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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 장소는 회사 근처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이었는데, 늦은 시간이고 술도 주문해서 미성년자인 민이는 출입 금지를 당했다. 부모 동반도 안 된다기에 혼자 호텔에 둘 수도 없어서 부모님이 아쉬워하며 불참하려 하자 권수한이 자신이 함께 있겠다고 했다. 부모님은 무척 고마워하셨다.
뒤풀이 자리에는 제이네 빼고 멤버들의 부모님이 다 모였다. 뒤풀이는 장소를 옮겨 3차까지 계속됐는데, 부모님들끼리는 2차가 끝나고 다른 곳으로 가셨다. 이번 탈식시티를 겪으며 상당히 친해진 모양이다.
멤버들과 고생한 스태프들은 늦게까지 달렸다. 폭탄주도 조제해서 마시고 노래방에서 광란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나는 과일주만 마시고 노래는 한 곡만 딱 불렀다.
딱 2시 정각을 찍었을 때 인내심이 끊긴 권수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체 언제까지 마실 생각이지? 데리러 갈 테니까 어디인지 말해.
“민이는요? 민이 혼자 둘 순 없어요.”
-네 동생은 한참 전에 잠들었어. 어딘데?
“여기가.. 아, 야단아. 그거 한새 운동화야. 먹는 거 아니야!”
테이블 위해 고개를 처박고 있던 야단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한새 운동화를 손에 들고 물고 뜯으려 해서 깜짝 놀라며 다가갔다.
“야, 그거 겁나 더러워. 배고프면 뭐 안주 시켜줄까?”
“이라 형..”
“응??”
“형.. 병아리 같아. 완전 귀여워.. 손도 조그매..”
참 나. 이런 술주정을 다 하네.
“운동화나 좀 내려놔. 그거 한새 거다.”
“한새 형 눈치 존나 없어..”
야단이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그 한 문장을 내뱉고 다시 쓰러졌다.
난 푸흡흡 웃음을 참으며 운동화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야, 뭐 내 이름 들렸는데 무슨 얘기 했냐아?”
저쪽 테이블에서 스태프들과 왁자지껄 술 마시던 한새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귀도 좋은 새끼. 난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다.
테이블 위에 내팽개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통화 중 상태이다.
“권수한 씨.”
-지금 시동 켰으니까 어디인지 말해.
무언가를 꾹 눌러 참은 목소리였다. 나는 순순히 장소를 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방을 챙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있는 테이블은 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들만 모였다. 나는 그 중에서 헤롱헤롱 앉아 있는 문이 형에게 다가갔다.
“형, 나 먼저 갈게.”
“으으응?..”
“..오늘 수고했고 나중에 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만 일단 인사를 했다. 돌아서는 나를 문이 형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이라야.”
돌아보자 형은 눈을 감은 그 상태였다. 그냥 내 목소리가 들려서 부른 것 같았다.
“이라야.. 너한텐 미안해.. 항상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미안해..”
“.......”
“미안해...”
이대로 두면 하염없이 사과만 할 것 같아서 나는 형을 소파에 눕히기로 했다. 낑낑대며 옆으로 민 후 사람들이 벗어놓은 얇은 외투 두어 장을 덮어줬다. 형은 잠꼬대인지 사과인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날 사과만 하는 형이 안쓰러웠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후련하고 개운한데. 나의 마지막 콘서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조차도 이 즐거움과 행복을 이기지 못하는데..
“형, 나는 괜찮아. 형 때문도 누구 때문도 아니야. 미안해하지 말고 우리의 첫콘서트 날을 같이 축복하자.”
“.......”
내가 조용히 속삭이자 형의 주정이 멈췄다. 형은 몸을 뒤척이며 내가 덮어준 외투 속으로 파고들었다.
난 그 모습을 보다가 조용히 술집을 나왔다.
술집 주차장 입구에 제이가 있었다. 새벽의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은 좀 충격이었다.
“너 담배도 피웠어??”
“..지금 가게? 데려다줄게.”
“아니, 사람이 오기로 해서.. ”
제이는 내가 가까이 가자 담배를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그리고 모션 오러로 바람을 일으켜 남아 있는 냄새를 흩어버렸다.
