로 한 이벤트에 불안감을 느낀 서하는 손님을 데리고 가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오메가다.”

또 하나의 무리가 서하를 불러 세웠다. 옷에 묻어 있는 정액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으나 ‘오메가가 그렇지, 뭐.’라며 이내 다시 서하에게 말을 걸었다.

“홍보하는 거야?”

“네…….”

“우리가 가 줄까?”

“그러면 좋죠.”

아까와 같이 적당히 희롱만 하고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서하의 목덜미로 와 냄새를 맡더니 알파가 있구나, 라고 말했다.

“우린 너한테 별로 관심이 없거든. 그냥 페로몬 몇 분만 내뿜어 주면 가 줄게.”

“정말요……?”

때론 이런 알파들도 있다. 알파와 오메가에게 서로의 페로몬은 마약과도 같은 거였다. 다 늙은 알파 중 자신의 영광을 되새기고자 오메가를 불러 페로몬을 뿜게 하기도 하였다.

서하가 페로몬을 내뿜자마자 알파들은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성기를 꺼내 흔들어 댔다. 고개를 돌린 채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는데, 알파 한 명이 서하의 고개를 들어 올려 쳐다보게 하였다.

“어딜 오메가 주제에 고개를 돌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도 모르고.”

사과했지만, 다른 알파가 한술 더 떠 서하에게 무릎을 꿇게 하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꿇은 무릎이 아팠고 눈에 보이는 알파들의 성기가 부담스러웠다.

알파들이어서 그런지 손장난만으로 쉽게 사정하지 않았다. 페로몬을 좀 더 세게 풀어내자 알파들은 낮게 흐느끼며 손놀림을 더욱 빨리하였다.

“자, 야옹아. 잘 받아야 해.”

알파 무리는 그대로 서하를 둘러싼 채 사정을 하였다. 머리부터 흘러내리는 정액이 눈에 들어갔다. 정액을 닦기 위해서 서하는 눈을 비볐고 알파들은 고양이 세수라며 가증스럽게 귀여워했다.

무리를 이끌고 부스로 돌아간 서하는 수고했다며 음료수를 받았고 스티커 4장을 붙였다. 손님을 끌고 오기 위해서 캠퍼스를 돌아다니던 서하는 유재와 마주쳤다.

“와, 이 몸으로 오메가라고?”

사람들이 유재를 둘러싸고 유재를 품평하였다. 유재가 벗어나고자 하였으나 길을 막는 사람들 때문에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서하는 그런 유재를 지나쳐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러다가 오메가를 다 벗기고 목줄로 끌고 다니는 알파를 만났다. 질이 안 좋아 보이는 알파를 지나치기 위해 몸을 돌렸으나 맡아지는 페로몬이 발을 붙잡았다.

“알파를 봤으면 인사를 하지 못할망정 뒤를 돌아가는 버릇은 누구한테 배운 거야?”

알파는 빈정이 상했는지 큰 보폭으로 서하에게 다가왔고, 보폭을 쫓지 못한 채 조이는 목줄에 컥컥거리며 오메가가 뒤따라왔다. 알파는 뒤에서 쫓아오는 오메가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서하를 보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고 하였다.

“내 오메가랑 너랑 네발로 기어서 저 표지판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해 보자. 네가 이기면 아무 일 없이 홍보부스에 가 주고 네가 지면 부스까지 가면서 맞는 거야.”

말을 마친 알파는 준비하라고 했다. 서하와 알파의 오메가는 길 준비를 하였다. 알파는 출발하라며 서하와 오메가의 엉덩이를 때렸다. 서하는 필사적으로 기었으나 콘크리트 길을 빨리 네발로 걸어 본 적이 없어서 패배하고 말았다.

알파는 자신의 오메가를 쓰다듬어 주고 리드 줄을 풀어서 서하의 초커에 걸었다.

“부스까지 안내해야지? 그리고 때리는 건 내가 아니라 내 오메가야.”

알파는 손에 쥐고 있던 회초리를 오메가에게 넘겼다. 서하는 언제 맞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부스까지 엉금엉금 기었다.

휘이익, 짜악-.

“흐아아……악!”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진 회초리가 서하의 볼기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알파는 좀 더 빨리 걸으라고 하였고 서하는 빨리 움직이고자 했으나 손에 박히는 작은 돌에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빨리…… 빨리 갈게요! 그만……아악.”

오메가가 또다시 뒤에서 회초리를 휘둘렀다. 회초리를 맞을 때마다 서하의 통통한 엉덩이가 흔들리고 방울도 예쁜 소리로 울려 댔다.

부스에 거의 다 도착하자 동기들은 매를 맞으며 네발로 걸어오는 서하를 비웃었다.

“야옹아, 빨리 와야지, 뭐 하는 거야!”

“네! 빨리 갈게요. 야옹이 빨리 갈게요.”

부스 앞에 다다라 힘이 풀려 주저앉은 서하는 도착했음을 알렸다. 알파는 오메가에게서 회초리를 빼앗아 들더니 서하에게 티셔츠를 가슴까지 걷어 올리라고 하곤 가슴을 회초리로 3대를 내려쳤다.

“고양아, 안내 고맙고 이걸로 용서해 줄게.”

“으윽…….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후 8시 첫날 부스가 끝났다. 유재도 돌아왔고 첫날부터 대박이라며 총무를 맡은 동기가 호들갑을 떨었다. 서하는 정산도 마쳤으니 이만 돌아가도 되나 싶어서 일어났다. 온종일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홍보를 하고 돌아다녀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근데 사람들이 부스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까 손님으로 왔던 사람들이었다. 유재도 손님으로 데려왔던 사람들이 다시 부스에 찾아와 어리둥절하였다.

“자, 첫날 이벤트는 골든 샤워입니다!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거나 우위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체취를 묻힌다고 하죠. 오늘 고양이와 강아지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일을 했지만, 강아지 친구가 긴장하였는지 많이 데리고 오지 못했습니다. 이 강아지가 내일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줘야겠죠?”

과대는 사회자처럼 마이크에 대고 말하였다.

손님들의 연락처를 받아놓고 부스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부른 모양이었다. 골든 샤워라니, 비위생적이고 하기도 싫었다. 유재 역시 벌하겠다는 말에 몸을 움츠렸다.

동기들은 서하와 유재를 붙잡아 서로를 마주 보고 서게 하였다. 그다음 유재의 상의를 벗게 하고 무릎을 꿇렸다. 탈의를 하자 사람들이 유재의 가슴 근육과 복근을 보고 웅성거렸다.

“자, 그러면 고양이가 패배한 강아지에게 벌을 내리겠습니다!”

과대는 서하의 배를 눌러 압박했다. 중간중간에 음료수를 마시게 한 이유가 이거였다. 차마 유재에게 오줌을 쌀 수 없던 서하는 몸을 비틀며 참아 냈다. 싸지 않는 서하에게 손님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과대는 리모컨으로 딜도를 작동시켰다.

위아래로 움직이다가 방향을 바꾸어 좌우로 움직이는 딜도에 서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여기서 힘을 빼 버리면 유재가 고스란히 맞게 된다. 서하가 안간힘을 쓰며 배에 힘을 주고 버티자 과대는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랐다.

“흐앙. 그만! 못, 참아! 못…… 참는다고!”

“못 참겠으면 싸면 되지, 뭐가 문제야.”

과대는 주먹을 쥐고 서하의 배를 때렸다. 복부를 맞으니 격통과 함께 딜도가 전립선을 아프게 짓눌렀다.

“흐아악! 하……아.”

조르륵-.

서하의 성기에서 결국 오줌이 새어 나왔고, 꿇어앉은 유재는 피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맞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오메가에게 큰 떡대의 오메가가 오줌을 맞는 걸 즐기며 사람들은 촬영했다.

유재는 오줌을 맞았다는 비참함에 무릎 위에 올려 둔 주먹을 부들거렸다. 과대는 서하와 유재에게 사람들을 향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라 했다.

“부족한…… 강아지를……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재가 먼저 인사를 하니 내일은 강아지 손님으로 오겠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예뻐해 줘서 고맙다, 냥! 내일도 서하냥 보러 와 줄 거지?”

서하는 부러 고양이인 척 과장되게 말했다.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니 축제가 끝날 때까지 이 같잖은 이벤트를 할 모양이었다. 여론을 자신에게로 오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애교가 먹혔는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과대는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오늘은 골든 샤워였고, 다음은 관장입니다! 식상한 관장은 아닐 테니 기대하고 내일도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떴고 남은 동기들은 부스를 정리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동기들의 뒷모습을 보며 서하는 남은 이틀간 최선을 다해 버티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축제 2일 차, 학교 커뮤니티와 대나무숲에 글이 올라왔다. 국어교육과 고양이, 강아지 오메가 카페 이벤트로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첨부 영상에는 어제 자신이 유재에게 오줌을 싸는 장면과 마지막 인사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댓글이 더욱더 가관이었다. 고양이 잡으면 울 때까지 엉덩이 때려 줄 거라는 등 강아지가 함몰 유두라고 손가락을 찔러 넣고 싶다고 하였다.

댓글을 읽은 서하는 기분이 더러워졌다. 승언이 집안일로 결석만 안 했다면 온종일 승언의 옆에 붙어 있어 안전하게 보내고 싶었다.

핸드폰을 끄며 오늘 하루는 어떻게 버틸까 고민하였다. 어제 유재를 보니 단단히 각오한 거 같았다. 그렇다고 남들 앞에서 관장하기는 싫었다.

오후 5시, 부스가 열리자 서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검정색 박스티에 고양이 귀와 꼬리 딜도를 넣었다. 성기에는 방울 리본을 달았다. 스스로 리본을 묶는 서하의 모습을 본 동기들은 고양이가 겁먹었다며 우쭈쭈거렸다.

서하는 동기들을 무시한 채 먼저 홍보를 나가겠다고 하였다.

소문이 넓게 퍼졌는지 사람들이 고양이 저기 있다며 서하를 가리켰다. 관심을 가지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하며 서하는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잔디밭에 엎드렸다. 이러고 있으면 누군가는 걸릴 것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들렸고 서하는 성기의 방울이 울리도록 허리를 흔들었다. 딸랑거리는 소리에 뒤에 있는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양이가 혼자서 발정 나서 허리를 흔드네.”

