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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 외전-3화 (236/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외전 3.

얼떨떨하게 묻자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던 다인 누나가 따듯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 년 됐어요. 올봄에 결혼하기로 했고요.”

“미친, 정말이라고? 누나가 진명이랑…….”

또다시 ‘왜’라는 소리가 튀어 나갈 뻔했지만 옆에서 사람 좋게 허허 웃고 있는 진명이를 보고 꿀꺽 말을 삼켰다.

금붕어 똥 김진명이 결국……! 왠지 밥을 사 준다고 하더라니. 이런 소식을 알려 주려고 한 거였구나.

누나랑 진명이가 결혼을 한다니. 또다시 내가 모르는 시간의 공백이 모습을 보였다. 사진 속 행복하게 웃는 둘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축하해. 누나.”

“전 무엇보다도… 의진 님이 돌아오셔서 정말, 너무 기뻐요. 와서 축하해 주실 거죠?”

“당연하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저 멀리 앉아 있던 수철이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헉, 사장님! 그렇다면 저랑 축가 같이 하실래요?”

“축가? 노래를 부르자는 말이야?”

“네. 진명이 친구들이랑 같이 하기로 했는데 사장님도 같이 하면……. 흐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수철이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감돌았다. 옆에서 승연이가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의진 님. 절대 하지 마세요. 춤도 춘다는데, 안무가 되게 이상해요.”

아까부터 이상하게 몸을 꾸물대는 게 설마 춤이었나. 헌폴이 어쩌고, 팔로워가 어쩌고 하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중얼거린 채 실실 웃는 수철이를 보니 기분이 나빠져서 앞에 놓인 땅콩을 던져 버렸다.

“내가 미쳤냐? 절-대 안 해.”

***

진명이는 하얀 누나와 힘을 합쳐, 도매상을 넘어 대형 규모의 도매 허브를 설립한 데이지 스퀘어의 사장이 되었고, 임단은 원래 바쁜 몸이었다. 심지어 수철이까지 천랑 계열 길드의 헌터로 소속돼 있어 앞으로 언제 또 이렇게 모일지 모른다는 말에 공방으로 가 작게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다인아. 정말 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와! 케이크다!!”

“세상에,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어요. 초까지 부는 거예요?”

정원에서 꾸물대던 정혁과 하얀이 케이크를 들고 들어오자 다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일이 바빠 저녁 식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송아 누나까지 와서 로비가 굉장히 북적였다.

한참을 놀다 밤이 늦어 다혜와 하정이는 먼저 자러 갔다. 진명이가 나를 위해 지난 5년간의 데이지 스퀘어 창업기-를 빙자한 둘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지루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재밌었다. 진명이의 도매상이 월계나루의 토착 세력인 존문지회와 싸움이 붙어 수난을 당하고, 결국 이기고 난 후에도 놈들의 치사한 방해 공작이 이어졌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너무 분해 주먹을 꽉 쥐었을 정도였다!

“쓰레기 새끼들. 그딴 치졸한 짓을 해? 내가 봤으면 가만두지 않았을 건데! 지금이라도 가서 손봐 주자.”

“헤헤. 괜찮습니다. 사장님. 그래도 주위에서 많이들 도와주셨어요. 결국 저희가 이기기도 했고요.”

진명이는 겸손히 답했지만 옆에서 하얀 누나가 넌더리를 냈다.

“존문지회 지도부 중에 다인이를 좋아하던 놈이 있어서 더 징그럽게 달라붙은 거였더라고요. 예전부터 시비 걸고 다녀서 귀찮았다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늦게 알아서 너무 미안했지.”

“아니에요. 언니. 비각성자라 월계나루에서만 날뛰던 걸 언니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놈 얘기가 나오자 사람 좋게 웃던 진명이의 눈빛이 변하며 말했다.

“그분은 월계나루엔 다시 못 올 겁니다.”

해결이 잘됐다니 다행이지만 못내 아쉬웠다. 결혼식 때 선물이라도 크게 해 주자는 생각에 갖고 싶은 것 있냐 묻자 다인 누나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하하, 아니에요. 공방에서 하객 답례품도 맡아 해 주시는데 그걸로도 충분해요.”

“답례품? 그런 걸 했어?”

승연이를 바라보며 묻자 다람쥐처럼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마, 맞다. 답례품으로 포션을 주문하셨습니다.”

“그런 게 있으면 말을 했어야지.”

“내달 중순부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 말씀드리는 것을 깜빡…… 죄송합니다…….”

“누나. 어떤 거 주문했는데?”

“제가 직접 채집한 재료가 들어간 포션을 하객분들께 드리고 싶어요. 진명이 쪽에선 일반인들도 많이 와서 각성자용이랑 일반인용으로 두 종류 부탁 드렸어요.”

“비각성자들한테는 포션이 안 통하잖아?”

“요즘 비각성자들 사이에서 포션을 소장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기념품같이요. 어차피 사용하진 않을 테니 하급 힐링 포션에 포션병을 화려하게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의진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화려한 포션병이라니… 웩. 뭐, 알았어. 누나니까 해 줄게. 그럼 각성자용은?”

“아직 고민 중인데 요즘 헌터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인 던전이 남산과 제주니까, 그 지형에 알맞은…….”

다인 누나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승연이는 어느새 태블릿을 꺼내 메모까지 하기 시작했는데 포션 얘기가 길어지자 다들 티 나게 눈치를 줬다.

