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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50화 (50/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50.

“이상한 거라뇨?”

“걔 몰라? 주호현? 요즘 유명하잖아. 기억 잃고 가이딩 구리다가 요즘 갑자기 회복했는데 그거 약발이라고.”

“약발이라니……. 잠깐, 설마 그 가이딩 보조제요?”

“그래. 그거 사방팔방 다 권하고 다녔잖아. 근데 보조제 이름 알려 달랬더니 그것도 모르더라? 예성우한테 물어보래.”

“미친. 그런 수상한 걸 누가 먹어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 거 주워 먹고 다니니까 쓰러지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지. 방금 형준이 네 말대로.”

“세상에……. 전 그게 이 가이드인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팀원들의 화제는 곧 다른 것으로 돌아갔지만 창문 앞에 서 있던 한서진은 처음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옆에서 함께 들어 대강 상황을 짐작한 한서현이 걱정스레 손을 뻗었다.

“서진아?”

“당장…… 당장 센터로 가야 해.”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한서진이 중얼거렸다.

한서진과 한서현은 서둘러 헬기에 올라탔다. 창문 밖으로 통제를 시작하는 게이트가 내다보였다. 그를 바라보는 한서진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

가슴이 쿡쿡 찌르는 듯이 아려 왔다. 그럴수록 이능을 덧발라 감정이 무뎌지게 만들었다.

동요하는 기운을 느꼈는지 한서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봤다.

“한서진…… 여기 상공이다. 기운 간수 잘해.”

“폭주는 안 해. 알잖아.”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잖아. 어휴, 네 마음대로 해.”

주호현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과 시체라도 찾고 싶다는 간절함은 이능으로 거세한 감정을 뚫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저 미련과 아집일 뿐이라고, 한서진은 차가워진 머리로 멀어지는 게이트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지도 않고 숙소에 발을 들였다. 방문을 부서져라 열고 온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얀 약통, 평소엔 자꾸 눈에 걸려 거슬리던 것이 왜 막상 찾으려니 보이질 않는 건지.

팔짱을 낀 채 문간에 기대 있던 한서현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의아하게 물었다.

“뭘 찾는 건데?”

“……약통.”

“약? 네가 먹는 건 아니겠고……. 가이드 약이라면 그 방 가서 찾아야 하는 거 아니야? 너 가이드랑 같이 안 자잖아.”

“아니, 형은…….”

울컥 치미는 감정에 말을 멈추고 심호흡하던 한서진의 시선이 방구석의 닫힌 문으로 향했다. 뭘 하는지 평소 넌더리 내던 곁방에 들어가 미적거리던 아침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발이 그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침대 머리맡에 그리도 찾던 약통이 놓여 있었다. 손을 뻗어 들어 올리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적막을 울렸다.

“……형.”

주호현이 죽은 게 정말 이 약 때문이라면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416b.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구실도 이젠 마지막이었다.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분과 함께니까.

연구실을 쭉 둘러본 연승연은 기밀 정보와 연구 실적들이 담긴 USB를 챙겨 나왔다. 선임께 연구실 키와 USB를 반납하며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중앙 연구소로 향했다. 막상 도착한 중앙 연구소에는 선임, 책임 연구원뿐 아니라 다른 박사들까지 많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 있나? 호기심이 들긴 했지만 그보다도 서둘러 일을 마치고 사람 많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안녕하십니까…….”

조용히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데 연승연을 발견한 연구원들이 반가운 척 인사했다.

“연승연 연구원! 오늘 간다더니 아직 안 갔네.”

“프리가 좋긴 좋아? 그래서, 어느 길드 스카우트받았는지는 정말 안 알려 주는 건가?”

“이거 봐, 아무리 보안이니 뭐니 해도 길드 놈들 다 센터에 정보망 심어 놨다니까. 그래도 승연이처럼 초고속은 보질 못했어. 번쩍! 뜨자마자 바-로 낚아채 버렸잖아?”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워 우왕좌왕하던 연승연은 서둘러 선임을 찾으려 눈을 바삐 움직였다.

“그, 런거 아니라니까요……. 길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에이, 말해 줘. 어차피 알려질 거.”

“그보다도 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황 선임님께서는 어디 계시는지…….”

“황 선임님? 안쪽에 연구소장님과 같이 계셔.”

뜻밖의 말에 연승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 년 365일 연구소장실에 박혀 나오지 않아 동면돼지라는 별명이 있는 소장이 무슨 일로 중앙 연구소에 출몰한 건지. 저도 모르게 의아한 물음이 터져 나왔다.

“소, 소장님과요? 소장님께서 왜……. 무슨 일로 연구소에?”

“하긴. 자네는 못 들었겠어?”

“뭘 말입니까……?”

“이런 이런, 이제 퇴사하는 사람에게 말해 줘도 되려나?”

“맞아. 이제 연 프리잖아? 흠, 그래도 아직 퇴사를 한 건 아니니까 말해 줄까?”

“괜찮습니다. 저는 인사만 드리러 온 거라…….”

다들 입이 간질거렸는지 연승연이 떠나려 하자 급히 붙잡고 자리에 앉혔다.

“허허이! 이 사람아. 황 선임님 지금 바쁜데 조금 기다리지그래. 마지막까지 혼나고 싶은가!”

“……무슨 일인데요?”

쉽게 놓아주지 않을 듯한 분위기에 결국 떨떠름히 입을 열자 다들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신나 말했다.

“VVIP가 갑자기 찾아와 약을 분석해 내라 하는 게 아닌가! 수사국 지부장인데, 평소 센터에서 본 적이 거의 없는 여자야.”

