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 [프롤로그] 아가, 안녕? (1/23)

01. [프롤로그] 아가, 안녕?

빵.

길을 걷고 있는데 커다란 트럭이 나의 몸을 통과해 달렸다.

작은 빵집의 벽을 뚫고 지나가자 화려한 건물들이 높게 자리해 있다.

이른 아침 높은 건물의 정문을 통해 정장을 입은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왔다. 여기저기 사람들을 힐끔거리고 사이사이를 지나다녀도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정 자세를 취하고 인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가가 도착하나 보다.

먼지 하나 묻어 있지 않아 거울같이 번쩍거리는 검정 차량이 문 앞에 도착했다. 운전석을 열고 나온 남자가 순식간에 뛰어가 뒷문을 열자 아가가 내렸다.

깔끔하게 정리해 뒤로 넘긴 머리카락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진회색 맞춤 정장에 푸른빛 타이를 맨 아가가 오늘도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날아가 오늘도 나는 아가에게 인사를 던진다.

[아가, 안녕?]

“…….”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아가는 대답이 없다.

땡.

아가를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가 시간 맞춰 도착했다.

제복을 입은 아저씨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아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아가도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숙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아가의 뒤에 서류를 든 젊은 남자가 서둘러 따라왔다. 아가의 옆에서 중얼중얼 끊임없이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보니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역시 오늘도 아가는 참 바쁘다.

바쁘지 않아도 나를 쳐다보지 않지만, 아가는 매일 쉬지 않고 일만 한다.

멍하니 딴생각을 하다가 보니 엘리베이터가 출발하려 했다. 서둘러 닫힌 문을 뚫고 들어가 아가의 옆에 섰다.

아가는 키가 참 크다. 내 키가 얼마인지 모르지만, 늘 공중에 떠 있던 몸을 내려 바닥에 서서 봐도 한참을 올려다볼 만큼 컸다.

아가 전용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서지 않고 한 번에 꼭대기 층으로 날듯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일직선으로 쭉 걸어가면 큰 문이 보였다. 이곳이 아가가 매일 일하는 곳이었다. 아가를 닮은 회장실 내부는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중간에 젊은 남자가 있는 비서실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고, 내부에는 커다란 책상과 검정 가죽 소파 세트가 놓여 있다.

회장실 정면의 통유리를 통해 한강과 많은 건물들이 보였다. 흔한 그림이나 사진 하나 장식되어 있지 않은 건조한 사무실 내부에 유일한 장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가가 일하는 동안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커다란 가죽 소파에 몸을 누이고 여기저기 구르며 장난을 치는 것과 책상 위에 누워 서류를 보는 아가 얼굴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 시간 외에 대부분을 창밖을 구경하며 보냈다.

오늘은 종일 회장실 옆에 붙어 있는 커다란 중역 회의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다들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운 그룹과 관련된 디자인 유출 사건에 대한 말이 들리는데 상관없는 나는 회의실을 나와 창밖을 내려다보고 혼자 놀았다.

달칵. 문이 열리고 아가가 들어왔다. 회의가 끝났나 보다. 피곤해 보이는 아가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 피곤해?]

“…….”

역시 대답이 없다.

달빛이 비치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방 안에 작은 침대가 놓여 있다. 그 속에 까만 머리카락이 삐죽이 이불 바깥으로 나와 있는 아가가 보였다.

작은 아가는 붉은 입술로 옹알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가 나를 정면으로 또렷이 응시하다가 나에게 손을 뻗으며 웃었다.

내가 아가를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아가는 무럭무럭 자랐다. 아가가 자랄수록 그는 날 차츰 끌어당겼다.

나는 떠돌아다니다가도 가끔 들러 아가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만날 때마다 아가는 점점 더 큰 아가가 되어 있었다.

볼수록 떨어지기 싫은 미묘한 영혼의 파장이 나를 묶어놓는 기분이었다. 그럴수록 아가의 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갔다.

