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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207화 (207/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207.

구름이에 대한 얘기라니, 이건 무조건 들어야 한다! 어쩌면 구름이가 왜 쓰러졌는지 알게 될 수도 있다.

들을 준비를 하는데 성산하가 갑자기 데리고 나가라는 듯 나를 번쩍 들어 이초에게 건넸다.

“잠깐 바깥 산책이나 하고 있어.”

“왕왕! 아우우.”

‘나도 들을래! 나도 들을 거야!!’

눈앞에 두고 쫓겨날 순 없었다. 성산하의 품에 파고들며 버티자 제로가 웃으며 말했다.

“주인이랑 떨어지기 싫은가 본데 그냥 두시죠. 저희는 상관없습니다만.”

결국 남는 데 성공한 나는 성산하의 무릎에 자리하고는 넷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알게디와 알레샤의 준비가 끝났어. 이번 주 내로 둘 다 던전에 진입할 거다.”

“이번엔 같이 가진 않으시나 봅니다.”

“O9 내의 협력도 긴밀하고 루틴과 공식도 어느정 도 알려져 이제는 산하 님께서 직접 갈 필요는 없습니다.”

제로의 물음에 이초가 대신 답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성산하가 입을 열었다.

“미국과 일본이 O9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던전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었겠지.”

“그럼요. 상황은 별로 좋지 않던데요.”

“극비로 진행해 정보를 얻기 힘들었을 텐데 아주 잘 알고 있군.”

“후후후. 영업 비밀이라. 그나저나 사상자 비율이 일반적인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던데…… 기형 몬스터가 나타난단 말이 정말입니까?”

제로가 목소리를 죽이고 물었다. 청이의 눈도 빛났다.

‘죽기 전에는 O4였는데 언제 O9이 된 거지, 빠진 둘은 미국이랑 일본인 건가.’

그나저나 기형 몬스터라니……. 하나 짐작 가는 건 있었다. 예전에 주호현이 제물을 바친 던전의 마지막 층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의 힘을 받은 것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었지. 일본과 미국의 던전에 그것들이 풀려나는 거라면…….

나도 모르게 떨었는지 성산하가 부들거리는 몸을 달래듯 쓰다듬었다.

“사실이야. 이 사실이 바깥에 알려지면 큰 혼란이 생길 거다.”

“오래 숨길 순 없을 텐데.”

“시간문제라고 봐야지. 그보다 호주와 캐나다의 탑까지 사라지면 남은 건 제주 하나야.”

“온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겠네요. 기형 몬스터 소식이 알려지면 어떻게든 없애려 들 거고요.”

또다시 시위 시작인가. 태평하게 중얼거리는 제로를 노려본 청이가 성산하를 향해 말했다.

“하말을 바칠 생각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흐음,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수를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죠. 이번에 호주와 캐나다를 가지 않기로 결정하신 것 역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그런 것 아닙니까?

제로의 말에 성산하와 청이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 성산하를 본 제로가 뜻 모를 웃음을 흘렸다.

“그럼 차라리 이건 어떠십니까? 최근에 극비리에 접한 정보가 있는데 바로 폰투스…….”

띠링!

[주벤엘게누비] : 아, 됐다. 됐어!

[아쿠벤스] : 아- 아- 카스토르 들려어? 들리나?

[루크바트] : 음……. 역시.

[아쿠벤스] : 안 되잖아. 할배 설레발은 못 말린다니까.

[폴룩스] : 아직 안 된 것 같습니다.

“웡?”

제로의 말에 집중하려던 찰나 알림음과 함께 갑자기 눈앞에 뜬 상태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폴룩스] : 아직 안 된 것 같습니다.

[카스토르] : 뭐야. 이거 어떻게 한 거야?

[폴룩스] : 의진아!

[주벤엘게누비] : 내가 뭐랬나! 됐잖아!

[아쿠벤스] : 카스토르. 너 괜찮아? 살아 있어?

[스피카] : 의진, 대체 어디야. 네가 없으니 너무 쓸쓸해.

[카스토르] : 나 예전에 내가 살던 공방이야.

[레굴루스] : 네 정체를 밝힌 건가?

[카스토르] : 아니. 그건 밝힐 생각 없어.

무슨 수를 쓴 건지 성좌들과의 대화창이 연결되어 있었다. 헤어진 지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보는 이들이 반가웠다.

한창 성좌들과의 대화에 정신을 팔다 뒤늦게 고개를 드니 이미 대화는 일단락된 후였다. 청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중이었고 성산하 역시 뭔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우리 쪽에서도 따로 알아보도록 하지.”

“나도 고려해 보겠다. 오늘은 이만 일어나야겠군.”

“월 워우?”

‘뭐야? 뭔데!! 폰투스가 뭐!’

당황해 성산하의 옷을 잡아당기며 두리번대자 제로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간다고 인사해 주는 건가요? 귀엽네요.”

“……글쎄. 그래 보이진 않는데.”

