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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148화 (148/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148.

“놔! 놓으라고!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악!”

반항하는 놈을 잡은 채 정원으로 나간 순간 공방으로 들어오려던 두 사람을 만났다.

“…사장님?”

“이런, 무슨 일인가요? 무언가 재미있는 구경을 놓친 것 같은데.”

청이와 제로였다. 둘의 시선이 내게 잡힌 놈에게 꽂혔다.

연구 때문에 구해야 할 재료가 있어 불렀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

“마침 잘 왔다. 이 새끼 좀 밖에 갖다 버려.”

“밖에 버리기만 하면 되나요? 추가 서비스도 가능한데.”

빙긋 웃은 제로가 제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하자 손 아래서 마구 몸부림치던 놈이 주춤했다.

“됐어, 그냥 공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쫓아 버려.”

손을 내젓고는 놈을 넘겼다. 제로가 남자의 멱살을 잡아 질질 끌고 나간 사이 청이 걱정스레 돌아보며 말했다.

“사장님. 저런 자들은 깨끗이 뿌리 뽑는 편이 좋을 텐데요.”

“별일이야 있겠어? 다음에 또 오면 그때 손봐 주지 뭐.”

다시 공방으로 들어가자 문 앞에서 주춤대는 수철이와 마주쳤다.

“저, 사장님…….”

“저 새끼 신경 쓸 필요 없어. 올라가서 잠깐 쉬다 와.”

“그게 아니라 이걸 놓고 가서…….”

수철이의 손에 카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아까 놈이 수철이에게 던진 카드였다.

“이리 줘.”

카드를 핑계 삼아 다시 찾아오는 일이 없게 지금 돌려줘야겠다. 카드를 건네받아 급히 제로의 뒤를 따라갔다. 활짝 열린 정문 바깥으로 내팽개쳐진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봤죠? 강의진 공방에서 손님 폭행하는 거 봤죠! 동영상 찍어 주세요!”

남자가 소리치며 손을 뻗는 자리마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자리를 피했다. 손을 털며 뒤를 돌던 제로가 나를 보고 멈칫했다.

“사장님?”

그를 지나쳐 정문을 나갔다. 엘프목의 영역을 벗어나자 다른 공간에 발을 들인 듯 주위 공기가 변했다.

“가, 강의진이다!”

“화난 것 같은데…. 저 남자 때문인가 봐.”

웅성거림 사이로 찰칵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주위를 힐끔 둘러봤다. 수많은 인파와 날 향해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니 오픈 이래 공방 밖을 나온 게 처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남자가 나를 노려봤다. 코웃음 치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휙 던졌다. 카드가 놈의 가슴팍에 맞고 떨어졌다.

“또 보이면 죽는다.”

***

[정보] 강의진 포션이랑 다른 포션 비교해봤어 (73)

[잡담] 그냥 공방 담장 넘으면 안됨? (3)

[뉴스] 제주도 던전 3일째 제자리… 해결법은? (123)

[잡담] 강의진 공방 티켓팅 5번 실패 후기 (11)

[잡담] 드디어 남산 던전 진입했다ㅋㅋ (48)

[만남/퀘스트] 남산 진입 팟 꾸려요(C급 이상) (33)

[잡담] 지금 강의진 공방 근처인 시민 있냐? 거기 난리났다는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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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보/포션 마스터 강의진 폭행 시비 (537)

[뉴스] ‘강의진 폭행’ 피해자의 정체는 포션 메이커…. ‘순수한 팬이었어요.’ (293)

[뉴스] ‘다시 만나면 죽는다.’ 살인 예고까지. 마스터의 광휘 뒤에 감춰진 추악한 뒷면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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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나 현장에 있었는데 (766)

오늘도 티켓팅 실패해서 그냥 무작정 찾아갔다. 혹시 예약자 안 오면 대신 입장시켜줄까ㅋㅋ 그런데 나같은 생각 한 사람 일억오천구백칠십명정도 되더라. 물론 빈 자리도 없었음.

그냥 가긴 아쉽기도 하고(기차타고왔다고ㅅㅂ) 혹시 강의진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공방에서 쫓겨나는거;;;;; 강의진이 자기 팼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음. 관상만 봐도 딱 진상…. 다 욕하는데 자기 맞는 거 동영상 찍어달라고;;; 물론 아무도 폰 안꺼냄.

나도 빨리 저 시끄러운 ㅅㄲ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안에서 강의진이 나오는거임ㅠㅠㅠㅠ진상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진상 말엔 꼼짝도 안하던 사람들 죄다 휴대폰 꺼내서 사진찍고 강아지는 주위 한번 둘러보더니 뭐라고 하는데 그냥 존나 잘생겼고…….

강의진이 머쓱하게 인사하고 다시 들어가려는데 어떤 남자가 용기있게 저 진상도 예약자 아니냐고, 예약자 한명 줄었으니까 여기서 한명 뽑아주시면 안되냐고 그럼ㅋㅋㅋ 강의진이 그럼 열명 들어오라고, 근데 알아서 뽑으라고 해서 우리끼리 가위바위보해서 열명 들어감.

물론 난 탈락해서 집 오는 기차 안임. 공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강의진 욕하는 것도 봤다는데 개부러우ㅠㅠ

어쨌든 현장 상황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어봤어.

댓글(766)

- 경쟁자 생길까봐 견제한 거 아님? 질투심ㄹㅈㄷ

└ S급 마스터가 하급을 왜 견제하냐고

- 강의진 그렇게 안봤는데 쓰레기네 ㄷㄷ

- 와 무섭다 진심!

