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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70화 (70/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70.

임청과 제로 옆에 두니 존재감이 사라져 양수철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안송아가 의심을 지우지 못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까 대답을 못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들어왔나요?”

“정문은 사람이 많아서 뒷문으로…….”

“공방 지리를 잘 아시네요?”

“그, 공고 올라오고 한 번 와 봤습니다. …저,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와 봤을걸요!”

양수철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동안 공방엔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는데. 얼씬거리는 사람 역시 본 적이 없었다.

‘엘프목 저게 손님도 쫓아내는 거 아니야?’

애초에 면접자로도 여기고 있지 않았지만 머리를 긁다 예의상 물었다.

“공고 보고 온 거 맞지? 등급이 어떻게 돼? 전리품 있으면 한번 보여 주던가?”

“저는 …급이고. 전리품은.”

“뭐라고? 잘 못 들었어.”

“씨, 씨급이요. 전리품은 아직 구해 본 게 없어서…….”

“공고에도 썼던 것처럼, 우린 강한 헌터가 필요해.”

제 앞에 선 남자의 얼굴에 잠깐 스친 실망감을 근래 치렀던 수많은 면접으로 빠르게 눈치챈 양수철은 급히 변명했다.

“잘할 수 있습니다!”

“잘할…….”

무턱대고 잘할 수 있다고 지르고 보는 양수철의 모습에 미간이 좁아졌다. 하급 전리품도 없을 정도면 몬스터를 죽여 본 적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실력 있는 헌터도 죽어 나오는 곳이 던전인데 등급도 낮고 실력도 없을 양수철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헌터에겐 독이나 다름없었다.

‘옆에서 바람만 좀 불면 냅다 들어갔다가 시체로 나올 상이네. 내 알 바 아니지만.’

멋모르는 헌터를 신경 쓰기엔 당장 해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 임청과 제로의 계약 문제도 남아 있었고 공방 앞을 가득 채운 사람들도 쫓아내야 한다.

손을 휘저으며 나가라 말하려는데 양수철이 제 한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C급이긴 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각성한 지 삼 년 찬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길드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어머니 아버지 가슴에 대못만 박은 불효자식입니다. 이번엔 정말 뭐라도 해 보려고 온 건데 이렇게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정말 열심히 할 테니 한 번만 저 양수철을 믿고 맡겨 주신다면……!”

“하아, 너 용병으론 못 쓴다니까? 당장 급한 게 라이커의 갈기랑 세이렌의 깃털인데 그 던전에 들어갈 수 있어?”

한숨 쉬며 말하자 양수철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다래졌다.

“라, 라이커와 세이렌은 둘 다 보스 몬스터 아닌가요? 저보고 그걸 잡으라고요?”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 애초에 조건도 맞지 않았잖아.”

“마, 맞습니다. 이만 나가 주시…….”

“계약직이라도 괜찮습니다!”

“용병은 원래 계약직이야.”

“아…….”

“이만 나가 주세요!”

참다못한 연승연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재밌다는 눈으로 대놓고 구경 중이던 제로가 느물대며 말했다.

“혹시 쫓아내는 거 도와드릴까요?”

“제, 제로 님……! 호현 님 알바라도 괜찮습니다! 청소라도 시켜 주세요! 꼭 이 공방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C급이면 던전 일이 없을 등급도 아닌데 왜 이렇게 우리 공방에 절박한지 모를 일이었다. 단 하나 짚이는 점이라면 역시…….

‘맹하게 생긴 것치고 촉이 좋은가? 내 기백을 알아보다니.’

손을 들어 양수철에게 다가가는 제로를 멈춰 세웠다.

“잡일할 사람이 필요하긴 한데.”

양수철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 앞으로 달려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일 잘합니다. 시켜만 주십쇼!”

“너도 저기 가서 계약서 써.”

그렇게 두 명의 용병과 한 명의 덜떨어진 알바생이 우리 공방에 함께 하게 되었다.

***

“구해야 할 아이템 목록들이야. 특히 가장 위의 일곱 개는 10일 이내로 구해야 해.”

용병을 구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 퀘스트 기한이 벌써 24일밖에 남지 않았다. 괜스레 조급해지는 마음을 누르며 임청과 제로에게 물었다.

“둘이 같이 움직일 거야? 아니면…….”

“혼자 움직이겠습니다.”

“흐음, 저도 혼자 움직이는 쪽이 더 편할 것 같네요.”

테이블 위에 펼쳐진 목록들을 진지하게 훑던 임청이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못 구합니다.”

“왜 못 구해?”

“설풍의 결정은 눈보라가 치는 곳의 몬스터에게만 나옵니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백령도 던전에서 습득이 가능했는데 현재 게이트 파동 이상으로 폐쇄된 상태입니다.”

“뭐? 여기도 파동 문제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굉장히 난감했다. 월계나루나 경매장을 뒤져 보면 매물이 있을지, 자금 한도 내에서 구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는데 제로가 수상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다 들리게 중얼거렸다.

