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호연 Bug Report. 3 (8/25)

#이호연 Bug Report. 3

“와, 진짜 잘 먹은 것 같아요.”

부른 배를 두드리는 나를 보며 이호연이 다정하게 웃었다. 최근 먹는 양이 정말 많이 늘었다. 이호연은 나를 키우려고 작정한 것인가. 왜 같이 먹는데 나만 찌는 것 같지? 몸이 크니까 동력원이 다르다는 건가. 내 몸은 이호연에 비하면 작은 축에 속하는 편이라, 그와 똑같은 양을 먹었는데도 내 몸만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요리라도 못하면 말을 않겠는데, 이호연의 요리는 객관적으로 평을 하더라도 맛이 있었다. 게다가 종목을 가리지도 않았다. 한식이나 양식, 중식이 돌아가며 상 위에 올랐고 나는 그가 한 요리를 즐기며 그것과 어울리는 술을 반주로 곁들였다.

“저 배 터질 것 같아요.”

바지 버클이라도 끄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참아야겠지. 여긴 내 집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사귀는 사이인데….

“낙생원마을에서는 잘 안 했다고 했죠?”

“네, 그 집은…, 식재료를 들이기에 조금. 에어프라이어로 대충 구워 먹거나, 대부분 밖에서 사 와서 먹었습니다. 그마저도 좀 찝찝해서 아예 먹고 들어왔죠.”

나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북엇국을 끓여 줄 때에는 그런 상황들을 감안했던 것일까. 그 집에서 요리하고 음식물이 나오면 가뜩이나 많은 벌레가 무한 증식할 가능성이 컸다. 이미 벽돌집을 점거한 벌레 군단에게는 동료를 더 불러 모을 기회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벌레들의 상황극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니 썩 유쾌한 광경은 아닌지라 고개를 설설 저었다.

“제가 뭐 도울 건 없어요?”

설거지라도 거들려 하자 이호연이 나를 저지했다. 외식할 때면 이호연이 주로 계산하고, 집에서 식사할 때도 그가 요리했다. 나는 손 하나 깜짝 않고 뒤에서 구경이나 하는 셈인데, 사람이 염치가 있지.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매번 미안하니까.”

이호연이 두 팔을 걷어붙이는 나를 곤란한 듯 보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수도를 열어 온수로 맞추고 접시에 묻어난 기름기를 한 번 헹구어 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이호연은 머신에서 커피를 내렸는데, 향긋한 냄새가 금세 주방에 가득 차올랐다.

“커피 맛있겠어요. 전에 백화점에서 산 캡슐이죠?”

접시를 닦으며 그에게 물었다. 백화점이 바로 앞이다 보니, 그는 그때그때 신제품으로 나온 캡슐을 사 오곤 했다. 물소리가 커서 그런가? 내 물음에 대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뭘 하고 있나 싶어 고개를 돌리자 언제 뒤로 다가온 건지 그가 내 허리에 팔을 둘러 왔다.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이호연이 가볍게 살결을 비벼 왔다. 오소소 돋는 소름에 어깨를 움츠렸다.

“…좋아합니다.”

낮게 속삭이는 그의 음성이 달큰하게 귓바퀴를 돌았다. 갑자기요?

“저, 저, 설거지…!”

당황한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르작댔다. 귓가를 스쳐 올라간 입술이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이호연은 내 티셔츠를 잡아당겨 어깨 한쪽을 드러나게 했다. 그가 하얗게 드러난 승모근을 과실을 물 듯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몸을 빳빳이 굳혔다.

이호연이 아파트에 처음 나를 초대한 날 이후, 섹스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으나, 계속 그의 손길과 눈빛에서 날 향한 성욕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섹스란 성인에게 있어 건강하고 즐거운 연애를 유지하기 위한 옵션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걸 모를 만큼 단순하지도, 또 순진하지도 않았다.

세제를 묻힌 접시가 개수대 위로 떨그럭 미끄러졌다. 여기서 더 하면 곧장 침실행이겠는데? 그보다 일단, 지금 배가 너무 부른 상태였다. 사귀게 된 사람과, 게다가 남자인 당신과 처음 하는 섹스에 동그랗게 부푼 배를 보이고 싶지 않은데. 울상을 짓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호연의 손길이 더욱 대담해졌다. 더듬는 손이 중심부를 꾸욱, 눌러 왔다. 등이 자연스럽게 말렸다.

