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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203화 (203/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203.

주호현의 웃음을 보자 긴장한 몸에 힘이 풀렸다. 그제야 마음이 놓여 내 자존심을 짓밟은 저 놈들 욕을 하려는데 주호현과 내 사이에 빛나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던전 클리어 보상을 지급하세요.」

“어어?”

상태창 뒤로 보이는 화면 속의 성산하의 앞에도 역시 빛나는 무언가가 펼쳐져 있었다. 당황해 이것저것 만져 보는 우리와 달리 다른 성좌들은 마냥 흥미로운 얼굴이었다.

“하긴 첫 클리어를 했다면 무릇 합당한 보상이 필요한 법이지.”

“이런 시스템이었나. 우리가 보상을 지급한다니 신기한걸.”

“아이템 중 하나를 줘야 하는 건가? 카스토르! 일단 아무거나 줘 버려!”

던전 클리어 보상이라니. 그런 것도 설정해야 하는구나.

새로이 깨닫고는 아이템 창을 열었다. 원래라면 중간층을 죄다 건너뛴 저 사기꾼들에게 던져 줄 것이라곤 존나 구린 아이템뿐이겠지만……. 그래도 성산하니까.

시간은 더 걸렸어도 놈은 마지막 층까지 깼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정당한 보상을 줘도 되는 거겠지!

‘어디 보자…. 고등급 무기랑, 특이한 기능이 있는 장신구들도 꽤 많고. 이 보석도 가공하면 꽤 괜찮을 텐데 말이지. 아! 내가 만든 포션도 좀 줄까?’

성좌가 된 내게는 그림의 떡이라 관심을 두지 않았던 아이템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신이 나 이것저것 아이템을 선텍하는데 옆에서 주호현이 내 팔을 잡아 흔들었다.

“의진아. 의진아!”

“어…. 어?”

“이걸 다 주려고?”

주호현의 부름에 정신을 차려보니 끝도 없이 늘어진 스크롤이 보였다.

이상하다? 조금 괜찮아 보이는 걸 골랐을 뿐인데 벌써 이만큼이라니.

“아무리 친하대도 너무 퍼 주는 거 아니니?”

놀리듯 타박하는 벨라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고른 거야. 여기서 다시 빼려고 했어.”

투덜대며 여덟 개의 아이템만 남기고 다른 것들은 모두 제외했다. 아까부터 시스템창이 빨리 고르라는 듯 깜빡이고 있었기에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주호현의 확인까지 받은 후에 확인 버튼을 눌렀다.

성산하의 반응이 궁금해 곧바로 던전을 비추는 화면 앞으로 가 앉으려는데 주호현이 급히 나를 잡았다.

“의진아, 이거 뭔가 이상해.”

“뭐가?”

! ERROR !

클리어 등급에 적합하지 않은 보상입니다.

등급에 적합한 보상을 지급하세요.

남은 시간 : 100

등급에 적합하지 않은 보상이라고 오류 메세지가 떠 있었다. 설마 너무 좋은 것들만 줘서 그런가 싶어 상세 내역을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30s 이상의 던전을 5일 만에 격파했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업적입니다.」

「등급에 적합한 보상을 지급하세요.」

“씨발! 중간에 10층을 스킵했다고! 저거 다 사기야!”

“어떻게 해야…….”

「남은 시간 : 42」

시스템 새끼가 놀리듯 카운트다운을 했다. 시간이 줄어드는 게 보였지만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제일 좋은 것들로만 채워 줬는데도 부족하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거 뭐, 어떻게……. 무슨 방법 없어?”

“우리도 잘 모르지. 이런 일이 있었어야 말이야.”

“너무 걱정 말게.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큼큼, 돌아가자마자 던전을 손봐야겠군.”

성좌들을 돌아보며 물었지만 다들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결국 남은 시간이 0이 되어 버리고 시스템창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덟 개의 아이템 중 무기 아이템이었던 세 개가 빠지고 그 자리에 내 포션이 두 칸 채워졌다. 함께 보던 주호현이 중얼거렸다.

“저 무기들 보다 네 포션이 가치 있다는 말인가 봐.”

그 말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방금 전까지 짜증 났는데, 이제 보니 보는 눈이 있잖아?

「던전 주인의 지급 포기로 도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도전자가 직접 보상을 선택합니다.」

‘포기는 무슨, 제멋대로 튕겨 냈으면서.’

우리의 시스템창이 아이템 목록으로 변하며 성산하에게도 다른 시스템창이 떴다. 놈의 고민하는 듯한 뒷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나와 주호현의 시스템창이 일정한 텀을 두고 한 장, 한 장 넘어갔다. 지켜보던 성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걸 직접 고르게 하다니.”

“뭔가 까발려진 것처럼 창피한 기분이 들지 않아? 내 던전은 절대 털리지 말아야지.”

“보고를 열어 준 거나 다름없으니 당연하지.”

“에이, 보고라기엔 아이템들이 좀 비루하잖아요.”

“다 들리거든…….”

어금니를 깨물고 말하자 다들 내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아쿠벤스의 말대로 아직 던전의 등급이 낮아 직접 선택한대도 딱히 엄청난 대박이랄 건 없었다.

‘뭘 고르려나.’

건조한 눈으로 지켜보는데 분명 마지막 페이지였던 것이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눈을 반짝이는 열 개의 몬스터 알이 나타났다. 그걸 본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저게 어떻게!!”

“알이잖아……?”