“네……. 고양이…… 예뻐해 주세요.”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초커를 보면서 아쉬워하는 것을 보니 알파였다. 처음부터 재수 없게 알파를 만난 서하는 제발 쉽게 넘어가기를 바랐다. 알파는 서하의 항문에 넣고 있는 딜도를 빼내었다.

뽕 하고 빠지는 소리에 서하는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묻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읏……. 으흣.”

알파는 자신의 손가락을 서하의 항문에 넣고 왕복하면서 움직였다. 고양이가 다치기는 싫은지 러브젤을 많이 넣어 질퍽질퍽해 손놀림에 거리낌이 없었다.

“흐으……. 더, 해 주세요.”

“고양이면서 사람 말을 하네?”

서하는 만만치 않은 변태에게 걸렸다고 생각하면서 야옹거렸다. 알파는 바로 태세를 바꾸는 서하에게 만족스러워하면서 손가락을 빼내고 오메가 부스에서 산 싸구려 로터 2개를 꺼냈다.

로터를 본 서하는 넣을 생각인가 싶어 입을 꾹 다물었다. 남자는 로터를 구멍으로 밀어 넣고 전원 줄을 밖으로 빼내 가동시켰다. 위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로터에 맞추어 서하의 허벅지가 조금씩 흔들렸다.

로터로 인해 내벽이 자극되나 만족스럽지 못하여 앓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알파는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는 것이 아니라며 로터의 단계를 높였다.

“히익! 야……옹! 야옹!”

“그래, 그래야지 착한 고양이지.”

알파는 손에 쥔 나머지 로터를 서하의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잘 훈련받은 오메가인지 로터를 잘 받아먹었다.

구멍 밖으로 나온 2개의 핑크색 줄이 서하를 더욱 음란하게 보이게 하였다. 알파는 그 모습을 감상하며 새로 넣은 로터의 전원을 켰다.

“흐으……. 2개……는 싫어요.”

서하가 두 개가 서로 부딪히며 진동하는 로터에 진저리를 쳤으나, 남자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서하가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야옹아, 아까부터 왜 사람 말을 해?”

알파는 서하의 배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힘을 가했다. 고갯짓을 하는 서하를 뒤로하고 알파는 계속하여 배를 압박했고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의 느낌을 즐기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로터가 배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아 두려우면서도 더욱 세게 가해지는 쾌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더…… 더, 강하게! 야옹이…… 간지러워요!”

남자는 로터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세진 진동에 서하의 허리가 크게 움직이며 잔디를 손에 쥐고 뜯었다. 알파는 허벅지를 경련하는 서하를 보며 아까 빼 둔 고양이 꼬리 딜도를 손에 쥐었다.

“로터는 선물로 줄게. 그리고 다시 꼬리 달자.”

“응……? 아니, 싫어. 그건, 싫어!”

서하가 두 손으로 구멍을 가렸으나 알파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치운 후 서하의 구멍에 고양이 꼬리를 집어넣었다. 로터 2개와 딜도를 넣은 배는 살짝 부풀어 오른 것만 같았다.

서하는 묵직한 배에 겁을 먹고 손으로 배를 감쌌다. 딜도가 손에 만져지는 것만 같았다. 서하는 고개를 계속 저어 댔고 목에 달린 방울이 서하 대신 말을 하듯 울려 댔다.

“아파……. 무서워요, 빼 주세요. 잘할게요……. 제발요.”

“아냐, 무서운 거 아니야.”

알파는 서하의 꼬리를 조금 빼내고 다시 밀어 넣었다. 딜도가 움직일 때마다 로터들이 진동하면서 돌아다니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힉……! 아냐! 괴로워! 아파……. 아프다고!”

서하는 깊숙이 들어가는 로터를 느끼면서 혹여 빼내지 못할까 걱정했다. 전립선을 사정없이 눌러 대는 로터 때문에 쾌감을 넘어 아프기까지 하였다.

알파는 꺽꺽대며 반응을 하는 서하를 즐기며 계속해서 딜도를 넣었다 뺐고, 서하는 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하였다.

“흐으윽……. 그만…… 더…… 이상은, 무리야.”

움직이지 못하는 서하를 보며 알파는 더는 꼬리를 빼내지 않았다. 검정색 고양이 꼬리를 예쁘게 꾸며 주고자 로터의 줄로 매듭을 지어 주었다. 알파는 부스에 가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서하는 시간만 지체하고 손님을 데리고 가지 못해 불안감을 느꼈다.

로터를 빼내고자 했으나 매듭을 어떻게 지었는지 꼬리가 걸려 빠지지 않았다. 서하는 내벽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에 흐느끼면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벽이 진동했고 흐느낌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내보냈다.

걷다 보니 부스와는 거리가 꽤 떨어진 곳까지 와 버렸다. 서하는 돌아가고자 뒤를 돌았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팔을 붙잡았고 서하는 붙잡힌 팔에 당황하며 고개를 올려 상대를 쳐다보았다.

“여기 오메가 있다. 빨리 바꾸자.”

“근데 다른 과 오메가인데 우리가 마음대로 써도 되냐?”

“뭐 어때.”

서하는 상황을 판단하고 국어교육과 부스 홍보를 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남자들은 서하의 말을 무시하며 양쪽 어깨를 잡고 끌고 갔다. 후문 근처까지 오게 된 서하는 수많은 오메가 부스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야! 오메가 데려왔어!”

남자는 부스에 서하를 밀어 넣었다. 입간판을 확인한 서하는 경제학과에서 운영하는 오메가 스팽키 부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저…… 저 진짜 돌아가야 해요. 부스에서 저 기다리고 있어요.”

“뭐래, 빨리 들어가기나 해.”

남자는 원래 묶여 있던 오메가의 팔다리를 풀어 주고 일으켰다. 오메가의 엉덩이는 푸른 멍으로 멀쩡한 곳을 찾아볼 수 없었고 터졌는지 피도 조금씩 나고 있었다.

오메가는 휘청거리며 부스 한구석에 가서 엎드렸다. 맞은 엉덩이가 아파서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오메가를 보며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남자는 서하를 붙잡고 테이블 위에 고정했다. 팔다리를 움직여 보았으나 단단히 고정되었는지 움직일 수 없었다.

“경제학과 오메가 스팽킹 부스 재개합니다! 새로운 오메가로 바꿔 강렬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보를 하니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서하는 사람들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으며 침을 삼켰다. 엉덩이에는 아직 딜도와 로터가 있었다. 이대로 맞는다면 잘못될 수도 있었다.

“이거 빼 줘! 안에 로터도 있다고!”

발버둥을 치며 말했으나 오히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더 많이 모여들었다. 경제학과생은 서하의 앞에 데시벨 측정기를 설치했다. 오메가의 비명과 패들에 설치된 센서로 힘을 측정하여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이었다.

“참가하고 싶으신 분들은 줄을 서 주시면 됩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남녀가 줄을 섰으며 더러는 아무것도 모르고 줄에 합류했다.

첫 손님은 신체가 건장한 남자였다. 남자는 부스에 있는 물을 서하의 엉덩이에 부었다. 차가운 물이 엉덩이를 타고 흐르자 놀란 서하는 버둥거렸다.

남자는 서하의 뽀얀 엉덩이에 달린 고양이 꼬리를 쳐다봤다. 가학성이 불타올랐다. 구멍이 뚫린 나무패들을 공중에서 힘껏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자 보이지 않아 겁을 먹은 서하의 엉덩이가 안으로 봉긋하게 오르며 움찔움찔 떨어 댔다. 언제 저 패들이 자신의 엉덩이로 날아들지 알 수 없었다.

남자는 패들을 몇 번 더 공중에서 휘둘렀고 예기치 못하게 서하의 엉덩이에 내리쳤다.

뻐억!

“아아악! 악!”

물을 뿌린 엉덩이를 나무패들로 때리니 피부와 붙어 더 많은 고통을 가하였다. 서하는 광장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다리가 부들거리면서 떨렸고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미 주저앉을 것 같은 세기였다.

서하는 고통스러워했으나 흔들림에 맞추어 움직이는 방울에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뜻밖의 눈요기에 즐거워하였다.

“데시벨은 104로 측정되었고 세기는 8입니다. 아쉽게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남자는 분해하면서 맨 뒤로 가서 줄을 다시 섰다. 재도전할 심산인 듯했다.

서하는 남자가 줄을 다시 쓴 것도 알지 못한 채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림에 몸을 떨어 댔다. 한 대만 맞았는데도 피부가 터진 것 같았다.

“흐으윽……. 이거라도 빼 줘……. 흐어엉.”

부스 관리자도 뒤에 꽂혀 있는 딜도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잠시 중단하였다. 곳곳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으나 고양이 꼬리와 로터 2개 모두 제거되었다. 빠져나간 자리를 기억하듯 구멍은 바로 다물어지지 않았다.

구멍을 닫고자 힘을 주었으나 모양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서하는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다음 손님은 여성이었는지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꼭 엉덩이 때려야 하는 건가요?”

“네? 그럼 어디를 때리시려고요?”

“구멍이 열려 있기에 그냥……. 안 되면 말고요.”

부스 관리자들은 고민하다 수락하고 서하의 구멍에 젤을 가득 짰다. 구멍이 찢어지면 이 오메가가 속한 과에서 항의가 올까 봐 한 행동이었다. 여자는 나무패들이 아닌 회초리를 고르고 어떻게 하면 잘 때릴까 고민하다가 망설임 없이 항문에 회초리를 내렸다.

짜악! 흡.

“풀어 줘!”

방금까지 딜도가 들어갔던 항문을 맞은 서하는 따가움에 몸서리쳤다. 여자 역시 순위권에 들지 못하였고 자리를 떠났다.

서하가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나온 지호는 경제학과 부스에 있는 서하를 발견했다.

“윤서하, 네가 왜 여기 있어?”

“지호야…….”

경제학과 부스 관리자는 오메가와 같은 과로 보이는 남자의 눈치를 보면서 줄을 해산시키고 서하를 풀어 주었다. 서하를 넘겨받은 지호는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이딴 짓 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고 서하를 부축하여 국어교육과 부스로 돌아왔다.