“으읏.”

입술을 깨무는 동시에 억눌린 신음이 터졌다. 자, 잠깐만, 자극하지 마요. 지금 더 하면 설 것 같단 말이야. 팔꿈치로 엉겨드는 그의 팔을 밀어 내려 했다. 상체를 뒤틀자 그게 더 자극되었는지 그가 내뱉는 숨이 뜨겁게 귓가를 간질였다.

“…예준 씨…….”

귓불을 핥아 올리며 이호연이 내 이름을 불렀다.

“하…, 으으.”

이미 설거지는 뒷전이었다. 몸을 그에게 기댄 채,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어긋난 각도 탓인지 턱을 타고 뒤섞인 침이 주룩 흘러내렸다. 몽롱하게 눈을 뜬 채 몸을 틀어 이호연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거품이 묻은 손에 이호연의 옷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키스에 집중하며 눈을 감은 내 앞섶에 발기한 이호연의 성기가 느껴졌다. 지르르한 감각이 등줄기를 탔다.

층층이 차오르는 욕구에 허리를 움찔움찔 떨었다. 아…, 선 것 같아…. 나는 눈을 꼭 감고 예감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읏…. 예준 씨, 잠깐.”

그런데 갑자기, 이호연이 버벅대며 제 몸에서 나를 떨어뜨렸다.

“하아, 하…. 왜요…?”

숨을 몰아쉬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예준 씨,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오늘이 아니야…? 멍한 눈을 깜박이자 이호연이 흐트러진 내 옷을 정돈해 주었다. 출근은 출근인데…, 거실에 걸린 디지털시계로 시선이 가닿았다. 지금 8시밖에 안 됐거든요? 조금 전 내 바지 앞섶을 더듬을 때도 큰 거부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며칠간 그와 나눈 키스가 동성 간의 섹스에 대한 두려움의 허들을 낮춰 준 상태였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시선을 내려 불룩 솟은 이호연의 중심부에 시선을 두었다.

왜…? 왜 멈추는 건데? 저 무시무시하게 서 있는 건 어쩔 건데.

“저 욕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데려다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호연이 주방에 황망히 선 나를 두고 후다닥 걸음을 뗐다.

나는 욕실 문이 여닫힐 때까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출근 잘 하고, 이따 점심에 전화해요. - 쫄탱이호연]

매일 아침마다 오는 문자는 여느 때와 같았고, 점심을 먹고 난 후 옥상에서 통화하는 것도 똑같았다. 일상은 변함이 없고 이호연도 그대로인데,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둥둥 떠다녔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이 아저씨야. 키스하다 말고 계속 멈추니까 자꾸 화장실 가서 오른손을 빌리게 되잖아. 이 무슨 양심리스란 말인가. 막말로 이호연 씨가 세웠으면 가라앉히는 것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예준 님.”

“…….”

“예준 님?”

“왜요. 뭐요. 주식 이야기 할 거면 저리 꺼져요. 나 심란하니까.”

너는 왜 항상 내가 뭔가 갑갑할 때만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냐. 이채선이 하던 솔루션 쪽과의 협업을 이어서 하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안 바쁜가 보다?

“무슨 일인데요?”

“그…….”

나는 무어라 말을 꺼내려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말을 하겠어. (남자) 애인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통 말을 안 해 준다고. 특히나 분위기가 좀 그럴 때마다 고장 난 로봇 같다는 말을 어찌 입에 담겠는가. 송기현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저리 꺼져. 너한테 할 말 없다.

“예준 님, 들어 봐요.”

“꺼져라, 개미. 나는 사람과만 대화할 거다.”

송기현이 말문이 막혔는지 끙, 하고 탄식했다. 참 질긴 개미로세.

“자, 잠깐, 일단 들어나 봐요.”

어디 더 지껄여 보란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내일까지가 마지막인 거 알죠?”

“뭐가요.”

“우리 사주 신청.”

