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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167화 (167/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167.

“아니야, 이건 성좌라서가 아니라 구름이 네가, 그러니까 하말이 신성계라서야.”

당황해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작아졌다. 생각해 보니 성산하 역시 신성계의 최정점이라 불리는 힐러가 아닌가. 그것도 S급. 그런 성산하마저 치료하지 못한 저주인데 단순히 신성계라서라기엔 어폐가 있었다.

‘정말 성좌 때문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가설에 눈이 번뜩 뜨였다.

“……확인은 해 봐야겠지.”

구름이와 루트에게 각자 오래 씹을 수 있는 간식들을 던져 준 뒤 성산하에게 다가갔다. 어깨까지 침범한 저주의 흔적이 끔찍했지만 그보다도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

“흥, 목적이 있어서 치료해 주는 거라고. 보상은 반드시 받아 낼 테니까.”

제작 도구들을 펼쳐 놓고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주위에 간이 배리어까지 둘렀다. 처음 보는 배리어가 신기한지 구름이와 루트가 관심을 보였지만 들락날락하는 둘을 내보낸 채 정화수로 성산하의 손부터 어깨까지 깨끗이 닦았다. 분명 던전에 들어오기 전, 보관 아이템에 정화수를 풀로 채워 왔는데 언제 이렇게 많이 쓴 건지. 500 리터도 넘게 들고 왔던 것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하긴, 들어온 지 오래 지나긴 했지. ……공방은 잘 있으려나.”

승연이도, 손님들도 어서 보고 싶었다. 빨리 돌아가기 위해선 성산하가 일어나야 한다.

보통 피부와는 다른 감촉이 신기해 나도 모르게 쓰다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팔을 들어 올렸다.

“이걸 먹…. 핥……. 빨아야 한단 말이지.”

슬쩍 성산하의 눈치를 보다 손을 덥썩 물었다.

“……월!”

배리어 밖에서 구경하던 루트와 구름이가 놀라 폴짝 뛰었다. 눈이 동그래져서 바라보는 모습에 머쓱해 진땀이 흘렀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씨발,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한껏 굳어 있던 혀를 슬그머니 움직여 엄지 아래 도톰한 부분을 살짝 핥았다. 정제수로 젖어 있던 손에선 당연하지만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무언가 시스템창이라도 뜨기를 기다렸는데 아무 변화도 없었다. 빨기 불편해 물고 있던 손을 뱉듯이 빼내자 방금 전까지 이가 닿았던 곳에 둥글게 잇자국이 나 있었다.

“으음….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의신의 손길!”

< 성산하 - 헌터 >

-속성 : 선/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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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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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똑같다. 시스템창도 뜨지 않고 내가 핥은 부분도 까맣게 죽은 그대로인데……. 뭐가 문제지?

주물럭대던 손을 들어 이번엔 손가락을 덥석 물었다. 그러나 보기보다 훨씬 길고 두꺼웠다. 다 물기도 전에 목젖을 찔려 기침이 나왔다.

“크, 켁! 쿨럭.”

“월! 워워월 월월!”

루트가 놀라 마구 짖고 구름이는 베리어 안으로 들어와 걱정스레 내 다리에 몸을 비볐다.

“메에.”

“구으마 개아나. 우음, 점 크네…….”

닿는 데까지 겨우 다 물고는 조금 차가운 손가락을 혀로 핥아 봤다. 뭐가 변하나? 변하는 거 없어 보이는데. 고개를 갸웃대며 양손으로 손을 잡은 채 이리저리 빠는데 어느 순간부터 귀에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게 내가 내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의 손이나 줍줍 빠는 내 모습에 새삼 민망해져 얼굴에 열이 올랐다.

“씨발, 안 해!”

성산하의 손을 던져 버렸다. 몸과 달리 혼자 풀려 있던 팔이 바위 아래로 축 늘어졌다.

“차라리 포션을 만들라고 해. 이건 내 전문이 아니라고!”

개 뻘짓을 했다는 생각과 민망함에 씩씩대며 늘어놓았던 제작 도구들도 치워 버리고 재료들도 모조리 인벤토리에 다시 넣어 버렸다.

“성좌의 힘으로 정화가 가능하다고 쳐, 그런데 포션도 아니다, 스킬도 아니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단순히 가진 기운을 전하라니. 그딴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 잠깐.”

기운을… 전해? 왜인지 익숙한 단어를 곱씹었다. 나는 포션 마스터. 레시피와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게 익숙하지 이딴 식으로 모호한 기운을 느끼는 건 젬병인데. ……하지만 그런 상황, 이미 경험해 본 적 있었다.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치우던 재료를 쥔 채 그대로 멈춘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방… 사 가이딩?”

그 순간 띠링 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바라 마지않던 시스템창들이 와르르 튀어나왔다.

[카스토르]

↙ ↘

[강의진] ⇄ [주호현]

동기화된 상태입니다.

