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 없던 케이든은 그의 손에도 빠듯하게 쥐어지는 성기를 조심히 쓸었다. 투명한 프리컴을 흘리는 요도구를 손끝으로 간질였다.
“이런, 미친…….”
이번에야말로 아사드는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전과 다를 바 없는 급박한 입맞춤이 함께였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케이든은 이제 반쯤은 아사드의 품에 안기게 됐다. 그는 순순히 아사드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다급하고 어설프지만, 한결 다정해진 입맞춤이었다. 차마 케이든의 어깨를 붙잡지 못하고 허공을 배회하는 손에서 제 신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느껴졌다.
케이든은 조심히 몸을 움직였다. 그는 아사드의 위에 앉는 것을 택했다. 달을 완전히 등지면 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였다.
자신의 뒤로 손을 옮긴 케이든이 얇은 가운을 조심히 걷었다. 그는 아사드를 제 안에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정신없는 알파를 대신해 젖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쑤셨다.
케이든에게 입을 맞추던 아사드의 혼탁한 눈에 빛이 들어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열이 오른 성기의 선단이 어느새 제 위에 올라탄 남자의 아래에 문질러지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외설적인 감각이 온몸으로 퍼졌다.
아사드는 케이든의 몸을 가리는 긴 가운을 치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가운 앞섶에 손을 대는 순간, 케이든에게 저지됐다.
“조, 조금 더 나중에…….”
놀란 케이든은 제게 닿아 온 아사드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밀어냈다. 온순한 남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다. 아사드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옷을 찢어발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속이 탔다.
대신, 케이든은 그의 가운을 풀어 헤치려던 아사드의 두 손을 더 아래로 이끌었다. 그 친절한 안내에 따라 아사드의 손이 가운 안으로 들어섰다. 케이든의 허벅지와 골반을 지나 둔부에 그 손이 닿았다.
아사드는 제 손에 들어찬 단단한 살을 무심코 쥐어 봤다. 손에 힘을 주고 풀며 만지작댈 때마다, 귀두 끝과 맞닿아 있는 구멍이 달싹거렸다.
“그렇게 붙잡고…… 안으로, 성기를 밀어 넣으시면 됩니다.”
차마 똑바로 시선을 맞대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케이든이 말했다.
내내 침묵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어 선생님인 척을 한다. 연습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비꼰 건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진짜 선생 역할을 하려 하고 있었다.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사람이었다. 저는 그런 순진한 인간에게 흥분해 곧 터질 것처럼 성기가 시뻘게진 사기꾼이었고.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입을 맞추자마자 결합이라니. 속옷을 입고 오지 않은 것도 그렇고, 저와 입을 맞출 땐 자그마한 소리 한 번 내질 않아 놓고 아래로는 물을 줄줄 흘리고 있던 것도 그렇고……. 음흉한 생각을 이어 가던 아사드의 뺨이 붉어졌다.
제 신부는 잠자리에서마저 어려운 사람이었다. 케이든에 대한 오해와 추측이 아사드의 안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 갔다.
아사드의 속을 모르는 케이든의 손이, 핏대가 선 성기를 쥐었다. 망설이는 듯한 아사드를 대신해 나서려는 거였다.
케이든은 자신의 구멍에 번들거리는 귀두 끝을 완전히 맞췄다. 무언가에 안달이 난 사람처럼 급하게 성기를 받아 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사드의 것이 너무 큰 탓이었다.
아사드는 미칠 지경이었다. 축축하고 쫀득한 살이 제 성기 끝을 물었다. 느리게 오물대며 더 깊은 곳으로 인도하려 들었다. 몸이 떨릴 정도의 쾌감이 머리를 쿵쿵 쳤다. 저를 태우고 있는 열기를 케이든의 안에 모조리 쏟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사드는 제 위에 올라탄 케이든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어둠 속에서도 들여다보일 정도로 붉어진 얼굴에, 곤혹스러움과 당혹감이 묻어나 있었다. 식은땀이 맺힌 이마 위로 새까만 머리카락이 어지러이 붙어 있는 게 어딘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분, 분명 잘 풀고 왔는데…….”
빤한 아사드의 시선을 눈치챈 케이든이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제 신부는 겁을 먹은 상태였다. 저와 입을 맞추고 몸을 섞는 행위가 아니라, 제 성기를 빨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겁내고 있었다.
“…….”
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신부를 보며, 아사드는 자신이 천하의 파렴치한이 된 듯한 기분을 맛봤다.
이건 아니다 생각한 아사드는 곧장 제 신부의 몸을 받치고 침대에 뉘었다.
“아…….”
케이든의 입술 사이로 당혹감을 담은 숨이 흘러나왔다. 엉겁결에 푹신한 침대 위에 눕게 된 케이든은 눈을 깜빡이며 잠시 상황을 파악했다. 어둠도 가리지 못할 아름다움을 지닌 남자가 그의 아래에 깔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케이든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죄송합니다.”
케이든은 중얼거렸다. 아사드에게서 옮겨붙었던 열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따윈 상관없었다. 안이 메마르면 넣기 더 힘들어질 텐데, 그게 큰일이었다.
“뭐가 죄송하다는 건데.”
“황태자님의, 전하의…… 성기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 제가 부족해서 이런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생께선, 나도 아는 걸 모르십니다.”
케이든의 말을 가로막으며 아사드는 혀를 찼다. 그의 손이 케이든의 흐트러진 가운 위를 더듬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아사드는 케이든의 다리를 벌렸다. 케이든은 아사드의 손이 제 다리를 감고 있던 가운 자락을 젖히는 걸, 도련님이 싫어하던 성기를 건들고 회음부를 훑다가 구멍 위를 맴도는 것을, 그 감각을 멍하니 느껴야 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사드의 시선을 차마 피하지 못한 채였다.
