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매점가자"
음... 자야하는데...
"야, 언능 일어나! 매점 가자니까!"
.............우씨.............귀찮아...
끝까지 책상에 엎드려 있으려고 했지만 거칠게 흔드는 투박한 손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고 말았다.
"...나 잠 온단 말야...."
"성적표에 붙일 우표 사러 가야한다니까"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녀석을 그대로 두고 다시 책상에 엎드릴려는 순간...
투박한 손아귀에 붙잡혀 엉덩이가 의자에서 떼어졌다.
"윽"
거칠게 일으켜져 허리에 무리가 가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인상을 쓰며 몸을 웅크리는 나를 보며 녀석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야, 괜찮냐? 어디 다쳤냐?"
...이 괴물 같은 녀석~~~!
몸이 허약해서 어렸을 때는 학교도 많이 빠졌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 친구들은 약 냄새가 나고 학교에서 조용하기만 한 나와는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러려니 하고 지내와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까지도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1학년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나서 내 인생은 바뀌었다.
지금까지 동경해왔던 아버지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하게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
사랑을 확인하자마자 닥쳐온 겨울방학을 아버지와 함께 제주도의 별장에서 뜨겁게 보내고 난 뒤 2학년에 진급.
그리고 갑자기 닥쳐온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그럭저럭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녀석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에게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애들이 무서워서 처음엔 피하고 무시하는 척 했지만, 날이 갈수록 친구라는 것에 가까워지는 나와 애들을 보며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하게 되었다.
할 일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서 학교에 갔던 내게 아버지와의 사랑만큼 중요한 변화는 아니지만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금 내 옆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녀석은 그 중에서도 제일 편한 사이 이다.
2학년에 올라와서 역시나 혼자 앉아 아버지가 싸준 도시락을 펼치고 있을 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캄캄해 졌다.
깜짝 놀라 위를 바라보니 키도 크고 덩치도 커다란 녀석이 내 앞에 딱 버티고 서있는게 아닌가? 그 덩치에 놀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나... 왕따지만 폭력을 당한 적은 없는데...
이제 폭력까지... 당하는 걸까?....
아버지 덕택에 눈물이 많아진 나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믿어지지 않는 -왕따인 나에게는....-한 마디...
"야, 밥 같이 먹어도 되냐?"
정말 말주변이 없는 녀석이었다. 큰 소리로 소리치며 화내듯이 하는 말치고는 너무나 감동(?)- 그 당시 나는 왕따에다가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으므로...- 받아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그 녀석은 지금처럼 안절부절못하면서 아까의 목소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 그렇게 싫으면 그냥 갈게..."
처음으로 내게 밥을 같이 먹자며 말 걸어준 친구를 바보같이 놓쳐버린다는 생각에 앞 뒤 생각할 것도 없이 큰 소리로 엉엉 울어버려 그 녀석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 나는 겨우 그 녀석에게 달래져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곰처럼 산만한 등치를 가진 것치고는 의외로 착한 그 녀석과...
이 녀석의 이름은 강경훈라고 했다. 어쩐지 생김새와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이 들었다.
경훈이는 친구들도 많았고 선생님과도 부담 없이 어울리는 나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그날 이후 계속 점심시간이면 내 자리로 와서 밥을 같이 먹는 그 녀석에게 조심스레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보자 덩치는 커다란 녀석이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 거렸던 것이 생각난다.
"그냥 네가 쓸쓸해 보여서..."
정말 상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이 녀석의 입으로 들으니까 바보같이 진심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쉬는 시간은 잠자기 아니면 공부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와 가까워진 경훈이 때문에 매점에도 가고 교정을 돌아다니기도 하며 그 시간을 '즐기게'되었다. 때론 경훈이의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며 시간을 훌쩍 보내기도 해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온 적도 몇 번 있었다.
예전엔 그런 녀석들을 보면 칠칠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더 즐거울 정도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잠에든 친구를 무지막지하게 깨워서 매점에 가자고 조를 때는 가끔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어제 가계 일로 요즘 엄청나게 바빴던 아버지가 겨우 일을 마쳤다며 밤을 격렬하게 불태웠기 때문에 허리도 사용하기 힘든 상태...
