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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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가 끝나고 이틀 후 새 회사와 계약이 예정되어있었으나 내가 일주일만 미루자고 부탁했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아니 새 회사를 배려하는 차원이었는데, 회사는 어떻게 생각한 건지 계약금을 대폭 올려서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득이긴 하지만 좀 미안했다.

 부모님과 민이가 돌아가기 전 권수한 형제와 식사를 했다. 권수한은 부모님이 외국에 계셔서 모시기 어렵다고 나랑 부모님께 무척 미안한 듯이 얘기했는데 왜 미안해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공항까지 배웅 나갔고, 게이트에서 권수한과 아빠가 인사를 나누는 사이 엄마를 멀찍이 데려와 조용히 물었다.

 “엄마, 내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혹시 엄마랑 아빠 상처 받아?”

 그러자 엄마는 입을 쩍 벌렸다.

 “너는 네 아빠와 내가 가슴으로 낳았어. 다른 사람 자식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떽 정색하는 모습에 푸훗 웃음이 터졌다.

 “알아. 그냥 조만간 내가 우리 가족등본에 늦게 올라간 사실을 밝혀야 할 것 같아서 물어봤어. 갑자기 뉴스 보고 엄마 아빠 상처받을까봐.”

 “우리는 걱정하지 마. 애초에 상처받을 일도 아니잖니. 입양이 뭐라고.. 네가 우리가 상처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더 마음 아프단다.”

 엄마는 말하며 나를 꼭 껴안았다. 변함없는 푸근함에 안심이 되었다.

 가족이 집으로 돌아가고 이틀간은 콘서트 직캠과 사진들, 감상들을 보면서 딩가딩가 뒹굴었다.

 팬들은 진짜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한번은 콘서트 멘트 시간 때 프롬프터에 ‘저만큼 귀여운 우리 팬분들’이라는 대사가 있어서 버벅였는데 그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인간 졸귀탱이시다 졸귀탱이 아니라 이라탱이라고 단어바꿔야 한다

 ex) 아 우리 집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이라탱이야

 ┗흐어엉ㅠㅠㅠㅠ이라탱ㅠㅜㅠㅠㅠ

 ┗완전 이라이라해ㅜㅜㅜㅜㅜ

 ┗저만큼 이라한 우리 팬분들이라고 했어야지!!

 또 내 솔로 무대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아... 실물로 못 들은 거 내 평생의 한이 될 듯.. 이날 이라 잘해도 너무 잘했네..

 ┗ㅇㅇ 노래 잘하는 가수는 저 가수 노래 좀 이라하네 라고 표현하자...

 ┗크 노래실력이 아주 이라급이다

 ┗와 완전 노래 이라다 완전....

 난 댓글들을 보면서 사랑스러움에 몸서리를 쳤다. 물론 너무 과한 칭찬에 몸서리쳐지는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팬들은 사랑스러운 존재다.

 맞아, 사랑스러움이라는 단어를 팬스러움으로 바꿔야 해. 그런 생각이 든 나는 그 부분을 캡처한 후 SNS에 첨부했다. 그리고 밑에 덧붙였다.

 @LEERA_ENDORPHIN

 [(사진)

 앞으로 사랑스러운 걸 보면 팬스럽다고 표현하기♡♡♡♡]

 글을 올리자마자 무섭게 댓글이 달렸는데 한번 스크롤 할 때마다 백 개씩 늘어나 다 읽을 수가 없었다. 라더기네 홈에도 바로 SNS가 캡처돼서 올라갔다. 이라가 우리글 읽은 거냐고 믿을 수 없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지금도 읽고 있는데. 이 글도 캡처해서 올릴까 하다가 라더기들의 심장을 생각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1분도 안 돼서 새 글이 열 개나 올라왔는데 대부분 SNS 업뎃 중복글이었고 하나는 제목에 [권또ㅋㅋㅋㅋㅋㅋㅋ]라고 되어 있었다.

 권수한 또 리트윗 순서 10위권 찍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알림 누르고 들어간 게 아니라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어야지만 가능한 속도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앞으로 덕심 충만한 라더기들은 권수한스럽다고 하자ㅋㅋㅋㅋ

 ┗나 저번 이라 커버 앨범 100장 샀는데 좀 권수한인 거 인정?ㅋㅋㅋㅋㅋㅋ

 난 침대를 구르면서 거의 흐느낄 정도로 웃었다.