그날도 나는 큰 대문이 달린 집 앞에 작은 몸을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가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미동 없이 수그린 몸 사이로 익숙한 까만 머리통이 언뜻 보였다.

그때였다.

집 안에서는 높고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와 낮은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짝 들어가 보자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아가를 닮은 남자가 서로 소리치고 있었다. 사방에 던져진 물건들은 깨지고 망가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형욱이는 내가 데려가겠어요. 독하고 차가운 차 씨 가문에 뒀다가 당신 같은 괴물이 되면 어떡해요?”

“무슨 소리야? 나가려면 당신이나 나가! 위자료가 모자라서 그러나? 아니면 당신의 욕심을 내가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건가?”

“내가 엄마예요. 아직 어린아이니 당연히 엄마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엄마? 당신이 언제부터 아이를 그렇게 신경 쓰고 살았나?”

“당신 지금 비꼬는 거예요?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위험한 깡패 짓거리나 하는 건 당신 집안이라고요! 매일 싸움질하느라고 나한테 무관심한 것도 당신이었고요! 그런 주제에 내가 잠시 실수로 바람피웠다고 뭐라고 할 자격이 있어요? 그게 다 당신 탓이라고요! 당신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내가 납치당할 뻔한 것은 잊었나요? 형욱이 이제 6살이에요. 그 어린 것을 데리고 가서 다치거나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끼익, 꽝!

급작스럽게 열리는 대문에 화들짝 놀란 아가가 작은 얼굴을 들었다. 큰 키의 중년 남자가 거친 숨을 토해내다 멈추고 아가를 내려다봤다.

“…….”

중년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한참 아가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머리에 큰 손을 뻗다 말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잠시 후에 차 시동 걸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떠났다.

집안에는 우당탕 뭔가 부서지는 소음만 한참 들려왔다. 아가는 한동안 작은 머리를 수그리고 층계에 앉아 있었다. 나는 아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화려한 붉은 드레스의 여자는 어두워진 후에야 집안으로 들어온 아가를 끌어안고 크게 울부짖었다.

“형욱이 너는 절대로 이 엄마를 버리면 안 된다! 절대로!”

뾰족한 손톱이 파고들도록 아가의 여린 팔뚝을 쥐고 흔들었다. 집착마저 느껴지는 높은 소프라노의 외침이 계속 반복되어 들려왔다.

조그만 아가는 여자의 앞에서 입을 꼭 다물고 울음을 삼켰다. 잔뜩 젖은 눈동자에도 눈물방울은 끝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아가가 울고 있다고 느껴졌다.

[나 옆에 있어. 아가, 울지 마.]

그때부터였던가?

나는 나를 강하게 당기는 영혼을 가진 아가의 옆에 머물기로 했다. 아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그의 곁을 맴돌았다.

몇 달 후, 집안은 원래 일상으로 돌아왔다. 매일 밤 요란한 파티가 벌어졌고, 여자는 갖가지 보석으로 몸을 감싸고, 사람들 속에 공허한 웃음을 터트렸다.

많은 여자의 애인들이 집 안을 스쳐 지나갔다. 계속되는 사치 속에서도 여자는 힘겨워 보였다.

조금 더 자란 아가가 생활하는 집에는 반짝이는 물건들은 점점 사라지고 빛바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고상한 드레스나 정장을 입은 손님들로 가득한 파티는 어느덧 꿀을 입에 머금은 싸구려 사기꾼들만 넘치는 술과 도박 자리로 바뀌어갔다.

6살 젖은 눈으로 울음을 참던 작은 아가는 말 없고 절대 울지 않는 아가가 되었다.

여자는 매일 술과 약에 취해 아가를 붙잡고 눈물을 토하며 소리쳤다. 어느 순간부터 폭력이 오가고 아가를 학대하기도, 울며 용서를 빌기도 했다.

