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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58화 (58/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58.

연승연은 제가 소리치고 되레 놀라 주위를 둘러보고는 쪽지를 품 안에 소중히 숨겼다.

“호, 호현 님 정말요? 정말 ‘그것’을 만드실 건가요?”

죽은 걸로 처리되어 센터와의 모든 계약이 끝난 나와 달리 퇴사하고도 ‘가이딩 포션에 대해 발설하지 않겠다.’는 전결 서약이 남은 연승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예전부터 센터 나오면 가장 처음으로 도전해 볼 생각이었어.”

“호현 님! 정말 대단하세요. 아무리 정신없어도 포션 메이커로서의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호현 님은 역시 다르십니다. 저도 본받겠습니다!”

연승연이 새로이 의지를 불태우는 사이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만들 생각은 있다 해도 원래 이렇게 서두를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서진, 잘 지내고 있으려나.’

물론 연승연에게서 한서진이 잘 지낸다는 말은 전해 들었다. 내가 죽은 것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인단 말 역시. 다행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괜한 잡념은 머리를 흔들어 털어 냈다. 아냐, 됐다. 잘 지내면 된 거지. 어쨌든 한서진을 생각해서라도 가이딩 포션은 꼭 성공시킬 생각이다. 직접 전해 주진 못하겠지만 그동안에 대한 보답이다. 나는 은혜를 잊지 않는 멋진 남자니까!

“호현 님! 여기 속성 돌 종류가 많아요! 어서 오세요!”

서둘러 연승연에게로 다가갔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이거 탐욕의 돌이야?”

내 물음에 가게 사장이 짝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욕의 돌과 비슷해 대부분 구분 못 하시는데 바로 알아보시네요! 네에, 맞습니다.”

색색깔의 속성 돌들 종류를 구경할 때였다. 시야 끝에 커다란 무언가가 날아갔다. 뒤이어 무언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음과 함께 큰 고함 소리가 들렸다.

“누가 여기서 장사하래!”

‘무슨 일이지?’

의아하게 돌아보는데 사장이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에휴, 저놈들 또 지랄이네.”

“뭐 하는 애들인데?”

“으응? 학생들 월계나루 처음인가 봐요? 저길 모르는 걸 보면.”

“네. 오, 온 지 며칠 안 되었습니다.”

연승연의 답에 사장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존문지회라고 해요.”

“좆…. 뭐?”

귀를 의심하며 묻자 연승연이 화들짝 놀라 정정했다.

“호, 호현 님. 존! 문지회요.”

“무슨 이름이 그따위래?”

“존중받는 전문가, 존문가가 되겠다는 의미라는데, 말만 좋지! 존중받을 만한 일을 해야 존중을 받는 것 아니겠어요? 저 모습 어딜 봐서 그러냐고요.”

사장은 주위 좌판을 들쑤시며 행패를 부리는 존문지회 패거리들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사장뿐 아니라 다른 상인들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봤지만 섣불리 끼어들지 못하고 다들 딴청을 피울 뿐이었다.

“자릿세가 없으면 나가야지!”

“자, 잠깐!”

“안 돼! 내 재료들이…….”

바로 옆, 옆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매대에 연승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왜, 왜 저러시는 건가요?”

“존문지회가 관리하는 날에는 따로 번호표를 배부하거든. 그게 없으면 일일 자릿세가 어마어마한 데다, 번호표마저도 개수가 제 맘대로예요. 에휴, 여기 상인 중에 좌판에서 시작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저렇게 가혹하게…….”

“저래도 되는 건가요? 경찰이라도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학생들이 뭘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월계나루 상권은 연합회 소속 단체들이 돌아가면서 관리하는 곳이라 신고해도 그때뿐이지……. 이후에 보복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감히 누가 신고하겠어요?”

심각한 표정으로 존문지회를 바라보던 연승연이 돌연 놀라 내게 속삭였다.

“호현 님! 존문지회 사람들이 달고 있는 배지……. 저희 첫날에 봤던 그 나쁜 도매 상가 사장도 달고 있었어요!”

“같은 패거리라는 소리네.”

별짓 다 하고 다니네. 쓰레기 새끼들.

시비는 다 걸었는지 슬슬 사라지던 놈들 중 한 명이 침을 퉤 뱉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연승연이 내 팔을 붙잡고 덜덜 떨었다.

“호, 호현 님…….”

인상을 찌푸리고 비뚤게 쳐다보는데 우리에게 오는 듯싶던 남자는 상가 바로 앞의 좌판에 멈춰 서더니 발로 재료를 늘어놓았던 널빤지를 걷어찼다.

“꺄악!”

“안 돼!!”

흩날리는 재료들 사이로 한 여자가 어린 동생을 감싸 안았다. 품에 안긴 여자애가 남자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허락도 받았는데, 왜 그러는데요!!”

“여기 선 밖으로 튀어나왔잖아.”

“아니에요! 하나도 안 튀어나왔어요! 저번에도 그래서 쟀단 말이에요! 왜 확인도 안 하고…….”

“그래? 내가 잘못 봤나 보다? 앞으로 더 확실히 맞춰 놔.”