 시간이 흘러 신동우가 말한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권수한이 출근하고 조용한 집 안에서 나는 가만히 계획을 곱씹어봤다. 신동우가 내 생각대로만 움직여준다면 성공할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외출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연락을 기다렸다.

 지잉.

 전화가 왔다. 아침 10시.. 신동우는 점심을 넘길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첫 번째 전화는 무시했다. 그러자 곧 문자가 왔다.

 [권수한이계속 쑤셔대고있더구나 내일되면 너죽고나죽는거야]

 [올바른 선택을 하렴 팬이라는건 아주사소한일로도 돌아서는 무서운존재란다]

 문자를 캡처하고 인터넷 창을 열었다. 이십여 명의 메일주소를 하나하나 입력한 뒤 준비해두었던 파일과 글을 올렸다. 예약 시간은 저녁 8시로 맞춰두었다.

 다시 신동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받았다. 신동우는 내가 받자마자 숨을 한번 참더니 치졸한 협박을 반복했다.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신발을 신으면서 신동우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일단 만나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어디에요?”

 -.......

 신동우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위치를 말했다. 식시티 근처였다.

 전화를 끊고 곧장 집을 나왔다. 망설이지 않았다. 가슴이 두려움 반 기대감 반으로 두근거렸다.

 신동우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전화를 걸었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음량을 줄이고 주머니에 넣었다.

 신동우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어댑터 보호 프로그램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혐오감이 치솟았지만 꾹 눌러 참았다.

 대문이 열리고, 마당에서 현관까지 걸어가는 동안 난 긴장을 다스리며 천천히 심호흡했다. 신동우가 현관을 열고 나왔다. 정장을 입고 있었다.

 “어서 오렴, 이라야.”

 주름이 진 눈가가 날 보며 휘어졌다. 뱀이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신동우의 집은 평범했다. 난초 화분 몇 개와 가죽소파,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주스 줄까? 아니면 우유?”

 날 어린애 취급하는 말투였다.

 “당신이 주는 건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단호하게 내뱉고 내 발로 성큼성큼 거실로 먼저 들어갔다. 신동우가 그랬던 것처럼.

 “권수한에게는 뒷조사 멈추라고 전했니?”

 얼마나 급했는지 마주보고 앉자마자 물었다.

 “아뇨. 말리지 않을 거예요. 이 말 하려고 왔어요. 직접 말해야 들을 것 같아서.”

 “그럼 네 능력 오남용 사실도 밝혀질 텐데? 나만 죽지는 않을 거란다.”

 “난 실수였어요. 너무 어렸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구요. 어차피 법적 처벌도 받지 않을 거예요.”

 “능력 오남용이 법적 처벌이 어렵긴 하지만 팬들이 네게 등 돌리기는 무척 쉬워.”

 신동우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소울 유저가 허락을 받지 않고 생각을 읽는 게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아니?”

 나도 그를 똑바로 마주보며 비웃음을 띠었다.

“ 어댑터가 허락을 받지 않고 생각을 조종하는 게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아세요?”

 “.......”

 신동우의 얼굴이 차가운 바위처럼 굳었다.

 “당신은 죗값을 치러야 해요. 필요하다면 재판에서 증언도 할 겁니다. 청산가리 사건부터 계속 허가받지 않은 어댑터의 정신지배를 받아왔다고요.”

 “..하하하...”

 신동우가 차갑게 웃었다.

 “어댑터는 너희 유저들과는 달라. 1명의 어댑터를 능력오남용으로 처넣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구나. 지금까지 20년간 55명의 유저가 구속되는 동안 어댑터는 단 1명도 없었어. 너처럼 피해자가 수십 명이나 증언하고, 자백하는 음성 녹음도 있었으며, cctv 화면도 증거로 제출됐지.

 그러나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단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권수한도 이 사실을 알기에 이렇게 긴 시간 뒷조사를 하는 거겠지. 아마 능력 오남용이 아닌 다른 죄목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기나 횡령 같은.

 그러나 나는 이 자를 반드시 능력 오남용으로 구속시키고 싶다.