서하가 멍든 엉덩이에 거동을 못하는 동안 유재는 끊임없이 손님을 데리고 왔다. 스티커의 개수를 확인하니 이미 서하가 손쓸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반포기 상태로 잠깐이라도 몸이나 편하자 싶어 부스 안에서 농땡이를 부렸다.

오후 8시, 어김없이 부스가 마감하였고 둘째 날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SNS에 홍보한 덕분인지 첫날보다 사람이 더 많이 왔다.

동기들은 테이블 위에 방수 커버를 씌우고 서하를 올렸다.

서하는 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관장하는 모습을 보러 왔다는 것이 우스웠다. 비위를 상하게 하여 저녁을 못 먹게 하겠다는 일념하에 서하는 순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둘째 날 이벤트는 관장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평범한 관장이 아닙니다!”

과대의 말에 다른 동기들이 탄산음료를 가지고 왔다. 서하는 표정이 굳었다. 애써 ‘설마, 아니겠지.’ 생각했지만 탄산음료가 맞았는지 과대가 탄산음료를 개봉했다. 치이익. 탄산이 부글거리면서 올라왔다.

과대는 서하에게 다가가 손가락 두 개를 구멍에 넣었다.

“야……. 빼……. 저, 거 넣으면 죽여 버릴…… 거야.”

“그럼 지호 불러서 하지 뭐.”

과대는 서하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은 채 앞뒤로 움직였다. 구멍이 어느 정도 눅진해지자 손가락을 빼고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탄산음료를 잡아 그대로 서하의 뒷구멍에 넣었다.

콸콸거리며 들어가는 탄산음료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서하는 배 속에서 느껴지는 탄산에 몸을 뒤틀었다. 탄산도 탄산인데 들어오는 양이 어마어마했다.

“따가워! 따갑다고, 빼 줘!”

서하가 울먹이기 시작하였고 탄산음료도 더 들어가지 않은 채 멈춰 있었다.

과대는 엉덩이 위에 사선으로 꽂혀 있는 페트병의 양옆을 손으로 눌렀다. 페트병에 압력이 가해지자 탄산음료는 꿀렁이는 소리를 내며 다시 서하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서하에게 탄산음료 500밀리가 전부 들어갔다. 페트병이 조금 빠지자 내보내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러나 과대가 더 빨랐고 구멍은 고양이 꼬리로 다시 막히게 되었다.

“고양이가 편식하지 않고 전부 먹었습니다!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도록 배를 쓰다듬어 주도록 하겠습니다.”

탄산으로 미치겠는 내벽에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서하는 테이블에 앉혀졌다. 동기 한 명이 힘을 실은 손으로 서하의 배를 시계 방향으로 문질렀다.

“하지 마! 으으……아파. 배 아파……. 싸게 해 줘.”

10분의 시간 동안 서하의 흐느낌만 울려 퍼졌다. 얼굴에 식은땀이 맺혀 괴로워하는 장면을 사람들은 추리 영화의 범인이 밝혀지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눈에 담았다. 과대는 테이블 아래에 대야를 배치하자 배를 쓰다듬던 동기가 서하를 엎드리게 하였다.

고양이 꼬리를 과대가 빼자 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탄산음료가 흘러내려 오기 시작하였다.

서하는 탄산음료를 내보내고자 부끄러움도 잊은 채 더욱 힘을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탄산음료는 모두 빠져나갔다. 기진맥진해진 서하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엎어져 가쁜 숨만 내쉬었다.

“두 번째 이벤트가 끝났습니다. 여러분 모두 재미있으셨나요?”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렸다. 과대는 만족스러웠는지 다음 이벤트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배변 훈련을 하는 것을 잘 보았으니 마지막으로는 훈육입니다. 1대 1인 상황에서 진 동물은 쓸데없이 달고 다니는 클리토리스를 맞게 될 것입니다. 참고로 여성기가 없는 오메가들의 성기는 음경으로 부르지 않고 클리토리스라고 지칭한답니다!”

성기를 때릴 거라는 말에 서하와 유재는 몸을 굳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성기는 맞은 적이 없었다. 과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가지 더 공지하였다.

“내일은 부스의 마지막 날인 만큼 여러분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추첨을 통해 다섯 분에게 직접 성기를 발로 차거나 때릴 수 있도록 해 드립니다.”

***

축제 마지막 날이 되었다. 서하는 성기를 맞기 싫어서 이번에야말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홍보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잔디밭이 아프지도 않고 사람들도 많이 모인다는 것을 안 서하는 잔디밭으로 갔다. 수가 많은 무리를 끌고 가야지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참 동안 정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무리의 일행 중 한 사람을 붙잡은 서하는 부스에 놀러 오라고 하였다. 애교를 부리는 것만으로도 넘어온 무리는 안내해 달라고 하였다. 잘 걸렸다 하며 안내를 하려고 하니 어디서 온 건지 유재가 앞을 막아섰다.

“고양이 말고 강아지는 어떠신가요?”

“뭐 하냐, 박유재?”

서하는 손님을 가로채려고 하는 박유재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유재는 서하를 쳐다보더니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셔츠를 벗으니 육중한 몸매가 드러났고 무리는 근육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 근육으로 오메가야?”

“네, 만지셔도 됩니다.”

유재는 유두를 잡고 자위를 했다. 함몰 유두라 잡히지 않자 후벼 파듯이 손가락을 넣고 움직였다.

“흐윽……. 제…… 젖을…… 봐 주세요.”

근육질 몸매인 오메가가 길 한가운데서 젖꼭지를 누르며 자위를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쏠렸다. 국어교육과의 이벤트에 대해 누군가가 언급하자 사람들은 서하와 유재를 보며 비교를 했다.

“강아지는 열심히 하는데 고양이는 열심히 안 하네.”

유재가 이 정도로 나올 줄 몰라 서하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서하가 꾀어낸 무리는 유재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더니 미안하다며 유재를 따라 부스로 올라갔다. 눈앞에서 손님을 빼앗겨 초조했고 뭐든 하고자 마음먹었다.

다시 잔디밭으로 간 서하는 입고 있었던 박스티를 벗었다. 완전히 나체의 상태로 고양이 귀와 꼬리만 달고 있는 서하에게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다.

“서하를 봐 주세요…….”

나체로 잔디밭 위에 엎드리자 자연스럽게 엉덩이와 꼬리에 시선이 머물렀다. 서하는 스스로 꼬리를 꺼내 위아래로 움직였다.

“으흣……. 발정…… 난 고양이를 벌해 주세요.”

일부러 더욱 엉덩이를 들면서 말을 했으나 사람들은 서하에게 반응해 주지 않았다. 더욱 음란해 보이는 행동을 했으나 사람들은 그럴수록 서하를 외면했다.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멍하니 잔디밭에 있는데 음영이 져 고개를 드니 사훈이 있었다.

“무슨 홍보를 하길래 나체로 있는 거야?”

“선배……. 나 어떡해요?”

서하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사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범대 놈들이 더 가관이었다.

사훈은 손님으로 오메가를 데려가도 상관은 없지 않나 생각하며 서하를 일으키고 옷을 입게 하였다. 사훈의 뒤를 쫓아가는데 자신과 같은 초커가 보였다. 초커 사이로 목덜미에는 치열 자국도 있었다.

“형……. 각인한 거예요?”

“어? 아, 맞아.”

각인이라니 부러웠다. 각인하면 서로의 페로몬만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서로에게만 알파와 오메가로 존재하니 오메가들에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부스에 도착하자 동기들은 사훈을 보고 놀랐다. 오메가의 손님으로 오메가가 오다니 별일이다 싶었는데 부스 안에서 지호가 튀어나왔다.

“형!”

“시끄러워, 떨어져.”

사훈은 달려와 안기는 지호에게 떨어지라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예전과 달리 경멸하고 있지 않았다. 사훈도 지호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나, 서하 손님으로 왔어.”

동기들은 사훈의 허리춤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는 지호를 어색하면서 얼떨떨하게 고양이 쪽에 스티커를 붙였다. 지호는 사훈에게 놀러 가자며 사훈을 데리고 부스를 떠났다.

떠나는 사훈과 지호를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려 손님을 끌기 위해 움직였다. 평소에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했다. 중간중간 유재를 만났는데, 유재는 유두에 클립까지 달고 홍보를 하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서하는 후문까지 나와 홍보를 하였다. 어제처럼 재수 없게 붙잡히지만 않으면 되었기에 조심하면서 움직이니 손님만 데리고 갈 수 있었다. 마감 시간까지 한 시간도 안 남았고 언뜻 보니 스티커의 개수가 비슷했다.

“힘내. 이러다가 네가 지겠어.”

동기들이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서하에게 건넸다. 서하는 재수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을 하며 손님들을 모아 왔다. 마지막은 운이 좋았는지 엉덩이만 만지게 해 주고 부스에 데려올 수 있었다.

부스가 마감이 되었고 사람들은 마지막 날 이벤트를 기대하면서 찾아왔다. 특히 오늘의 이벤트는 손님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2일 동안 온 참관객들보다 인원이 더욱더 많았다. 과대는 기분이 좋은지 마이크를 잡고 떠들었다.

“오늘은 축제의 마지막 날인데요. 고양이와 강아지도 잘 즐겼는지 옷을 벗어 던졌네요.”

과대의 말에 사람들이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부스가 마감되고 옷을 입으려고 했으나 옷을 빼앗아 갔던 주제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지금 집계를 하고 있는데요. 초반부터 강력하게 행동했던 강아지가 이길지 아니면 열세에 몰렸지만 꾸준하게 손님을 데리고 온 고양이가 이길지 정말 궁금합니다. 자, 결과가 나왔는데요.”

서하는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제발 자신이 이기길 바랐다.

“승자는…… 고양이입니다! 강아지가 열심히 했지만 결국 고양이의 매력에 진 모양입니다. 오늘 진 강아지는 마지막 벌을 받게 됩니다.”

몇몇 동기들이 나와 유재의 팔을 뒤로 묶고 다리는 넓게 벌린 채 부스 기둥에 한쪽씩 묶었다. 정말로 성기를 차게 할 모양인지 유채의 성기가 훤히 보이는 자세가 되었다.