“그 방법이면 구할 수 있을지도…….”

“무슨 방법?”

“이런, 혼잣말인데 들어 버리셨군요.”

“내 면전에 대고 말했잖아. 뭔데.”

“잠시 헌터 협회 일을 도왔을 때 들은 건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라……. 기밀 사항을 유출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하하.”

고민하는 기색으로 로비를 둘러보는 제로의 모습에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제로. 너 이제 우리 공방 용병이잖아.”

“네. 사장님.”

“그럼 협회 사람이 아니라 내 사람이지.”

“이게 그렇, 게 되나요? 네……. 뭐, 그런 것 같네요.”

“그럼 말해.”

안경 뒤의 눈빛이 번뜩였다. 애초에 말하려고 운을 띄운 만큼 제로는 더 빼지 않고 입을 열었다.

“조만간 서울에서 세계 아틀리에 엑스포가 열리지 않습니까.”

“아, 그거 이번엔 우리나라 차례야?”

아틀리에 엑스포는 온 나라들이 모여 삼 년마다 자기네가 최고라며 제작계 각성자들의 공방과 상품들을 자랑하는 행사였다. 열릴 때마다 헌터 협회에서 매번 내게 국격에 걸맞는 포션 좀 만들어 달라고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귀찮게 했던 기억이 있어 그다지 달갑진 않았다. 나라 운운해 대는데 대충 만들 수도 없고……. 물론 내가 참여한 이래로 포션 부문 대상은 당연히 모두 우리나라 차지였다.

그럼에도 엑스포에 직접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기에 제로가 말한 의도를 바로 알아챌 수 없었다.

“설풍의 결정이랑 엑스포랑 무슨 상관인데?”

“새로 부임한 WOH 총장이 러시아 사람이거든요. 첫 공식 행사이니만큼 힘을 좀 쓰지 않을까 하는데…. 저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아들었어. 행사 경품으로 나올 거란 말이지?”

제로는 저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딴청을 피웠다.

“그럼 설풍의 결정은 내가 알아볼 테니 둘은 나머지를 구해다 줘. 누가 뭘 맡을지는 알아서 상의하고. 저기 금고에 있는 포션은 다 너희 거니까 편하게 꺼내 쓰면 돼. 특별히 필요한 포션 있으면 말해. 만들어 줄게.”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아무래도 용병은 잘 뽑은 것 같단 말이지. 당장 가서 아틀리에 엑스포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임청과 제로를 남겨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실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호혀, 사장님. 사장님!”

돌아보자 내 뒤를 쫓아오는 양수철이 보였다. 왜 불렸냐는 듯 고개를 기울이자 양수철이 물었다.

“저, 사장님.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청소도 아까 다 해서요.”

“쉬어.”

“네?”

“손님 오면 포션 파는 게 네 일인데 우리 가게가 아직 손님이 없거든. 그니까 쉬어.”

“하, 하하. 정말 꿀…직장이네요.”

양수철의 표정이 멍청하게 바뀌었다. 손을 내저으며 등을 돌렸다.

작업실 소파에 드러누워 휴대폰으로 세계 아틀리에 엑스포에 대해 검색했다. 떠오른 홍보 페이지를 본 나는 두 눈을 의심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뭐야, 한 달 뒤잖아?”

엑스포 개막식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일 뒤였다. 하지만 내 퀘스트는…….

“퀘스트창.”

{ 메인 퀘스트 }

#4.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 최초의 S급 이상 포션’을 제작해라.

성공 조건 : S급 이상 포션 최초 제작 성공.

난이도 : A+

제한 시간 : 24일 7시간 32분

보상 : ??? 스킬 회복

실패 시 퀘스트 영구 삭제

※ 거부 불가능

“시간이 맞지 않아…….”

포션의 레시피를 연구하고 만드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늦어도 보름 안에 모든 재료들을 구해야 했다. 엑스포는 이미 물 건너갔고. 골치 아픈 상황에 머리를 싸맸다.

“으으. 설풍의 결정은 꼭 필요한데.”

메인 퀘스트가 엮여 있기도 했고, 가이딩 포션에 관해서는 연승연의 보조도 받을 수 없기에 오롯이 나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일단 백다인과 김진명에게 혹시 월계나루에 매물이 있는지 찾아 봐 달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처음 계약한 대로 성산하에게 위치 보고를 할 시간이었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데. 내가 공방에 있지 어디 있겠냐고.”

투덜대며 내용을 입력했다.

「나 어디 안가고 공방임」

문자를 보낸 후 빤히 휴대폰을 바라봤다. 평소엔 문자를 보내면 ‘^^’나 ‘착하네.’ 따위에 이상한 답장이 바로바로 돌아왔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다.

“뭐야…….”

오전의 이상했던 성산하의 태도까지 겹쳐져 괜히 신경 쓰였다. 문자를 하나 더 보내 볼까 하다 그냥 휴대폰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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