“언제부터 피운 거야. 넌 가수가 담배를 피우냐? 우리 곧바로 계약하고 컴백할 거랬는데. 문이 형한테 이른다?”
“얼마 안 됐고 잠깐 피우다 끊을 거야.”
제이는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대충 걸치고 나온 남방을 여며주었다.
“추운데 권수한이 근처 도착하면 나오지 그래.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술도 깰 겸 해서..”
제이의 눈가가 왠지 붉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제이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도록 다른 곳을 바라봤다.
나는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다. 제이에 의해 미뤄졌던 대답을 할 순간이었다. 그러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적막이 감돌았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바람이 벽에 부딪혀 흩어지는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나는 들어가 있을게. 그 사람도 나도 서로 보면 기분 안 좋을 테니.”
권수한이 도착할 때가 돼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돌리자 제이는 신경 쓰였는지 들어가보겠다고 말했다.
“...너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적당히 있다 가.”
제이는 손을 흔들고 저벅저벅 걸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제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물었다.
“너는 아쉽지 않아?”
“뭐가 아쉬워?”
“우리가 서로 좋아했던 시간들.”
“......”
“오해로 인해서 갈라진 것. 나는 억울하고 답답해서 잠도 제대로 안 오던데.”
제이의 눈빛에 음울한 기색이 떠올랐다. 늘 당당하고 뜨거웠던 녀석의 눈에 체념어린 감정이 깃드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제이야, 나는..”
“알아. 네가 무슨 말을 할 지 알면서 물어봤어.”
제이는 미소 지었다. 무척 쓸쓸한 미소였다.
“연습할 때도.. 오늘 네 무대도. 요즘 너 행복해보여서.”
제이는 중간에 말을 멈추고 숨을 한번 들이켰다.
“보기 좋아.”
“.......”
“갈게. 나중에.. 엔돌핀으로서 보자.”
그것은 본심을 잔뜩 억누른 목소리였다. 나의 직감이었다.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 이런 말로 보내주려는 것이다.
제이는 다시 걸어갔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나는 그쪽을 바라봤다.
권수한은 날 가족이 머무르는 호텔이 아니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할 말이 많았지만 씻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서 미루기로 했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눈을 떴다.
방에 딸린 욕실에서 대충 세수하고 나오니 진호 형이랑 민이가 TV 보면서 빵을 집어먹고
있었다.
“형, 다른 거 틀어봐. 뭔 프로가 게임만 하냐?”
“네가 틀어, 새끼야. 리모컨 네 옆에 있잖아.”
“빵 먹잖아. 형이 좀 틀어.”
“난 빵 안 먹냐?”
대화가 무슨 20년 친구였다.
“일어났어?”
주방에 있던 권수한이 날 발견하고 곧장 물컵을 주면서 다가왔다. 그 소리에 진호 형이 벌떡 일어났다.
“어, 이라 일어났구나아. 어제 콘서트 흐잉잉 존멋이어써어.”
“아.. 형도 왔었어?”
“웅, 일 있어서 끝나자마자 가서 우리 이라 못 봤어.”
“미친.. 저 형 말투 왜저래?”
민이가 거칠게 욕을 했다. 진호 형은 한번 째릿하더니 곧 다시 내 앞에선 순한 양이 되었다.
노래 너무 좋았다부터 고유진 그 씹새끼는 뭐하는 새끼냐까지 콘서트 감상이 쏟아졌다. 민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한 마디 했다.
“붕어인 줄.”
알고 있다. 세수하면서 나도 놀랐다. 어제 [이라야 너를 좋아해 사랑해] 피켓 때부터 울기 시작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진호 형은 자기도 울었다면서 나를 옹호해줬다. 그리고 다시 끝없이 쏟아내던 감상을 권수한이 멈췄다.
“이라 밥부터 먹이지. 해장국 해놨어.”
너무 바라고 있던 말이다.
식탁에 앉자 권수한이 수저랑 밥이랑 반찬을 차례차례 날랐다. 그 와중에 거실에서는 진호 형이랑 민이가 살벌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난 황태국을 떠다주는 권수한에게 대체 저 둘 어떻게 된 거냐고 눈짓으로 물었다.
