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 Bug Report. 1
(6/25)
#이호연 Bug Repo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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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Bug Report. 1
연애와 사육의 중간 단계에 있는 요즘,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도 귀찮게 느껴졌다. 최근 너무 잘 먹고 있다는 게 내 게으름의 자초였다. 점심에는 팀원들과 회사 근처 먹자 투어가 있고, 저녁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호연과 식사를 했다. 아침은 거른다 치더라도 항상 포만감에 젖은 상태가 몇 주간 이어졌다.
어차피 내일 보는데, 그냥 이호연네에서 자고 눈떴을 때 보이면 서로 좋은 거 아닐까? 저번 번개 이후도 그렇고 함께 자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오피스텔에서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아파트에 나를 초대한 날도 내심 자고 가길 바란 것 같았으니까. 자기합리화를 하며 휴대폰과 칫솔 치약을 챙겨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불금인데 자러 가도 돼요? 자고, 내일 같이 놀아요.
치약을 묻힌 칫솔을 입에 물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라면 당연히 된다고,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는 봐야겠지. 나는 답장을 기다리며 입 안 구석구석을 닦아 냈다.
징, 뒷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입을 헹궈 내며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내려다보았다.
[정리 못 한 게 있어서…, 내일 오피스텔 앞으로 가겠습니다. - 쫄탱이호연]
가만히 서서 눈을 깜박였다. 예상한 답이 아니었다. 그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눈가를 찡긋거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일이 생긴 건가. 작게 웅얼거리곤 흐르는 물에 칫솔을 씻어 내고 마지막으로 입가를 닦아 낸 후 알겠다며 답장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