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엑스트라 파업 선언-49화 (49/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49.

어두운 팀원들의 표정에 한서진은 의아한 낯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형은?”

“……서진아.”

혼란스러운 표정의 가이드들 대신 그들의 보호를 맡았던 우한세를 돌아봤다. 시선을 피하며 머뭇대는 우한세의 모습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호현 형은 어디 있어?”

“…….”

“우한세. 내가 읽을까?”

더 이상 이능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개의치 않고 장갑을 벗자 우한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안에.”

“그게 무슨 소리야.”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어. 중간에 갈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몰…….”

다 듣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 쓰러진 우한세의 뒤로 겁먹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한서진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우한세를 내려다봤다.

“그래서. 던전에 버리고 왔다고?”

“…….”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니! 가이드 보호한다고 간 새끼가 그게 할 소리야!!”

“급한 상황이었어! 주호현보다 성우 형이랑 가인 누나를 우선해 챙기는 게 당연하잖아!”

“미친 새끼.”

금방이라도 우한세에게 다시 달려들려는 한서진을 멈춰 세운 건 팀장이었다.

“그만해. 지금은 회복부터가 먼저다.”

“당장 재진입해도 모자랄 상황에 회복이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수색은 파동이 진정된 이후 제대로 진행할 테니 진정해.”

“전투 스킬 없는 하급 가이듭니다. 파동 변화까지 생긴 던전 내부에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평소 이성적이던 한서진의 반항에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팀장이 손을 뻗어 한서진의 어깨를 세게 잡았다.

“한서진. 더 이상 소란 피우는 건 용납하지 않아. 당장 센터로 복귀해라. 명령이다.”

“싫습니다.”

“뭐?”

“팀원을 버리는 쓰레기 같은 팀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생각 없습니다.”

한서진은 더러운 것을 만지듯 제 어깨를 잡은 팀장의 손을 쳐 내고는 등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헬기가 착륙했다. 펼쳐진 계단을 밟고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서진. 내가 한가한 줄 알아? 무턱대고 부르면…….”

그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 스포츠 바이크를 탄 남자가 헬멧을 벗고 짜증스레 소리쳤다.

“미친 새꺄. 갑자기 뭔데 쉬는 사람 불러다……. 엇, 누님! 안녕하십니까!”

“어머, 무일아.”

“누님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귀한 걸음을?”

“나야 서진이가 불러서…. 혹시 너도?”

한서현과 박무일이 서로 말을 멈췄다. ‘부른다고 오냐…….’ 하는 한심한 눈길과 서로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에 둘은 잠시 침묵했다.

이 일의 원흉인 한서진이 다가오며 침묵은 끝을 맺었다.

“박무일, 왜 이제 와. 나머지는 어딨어?”

“오고 있……. 야, 급하게 불러 놓고 이 정도면 빨리 온 거야. 인마!”

“시간 없어. 당장 던전 들어갈 준비 해.”

“던전? 갑자기 던전?”

박무일이 황당해 말을 잃은 사이 한서현이 의아한 낯으로 물었다.

“너 방금 던전 끝내고 나온 거 아니니? 거길 다시 왜 들어가. 게다가 파동 변화까지 생겼다며. 이상 던전은 출입 제한이 원칙이야.”

“뭐? 나보고 파동이 불안정한 던전에 들어가라고?”

황당히 묻는 박무일 뒤로 팔짱을 낀 채 바라보는, 빈틈없는 한서현의 태도에 한서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누나 부른 거야. 던전 폐쇄 막고 문 열어 줘. 휘하 수색대 운용할 수 있으면 써 주고.”

“안 돼.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단번에 거절하던 한서현은 어두운 한서진의 표정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부터나 말해. 그래야 도와주지.”

“우리 팀 가이드가 던전 안에서 실종됐어. 반드시 찾아야 해.”

하고 많은 가이드 중 한서현과 박무일, 두 사람의 머리에 떠오른 인물은 단 하나였다.

“야, 너 혹시…… 형님이냐?”

“……서진아.”

부정 않는 한서진의 모습에 추측이 확신이 되자 둘도 더 묻지 않고 다급히 던전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야! 빨리빨리 오란 말이야. 아직도 안 오고 뭐 해? 올 때 전투 준비 좀 단단히 하고 와.”

“어, 나야. 나 지금 오이도인데. 응. 거기 맞아. 문제 생긴. 위에 보고 올렸어? 아아, 이제 올리려고 한다고? 잘됐다. 잠깐 덮자. ……안 되긴 뭘 안 돼. 그리고 여기 수색대 좀 보내. 한 세 팀 정도만. 하라면 그냥 해!”

***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웠지만 게이트 앞은 겨우 중급 던전이란 것을 믿을 수 없도록 사람이 몰려 있었다. 조명이 게이트를 비추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센터 내부의 임무가 아니었다.

“제1팀, 따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들어가.”

“네!”

한서현의 손짓에 1팀이 곧바로 던전으로 돌아갔다. 뒤에 대기하고 있던 2팀 팀장이 그를 비웃더니 당당하게 나섰다.

