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엑스트라 파업 선언-175화 (175/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175.

식사가 끝나고 다들 돌아가자마자 성산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일이 있는 건지 성산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끊고 인도 탑에 관한 글들을 찾아봤다.

「탑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 거대 발자국. 신비로운 자연의…….」

「현재 인도 근황.jpg」

「인도 뭄바이로 몰리는 헌터들. 항공권 가격 400% 폭등」

거의 모든 게시글에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항공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아무거나 클릭해 들어가자 빌딩들 한가운데 찍힌 산 만큼 거대한 발자국 사진이 나왔다. 인간의 발자국과 비슷해 보였다.

“…자연적으로 생긴 거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게다가 탑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던전은 그대로 남아 여전히 새로운 던전 생태계를 보이고 있었다.

찜찜한 마음으로 ‘인도 탑 제물’, ‘인도 탑 성좌’ 등을 검색했으나 탑을 어떻게 사라지게 만든 건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안세윤(52) : 갑자기 생겼으니까, 더 불안한 마음이 있었죠. 게다가 우리나라만 두 개였잖아요.]

[진유리(28) : 인도의 탑이 사라져서 다행이에요. 우리나라의 탑들도 곧 사라질 거라고 믿어요.]

[한재석(17) : 탑이요? 아 몰라요. 상관없어요. 우린 제주 탑 때문에 수학여행도 취소됐는데, 1학년 애들은 그럼 가만히 앉아서 꿀…….]

[네. 이처럼 인도 뭄바이의 탑이 해금됨에 따라 국민들 역시 남산과 제주, 두 곳의 탑이 사라질 거란 믿음과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21일. 인도 헌터 협회 IHS가 공식 기자회견을 예고함에 따라…….]

***

“의진 님. 안녕히 계세요!”

“응. 다음에 또 보자.”

양손 가득히 포션을 들고 떠나려는 헌터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이 새초롬한 눈으로 한숨 쉬며 답했다.

“이번에 성공한 게 기적이라구요. 티켓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SNS 계정이라도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라도 의진 님 소식 듣고 싶어요!”

“어엉? 그건…….”

함께 온 친구까지 합세해 말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아까부터 기다리던 손님이었다.

“의진 님. 혹시 이 포션 좀 물어봐도 될까요?”

“응. 잠깐만….”

“어서 오세요! 아, 벌써 두 시 반 타임이……. 잠시만요. 의진 님!”

공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계산을 돕던 수철이가 후다닥 달려 나갔다. 다음 타임 손님들까지 들어오자 공방이 한층 더 북적였다.

정신없이 응대를 하던 중 새로 공방으로 들어오는 얼굴이 눈에 걸려 문 쪽을 돌아봤다.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오는 얼굴은 분명 효영과 이재아였다.

하던 일을 마치고 후다닥 그쪽으로 달려갔다. 나와 마주친 둘이 눈을 크게 뜨고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의진 님.”

“여긴 어쩐 일이야?”

“의진 님 한번 찾아뵙고 싶어서 방문했어요.”

명단을 확인해 보니 둘의 이름이 있었다.

“티켓팅해서 온 거야? 연락하지.”

“그게,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뭐, 알겠어. 오늘 이게 마지막 타임이니까 삼십 분만 기다려.”

둘을 사무실로 먼저 올려보낸 뒤 다른 손님들을 먼저 찾아갔다. 마지막 손님까지 공방을 나간 후 승연이가 나를 돌아봤다.

“의진 님.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 먼저 올라가 보세요.”

“응. 알겠어.”

사무실로 들어가자 효영과 재아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앉으라며 손을 까딱이곤 나도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내 공방에서 보니까 반갑다. 잘 지냈지?”

“네에. 그날 구해 주신 것 감사하단 인사드릴 틈도 없어서 따로 찾아뵈야겠다 생각했어요.”

“아아, 그때…….”

상황이 좆같긴 했지. 녹스랑 합류해서 도망치려다 태제헌 새끼한테 묶여 끌려가던 기억을 회상하자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효영이 옆에서 커다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약소하지만, 이거……. 저희 집 근처에 구움과자 전문점이 있는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가게 분들이랑 나눠 드시라고 가장 큰 걸로 사 왔어요.”

“고마워. 나 디저트 좋아하는데.”

