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5. 메리 크리스마스
(1) 당신과 함께하는 식탁
“루크 씨, 메리 크리스마스.”
카이얀이 포장한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빨간 상자에 초록색 리본,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였다.
루크는 크리스마스 인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일단 불쑥 내밀어진 선물 상자는 반사적으로 받아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카이얀을 만난 터라,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태인 게 신경 쓰였다.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것 같았지만 인사는 하는 게 좋겠지. 루크는 꾸벅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선물 주는 날이기도 하고, 산타도 오고, 트리도 만들고. 루크 씨 머리맡에 놔주고 싶었는데 루크 씨는 잘 때 근처에 가면 바로 깰 것 같아서요.”
카이얀은 가볍게 루크의 어깨를 툭 치고 그를 거실로 데려갔다. 루크가 어제 뭐냐고 누차 물었지만 말해 주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거기 있었다.
“자, 이제 이걸 꾸미는 겁니다. 방울도 달고, 별도 있고, 어… 솜도 있네요.”
박스에서 이것저것 꾸러미를 꺼내 확인하고, 카이얀은 그걸 그대로 루크 품에 다 안겨주었다. 어쩐지 정신없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루크는 일단 그걸 다 품에 안았다. 선물 상자에 뭐가 들었나 궁금한데 열어 봐도 되는 걸까. 그러다 불현듯 한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게 생각났다.
“저, 카이얀.”
“네?”
카이얀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다 루크가 품에 물건들을 바리바리 껴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얼른 몇 개를 건네받았다.
꾸러미를 뜯어 박스 안에 내용물을 쏟자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트리 같은 건 꾸며볼 일이 없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어서 좀 들뜨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인 줄 몰라서, 저… 준비한 게 없습니다.”
“아.”
카이얀이 조금 당혹한 얼굴로 루크를 돌아보았다. 미안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폼이 딱 루크다웠다. 평소라면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했겠지만 그가 워낙 미안해하는 것 같아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게 더 배려 없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준비했잖아요. 루크 씨가 나한테 줄 선물.”
트리를 툭 치며 자연스럽게 말하자 루크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카이얀은 즉석에서 말을 만들어 내는 일에 귀신같은 재능을 갖고 있었으므로 생각나는 대로 줄줄 읊었다.
“원래 이건 어릴 때 이후로 만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잘 못 만들 것 같기도 하고, 직접 꾸며야 되는 건데 제가 이런 쪽에는 영 손재주가 없기도 하고. 그래서 루크 씨한테 부탁하려고 했습니다.”
“아… 하지만 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걱정 마요, 그냥 마음에 드는 곳에 걸고 얹고 끼우기만 하면 되니까.”
카이얀이 몇 개 시범을 보여 주었다. 루크는 유심히 그 동작을 관찰했다. 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주 의지에 가득 차 말하자, 카이얀은 그렇게까지 열성적으로 할 필요는 없는데 싶으면서도 군말 없이 물러났다.
파이나 구워 줄 생각이었다. 할 줄 모르지만, 레시피를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리고 30분 후, 그는 루크에게 줄 음식 선물을 망쳤다. 요리에는 별로 재능이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재확인하고 나서 카이얀은 그냥 뭘 좀 사 오겠다며 밖으로 나섰다. 평소 같으면 따라가겠다고 했을 루크는 트리에 열중하느라 머뭇거리면서도 집에 남겠다고 말했다.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는 파이를 사고, 통닭을 하나 샀다. 이것도 그냥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겠지. 크리스마스라 마트에는 사람이 많았고, 온 사방에서 크리스마스 관련된 물건을 팔고 있었다.
루돌프 코랑 뿔은 어떨까. 루크 씨에게 해 주고 사진 찍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그것도 샀다. 산타 모자가 어울릴 것 같기도, 싶어서 그것도 샀다. 눈사람 쿠키도 흥미로워할 것 같아서 그것도 사고… 그런 식으로 사다보니 어느새 짐이 잔뜩 늘어났다. 시간도 훌쩍 지나 있었다.
“루크 씨.”
카이얀이 안으로 들어오자 트리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던 루크가 고개를 돌렸다. 트리는 거의 완성 단계인 것 같았다. 좀 보려고 고개를 옆으로 쑥 뺐는데, 놀랍게도 루크가 휙 일어서서 트리를 가리려 했다.
“나중에 보십시오.”
쩔쩔매며 그렇게 말하는 게 귀여워서 카이얀은 그냥 웃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먹을 거 사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카이얀은 오븐에 파이를 넣고 50분을 세팅했다. 닭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거 50분 돌려도 되는 건가? 카이얀은 하는 수 없이 인터넷에 닭 요리법을 검색해 보았다.
카이얀이 나름대로 그럴듯한 크리스마스 식탁을 차리려고 애쓰는 동안 루크도 트리 앞에서 낑낑대고 있었다. 카이얀이 다시 나오기 전까지 완성하고 싶어서 속도를 내고 있긴 한데 하면서도 지금 자기가 제대로 하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선물이라고 했으니까, 좋은 것이면 좋겠는데, 어떻게 꾸며야 ‘좋은 트리’가 되는지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루크 씨, 이리 와 봐요.”