“제2팀, 수색 중 실종자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2팀 팀장이 내민 것은 빈 탄창과 몬스터의 발톱에 참혹하게 찢긴 전투용 제복이었다. 한서현이 입을 다물고 제 옆에 앉은 한서진의 눈치를 봤다.

“수고했어. 두고 가.”

한서진의 시선이 갈기갈기 찢긴 조끼에 박혔다. 주먹을 꾹 쥔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자가 세뇌로 폭주하려는 힘을 억눌렀을 뿐 아니라 미친 듯 요동치는 감정까지 잘라 냈다. 그게 아니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눈을 뜨자 감정이 무뎌진 머리가 피가 묻어 찢겨진 겉옷을 인식했다. 하지만 아무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감 없이, 이 모든 게 그저 꿈처럼 느껴졌다.

‘조금 늦는 거야. 찾을 수 있어.’

이런 건 주호현과 어울리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와서는 조금 늦은 건데 무슨 일을 벌인 거냐고 질겁하는 게 훨씬 더 어울렸다, 그 사람에게는.

애초에 까다로운 던전이 아니라 수색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자 던전의 모든 지형을 훑는 것은 금방이었다. 아무도 주호현을 찾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이 사라져 갔다.

“사라졌다는 부근이 점점 더 몬스터들에게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하필 파동의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부근으로 가셨습니다.”

“가이드님의 총을……. 발견했습니다. 탄환이 많이 남은 것을 보니 중간에 총을 쏘지 못할 상황이 생기신 것 같습니다.”

“절벽에서 몬스터와 대치한 흔적을 찾았습니다. 크게 반항하시다……. 절벽 아래로 몬스터와 함께 추락하신 것 같습니다.”

“격류 아래까지 내려가 찾았으나 아무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주호현이 나왔을 때를 놓칠까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그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뒤이어 돌아온 박무일과 다른 수색대가 찾은 증거들은 단 하나의 사실만 가리키고 있었다. 찢겨진 옷자락과 총 한 자루만이 주호현의 유품으로 남게 될 거란 것을.

“이만하면 됐다. 던전 문 닫고 퇴각해. 파동 보고도 빨리 올리고.”

주호현의 죽음을 선고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한서진이 그를 거부했다.

“무슨 소리야. 아직 주호현 못 찾았어.”

대충 눈짓으로 부하들을 물린 한서현이 한서진의 팔을 잡아 뒤로 끌었다.

“던전 전체 다 훑었어. 내 부하들 한국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수색대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못 찾았다는 게 어떤 의민지 몰라?”

“……내가 가 봐야겠어.”

“게이트 파동이 저 지랄인데 그거 보고도 들어가겠단 소리가 나와? 그 가이드 죽었다고!”

“정말 죽은 거라면, 시체라도 있겠지.”

짝!

한서현이 게이트로 향하려는 한서진의 뺨을 쳤다.

“한서진 정신 차려. 지금 세뇌로 폭주 억누르는 중인 거 모를 줄 알아?”

“…….”

“네가 그 가이드 특별히 여겼던 것 알아.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수색대까지 불러온 거고. 심지어 무일이랑 애들까지 들어갔어. 살아 있었다면 찾아도 벌써 찾았을 거 너도 알잖아! 이만 인정해. 그 가이드 죽었어.”

한서진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분명 억누른 감정인 데도 주호현을 떠올리면 다시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불안정한 기운을 느낀 한서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서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안 되겠어. 너 가이딩부터 받아.”

“괜찮아.”

“여기서 너 폭주하면 손 안 대고 막을 수 있는 사람 없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말 들어.”

거절해야 하는데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억지로 가이드에게 데려가려는 한서현의 팔을 뿌리치려는 순간, 옆의 컨테이너에서 떠드는 소리가 흘러나와 귀에 걸렸다.

“존나 불쌍해. 아까 아픈 애 쉬겠다는데 면박 주는 거 봤냐?”

“그러니까. 지금 아예 넋 나갔던데.”

“잠깐.”

주호현의 이야기란 예감이 들었다. 틈새로 보이는 이들은 던전 파동 문제 때문에 곧바로 복귀하지 못하고 현장에 발이 묶인 에스퍼 팀들 중 하나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열린 틈 사이로 소리가 더욱 선명히 들려왔다. 어느 가이드가 푹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저도 마음에 걸려요. 저랑 마지막에 눈 마주쳐서…….”

“뭐어? 진짜?”

“도저히 구하러 갈 수가 없었어요. 나무는 무너졌지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는 잡아채려고 난리지…….”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는 가이드를 주위 팀원들이 위로하기 시작했다.

“형준아. 네 탓 아니야.”

“맞아. 네가 현장 온 지 얼마 안 돼서 사람 죽는 거 처음 봐서 그래.”

“하아……. 모르겠어요. 마지막에도 멀쩡하다가 뭐라도 잘못 먹은 것처럼 갑자기 휘청거리더라고요.”

형준이라는 가이드의 말에 옆에서 관심 없다는 듯 휴대폰을 하던 여자가 툭 내뱉었다.

“또 몰라. 이상한 거 먹었을지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4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