그러면 그렇지. 저놈의 우리 사주. 송기현은 진정 주식에 미친 게 틀림없다. 지난 사내 공지 때부터 질척거림이 아주 끈덕지다. 입만 열면 주식이라니. 저놈의 주둥이를 어떻게 하면 꿰매 버릴 수 있을까. 너 사실 회사에서 심은 스파이 같은 거지? 대표가 삼촌이나 뭐 그런 거 아냐? SG가 송기현 월급에 월급 외 무언가를 꽂아 넣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찰거머리 같을 수가. 원래 우리 연차쯤 되면 애사심은 월급 입금 시점에서 10분간만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플랫폼 본부가 아니더라도 어련히 사업 본부 놈들이 영혼을 팔아서라도 돈을 마련해 사들일 텐데?

대출을 받는 것까진 오케이다.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니 이자도 쌀 것이다.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반대로 보호 예수가 걸려 1년간은 팔지 못한다. 나는 사실 우리 회사의 플랫폼 경쟁력이 타사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막말로 대출을 받아 우리 사주를 산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일확천금의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주가가 오르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상장 이후 종이 쪼가리처럼 토막이 날 수도 있었다. 물론 보호 예수와 관계없이 퇴사하면 팔 순 있겠으나, 매도와 관련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주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회사의 플랫폼 경쟁력이 타사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풀려진 평가는 단지 SG라는 타이틀 때문인데, 이게 과연 몇 년이나 갈지 송기현처럼 확신이 서지 않았다. 팀원들은 어떤가 싶어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모니터 사이사이로 보이는 면면들을 살폈다. 은근 이런 쪽으로는 티를 안 내는 사람들인지라, 영 가늠이 되지 않았다.

“…기현 님은 산다고 했어요?”

“전 영혼을 끌어모았습니다.”

“게임주나 제약주도 아닌데?”

“저는 SG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요.”

“…근거도 없는 가능성 따위에. 개미가 말만 늘어 가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송기현에게서 눈길을 거뒀다. 주식이라. 고민이 되긴 하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오르겠나 싶다. 주식광에서 광신도로 승격한 이 인간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매일 주식 관련 사이트만 들락거리는 사람도 아니고. 흘끗, 시선을 기울이자 송기현이 어깨를 둥글게 말고 휴대폰 화면에 비친 주식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저런 돌아버린 자를 보았나.

흐음, 내일이 마지막이니까, 조금 더 고민해 볼까. 원래 이런 건 입 닦고 혼자 하는 거니까, 만약 넣더라도 송기현한테는 알려 주지 말아야지.

나는 다시 이호연의 얼굴을 떠올렸다. 답답해서 안 되겠다.

-오늘 놀러 가도 돼요? 저번에 알려 주기로 한 테킬라 맛있게 먹는 법 오늘 알려 줘요.

바로 그에게 메시지를 작성해 발송 버튼을 눌렀다.

[괜찮습니까? 내일 출근이…. - 쫄탱이호연]

-내일 금요일이라 괜찮아요.

뭐가 문제인지 무조건 알아내야겠어. 연애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괜히 서먹해지고 싶지 않고, 무엇보다 나는 당신한테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고요.

[정리가 아직…. - 쫄탱이호연]

-제가 도울게요. 저 청소도 잘해요. 벌레 잡는 거 보셨잖아요. 속전속결입니다.

그리고 무슨 정리를 일주일을 넘게 하고 있냐. 이호연 성격상 정리에 일주일을 쓰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삼시 세끼 이후로 제일 어이없는 소리다.

-된 거죠, 그럼?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해요. 저 할 말 있으니까.

이호연은 얼마간 답이 없다가, 이내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나는 이호연의 답장을 받고 바로 휴가 기안을 올려 승인을 받았다. 반반차. 반차를 또 반으로 쪼개어 쓰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연월차 시스템 중 하나였다. 평소 나는 반차나 반반차를 쓸 바에야 연차를 쓰는 게 낫다는 주의이긴 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집에 가서 씻고 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아는 아홉 시부터 열한 시까지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했다. 아홉 시에 출근했다면 여섯 시에 퇴근인 것이다. 내가 할 말이 있다고 했으니, 테킬라를 준비해 두고 내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5시에 퇴근 후 집에 다녀오면 얼추 그의 퇴근 시간과 맞을 터였다.