「스킬트리 적합화 중….」

「[주호현]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의진]의 스킬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스토르]의 힘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스토르]의 힘으로 인해 보유한 [주호현]의 스킬이 변화합니다.」

「[하급 가이딩 (C)] ▶[별의 정화 (EX)]」

입이 떡 벌어졌다. 내게 엑스트라급 스킬이 생겼다! 전투 스킬이라면 좋았겠지만 이게 어디냐. 떨리는 마음에 가슴에 손을 얹었다.

“씨발 어떡하지? 난 이미 포션 마스터인데. 여기서 더 대단해지다니…….”

눈앞에 뜬 시스템창을 바라봤다. 가이딩 스킬이 변화한 거라 그런지 이번에도 방사와 접촉 두 가지 선택지가 떴다. 당연하게도 더 익숙한 방사를 택했다.

<별의 정화 - 방사>

▶튜토리얼을 재생합니다.

▶망하는 지름길! 넘기기?

“안 봐. 다음.”

대상을 선택해 주세요.

(다중 선택 가능)

-근처 각성자

▶성산하

▶김선재

▶신하늘

▶정재준

▶정수진

▶임지원

▶양태오

.

.

이거다!

혹시나 하며 마음 졸였는데 역시나, 가이딩 때처럼 저주에 걸린 사람의 이름들이 모두 나왔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 건 이후였다.

“뭐야 이거.”

이름에 그어진 줄들. 게다가 아무것도 선택되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으로 모든 이름을 다 불러 봤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제야 뒤로 돌아가 튜토리얼을 클릭했다. 하지만 튜토리얼 역시 도움이 되질 않았다.

「자격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별의 정화]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자격은 무슨 자격! 뭐가 더 필요하다는 건데!!”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대로였다. 답답한 마음에 별 지랄을 다 해 봐도 결말은 항상 자격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시스템창으로 끝났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리저리 배회하다 쓰러져 있는 성산하에 시선이 닿았다.

‘어차피 내게 힘은 있는 거잖아. 스킬을 못 쓴다면 다른 방식으로 기운을 정하면 되는 거 아니야?’

가이딩에는 방사 말고도 접촉으로 기운을 전하는 방법이 있었다. 스킬 창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순 없어도 가이딩처럼 전하는 식이라면…….

결단을 내린 나는 성산하가 누워 있는 바위로 다가갔다. 저주가 퍼진 팔을 제외한 상체와 하체를 묶어 둔 채라 성산하는 하늘을 본 채 반듯이 누워 있는 상태였다. 이리저리 각을 재 보다 성산하 위로 올라탔다. 성산하의 허리 양옆에 무릎을 댄 채 놈의 머리 옆에 손을 짚었다.

“……야, 성산하.”

눈을 감고 잠든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람 같지가 않았다. 가만히 손을 들어 놈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사나 같다……. 반듯한 눈썹과 유려한 입매. 붉은 입술까지 타고 내려와 성산하의 오른 볼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지금도 좋았지만 눈을 뜨고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조금 재수 없었지만 성산하는 그게 더 나았다.

입술을 달싹이다 그대로 고개를 내려 성산하에게 입 맞췄다. 차가운 온도에 놀라기도 잠시, 혀로 입술을 가르며 들어가자 천천히 입이 열렸다. 촉촉하고 조금 차가운 혀와 혀끝이 맞닿았다. 등줄기에 오싹 소름이 돋았지만 놈이 정말 정상이 아니라는 게 느껴져 몸을 더 아래로 내려 깊이 입 맞췄다. 잠결에 움직이는 건지, 전만큼은 아니지만 성산하 역시 느릿하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정신없이 나를 몰아붙이던 놈이 마냥 순순히 나를 따르기만 하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조금 심장이 뛰었다.

‘일어나, 일어나. 성산하. 너 안 일어나면…….’

정화라는 거, 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다. 가이딩을 할 때처럼, 무언가 다른 감각이 있을까 싶어 눈을 질끈 감고 혀를 섞었지만…. 모르겠다. 키스도 좋아서 어깨가 움찔거리는데 해 본 적도 없는 정화가 뭔지 어떻게 알아.

느릿하게 움직이며 휘감는 너른 혀가 기분 좋아 바로 떨어질 수가 없었다.

정화가 안 되는 거라면, 이제 그만둬야 하는데. 충분히 실험해 봤으니 이제 그만…….

그때, 귀로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꿈인가.”

낮게 가라앉아 조금 갈라진 목소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돋은 소름에 눈앞이 하얘질 지경이었다.

촉.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뜨거운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찬 기운에 젖은 입술이 빠르게 마르기 시작했다. 꾹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나른하게 바라보는 옅은 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 혹시 죽었나? 여긴 천국?”

“성… 산하. 그러니까 이건…….”

“기왕 죽은 거라면, 하던 거 마저 해 줬으면 좋겠는데.”

티셔츠 아래를 파고든 손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바짝 굳어 눈을 크게 뜨는데 몸을 일으키려던 놈이 뭔가에 막혔는지 불편하게 어깨를 비틀었다. 시선을 내린 놈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이건 또 무슨 플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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