“어제 네가 반쯤 잠이 든 상태에서도 민이 혼자 두면 안 된다고 뺙뺙거려서 진호 보냈더니 둘이 친구가 돼서 왔더군. 저 자식 정신연령이 낮아서, 쯧.”
“그 새벽에 심부름 시켰단 말이에요???”
“어차피 안 자고 있었어.”
권수한은 당연한 듯 말하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국물 한번 들이켜 봐. 뜨겁지 않으니까.”
“네에..”
난 황태국 국물을 한 숟가락 퍼마셨다. 크아 시원하고 완전 속 풀리는 맛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릇 째로 들었다.
꿀꺽꿀꺽. 입가에 국물이 흐르는 걸 알지만 그대로 마셨다.
“캬.”
빈 그릇을 내려놓자 흐뭇하게 웃고 있던 권수한이 부드러운 티슈를 건넸다.
“한 그릇 더 줄까?”
“제가 퍼다 마실게요.”
“앉아 있어.”
난 권수한이 국을 퍼주는 동안 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푹 늦잠 자고나니 권수한이 속 풀리는 시원한 황태국이 갖다 주고, 거실에서는 그의 동생과 내 동생이 더 없는 친구 사이처럼 신나게 떠들고 있다.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한 풍경이다.
내가 토끼 모양으로 깎인 사과를 사각사각 먹고 있을 때 권수한이 진호 형이랑 민이를 내보냈다. 돈을 가득 주고 내보내서 좋아하며 나갔다.
“진호 형이 씹새끼 같은 그런 욕을 할 줄은 몰랐어요.”
“저 녀석이 평소에 욕을 잘 안 하긴 하지. 난 네 동생이야말로 놀랍더군. 어제 고유진을 얼마나 욕하던지 입에 담지도 못하겠어.”
“진짜요? 그래봤자 뭐 씨팔 정도겠죠.”
“고사리좆만한 게 계속 깝치면 뿌리만 남겨놓을 거라든지 또 뭐더라. 혓탱이를 잘라 돌돌 꼬아서 불에 구워 동네 똥개한테 줄 거라던가.”
“.......”
유진이 형한테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
양치질도 깨끗하게 하고나자 잠이 솔솔 왔다. 그동안 콘서트 준비하느라 쉬지도 못했고, 어제 하루 불사르고 난 뒤라 온몸이 쑤셨다.
권수한은 골골대는 나를 안마 의자에 앉혔다. 욱신거리는 팔다리와 어깨, 뒷목까지 골고루 적절한 힘으로 만져주는 기계에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응.. 흐읏....”
“.......”
“흐으으... 으응..”
“.......”
맞은편에서 태블릿 PC를 보던 권수한이 탁 소리 내며 내려놓았다.
“너 일부러 그러지?”
“뭐가여? 흐으응...”
“.......”
권수한은 하, 짧게 숨을 내뱉더니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성큼 다가와 안마의자 양쪽 팔걸이를 잡았다.
천장 형광등이 가려지고 그늘이 졌다.
권수한의 시선은 차갑게 끓어오르는 얼음 같았다. 이상한 비유지만 정말 그랬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30cm, 아니 20cm도 안 될 것 같았다. 숨소리까지 들린다.
깊고 차가운 심해 같은 시선을 피하고 싶지만 나는 의자에 앉아 양옆은 권수한의 팔 안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였다.
안마로 노곤노곤해진 정신이 확 깨어났다.
“권수한 씨?”
살 떨리게 섹시하긴 한데 갑자기 왜 이러지..?
“왜요...? 뭐 잘못됐어요?”
내가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면서 묻자 권수한은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
그러더니 곧 대답 없이 침실로 급히 들어가 버렸다. 쾅,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멍하니 눈만 깜박이며 얼마나 있었을까. 안마 의자 작동도 멈추고 한참 후 다시 나타났다.
샤워라도 했는지 머리칼이 젖어 있었는데, 그걸 제외하면 보통 때랑 똑같았다.
“안마 더 할래?”
“네...니오.”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그만 할래요. 팬반응이나 볼래.”
“그래.”
권수한이 태블릿 PC를 건네줬다. 눈빛도 말투도 평소 때랑 같아서 왠지 안심됐다. 아까 전 권수한은 너무.. 좀...
