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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212화 (212/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212.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 이걸 기억해 낸 내가 대견해 미칠 지경이었다. 꼬리가 붕붕 흔들렸다.

‘덩치는 작아졌어도 지능은 그대로인가 봐! 으하하!’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성좌들 사이로 주호현이 뒤늦게 반응했다.

[폴룩스] : 그걸 의진이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 뒀는데…….

[카스토르] : 당연히 뒤졌지. 바로 나오던데?

[폴룩스] : 아…….

[스피카] : 커플링이라니 정말 로맨틱해!

[알게디] : 그럼 카스토르가 폴룩스의 반지를 가진 채라서 성좌가 되었다는… 건가요?

[아쿠벤스] : 커플링이라면 하말이랑 나눠 꼈다는 것 아니야?

[주벤엘게누비] : 하말과 언약하고 카스토르가 지닌 반지라……. 이 정도면 영혼을 잡기에도 적합하지 않은가.

주벤 할배의 말이 맞다. 혹시 이게 답이 아닐 지라도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다. 그렇다면 류수윤의 반지가 있다면 구름이도…….

곧바로 주호현에게 류수윤의 반지가 어디 있냐고 묻자 잠시 후 답이 돌아왔다.

[폴룩스] : 반지는 수윤이 납골당 안에 있어.

***

다혜와 하정이 옥상으로 올라온 탓에 의진의 정신이 딴 곳으로 팔린 틈을 타 모여 있던 성좌들도 화면에서 눈을 돌렸다.

“이 방법이 맞다면 좋을 텐데.”

“뭐라도 찾아서 다행이지! 이제 하말을 올려보내고 카스토르도 올라오면 끝인 거네?”

“아직 두 개가 남아 있잖아.”

“그건 우리가 뭐 어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서로 대화하는 성좌들을 두고 호현이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벨라가 그를 따라 고갤 돌렸다.

“호현. 벌써 돌아가려고?”

“예. 먼저 가 보겠습니다.”

“카스토르가 곧 돌아올지도 몰라. 좀 더 있다 가지.”

“아닙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호현이 먼저 카스토르의 구역으로 돌아갔다. 다른 성좌들도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는 사이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던 알레샤가 작게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별의 소원이 뭐야?”

“응?”

“그게 뭐지?”

“그건…….”

성좌들에게선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왔다. 차근히 그를 둘러보던 알레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상태창에 별의 소원이라는 특수 스킬이 있던데. 나에게만 있는 건가?”

“아아- 그걸 말하는 거였어? 나도 있어.”

“뭐야, 무슨 상태창? 성좌들도 상태창이 있었어?”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 안 나오는군.”

“진짜네?!”

시끄러운 아쿠벤스와 성좌들을 뒤로하고 주벤엘게누비가 변명하듯 답했다.

“비활성화된 스킬이라 다들 신경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네. 사실 비활성화 되지 않은 스킬들도 사용할 일이 없지 않나.”

“……그렇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건가.”

주벤엘게누비의 물음에 알레샤는 카스토르를 비춘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고갤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마음에 걸려서.”

“별의 소원이 말인가?”

“이젠 방법을 찾았으니 되었어.”

알레샤는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우뚝 솟은 거대한 기둥들이 기암괴석들을 받치고 있는 어두운 신전, 로브를 쓴 이들이 다급히 중앙의 조각상을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유일신께 복종하라!』

『간절히 비옵니다! 부디 현신하시어 저놈들을… 크아아악!!』

그들 뒤를 바짝 따라붙은 보이지 않는 인영들이 있었다.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로브를 쓴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그 수가 많아 모두를 잡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큭, 저 녀석들. 조각상에 꿀 발라 놨나? 징그럽게도 저기로 가려고 애쓰네!”

“…조각상으로 가기 전에 모두 처리해야 할 텐데.”

“내가 처리할 테니. 뒤에서 엄호해.”

“너 혼자…?”

성산하의 말에 임단이 귀를 의심하며 옆을 돌아봤다.

“하지만 저 많은 놈들을 어떻게, 그냥 같이 가지? ……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훌쩍 날아가는 성산하의 뒷모습에 임단이 분통 터져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성산하가 날아간 곳에서부터 엄청난 굉음이 퍼지며 천장 높이 솟은 조각상이 그대로 반파됐다.

“저 미친놈……!”

부서지는 조각상의 모습을 본 폰투스 교단 신도들이 비명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천장을 받치고 있던 가장 큰 기둥인 조각상이 부서지자 신전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임단과 임청이 서둘러 뒤에 따라오던 헌터들을 대피시켰다.

“신전 밖으로 나가!!”

“길드장님은요?”

“무슨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해? 성산하야 알아서 나오겠지!”

무너지는 조각상을 건조한 눈으로 바라보던 성산하는 시선을 내려 아래를 훑었다. 자포자기한 듯 무릎 꿇고 쓰러지는 신도들 사이로 신전 바닥이 깊게 갈라지고 있었다. 특별한 게 없어 등을 돌려 떠나려던 성산하는 기단 아래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칫해 그곳으로 뛰어내렸다.