과대는 유재의 성기가 귀엽다고 희롱하며 추첨함에 넣은 번호들을 뒤섞어 10명의 사람을 추첨하였다. 남자 7명, 여자 3명이 당첨되었고 남자는 손에 글러브를 끼고, 여자는 발로 차시면 된다고 하였다.

첫 번째 순서로 한 여성이 나왔다. 서하는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아니었기에 안도했다.

뻑-.

“흡!”

유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삼켜 냈다. 성기를 발로 차여 본 적은 처음이었다. 느껴지는 고통에 주저앉고 싶으나 묶인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고통으로 인해서 머리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과대가 감사 인사도 안 하는 강아지가 어디 있냐며 타박하자 유재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였다.

두 번째로는 남성이 나왔다. 한 손에 글러브를 낀 남자는 체육교육과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유재의 성기 아래에 앉았다.

“그렇게 피지컬이 좋은데 왜 여기만 이렇게 귀여워?”

글러브로 성기를 툭툭 친 남자는 유재가 방심한 틈을 타서 그대로 성기를 가격하였다.

“아아. 악! 나태한 강아지를…… 혼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재는 남성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맞은 성기는 검붉은 색을 지나 보랏빛으로 멍이 올라왔다.

세 번째 순서도 남자였다. 글러브를 낀 남성은 장난치지도 않고 바로 유재의 성기를 강타했다.

“흐으읍……. 강아지를……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열광했으나 서하만이 그 모습을 즐기지 못했다. 유재는 더 못 하겠다며 빌었다. 다른 것을 할 테니 제발 멈춰 달라고 했다.

동기들 역시 멍이 드는 성기를 보며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축제여서 베타들이 오메가를 이용하는 정도를 풀어 준 것이지, 영구적인 상처를 남긴다면 자신들은 국가에 의해 처벌을 받을 터였다.

과대는 황급히 행사를 멈추었고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과대는 유재의 가슴을 이용하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다른 흥밋거리가 생기자 사람들이 환호했고 인파들 사이에서 다음 차례가 등장했다. 여성은 유재의 함몰 유두가 궁금했는지 유두에 손가락을 넣고 중구난방으로 돌렸다. 손가락이 유두로 들어가는 광경을 본 유재는 당황스러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여성은 따뜻하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즐거운지 손가락을 왕복했다. 클립으로 자극을 주었던 유두에 손가락이 스치니 자극으로 되돌아왔다.

“아악……. 강아지의 젖꼭지를…… 만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끝나자 여성은 인파 사이로 들어갔고 남성이 등장하였다. 남성은 유재의 가슴을 손으로 잡고 가운데로 끌어모았다.

“이거 강아지가 아니라 완전 젖소네.”

남성은 유재의 유두를 맞닿게 하고 비볐다.

“흐아앗! 그만, 싫어!”

유두로 느낀 유재는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흔들었다.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한 움직임이었지만 상체가 흔들림에 따라 가슴도 함께 출렁거렸다.

다음 차례의 남성은 유재의 뒤로 가더니 손바닥을 펴 유재의 가슴을 내리쳤다. 유두만 내리치는 것이 아닌 가슴을 전체적으로 때렸고 타격 소리와 함께 가슴에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

“간지러워하길래 때려 봤어. 어때, 괜찮아?”

“으흡, 네……. 감사합니다. 음탕한 몸을 진정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대가 빠른 진행을 부탁하자 사람들은 소박하게 유재를 유두를 때리기도 하고 잡고 당기도 하였다. 드디어 끝냈다는 생각에 서하는 몸을 일으켰다.

“자, 고양이가 2번, 강아지가 1번 이겼는데요. 경쟁이다 보니 고양이하고 강아지의 사이가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화해의 장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서하가 뒤로 물러섰으나 동기들에 의해 붙잡혔고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유재의 위로 엎어졌다. 서로의 가슴이 맞댄 자세로 있던 서하는 벗어나고자 빈 공간에 손을 대고 몸을 일으키니 그대로 엉덩이를 얻어맞았다.

“윽!”

“강아지와 고양이의 꼬리를 잘 봐 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끝마치자 꼬리의 바이브레이터가 돌아갔고 서하는 간질거리는 내벽에 힘을 주었다.

“흐아아…….”

“흑……으으.”

서하는 바이브레이터를 느끼고 있었으나 유재는 성기와 유두의 고통에 느끼지 못하고 훌쩍거렸다. 그러다 잠시 바이브레이터의 단계가 최상으로 올라갔고 서하는 급격한 고통에 몸을 버둥거렸다.

“싫어! 너무, 빨……라!”

“움직이지…… 마!”

아래에 깔린 유재는 서하가 움직이기에 죽을 맛이었다. 서하가 움직일 때마다 서하의 성기에 달려 있는 방울이 자신의 성기를 긁고 지나갔다.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 곳에 방울이 닿으니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러나 서하는 계속해서 움직였고 유재는 고통을 감내하다가 손을 들어 서하의 엉덩이를 연신 내리쳤다.

짝- 짜악- 짝-!

“아파! 하, 지마! 개새끼야!”

“가만히 있으라고!”

내벽을 긁고 지나가는 바이브레이터도 버거운데 유재가 엉덩이를 때려 내벽이 울렸다. 사람들은 유재가 서하의 엉덩이를 내려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해서 전립선을 긁고 지나가는 바이브레이터에 두 사람의 신음이 점차 높아졌고 호흡이 가팔라졌다.

고조되는 분위기에 한 동기가 서하를 붙잡아 유재의 옆에 나란히 눕혔다. 시야가 부스의 천장으로 바뀌어 눈을 깜박이며 인지하기 전에 끊임없이 느껴지는 사정감에 얼굴을 감싸고 빌었다.

“싸게 해 주세요……. 으흑. 못…… 참아.”

“제발……, 저도…… 싸고, 싶어요.”

두 사람은 허리를 들썩이며 사정을 하게 해 달라 빌자 과대는 허락하였다. 거의 동시에 자신의 배와 가슴에 배출해 낸 두 사람은 탈력감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이것으로 강아지와 고양이가 친해지면서 축제를 마칩니다. 그동안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파가 해산하고 과 동기들은 단체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해 왔다. 거절하려고 했으나 유재와 서하를 강제로 가운데 두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사진을 찍었다.

동기들은 뒤풀이를 하러 가고 조용히 빠진 서하는 오늘따라 승언이 보고 싶어 핸드폰을 쥐었다. 너무나 힘들어 위로를 받고 싶었다. 승언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계속해서 고민했으나 이내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축제라 인적이 없는 기숙사로 올라가던 서하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무기력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인영이 보여 홀린 듯이 언덕을 내려갔고 속도에 힘이 붙어 승언에게 달려갔다.

“승언 형!”

승언에게 다가가 그대로 안겼다. 며칠 동안 그리워했던 승언의 품이었다. 승언에게 안기니 안정됨과 동시에 서러움이 밀어 올라와 눈물을 흘렸다. 서하가 울자 승언은 눈물을 닦아 주었다.

“무슨 일이야. 왜 울고 그래.”

“형……. 저 좀 데리고 가 주세요.”

승언의 자취방에 들어온 서하는 안전한 공간이라 여기고 어깨에 주고 있었던 힘을 풀었다.

승언이 주는 옷을 받아 들고 욕실로 가 몸을 씻었다.

손님방을 안내받았지만 서하는 승언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스탠드만 켜 둔 채 책을 읽고 있던 승언은 서하가 들어오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을 엎어두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왜 여기로 왔어.”

“형, 저랑 각인해 줘요……. 나도 편하게 살고 싶어.”

염치없지만 살고 싶어서 바닥에 주저앉으며 애원했다. 승언은 목소리가 잘게 떨리는 서하를 안아 들어 침대 위에 올렸다.

“제발……. 나, 좀, 살려 줘.”

“지금은 격해진 것 같으니까 자고 이야기하자.”

승언이 다독여 주자 떨리는 몸이 진정됨을 느끼며 서하는 조용히 잠이 들었다. 내일이 되면 승언에게 다시 한번 말해 볼 심산이었다. 울음 자국이 남은 상태로 잠든 서하를 지켜보던 승언은 미소를 지었다.

“서하야, 우는 모습도 정말 예쁘다.”

러트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동안 사람을 시켜 서하에게 초커만 전달했다. 서하를 보지 못해 아쉽긴 했으나 소식은 빠짐없이 받을 수 있었다. 서하의 룸메이트인 도현은 콩고물이 떨어질까 봐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촬영한 영상을 보내 주었다.

이외에도 축제 영상도 빠짐없이 받았다. 서하는 손님을 유치하고자 스스로 옷을 벗고 잔디밭에 누워 유혹하는 행위를 하였다.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음탕한 모습에 아쉽긴 했으나 타인의 손에서 괴로워하는 서하가 더 취향이었다.

조금만 더 망가지길 기다렸다가 서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완전히 무너진 순간을 고대했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서하야, 일어났어?”

“네……. 어제는 죄송해요. 뜬금없이 말했죠…….”

뻘쭘함에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승언의 눈치를 살핀 서하는 웃고 있는 얼굴에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승언이 없던 축제 기간에 당한 일을 말하니 목소리가 떨려 왔고 울먹거리게 되었다.

“형, 각인해 줘요……. 제발요. 가진 건 없지만 줄 수 있는 건 다 드릴게요.”

“나야 언제든지 상관없지만 서하 넌 괜찮겠어? 나중에 좋은 알파를 만날 수도 있잖아.”

좋은 알파는 승언 이외에 있을 수가 없다. 없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 승언이 완곡하게 거절하는 의도라고 생각한 서하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승언이 아무리 착하다 해도 각인까지는 하고 싶지 않을 거다.

“죄송해요……. 이만 가 볼게요.”

“서하야! 무슨 오해 하는지 모르겠는데 형은 지금 당장이라도 각인해 줄 수 있어. 하지만 정말 안타까워서 그래.”

걱정 어린 마음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서하는 승언의 어깨에 기대 잠시의 평화를 즐겼다. 하지만 그 평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학교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고 꺼리는 마음으로 받은 서하는 가능한 빨리 오라는 말에 침대에서 내려왔다.