“의진 씨. 포션 얘기만 나오면 눈이 초롱초롱해져. 참 프로페셔널하다니까.”

“하아암. 대체 내가 파티에 와 있는 건지, 회의에 와 있는 건지.”

“재미없는 얘기 말고 술이나 마셔요!”

“저희 할아버지가 주신 술이 있는데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진명이가 술을 가져오겠다며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션 얘기가 얼마나 재밌는데!”

억울하게 외쳤지만 하얀 누나와 송아 누나에 의해 승연이와 나, 다인 누나는 각자 멀리 찢어져 앉아 더 이상 답례 포션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다.

널찍한 테이블에 머지않아 진명이네 할아버지가 아껴 뒀다는 양주들과 마법 재료로 담은 담금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소주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송아 누나가 양손에 병을 들고 신나게 흔들며 말했다.

“자- 각성자분들. 치사하게 해독 스킬 켜신 분 없으시죠? 패시브라 끄기 힘들면 말씀하세요. 여기 연승연 포션 메이커님이 만드신 디무 포션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디무 포션? 그게 뭔데?”

“아, 의진 씨는 처음이겠구나. 음주용 디톡스 무력화 포션이야. 줄여서 디무 포션!”

음주용 디톡스 무력화 포셔언? 뭐 그딴 웃기지도 않은 포션이……. 황당해 옆을 돌아보자 승연이는 이미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던 건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처음 겪는 단체 술판의 초입에 잠시 얼이 빠져 있는데 포션 한 병을 다 비운 승연이가 내게 작은 병 하나를 넌지시 건네며 속삭였다.

“의진 님. 이건 혹시나 해서 만들어 놓은 건데요. 디무 포션을 30퍼센트로 희석한 포션입니다. 편법이긴 하지만 의진 님은 아직 어리시니까 이걸 드시는 게…….”

“하! 웃기시네. 나도 술 마실 줄 알거든.”

어린애 취급에 울컥해 홧김에 디무 100% 포션을 털어 넣었다. 내가 가진 해독 스킬은 S급이기에 디무 100% 포션조차 해독하겠냐는 창이 떠올랐지만 그를 무시하자 이윽고 해독 스킬이 무력화되었다는 알람이 보였다. 그리고 술판이 시작됐다.

“으으…….”

얼마나 마셨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술에 취하다, 깨길 반복할 때마다 테이블에 깔린 술들이 사라져 갔다.

“전화, 누구 전화 벨 소리 들리지 않아?”

“수철이 축가 연습 중이잖아요. 저기서 나오는 노래 같은데.”

“아아. 그런가.”

수철이가 축가를 부른단 말에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시야에 늘어져 뒹구는 술병들이 가득했다. 순간 뇌가 휘청이는 느낌이 들어 확신했다. 아, 나 취했구나.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얼굴이 터질 듯 시뻘게져 이미 곯아떨어진 진명이와 그 옆에서 꺄르르 웃고 있는 백다인. 윤하얀과 송정혁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카운터 앞에서는 수철이가 노래를 크게 틀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대는 나의 루빈스툴라 원석, 그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 앞에 선 나는 S급 헌터도 부럽지 않아~ 우예에 당신만의 마스터 클래스으으-!!”

‘존나 시끄러워…….’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MR이 흐르는 티브이를 꺼 버리고 싶었지만……. 귀찮고 몸이 무거워 상상에 그쳤다. 인상을 찌푸리고 티브이만 노려보는데 안쪽에서 연승연이 양손에 파스타와 피자를 들고나왔다.

“안주, 안주 드세요….”

“또야? 제발 그만해! 배 터져 죽을 것 같다고!!”

“소화제 포션도 있습니다…….”

“아아악!!”

결국 제 앞에 놓인 파스타에 임단이 진저리를 치면서도 포크를 들었다.

“젠장. 주사가 왜 요리냐고. 맛이라도 없든가…….”

지하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 시선을 옮기자 윤하얀과 송정혁이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올라왔다.

“술 사 왔습니다!!”

그제야 둘이 부족한 술을 더 사러 나갔었단 것을 기억해 냈다.

‘하나, 둘, 넷, 넷, 일곱… 백… 천. 천 개를 언제 다 먹지…….’

정혁과 하얀이 봉지에서 꺼내는 술의 개수를 세다 미간을 좁히는데 안송아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의진 씨 술 꽤 하네? 아직 말짱해 보여.”

“당연하지.”

“뭐 이상한 수 쓴 거 아냐? 해독 포션 이런 거 마셨지. 너.”

“나 강의진이야. …내가 못 하는 게 어딨어. 난 내가 잘할 줄 알고 있었어.”

“사장님! 그럼 같이 축가… 분명 사장님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실 겁니다!!”

수철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필했다. 그러자 취해서 꾸벅대던 승연이가 벌떡 일어나 기겁하며 소리쳤다.

“안 돼…! 의진 님의 위신과 명예가… 안 돼!!”

“물론 하면 잘하겠지만, 하기 싫어. 안 해.”

“어우, 저 나르시시즘 어쩔 거야. 우리 청이 빨리 안화로 데려와야지 안 되겠어.”

“안 돼. 청이 내 거야.”

“웃기시네. 태어났을 때부터 내 거였거든? 넌 제로나 가지고 청이 좀 잘라 줘. 제발!!”

“싫어. 이번에 돌아오면 종신 계약할 거야.”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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