아가는 점차 작은 표정조차 사라진 감정 없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아가는 슬퍼도 눈으로 절대 울지 않았다. 또, 나를 향해 더 웃어주지도 않았다.

아가가 커서 어느덧 교복을 입을 나이가 되었다. 나보다 키가 커졌고, 몸 전체가 단단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아가는 싸움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몸에 작은 상처를 달고 있고, 며칠씩 집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가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무관심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가의 영혼은 여전히 뜨겁고 강하게 날 붙들고 있었다.

이 감정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수십 년? 아니, 수백 수천 년일지 모르는 긴 시간을 떠돌던 나의 감정의 문도 닫혀 있었다. 아가를 보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슬픔이나 기쁨이 나에게 찾아오는 유일한 감정이었다.

아가의 집에 더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떠들썩한 파티도, 남자도, 고용인도 없는 고요한 공간이었다.

흐느끼는 여인의 울음과 술에 취해 허공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목소리만이 적막함을 깼다.

아가를 쫓아 학교에 갔다 돌아온 나는 유난히 조용한 집 안을 둘러보았다.

저택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2층의 방으로 가는 복도에는 오직 아가의 발소리만 울렸다.

활짝 열린 방의 침대에 여자가 조용히 누워 있었다.

반대 방향으로 꺾인 가늘고 마른 팔다리, 찢어진 얇은 잠옷과 침대를 적신 피 냄새가 방 안을 진동했다. 감기지 않은 여자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문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경찰이 오고 가고 얼마 안 돼 범인들은 잡혔다.

가끔 여자의 집으로 술과 도박을 하며 난잡한 파티를 즐기던 남자 중의 몇 명이 돈을 얻기 위해 여자의 집에 왔다가 반항하는 여자를 우발적 살해한 거로 밝혀졌다.

그 모든 걸 설명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경찰의 말에도 아가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건조하게 모든 장례절차를 준비할 뿐이었다. 여자의 장례는 조용했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장례 마지막 날 찾아온 중년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아가를 보았다. 그날 아가를 닮은 그 남자가 아가를 데리고 갔다. 아가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가 옆에서 오늘도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아가의 눈이 감겼다.

똑똑똑.

짧고 규칙적으로 울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진한 커피를 마시며 아가는 하루를 시작했다. 이미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가지만, 여전히 나의 아가였다.

작게 들리는 소음에 회장실 밖으로 고개를 쭉 빼보니, 마르고 예쁘장한 남자가 다른 남자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회장님, 지금 있죠?”

“약속하셨습니까?”

“아니요. 하지만 난 괜찮아요.”

“약속을 안 하셨으면 곤란합니다. 제가 회장실에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아씨! 괜찮다고요.”

막아서는 남자가 전화기를 손에 잡는 순간, 기다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예쁘장한 남자였다.

“앗! 안 됩니다.”

“형욱 씨! 나 진영이에요.”

회장실에 몸을 밀고 억지로 들어온 남자와 막아서는 자신의 비서를 흘끔 쳐다본 아가가 한숨을 쉬며 손짓으로 비서를 내보냈다.

“형욱 씨! 당신 비서 기분 나빠요. 내가 분명히 괜찮다고 했는데, 괜히 못 들어오게 막더라고요.”

기분 나쁘다고 계속 툴툴거리며 애교 있게 눈을 흘기는 남자였다.

길고 날씬한 다리를 잘 감싸주는 하얀 스키니 진과 하얀 바탕 위에 분홍색부터 붉은색으로 그러데이션 되어 내려오는 티셔츠를 걸치고 자신 있게 걸어왔다.

“김진영, 무슨 일이지?”

“에이, 형욱 씨. 우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만나는 건 아니잖아요. 자꾸 그러면 나 섭섭한데…….”

김진영이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간 눈으로 아가를 흘겨봤다. 서클렌즈를 껴 강조한 눈을 가늘게 휘며 아가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네가 내 회사에 올 일이 뭐가 있지?”