“……분석하는 것은 그냥 랩실만 가도…….”

“VVIP라고 했잖나. 성의를 보여야지. 큰 기계, 많은 자본, 화려한 결과! 응?”

“그보다도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더 흥미롭다고. 들어 봐. 내가 아는 사람이 현장 관리직인데 말이야, VVIP가 여기 오기 전에 게이트에 먼저 왔다더라고? 근데 거기서 사고로 가이드가 죽었다는 거야.”

“……네.”

커피를 홀짝이며 분위기를 잡는 연구원의 모습에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감했다. 연승연은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사고에는 관심 없었다. 곧 호현 님께서 밖에서 보자 말씀하신 날이 다가왔다. 혹시 호현 님이 예정일보다 이르게 도착하실지도 모르니 집에 먼저 들어가 청소하고, 소소하게 필요한 게 없으실지 봐 둬야 했는데.

“……그래서, 저 VVIP랑 그 하급 가이드가 무슨 사이냐는 거지. 수사국 지부장이면 굉장히 등급 높은 에스퍼일 텐데, 혹시 에스퍼와 가이드의 계급을 초월한 금단의 사랑 이런 게 아닐까. 그런데 숨겨 뒀던 연인이 죽은 거지…… 그런데 알고 보니까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계략이었던 거야! 화난 지부장은 당장 찾아와…….”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새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오늘도 역시나 하고 우울하게 듣고 있던 연승연은 안쪽에서 나오는 황 선임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제 일어나 보겠습…….”

삐이이이- 삐이이이- 삐-.

그 순간 중앙 연구소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모두가 얼어붙어 기계가 있는 쪽을 돌아봤다.

안전법상 센터 내의 모든 기계들은 기준치 이상의 독을 감지하면 경보음이 울린다. 예전 호현 님의 앰풀을 검사하다가도 작은 랩실에 경보음이 울려 당황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이 넓고 커다란 중앙 연구소 전체에 울려 퍼지니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시끄러웠다.

외부 화면에 커다랗게 약의 형태와 성분 분석 결과가 떠올랐다. 중앙 연구소 안의 모든 연구원들의 시선이 화면 위에 떠오른 약의 성분에 고정됐다.

「<조용한 암살자>

미약한 독성이지만 꾸준히 섭취하면 체내에 쌓여 마나를 공격한다. 중독 상태에서 힘을 사용하면 부작용을 유발한다.」

한창 금단의 사랑에 대해 떠들던 연구원의 손에서 커피가 떨어져 바닥에 쏟아졌다.

“내, 내 추측이 맞았어. 독살이었던 거야!”

동시에 화면에 뜬 그림과 알약을 본 연승연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제게 익숙한 것이었다.

호현 님의 재촉에 몇 번이고 제 손으로도 성분 분석 스킬을 사용해 본 적 있는 거라 모를 리가 없었다. 약의 제형부터 라벨 없는 통까지 똑같았다.

하지만 독성이라니? 앰풀도 아니고 저 약은 그저 보조제일 뿐이었다!

“아니에요, 저게 독약일 리가…….”

중얼거리던 연승연은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에 옆의 연구원을 잡고 물었다.

“그, 그 가이드! 사고당했다는 가이드가 누구입니까?”

“이름은 모르겠는데? 레이븐 팀의 하급 가이드야.”

“거 이름 그거잖아. 정호현? 아, 주호현!”

연구원을 잡은 연승연의 손에 힘이 풀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

“자네 그걸 어찌 아나?”

“요즘 우리 팀 애들한테 유명한 가이드였어. 가이딩 보조제만 먹으면 C급이 A급이 된다는 둥 헛소리를 하고 다녀서. 한번 연구하게 약을 달라니까 저희 팀 메인 가이드에게 어렵게 받은 거라며 꽁꽁 감추더군. 역시 검증되지 않은 약들은 모두 독이나 다름없어.”

“대체 누가 독약을 준 거지?”

“줬다고 그걸 냅다 먹은 것도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지 말이야.”

삐이이이- 삐이이이- 삐-.

시끄러운 경보음 소리와 경박한 연구원의 고함 소리. 놀란 연구원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연승연은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다.

멀쩡하던 알약이 왜 독으로 바뀌었는지, 호현 님은 왜 죽은 것으로 취급되는 건지.

‘호현 님……. 밖에서 만나자는 말이 이런 거였나요…….’

“이건 확실한 살인 사건이야! 사실 지부장은 약혼자가 따로 있었던 거야, 그러나 하급 가이드 주제에 지부장의 마음을 가져간 가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약혼자가……!”

“VVIP야! 자중하시게!”

“헙!!”

긴 머리의 여자와 딱딱한 표정의 남자가 중앙 연구소를 가로질러 검사 기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연구원들이 언제 소란을 피웠냐는 듯 조용해졌다.

눈에 익은 얼굴에 연승연의 눈이 커졌다.

‘한서진…….’

전에도 웃음기 없는 차가운 얼굴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걸 떠나 아무 감정 없이 무감한 낯이었다. 사람 같지 않은 이질적임에 몸서리치다 한서진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발견한 연승연이 표정을 굳혔다.

“저건 분명 호현 님의…….”

제가 호현 님의 부탁으로 사 온 시계가 한서진의 손목에 걸려 있는 것을 보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질투심이 치밀었다. 입술을 깨문 연승연이 등을 돌렸다.

‘……여기서 호현 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야. 미래를 약속한 것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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