초조하게 가는 시간만 바라보다 5시가 되자마자 사무실을 튕겨 나갔다. 동료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후다닥 자리를 떴다. 사무실에서 1층 로비, 로비에서 버스 정거장, 사옥 앞에서 야탑동 집까지.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다시 판교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때는 땀이 비 오듯 흘렀고, 그에게 전화할 때에도 가쁜 숨을 헐떡였다.

“이마에 땀이.”

이호연은 내 젖은 이마를 다정하게 쓸어 주었다.

“할 말, 할 말…….”

할딱대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이호연이 실내화를 꺼내 주며 안으로 이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꼭 붙잡고 거실까지 걸어 들어왔다. 막상 그의 얼굴을 보니 무슨 말로 운을 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요즘 무슨 일 있는 거냐고? 아니면 막상 이성애자와 사귀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 같으냐고?

나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이호연을 올려다보며 입술만 우물거렸다.

“귀국할 때 사 온 아네호 테킬라예요. 최소 1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거라, 일반적인 테킬라와는 바디감부터 다르다고 합니다.”

그가 오늘 마실 테킬라에 대한 설명을 전문가처럼 늘어놓았다. 나는 ‘PATRON’이라 적힌 술병을 바라보았다. 패트론, 이라고 읽는 건가.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맛있겠지. 이호연이 추천하는 술은 맛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까.

“예준 씨?”

“아, 아니에요. 빨리 마셔 보고 싶어요.”

이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로 소금이나 라임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는 초콜릿도 테킬라와 어울린다며 쟁반에 담아 왔다.

긴장이 무색하게 그가 가르쳐 주는 대로 한두 잔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금세 얼굴에 열이 올랐다. 확실히 센 술은 취기가 금방 오른다. 잔을 만지작대며 이호연을 향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저기, 호연 씨.”

“네.”

“요즘 무슨 일 있어요?”

“네…?”

“아니, 그냥,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서요.”

주저하던 내 물음에 이호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뭐지? 진짜 무슨 일 있나? 나는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반동에 휘청거리며 몸이 기울어졌다. 이호연 가까이로 다가서려던 내가 넘어지려 하자, 그가 찰나를 놓치지 않고 제 몸 위에 나를 받아 올렸다.

“아…….”

알딸딸한 기운이 뒤늦게 치고 올라왔다. 이호연이 머리를 들어 내 입술을 덮쳐 왔다.

테킬라, 초콜릿, 미묘하게 느껴지는 짭짤한 소금기.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거침없이 밀려드는 혀가 밀물처럼 입 안을 가득 메웠다. 나, 어떻게 된 건가. 키스만 했을 뿐인데 몸 곳곳이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겹겹이 쌓여 가는 쾌감을 좇으며 맞붙은 하반신이 다시 움찔, 떨렸다.

“예준 씨…, 내일…….”

“하아, 연차요….”

까짓 거 내일 연차 내면 되지! 이호연이 옭아맸던 내 혀를 놓아주며 아랫입술을 뭉근히 핥아 올렸다.

“…괜찮겠습니까.”

속도, 맞춘다고 했는데. 그가 작게 뇌까렸다.

이제 와서 속도? 소옥도오?! 속도를 맞출 거였으면 입은 왜 맞췄냐! 내 표정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이제까지 알고리즘에 오류가 난 시스템처럼 굴었던 이유가 다 속도 때문이었던 거야? 나는 그대로 머리를 아래로 내렸다. 몰라, 내일 그냥 연차 내고 말지. 내가 안달복달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다. 입만 맞추면 고장 나는 애인이라니. 있으나 마나잖아.

“가르쳐 주세요….”

대꾸하며 그의 입 안에 혀를 밀어 넣었다.

구글로 찾아본 적은 있었다. ‘전립선 자극’이니, ‘멀티 오르가슴’이니 하는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검색 결과가 간접 경험이 될 순 있어도 직접 경험이 될 순 없다. 더구나 이호연과 하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만약 정말 그와 하는 것이 두려웠다면, 반반차를 쓰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준비를 하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나, 씻고 왔어요….”

얼굴을 붉히는 나를 그가 멍하니 바라봤다.

“어디서.”