“저, 학교 가 볼게요. 행정실에서 와 보라네요.”

“데려다줄게. 그 전에 간단한 거라도 먹고 나가자.”

식빵에 잼을 발라 대충 입에 넣고 나온 서하는 창문에 기대 행정실에서 왜 불렀는지 예측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릴 만한 연유가 없었다.

“행정실에서 왜 부른 거라고 말 안 해 줬어?”

“네, 그냥 오라는 말만 했어요.”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한 동안 승언은 고개를 돌려 서하를 보았다. 이맘쯤 부르는 이유는 뻔해 사랑스러운 후배에게 언질이라도 주기로 했다.

“아마 교내 봉사 땜에 불렀을 거 같은데.”

“네?”

“화장실에서 봤잖아. 그런 거.”

무덤덤하게 승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도리어 부끄러워져 입술을 깨물었다. 교내 봉사라니. 육변기 일을 하기는 죽어도 싫었다. 피해 갈 방법이 없나 자퇴만이 답인가 생각하던 중 학교에 도착했고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차에서 내렸다.

“저…… 다녀올게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녀와.”

학과 행정실로 가니 잘못 찾아왔다며 사범대 행정실로 안내받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교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왜 불렀는지는 알 거예요. 우리 사범대가 특히 인원이 부족해서 빨리 해 줬으면 좋겠는데 괜찮죠? 다음 주가 좋겠네.”

의문형으로 말을 했으나 사실상 통보에 가까웠다.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일에 교직원의 말을 끊으니 볼펜을 서류 위로 팍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라도?”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윤서하 학생. 우리 바쁜 거 안 보여요?”

소용없겠다 싶어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던 중 행정실의 문을 열리며 사범대 학장이 들어왔다. 업무를 보던 교직원들이 멈춰서 묵례를 했고 서하도 학장에게 인사를 하는데 학장이 점차 자신에게로 다가와 눈을 굴렸다.

“자네 이름이 뭔가?”

“윤서하라고 합니다.”

이름은 들은 학장은 무언가 생각난 듯 행정실 직원에게 서하의 학사 정보 조회를 부탁했고, 이내 서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정진하라고 덕담을 한 뒤 교직원에게 교내 봉사가 아닌 오메가 대학 연계 인턴십으로 바꾸라 지시했다. 그러고는 잘 설명해 주길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행정실에서 나갔다.

“음……. 방금 들으셨죠? 오메가 대학 연계 인턴십으로 변경된다는 거. 학점이 우수해서 바뀐 거고 원래는 정말 드문 기회인데 운이 좋네요. 마침 일할 곳도 바로 있고.”

“그럼 교내 봉산…….”

“잘리지만 않으면 안 하는 거죠. SD 기업으로 가시면 될 것 같네요. 오메가 대우도 좋은 곳이니 걱정하지 말고요.”

순식간에 뒤바뀌었지만 좋게 풀려 다행이었다. 건물을 빠져나온 서하는 주차되어 있는 승언의 차에 올라탔다.

“형, 보통 학장한테 인사하면 막 바꿔 줘요?”

“……그게 무슨 소리야?”

상황을 설명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은 승언은 다행이라며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승언과 만나고 나면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서하는 미소를 지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일도 방학부터 시작하면 되니 수업을 듣는데도 지장이 없었다.

기숙사에서 최대한 나오지 않고 학교를 돌아다닐 때는 승언 아니면 지호와 붙어 다녔다. 덕분에 웬만한 알파와 베타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기말고사 시험을 준비하던 지호와 서하는 밤을 새 죽을 것 같다며 책상 위로 엎어졌다. 잠깐 사이에도 실실 웃으며 사훈을 자랑하는 지호를 질린 듯 바라보았다.

“사훈 형은 혼자 다녀도 괜찮아? 안 위험해?”

“각인해서 괜찮아. 오히려 보복당할까 봐 괴롭혔던 놈들이 피해 다닌대.”

너도잖아. 말을 삼킨 서하는 마지막으로 프린트물을 눈으로 훑고 강의실로 들어가 시험을 치렀다.

***

학기가 끝나 월요일부터 SD 기업에 출근을 해야 해 기본 정보를 보고자 노트북을 켜고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뭐 해. 아, 일할 곳?”

“네. 미리 보고는 가려고요.”

서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화면을 본 승언은 화면을 가득 채운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비리의 시발점. 집안 어르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놈이었다. 세 형질의 평등을 위한다고 공고히 하면서 뒤로는 더러움 그 자체였다.

“왜 여기로 배정된 거지?”

“네? 그러게요. 좋은 곳이라는데 왜 저한테 온 걸까요?”

오메가 인턴을 받을 만한 규모의 회사가 아니었다. 사회적 책임을 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너무 과분한 기회라 손을 떨었다. 잘리면 어떡하지.

“서하야, 형 잠시 다녀올게. 저녁 먹을 때까지 올 거니까 편하게 있어.”

집주인이 나가고 홀로 남은 집에서 회사 걱정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일 못한다고 구박받으면 어떡하지. 주말 동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집 안을 발발발 돌아다니며 고민했다. 최대한 눈에 안 띄고 조용히 일해서 오랜 기간 버티는 걸 목표로 삼았다.

저녁을 먹을 시간에 맞춰 승언이 돌아오기는 했으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승언이 욕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지만 툭 치면 욕을 할 것만 같아 이틀간 조용히 숨죽여 보냈다.

“다녀올게, 형.”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

다행히 나아진 것 같아 열심히 하고 오겠다며 승언의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증이 없으면 못 들어가는 시스템이라 허둥지둥하며 인적 정보를 적고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윤서하 씨 맞으시나요?”

“넵!”

꽤 많은 오메가들이 앉아 있었다. 얼추 다 모이자 부서가 배정되었다. 직원은 간단한 사무 보조라 걱정할 필요 없다며 안심시켰다. 서하는 그에게서 하대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안도하며 비서팀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오메가 인턴으로 일하게 된 윤서하입니다.”

“…….”

“…….”

큰 목소리로 말해 못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 그 누구도 서하를 봐 주지 않고 각자 업무에만 몰두했다.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나 자책하면서 구석에서 뻘쭘하게 서 있었다. 업무는 찾아서 하는 거라는 인터넷 글을 보았으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 위축되었다.

“저기요, 이름이 뭐라고요?”

“윤서하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 박스 안에 있는 건 이면지니까 이면지 도장 찍어 주세요. 복사기 위에 올려진 자료들 10부 복사해 주시고 스캔도 떠 주시고요.”

직원이 화면에서 시선도 떼지 않고 할 말만 빠르게 늘어놓았다.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았으나 서하는 정신 차리고 먼저 시킨 일을 하고자 박스를 들었다.

어디서 작업을 해야 할지 몰라 바닥에 쪼그려 도장을 찍었다. 중간중간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으나 앉을 곳을 알려 주지 않았다. 다리가 저려 올 무렵 짜증 어린 목소리가 돌아왔다.

“윤서하 씨, 언제까지 도장만 찍을 거예요?”

하던 일을 멈추고 복사기 앞으로 갔지만 학교에서 다뤘던 복사기와는 달라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복사기 앞에서 쩔쩔매고 있던 중 엉덩이에 매운 손이 떨어졌다. 화끈거리는 엉덩이에 놀라 쳐다보는데 한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복사기를 작동시켜 주고 가기에, 애써 착각이라 넘겼다.

“다 했습니다. 또 뭐 할까요?”

“딱히 할 거 없으니까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계세요. 점심시간 되면 식사하시고요.”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보니 한 군데가 있었으나 차마 앉지 못했다. 앉아 있는 직원들의 의자보다 좋아 보이고 명패에 비서실장 한로운이라 적혀 있었다. 빈자리가 없는 걸 모르는 건가 싶어 서 있다가 일도 없으니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기업인데 화장실이 부족한가? 이상했다. 까치발을 드니 나체의 오메가들이 육변기 일을 하고 있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아…….”

학교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한 것 같았다. 아까 엉덩이를 맞은 것도 역시 착각이 아니었던 듯싶다. 승언에게 털어놓고 싶었으나 걱정할 게 뻔해 참기로 한 서하는 점심을 먹지 않고 휴게실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서하 씨, 카드 들고 나갔죠? 오다가 커피 좀 사서 들어와 주세요.]

“카드 준 적 없잖아. 미친놈들아…….”

카드는 준 적 없지만 그렇다고 그냥 들어가면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서하는 우선 제 돈으로 산 뒤 영수증을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직원이 10명, 자신까지 총 11명. 카페에 들어가 11잔의 커피를 결제했다.

비서팀에 들어가니 다들 서 있었다.

“저……. 커피 사 왔습니다.”

“오늘부터 일한다는 오메가 인턴? 윤서하 씨 맞아요? 잘 부탁드려요. 전 한로운이라고 합니다.”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환대한다며 일단 자신의 자리에 편히 앉으라고 친절히 대해 주는 로운 덕에 안심했다. 왜인지 좋은 사람 같았다.

커피 트레이를 복사기 위에 올려 두고 커피를 꺼내 로운에게 건네고 하나씩 직원들의 책상에 올려 뒀다.

“11잔 사 오신 거예요?”

“네……? 인원수 맞지 않나요……?”

뭐가 잘못됐나 싶어 방 안을 둘러보아도 커피를 받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커피를 마시던 로운이 서하의 어깨를 잡고 괜찮다며 다독이던 중 문이 열리면서 한 남성이 들어왔다. 아, 저분 게 빠진 거구나.

자신의 몫이었던 커피를 꺼내 남성에게 다가가 건네고 우편 업무를 하기 위해 자료를 챙겨 밖에 나갔다. 눈빛 한번 살벌해 알파인가 싶었다.

다시 돌아오니 로운과 남성은 없었고 다른 직원들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일하느라 바빴다.

서하는 로운의 자리에 불편하게 앉아 있었다.

“퇴근하세요.”

집으로 돌아가 승언에게 하소연을 하면서도 오메가를 차별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행히 로운은 좋아 보여 로운의 칭찬을 중점적으로 하며 잠이 들었다.