새벽까지 섹스를 하다가 아침에 늘어지듯 일어나는 나를 쉬라고 붙잡는 아버지의 얼굴에 아직도 더 할 것 같은 결의가 보여서 허둥지둥 학교로 도망쳐 온 상태인 것이다.
허리가 삐걱 거리며 아픔을 호소했지만 왜 아픈지 이유를 말할 수는 없는 법.
겨우 고개를 들며 째려보는 내게 '기운이 남아 있구먼'이라는 말을 던지며 자기 나름대로 내가 엎드려서 잠을 잤기 때문에 허리가 아픈 것이라고 우기고는 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나를 질질 끌었다.
"지훈아, 오늘 당구장 안갈래?"
이상하게도 경훈이는 피씨방, 노래방, 오락실등은 절대 안가는 주제에 당구장에 미쳐있다.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듯...
나도 가끔은 따라가 주면서 경훈이의 단골 당구장 아저씨가 끓여주는 라면을 얻어먹기도 했지만, 오늘은 안된다.
싫네 어쩌네 하면서도 사실은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은 나도 너무나 바라는 일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일찍 돌아오는 날이나 쉬는 날엔 총알보다 빠르게 집으로 달려가곤 한다.
"미안, 오늘은 안되겠다. 다음에 같이 가줄게... 안녕~!"
빠르게 말을 해버리고는 집을 향해 전력질주를 한다. 집에 도착하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눈물이 핑 돌지만 아버지를 빨리 만나기 위해서라는 생각에 어쩔 수 없게 된다.
....4,5,6,7 땡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동시에 구르듯 뛰어나와 709호의 문을 연다.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는 문이 열려있다.
거침없이 열리는 문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집으로 풀쩍 뛰어들어가면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지가 현관에서 나를 맞아준다.
몇 번인가 학교로 데리러 오기도 했지만 창피해서 오지 말라고 했더니 이렇게 문 앞에서 서서 기다려 준다.
처음엔 굉장히 기뻤지만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을 알곤 어이가 없어져버렸다.
물론 그 다른 속셈도 기쁘게 받아들일 만 한 것이지만...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면 아버지를 밀어내야 하는데 방법은 한가지뿐이다.
정말로 유치하게도 키스를 해주는 것.
하지만 기쁜듯이 뛰어가 아버지의 목에 팔을 감싸안고 키스를 한다.
언제나 따뜻한 입술을 느끼면서 서로의 혀를 옭아매고 한참이나 격렬한 시간을 보낸 후에 숨이 가빠져 헉헉댈 무렵에야 집에 들어갈 수가 있다.
처음엔 싫다고 투정부렸지만 아버지가 없는 집에 올때는 이 절차가 그리워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빨리 씻고 나와,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꽃게탕 끓였으니까"
아버지는 레스토랑사장답게 요리를 굉장히 잘한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아버지의 눈에 그늘이 진 이유를 이젠 알게되었다. 하지만 지금 행복하니까 그런 것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만을 믿기로 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니까.. 아버지도 지금 행복한 거야...라고...
아버지가 있으니까 유난히 깨끗이 씻는다. 어차피 밥먹고 나면 하게 될 테니까...
지금 씻어둬야 한다...
....아..... 빨리 하고 싶어....
스스로의 음란한 생각에 놀라있을 때 빨리 나오라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렸다.
몇 개월 동안 계속 아버지를 받아들이며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혼자 편할 대로 생각해버리고선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탁엔 꽃게탕을 비롯하여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줄지어서 늘어져 있었다.
방금 까지 머리 속을 어지럽게 했던 음란한 생각은 날아가 버리고 재빨리 의자에 앉아 큰 소리로 '잘먹겠습니다'를 외치고 숟가락을 들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기다리느라고 배고파 쓰러지는 줄 알았다."
살짝 웃음지으며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는 아버지에게 혀를 내밀며 그대로 꽃게탕에 돌진했다.
~음... 맛있어...
"맛있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만 끄덕끄덕.
"차라리 꽃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훈이가 기뻐하며 나를 만져줄텐데..."