이호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슬금슬금 손을 내려 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반반차 내고 집에 다녀왔어요.”

우물쭈물 시선을 피했지만, 그의 눈빛은 나를 집요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 압니까.”

고요한 목소리가 귓바퀴를 돌았다.

“…이게 어디로 들어가고,”

그가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엉덩이 사이에 비볐다.

“여기가 어떻게 펴지는지.”

살집을 가른 손가락이 긴장으로 바짝 움츠러든 주름을 더듬었다.

“그런 것쯤은, 저도 알아요.”

그가 상체를 일으키며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침실로 가죠. 처음이니까, 살살 할게요.”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연은 나를 침대에 눕힌 후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균형 잡힌 몸과 어깨선이 희미하게 스미는 불빛에 번져 보였다. 그가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들며 바지 위로 제 앞섶을 꾹, 힘주어 눌러 왔다. 뭉뚝한 살덩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내 이마며 눈가에 거듭 입을 맞추었다. 내 오른뺨을 혀로 핥고, 그대로 내려와 입술을 집어삼켰다. 비벼지는 혓바닥에 정신이 아뜩해졌다. 턱 부근이 서로의 침으로 번들거리며 엉망으로 번지는 동안, 이호연의 손은 부지런히 내 가슴팍과 갈빗대 부근을 지분대며 자극을 멈추지 않았다.

“…으응.”

아, 역시 좋은 것 같아. 혼몽해지는 정신을 잡으며 허리를 들썩였다. 이호연은 내 청바지의 버클을 끄르고 단숨에 엉덩이까지 바지와 브리프를 끌어 내렸다. 발기한 성기가 툭, 하고 고개를 들었다. 이호연이 상체를 굽혔다. 젖꼭지에 닿는 축축함에 누운 상체가 굽어지며 바르르 떨렸다.

“으, 읏, 으응, 느낌, 이상해요….”

내 젖꼭지를 집요하게 빨아올리던 그가 이를 세워 잘근 짓씹었다. 비어 있는 손이 반대편 가슴을 그러모았다가 손가락을 세워 딱딱한 돌기를 퉁겼다. 턱을 당겨 내려다본 가슴팍에 울긋불긋한 울혈이 맺혔다. 꼿꼿하게 선 귀두 끝에서 말간 액이 질금질금 번졌다.

“그만, 아아…….”

이호연의 어깨를 움켜쥐며 울먹였다. 키스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가슴만으로 사정할 것 같아 수치심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래, 만져 줄까요.”

침으로 반질거리는 젖꼭지를 놓아주며 그가 말했다.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내게 물었지만, 이미 그의 손은 내 음경을 향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타인이 내 성기를 만진 적은 없었다. 이호연의 크고 단단한 손이 느껴지자 자극을 견디지 못한 성기의 사정액이 그의 손등을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

“아, 흐윽.”

창피함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좋은 겁니다. 처음인데, 잘 느낀다는 거니까.”

이호연이 내 귓가에 소곤대며 젖은 성기를 위아래로 매만졌다. 탁탁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아, 아아, 앗, 또, 또-, 갈 것, 같, 아흑.”

“하아, 예준 씨, 제 것도 만져 봐요.”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내 손을 끌어와 제 것을 만지게 했다. 바지가 터질 듯 부푼 그의 성기는 이미 한계치로 보였다. 묵직하게 발기한 그에게서 느껴지는 명백한 욕정에 전신이 심장이라도 된 것처럼 쿵쿵 뛰었다. 가르쳐 줄게요. 어떻게 하는지. 천천히. 이호연의 음욕 어린 목소리는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미칠 것 같았다. 사정감을 유도하면서도, 그는 결정적인 순간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호연이 뒤로 물러나며 제 바지를 벗고, 무릎에 반쯤 걸린 내 하의를 완전히 벗겨 냈다. 그는 손을 뻗어 침대 옆 탁자 첫 번째 서랍에서 원형의 통을 꺼냈다. 나는 조금 전까지 머문 쾌감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아……!”

질척하고 차가운 액체가 성기를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 고환을 축축하게 적신 액체가 항문까지 질펀하게 흘렀다. 이호연이 손을 내려 성기를 훑으며 끈적한 오일을 골고루 펴 발랐다.