싫은 건 아닌데 뭔가 좀 그랬다. 아직 우리한텐 그런 상황은 이른 것 같다. 권수한은 나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막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게다가 나는 이제 팬도 없고 미움 받는 아이돌이 아니라서 연애 관리 철저하게 해야 한다. 콘서트에서 막 1만 명이 넘는 팬들이 [이라야 너를 좋아해 사랑해]라는 피켓도 들어주는 그런 인기 아이돌이니까!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쿵쾅거렸던 심장이 신동우의 치졸한 협박을 떠올리니 확 가라앉았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시무룩해졌는지, 권수한이 슬쩍 얼굴을 내밀어 내가 보고 있던 화면을 보았다. 우연히도 태블릿 PC에는 고유진 깜짝 등장이라는 기사가 떠 있었다. 아마 권수한은 내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유진이 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사전에 협의 없이 온 것 같더군. 맞지?”
“티 많이 났어요? 진짜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표정 굳어졌어요.”
“티 안 났고 티가 났어도 팬들도 다들 싫어해서 상관없어.”
“싫어하긴 뭘요. 유진이 형이 한 마디 할 때마다 환호하던데.”
“야유가 환호로 들리다니 놀랍군.”
권수한이 혀를 찼다. 야유든 환호든 이제는 나도 팬들이 유진이 형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열렬히 좋아하지 않음을 알아서 상관없다.
“그러고 보니 유진이 형이 콘서트 끝날 때까지 절 기다리고 있었어요.”
“널 기다렸다고?”
“응. 다시 안 올라오길래 자존심 상해서 아예 간 줄 알았는데 남아서 저 기다렸더라구요. 그리고는 대체 영문 모를 말만 하다 갔는데 진짜 무슨 말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뭐라고 했는데?”
난 유진이 형과 있었던 일을 축약해서 얘기했다.
권수한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폈다가 하면서 조용히 모든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이 변질되었군. 깊게 생각하지 마. S 소울 유저는 본래 종잡을 수 없다.”
나는 그의 말대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읽고 있던 기사는 마저 읽어야겠지. 기사를 다 보고 댓글을 읽으려는데 권수한이 태블릿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어딜 툭툭 터치하더니 다시 건네줬다.
우리 라더기들이 모인 팬페이지였다.
이미 많은 직캠들이 올라와 있었다. 직찍도 많았는데 내가 알던 내가 아냐 완전.. 팬분들 포샵 엄청 잘하신다.
하나 마음에 드는 사진 카톡 프사로 해놓자 싶어서 폰이 아닌데도 무심코 저장하려고 했는데 ‘같은 이름의 파일이 있습니다’가 떠서 풋 웃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른 사진도 꾹 눌러서 저장해보자 똑같은 경고창이 떴다. 나와 같이 화면을 보고 있던 권수한이 말없이 일어나서 서재로 들어갔다.
나는 푸하하하 큰소리로 소파를 팡팡 치면서 웃었다.
나는 스크롤을 내리면서 생각했다.
권수한에게 신동우의 협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줄 테니 권수한에게 음험한 공작을 멈추라고 해. 멈출 기색이 없으면 네 과거를 알릴 거야」
나는 신동우의 제의에 아무런 토를 달지도 못하고 보냈다.
5일 후에는 모두가 내 과거를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뭔가 먼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본래 다 감당하려 했다. 다시는 아이돌을 못하게 되더라도.. 다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래서 어제 콘서트 시작하면서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를 보며 환호하고, 울고, 웃고, 열광하는 팬분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제의 콘서트가 나의 마지막 콘서트가 되지 않도록, 나는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권수한에게는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협박당했다는 얘기는 않을 것이다. 권수한이 신동우가 어댑터의 능력을 남용한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이유도 결국 나를 위해서다.
언제까지고 그에게 기댈 수는 없다. 만약 권수한에게 얘기한다면 그는 어른에게 기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에게 너무 도움만 받아왔다.
그리고 이건 온전히 내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해결하고 싶다. 내 짧은 인생에서, 아이돌을 꿈꿨을 때 이후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온전히 내가.. 나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