갑자기 내뱉는 그 한마디에 놀라 꽃게껍질이 목에 걸리고 말았다.
"켁켁"
꼭 밥먹을 때 이런말 해야겠는지...
정말 얄미울 뿐이다...
그렇지만...
놀란 듯 내게 다가와 등을 쓸어주는 아버지의 손에... 걸린 조각이 나오기는 커녕...
반응해버렸다.
나도 아버지랑 마찬가지 일 뿐이잖아..... 하지만 나도 이런 내가 너무나 미워...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인 나를 보고 상황을 알았는지 아버지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헉!"
갑자기 페니스에 느껴지는 아버지의 손에 놀라 켁켁 거리다가 조각이 튀어나왔다.
입술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낮게 속삭인다.
"빨리 시작해줘서 고맙지?"
정말 싫어... 나를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아버지 맞아?
뭐...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어른이잖아... 성격이 비뚤어졌어...
속으로는 투덜대면서 손을 아버지의 목에 두르고, 입술로는 먹는 것 말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커다란 손으로 가뿐하게 나를 안아들고 침대에 눕히고 부드럽게 옷을 벗겨낸다.
그 손길마저 나를 안달하게한다...
뜨거운 애무가 계속되고 얼마 후엔 다른 것을 원하게 된다.
"아응.... 그거....해줘..."
아버지의 얼굴에 떠오르는 능글맞은 웃음.
이런... 이런 웃음까지 내게는 흥분제 역할을 할 뿐이라니...
일부러 애널 근처에 뜨거운 그것을 붙이고는 들어와주지 않는다. 애널은 움찔거리면서 페니스를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안타까움에 허리를 내리지만 페니스는 쑤욱 뒤로 빼져버린다.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자, 말해봐..."
뜨거운 입김이 귓가에 불어넣어지고 더 이상은 자존심도 뭣도 없다.
"아앙... 페니스 넣어줘....읏...."
겨우 내 말을 알아들은 듯 '아하'하는 표정을 지으며 페니스를 찌르기 시작한다.
그런 얼굴을 보면 화가 나겠지만 지금은 뜨거운 페니스에 정신이 나가 신음소리만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 싫다....
들어오기만 하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 자기도 괴로울 텐데....
"자, 이제 또 말해야지... 어떻게 해줄까?"
하지만 이쯤되면 나도 정신이 없다.
쾌락만을 쫓아 허리를 흔들며 시키는 대로 다 하게된다.
"영민씨것... 움직여줘....아앙"
순간 거칠게 나를 찔러 올리는 페니스를 온몸에 희열을 느끼며 애널로 잡아당긴다.
"아앙...앗....응"
아.... 너무 좋아.....
"오늘 좋았지?"
오늘은 의외로 빨리 끝내주고 안달 나게 하지도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영민씨 오늘 너무 쉽게 해줬어. 왜 그런 거야?"
"그냥, 오늘 아침에 너무 무리했잖아. 나 그런 것쯤은 신경 쓰는 연인이라고..."
섹스도중에... 그리고 끝난 뒤에 침대에 서로 끌어안고 누워있을 땐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아양을 떨며 반말을 한다.
항상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안 된다. 밤까지 서로 이름을 부르며 껴안다가도 아침이 되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뭐... 언젠가는 나도 이름만을 부르게 되길 바란다. 그게 내가 더 원하는 관계이니까...
섹스후의 수마에 못견뎌 눈을 감는 내게 영민씨가 속삭였다.
"이번주 토요일에 여행가자.... 좋은데 알아냈어"
토요일....? 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지훈아, 여행 가는 거다... 알았지?"
아... 생각하기 귀찮아...
"지훈아, 대답해봐~"
"..........응, 알았.......어....."
"오늘은 안자네~"
실실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 경훈이를 세게-녀석이 느끼기엔 간지럽게-한 대 때려주곤
올려다 보았다.
으... 목아퍼....
이래서 키큰 애들은 싫다니까...
"내가 맨날 잠만자는 줄 아냐?"
사실 어제 밤엔 아버지가 깔끔하게 단 한번만 관계를 가지고는 나를 자게 내버려
두었고 아침에 늦잠까지 자서 기운이 펄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눈을 뜨고
앉아있는 것이다.
