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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 외전-7화 (240/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외전 7.

가장 쉬운 방법은 전화로 고백하는거긴 해요>.<

에이, 내가 잘 몰라도 이건 거짓말인 거 안다. 멋없게 얼굴도 안 보고 고백하면 안 되지.

사람 많은 곳에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고백하면 진짜 백이면 백 감동의 눈물 줄줄 흘림 무조건 애인생김

짤막한 댓글을 보며 깊이 공감해 고개를 끄덕였다.

“서프라이즈…… 이건 좋다. 무조건 사람 많은 데서 멋있게 고백해야지.”

만우절 핑계로 떠보는거 추천! 그사람도 마음 있으면 받아주고 혹시 거절하더라도 넝담~ 하고 넘어가면 되거든

“쓰읍……. 이건 진짜야, 장난이야?”

잘 모르는 분야라 그런지 진실을 판별해 내기 위해선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최근 통화 내역에 들어가자 성산하로 가득한 목록 사이사이에 다른 이름들이 보였다.

다인 누나와 하얀 누나, 그리고 송아 누나, 셋 사이에서 고민하다 물렁한 송정혁이나 김진명이 영 미덥지 못해 송아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머지않아 누나가 전화를 받았다.

[의진 씨, 몸은 괜찮아? 어쩐 일이야?]

“응. 물어볼 게 있어서.”

[공방 일로? 무슨 문제 있어?]

“그건 아니고…. 공방은 완벽해. 그런데…….”

잠깐 말을 고르다 물었다.

“보통 고백은 어떻게 해?”

전화기 너머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퉁명스럽게 툭툭 책상을 치며 기다리고 있자니 겨우 웃음을 멈춘 누나가 능청스레 물었다.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졌을까?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도 있나 봐?]

“……뭐. 있어.”

[어제 일 때문에 그래? 그런데 고백하는 방법은 왜? 혹시 의진 씨가 하려고 그러는 거야?]

“응. 그런 셈이지.”

또다시 마구 웃던 누나가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의진 씨가 뭘 하든 좋아할 테지만, 구색 맞추기에는 아무래도 꽃이랑 반지가 좋지?]

꽃이랑 반지라…….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꽃이랑 반지? 알겠어.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아무래도 내가 천랑 본사 앞으로 찾아가는 게 좋겠지?”

[뭐, 뭐라구? 천랑 본사 앞에서?]

건너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업대에 앉아 재료를 분류하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다듬고, 끓는 냄비를 타지 않게 돌봐 가며 몇 시간이나 포션 제작에 몰두했다. 밖에서 이것저것 뜯어 먹으며 작은 동물들과 놀러 다니던 구름이도 지쳐 소파 위에서 잠든 지 오래였다.

미리 맞춰 둔 알람이 다섯 시를 알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작업에서 빠져나온 나는 뻐근한 눈을 비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작업이 끝난 내 앞에는 각기 다른 조그만 포션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곤히 자는 구름이를 돌아보곤 조용히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조금 걷자 눈앞에 넓게 펼쳐진 호수가 나타났다. 일이 바빠 일주일 만에 가는 길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동물들이 나를 보고는 놀라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순간 사라진 줄 알고 움찔했으나 가까이 다가가자 꽃과 나뭇잎 사이에 가려진 태제헌의 모습이 보였다.

태제헌이랑 풀꽃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꼴에 픽 웃음이 나왔다. 옆에 털썩 주저앉아 주머니에서 아까 만든 포션들을 꺼내며 태제헌에게 말했다.

“세 번째 애들이야. 이번엔 무려 유니콘의 눈물이 들어갔다고. 친밀도 쌓느라 제로랑 청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그러니까 그만 뻗대고 순순히 일어나시지.”

첫 번째 병을 열고 태제헌의 입술을 벌렸다. 포션을 흘려 넣기 위해서 기울이기만 하면 되는데 손이 누군가 잡아 세운 것처럼 우뚝 멈췄다. 태제헌을 살리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태제헌을 살리기 위해 포션을 만들다니.

“……빚을 갚는 것뿐이야. 네놈이 원하는 대로 해 주기 싫을 뿐이니까.”

내 손으로 죽겠다던 태제헌의 말을 방패 삼아 합리화하듯 중얼거리며 입술 사이로 포션을 흘려보냈다.

효과가 들길 기다리고 해독과 후처리까지 마쳤지만 태제헌이 눈을 뜨는 일은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포션도 마찬가지였다.

“의신의 손길.”

<태제헌 - 헌터>

-속성 : 어둠

-상태 : 심정지

-■■■■■■

-?????????????

-치사율 : ?????

<치료법>

►응급 : ????

►완치 : ????

여전히 까맣게 죽은 태제헌의 상태창에 입술을 깨물었다.

‘쉬울 리가 없지. 단번에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어.’