양팔로 끌어안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봉투를 받아 들었다. 온 김에 포션 필요한 거 있냐고 물으려는데 이재아와 효영이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서로를 콕콕 찌르며 말을 미루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다 툭 물었다.

“인사만 하러 온 거 아니지. 말해. 뭔데.”

효영과 이재아가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질 것 같다. 냉장고에서 사과 주스를 꺼내 둘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도 궁금한 거 있어. 왜 인터뷰 안 한 거야? 천랑이랑 녹스가 협박하던?”

“네, 네?”

***

[뉴스] 속보/ 인도 IHS 탑 관련 기자회견 시작 +현지라이브임. 자막없음 (547)

[잡담] 뭐라는거야? 인도말 아는사람 해석좀ㅈㅂ (2)

[잡담] 기자회견에 이거 미스틱 아닌가? (34)

[호외] IHS 기자회견 내용 대충 정리해봤습니다.

전공 놓은지 오래돼서 부정확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합니다….

가장 처음으로 인도 헌터 협회(IHS)는 세계 최초로 탑을 클리어하며 사라지게 만든 자국의 헌터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한 정보를 독점할 수도 있지만 ‘Tower’는 범국가적 재난이기에 기자회견을 통해 정보를 공개한다고 했죠.

이하로는 제가 나름대로 정리해본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하나. 탑을 오르는 헌터들은 언젠가 ‘닫힘’에 다다른다고 합니다.

-> 위험이라는 은유적인 의미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문이 닫혔다는 것인지는 잘..;;

둘. ‘닫힘’을 열기 위해서는 ‘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역시 아이템을 말하는 건지, 스킬을 말하는 건지 자세한 건 밝히지 않았습니다.(제 능력 부족일지도요 ^^;)

셋. ‘닫힘’이 열리면 나오는 공간, 그 곳이 탑의 마지막 층이며 ‘제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하동문, 제물이 뭔지 밝히지 않음. -둘- 에서 ‘별’과 혼동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저 외에 아시는 분 첨언 부탁드립니다.

넷. ‘제물’을 바치면 탑이 사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정보는 여기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지금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는 건 아무래도 해석이 어렵네요.

아, 하나 제물을 어떻게 찾냐는 말에 이미 당신들에겐 지도가 있다며 제물은 ‘엑스트라’급 이라고 했습니다.

댓글 (746)

-뭐라고 하는지 존나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 근데 여전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갰는건 나뿐?

└ 저도 모르겟워요

└ 3333333

└ 밑에 누가 해석해놓음

-혹시 저희 교수님이세요? 말투가 소름돋게 똑같은데

└ ㄱㅆ/칭찬이겠지요. ^^ 교단에 서진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엑스트라급이라고요? ㄹㅇ?

└ ㅇㅇ 엑스트라라는 말이 나오긴 했음

└ EX급이 실존하는 등급이었어?? ⊙o⊙)

-틀린 부분이 많네요. 대충만 짚어보자면 ‘닫힘’이 아니라 앞뒤 맥락을 고려하여 ‘막다른 길’이라고 해석하셔야 하며 ‘별’이 아니라 정확하게 ‘성좌’를 뜻합니다. 저 역시 성좌와 제물이 같은 의미로 보입니다.

└ ㄱㅆ/ 첨언 감사합니다^^;;;;

└ 성좌가 뭔데요? 아이템임??

└ ㄷㅆ/ 검색만 해도 나옵니다만. 성좌 : 1. 천문별의 위치를 정하기 위하여 밝은 별을 중심으로 천구(天球)를 몇 부분으로 나눈 것.

└ 아 ㄳㄳ 그런데 천구를 몇 부분으로 나눴다는게 무슨 뜻인가요?

└ ㄷㅆ/……. 답변 안 하겠습니다.

└ 첫댓아 걍 별자리란 소리다

└ 갑자기 웬 별자리? 미공개 아이템 칭하는 것 같은데…….

[뉴스] 미국, 긴급 발표. “이미 성좌 확보 완료. 이번 진입에 탑 해금할 것.” (803)

[호외] 현재 한국 탑 진입 상황. 제주 19층(플릭有) 남산 33층(플릭無) (277)

[잡담] 엑스트라급 아이템이 뭘까? EX급에 대해 들은 거 있는 사람 (18)

[뉴스] 미국에 이어 일본, 영국까지 “성좌 소재지 파악 완료. 확보 계획 중…….” (1297)

[잡담] 우리나란 뭐함? 플릭은 제일 처음 성공해놓고 추월 신나게 당하네 (6)

[잡담] 경식아 발표 안하고 안하고 뭐하냐 자냐 (37)

[잡담] 여친이 헌협에서 일하는데 헌협 현재 상황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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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뉴스에 성좌검색하다찾았는데 이거뭐냐? 강의진이 가지고있다는데?