첫 희락기의 열이 오른 알파의 눈이 사나웠다.
그래도, 케이든은 아사드가 그를 때리지 않을 거란 이상한 믿음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언제 두들겨 맞을지 모른다는, 기억에 남아 있는 공포 때문에 몸을 움츠렸다. 아사드의 페로몬이 너무나 달고 다정하게 느껴져 정신이 흐릿해질 정도인데도 그랬다.
“나는, 내 반려자의 아래가 나를 무리 없이 받아들일 때까지 잘 풀어 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
“안 그래?”
자신의 성기를 조이던 구멍 안으로 아사드는 중지를 밀어 넣었다. 입을 꾹 다문 케이든은 손을 들어 황급히 입 사이로 흘러나오려는 소리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준비를 마치고 왔다는 케이든의 말을 증명하듯, 안쪽은 이미 어느 정도 풀어져 있었다.
아사드는 출납하는 손가락을 게걸스레 먹어 치우는 안쪽에 감탄했다. 순식간에 손가락이 두 개로, 세 개로 늘어났다. 그는 손끝으로 안쪽의 연약한 살을 찍어 누르고 살살 긁으며 멋대로 휘저었다. 움직임이 거칠어질수록 물이 튀는 소리가 요란스러워졌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내 신부의 몸이 민감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사드는 웃음이 났다. 얼굴이 빨개져선 입을 막고 있는 제 신부를 눈으로 핥으며 계속해 손을 움직였다.
케이든은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숨기려 했다. 하지만 숨겨지는 건, 고작 신음뿐이었다. 좁은 구멍 안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아사드의 손을 흠뻑 적셨다. 주인을 닮아 잘생긴 성기 역시 겁을 먹어 쪼그라들었을 땐 언제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투명한 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케이든은 능숙했다. 하지만 너무나 미숙했다. 그저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것밖엔 모르는 사람 같았다.
제 신부는…… 열흘 굶은 사막의 마물들도 먹지 않을 버러지 새끼한테 색사를 배운 모양이었다. 아사드는 그 사실이 거슬렸다.
‘찾아내서, 죽일까?’
희락기의 열로 흐려져 괜한 소리를 내뱉는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아사드는 제 신부에게 색사를 가르친 인간을 죽이고 싶어졌다.
구멍 안을 휘젓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케이든은 입 안을 짓씹어 신음을 참았다. 그리고 아사드의 손이 축축이 젖어 있는 걸 멍청하게 바라봤다.
아사드는 케이든의 순순한 시선을 마주했다. 손으로 반쯤 얼굴을 가린 탓에 더 눈길이 가게 되는 자색 눈동자 속에 이전엔 볼 수 없던 정염이 서려 있었다.
아사드는 자신의 페로몬이 날뛰는 걸 느꼈다. 저 남자는, 저와의 잠자리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케이든 역시 저를 원하는 게 분명했다. 그런 확신이 들자 몸이 끓기 시작했다.
“넣을 거야. 당신한테.”
오므라들었던 케이든의 다리를 벌리며 아사드는 말했다. 몸을 숙이고, 케이든의 입을 가리고 있는 손등 위에 짧게 입 맞췄다.
아사드는 젖은 구멍에 자신의 성기를 맞춰 봤다. 이 안에 제 것이 다 들어갈 수 있을까. 묘한 의문을 떠올리며, 케이든의 안에 제 것을 한 번에 처박고 싶다는 욕구를 간신히 견뎌 냈다.
“후…….”
숨이 새어 나왔다.
성기를 쥐어뜯는다는 말이 어울릴 탐욕스러운 안쪽으로, 아사드는 천천히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여전히 비좁은 길을 따라, 가장 깊숙한 곳에 닿을 때까지 느릿하게 밀고 들어갔다.
“흐읏…… 흡.”
아사드의 성기를 안에 품은 채로 케이든은 몸을 떨었다. 아사드의 것이 너무 크고, 뜨거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사드가 고작 숨을 내뱉을 때마다 눈앞이 검어졌다 하얘지길 반복했다.
단단한 살덩이가 볼록 튀어나온 다른 살을 지그시 누르며 꾸역꾸역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허리가 들렸다. 기분 좋으면서도 무서운 쾌감에 발이 곱아들었다.
창피했다. 케이든은 고작 아래로 성기를 받는 것만으로 사정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밑으로 가운을 잡아끌었다. 도련님처럼, 아사드 역시 제 성기를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뭐가 됐건 빨리 가리는 편이 좋았다.
“벌써, 뭘 쌌네.”
하지만 너무 늦은 모양이었다.
눈을 가늘게 뜬 케이든이 아사드를 올려다봤다. 아사드는 웃고 있었다. 희락기의 열로 절절 끓고 있는 그는 평소처럼 아름다웠다. 하나 그 무엇보다 위험해 보였다.
“그…… 그게.”
케이든이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말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아사드의 손이 백탁액으로 흥건해져 있는 케이든의 배 위를 더듬었다. 그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보였다. 케이든은 아사드의 입가에 한 번 더 웃음이 걸린 뒤에야, 그가 조금 튀어나온 뱃가죽을 보고 성기가 박힌 위치를 알아낸 것임을 알게 됐다.
“거의 다 들어갔어.”
그게 웃음까지 나올 일인가? 하지만 아사드가 좋다면 저도 좋았다. 케이든은 어색하게나마 아사드를 따라 웃었다. 손이 입을 가리고 있는 탓에 아사드는 그 웃음을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