카이얀이 부엌에서 소리를 높였다. 루크는 얼른 쥐고 있던 걸 내려놓고 카이얀에게로 갔다. 어째서인지 부엌이 좀 어두웠다. 아침인데 일부러 커튼을 내린 모양이었다. 소매를 걷은 카이얀은, 나름대로 괜찮은 식탁을 차려 어설프게 촛불까지 켜 놓고 있었다.
“자.”
카이얀은 조금 민망하고 어색한 기분으로 루크를 자리에 앉혔다. 루크는 자기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식기와 잘 차려진 식탁을 바라보았다. 뭔가 카이얀과 집에서 하는 식사는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어… 캐롤 같은 거라도 들려주면 좋은데. 잠깐만요.”
카이얀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려 캐롤을 틀었다. 카이얀이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아 덩달아 음악 들을 일이 없었던 루크는 약간 놀랐다. 카이얀이 파이에 먼저 칼을 대며 말했다.
“원래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고 싶었는데, 어제까지 좀 바빠서 깜빡 잊고 있었네요. 내년엔 더 근사하게 하면 되니까.”
자연스레 내년을 기약하는 말에, 마음이 들뜬다. 루크는 카이얀에게 시선을 둔 채 그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촛불에 일렁이는 그림자. 음영이 드리워진 얼굴 위로 조금 어색하고 쑥스러운 듯한, 그가 평소에는 잘 보여 주지 않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루크는 새삼 저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궁금해졌다.
“자.”
카이얀이 루크의 접시에 파이를 덜어 주었다. 루크는 인사를 하고 받았다. 카이얀은 제 접시로도 파이를 옮기고, 루크에게 먹으라고 턱짓하며 또 바로 구운 통닭에 나이프를 댔다.
“이따 밤엔 와인 같은 거라도 마실래요? 이제 약간 정도는 술 마셔 봐도 될 것 같은데.”
영화에서 와인 정도는 본 적이 있어서, 루크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루크는 선뜻 음식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차린 식탁은 처음이었다. 먹기가 아까워서 루크는 한동안 음식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안 먹습니까?”
“아.”
루크가 고개를 들어 카이얀을 보았다. 그는 자른 닭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아까워서 그랬습니다.”
“뭐가 아까워요? 음식이? 나 돈 많은데.”
장난스럽게 말하며 카이얀은 식사를 계속했다.
“음식 식으니까 빨리 먹어요.”
카이얀도 이렇게 시간을 들여 식탁을 차린 건 거의 처음이라 조금 들떠 있었다.
루크는 파이를 먹었다. 달다. 너무 달아서 목이 좀 아픈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우유 마셔요, 아니면 물이라도.”
그 상태를 알아챈 듯 카이얀이 슥 루크 앞으로 컵을 밀어 주었다.
“내년엔 같이 요리해도 좋을 것 같네요. 그 전까지 내가 연습할 테니까, 루크 씨는 나한테 배우면 됩니다.”
“네.”
자꾸 후일을 약속하는 카이얀의 입술을 보며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얼마나 나를 설레게 하는지 알까. 그 말이 얼마나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지. 얼마나 쉽게, 미래에는 좋은 것들만 가득할 거라고 믿게 하는지. 그 말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2) 눈싸움
루크는 눈싸움을 할 줄 몰랐다. 해 본 적이 없는 건 당연하고, 실제로 본 적도 없었다. 카이얀은 그냥 눈을 꾹꾹 뭉쳐서 던지고 노는 거라고 했지만 루크는 그런 놀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위험할 것 같습니다.”
뻣뻣하게 서서 버티는 루크를 보고 카이얀은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안 위험합니다. 눈에 맞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자, 봐요.”
카이얀이 허리를 숙여 눈을 한 움큼 쥐었다. 눈을 꾹꾹 뭉친 후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루크의 가슴팍으로 휙 던졌다.
루크는 카이얀으로부터 오는 것은 그리 경계하지 않아서 피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가슴에는 어떤 통증도 전해지지 않았다. 단단히 뭉쳐지는 눈도 아니었다.
“자, 봤죠? 그냥 뭉쳐서 나한테 던져 보면 됩니다.”
“그래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카이얀이 저한테 던지는 건 괜찮지만, 제가 던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카이얀은 민간인이다. 물론 그가 허약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약물을 주입받았던 자기와 비교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루크는 살인 훈련까지 받은 사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약물의 효력이 많이 사라진 지금도 카이얀의 목을 부러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눈싸움이라니, 이걸 뭉쳐서 던지라니, 그러다가 뼈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재미없게 이러깁니까?”
카이얀이 혀를 찼다. 물론 카이얀도 스물일곱이나 먹은 성인 남자였다. 눈싸움을 좋아할 나이는 진작 지났다. 친구들과 장난처럼 10분쯤 해 볼 수는 있겠지만, 애초부터 그렇게 낄낄대며 뛰어다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루크에게 눈싸움을 해 보자고 한 건, 루크도 그런 걸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다 추억이라고요.”