하지만 전혀 가닥이 잡히지 않는 문제에 머리가 무거웠다. 한참 동안 태제헌의 상태창을 보며 고민하는데 뒤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구름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구름이가 코를 씰룩이며 주위를 얼쩡대다 보란 듯이 태제헌의 다리를 가로질러 꾹꾹 밟고 지나갔다. 꼭 복수를 하는 것 같은 모습에 작게 웃다 태제헌의 배 위에서 점프를 하려는 모습에 다급히 잡아 품에 끌어안았다.

“안 돼! 구름이. 그러다 장기 터진다. 태제헌은 지금 반 시체라고.”

“…메.”

“나중에 살리면 그때 복수하자고. ……살릴 수 있겠지?”

구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냥 착한 모습에 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맞아. 성산하도 레저렉션으로 살렸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냐? 심지어 태제헌은 다 죽지도 않았어.”

“메에에에!!”

“그래! 나 강의진이야! 할 수 있다고! 질 순 없지!”

이건 포션 메이커와 힐러의 대결이나 다름없다.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구름이와 함께 다시금 열렬한 투지를 불살랐다.

오두막에 들러 정리를 마치고 선산을 나왔다. 나를 발견한 승연이가 후다닥 달려와 품에 든 재료들을 나눠 받았다.

“의진 님. 끝나셨나요?”

“응. 이초는 왔어?”

“아직 안 오셨습니다. 그보다 아까 진명이가 의진 님 주문이라고 물건을 두고 갔는데요.”

“정말? 어디 있어?”

“뒷문 앞에……. 의진 님!”

승연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다닥 달려 내려갔다. 상자를 여니 화려하게 반짝이는 꽃들이 한 묶음 들어 있었다. 상태 좋은 꽃들을 꺼내 살피다 인벤토리에 쏙 넣었다. 타이밍 좋게 보석 상점에서도 기다리던 연락이 와 후다닥 겉옷을 걸치며 말했다.

“승연아 나 잠깐 나갔다 온다. 이초 오면 연락해!”

“의진 님! 어디 가세요…!”

뒤늦게 내려온 승연이가 붙잡기 전에 훌쩍 지하 통로를 향해 달렸다.

이제 반지만 있으면 성산하랑 사귈 수 있다!

벌써부터 신이 나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

빨리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공방으로 돌아오니 이미 이초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초!”

“의진 님. 안녕하십니까.”

“늦어서 미안. 가빈 누나는?”

혼자인 모습에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이초가 고개를 저었다.

“외부 이슈로 급하게 이미지 수정이 필요해서 인터뷰 준비는 내일로 미룬다고 하더군요. 저는 다른 일로 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의진 님. 월영 보육원 기억하십니까?”

순간 들린 이름에 멈칫했다가 서서히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 보니 돌아와서 한 번도 애들에 대해 물은 적이 없었구나. 그동안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당연히 기억하지! 애들은 어떻게 지내? 오 년이나 지났으니 많이 컸겠다. 그치?”

막상 이야기를 듣자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묻는데 이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다들 많이 컸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의진 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요.”

“……어? 나를?”

“네. 사실 의진 님 돌아오셨단 소식 듣자마자 요청했다곤 하는데 전달이 늦어졌습니다. 의진 님께서 생명의 은인이잖습니까. 만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죠. 의진 님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일정을 잡겠습니다.”

애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이는 거부감에 당황하기도 잠시, 곧 얼굴이 굳는 이유를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태제헌을 살리는 포션을 만들다 온 나다. 태제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웃는 얼굴로 녀석들을 마주할 수 있을 리 없다.

이초의 시선을 피하며 웅얼거렸다.

“난… 바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겠죠? 혹시 의진 님께서 보고 싶어 하실까 봐 전해 드렸을 뿐입니다. 부담 갖진 마세요.”

“잘 지내고 있다면 그걸로 됐어. 만나는 건 나중에 해도 되는 거니까. 어차피 성산하가 잘 챙겨 줄 거 아냐. 그치?”

애들한텐 다정한 놈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흘린 말에 옆에서 장부를 정리하던 승연이의 표정이 이상한 거라도 본 듯 구겨졌다. 이초 역시 난감한 얼굴로 눈을 굴리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산하 님께선…… 보러 가지 않으셨습니다.”

“뭐? 한 번도?”

“하…핫. 물론 천랑에서 금전적인 지원은 부족함 없이 맡아 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지만…….”

성산하가 애들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니 이상했다. 그래도 다들 나름 친하지 않았었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공방 문이 열리며 성산하가 들어왔다.

“아, 산하 님.”

“……성산하.”

동시에 저를 돌아보는 모습에 성산하가 눈썹을 찡긋 올렸다.

“왜 그런 표정들이지? 욕하다 걸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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