“아프면, 말해요.”

꼭 다물린 구멍 주위로 그의 손길이 닿았다. 나는 두려운 마음에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키스해 달라 졸랐다. 입술을 내어 준 그가 조심스럽게 힘을 주었다. 미끈거리는 오일의 도움으로 별다른 저항 없이 손가락 하나가 쑤욱, 들어왔다.

“읏, 으.”

굵고 기다란 손가락이 둥글게 내부를 휘저었다. 이물감에 미간을 좁히며 앓는 소리만 냈다. 물기로 반들거리던 성기는 어느새 풀이 죽은 채였다. 깊숙이 파고든 손가락은 내벽을 더듬으며 무언가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긴장한 내가 아랫배에 힘을 주자 이호연이 나를 달랬다. 중지만 들어왔던 손가락이 하나하나 늘어나며 구멍도 덩달아 늘어났다.

“아프, 아픈 것, 같아요….”

빼 줘, 못 할 것 같아. 나는 끙끙거리며 도리질 쳤다.

“쉬이, 괜찮을 겁니다.”

괜찮기는 뭐가. 아프면 말하라며. 내가 아픈지 안 아픈지 어떻게 알아. 이럴 거면 아프면 말하라고 왜 달랬냐. 눈가에 번진 울음에도 이호연은 단호했다. 오일로 적셔 구멍을 벌리며 내벽을 더듬는 손가락을 밀어 내려 허리를 뒤챘다. 아니야, 역시 나는 안 되나 봐. 울먹울먹 웅얼거렸다. 눈물에 시야가 희뿌옜다. 괜한 짓을 한 것 같았다.

“아, 아윽, 안, 안 돼.”

그는 한 팔로 도망치듯 물러나는 내 허리춤을 바짝 당겼다. 그 순간, “앗!” 하며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터졌다. 전신이 부르르 떨리고 추욱 늘어졌던 성기가 다시금 꺼덕이며 고개를 들었다. 귀두 끝에 끈적한 점성의 선액이 방울방울 맺혔다.

“잘했어요.”

이호연이 칭찬하듯 입을 맞춰 왔다. 가랑이 사이로 그가 자리를 잡았다. 손가락 세 개까지 들어간 구멍이 붉게 달아올라 쉼 없이 벌름거렸다. 모든 신경 체계가 전부 주름 하나하나로 옮겨 간 것만 같이 기민하게 반응하였다. 소름이 등줄기를 탔다. 들쑤시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내벽도 함께 쓸려 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젖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충분한 걸까.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저 무시무시한 성기가 들어가긴 하는 걸까.

그가 다시 몸을 세워 제 성기 밑동을 쥐고 구멍 주변을 툭툭, 두드렸다. 엉덩이 살을 잡아 벌리며 이호연이 귀두 끝을 축축한 구멍에 맞추어 힘을 주었다. 밀려드는 압력에 시트를 움켜쥐었다. 이호연 역시 힘겨운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계까지 벌어진 밀부는 외부의 침입자를 쉬지 않고 수축하며 죄어 물었다가 풀기를 거듭했다. 중간까지 파고든 성기의 굵기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프흐, 흐읏, 응.”

들썩이는 그의 몸짓에 따라 맞물린 접합부가 빠듯하게 얽혔다. 손가락으로 풀었다고 하더라도 처음은 처음이었다. 내벽을 압박하는 두꺼운 살덩이에 이가 절로 딱딱 부딪쳤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거리를 좁혀 온 그가 허리를 잘게 뒤흔들었다.

“아, 아, 아앗, 흑, 흣.”

덜덜 떨리며 절로 오므려지는 다리를 이호연이 억지로 잡아 벌렸다. 그의 손가락이 닿았던 부분에 그의 귀두가 들락거리며 자극을 부추겼다. 아, 닿을, 닿을 것 같아.

퍽-.

이호연이 뿌리까지 강하게 허리를 추어올렸다.

“하악, 하아! 하으.”

극점이 강하게 짓이겨졌다. 차오르는 쾌감이 내장을 태울 듯 뜨겁게 울컥거렸다. 사납게 발기한 성기에 내벽이 움찔거리며 엉겨 붙었다. 내가 터지는 신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지르자 이호연의 움직임에 속도가 더해졌다.

