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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파업 선언 외전-18화 (251/257)

엑스트라 파업 선언 외전 18.

이로써 포션 메이커와 힐러의 싸움이 동점이 된 거다! 당장이라도 성산하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그 전에 포션의 능력을 시험해 보는 게 먼저다.

오두막 문을 열고 나가자 영험한 기운을 느꼈는지 구름이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이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어? 저리 가! 거기 모종 심어 뒀단 말이야. 화단도 밟지 말고.”

대충 손을 휘저어 쫓아내며 마당을 가로질렀다. 구름이만 챙겨 호숫가로 향했지만 동물들이 뒤를 졸졸 따라왔다.

“메에에.”

“그래. 형님이 드디어 성공했다. 무려 신화급 포션이란다. 으하하하.”

“메. 미에에?”

“아직 바로 쓸 건 아니고……. 당장 깨울 순 없잖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일단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만 할 거야.”

“메.”

호숫가에 다다라 구름이를 내려놓았다. 또 꽃과 나뭇잎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태제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매번 치우는데도 이런 걸 보면 동물들이 물어다 놓는 것 같은데.

“이런 놈 따위 뭐가 좋다고…….”

툴툴대며 쌓인 것들을 털어 냈다. 룬이랑 루트도 그렇고 아무래도 나는 모르는 동물들의 취향이라는 게 있나 보다. 대충 털어 낸 후 태제헌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스킬을 썼다.

“의신의 손길…… 뭐야?”

■■■?■■■■????■■?■■■?■

이젠 아예 상태창이 뜨지도 않는다. 몇 번이고 재감정을 해 봤지만 전에 봤던 검은 네모가 사라지지 않았다.

부활의 포션을 만들어 냈으니 치료 방법이 떠야 하는데…….

이쯤 되자 태제헌이 눈을 뜨지 못하는 건 단순히 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깊은 잠에 들은 듯 눈을 감고 있는 태제헌을 내려보다 주먹을 꾹 쥐었다.

‘역시 주호현에게 가 봐야겠어.’

***

상쾌한 마음으로 선산을 나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존나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성산하, 새벽 데이트 현장 포착…… 국경을 넘은 스캔들.」

「단독, 성산하 열애설의 상대방은 누구? ……천랑 협력 길드인 데밋의 클로에 듀폰.」

「[지인 단독 인터뷰] A씨 ‘둘은 진지한 만남 이어 가고 있어….’ 결혼 생각 有」

「천랑, 현 길드장 성산하 열애설 즉각 부인.」

「성산하 측, ‘사실무근’ ……하지만 반지에 대해선 묵묵부답.」

「천랑 측, 미스틱과 “억측 자제 부탁.” 열애설 일축.」

온 매체가 성산하의 연애를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뉴스와 휴대폰 가득히 쏟아지는 사진과 기사들에 모두 같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어두운 가로등 아래 웃고 있는 성산하와 그 앞의 어떤 사람.

사진을 자세히 보는데 옆에서 승연이가 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별일 아닐 겁니다. 그냥, 그…….”

“역시 잘 어울리는군.”

“네에에?”

“봐 봐, 여기 사진 보면 빛이 확 번졌잖아. 월석 밑에 들어간 게 현혹의 마정석이라 그래. 스킬도 넣을 수 있다고. 빛이나 할머니한테 빚지고 받아 왔어.”

성산하의 손에 반짝이는 빛 번짐을 가리키며 말하자 승연이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 반지 말씀하시는 거였군요. ……의진 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뭐가?”

“산하 님과 사귀시는데 이런 기사가 나서요…….”

“그냥 잘못 알고 낸 기사 아니야?”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는 건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승연이 괜찮으면 다행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공방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의진 님! 왜 전화를 안 받으십니까아…….]

이초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제야 오두막 한편에 던져둔 휴대폰이 떠올랐다. 줄기차게 울리던 전화의 주인이 이초였나?

“바빴어. 왜?”

[그, 그그, 혹시 기사 보셨습니까?]

이초도 역시나 그 얘기였다. 이쯤 되자 관심을 끄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기사는 막을 거고요, 아직 산하 님과 연락이 안 돼서 공식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태라…….]

“성산하는 지금 어딨는데? 아직 던전이야?”

[네. 오늘이 복귀 예정일이긴 합니다. 어쩌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눈치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톡톡, 검지로 카운터를 두드리다 치미는 궁금증에 불쑥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누구야?”

[네, 네?]

“성산하랑 같이 기사에 나온 사람 말이야. 클로에 듀폰.”

[…협력 길드 중 데밋이라는 길드가 있습니다. 이번에 그쪽에서 지원 나온 헌터 중 한 명인데요. 따로 면식은 없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하 님 일정도 바쁘고, 절대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없습…… 의진 님. 의진 님?]