 어댑터 보호법, 오러 유저 보호법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능력 오남용 단죄법으로.

 역사상 오남용의 최고 형벌은 사형이었고 가장 가벼운 형벌이 30년형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어차피 실패할 일에 열을 올리니?”

 “.......”

 내가 이 대화를 모두 녹음해서 퍼뜨린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다. 신동우가 거짓말이었다고 위증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보호 프로그램 아래에 있는 어댑터의 정체를 드러나게 했다는 죄로 내가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대신 신동우는 보호 프로그램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어댑터의 본분을 다하게 될 것이다.

 오러 유저들과는 다른 어댑터의 의무 중 하나는 칩 이식으로,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칩 안에 데이터가 남는다.

 그렇게 되면 신동우는 어댑터의 능력을 남용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권수한에게 전화를 하렴. 권수한은 내 뒷조사를 멈추고, 나는 내 과거를 놓아주고. 그대로 깔끔하게 헤어지면 얼마나 좋으니.”

 이 자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것이 아니다.

 이건 나로서도 모험이지만, 단죄를 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조건이 필요하다.

 마음속으로 권수한에게 사과했다. 아마 크게 화를 내겠지. 어댑터를 조심하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제 발로 찾아와서... 일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 최악의 상황만큼은 되지 않았으면..

 나는 내 오러의 방어를 서서히 낮췄다.

 “저는..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 거예요. 당신과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하려고 온 거니까 이만 가볼게요.”

 그 타이밍에 맞춰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그러나 일어나려다가 휘청거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깨질 듯한 두통 때문이었다.

 “방심했구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 어댑터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정신에 침투해왔다. 나는 제정신을 차리려고 했으나 두통 때문에 눈을 뜨고 있기도 어려웠다.

 “이라야.”

 “...네..”

 “권수한을 멈추게 한다면 그걸로 끝내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건방지게 구는 바람에 마음이 상했어.”

 두통과 이명이 가라앉았다. 나는 신동우를 올려다보았다. 상처받은 것 같았다.

 “내 마음을 곡해하고.. 내가 너한테 그렇게 몹쓸 짓을 했니? 널 데뷔시키고 그 자리에 앉힌 게 누구인데.”

 “.......”

 “솔직히 다 네 정신력이 약해서 일어난 일이잖아. 청산가리도 네가 미움 받아서 생긴 일인데 어딜 회사 탓을 해? 네가 부족해서 사랑받지 못한 걸 말이다.”

 사장님의 말은 구구절절 옳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의 탓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를 불러일으킨 건 나 자신이다.

 “사장님은 네게 정말 실망했어. 네 스스로도 자신에게 실망하기를 바란다. 넌 구제불능이야. 다시는 아이돌 하지 마렴. 너 같은 쓰레기가 무대 위에서 노래하게 둘 순 없지.”

 “하지만 전 노래하고 싶은데....”

 “하하하.”

 사장님은 재밌는 얘기를 들은 것처럼 크게 웃었다.

 “노래 부르고 싶어 하니까 하지 말란 소리야. 멍청해서 이런 것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죄송해요...”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하지 말라는 건데 그거 하나 이해를 못한다..

 “됐고, 일단 권수한한테 그만하라고 하자.”

 권수한.

 그의 이름을 듣자 심장이 지끈했다.

 귓가에 이명이 들리면서 무언가가 머릿속에서 반짝였다.

 “핸드폰 꺼내.”

 “.......”

 나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권수한에게 전화해. 나는 괜찮고 더 이상 구설수에 오르기 싫으니까 사장님에 대한 뒷조사 그만두라고.. 뭐지?”

 사장님의 목소리가 일순 날카로워지더니 곧 급히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왜 통화 중 상태.. 너, 이 번호는..!!”

 쾅!

 갑자기 들린 쾅 소리에 너무 놀라서 어깨를 들썩였다. 부서진 현관문을 내팽개치고 제복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헬멧을 쓴 그들은 경찰이었다.

 난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능력 오남용 신고센터 번호가 떠 있었다. 그래, 맞아. 들어오기 전 내가 이곳에 전화를 걸었다.

 “젠장, 이거 놔!!”

 비명을 지르는 사장님은 양팔을 경찰들이 붙잡았다.