***ㅎㅇㅅㄹ

며칠 내내 단순 사무만 받았고 희롱하는 사람은 없어 숨죽여 일했다. 화장실에도 가지 않고 점심시간에도 홀로 비서팀을 지켰다.

“한로운 여기 있나?”

“네? 아니요. 오늘 안 들어오셨습니다.”

눈빛 한번 살벌했던 사람이었다. 로운이 없다고 하자마자 나가려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얼굴도 묘하게 익숙해 알파이면 어쩌지 싶었지만 계속해서 만나는 얼굴에게 저기요, 라고만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이름을 물었다.

“……최하준.”

“감사합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어느 부서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이름이라도 알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의자에 앉았다. 오늘도 이대로 퇴근인가 싶었지만 점심을 먹고 들어온 직원이 수기로 정리된 자료를 주며 최대한 빨리 끝내 달라고 지시했다.

“그대로 쳐 주시면 돼요. 어려울 거 없죠?”

어려울 거야 없지만 너무 많았다. 최소 책 한 권은 나올 분량에 고개를 끄덕이고 한글 파일을 켜 입력을 했으나 퇴근 전까지 맞출 수 없었다. 다 못 했다고 하니 한숨을 쉬며 돌아가라고 했고 찜찜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네.”

“아……. 일을 다 못 끝내서…….”

승언에게 위로를 받으니 그나마 기분이 나아졌다.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데 승언과 함께 있는 시간만 야속하게 빨리 흘렀다. 단 한순간도 쉬지도 않고 타이핑을 했음에도 분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일을 받다 보니 속도가 더욱 느려졌다.

“아직도 못 했어요? 아니 학교에서 뭘 배운 거야.”

“죄송합니다.”

“이래서 오메가를 받으면 안 돼. 분위기만 망치고…….”

두 손을 모아 쥔 서하는 화를 속으로 억눌렀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교내 봉사보다 훨씬 좋은 대우라고 되뇌며 더 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말을 걸던 직원이 몸으로 배워야 한다며 책상을 잡게 했다.

짜악-.

“흡, 잘……하겠습니다.”

“서하 씨, 우리가 서하 씨를 괴롭히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알지?”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말을 하든가 엉덩이로 떨어지는 손길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맞은 서하는 모멸감에 몸을 떨었다. 교육시켜 줘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고 난 뒤에야 벌이 끝났다.

엉덩이가 아려 의자에 제대로 앉기 힘들었으나 괜한 트집을 잡힐까 꾹 참고 타이핑만 했다. 모두가 퇴근을 한 이후에도 홀로 남아 자료를 정리했다. 직원도 아니고 인턴만 남기다니 보안이 쓰레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오메가인 자신이 뭘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았다.

“좆같다. 아……?”

방금 누가 지나간 것 같았다. 문을 열고 고개만 내밀어 양 끝을 제외하고 불이 꺼진 복도를 두리번거렸으나 아무도 없었다. 하다 하다 귀신까지 본 것 같았다. 야근을 하면서 일을 마무리하자 교육의 효과가 있었다며 웃어 대는 얼굴을 보니 역겨웠지만 돈을 생각하며 참았다.

다행히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방학 때마다 일을 할 기회를 받았다.

***

“서하 씨가 벌써 4학년인가?”

“네, 맞습니다.”

“과가 사범대라고 했던 거 같은데. 졸업하면 뭐 할 거야?”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문 서하는 그들처럼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3년간 일을 했어도 직원들은 서하에게 단 한 번도 밥을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이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씁쓸하기는 했다.

“여기 서하 씨 있어요? 저기 있네.”

오늘도 웃음을 머금은 로운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숨통이 트이는 기분에 서하도 잔미소를 지었다. 로운이 있으면 직원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아 오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잠시 갈 곳이 있다며 비서팀 밖으로 인도했다.

“어딜 가는 거죠?”

“들어가 보시면 알아요.”

24층에 올라와 본 적이 없어 눈알만 굴리며 발걸음 옮기는데 딱 봐도 고급스러운 문이 눈앞에 보였다. 들어가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거리는 로운에게 재차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합니다…….”

“앉아.”

최하준 씨였다. 높은 사람인 걸 직감하고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쓰는 사무실인 거 같은데 엄청 넓었다. 뭘 잘못한 건가. 허벅지에 손을 올린 서하는 과거를 돌아보았으나 접점이라고는 커피를 주고 이름을 물어본 게 끝이었다. 그것도 3년 전에. 그러니 그 일로 불러냈을 리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처럼 높은 사람이 나를 불러낼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듣자하니 곧 있으면 졸업이라고 하더군.”

“그걸…….”

토를 다는 걸 싫어하는지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하준의 짙은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가만있자. 졸업이 맞다고 하니 향후 진로에 대해 질문이 되돌아왔으나 서하는 답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 하지 못하는 건 아니고? 오메가라던데. 받아 줄 회사는 많이 없지.”

면상을 쳐 버리고 싶었다. 한없이 오만한 태도와 방 안의 사무실, 여기까지 데리고 온 로운. 왜 익숙한가 싶었더니 회사 홈페이지에 나왔던 사람이 이 사람이었나 보다.

왼손으로 턱을 받치고 서하를 지켜보던 하준은 제안을 했다.

“우리 회사에 정식으로 취직하는 게 어떤가. 졸업하는 즉시 SD 기업에 비서팀으로.”

“싫습니다. 저는 관련 스펙도 없고, 적성도 맞지 않습니다.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죄송합니다.”

이건 새로웠다. 보통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물지, 서하처럼 거절을 하지 않았다. 신선한 반응을 하는 서하에게 더욱 호기심이 갔다.

“왜지?”

왜겠어. 딱 봐도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게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갈 시킬 게 분명했다. 다른 인턴은 부르지 않고 이사인 하준과의 독대라면 자신만 권유를 받은 건데 당장의 이득에 맹수의 입에 머리를 들이미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 어울리지 않습니다.”

“거절을 할 패기라면 뒤도 생각하고 한 행동이겠지?”

지금껏 책상에 시선을 두고 있었으나 싸한 기분에 고개를 든 서하는 하준과 눈을 마주 보았다.

“뭘…….”

“기숙사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던데 가족들이 그립지는 않나? 그 나이 때면 아직 부모가 필요할 텐데.”

목이 메여 왔다. 어째서 하준의 눈에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부모님을 입에 담는 걸 보니 거절을 할 시 후환이 두려웠다.

“입사……하겠습니다. 아니 입사하게 해 주세요.”

“좋은 생각이야. 계약서는 지금 준비해 주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으나 곧바로 로운이 들어와 계약서를 내밀었다. 사전에 준비는 마친 모양이었다. 계약서를 읽어 봤자 소용이 없을 거라 판단한 서하는 볼펜을 들고 사인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으나 눈물이 비집고 흘러내렸고 삐뚤빼뚤한 사인이 완성되었다.

“졸업하고 보자고.”

승언의 집에 돌아와 방으로 곧장 들어간 서하는 이불을 둘러썼다. 일단 부모님만 언급하기는 했으나 승언도 위험할 수 있었다. 승언의 곁에 남고 싶었으나 승언의 미래를 자신이 무너뜨릴까 두려웠다.

***ㅎㅇㅅㄹ

“윤서하, 조기 졸업이라니 반칙이다. 이건 나랑 형이 산 꽃다발.”

“고마워. 수업 더 듣지 그랬어. 먼저 간다.”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전에 빨리 입사를 하기 위해서 서하는 수강할 수 있는 만큼 학점을 채워 들었다. 주위에서 독하다는 말과 오메가의 최후의 발악이라고 떠들어 댔지만 서하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졸업만을 목표로 삼았다.

사진을 찍을 만한 사람이라고는 지호와 사훈밖에 없었기에 간단하게 촬영을 하고 졸업 가운을 돌려주러 가던 중 준우와 마주쳤다. 준우는 잠깐 멈추는 듯하다가 지나쳐 갔고 지호는 고개를 저으며 서하를 위로했다.

“학교 종종 놀러 와야 해.”

“무슨 좋은 기억이 있다고 놀러 와. 잘 살아.”

학교는커녕 더는 지호와 사훈도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준이 질릴 때까지 비위를 맞추며 숨을 죽이고 살아갈 것이다.

학교 우체국으로 간 서하는 초커를 풀고 박스에 담아 승언의 집 주소를 적었다. 이제 진짜 끝이었다.

택시를 타고 SD 기업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갔다. 초커가 없는 상태로 사람들을 마주친다면 위험할 것 같아 비상계단으로 올라갔다. 중간중간 다리가 아파 쉬기도 했지만 24층까지 올라가니 문 앞에 못 보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간 서하는 책상에 앉아 있는 하준을 보았다. 꽃다발에 시선을 준 하준에 덩달아 꽃다발을 바라보았다. 오다가 버릴 걸 그랬나.

앉으라는 하준의 말에 소파에 앉은 서하는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고동색 테이블에 샛노란 꽃이 올려져 있으니 눈이 아팠다.

“새로운 시작이라. 마음가짐을 보여 주는 건가?”

“네……? 졸업 선물로 받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또 뭐야. 하준과의 독대는 불편해 두통이 올라왔다. 비서팀으로 내려가 보라는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이상했다. 회사에 들어앉힌 이유가 진짜 취직이 아닐 텐데, 하준이 건들지 않았다.

“서하 씨, 어서 오세요.”

비서팀에 들어가자 로운이 제일 먼저 반겨 주었고 서하를 가운데에 세운 채 정식으로 입사를 했다며 소개했다. 감흥 없는 축하를 받고 자리를 찾는데 비서팀이 아니라 24층 복도에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환영회도 해야 하니까 다들 괜찮은 시간대 있으면 정리해서 저한테 알려 주세요. 그럼 다들 오늘 하루도 수고하세요.”

24층으로 올라간 서하는 의자에 앉았다. 복도라 추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포근했고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출신 대학이 마음에 들었는지, 업무에서 배제될 줄 알았는데 배정받았다. 처음 하는 업무라 열중하고 있던 중 하준에게서 호출이 들어왔다.

“안내는 로운에게 대충 받았을 거고, 졸업도 했으니 학교 기숙사에서 나왔겠군. 지금 거처는 어디지?”