공방을 나가려던 청이가 누군가와 마주쳐 발을 멈췄다.

“어, 모두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가 방해한 건 아니죠?”

“아닙니다. 다 끝난 상태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문을 등지고 있는 성산하 탓에 볼 수가 없어 가슴팍을 타고 올라가 일어나자 어깨 너머로 크고 작은 사람들이 보였다.

‘다인 누나!! 하얀 누나! 다혜야, 하정아!!’

“월! 월월! 워우월웡월월!!”

뒤로는 수철이와 정혁도 있었다. 공방을 울리는 개 짖는 소리에 들어오던 이들이 눈을 크게 떴다.

“웬 짖는 소리가…?”

“룬이랑 루트 목소리는 아닌데, 누구…… 다혜야!!”

나와 눈이 마주친 다혜가 와다다 달려와 나를 올려다봤다.

“강아지다!! 길드장님 저도 안아 보면 안 돼요?”

“위험해서 안 돼.”

“강아지 아니라 몬스터라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하…….”

“저 일반인 아니고 각성자인데요!! 그리고 룬이랑 루트랑도 잘 지내는데요.”

“강아지, 예쁘다…….”

어느새 하정이까지 달려와 눈빛 공격을 해 댔다.

아무리 이 꼴이 되었다 한들 차마 애들 품에 안길 순 없다. 절대 보내지 말라고 찰싹 달라붙는데 나를 번쩍 든 성산하가 뒤를 돌아 하얀 누나에게 나를 건넸다.

“저, 저요?”

“새로 얻은 몬스터인데 공방에서 키우는 중입니다. 아직 새끼고 공격성은 보이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하얀 누나가 나를 조심스럽게 받아 안았다.

“정말 작고 가볍네요……. 네.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가실 때 그냥 공방에 두고 가면 됩니다.”

청이와 제로, 성산하와 이초가 모두 공방을 나갔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로 갈렸지만 익숙한 얼굴들에 편안함을 느꼈다.

정혁과 수철이 손에 들고 왔던 음식들을 테이블에 차려 내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아! 제가 불러올게요.”

일을 분담하는 게 모두 익숙한 걸 보니 자주 이렇게 만나 밥을 먹은 듯했다.

‘승연이 꼴이 말이 아니던데. 밥 굶지는 않겠네.’

고개를 들어 이 층으로 올라가는 수철이를 바라보는데 아래서 다혜와 하정이가 폴짝폴짝 뛰며 손을 뻗었다.

“강아지! 강아지!!”

“엄마 제가 안아 보면 안 돼요?”

힐끔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누나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나 다른 사람한테 절대 주지 마. 누나.’

다행히 성-누구누구와는 달리 하얀 누나는 내 뜻을 이해하고 나를 안은 채로 소파에 앉아 말했다.

“너희가 키가 작아서 이 몬스…. 강아지가 불안해할 거야. 내가 앉고 있을 테니 아기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줘.”

“네에.”

“네!!”

***

꼬맹이들이랑 한창 놀아 주다 지쳐서 잠에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어느덧 밤이었다. 길게 몸을 늘이며 기지개를 켰다.

‘이놈의 몸뚱어리, 잠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새끼라 그런 건가 머리만 대면 잠이 왔다. 사실 지금도 자라면 더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났더니 대화방에 쌓인 메세지들이 많았다. 귀찮아서 위로 가진 않고 바로 보이는 대화들만 읽었다.

[스피카] : 다시 돌아올 방법이 있긴 한 거야?

[루크바트] : 던전으로 다시 돌아오는 게 우선이지. 애초에 탑을 나가선 안 됐어.

[주벤엘게누비] : 카스토르 자네 돌아올 생각은 있는 건가?

[아쿠벤스] : 그게 무슨 말이야 할배. 당연히 돌아와야지! 카스토르가 빠져서 조디악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사달멜리크] : 하지만 보고 싶던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

[카스토르] : 무슨 말을 이렇게 많이 했어? 나야 당연히 돌아가지 멍청이들아!!

[스피카] : 의진, 우리가 한 말은 봤어?

대화창을 꺼 버리고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계단보다 훨씬 높았는데도 확실히 익숙해져서인지 몸을 쓰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룬이랑 루트는 자고 있으려나?’

그 자식들. 아까 다혜가 오자마자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거 다 봤다. 나 혼자 두고!!

놈들을 찾아 놀라게 해 줄 생각으로 발을 옮겼다. 의도적으로 숨소리까지 제한한 채 기척을 죽이자 나도 놀랄 정도로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S급 몬스터의 신체에 새삼 신기해하며 살금살금 걸었다.

이 층으로 올라가자 살짝 열린 내 방문이 보였다. 안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작게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가 쫑긋했다.

‘누구지? 승연이인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안을 들여다봤다. 내 방에 있던 사람은 승연이가 아닌 성산하였다. 예상 외로 혼자인 성산하는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아. 의진아.”

문틈 사이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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