 “당신을 어댑터 능력 남용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한다.”

 “24년 만의 현행범이로군.”

 경찰들의 목소리는 너무 차가웠고, 사장님의 작은 몸을 제압하는 손길이 무서웠다.

 사장님은 욕설을 내뱉으며 반항했다. 나는 그 모습을 벌벌 떨면서 보았다.

 누군가 내 어깨에 담요를 둘러주며 부축했다.

 “엔돌핀 이라 군 맞죠? 괜찮습니까?”

 “사장님을..”

 “예?”

 “사장님을 놔주세요. 제가 실수로 전화를 걸었어요. 아.. 어떡해. 나 때문에. 내가 왜 그랬지. 죄송해요. 아까는 신고하려고 했는데, 왜 그랬지 진짜. 다 내 탓인데.. 능력 남용 아니에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당신은 무엇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나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그리고 무전으로 ‘어댑터 긴급 대기 요망’이라고 말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사장님을 보았다. 꿇어앉혀진 사장님은 입이 구속구로 막힌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증오와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으.. 아아악!”

 순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와 몸부림쳤다.

 “이라 군?”

 뇌가 휘발되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이라 군, 왜 갑자기...!!”

 “저 어댑터다. 당장 기절시켜!”

 “쓰레기 새끼..!”

 “이라 군, 정신....!!!”

.

.

.

 눈앞이 까맣게 점멸하고 곧 생각이 끊겼다.

***

 소식을 들은 권수한은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사고가 날까봐 동료 의사가 차로 데려다주었다.

 이라는 응급 오러 치유실에서 A 어댑터의 치유를 받고 있었다. 권수한은 도우려 했지만, 돕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진정한 상태여야 했다.

 그러나 창백하게 질린 채 눈을 뜨지 않는 이라를 보면서 오히려 분노만 치솟아 나중에는 그 자신도 동료의 치유를 받아야 했다.

 살면서 이 정도로 이성을 잃은 건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응급 처치 후 이라의 뇌파가 최소한의 궤도를 찾고서야 권수한도 진정할 수 있었다.

 대피하고 있던 능력 오남용 관리부서의 요원들이 권수한의 이성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접근했다. 그들로부터 권수한은 이라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라는 신동우를 현행범으로 즉시체포시키기 위해 제 발로 미끼가 된 것이다.

 스스로 방어막을 해제하고 정신 붕괴를 각오하고서.

 그 얘기를 들은 권수한은 한참 동안 화를 억누르느라 입을 열지 못했다.

 이라를 13층 특실에 입원시키고 부모님에게 연락했다. 놀라지 않도록 상황을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했으나 의미가 없었다.

 저녁 8시가 넘어서면서 인터넷상에 속보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엔돌핀의 이라가 제보했다는 서두로 시작하는 기사는 이러했다.

 자신은 작년부터 어댑터 보호 프로그램 중인 식시티 신동우 사장에게 정신 조종을 당해왔으며, 그를 신고하려 하자 네가 한번 파양된 적 있는 입양아임을 밝히겠다고 협박받았다고. 밑에 어떤 이유로 파양되었는지도 밝혀놓았다.

 이라는 제보 메일이 저녁 8시에 일체 발송되도록 예약해두었다. 능력 오남용 부서 요원들은 이라의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그러했다.

 권수한은 녹음 파일을 듣고 메일 내용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강한 아이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이라는 나흘이 지나도록 눈을 뜨지 않았다.

 그동안 엔돌핀 멤버들, 권진호 등 수많은 사람들이 낮밤 없이 찾아왔으나 아이는 가혹했다.

 제이는 권수한처럼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두 사람은 마주쳐도 대화는 주고받지 않았다. 이라의 부모님은 특실 옆에서 숙식했다. 그들의 눈은 마를 날이 없었다.

 이라의 치유는 권수한이 담당했다.

 새액새액 미약한 숨을 들으며 그는 두려움에 젖었다.

 이라는 정신 지배를 당했다. 신동우는 이라의 정신을 망가뜨리겠다는 확실한 의도로 오러를 교란시켰다. 많은 의사들은 정신이 붕괴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눈을 뜬 이라가 과연 자신을 알아볼까.

 당장이라도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새까만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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