퍽, 퍼억-, 쩍, 퍽.

차닥이는 살끼리의 마찰이 반복해 이어지며 눈앞에서 빛이 번쩍대는 것만 같았다. 하얗게 점멸하는 불꽃이 시야를 몇 번이고 꺼뜨렸다. 나는 입을 반쯤 벌리고 그가 쳐올리는 대로 흔들렸다. 아, 아윽, 미치, 미치겠어. 허우적거리며 이호연의 팔을 꼭 붙들었다. 성기 끝에서 말간 점액질이 뚝뚝 떨어지며 끈적하게 배 위를 흩트려 놓았다.

푹푹 찍어 대는 이호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가 골반을 부여잡고 강하게 치닫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자지러지며 흐느껴 울었다. 내 입을 틀어막으며 호흡과 신음을 먹어 치운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윽, 하는 탄성과 함께 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호연이 성기를 거칠게 끄집어내며 내 배 위에 사정했다. 뜨거운 사정액에 나는 울며 전신을 떨었다. 흥건하게 젖은 체액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뒤섞였다. 끝인가, 나른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을 오르내리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는 돌아누우려 벌어진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그러나, 이호연은 질펀하게 사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발기한 채였다.

“아, 하으, 응, 나, 힘들, 힘들어요.”

“더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데.”

이호연이 다시 몸을 겹치며 입술을 포개 왔다.

지치지도 않는지 곧 그가 깊게 삽입해 왔다. 벌어진 구멍이 벌름대며 커다란 그의 성기를 집어삼켰다.

곧,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 눈물이 말라붙은 눈가가 뻑뻑하여 잘 뜨이지 않았다. 블라인드를 통해 새어 드는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눈꺼풀 위로 가벼이 내려앉았다. 계속 울었던 탓일까. 스며드는 희미한 불빛에 눈두덩이가 따끔거렸다. 지난밤 내내,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가 다시 의식이 들면 이호연의 것을 받았다.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것만 같았다. 그가 주는 쾌감에 몸서리치고, 그가 흔드는 대로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내 기척을 느낀 이호연이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더 자요.”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호연 씨, 제 휴대폰 좀…. 팀장한테 연차 올린다고 해야 해서…….”

푹 쉬어 뻑뻑하게 잠긴 음성이 아무렇게나 내뱉어졌다.

이호연이 내게서 몸을 떼어 내며 침대 옆 탁자로 팔을 길게 뻗었다. 그가 건네주는 휴대폰을 받아 전원 버튼을 눌렀다. 충전 없이 방치한 기기의 배터리가 10%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팀장님, 저 몸살이 나서 그런데요. 오늘 연차 써도 될까요?

이채선의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작성해 발송했다. 이런 일에 휴가를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눅진한 허리와 후들거리는 다리로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연차를 쓴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이채선에게 연차 사용 승인을 묻는 게 우스운 일이긴 했으나, 회사 생활에선 필요한 과정이긴 했다. 나는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엉기듯 이호연의 목에 팔을 둘렀다. 처음이었는데, 너무 느꼈던 탓일까. 울상을 짓는 내 등허리를 이호연이 연신 쓰다듬었다.

“욱신거려요.”

“여기가요?”

내 찡얼거림에 이호연이 허리 부근을 꾸욱 눌렀다.

“…으응.”

“아니면 여기…?”

허리 부근에서 내려온 손가락이 엉덩이 골을 지분거렸다. 화들짝 놀란 허리가 앞으로 튕겨 나가며 이호연의 하반신과 바짝 붙었다.

“장난칠 기운도 없어요.”

“아프기만 했을 리가.”

“…얄밉네요.”

“그래도 할 만하지 않았습니까.”

처음치고 잘했다고, 예쁘다며 거듭 내 이마와 눈가와 뺨에 입술을 내린다. 할 만하긴. 나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몇 번을 갔는지, 사정 횟수를 헤아리는 게 무의미했다. 내가 이제 더는 나올 것도 없는 것 같다고 애원해도 이호연은 그간의 보상을 챙기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미국식 섹스는 이런 거야? 거칠고, 밀어붙이고, 막 그런 거야? 처음이니 살살 한다고 해서 진짜 살살인 줄 알았단 말이다. 내가 못 느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괜한 심술을 부리며 그의 팔을 꼬집었다.