계속 의자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오는 아가에 김진영의 웃음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지만 금방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입술을 쭉 내밀고 투덜거렸다.

“치! 진짜 너무해요, 형욱 씨. 우리 사이에 꼭 그렇게 선을 그어야겠어요?”

“…….”

“알았어요. 오랜만에 나와서 점심이라도 같이 하려고 회사에 들렸죠.”

“김진영. 내가 네 애인 중 하나라도 되나? 내가 왜 너랑 밥을 먹지? 이제 지겹군. 분명 너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에 동의한 걸로 아는데?”

냉정한 목소리에 김진영은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밝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형욱 씨! 애인들이라니요. 설마 질투해요? 지금은 절대 아니에요. 이제 형욱 씨밖에 없어요. 형욱 씨 회사도 나날이 커지는데, 우리 아버지가 운영하는 세운 그룹과 가까워지면 형욱 씨한테도 좋지 않겠어요? 난 도와주고 싶어서…….”

하! 기막힌 듯한 짧은소리를 내며 아가가 차갑게 대꾸했다.

“그게 너랑 내가 더 가까워지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차가운 대답이 들리자, 김진영은 본인의 하얀 스키니 진에 신경 써서 늘어놓은 은색 체인 장신구를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상처받은 듯 숙인 얼굴 아래 숨겨진 눈동자에 탐욕이 스쳤다. 다시 고개를 든 그가 울먹이는 눈으로 아가를 응시했다.

“형욱 씨, 저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요. 나 힘들어요. 조금만 위로해주세요. 그럼 갈게요.”

김진영은 자신의 얇은 손목을 감싼 명품 마크가 큼직하게 그려진 하얀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시계를 풀어 아가가 보이게 살짝 비틀었다. 미세하게 일그러진 아가의 얼굴이 김진영의 손목에 고정되었다.

짧게 한숨을 쉰 아가가 김진영을 다시 쳐다보고 있자, 그가 살짝 다리를 요염하게 꼬며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손목 위 상처를 드러내고 승리의 미소를 지은 김진영이었다.

뾰족한 혀를 내밀어 얇은 입술을 적셨다. 아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올렸다. 질척한 소리가 사무실을 매웠다.

그 속에 야릇한 콧소리를 뱉는 김진영과 기계 같은 감정 없는 표정의 아가 모습이 보였다.

잠깐이지만 끈적이게 입술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무심한 눈빛의 아가였다.

더욱 감정이 사라진 차가운 눈빛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두근. 두근.

아가의 느린 심장 박동이 내 뛰지 않는 심장을 두들겼다.

두근. 두근.

이상했다.

얼마나 되는 긴 세월일지도 모르는 시간의 흐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의문이 들었다.

무언가에 찔린 듯 아릿한 이 느낌이 이상했다. 내가 어떤 존재인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순식간에 아가에게 밀쳐진 김진영은 그래도 만족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회장실 밖으로 나갔다. 날카롭게 째려보는 젊은 비서를 비웃듯 한쪽 입가만 비틀었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비서실을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타는 김진영이었다.

커다란 책상 앞 푹신한 가죽 의자에 깊이 몸을 기대고 피곤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꾹 누르는 아가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또 이상했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서류를 읽는 아가였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걸쳐 두었던 진회색 정장 재킷을 어깨에 걸치고 일어났다.

회사 경비원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운전기사가 열어주는 검정 차에 탑승해 회사를 떠났다.

잠시 후 도착한 커다란 저택은 조용했다. 차 문이 열리고 나온 아가가 대문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 나는 이쪽저쪽 날아다니며 놀다가 여전히 서재 책상에 앉아 일하는 아가를 구경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커다란 침대 위에 몸을 누인 아가의 옆에 같이 누웠다.

오늘도 만져지지 않는 아가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 나도 눈을 감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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