그래도 루크는 끝까지 눈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눈덩이에 맞고 잘못될 정도로 연약하진 않은데 싶어 카이얀이 혀를 찼지만 안 하겠다는 사람을 조를 생각도 없었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그의 텅 비어 버린 유년을 무엇으로 채워 줄 수 있을까.
부질없다는 건 알지만 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가끔 아무 것도 모르는 루크를 볼 때면 그가 공허 속에 내던져졌을 시간이 떠올라서.
실제로 자기의 불행을 자각하지 못했을 테니 루크는 그리 불행하진 않았던 것일까. 그래도 지켜보는 카이얀의 마음은 또 그게 아니어서, 루크를 가득 채워 주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사소한 무언가로 그를 가꿔주고 싶다. 충만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카이얀은 그런 바람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뭐, 그럼 눈사람이나 만들까요?”
꼭 눈싸움이 아니어도 좋지.
카이얀은 웃으며 물었고 설명을 들은 루크는 더는 뒤로 빼지 않았다. 카이얀은 다시 눈을 뭉치고 굴리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이 눈 쌓인 정원이 루크 안의 빈 책장을 채워 주길 기대하면서.
루크 나이 때 한 것도 당연히 추억이 될 수 있다. 루크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도, 분명 나중에는 빛나는 추억이 되어 눈 결정처럼 남으리라.
(3) 나의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어 줘.
“아, 피곤해.”
겉옷만 대충 벗어 버리고 카이얀은 소파 위로 푹 엎어졌다. 루크가 눈사람 만들기에 생각보다 흥미를 보여, 거의 두 사람의 허리까지 오는 눈사람을 몇 개나 만들고 온 차였다.
루크에게 씌워 주고 싶었던 루돌프 머리띠도, 어쩌다 보니 눈사람에게 씌워 주고 말았다. 코도 달아 줄까 하다가 고정할 만한 것이 없어 그만둔 차였다. 그렇게 계속 눈밭을 돌아다니고 나니 체력이 약한 편도 아닌데 기운이 쭉 빠져 버리고 말았다.
루크는 먼저 씻으러 들어간 것인지 소리가 없었다. 따라 들어오긴 했으니, 아마 자기 방에서 좀 쉬려나……. 저녁 준비해야 하는데, 어차피 특별한 요리도 할 줄 모르고 그냥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루크 씨도 좀 더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카이얀은 깜빡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비몽사몽 상태로 눈을 떴을 땐, 루크가 옆에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소파 아래에. 카이얀은 몸을 일으켜 앉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아, 안 올라갔어요? 방에 간 줄 알았는데.”
“네. 저,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기다렸습니다.”
“깨웠어도 되는데.”
카이얀은 미안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하는 걸 보니, 루크는 저가 깰 때까지 그냥 계속 기다리고만 있었던 모양이었다. 흔들면 됐을 걸…….
루크는 카이얀을 부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현관 가까이, 트리가 보였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의.
카이얀은 잠깐 굳은 채 트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기계가 꾸몄어도 이렇게는 안 됐겠다 싶었다. 모든 장식이 아주 규칙적인 패턴을 이루며 달려 있었고 간격도 자로 잰 것처럼 일정했다. 심지어 솜을 뜯어 눈을 얹어 놓은 것도 간격이 똑같아서 카이얀은 뭐라고 말해 주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숙제하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즐겨 보라고 한 건데……. 그래도 카이얀은 루크를 보며 웃어 보였다.
“잘했네요.”
그 간단한 한 마디에 루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카이얀은 루크가 어떻게 장식해야 할지 몰라 그저 놓아둔 큰 별을 트리 꼭대기에 올렸다. 루크는 신기한 듯 그걸 보고 있다가, 그때까지 풀어 보지도 못하고 그저 트리 아래 놓아두기만 했던 카이얀의 선물 상자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또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저도 꼭,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카이얀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 트리 꾸며서 주는 게 선물이라고 했었지. 꾸미는 내내 어떻게 해야 제 맘에 들까 고민했을 루크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카이얀은 제가 줬던 선물 상자를 들어 포장을 풀었다. 진청색 목도리가 나왔다. 루크는 딱히 추위를 잘 타는 편은 아니었지만, 무난한 선물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른 물건이었다.
“자, 이렇게.”
카이얀은 직접 루크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 주었다. 루크는 목도리를 만지작거리며 뭔가 더 길고 성의 있는 감사의 말을 떠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카이얀은 루크를 트리 앞에 세워 사진을 찍어 주고, 트리가 마음에 든다고 다시 말해 주었다.
“내년에도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카이얀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내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해, 줄곧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애인이 있을 때는 종종 그들 집에 초대받아 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따지자면 크리스마스에는 주로 혼자 있는 편이었다.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별 말 아닌 것 같은데, 어딘지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생각은 그쯤 해 두고, 카이얀은 저녁은 나가서 먹자며 루크를 이끌었다. 트리에 낯선 설렘을 걸어 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