“……아무 생각 안 해. 응.”

이초와 통화를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곧바로 울리는 벨 소리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전화를 받았다.

송아 누나. 그다음은 하얀 누나, 그다음은…….

이초 이후로는 성산하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전화했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연이어 이어지는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을수록 이상하게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가슴께가 울렁울렁해 토할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난 아무렇지 않았는데도 전화를 다 받고 나자 입술이 댓 발 튀어나왔다.

“…….”

전화기를 노려보다 수화기를 들고 천천히 성산하의 번호를 눌렀다. 던전이라 전화를 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역시나 받지 않았다.

“……이상하네. 존나 좆같네.”

“의, 의진 님?”

“이거 기분 나빠도 되는 상황인 거 맞지. 그래서 너도 그렇고 이초랑 송아 누나까지 내 눈치 보는 거잖아.”

“그, 그게. ……충분히 기분 상하실 상황 맞습니다.”

살짝 고개 숙인 승연이가 웅얼거렸다.

그냥 기사가 잘못 나갔을 뿐인데. 성산하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 거라는 건 변하지 않는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다. 조금 화도 나는 것 같아 이상했다.

벌떡 일어나 내 방으로 올라가자 승연이가 후다닥 뒤를 따라왔다. 겉옷을 걸친 뒤 무기고를 열어 장비를 고르고 있자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의진 님, 무기는 왜…. 어디 가시려고 그러세요…….”

“남산 던전.”

“설마 혼자 가시는 건 아니죠?”

걱정 가득한 승연이의 표정에 픽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일 층만 잠깐 갔다 오는 거라 위험하지도 않아.”

“차라리 용병이라도, 수철이라도 한번 연락해 볼 테니 데리고 가세요.”

“다른 사람은 못 데려가. 오래 안 걸리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고.”

인벤토리까지 모두 확인 후 구름이를 챙겨 안았다. 바깥으로 나가기 전, 울상인 승연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또 연락 오면 나 나갔단 말은 하지 말고 선산에 있다고 해. 아, 그리고 룬이랑 루트도 공방으로 데려와야 하는데.”

“루, 룬이랑 루트를요? 네. 말씀 전해 놓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손을 흔들고 등을 돌렸다.

***

“기사 봤냐? 성산하 열애설?”

“봤지. 외국인이랑 만날 줄은 몰랐어. 난 강의진이랑 뭐 있는 줄.”

“사실무근이라던데.”

“멍청아. 열애설 하루 이틀 보냐? 사실무근이면 인정한단 소리야.”

옆에서 들려온 내 이름에 복면을 더 올려 썼다. 저도 알아들었다고 참견하려는 구름이를 당겨 안으며 숨기는 사이 바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강의진은 무슨, 그거 벌써 오 년 전이야. 그리고 애초에 둘이 키스했다는 것도 루머란 말 있더라.”

“뭐? 진짜?”

“보나 마나 강의진 팬들 짓이겠지. 좀 극성이냐? 솔직히 죽었다고 신격화된 것도 없잖아 있잖아. 미친, 아무리 그래도 죽지도 않은 일개 헌터 주제에 기념관이 말이 돼?”

“강의진이 일개 헌터는 아니지……. 게다가 성산하 목격담 보면 둘이 만나긴 하는 것 같던데.”

“딱 보면 모르냐. 비즈니스야.”

“맞아. 길드 생각하면 공들이긴 해야지. 강의진 실력이 어디 주긴 아깝잖아. 예전에 녹스도 그래서 어떻게든 잡고 있으려고 혈안이었던 거고. 인사 몇 번 가고 밥 몇 번 먹어 주면서 잘해 주면 꽁으로 포션 만들어 줄 텐데 개이득…….”

“메에에에!!”

“구름아……!”

품에서 바둥거리던 구름이가 결국 옷자락 사이로 얼굴을 내밀더니 길게 울었다.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케이블카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놀라 주위를 둘러보다 구름이를 보고는 모두 표정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우와, 귀여워. 양이네?”

“소환수예요? 하얗고 복슬복슬하네. 예뻐라.”

“메에, 미에에에!”

“안녕? 안녕?”

박치기를 하려는 듯 머리를 휘적거리는 게 심상찮아 품에 더 단단히 껴안으며 말했다.

“애가 사나워서……. 저리 가. 스킬 쓸지도 몰라.”

스킬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결국 직원에게 케이블카 내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혼났다. 구름이를 껴안고 모퉁이에 머리를 박은 채 가만히 서 있는데 다시 저들끼리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짜 오 년 동안 어디 있던 걸까? 불치병에 걸렸었다는 말도 있던데.”

“S급 걱정해서 뭐 하냐? 어디 으리으리한 섬에 가서 휴양이나 하다 왔겠지.”

흥.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들의 말에 반지를 낀 손을 꼭 말아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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