“이봐 카스토르,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쏟아지는 질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 알들은 주호현과 다른 성좌들 몰래 부화시키던 것들이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몬스터로, 성장만 시킨다면 우리 던전 인기도를 팍팍 올려 줄 내 자산이라고! 벌써 이름까지 정해 놨단 말이다!

‘구름이!! 룬, 루트! 그리고 나머지들아!!’

몬스터의 부화는 던전 관리자의 특권과도 같은 거다. 빠른 성장을 도울 포션까지 이미 다 만들어 둔 상태였는데. 초조하게 주먹을 쥐었다.

‘어차피 성산하는 몬스터에 관심이 없…….’

“이건 아니지! 내가 키우려고 했던 건데!!”

전과 달리 오래 머문다 싶더라니 화면 속 성산하가 손을 뻗자 하얀 알이 선택된 듯이 반짝였다. 하필이면 ‘구름이’ 알이었다! 그대로 달려가 시스템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반투명한 시스템창을 뚫고 들어간 손에 둥그런 알이 쥐어졌다.

“의진아!!”

“썅! 내 거라고!!”

반대편에서 무형의 힘이 느껴졌다. 점점 알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손아귀에 더 힘을 줬다. 잡아당겼다, 끌려갔다를 반복하며 손목 언저리에 감돌던 경계가 점차 팔꿈치와 어깨까지 올라왔다. 주호현이 놀라 나를 붙잡았다.

“그냥 놔! 이러다 빠져 버리겠어!”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돼. 뭐가 달라지겠어? 일단 나 좀 잡아 봐!!”

“위험하다고!!”

주호현이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하지만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끌려가자 성좌들이 달려와 줄줄이 매달렸다.

“그냥 놓게, 카스토르!”

“저 바보! 고집은……!”

“그런데 카스토르 말이 맞아요. 여기서 뭐, 더 죽기야 하겠어요? 차라리 시스템창 내부는 어떨지 카스토르가 다녀와서 얘기해 주는 편이 어떨…….”

“아쿠벤스! 닥치고 붙잡기나 해!”

미끄러질 것 같았던 알이 다시 손에 잡혔다.

‘됐다!!’

온 힘을 다해 팔을 빼내자 잡아당기던 힘에 의해 성좌들이 우당탕 뒤로 넘어갔다.

“아이고 아이고…….”

“무거워!!”

“카스토르, 알은 잡았어?”

“당연하지!”

알을 쥔 손을 높이 들며 환히 웃었다. 그런데 나를 보는 성좌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카, 스토르……. 너 손이…….”

“응?”

위를 올려다보자 알을 쥔 손이 하얗게 빛나며 형체가 흐려지고 있었다.

“어어? 이거 뭐야.”

“의진아!!”

“폴룩스! 가까이 가지 말게!”

“씨발, 이거 뭐야?”

화들짝 놀라 알을 떨어트렸다. 그러나 발치에 떨어진 알도, 내 손도 이미 형체를 잃고 빛이 된 후였다. 순식간에 몸을 집어삼킨 빛이 번지며 시야를 뒤덮었다.

두 눈에 마지막으로 담긴 것은 경악한 성좌들의 표정과 내게 달려오는 주호현의 모습이었다.

“의진아!!”

좆됐다는 예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단단한 무언가가 풀썩 떨어지는 몸을 안정적이게 받아 안았다.

‘주호현인가? 씨이…. 이번에는 진짜 혼나겠다.’

눈치 보며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러나 주호현으로 예상한 시야에 가득 찬 것은 한껏 찌푸린 표정의 잘생긴 얼굴이었다.

‘서, 성산하? 성산하!!’

“아울!”

반가움에 크게 성산하의 이름을 불렀지만 귓가에 들린 것은 웬 개가 짖는 소리였다.

‘으엥?’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주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앓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려 버둥대자 표정을 구긴 성산하가 내 목덜미를 잡아 홱 던져 버렸다.

‘으아아악!!’

바닥에 떨어져 뒹구니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성산하 저 개새끼가.

“끼잉, 낑…….”

아까부터 너무 가까이에서 들리는 낑낑대는 소리가 거슬렸다. 그보다 만나자마자 나를 집어던진 성산하에게 따지기 위해 벌떡 일어났는데……. 뭔가 달랐다. 땅이 너무 가깝다.

고개를 갸웃하며 위로 시선을 들자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아니 존나- 존나 커진 사람들이 보였다!

‘뭐야! 씨발, 이 거인들은??’

“아울! 아우워울!!”

“세상에! 세상에! 너무 귀여워!!”

“우리가 데려가서 키워요. 네?”

뭔 헛소리들이지? 표정을 파삭 구기고 성산하를 보자 놈은 저 뒤에서 소중히 포션들을 챙기는 중이었다.

“이건 분명히 의진이의 포션이야”

“당장 주위를 수색해 보겠습니다.”

‘성산하! 씨발, 너!!’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사람 무시도 유분수지, 머리끝까지 화가 나 놈에게 달려가는데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폴룩스] : 의진아! 너 대체 몸이 어떻게 된 거야?

[카스토르] : 뭔가 오류가 생겨서 던전으로 떨어진 것 같아.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될지 몰라. 시간이 없어. 금방 연락할게.

대화창을 휙 날려 버리고 성산하에게 가려는데 벨라의 메세지가 다시 날아왔다.

[벨라] : 의진! 네 모습을 봐!! 개가 됐잖아!!

다들 무슨 헛소리야?

짜증스럽게 고개를 내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내 잘 빠진 몸이 보여야 할 시야엔 복슬복슬한 두 발뿐이었다.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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