“회사 근처 고시원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그럴 필요 없고 내 집으로 들어와. 널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 통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준과 설전을 할 위치도 되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용기를 내 왜 하필 자신이냐 물었다.

“……알파도 아니고 베타도 아닌 오메가 주제에 남들보다 더 일하는 게 신기해서라고 할까. 게다가 베타 집안에서 오메가라니. 더 이유가 필요하겠어?”

베타 집안에서 오메가로 발현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그런 오메가는 보통 오메가와는 다르게 아이를 가지기 어려웠지만, 가질 수만 있게 한다면 알파다움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알파라면 누구나 극소수 중에서도 극소수만 해당하는 베타 가정 내 오메가 발현 케이스를 놓칠 수 없었다.

“사원증은 거기 있으니 가지고 나가 봐.”

사원증을 챙겨 나온 서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얼굴이 박혀 있는 사원증을 손가락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몸을 대가로 얻은 플라스틱 조각은 기쁘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서, 승언을 위해서라고 속을 다스리며 업무를 보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하준을 뒤따랐다.

방까지 받은 서하는 생각보다 좋은 대우에 어리둥절했다. 집으로 찾아온 의사가 지병이 없는지 묻고 피를 채취해 가기는 했으나 하준과 특별한 접점은 없었다.

며칠 뒤, 집안일을 해 줄 거라며 정웅이 왔다. 정웅은 최씨 일가는 대대로 우수한 알파가 태어났으며 오메가도 많은 집안이라 다른 집안과는 달리 오메가를 함부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메가를 위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마 이 집에 들어온 이유가 남들에게 보여 주기 식이었나 보다.

***

예상대로 회사 사람들은 하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서하를 보며 팔자 핀 오메가라고 수군거렸다. 서하는 들리지 않은 척, 보이지 않는 척 행동했다.

“쓸데없이 다른 알파들의 페로몬 묻혀 오지 마.”

“알겠습니다.”

층을 돌아다니다 보면 알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으나 하준은 이해해 주지 않았다. 하준과 생활하면서 한 가지씩 규칙이 만들어졌다.

아직까지 성기를 받지는 않았으나 몸을 지분대는 건 예사였고 하준의 사무실 한 켠에는 입에 담지도 못할 도구들이 들어 있는 서랍장이 생겼다.

“읏. 차갑습니다.”

하준의 무릎 위에 올라가 있어 몸을 크게 뒤틀지는 못하고 소심하게나마 항변을 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에만 멈춰 있던 서늘한 손이 가슴팍까지 올라와 유두를 지분거렸다. 몸을 숙일 수도 뒤로 기댈 수도 없어 눈을 감고 하준이 질릴 때까지 기다렸다.

“이, 사 읏. 님.”

“응? 무슨 일이지?”

손으로 유두를 꼬집고 때로는 손톱으로 긁어 간지럽힌 하준은 무릎 위에서 바들바들 떨어 대는 서하의 모습을 감상했다. 로운에게 환영식이 있다고 보고를 받긴 했으나 서하의 입으로 다시 들으며 지루함을 달랬다.

“환, 영식이 있습니다.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다녀와야지. 단, 몸 함부로 굴리고 올 생각은 하지 마.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겠지.”

개자식. 서하는 하준의 무릎 위에서 내려와 옷을 추스르고 이사실 밖으로 나왔다. 하준이 만졌던 몸을 손으로 문질렀다. 아직도 하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하준에게 전달해야 할 서류을 올리고 결재를 받다 보니 퇴근 시간이 되었고 재킷을 입던 하준은 서하를 빤히 보았다.

“이따 뵙겠습니다.”

“그래.”

하준을 로비까지 배웅하고 비서팀을 기다리다가 합류한 서하는 로운의 차를 타고 회식 장소에 도착했다. 오늘의 주인공이니 가운데에 앉으라며 로운이 서하를 이끌고 앉히고 옆자리에 착석했다.

“같은 팀인데도 얼굴도 잘 못 보고 많이 아쉽죠?”

“괜찮…….”

“아쉬울 게 뭐가 있어요. 이사님 곁에 딱 붙어 있으니 좋겠지. 또, 알아요? 따로 한몫 챙겨 주실지.”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조롱을 당했다. 서하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가까스로 입꼬리를 올렸다. 고기를 굽기만 하고 한 입도 먹지 못한 서하를 보던 로운은 집게를 빼앗아 고기를 구웠다.

“실장님, 제가 할게요. 주세요.”

“아닙니다. 다들 드세요. 서하 씨도 많이 먹고요.”

앞접시에 고기를 올려 준 로운에게 고개를 까닥거려 인사를 한 후 젓가락을 들어 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했구나.

고기가 앞접시에 올라오는 족족 먹고 있는데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눈치가 없었나, 움찔하며 서하는 고개를 들었다.

“서하 씨, 많이 배고팠나 봐.”

“그럴 수도 있죠. 그것보다 서하 씨는 술 잘하나?”

“……아뇨. 제대로 마셔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 생활 내내 무슨 일을 당하지 않도록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 그나마 마셔 본 건 승언과 단둘이 있을 때 마신 캔 맥주가 전부였기에 주량을 몰랐다. 술을 하지 못한다고 하자 말을 걸어온 사원의 표정이 굳더니 딱 한 잔만 마셔 보라고 술을 권했다.

“환영회인데 서하 씨가 분위기 좀 맞춰 줘.”

“맞아요, 설마 한 잔 가지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 그리고 막말로 생겨도 우리가 도와줄게.”

모두가 술을 권했고 로운마저 제재를 가하지 않고 앞접시에 고기만 올려 줄 뿐이었다. 결국 술잔을 받아 든 서하는 잔을 부딪히고 술을 들이켰다. 맥주보다 훨씬 짙은 알코올 향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서하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사원이 아직 어리다며 술잔에 술을 다시 채워 넣었다.

“죄송합니다.”

“딱 한 잔만 더.”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었다. 요령이 없어 주는 대로 받아 마신 서하는 결국 취해 벽에 기댔다. 차가운 벽에 얼굴을 닿으니 시원해 웃음이 나왔다. 상태를 물어보는 로운에게 손짓도 써 가며 괜찮음을 말하다 로운의 어깨에 기댔다.

“서하 씨, 너무 취하셨네요.”

“으응? 응, 아냐. 졸……려.”

자리를 파하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고 마무리하자는 팀원의 말을 들은 로운은 핸드폰을 꺼냈다. 언제나 무표정하게 앉아 있던 서하가 얼굴이 풀려 웃는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제가 서하 씨 데려다드리겠습니다. 내일 다들 지장 없게 출근 잘하시길 바랍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서하를 차에 태운 로운은 시동을 걸고 하준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곧바로 확인했으나 답이 없는 카톡을 보며 서하의 명복을 빌어 줬다. 내일 출근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기 물이라도 드시고 계세요. 조금이라도 깨는 게 좋을걸요?”

“으음.”

“가지가지 하네. 페로몬도 조절 못 하고.”

차 안에 흩어지는 파우더 향을 맡은 로운은 창문을 열고 서하를 흔들어 깨웠다. 찬 바람을 쐬니 정신이 조금씩 드는지 손바닥으로 머리를 짚고 있는 서하에게 숙취해소제를 쥐여 줬다.

“맛없어.”

“맛있으라고 준 거 아니에요. 거기 사탕이라도 좀 먹고.”

술 냄새라도 빼기 위해 도와주려고 했으나 협조를 안 하는 서하를 보며 한숨을 쉰 로운은 하준의 집 앞에서 차를 멈췄다. 서하의 팔을 잡아 어깨에 걸치게 하고 부축해 집 안까지 들어온 로운은 하준의 눈을 피했다.

“원래 이 정도로 마시는 건가?”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신 것 같습니다.”

서하가 로운에게 기댈수록 로운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려 갔고 내려놓으라는 하준의 말을 듣자마자 손을 놓고 바닥에 서하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나가 봐.”

“가 보겠습니다.”

바닥이 차가워 팔을 문지르며 일어난 서하는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하준과 눈을 마주쳤다. 다급하게 일어나려고 했으나 어깨를 잡아 누르는 손길에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언제,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

“잘 즐긴 모양이야? 인사불성 돼서 몸도 못 가누고.”

“죄송합니다…….”

눈치를 본 서하는 시키지 않았음에도 무릎을 꿇고 하준의 말을 들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뼈를 때려 고개를 숙였다.

“누가 데려온 건지는 아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쯧, 그럼 몸을 굴리고 왔을 수도 있다는 거군.”

아니라고 부정하기 위해 고개를 든 서하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은 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급하게 내리려고 했으나 턱이 붙잡혔다. 술기운에 붉게 물들어 있는 뺨을 손가락으로 툭툭 친 하준이 재차 물어보니 떨리는 목소리가 아니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확신할 수 있나? 기억도 없는 주제에.”

“그건…… 일단 환영식이라…….”

“신뢰가 있던 사이였던가? 내 눈에는 안 그래 보였는데 말이지.”

하준을 설득할 만한 근거가 없어 입을 다문 서하는 입 안쪽 여린 살을 물어뜯었다. 억울했지만 해명하지 못해 하준이 기분이 상한다면 가족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아무 일을 당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서하는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냈다.

“뭐 하는 거지?”

“증명……해 보겠습니다.”

생각보다 가족이라는 족쇄가 잘 먹힌 모양이다. 억울한 건지 수치심이 일은 건지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서하는 손을 잘게 떨며 단추를 풀고 와이셔츠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준이 아무 말이 없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몸을 일으켜 바지를 내렸다.

소파에 앉아 서하가 하는 짓을 감상한 하준은 다리를 꼬았다. 성격만 봐서는 흉터가 많을 것 같았으나 상처가 없이 매끈했다. 나체가 된 서하에게 검지를 까닥이며 부르자 서하가 쭈뼛거리며 다가왔고 팔을 잡아당겨 무릎 위로 앉혔다.

“증명이라고 하는 게, 고작 벗는 게 다인가?”

“보시다시피 아무 흔적도 없, 습니다.”

허벅지에 닿는 가죽의 촉감이 낯설었다. 서하는 몸을 더 숙이면 가슴이 하준의 얼굴에 닿을까 허리를 꼿꼿이 펴고 버티었다.