성좌 검색했는데 죄다 삭제된 게시글이라고 뜨는거야. 애초에 없었으면 모를까 오기 생겨서 찾아보는데 외국계 뉴스가 하나 남아있어서 들어가봤더니

https://www.hunterone.com/2nnn0830/today/52837

해석본이라 좀 어색한데 여기 아래에서 셋째 줄보ㅑㅏ봐

「포션 마스터 강의진은 두 개의 성좌를 보유해 탑 소유국 회의에서…….」

댓글 (3061)

-링크 없는 게시글이라고 뜨는데?

└ ㄱㅆ/ 진짜??

└ 와 ㅅㅂ 첫댓부터 튕기는게 가능함?

└ 나도 위에서부터 읽고 있었는데 튕겼어ㅠ 밑에부터 읽을걸

-전문 캡쳐본 없어?

└ ㄱㅆ/ 없지; 이렇게 빨리 삭제될 줄은 몰랐지;

-누가 강의진한테 좀 물어보고 와라

└ 존나 빠르네 공방에 전화했느데 통화중ㅋㅋㅋ

└ 강의진 공방이 놀이방이냐? 거기 일반인 전화 안받아 멍청아ㅋㅋ 걍 회선 돌려진거임

[잡담] ㅅㅂ 뉴스 전문 찾음!!!!!!!!!!!

강의진 팬카페 검글링 해서 찾음. 여기 기사 스크랩 존나 많아서 증거도 존나 많아 강의진이 가지고 있는 거 맞는듯

「포션 마스터 강의진은 두 개의 성좌를 보유해 탑 소유국 회의에서…….」

「성좌 두 개를 소유한 강의진은…….」

「강의진은 성좌 두 개의 주인으로…….」

「성좌 강의진은…….」

댓글 (1996)

-일단 캡쳐 완료

└ ㅋㅋㅋㅋㅋㅋㅋ나도 했는데

└ 222

-누군진 몰라도 또 삭제해봐라 캡쳐 9384923804장 남았죠?

-어디는 성좌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어디는 강의진이 성좌라고 나와있네

└ 자동해석써서 그런 거 아님? 대부분 외국 기사라 자동해석쓰면 오류나

└ ㄷㅆ/ 그런가봐

-‘성좌 강의진’ 볼수록 웃기넼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이 성좌일수가

***

“……이거 넣으면…. 끝!”

눈 보호용 고글을 벗으며 벌떡 일어났다. 승연이와 수철이의 시선이 따라왔다. 손에 잡힌 포션 병을 내밀며 외쳤다.

“엘프목 전용 특제 영양제다! 이거면 엘프목도 무럭무럭 자랄 거야!”

예쁘게 반짝이는 노란 빛 액체가 찰랑였다. 수철이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구 박수 쳤다.

“정말 만들 수 있을 줄 몰랐는데!! 이거 엘프목한테 뿌리면 됩니까?”

“물이랑 99:1로 희석해서 한 달에 한 번씩만 뿌리면 돼.”

요새 손님이 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위협을 막았던 것인지, 엘프목이 힘이 없어 보여 수철이가 내게 부탁했다. 혹시 엘프목에게 힐링 포션을 줘도 되냐고.

일반 식물이 아니라 영양제가 전혀 듣지 않는다는 소리에 특별히 엘프목만을 위한 특제 포션을 만들었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새로운 포션 개발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산뜻한 마음으로 뒷정리를 하는데 위에서 수철이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악!!”

승연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위로 올라갔다.

“수철아! 무슨 일이야!”

정원으로 나간 우리는 말을 잃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엘프목이, 안 그래도 커다란 엘프목의 줄기가 꿈틀대며 팽창하고 있었다. 가지는 한없이 길게 늘어지고 무성해지는 이파리 사이로 꽃이 빠르게 피었다 지며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나서야 엘프목은 벌크업을 멈췄다.

수철이가 울상인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사, 사장님 죄송합니다.”

“얼, 얼마나… 준 거냐…….”

“9:1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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