사방으로 흩뿌려져 이리저리 밟히는 재료들에 꼬맹이가 울며 소리쳤지만 어깨를 으쓱한 남자는 이죽거리며 등을 돌리고 사라졌다. 눈에 분노를 가득 담은 여자애가 순식간에 언니의 품에서 빠져나와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여자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다혜야! 안돼!!”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나도 모르게 내 앞을 지나가는 꼬맹이의 뒷덜미를 낚아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땅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내 발 바로 앞 땅이 동그랗게 꺼졌다.

“워, 씨바…… 헙.”

각성자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해 너무 놀란 나머지 욕이 새어 나왔다. 꼬맹이가 들었을까 봐 급히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듣진 못했는지 덜렁 들린 꼬맹이가 당황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저씨는 뭐야?”

“아, 저씨? 이 쥐방울만 한 게…….”

“이거 놔!”

처음 듣는 아저씨 소리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내 22년 인생을 통틀어 이런 멸칭은 처음이었다!

“호현 님! 괜찮으세요? 다치신 거 아니죠?”

“학생, 괜찮아요?”

“다혜야!!”

연승연과 사장님 뒤로 급히 일어나 달려오는 여자에게 꼬맹이를 건네줬다.

“여기.”

“아저씨가 뭔데! 왜 막는데!!”

“감사합니다. 백다혜, 그만해!”

여자가 입술을 깨물며 다그치자 꼬맹이가 볼을 부풀린 채 홱 고개를 돌렸다. 사장 누나랑도 친한 사이였는지 가세해 정말 큰일 내려고 그런다고 혼내는 사이 연승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연승연이 주섬주섬 날아간 좌판과 의자, 이름표 등을 줍고 있었다.

‘착하기는…….’

나도 이미 상해 버린 재료들을 발로 툭툭 치며 한데 모으는데 토라져 고개를 돌린 꼬맹이가 그걸 보고 경악해 소리쳤다.

“언니! 저 아저씨가!!”

“다혜야, 말 착하게 하랬지.”

언니의 면박에도 달려온 꼬맹이가 내 앞을 가로막고 소리쳤다.

“아저씨 이거 다 돈 내고 가!!”

“쓰레기 버려 줬으니까 네가 돈 줘야지.”

“쓰레기 아니야! 우리 언니가 힘들게 구해 온 거란 말이야!!”

“어차피 망가져서 다 못 쓰거든?”

“아저씨가 뭘 안다고! 바로 주우면 된단 말이야!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거 십만 원이고, 오만 원, 오만 원, 그리고 저건 십오만 원이야!”

하나하나 가리키며 소리치는 꼬맹이의 모습에 무릎을 굽혀 앉으며 눈높이를 맞췄다.

“야, 꼬맹이.”

살짝 로브가 들리며 드러난 내 얼굴을 본 꼬마의 입이 작게 벌어지더니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뭐, 뭐. 이 아저씨야.”

“내가 어딜 봐서 아저씨야. 이렇게 젊고 잘생긴 아저씨 봤어? 호현 님이라고 불러라.”

“싫어!”

안 그래도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잘됐다. 꼬맹이 뒤로 보이는 여자의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 천잎 토끼풀이랑 벼락나무 껍질은 유리병에 담아 보관해야 하는 거야. 바람 들면 효력 쓰레기 되거든. 그리고 이 열매, 동굴 내부에 열리는 거 따온 거지? 조그만 충격에도 한 시간 안에 썩어. 어떻게 여기까진 잘 들고 왔나 본데 방금 일로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질 거다. 그리고 고사리도 채집하네? 얘넨 뜯자마자 말렸어야지, 곱게도 담아 왔다. 어차피 얘네 다 못 팔아.”

“아저씨가 뭘 안다고요! 우리 언니가, 언니가 힘들게……!”

“백다혜. 이리 와.”

여자의 부름에 달려간 다혜가 치맛자락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여자가 머리를 달래듯 쓰다듬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와주신 분께 폐를 끼쳤네요. 죄송합니다.”

“폐는 무슨. 각성한 지 얼마 안 됐나 보지? 보관법도 모르는 걸 보면.”

“아저씨 왜 우리 언니한테 반말해? 언니! 몇 살인지 물어봐 봐! 저 아저씨 얼굴 완전 애 같다고.”

다혜의 모순적인 말에 모두 잠시 말을 잃었다.

“됐고, 난 이만 가야겠어. 속성 돌은 나중에 사러 올게.”

대충 볼일은 끝난 것 같아 연승연을 챙겨 돌아가려는데, 연승연이 대충 수습해 놓은 가판 위에 한 재료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눈을 가늘게 떴다. 관심을 보이는 내 모습에 여자가 머뭇대며 손을 내저었다.

“아, 그건 판매용은 아니에요. 우연히 발견하긴 했지만 딱히 사용처도 없고 특이해서 혹시 소장하시려는 분이 있을까 봐 가져다 놓은 거라…….”

급히 다가가 잡아 감정했다. 아직 돌려받지 못한 내 S급 감정 스킬, 플라멜의 현안 대신 중급 감정 스킬을 사용해 그런지 몇 번의 실패 이후에 겨우 아이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행복한 잡초>

흔한 게 뭐 어때서? 잡초라도 좋은걸.

흔해서 무시당하는 잡초들 사이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행복한 잡초

‘역시!’

행복한 잡초는 보통 네잎클로버보다 백 배 이상 찾기 힘들기로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우연히 찾았다니! 그냥 평범한 채집가인 줄 알았는데……. 대체 어떤 채집 스킬을 가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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