이호연이 부드럽게 허리를 눌러 주다 슬쩍슬쩍 아래로 내려갔다. 손장난이 품고 있는 적나라한 성욕에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안 돼, 세우지 마요. 나 진짜 더는 못 해.

“흐으…, 나 진짜 힘들다니까요.”

“누워만 있으면 됩니다.”

“아니야, 아니, 아…!”

밤새 시달린 구멍은 아직도 말랑하게 풀어져 있어 그의 길쭉하고 두꺼운 손가락을 너무나 쉽게 삼켜 물었다. 긴장한 내가 허리를 뒤채자 이호연이 “쉬이.” 하고 속삭였다. 누워만 있긴 개뿔. 어제도 누워만 있었는데 허리가 이 모양, 이 꼴이라고요. 누가 멀티 오르가슴이 남성 쾌감의 정점이라고 했냐!

“한 번만 더 해요.”

“아니, 아, 으응, 싫어, 싫어요. 어제, 했잖아.”

손가락이 더욱 깊이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제는 예준 씨가 처음이라 많이 참은 건데….”

이호연은 만족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무룩해해도 소용없어! 도리질 치는 나는 보이지도 않는지, 그의 손가락이 내부를 깊숙하게 휘저었다. 싫어, 미친놈아, 엉엉. 나 힘들다고. 아직 밀부에 남은 축축한 물기에 찔꺽이는 외설스러운 소리가 점차 크기를 달리했다. 찔꺽, 찌걱. 오므라졌던 다리가 이호연의 손길에 따라 움칠움칠 떨렸다. 붉어진 낯을 감추려 이호연의 가슴팍에 머리를 묻었다.

“예준아, 한 번만.”

“으읏, 흐으….”

들락이는 손가락은 금세 세 개로 늘었다. 자연히 골반이 뒤로 빠지며 허리가 들썩였다. 앓는 소리가 절로 입가에 번졌다. 삽입을 위한 사전 작업에 공을 들이던 그가 상체를 일으켜 나를 덮쳐 왔다. 힘없이 축 늘어진 허벅지를 잡아 벌리며 꼿꼿하게 선 뭉뚝한 성기가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얕게 삽입한 성기가 몇 차례 허리 짓을 반복하다 뿌리까지 단숨에 퍽, 하고 쳐올랐다.

퍽, 푹, 퍼억-.

“아, 아, 앗, 흐으.”

살끼리 맞붙으며 철벅이는 소리를 냈다. 나는 손을 뻗어 이호연에게 매달렸다.

“나, 하으, 그, 그만, 아, 앗!”

자지러지는 나를 이호연은 계속해 몰아붙였다. 공중에 추켜 올라간 다리는 이호연의 몸짓에 따라 속절없이 흔들렸다. 엉망으로 범벅된 얼굴을 한 채 입술만 벙긋거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면 뭉개진 신음만 툭툭 터져 나왔다. 집요하게 한곳만을 짓이기는 쾌감에 배 속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강렬한 자극에 시야가 하얗게 바래지는 기분이었다.

콱콱 집요하게 좇는 이호연의 움직임 때문에 또다시 의식을 놓을 것만 같았다. 이호연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내 입술을 먹어치웠다. 뜨거운 호흡과 서로의 침이 뒤섞여 훌떡훌떡 넘어왔다. 나는 이호연을 붙든 팔에서 힘이 주욱 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아뜩한 정신에 시야가 혼몽스럽게 흐려졌다. 놓칠 듯 아슬하게 쥐고 있는 의식과 달리 한계를 뛰어넘은 쾌감에 귀두의 첨단에서 애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흐응, 으읏….”

“예준아…?”

내 귓바퀴를 도는 이호연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거리감이 없었다. 정신을 놓을 때까지도 이호연은 나를 품에 가둔 채 허리를 추켜올렸다. 나는 그의 아래에서 바들바들 떨다 두 눈을 감았다.

정예준, 이제는 섹스하다가 정신까지 놓는구나.

흐려지는 의식 끝에서 이호연에 대한 원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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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eon Lee’s Releas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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