조각상을 받치고 있던 기단 아래의 땅에 두꺼운 책 한 권이 묻혀 있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붕괴하는 신전에 성산하는 급히 책만 빼어 들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청과 단이 의아하게 다가왔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옆에 그건 또 뭐야? 뭘 주워 온 거야?”

“이건…….”

뽀얗게 먼지가 쌓인 책 표지에 선명하게 그려진 것은 폰투스 교단과 그 주위를 두른 황도 십이궁의 문양이었다. 성산하가 망토 안으로 책을 숨기며 웃었다.

“그게 뭔데?”

“내가 지금까지 찾아 헤매던 것.”

***

“아우우우…….”

길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자 옆에서 룬과 루트, 수철이까지 연이어 따라 했다. 두 발을 겹쳐 베고 누워 창밖만 바라봤다.

하아, 고민이네. 고민이야.

류수윤의 반지가 납골당에 있다는 것과 그 위치까지는 주호현에게 들어서 알아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냐는 것이었다. 서울 내였다면 이 두 발로 어떻게든 해 봤을 텐데 납골당 위치는 무려 수원이었다. 길도 모르고 차도 못 타는데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냔 말이지. 며칠 동안 온갖 방법을 고민해 봤지만 답이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삭제 전처럼 건강을 회복한 엘프목도 이상하게 내 말을 안 들었다. 시험 삼아 밖에 한 걸음 내딛으려 하자 나를 다시 공방 안으로 튕겨 내는 게 아닌가!

“월! 월월!!”

‘야! 내게 네 주인이야! 이러는 게 어디 있어!’

파스스스…….

실컷 짖어 봐도 엘프목은 딴청 피우듯 가지를 돌려 나뭇잎만 흔들어 댔다.

[카스토르] : 나 아무래도 공방에 갇힌 것 같은데?

[레굴루스] : ……그걸 이제 알았나.

[주벤엘게누비] : 놀랍지도 않네만.

[아쿠벤스] : 너 처음 잡혀갔을 때부터 우리가 얘기했잖아!!

‘류수윤의 납골당에 어떻게 간담. 아무래도 승연이를 이용해야…. 아니, 승연이 요즘 분위기가 이상한데.’

다시 성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강의진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에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계산대로 움직일 사람이 필요했다.

못 미덥지만 수철이라도 이용해 볼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때 구원처럼 해외 일정을 마치고 성산하가 돌아왔다.

“월! 월월!! 왕!”

“잘 있었어?”

“우웡?”

반갑게 인사했지만 이상하게 성산하는 나를 안아 주지 않고 머리만 쓰다듬고 지나쳤다. 붕붕 흔들리던 꼬리가 점차 느려지다 멈췄다.

‘나를 보러 온 게 아니라고?’

함께 온 청이, 이초와 함께 승연이가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 버린 성산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따라가려 허둥지둥했다. 높은 책상이었지만 루트를 부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훌쩍 뛰어내렸다. 처음과는 다르게 힘이 붙은 다리 덕에 다치지 않고 수월히 뛰어내릴 수 있었다.

계단을 중간 정도 올라갔을 때 성산하, 이초, 청이, 승연이가 방에서 나왔다. 승연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자마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걸로 될까요…….”

“…을 깨우기 위해선 뭐라도 해 봐야지.”

“맞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위험도 감수해 봐야 합니다.”

“월! 월월!!”

‘야!! 뭘 가져가는 거야!!’

지금 구름이에게 포션을 먹이려는 거야? 그보다, 내 눈을 의심했다. 저건 ‘저주받은’ 속성의 재료들이잖아!!

정화의 기본은 일방향이다. 구름이가 저주받은 재료들을 정화할 수 있대도 저주받은- 재료가 구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른다는 말이다! 승연이 정도 되는 포션 메이커가 그걸 모를 리도 없는데!!

“깨어나길 빌어야지.”

“마지막 기회네요…….”

황급히 온몸을 써 계단을 타고 올랐다.

“월! 웡월! 월월!!”

‘이 미친놈들아! 멍청이들아 문 열어!!!’

문을 열라며 두드렸지만 무시라도 하듯 안에선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어떻게 했더라? 발톱에 힘이…. 마나 같은 힘이…….

전에 나도 모르게 스킬을 썼던 기억을 되짚어 힘의 흐름을 흉내 내듯 따라 하자 미약한 푸른 빛이 발톱에 감돌았다. 휘두른 발에 문 아래가 부서지고 곧바로 나는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구름이에게 뭔가를 먹이려는 연승연이 보였다.

“월월! 아우우울!!!”

‘연승연 이 멍청한 새끼야!!’

힘껏 도약해 연승연에게 달려들었다. 놀란 눈으로 기겁해 나를 바라보는 연승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워웅?”

나는 목덜미가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허공에 뜬 상태였다. 당황해 고개를 돌리는데 시야가 반 바퀴 돌아가며 방긋 웃는 성산하와 눈이 마주쳤다.

“잡았다. 우리 의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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