- 위에 어디서 몰려옴? 말투 씹ㅋㅋㅋㅋㅋㅋ

- 중간에 강아지 뭐냐 이게 객관적인글이라고?ㅋㅋ

└ ㄱㅆ/ㅇㅇ 이게 내 객관인데 불만?

- 이럴줄알았음. 이미지메이킹. 녹스 출신이. 어디가겠나. 인터뷰도 가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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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것도 아닌데 이거 댓글이 왜 이렇게 많음?

└ 주작의심에 글쓴이가 사진 올렸다 빛삭했어

- 사진 다시 올려주면 안되냐

└22

└333

└존나 잘생겼었음

└444444444

- 피해자가 있는데 강의진 사진 달라는 댓글들 뭐냐ㅋㅋ 감수성뒤졌네

└ 됐고 사진 줘

- 사진 재업 원하는 사람 (1/∞)

└ (2/∞)

└ 나도

└ 444444

└ 안올려주면 집에 안감ㅇㅇㅅ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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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ㅆ/ 마지막으로 한 번만 올리고 삭제함

***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뭐야. 누가 내 욕하나.’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귀를 털어 내고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이 주 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포션은 만들자마자 팔려 나가기 바빴고 의뢰비가 수억 원에 달하는 계약들도 제발 받아만 달란 연락이 쇄도하고 있었다.

나날이 쌓여 가는 의뢰서 중 아직 수락한 것은 없었다. 이젠 공방도 체계가 잡혔으니 슬슬 개인 연구를 시작해 볼까 하는 참이었다.

‘이건 나 아니어도 찾아낼 사람 있고, 이건 좀 까다로운데.’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레시피 연구 스킬인 <천지보감>의 빈자리가 컸다. 스킬의 빈자리야 돈과 시간을 갈아 넣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다.

고민하다 옆에 빼놓은 서류 더미에 눈길이 갔다. 탑에 관련된 의뢰들을 모아 놓은 것들이었다.

11개국이 탑에 진입한 후 쏟아지는 온갖 정보들과 새로운 아이템들. 온 세상이 탑에 열광하고 있었으나 나는 왜인지 탑을 생각하면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의식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모두 멀리하고 있었다. 의뢰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포션을 개발하고 싶었으나 최근 들어오는 것들 대다수가 탑과 관련된 의뢰였다.

‘저걸 먼저 해 볼까……?’

잠시 고민하다 보고 있던 의뢰서를 모두 치워 버리고 서류 더미를 앞으로 끌어왔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새로운 정보들을 보던 중 승연이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의진 님. 방금 공지 올렸습니다. 내일부턴 한 타임에 스무 명씩, 공방은 세 시까지만 운영된다고요. 총인원을 늘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반발은 크지 않았습니다.”

“잘했어.”

“아, 그리고…….”

흐려지는 목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승연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밖을 힐끔대고 있었다.

“또 왔어?”

“네. 또 공방 밖을 맴돌고 있습니다…. 저와 눈도 마주쳤는데 가질 않아요. 시, 신고할까요?”

“너한테도 들킬 정도면 일부러 보라고 하는 걸 거야. 신경 쓰지 마. 저러다 곧 가겠지.”

찝찝한 표정의 승연이가 사무실을 나간 후,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밖을 내다보자 역시나 수상한 놈이 담장 밖에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는 짓을 보니 예상했던 대로 평범한 S급이었다.

눈을 마주친 놈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가운뎃손가락을 펼쳐 보인 후 창문을 쾅 닫았다.

이렇게 S급 놈들이 날 보러 오는 일이 간혹 있었다. 지금까지 들킨 놈들만 총 다섯 명.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처음에는 녹스나 사이비일까 봐 제로에게 뒷조사를 시켰다. 그러나 조사 결과 단순히 제 퀘스트가 궁금해 찾아온 S급 머저리들이었다.

“퀘스트가 뭐라고…….”

“메에에에!”

저를 부른다고 생각했는지 구름이가 튀어나와 다리에 몸을 비비적댔다.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어 주자 까만 유리알 같은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를 마주 보다 귀여워서 그대로 들어 꼭 끌어안았다.

S급들에게 뜬 성좌 보호 퀘스트. 우리나라야 나와 구름이가 있다지만 성좌들이 죽은 다른 나라의 S급들은 뭘 보호해야 한다는 건지 궁금했는데 최근에야 그들의 퀘스트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보호가 아닌 수색. 직접 발로 뛰며 어딘가에 있을 성좌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구름이처럼 동물일 수도 있다. 어쩌면 생명체가 아닌 물건일 수도.

성좌를 찾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마리를 찾아다니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에 다들 성좌를 가진 나라의 S급들을 부러워한다고 들었다.

‘다른 나라들까지 성좌를 다시 찾아내면 탑도 사라지겠지? 젠장, 그럼 그날이 올 때까진 꼼짝없이 이렇게 숨어 있어야 한단 거잖아.’

“메에-.”

구름이가 내 품에 머리를 비비적댔다. 손에 감기는 복슬복슬한 털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뭐.”

마음껏 나다니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해도 어차피 평생 동안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다. 태제헌의 아래에서, 센터에서, 잠시의 자유를 맛봤던 순간마저도 탈영 가이드라는 것을 숨기려 가짜 신분을 써야 했으니.

‘조금 더 버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이 많아 큰일이었다. 공방도, 사람들도.

품에 안은 구름이를 더 세게 껴안으며 말했다.

“구름아. 우리는 한 팀이야. 너는 내가 지킬게.”

“메에에-.”

“그래 나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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