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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215화 (215/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215.

황당한 개소리에 입만 뻐끔댔다. 개소리를 직관한 성좌들 역시 당황했는지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아쿠벤스] : 와 쟤 머래냐 미쳤네?

[루크바트] : 완전 반동분자가 따로 없군!

[주벤엘게누비] : 미스틱 좋게 봤는데. 안 되겠구먼…….

[사달멜리크] : 이럴 줄 알았어. 난 저 자식 처음부터 별로였어.

[알게디] : 설마. 농담이겠죠?

[알레샤] : ……진심인 것 같은데.

[스피카] : 이건 곤란해, 의진. 아무리 너라도. :(

[레굴루스] : 미스틱보다, 네 의견이 궁금한데. 카스토르.

스피카와 레굴루스의 말에 멈칫했다. 뭐라고 해명을 해야 했지만 사실 할 말이 없었다. 성산하가 미친 게 내 탓이냐고!

‘아씨, 뭐라고 하지. 아니야, 성산하는…….’

난리가 난 채팅창을 힐끔거리는데 커다란 손이 다가와 눈앞을 가렸다. 갑자기 가려진 시선에 의아함도 잠시, 귓가에 닿은 속삭임에 몸이 굳었다.

“저번부터 생각했는데…. 뭐가 보이나 봐?”

“……별거 아닌데.”

“별거 아닌 거 뭐.”

잠시 거짓말할까 생각했지만 성산하와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코끝을 비비며 대답을 종용하는 놈을 보다 에라 모르겠다 입을 열었다.

“성좌들이랑 연락할 수 있어.”

“……거슬리는데.”

“응?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

말을 돌린 성산하가 그대로 몸을 기울이더니 나를 안은 채 깔고 누워 버렸다.

“무거워, 새꺄!!”

“네 꺼니까 견뎌.”

“이, 미친….”

어떻게 저런 천사 같은 얼굴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저딴 헛소리를 나불댈 수 있지? 또라이 새끼.

나도 모르게 성좌 채팅창으로 눈이 향하는데 성산하가 경고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 돌리지 마. 눈까지 가리긴 싫으니까.”

“……목줄 풀어 줘.”

이마 위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던 성산하는 못 들은 척 말을 돌렸다.

“류수윤 납골당에는 이틀 후에 가자. 그날 제로와 임청도 올 거니까.”

“그냥 내일 가면 안 돼? 너 괜히 나 감시하려고 그러지! 썅, 제로랑 청이는 어떻게 구워삶아선…….”

“감시라니.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감시 맞잖아. 요즘 일은 왜 안 나가는데? 허구한 날 나가던 외국은 왜 안 나가고 맨날 공방에 붙어 있냐고.”

도망도 못 가게. 뒷말을 삼키며 투덜대는데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뒀어.”

“역시 감…. 어? 뭐라고?”

“때려치웠다고. 길드장.”

때려치웠다고? 그럼 성산하가 더 이상 천랑 길드장이 아니라는 말이야?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천랑 길드장을 그만뒀다고? 왜?”

“너랑 매일 같이 있으려고.”

“미친 새끼야!!”

대형 길드의 길드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장 세계 유일의 S급 포션 마스터인 나조차도 길드를 만든다고 해서 대형 길드까지 키울 순 없다. 대형 길드는 막대한 자본력과 수준 높은 인력, 시간과 운, 타고난 운명까지 따라야 할 수 있는 거다!

당장 성산하와 태제헌만 보더라도 세습받은 것이니 말 다했지.

근데 그런 자리를 그만뒀다고? 그따위 말도 안 되는 게으른 이유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성산하가 상처받은 척 가증스러운 얼굴로 눈썹을 떨궜다.

“왜. 돈 많은 백수는 매력 없어?”

“지랄 말고 빨리 가서 복직시켜 달라고 빌어라. 권력도 없으면 우리 구름이는 어떻게 지켜.”

“온 힘 다해 보호하고 있었는데.”

“지랄. 구름이 쓰러진 거 내가 다 봤는데. ”

뾰족하게 쏘아붙이자 성산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흠… 좀 이르긴 하지만…. 보러 갈래?”

“뭘. 구름이?”

성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구름이를 보자는 게 의아했지만 이끄는 손을 따라 별말 없이 몸을 일으켰다.

함께 방에서 나온 우리는 구름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구름이는 침대 위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구름아. 나 왔어.”

습관대로 코 아래 손을 대 숨 쉬는 것을 확인하는데 여태껏 항상 지켜만 보던 성산하가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낸 성산하가 내게 그것을 쥐여 줬다.

“뭐야?”

손안에 잡히는 금속 재질에 의아하게 고개를 드니 성산하가 펼쳐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체인 가운데에는 작은 원형 로켓이 매달려 있었다. 홈을 누르자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이 활짝 열렸다. 그 사이에서 반짝이는 푸른 빛이 흘러나와 잠든 구름이에게로 향했다. 곧 구름이의 분홍빛 코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서, 성산하! 구름이……!”

“쉿.”