"내일 우리집에 오는 것 맞지?"
......?
"뭐? 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경훈이의 표정은 나보다 더 일그러진 듯 나름대로 반듯한
얼굴이 험악해 보였다.
"그때 말했잖아, 우리 부모님 주말여행 가셔서 민석이랑 호진이랑 너랑 우리 집에
오기로 한 거 기억 안나?"
아... 기억난다....
"미안... 깜박하고 있었나봐..."
미안한 듯 얼굴을 붉히며 바보처럼 웃어주었다.
순간 경훈이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까닭없이 기침을 해댄다.
"?"
"어쨋든 내일 학교 끝나고 바로 우리집 갈거니까 알고 있어라."
괜히 화를 내면서 쿵쿵거리며 교실을 나가버린다.
이상한 녀석이잖아...
오늘은 경훈이도 그냥 가버리고 혼자 터덜터덜 걸어 집에 왔다.
아버지가 없는 집은 너무나 조용해서 싫다. 혼자 밥을 먹고 테레비를 보다가
지루해져서 침대로 들어갔다.
잠깐만 자고 일어나서 내일 경훈이네 집에 간다고 아버지에게 말해야겠다...
"으악~!"
상쾌한 아침공기에 눈을 떠서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세상에 7시 45분....
학교까지 걸어서 10분. 8시등교인 내게는 너무나도 촉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왜 안깨워 준거야!!!"
옆에서 곤히 자고있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교복입고 눈에 눈꼽만 떼고
바로 뛰어나와버렸다.
뒤에서 아버지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무시하고 그냥 내달렸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학교에서 이상하게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세수하고 교실에 앉아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자 경훈이에게 쪽지가 왔다.
「우리집에 오는 것 때문에 두근거려서 늦잠잔거야~ 아잉~」
어이도 없고 뒤의 아잉~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서 한번 째려보아 주었다.
그래도 뭐가 좋은 듯 싱글벙글인 녀석에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주고 말았다.
앗! 아버지한테 말안했다...
이런...
토요일엔 아버지가 조금 바쁘다. 그래서 항상 늦게 오는데...
뭐... 괜찮겠지...하루쯤은...
그리고 토요일엔 늦게 오잖아...
혼자 마음속으로 변명을 하면서 전화해서 뭐라고 말할까 고민 고민했다...
『.................뭐라고?』
『친구집에서 자고 간다고... 안돼?』
『.....................』
전화를 걸었을 때 아버지는 유난히도 들뜬 목소리로 받았다. 하지만 내가 친구집에
간다고 말을 하자...
이렇게 알 수 없는 침묵으로 숨이 막히게 했다.
『안된다면 그냥 집에 갈게...』
사실은 처음 가는 친구집이라 설레이는 마음도 적잖게 있었는데...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움이 남았다.
『...아냐, 친구랑 놀다가 와, 그리고 친구 집 주소랑 전화번호 알아서 연락해 줘.』
『응! 고마워~ 영민씨』
기뻐서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깨닫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라서
전화기가 녹아 버릴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마지막에 잘 놀다 오라던 영민씨의 목소리에 한숨이 섞여있는 듯 했지만
친구들과의 하룻밤(?)이 기대되어 그냥 넘어가 버렸다.
"아버지가 허락하신거냐?"
기쁘게 뛰어가는 나를 보며 경훈이의 싱글벙글한 얼굴이 묻는다.
"응! 재밌게 놀다오래"
휴~
이 녀석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그저께 침대에서 여행 가자고 말했을 때는 알았다고 했으면서....
결국 어렵게 기회를 만들어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고 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거울 속에 비치는 스포티한 차림에 잔뜩 찌뿌린 얼굴에 화가 치밀어 올라 거칠게 옷을 벗어버렸다.
-어쩔 수 없군... 아직 어리니까...
혼자 머리 속으로 괜찮다고 되내이면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이번 휴일도 레스토랑과 함께구나...
땅이 꺼지듯 한 숨을 쉬면서 머리에 걸친 썬글라스를 벗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