로운에게 모든 걸 들어 결백함을 알고 있으나 바깥에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점은 제대로 혼낼 필요가 있었다. 서하는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글쎄, 겉은 어떨지 몰라도. 이 안은 또 모르지.”

하준은 술을 마셔 평소보다 따뜻해진 서하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얼굴에서부터 가슴, 배, 허벅지까지 천천히 손을 내렸고 마지막으로 살집이 있는 엉덩이를 잡았다.

애초에 믿지 않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각오했던 일이었지만 서하는 정웅이 나올지도 모르는 공간에서 하준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안, 안에서…… 부탁드립, 니다.”

“그렇게 해 줘야 하는 이유는?”

그저 애원했다.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수치심이 없지는 않았고 하준의 목을 껴안고 되지도 않은 엉성한 애교를 부렸다. 목에 머리를 부비는 사소한 행동이었으나 서하의 하나하나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하준은 힘을 들이지 않고 서하를 안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아직 술기운이 빠지지 않은 터라 어지러운 시야에 머리를 흔들며 초점을 잡으니 하준이 탈의를 하고 있었다. 무섭다. 상의를 벗고 침대에 앉아 떨고 있는 서하에게 다가가 다리를 벌린 하준은 꽉 다물린 구멍을 보았다.

“구멍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있나?”

“없……습니다.”

“그래? 단 한 번도?”

무미건조하게 구멍에 손가락을 넣은 하준은 검사를 하듯 내벽 곳곳을 휘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알파를 받지 않았던 건 사실인 듯했으나 구멍에 장난감은 많이 넣어 봤을 텐데 처음인 양 빠듯하게 조여 왔다. 몸의 주인조차 통증이 있는 듯 안쪽 허벅지를 떨고 있었다.

“순진하고 굴라고 배우기라도 했나. 연기라면 집어치워도 괜찮아.”

“으흐, 으.”

힘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으나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윤활제도 쓰지 않고 페로몬도 풀어내지 않아 메마른 구멍은 고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이사님. 아악! 흐으. 아파, 아픕니다.”

손가락을 늘려 갈수록 떨림이 심해졌다. 하준은 고통에 바르작거리는 서하의 골반을 잡아 눌렀다.

고통이 커지자 술기운은 단숨에 달아나 버렸고, 서하는 행위가 빨리 끝나기만을 빌었다.

“넣어, 넣어 주세요. 뒷구멍에…… 넣어 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가르친다고 했지. 앞으로 내 앞에서 그딴 단어 쓰지 말도록.”

한참 좋았던 기분을 망친 하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손가락을 빼냈다. 숨을 크게 몰아쉬며 침대헤드로 조금씩 올라가는 서하를 봐주다 침대 위로 올라간 하준은 반쯤 속옷을 내렸다. 하준의 성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서하는 완전히 발기하지 않았음에도 큰 성기에 다리를 모았다.

“용,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술 안 마시겠습니다. 제발, 제발 이사님.”

“약조를 먼저 어긴 건 윤서하, 너 아니었던가?”

“아아…….”

말을 끝으로 서하의 발목을 잡고 끌어 내린 하준은 주인의 본능에 따라 퍼지는 파우더 향을 맡았다. 알파의 기분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에 짧게 웃은 하준은 벌리지 않으려는 다리를 힘으로 벌리고 다리 사이에 자세를 잡았다.

찢어질 거다. 이 상태로 넣다간 분명히 피를 볼 거다. 근데 지금 하준을 거부하면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처지가 비참했으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허벅지에 닿은 성기가 점차 아래로 내려갔고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악! 아으윽……. 천, 천히 제발……. 으읏.”

손가락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큰 고통에 생리적으로 눈물이 고였다. 허벅지와 골반을 누르는 손의 악력도 고통을 주었지만 항문에 들어오는 성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인 건지 멈추지 않고 성기를 삽입했다.

“아직 반도 안 들어갔는데 벌써 지치면 어떡하려고.”

“으흣……. 이사님, 이사님. 제발요. 제…….”

서하의 상황을 봐주지 않은 하준은 남아 있는 성기를 한 번에 삽입했다. 새빨개진 몸으로 울고불고하던 때는 어디로 갔는지 입을 벌린 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숨을 쉬는 법도 까먹었는지 꺽꺽거리는 서하의 뺨을 툭툭 치니 그제야 밭은 숨을 내뱉었다.

“윤서하.”

손을 잡으면 멈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하준의 손을 구원 줄처럼 잡고 매달렸다. 싫다. 너무 아팠다. 고통의 원인도, 고통을 거두어 갈 수 있는 것도 하준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서하는 행여 손을 놓칠까 손에 힘을 주었다.

“대답해야지?”

“흡! 으흐……. 네, 네.”

가볍게 허리 짓을 한 번 했을 뿐인데도 내벽 전체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 다급하게 대답했다. 용서를 받기 위해 하준의 손에 뺨을 비비니 흘리는 눈물을 닦아 줬다. 생각보다 다정한 행동에 안심도 잠시, 손을 거두어 간 하준은 양손으로 서하의 손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침대에 눌렀다.

성기가 전부 들어왔을 때는 배가 찢어질 것 같다가도 나갈 때면 내벽이 딸려 나가는 느낌에 몸부림쳤다. 저항조차 막혀 고개만 양옆으로 젓는 게 고작이었다.

“잘, 못했어요. 잘못, 잘못했어요.”

승언이 보고 싶었다. 어둡고 차가운 이 집이 아닌 승언의 집에서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통증은 잠깐의 상상도 용납하지 않고 서하를 현실로 끌고 나왔다.

“윤, 크흡. 서하.”

내벽을 채우는 뜨거운 액체에 잠시 사고가 멈췄다가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와는 비교가 되질 않을 정도로 발버둥을 치는 서하를 더욱 세게 누른 하준은 절망에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았다. 멍청하긴. 이 정도로 돌연변이는 임신이 되지 않았다.

“흑, 으흐. 놔, 놔주세요.”

손을 놔주는 대신 서하의 몸을 뒤집은 하준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새하얀 정액을 손으로 훑어 구멍에 도로 넣어 주었다. 혹사당한 몸은 버티지 못하고 축축 무너졌으나 하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기를 집어넣었다.

“방금 했으면……서.”

“소원을 들어준 값을 치러야지?”

하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침대 시트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에게 먹힌 서하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계속해서 성기가 드나들은 구멍에선 얼얼한 감각만이 전해졌다.

신음을 참는 건지 핏줄이 도드라져 있는 서하의 목덜미를 쓰다듬은 하준은 엄지에 닿은 목젖을 살짝 눌렀다 뗐다.

“윽.”

“크흡, 아…….”

더 조여 오는 구멍이 마음에 들었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휩싸이기라도 했는지 기껏 풀어놓은 몸이 빳빳하게 굳어 버렸다. 하지만 하준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성기를 빼냈다가 거칠게 집어넣었다. 언제나 뚱한 얼굴이 몰아붙여져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힉……!”

성기가 몸 안 깊은 곳까지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서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애꿎은 침대 시트만 쥐어뜯었다. 페로몬이라도 맡았으면 좋았을까. 자신의 페로몬만 가득한 방에 서러워진 서하는 결국 참지 않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만두고 싶다. 미쳐 버릴 것만 같아.

계속하여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처지는 서하를 성기가 삽입되어 있는 채로 돌린 하준은 눈을 크게 뜨면서 타액을 흘리는 서하를 눈에 담았다.

“아, 흐으으.”

허리가 침대에 닿았으나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긴장되었던 근육들이 경련했다. 견디지 못한 서하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것처럼 허공에 손을 뻗었다.

잠시 행동을 멈추고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린 하준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쯤은 선행을 해도 되겠다 싶어 손을 잡아 주었다.

“흐……. 이사님, 아, 앗……!”

페로몬을 풀지 않았음에도 경련하는 구멍은 쾌락을 좇으며 알아서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고 하준은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점점 작아지는 신음을 내뱉는 서하를 지켜보았다. 생각보다 쉽게 지치는 몸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적당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다리 한쪽을 들어 어깨에 걸치고 전립선 위를 뭉개듯 눌렀다.

“힉, 흐으으. 그만, 그만…….”

“안이 엄청 떨리는데 알고 있나?”

깊게 박혀 드는 성기에 하준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방 안에 가득 채우다 못해 하준에게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페로몬은 서하의 목덜미에서 유달리 더 진하게 풍겨 나왔고, 하준은 상체를 숙여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윽.”

자극 하나하나에 예민해진 서하는 목덜미를 핥은 축축하고 물컹한 느낌에 하준의 손등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하준은 상황을 즐기며 사정감을 억누르고 있었으나 알싸한 통증과 함께 결국 사정했다. 서하는 신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니 구멍에 들어 있던 정액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흐으으…….”

엉덩이에서 흘러내리는 미끈거리고 끈적한 정액은 불쾌했으나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힘이 없었다. 하준은 시간이 지나도 숨을 고르게 쉬지 못하는 서하를 뒤로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비참하다. 이건 우위를 보여 주기 위한 폭력적인 행위. 아니, 배설 행위에 가까웠다.

혹사당한 근육들이 아우성치며 몸이 앞으로 쏠렸고 가구에 부딪혀도 서하는 꿋꿋이 걸어 방을 벗어났다.

계단에 한 발짝 올라갔을 때는 절로 비명이 나왔으나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숨을 죽였다.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웅크리고 몸을 눕혔다.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보건소에서 정액을 받았을 경우 최대한 빨리 오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지금이 몇 시더라. 가야 하나. 땀에 젖은 몸을 씻을 생각도 못 하고 빈 벽만 바라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가운을 입은 하준이 들어왔다.

“…….”

“어딜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군.”

“으윽.”

손으로 바닥을 딛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하준이 먼저 몸을 낮췄고 일어나지 못하게 어깨를 눌렀다. 일어나지 말라는 건가. 고개만 살짝 들어 올려 하준을 바라본 서하는 표정을 굳혔다. 하준은 사냥감이 죽지 않을 정도로 가지고 노는 맹수 같았다. 한참을 묵묵히 지켜만 보더니 흥미를 잃었는지 하준이 방을 나갔고 서하는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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