제게로 향하는 푸른 기운을 모조리 들이마시고도 한참을 더 킁킁대던 구름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나를 본 구름이가 벌떡 일어났다.

“미에에?”

“구름아!!!”

“메에에에!!”

동그랗고 까만 두 눈을 보자 감격이 치솟았다. 내게로 폴짝 뛰어오는 구름이를 받아 안자 비로소 그립던 구름이의 복슬복슬한 털과 따스한 묵직함이 품 안에 가득 찼다.

“구름아, 구름아. 괜찮아? 아픈 덴 없어? 배는 안 고프고?”

“메에, 메에에에에. 미에에에.”

“그래 나야. 의진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끊임없이 울어 대는 구름이를 안고 둥실거리다 성산하를 보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까 그 로켓은 뭐고?”

“성좌 지도에 하말이 뜨니 자꾸 귀찮은 일이 생겨서. 잠깐 재워 둔 거야.”

“미친. 냉혈한 새끼. 그래도 그렇지, 구름이를 강제로 동면시켜? 이제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구름이.”

“메에-”

“응. 복수해 줄까? 물어, 물어!”

피식 웃은 성산하는 창문으로 다가가 창밖을 내다봤다. 곧 커튼을 치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떠나기 전까지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도망이라든지.”

“누가 앤 줄 아냐?”

“메에에.”

***

“메에에에.”

등에 호신용 가방을 맨 구름이가 종종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로브를 걸쳐 빛나는 몸을 가린 나도 가벼운 어깨를 털다 로비로 향했다. 함께 가기로 한 청이와 제로도 이미 로비에 도착한 상태였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성산하가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있었냐?”

“응. 기다리고 있었지.”

“먼저 내려가지, 왜 여기서…….”

의아하게 묻는데 성산하가 돌연 훌쩍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입가에 닿았다 떨어지는 감촉에 눈을 감았다 한발 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씹…! 미친, 야!!”

한 발만 옆으로 갔어도 일 층에서 보였을 자리다!

입을 가린 채 길길이 날뛰는 날 두고 성산하가 등을 돌렸다.

“빨리 내려와.”

“이 씨발, 미친 새끼…. 시도 때도 없이…….”

짜증스레 입을 벅벅 닦으며 쿵쾅쿵쾅 계단을 내려갔다. 꾸벅 인사하는 청이 옆에 선 제로가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호오, 확실히 닮긴 했네요. 하지만 어떻게 믿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보단 차라리 아이템이나 연기라고 하는 편이…….”

왜 보자마자 개소리야? 성산하 탓에 한껏 성이 난 터라 옆에 놓여 있던 인형을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쥐어 던져 버렸다. 한 손으로 여유롭게 잡아낸 제로가 재수 없게 웃었다.

“후후후. 사장님 맞군요. 말로 하셔도 되는데.”

“꺼져.”

“그런데 뭐 잘못 드셨습니까? 몸이 꼭…. 인간 같지가 않네요.”

은테 안경 뒤 가느스름하게 눈웃음 지은 제로를 노려봤다. 저 새끼 다 알고 묻는 거다. 옆으로 다가온 구름이를 안아 들며 발을 뗐다.

“됐고, 빨리 가자.”

몬스터일 때나, 성좌화 되어 몰래 도망치려 했을 때에는 수원까지 대체 어떻게 갈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성산하를 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리무진에 편하게 앉아 구름이를 쓰다듬다 성산하가 이초와 얘기하는 것을 확인하고 몰래 대화창을 열었다.

[알레샤] : 반지를 찾는다면 선후관계가 어떻게 될까요. 유지 대신 성좌를 끼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아쿠벤스] : 일단 그 제단이라는 곳에 둘 다 데려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레굴루스] :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만은 아닐 텐데.

[주벤엘게누비] : 지금 하말의 납골당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맞겠지?

[사달멜리크] : 카스토르가 답이 없어.

[아쿠벤스] : 아오! 답답해!! 야- 카스토르! 좀 봐 봐!

[스피카] : 좀 참아, 의진. 애인한테 관리당하잖아.

[카스토르] : 누가 애인이야. 그런 거 아니거든.

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다들 모여서 헛소리들이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주호현은 보이지 않았다. 벨라 누나에게라도 따로 물어보려다 말았다.

‘됐다. 뭐, 또 혼자 석판 가서 땅굴 파고 있겠지.’

고개를 내젓고는 푸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원에 도착한 차는 어느 산어귀로 향했다. 머지않아 작은 납골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 멈추고 모두 자리에서 내렸다.

“……한적하네.”

“이런 곳에 성좌를 대신할 물건이 있다고요?”

의구심 섞인 목소리들을 들으며 복도를 걸었다.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류수윤의 유골함이 안치된 곳으로 향하자 넓은 공간이 나왔다.

“여깁니다.”

“여기서부턴 저희끼리만 보겠습니다.”

“아, 예.”

이초의 말에 관리인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누군가 다녀갔는지 앞에는 아직 싱싱한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그것을 치우고 유리로 된 창을 열자 안에 놓인 잡동사니들 사이에 아주 조그만 상자가 보였다.

‘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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